관상동맥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주요 혈관이다. 여기에 이상이 생길 경우 심장근육이 필요한 혈액을 공급받지 못하게 되므로, 협심증이나 심근경색과 같이 짧은 시간 내에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진다. 혈관 건강은 전반적으로 중요하지만, 그중에서도 관상동맥 건강 관리가 특별히 더 중요시되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살펴봐야 할 연구 내용이 있다. 최근 통곡물, 커피 등에 포함된 천연 화합물이 관상동맥의 갑작스러운 협착으로 인해 발생하는 급성 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다.
폴리페놀의 일종인 페룰산
일본 도호대학교 연구팀은 지난 4월 <약리 과학 저널(Journal of Pharmacological Science)>에 발표한 연구에서 ‘페룰산(Ferulic Acid)’이라는 천연 화합물이 동맥의 수축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특히 관상동맥 건강 관리에 유의미한 효과가 있다.
페룰산은 식물에서 발견되는 페놀산(Phenolic Acid)의 세부적인 종류 중 하나다. 곡물이나 채소, 과일, 커피 원두와 같은 식물성 식품에 풍부하게 들어있는 성분이다. 페놀산은 흔히 항산화 물질의 상위 카테고리로 알려진 폴리페놀(Polyphenol)의 하위 분류 중 하나로, 자연스레 페룰산 역시 강력한 항산화 효과를 가진 물질에 속한다.
페룰산은 항산화 외에도 항염증, 항암 효과 등 다방면으로 유익한 생리 활성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에 페룰산의 효능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고 있으며, 실제로 건강기능식품 원료, 화장품, 식품 첨가물 등 여러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관상동맥 건강 관리 효과
도호대학 연구팀은 인간의 심장 동맥과 유사한 돼지의 관상동맥을 사용해 페룰산의 효능을 검증했다. 일반적으로 관상동맥 협착의 주된 원인은 동맥경화다. 혈관 내벽에 플라크가 쌓이고 좁아지는 문제로 협착이 발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동맥경화 증상 여부와 별개로, 혈관 근육에 화학적 자극이 가해지면서 갑작스럽게 좁아질 수도 있다.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칼슘 이온의 유입이다. 혈관 근육에 칼슘 이온이 유입되면서 근육이 수축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연구팀은 페룰산을 투여했을 때 이러한 혈관 수축이 현저하게 감소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관상동맥의 갑작스러운 협착을 예방한다는 점에서 생명을 지킬 수 있는 효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혈관의 과도한 수축이 발생했을 때 사용하는 약물보다도 페룰산이 더 효과적인 경우도 있었다. 연구팀은 페룰산이 식물성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안전한 화합물로 간주되기 때문에, 관상동맥 건강 관리에 적합한 물질로 보고 있다. 향후 건강 관련 식품은 물론 심장 분야 약물에서도 잠재력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페룰산은 혈관 근육으로 칼슘이 유입되는 것을 차단해, 혈관의 과도한 수축을 예방한다 / 출처 : 도호대학교
페룰산, 적절한 섭취 권장
위 연구는 어디까지나 돼지의 동맥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므로, 인간에게서도 동일하게 관상동맥 건강 관리 효과가 있을 것인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다만, 인간 동맥과 돼지 동맥의 유사하다는 기존의 근거들을 토대로 보자면, 페룰산의 적절한 섭취가 심장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해석은 크게 무리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페룰산을 섭취할 수 있는 식물성 식품들이 딱히 특별한 것들이 아니다. 이미 일상에서 건강을 위한 식단의 일부로 제기되고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현미나 귀리 등 통곡물의 껍질이나 씨앗에 페룰산 함량이 특히 높으며, 시금치와 브로콜리도 대표적인 공급원으로 꼽힌다.
과일 중에는 사과, 오렌지의 페룰산 함량이 높은 편이며, 커피도 권장된다. 무엇보다 이러한 식품들은 꼭 페룰산이 아니더라도 여러 모로 유익한 영양소를 제공한다. 항산화 물질에 대해서는 특별히 적정 권장량이 정해져 있지는 않으므로, 다른 영양소 섭취량을 고려하여 균형 잡힌 식단 내에서 다양한 식물성 식품을 섭취하려 한다면 페룰산 섭취도 자연스레 충족될 수 있다.
통곡물을 비롯해 채소, 과일, 커피 등 식물성 식품을 통해 페룰산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 Designed by Freepik
관상동맥은 심장 근육에 산소와 영양분을 제공하는 중요한 혈관이다. 심근경색이나 협심증과 같이 심장 기능에 이상을 일으키는 질환과도 연관돼 있다. 심혈관계에 발생하는 질환 중 관상동맥 질환을 따로 분류하기도 한다.
이때 관상동맥에 갑작스러운 이상이 발생하는 경우를 가리켜 ‘급성 관상동맥증후군(Acute Coronary Syndrome, ACS)’이라 한다. ACS를 겪은 환자들은 심장에 가해지는 부담에 민감해지게 마련이며, 이 때문에 운동을 꺼리기도 한다. 하지만 심혈관 건강을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심장 질환 진단 후 운동은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심장 질환 진단 후 운동, 부담되지 않을까?
서울아산병원 혈관외과 권준교 교수 연구팀은 국내에서 ACS 진단을 받았던 환자 3만여 명을 대상으로 약 7년 간의 추적 관찰 연구를 실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등 심장 질환 진단 후 운동을 해도 무방하다. ACS 진단 후에도 적절한 강도의 운동을 꾸준히 하면 심혈관 관련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최대 13% 낮아진다는 것이다.
