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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크헬츠, 심장질환 치료 유전물질 ‘MRTF-A’ 유럽 독점 라이선스 체결

    마크헬츠, 심장질환 치료 유전물질 ‘MRTF-A’ 유럽 독점 라이선스 체결

    가운데가 이승민 마크헬츠 대표이사, 왼쪽에서 두 번째가 크리스티안 쿠팟 교수 / 사진 제공 : 마크헬츠
    가운데가 이승민 마크헬츠 대표이사, 왼쪽에서 두 번째가 크리스티안 쿠팟 교수 / 사진 제공 : 마크헬츠

    바이오 벤처기업 마크헬츠(MarkHerz)가 심장질환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꼽히는 크리스티안 쿠팟(Christian Kupatt-Jeremias) 뮌헨공과대학교(TUM) 교수와 심혈관 및 당뇨 질환 치료 유전물질 ‘MRTF-A’의 유럽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 MRTF-A : Myocardin Related Transcription Factor A (유럽 특허 EP3132041)

     

    마크헬츠는 지난 3월 20일 쿠팟 교수와 MRTF-A 기술 이전·공동 연구 협약을 논의했으며, 4월 3일(목) 계약을 공식 체결했다.

    쿠팟 교수는 심혈관 재생 및 허혈성 질환 치료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심장질환 치료제 개발 전문가이자, 세계적인 경피적 대동맥판막 치환술(TAVI) 의과학자다. 현재 뮌헨공대병원(TUM Klinikum Rechts der Isar)에서 연구와 의료를 지속하고 있다.

    이날 협상에는 독일의 특허 변리사 사무소 ‘Dr. Schön, Neymeyr & Partner Patentanwälte mbB’의 변리사 루돌프 쇤(Rudolph Schön) 박사도 참여했다. 쇤 박사는 뮌헨 루드비히 막시밀리안 대학교(LMU) 의과대학의 임상의 출신으로 바이오 분야 특허를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다.

    마크헬츠는 이번 계약으로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웨덴 등 유럽 10개국에서 MRTF-A의 독점 개발·생산·판매 권한을 확보했으며, 이로써 유전자 치료제 시장에서 글로벌 주도권을 더욱 강화하게 됐다.

     

    MRTF-A, 심장 질환 유전자 치료의 열쇠

    MRTF-A는 심장 손상 회복에 관여하는 전사인자 및 핵심 치료 유전자로, 심근세포의 재생과 혈관 신생, 섬유화 조절 등 다양한 병태생리 기전을 조절한다.

    쿠팟 교수진이 2010년부터 진행해온 전임상 시험에 따르면 MRTF-A 발현 증가는 신생 혈관 형성을 촉진해 손상된 심근 회복 및 기능 정상화를 유도한다.

    마크헬츠는 향후 쿠팟 교수 및 TUM과 공동 임상연구, 글로벌 자금 유치, 기술 상용화 전략 전반에 걸쳐 긴밀하게 협력하고, MRTF-A를 적용한 AAV 유전자 치료제의 개발 및 임상시험을 공동 추진할 계획이다.

     

    ‘MAAV platform’, 세계 최초 심혈관계 표적 AAV 전달체 기반 치료제

    마크헬츠는 현재 개발 단계에 들어간 아데노-연관 바이러스(AAV) 유전자 치료제 ‘MAAV platform (환자 맞춤 표적 AAV 약물전달 플랫폼)’에 MRTF-A 기술을 적용해 AAV 유전자 치료 시장을 주도해 나갈 계획이다.

    유전자 치료에서 AAV를 전달체로 사용하는 방식은 면역반응이 적고 신경계·근육·안구·간·심혈관 등 다양한 조직에 적용할 수 있어 핵심 기술로 간주된다.

    실제로 시장 조사 기업 ​IMARC 그룹에 따르면 AAV 유전자 치료 시장은 2024년 27억달러 규모에서 2035년 1072억달러 규모로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2024년 기준 AAV 치료제 8개(CART 포함 시 15개)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 시판 허가를 받는 등 안전성과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현재 혈관을 직접 표적하는 AAV 치료제는 상용화된 사례가 없으며, 구현하기 가장 어려운 영역으로 꼽힌다.

    ‘MAAV platform’은 마크헬츠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심혈관 표적 AAV 전달체를 기반으로 하며, 협심증·심근경색·당뇨병 등 다양한 심혈관 질환을 세포 재생 수준에서 직접 치료 가능한 혁신 기술이다.

    앞서 ‘MAAV platform’은 전임상 연구에서 단 56일 만에 치료 효과를 입증했으며, 말초 허혈과 대사성 질환 등 적응증 확장 가능성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AAV 유전자 치료제 혁신 선도

    이승민 대표가 이끄는 마크헬츠는 AAV 유전자 치료 분야의 치료 전달체(Transfer vector) 혁신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권역 전반에서 폭넓은 특허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마크헬츠의 이승민 대표는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명문 대학이자 노벨상 수상자를 42명 이상 배출한 LMU 뮌헨 의과대학 박사 출신으로, 쿠팟 교수와는 동문이다.

    심장내과(인간생물학) 전공 과정에서 세계 최초의 심혈관 표적 AAV 유전자 전달체를 개발해 최우수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쿠팟 교수와 협업해 이 기술 기반 연구 성과를 ‘Nature Medicine (2020)’, ‘Advanced Science (2022)’ 등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에 잇달아 발표하고 관련 특허를 다수 출원하며, AAV 플랫폼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인정받고 있다.

    이승민 대표는 “이번 협력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전 세계 심혈관 환자들에게 ‘완치’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일”이라며 “노벨상 반열에 오를 만큼 혁신적인 AAV 유전자 치료 기술을 통해 인류 건강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마크헬츠가 크리스티안 쿠팟 교수와 ‘MRTF-A’ 독점 라이선스를 체결했다.
    마크헬츠가 크리스티안 쿠팟 교수와 ‘MRTF-A’ 독점 라이선스를 체결했다.

     

  • 당뇨병의 근본적 원인 찾는 연구에 도전

    당뇨병의 근본적 원인 찾는 연구에 도전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이준엽 교수가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우수신진연구'에 선정돼 2030년 2월까지 5년간 총 11억 5천만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게 되었다. 

    이번 사업은 젊은 연구자들의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기초연구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국가 과학기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지원사업이다. 창의성과 연구계획의 우수성을 중심으로 평가하며, 신진연구자들이 글로벌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당뇨의 근원 해결 연구

    이준엽 교수는 이번 사업을 통해 2형 당뇨병의 근본적 원인을 찾아 해결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한다. 기존의 당뇨병 치료제는 대부분 혈당을 낮추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 교수는 이러한 패러다임을 넘어 당뇨병의 근본적 원인을 찾아 원천적인 치료 접근법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2형 당뇨는 전체 당뇨 환자의 약 90%를 차지한다. 췌장에서 인슐린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거나, 분비된 인슐린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해 혈당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만성 질환이다. 주로 성인병으로 분류되는 질환이었지만, 성장기 어린이와 청소년의 발병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2형 당뇨병의 핵심 기전은 췌도가 점진적으로 기능을 상실하는 ‘췌도부전’이다. 하지만 점진적 췌도부전을 일으키는 당뇨병의 근본적 원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치료제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아시아인에게서 발생하는 당뇨병은 췌도의 기능 저하가 주요 특징으로 나타난다.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진행성 췌도부전을 방지하거나 췌도부전 회복을 가능케 하는 치료제가 필요하지만 이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현존하는 치료제들은 대부분 혈당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추는 방식으로 증상을 조절하며, 당뇨병의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인 접근은 아직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췌도부전에 영향 미치는 엑소좀 분석

    이준엽 교수는 당뇨병의 근본적 원인을 찾기 위한 이번 연구에서 세포 간 신호전달 물질인 ‘엑소좀(exosome)’에 주목한다는 계획이다. 엑소좀의 다중오믹스(multi-omics)를 분석하고 그 기원 조직을 확인하고, 이를 통해 췌도부전에 관여하는 물질을 규명하며, 그 물질이 생리적으로 어떤 기능을 하는지를 검증할 예정이다.