권준교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2010년부터 2017년 사이 ACS 진단을 받고, 관상동맥 중재술 또는 관상동맥 우회술을 받은 20세 이상 환자들의 데이터를 확보했다. 총 3만여 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평균 6.7년 간의 추적 관찰을 진행했다. 심장 질환 진단 후 운동을 해도 되는지, 피하는 것이 좋은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연구팀은 환자들이 ACS를 진단 받기 전과 후 국가건강검진 기록을 비교했다. 검진 당시 운동 관련 설문에 응답한 결과를 바탕으로, 운동량 변화와 심혈관 관련 문제 위험도 사이의 연관성을 파악했다.
연구 결과, ACS 진단 전과 후 모두 중강도 이상의 운동을 꾸준히 지속해온 사람들의 경우, 운동을 전혀 하지 않은 그룹에 비해 심혈관 문제 발생 위험이 13% 낮게 나타났다. 여기서 중강도 운동의 기준은 빠르게 걷기, 자전거 타기, 가볍게 뛰기 등을 주 1회 30분 이상 시행한 것으로 했다. 일반적인 권장 운동량보다 적은 수준이었음에도 상당한 차이가 나타난 것이다.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적절한 운동은 계속 하는 것이 맞아
또한, 연구팀은 기존에 운동을 하지 않다가, 심장 질환 진단 후 후 운동을 새롭게 시작한 그룹에도 주목했다. 이들 역시 운동을 전혀 하지 않은 그룹에 비하면 심혈관 문제 발생 위험이 9% 가량 낮게 나타났다.
반대로, 기존에 운동을 하다가 ACS 진단 이후 운동을 중단한 경우, 운동을 전혀 하지 않은 그룹과 비슷한 수준의 위험도를 보였다. 즉, ACS 진단으로 인해 심장에 가해지는 부담을 우려해 운동을 중단하는 경우는 오히려 심혈관 건강에 더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혈관외과 권준교 교수는 “심근경색, 협심증 등의 진단을 받았더라도, 적절한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심혈관 질환 재발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라며 “격렬한 운동을 피하고, 전문의와의 상담을 바탕으로 나이, 질환 정도 등에 따른 맞춤형 운동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심장마비(심근경색)가 발생했을 때 심장근육 손상은 남성에게서 더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심장마비로 인한 심근 손상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제기됐다.
심장마비와 심장근육 손상
심장마비는 심장으로 가는 혈액 공급이 차단되면서 발생한다. 심장에서 뿜어진 혈액은 대동맥을 통해 출발하는데, 이때 혈액 일부가 관상동맥을 통해 다시 심장에 공급된다. 만약 관상동맥이 혈전 등에 의해 막히게 되면 심장근육이 필요로 하는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받을 수 없다. 이로 인해 심장근육이 손상되면서 심장 기능이 마비된다.
심장근육이 손상되면 신체는 이를 감지하고 강한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손상된 조직을 치유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이때 백혈구의 일종인 호중구가 손상된 부위로 이동하며, 손상된 조직의 치유를 돕게 된다.
하지만 이 호중구로 인해 손상이 더 심각해질 수도 있다. 호중구는 기본적으로 활성산소종(ROS)과 프로테아제를 방출해 세포를 공격하고 염증 물질을 분비한다. 즉, 호중구가 지나치게 활성화될 경우 심장근육은 염증이 심화되며 오히려 추가적인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문제가 빠르게 해결되지 않고 반복될 경우, 심장에 만성 염증 상태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심장 기능이 저하되고 심장 조직이 굳어질 수 있으며, 심부전 등의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테스토스테론으로 인한 부작용
문제의 핵심은 ‘호중구의 과활성화’다.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쥐를 대상으로 심장마비를 유발하고 그 경과를 관찰했다. 며칠 동안 지켜본 결과, 혈액 내 호중구 수치가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을 발견했다. 같은 심장마비 증상에서도 수컷 쥐가 암컷 쥐보다 호중구 수치가 더 높았다.
연구팀은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추적했다. 조사 결과 수컷에게 높은 수준으로 존재하는 테스토스테론이 골수에서의 호중구 방출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테스토스테론으로 인해 필요 이상으로 많은 호중구가 분비되고, 이로 인해 염증 반응이 강해지며 심장근육 손상이 더 크게 발생한다는 이야기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 호르몬이지만 여성에게도 존재한다. 또한, 같은 남성이라도 그 수치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더 높기 때문에 남성의 심장근육 손상이 더 크게 나타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보다 정확히는 성별보다는 테스토스테론 수치에 따라 예후가 달라진다고 봐야 할 것이다.
염증 완화에 있어 호르몬 중요성
예테보리 대학 연구팀은 항염제인 ‘토실리주맙’을 심장마비 직후 환자에게 투여한 임상시험 데이터를 분석했다. 항염제가 호중구 수치를 낮추고 심장 손상을 줄인다는 것을 확인했으며,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큰 효과가 나타나는 것까지 확인했다.
연구팀은 테스토스테론이 호중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 메커니즘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또한, 심장마비 증상을 치료하는 데 있어 성별 차이를 중요한 요인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던진다. 이 발견이 향후 심장마비 및 이후 증상을 치료하는 것은 물론, 심장마비 치료를 위한 항염증제 개발 연구 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기본 메커니즘은 테스토스테론이 호중구 방출을 촉진하는 것, 그로 인해 염증 반응이 심해지는 것이다. 이는 심장근육 손상 뿐만 아니라 다른 원인으로 발생하는 염증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볼 수 있는 근거다. 따라서 전반적인 염증 완화에 있어 테스토스테론의 역할에 초점을 두는 것도 필요하다.
심혈관 질환은 현대 사회에서 흔한 건강 문제 중 하나다. 그러면서 생명과 직결되는 중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심혈관 질환으로 묶이는 병은 여러 가지이며, 원인과 증상도 다양하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다. ‘생활습관’이 압도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심혈관 질환 예방 방법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
주요 심혈관 질환의 종류
심혈관 질환들은 크게 두 가지 카테고리로 나눠볼 수 있다. 하나는 심장과 관련된 주요 혈관에 관련된 질환, 다른 하나는 심장 자체의 기능에 관련된 질환이다. 먼저 주요 혈관에 관한 질환으로는 ‘관상동맥질환’이 있다.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문제가 생기는 질환을 통칭한다.
심장은 온몸에 혈액을 내뿜는 기관이지만, 그 자신도 혈액이 있어야 뛸 수 있다. 심장으로부터 뻗어나오는 혈관의 구조를 보면, 혈액을 뿜어낼 때 그 중 일부가 다시 심장으로 되돌아오게끔 설계돼 있다. 이것이 바로 관상(冠狀)동맥이다. 심장을 감싼 모습이 왕관(crown)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심장은 혈액을 공급받을 수 없게 되므로 기능을 할 수 없게 된다. 심장 근육에 혈액 공급이 차단됨으로써 ‘심근 경색’이 발생하게 되며, 극심한 가슴 통증을 동반하게 된다. 식은땀이 흐르며 심한 통증이 팔 혹은 턱 쪽으로 퍼져나가기도 한다.
위의 질환들이 혈관에 관련된 문제로 발생한다면, ‘심부전’은 심장 자체의 문제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심장의 혈액 펌프 능력이 저하될 경우를 말한다. 이로 인해 신체 곳곳에서 필요로 하는 만큼의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못하게 되면 호흡 곤란이 발생하거나 심한 피로감에 시달릴 수 있다. 혈액 순환 기능이 약해지기 때문에 심장에서 먼 다리나 발목 쪽에 부종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밖에 심장의 판막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아 혈액 흐름에 방해를 받는 ‘심장판막질환’, 심장의 전기적 신호가 비정상적으로 발생하는 ‘부정맥’, 심장 근육 등에 염증이 발생하는 ‘심장염’ 등 다양한 종류의 질환이 있다.
심혈관 질환의 원인들
심혈관은 생명과 직결되는 중요한 기관이다. 따라서 이에 관련된 증상과 메커니즘을 세분화하여 다양한 질환으로 구분한다. 각각의 질환은 명확히 다르게 바라봐야 하지만, 근본적 원인이 되는 문제는 대체로 비슷하다.
앞서 질환들을 ‘혈관 관련’과 ‘심장 기능 관련’으로 구분했으니, 발병 원인도 같은 방식으로 구분해보려 한다. 혈관 관련 질환의 대표적인 문제는 고혈압과 고지혈증이다. 높은 혈압은 혈관에 지속적인 부담을 주고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이 때문에 혈관이 점점 약해지게 되면서 증상에 따라 여러 질환으로 이어진다.
고지혈증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는 것이 주 원인이다. 혈관 내 지방이 축적되면서 동맥경화를 유발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혈관의 탄력이 줄어들어 혈액 흐름이 원활하지 않게 된다. 특히 심장 인근의 주요 혈관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다른 질환으로 이어져 합병증을 일으킬 위험이 높아진다. 이밖에 흡연으로 인한 유해 물질도 혈관 손상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다.
심장 기능 관련 질환의 대표적인 문제는 비만을 꼽을 수 있다. 체중이 늘어난다는 것은 몸 곳곳의 조직이 비대해진다는 것이고, 이는 몸에서 필요로 하는 혈액량이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충당하기 위해 심장은 더 많이 일해야 하고, 과중한 부담이 누적되면서 심장 기능 이상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비만은 인슐린 저항성과 대사 증후군을 유발해, 심혈관 질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한편, 스트레스의 경우 혈관과 심장 기능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공통 원인이다.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혈압을 높이고 심박수를 증가시킴으로써 혈관과 심장 모두에 부담을 준다. 또한, 혈관에 염증 반응을 유발해 장기적으로 심혈관 질환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
생활습관, 길게 보고 바꿔나가기
이러한 공통 원인들은 모두 장기간에 걸쳐 누적되는 ‘생활습관’에 기인한다. 고혈압과 고지혈증의 주적은 과도한 나트륨과 포화지방이다. 나트륨 섭취가 많아지면 그만큼 수분 섭취가 늘어나게 되고, 혈액량이 많아지며 혈압을 높인다. 포화지방은 혈관벽에 축적돼 혈관을 좁히거나 동맥경화를 유발함으로써 혈압을 높인다.
따라서 평소 ‘짜지 않게’ 먹는 습관이 중요하며, 포화지방 대신 불포화지방을 먹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아보카도, 견과류, 씨앗류, 올리브 등 식물성 식품을 통해 공급되는 지방이 대부분 불포화지방이며, 생선과 기타 해산물의 경우 일부 불포화지방을 공급해준다.
생선과 해산물, 콩류는 지방 함량이 낮은 단백질 공급원이므로 적극적으로 섭취하도록 하고, 육류는 대부분 포화지방이므로 가급적 지방 함량이 낮은 부위를 선택하도록 한다. 과일과 채소, 통곡물로 섬유질을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신체 활동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 비만으로 인한 심장의 부담을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다. 꾸준한 운동으로 칼로리를 소모해 비만을 해소하고, 동시에 심장을 훈련시켜 기능을 강화하는 일석이조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는 체중 관련 문제를 해소함과 동시에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방법이 되기도 한다. 심호흡이나 명상 등 편안한 자세로 행할 수 있는 스트레스 관리법에 더해, 운동과 취미 활동 같은 동적인 스트레스 관리법도 병행하는 것이 좋다. 또한, 신체의 회복과 균형 유지를 위해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겨웠던 폭염이 서서히 물러가고 있다. 여전히 한낮에는 뜨거운 날도 있지만, 대체로 아침과 저녁으로는 선선함이 느껴진다. 이렇게 일교차가 크게 나타나는 시기에는 특히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 몸 바깥의 환경이 짧은 시간 내에 급격하게 변한다는 것은, 몸의 항상성 시스템이 혼란을 겪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특히 급격한 기온 변화는 자율신경계 균형에 영향을 미치고, 혈관의 수축과 이완에 변화를 줘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실제로 심혈관계 질환은 10월부터 1월 사이에 많이 발생하는 경향을 보인다.
위험에 노출되기 쉬운 ‘관상동맥’
심장은 24시간 펌프를 반복하며 몸 전체에 혈액을 공급한다. 뿜어낸 혈액이 동맥을 타고 순환할 때, 그중 일부는 ‘관상동맥’을 통해 다시 심장으로 돌아간다. 스스로 뿜어낸 혈액의 일부를 자신에게 공급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관상동맥은 구조적으로 봤을 때 그리 넓은 편은 아니다. 혈액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대동맥에서 뻗어나오는 가지로서, 오로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기 위한 혈관이기 때문이다. 24시간 일하는 심장을 위해 존재하므로, 관상동맥은 혈액 흐름이 가장 활발한 혈관 중 하나로 꼽힌다. 즉, 그만큼 노폐물 등으로 인해 좁아지거나 막힐 위험을 안고 있다는 뜻이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변재호 교수는 “심혈관계 질환은 전 세계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한다. 국내에서는 암에 이어 2위다.”라며 “심혈관은 평소에 괜찮다가도 갑자기 악화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별다른 건강 문제가 없던 사람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협심증과 심근경색은 다르다
협심증과 심근경색은 심혈관계 질환의 대표적인 유형으로 꼽힌다. 이 둘을 혼동하는 경우도 있지만, 명확히 다른 질환이다. 협심증은 관상동맥이 점진적으로 좁아지면서, 심장의 혈액 공급이 저하돼 가슴 통증이 발생하는 식으로 나타난다. 보통 격한 신체 활동이나 스트레스가 원인이 돼 발생하며, 처방된 약물을 복용하고 휴식을 취하면 통증이 완화되는 특징이 있다.
반면, 심근경색은 관상동맥이 갑작스럽게 막혀 혈액 공급이 차단되고, 이로 인해 심장근육이 괴사하며 기능의 일부가 정지하는 현상이다. 원인과 결과만 놓고 보면 유사할 수 있으나, 발생 과정 면에서 는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심근경색이 더 위험도가 높은 셈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협심증 환자 수는 약 71만2천 명, 심근경색 환자 수는 약 13만9천 명이다. 협심증을 가지고 있는 환자가 장기적으로 심근경색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둬야 한다.
심근경색 골든타임, 최대 2시간
관상동맥이 막혀 심근경색이 발생하면, 극심한 가슴 통증과 함께 심장 쪽에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온다. 심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므로 누군가 목을 조르는 듯 숨이 차고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이런 통증이 몇 분 이상 계속되면 즉각 응급 조치를 받아야 한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최대 2시간 이내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심장 근육의 괴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치료를 받아야만 심장 근육의 기능을 보존할 수 있다.
변재호 교수는 “심근경색 환자의 절반 정도는 평소 별다른 증상이 없고, 건강검진을 하더라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라고 이야기했다. 전체적으로 혈관 상태가 건강하더라도 관상동맥에 이상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혈관 건강, 꾸준한 관리 외에는 왕도가 없다
혈관은 우리 몸 전체에 퍼져 있다. 생명과 직결되는 중요한 혈관이든,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덜한 말초 혈관이든 따로 나눠서 관리할 수는 없다. 오직 ‘전체 혈관 건강’을 고려한 관리 외에는 별다른 왕도(王道)가 없다는 뜻이다.
기본적으로 건강한 식습관과 생활습관 외에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 등 혈액 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지표들을 정상 범위 내에서 유지하도록 관리하는 것이 최선이다. 심근경색의 경우 가족력의 영향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족 중 심근경색으로 인한 사망 사례가 있는 경우, 급성 심근경색 위험이 3~4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변재호 교수는 “암 등 다른 중증질환과 달리, 심근경색은 신속하게 치료하면 대부분 회복할 수 있다”라며 “하지만 초기 대응이 미흡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심하다 싶은 가슴 통증이 발생하면 즉시 병원에 방문할 것을 당부했다.
안정민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가 관상동맥 중재시술을 받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 출처 : 서울아산병원 뉴스룸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경우, 스텐트(stent, 내관)를 삽입해 좁아진 혈관을 넓히는 관상동맥 중재시술이 많이 시행되고 있다. 이때 스텐트를 삽입한 부위에 혈전이 생기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항혈소판제인 아스피린을 복용한다.
아스피린은 혈액을 묽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치아 발치, 용종 제거를 위한 내시경 치료, 암 수술 등 다른 질환으로 인해 수술을 받을 때 출혈이 멎지 않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이에 다른 수술 전후 아스피린 복용 여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실정이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관상동맥 중재시술을 받은 뒤 1년 이상 경과한 환자의 경우, 치아나 무릎, 고관절, 암 등 심장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수술을 받을 때 아스피린 복용을 일시 중단하더라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관상동맥질환, 스텐트 시술 후 아스피린 복용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등 관상동맥질환자에게는 통상적으로 ‘약물 용출성 관상동맥 중재시술’이 시행된다. 풍선에 덮인 약물 스텐트를 관상동맥이 좁아진 부위에 위치시킨 후, 풍선을 부풀려 스텐트를 넣는다. 이때 스텐트 표면에 코팅된 약물이 방출되며 관상동맥이 좁아지는 것을 방지하고 상처 부위를 치유한다.
스텐트 시술 후에는 혈액이 보다 원활하게 흐를 수 있도록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시술을 받은 환자가 무릎, 고관절, 암 등 심장 외 부위에 수술을 받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때 기존 복용하던 아스피린을 계속 복용해야 할지, 일시적으로 중단해야 할지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의가 지속돼왔다. 아스피린을 지속적으로 복용하면 혈액이 묽어지는 경향이 생기므로 필요 이상의 출혈이 발생할 우려가 있고, 그렇다고 복용을 중단하면 심장 및 관상동맥에 이상이 생길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아스피린 복용 여부, 주요 위험 발생에 영향 없어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안정민·강도윤 교수 연구팀은 ‘약물 용출성 관상동맥 중재시술’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내용은 비심장수술을 받기 전후 아스피린 복용을 중단했을 때의 효과를 분석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2017년부터 2024년까지 한국, 인도, 튀르키예 등 3개국 총 30개 기관에서 약물 용출성 관상동맥 중재시술을 받고 1년 이상 경과된 환자 926명의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비심장 수술을 받기 전후 아스피린을 계속 복용한 그룹(462명)과 수술 5일 전부터 아스피린을 비롯한 모든 항혈소판제 복용을 중단한 그룹(464명)으로 나눠 분석을 진행했다.
치료 효과 분석 결과, 수술 후 30일 간 사망·심근경색·혈전증·뇌전증 등 주요 사건 발생률은 아스피린 복용을 중단한 환자와 지속적으로 복용한 환자들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 계속 복용 그룹에서는 0.6%, 복용 중단 그룹에서는 0.9% 발생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복용 지속 시 경미한 출혈 발생 좀 더 많아
두 그룹 모두 혈전증도 발생하지 않았으며, 심한 수준의 출혈 발생률 또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다만, ‘경미한 출혈’의 경우 아스피린을 계속 복용한 그룹이 14.9%, 아스피린 복용을 중단한 그룹이 10.1%로 나타났다. 복용을 계속할 경우 경미한 출혈 발생이 좀 더 잦았다는 의미다.
안정민 심장내과 교수는 “스텐트 시술 후 비심장 수술을 받아야 할 때, 아스피린 복용 여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부족했던 상황”이라며 “일시적으로는 아스피린 복용을 중단해도 안전하다는 중요한 연구결과를 얻었다”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안 교수는 “하지만 환자 임의로 약물 복용을 중단하는 것은 삼가도록 하고, 반드시 전문의와 충분한 상의를 통해 결정하기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심장학회지(JACC, IF=21.7)에 게재됐으며, 최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심장 분야 국제 학회인 ‘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ESC Congress 2024)’에서도 발표됐다.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문제가 생기는 질환이다. 전 세계 사망원인 1위로 거론될 만큼 흔하면서 생명과 직결되는 위험한 질환이기도 하다. 또한, 심장박동이 불규칙해지는 ‘심방세동’은 부정맥 중 가장 유병률이 높은 질환이다.
관상동맥 질환과 심방세동은 동시에 나타나기도 한다. 서울아산병원 자료에 따르면 통상 관상동맥 질환 환자 10명 중 1명이 심방세동을 함께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런 환자 수가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두 질환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치료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두 질환이 동시에 나타날 경우 사용하는 치료제 간의 상호작용 등으로 인한 부작용 위험이 크다고 알려져 치료의 최적화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남기병, 박덕우, 조민수, 강도윤 교수팀은 이에 대해 심방세동 치료제만 복용하게 함으로써 보다 안전성이 높은 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관상동맥 질환과 심방세동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힘으로써 혈액을 공급받지 못한 심장 근육이 손상돼, 심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이 관상동맥 질환의 기본적인 현상이다. 또한, 심장을 움직이게 하는 전기 신호에 이상이 발생해 비정상적인 수축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것이 심방세동이다. 관상동맥 질환과 심방세동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는 메커니즘이다.
이밖에도 관상동맥 질환이 발생함으로써 체내 염증과 스트레스 호르몬이 증가할 수 있으며, 심장 근육이 비대해지거나 경직됨으로써 심장의 구조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이런 것들 또한 관상동맥 질환과 심방세동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게 하는 원인이다.
출혈 위험성 높이는 복합치료법
일반적으로 관상동맥 질환은 ‘항혈소판제’를 사용해 치료한다. 혈소판의 응집을 억제함으로써 혈전의 형성을 줄이는 원리로, 주로 동맥에서 발생하는 혈전 예방에 쓰인다. 관상동맥이 좁아지면 혈소판 응집 가능성이 높아져 혈류 공급에 문제가 생기게 되므로 항혈소판제를 써서 이를 예방하는 것이다.
한편 심방세동은 주로 ‘항응고제’를 사용한다. 혈액이 굳는 과정에 작용해 혈전이 생기는 것을 막는 원리로, 정맥에서 발생하는 혈전 예방에 효과적이다. 심방세동은 전기적 신호 이상으로 혈액 흐름이 불규칙해지는 현상을 유발한다. 이로 인해 혈액에 정체가 발생하면 쉽게 혈전이 생길 수 있으므로, 이를 고려해 항응고제를 쓰는 것이다.
두 가지 치료제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용하지만, ‘혈전 형성을 예방’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하지만 이 둘을 동시에 사용할 경우 지혈 작용이 크게 감소하기 때문에 출혈 발생 시 위험이 커질 수 있다.
관상동맥 질환과 심방세동 중 한 가지만 있을 경우는 비교적 안전한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두 가지 질환을 동시에 앓는 경우는 복합적인 관점에서의 치료 접근이 필요하다.
심방세동 치료제만 복용해도 효과
항혈소판제와 항응고제는 서로 다른 기전으로 작용하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혈액을 ‘묽게’ 만든다. 때문에 두 가지를 함께 복용할 경우 부작용 위험이 커진다고 알려져 있었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연구팀은 관상동맥 질환과 심방세동이 함께 나타난 환자 1,040명을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복합치료 집단)은 항혈소판제와 항응고제를 모두 복용하게 하고, 다른 한 그룹(단독치료 집단)은 심방세동 치료제인 항응고제만 복용하도록 했다.
1년 동안의 치료효과를 분석한 결과, 심방세동 치료제만 복용한 단독치료 집단에서 사망, 뇌졸중, 심근경색, 출혈 등의 문제가 약 56% 낮게 나타났다. 보다 안전성이 높은 결과를 낸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남기병 심장내과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약물치료지침을 최적화해 환자들의 예후가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를 토대로 지난 1일(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ESC Congress 2024)’의 메인 세션 발표를 진행했다.
또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높은 권위를 인정받는 임상 논문 저널 NEJM(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IF=96.2)에 논문을 게재했다. 이는 서울아산병원에서 9번째로 게재하는 것으로,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도 손에 꼽는 수준의 의학적·학술적 성과다.
9월 1일(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에서 발표 중인 남기병 교수 / 출처 : 서울아산병원
심장은 뇌와 함께 우리 몸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장기라 할 수 있다. 아니, 좀 더 근본적으로 보자면 뇌 역시 심장으로부터 혈액을 공급받아야 모든 기능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자면 심장이 좀 더 우위에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심혈관계 질환은 암, 뇌혈관 질환과 함께 주요 사망원인으로 꼽힌다.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봐도 늘 상위권에 거론된다. 심혈관계 질환 중에서도 급성으로 나타나는 심근경색은 늘 1, 2위를 차지하는 데다가 초기 사망률도 높다.
심근경색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질환이지만, 전체적인 통계를 보면 여름에 좀 더 많이 발생하는 경향을 보인다. 수분 손실이 많은 계절인 만큼 전체 혈액량이 감소하거나 혈액 농도가 높아져 혈전이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해 여름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순환기내과 최연직 교수는 “더위 뿐만 아니라 습도, 기압 등이 심근경색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됐으며, 우리나라가 갈수록 아열대화되고 있기 때문에 여름철 급성 심근경색에 경각심이 필요하다”라고 이야기 한 바 있다.
갑작스레 나타나 생명을 앗아가는 심근경색. 대응할 여유도 충분치 않은 병이므로 사전에 정보를 충분히 알아두는 편이 좋다. 심근경색은 왜 발생하는 것이며, 심근경색전조증상은 무엇인지, 발병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심근경색, 왜 발생할까?
우리의 심장은 온몸에서 필요로 하는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 쉬지 않고 일하는 핵심 기관이다. 24시간 스스로 작동하는 지능형 펌프와 같다고 할까. 심장은 주먹만한 크기의 근육 조직이며, 자발적으로 자극을 만들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한다.
심근경색이라는 말을 풀어보면, ‘심장 근육에 발생한 혈관 막힘’이다. 심장은 스스로 펌프질해서 내보낸 혈액의 일부를 다시 공급받는다. 심장이 짜낸 혈액은 대동맥을 통해 출발하며, 이때 대동맥에서 뻗어나온 ‘관상동맥’이라는 작은 혈관이 다시 심장으로 혈액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심근경색은 이 관상동맥이 막혀 혈액을 공급받지 못하는 상황을 가리킨다. 혈관 문제로 발생하는 질환들이 대부분 그렇듯, 원인은 혈전 또는 콜레스테롤이다. 관상동맥은 약 2~4mm 정도의 혈관이기 때문에 내벽에 혈전이나 기름이 끼면 급격하게 좁아질 수 있고, 어느 순간 혈관 전체를 막아버릴 수 있다.
우리 몸의 모든 장기가 그렇듯, 혈액 공급이 중단되면 산소와 영양분 공급 중단으로 이어지며 곧장 손상이 시작된다. 심장의 근육이 손상되면 펌프 기능이 약해져 혈압이 떨어질 수 있고, 심해지면 아예 멈춰버릴 수 있다. 그 어떤 질환보다도 ‘시간과의 싸움’이 중요하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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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더 치명적일 수 있는 심근경색
일반적인 상식을 기반으로 하면 심근경색도 겨울에 더 자주 발생할 거라 생각할 수 있다. 기온이 내려가면 혈관이 즉각적으로 수축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혈압과 심박수가 높아지며 혈액 내 노폐물이 쌓일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자. 심근경색의 주된 원인은 대부분 ‘혈전’이다. 이는 혈액이 끈적끈적해져 발생하는 경우가 흔하다. 여름과 같이 높은 기온에 노출되면 우리 몸은 체온을 낮추기 위해 땀을 내보내는데, 이 과정에서 체내 수분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혈액이 끈적끈적해지기 쉽다. 즉, 평소에 별 문제가 없다가도 급작스럽게 혈전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추운 날씨로 인해 혈관이 수축함으로써 심근경색이 발생하면 보통 전조증상을 동반한다. 가슴 부위 통증이 지속된다면 보통 불안하기 쉬우므로, 환자 입장에서는 진단을 받으러 오는 경우가 흔하고 이를 통해 심근경색 징후를 조기에 발견해 조치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여름철 수분 손실로 인해 생기는 혈전은 흉통 외에 현기증과 같은 다른 증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가슴에 직접적으로 발생하는 통증이 아니기 때문에 심근경색과 연관짓지 못하는 경우다. ‘좀 쉬면 낫겠지’하고 가볍게 여길 수 있는 증상이 사실상 심근경색전조증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심장학회의 통계치에 따르면 기온이 32도 이상으로 올라갔을 때 심근경색 환자가 약 20%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근경색전조증상, 무엇으로 알 수 있나?
심근경색전조증상 또는 관련한 응급상황을 경험한 이들은 보통 ‘심한 흉통’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 정도로 끄덕이고 넘어가기에는 좀 불안하다. 일단 가슴이라 말하는 부위가 꽤 넓은 편인 데다가, 흉통은 일상에서 꽤나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증상이다.
흉통을 유발할 수 있는 병증은 다양하다. 심장과 폐에 관련된 염증, 해당 부위의 근육 및 신경통을 비롯해, 역류성 식도염과 같이 비교적 흔한 질환도 때때로 흉통을 유발한다. 즉, 모든 종류의 가슴 통증이 심근경색전조증상이라 볼 수도 없다.
다만 포인트는 심근경색이 가져오는 통증은 그야말로 ‘수준’이 다르다는 데 있다. ‘가슴을 쥐어짜는 듯하다’라거나 ‘짓누르는 것 같다’라는 건 그나마 온건한 표현에 속한다. 사람에 따라 느끼는 통증의 정도가 다를 수 있다지만,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거나 ‘불로 지지는 듯하다’, 혹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다’는 극단적인 표현을 하는 데는 어느 정도 통용되는 기준점이 있을 것이다. 호흡곤란이 동반되는 경우 당장 몇 번의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는 것조차 힘들다고 말하기도 한다.
핵심은 위와 같은 격심한 수준의 가슴 통증이 20분~30분 가까이, 혹은 그 이상 지속된다는 것이다. 다른 증상으로 인한 흉통에 비해 압도적으로 시간이 길고, 통증의 강도 역시 높다는 것이 심근경색전조증상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심장의 위치를 정확히 알아두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흔히 심장은 왼쪽 가슴에 있다고 아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확히는 중앙에서 약간 왼쪽으로 치우쳐 있다고 보는 편이 맞다. 흉골을 기준으로 왼쪽으로 약 ⅔ , 오른쪽으로 ⅓ 정도다. 이 부위에 심한 흉통이 발생한다면 심근경색전조증상을 의심해볼 수 있다.
가슴에서 시작된 통증이 다른 부위까지 퍼지는 방사통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 경우 왼쪽 어깨 등 심장 쪽 신경과 연결된 부위에까지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심장의 위치 / 출처 : 서울아산병원
조치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예후
심장의 혈액 공급 중단은 촌각을 다투는 응급상황이다. 막혀버린 관상동맥을 얼마나 빨리 뚫어 주느냐에 따라 예후는 달라진다. 심장근육에 다시 혈액이 공급되기까지의 시간이 짧을수록 본래에 가까운 수준으로 재생될 수 있다. 반대로 제 시간 내에 조치를 받지 못하면 생명을 건지더라도 심장근육이 영구적으로 손상돼 제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단 하나, ‘시간’이다. 보편적인 심근경색의 골든타임은 2시간으로 알려져 있다. 30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할 수 있다면 생명에 지장이 없고 후유증도 거의 없는 편이다. 그 이상의 시간이 초과될 경우,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느냐에 따라 후유증이 달라질 수 있고, 경우에 따라 회복이 불가능할 수 있다.
모든 질환은 예방이 중요하다. 다만 심근경색의 경우 그것조차 쉽지 않다. 서울아산병원의 관련 자료에 따르면 심근경색 환자들의 경우 약 50% 이상이 평소 아무런 증상이 없다가 갑작스레 발생한다. 즉, 평소 습관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있더라도, 꾸준히 검진을 받으며 이상이 없다는 결과를 갖고 있더라도 전적으로 안심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 증상의 발생 자체를 의도적으로 막을 수는 없더라도, 치료 및 회복 가능성이나 후유증 등을 고려하면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건강한 생활습관이 무엇인지는 굳이 상세하게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금연, 금주, 식사, 운동 등이다. 정기적인 건강검진에서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치(130mg/dl) 이상으로 나온다면 반드시 그보다 낮게 될 수 있도록 조절할 필요가 있다.
심장은 우리 몸의 핵심 장기다. 몸의 통제권 대부분을 가지는 장기가 뇌라면, 심장은 생명으로서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장기라 할 수 있다. 인체의 모든 장기는 심장이 쉬지 않고 펌프질을 함으로써 올바르게 기능할 수 있기에, 심장을 비롯한 심혈관계에 관련된 건강 문제는 언제나 중대하게 다뤄질 수밖에 없다.
심장질환, 젊은 층의 증가세가 가파르다
본래 심장질환은 노년 또는 중년과 같이 어느 정도 연령 이상이 되어서야 경계하는 질병이었다. 그러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발표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5년간의 심장질환 진료 통계를 보면, 젊은 층의 심장질환 환자 수가 급격하게 증가했다는 걸 알 수 있다. 5년 전에 비해 심장질환 환자 수는 약 30만 명이 증가했는데, 이 중 10대 미만의 어린이부터 30대까지 비교적 젊은 층에 속하는 연령대가 약 2만 명이다. 여전히 중년 이상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맞지만, 전체 환자 수를 기준으로 한 비율로 따져보면 5년 전에 비해 10대는 약 30%, 20대는 약 40%, 30대는 약 27% 증가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지난 5년에 걸쳐 40대 이상의 심장질환 환자보다 20~30대의 심장질환 환자 수가 가파르게 상승했으며, 연평균 상승률도 꾸준히 증가세를 그려왔다. 이는 더 이상 젊다는 이유로 심장질환으로부터 안전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심장질환, 잘못된 습관이 불러오는 재앙
심장질환은 심장과 그 주변 혈관으로부터 생긴 병증을 포괄한다. 심근경색, 심부전, 심장판막 질환 등이 대표적이다. 심장에 연결된 대동맥이나 관상동맥에 생기는 병증 역시 심장질환으로 분류할 수 있다. 증상이 다양한 만큼 그 원인도 다양하지만, 실질적으로 심각한 병으로 이어지는 데는 잘못된 생활습관이 공통분모로 자리한다. 사소한 습관 하나하나가 당장은 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바로 그 때문에 사람들이 경각심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오랜 기간 쌓인 습관은 어느 순간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으로 다가온다. 그때는 바로잡기 위해 너무 큰 대가를 필요로 하게 마련이다. 건강에 관한 한, 미리 알아두는 만큼 멀리까지 내다볼 수 있는 법이다.
심장질환의 가장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수면부족이 꼽힌다. 수면 중에는 혈압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은 물론 심박수도 낮아진다. 즉, 하루종일 일하던 심장이 잠시나마 여유로운 속도로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이다. 따라서 수면시간이 부족해지면 그만큼 심장은 과로에 노출되는 셈이다. 특히 밤에 깊은 잠을 자지 못하거나 자주 깨는 경우도 수면부족의 한 유형이다. 갱년기에 접어든 중년 여성들을 대상으로 수면 관련 경고가 자주 등장하는 것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다. 또한 심장은 급격한 온도 변화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겨울철에 심장질환의 발생률과 그로 인한 사망률이 높은 것은 추운 날씨에 심장이 수축하며 혈압이 급격하게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차가운 물에 들어가기 전 먼저 몸에 물을 묻힌 뒤 천천히 들어가도록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심장질환, 작은 변화가 쌓이면 막을 수 있다
생로병사는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손짓하며 빨리 오라고 재촉할 필요는 없다.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최대한 피하도록 애써야 함이 당연하지 않을까. 심장은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만큼 본래 높은 내구성을 가진 장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각심 없이 다룬다면 금세 제 기능을 잃기 쉽다. 심장은 잠잘 때마저 계속 뛰어야 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무리하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가벼운 운동을 통해 적당한 수준의 부하를 주는 것, 충분한 수분 섭취를 통해 펌프질한 혈액이 원활하게 순환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잦은 음주 등 심장의 격한 움직임을 유발하는 습관을 최소화하는 것, 깊은 숙면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등은 어렵지 않게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이다. 항산화 효과가 있다는 음식이나 보충제를 꾸준히 챙기는 것도 좋은 습관이다. 활성산소는 세포를 손상시키고 염증을 유발한다. 과일과 채소, 견과류 등을 일일 식단에 포함시키라는 조언은 이들이 항산화물질을 규칙적으로 섭취할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습관이란 본질적으로 사소한 것들의 집합이다. 별 것 아니라고 느껴지는 일상의 행동을 취할 때, 심장에 무리를 주지 않는 방향이 무엇인지 한 번쯤 생각해보는 습관을 들이면 어떨까.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자그마한 좋은 습관들을 오랜 기간 유지할수록 심장은 타고난 높은 내구성으로 보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