    엑소좀은 세포에서 분비되는 작은 소포체로, 세포와 세포 사이의 신호를 전달하는 물질이다. 지방조직이나 근육, 간을 비롯한 몸의 여러 장기 및 조직에서 분비되는 '생물학적 메신저'라 할 수 있다. 세포 간 상호작용, 면역 반응 조절, 세포 성장 및 분화 등 중요한 대사 과정이 엑소좀에 의해 전달된다.

    엑소좀은 췌장 베타세포의 기능과 생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어떤 조직에서 유래된 엑소좀이 췌도부전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 수 있다면, 당뇨의 표적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교수가 이번 연구에서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힌 ‘다중오믹스 분석’은 유전체, 전사체, 단백체, 대사체 등 여러 층위에서의 생물학적 과정을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첨단 연구방법이다. 기존의 단일 분석방법으로 파악이 쉽지 않은 복잡한 췌도부전 메커니즘을 여러 각도와 층위에서 접근할 수 있는 분석법이다.

    이 교수는 “당뇨병의 발병 나이가 낮아지고 인구 고령화 추세가 지속됨에 따라 췌도부전 환자 수가 향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단순히 혈당을 낮추는 치료가 아니라 췌도부전의 원인 물질을 차단하거나 조절하는 근본적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이번 연구가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이준엽 교수 / 출처 : 서울성모병원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이준엽 교수 / 출처 : 서울성모병원

     

  • 당뇨 치료, 췌장 세포의 손상 되돌리면 될까

    당뇨 치료, 췌장 세포의 손상 되돌리면 될까

    출처 : Pixabay CC0 퍼블릭 도메인
    출처 : Pixabay CC0 퍼블릭 도메인

    당뇨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미토콘드리아 손상을 지목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당뇨의 원인인 인슐린 문제가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미토콘드리아’의 결함 때문일 수 있다는 내용이다.

     

    당뇨의 원인, 췌장 베타 세포 미성숙

    인슐린은 췌장의 베타(β) 세포에서 만들어진다. 당뇨에 관한 여러 연구에 따르면 당뇨 환자는 췌장 베타 세포가 비정상적인 미토콘드리아를 가지고 있어 에너지를 생성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다만, 미국 미시간 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에 대해 설명한 기존 연구는 없었다.

    미시간 대학 연구팀은 기능 이상이 발생한 미토콘드리아가 베타 세포의 성숙과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정리에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쥐 실험을 통해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이상을 유발하고 그 결과를 살펴보았다. 쥐에게 조작을 가해 세 가지 경우를 만들었다. 세포 DNA를 손상시킨 경우, 결함이 있는 미토콘드리아를 제거하는 경로를 손상시킨 경우, 세포 내 건강한 미토콘드리아 풀을 유지하는 경로를 손상시킨 경우다.

    연구팀에 따르면 세 가지 경우 모두 동일한 스트레스 반응이 나타났다. 이로 인해 베타 세포가 미성숙해지고, 충분한 인슐린 생성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미시간 대학 내과 조교수 에밀리 M. 워커 박사는 “이 결과는 미토콘드리아가 세포 핵으로 신호를 보냄으로써, ‘세포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이야기했다.

     

    근본 원인은 미토콘드리아 결함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 범위를 확대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므로, 여러 유형의 세포에도 존재한다. 연구팀은 베타 세포의 이상으로 당뇨가 발생하면, 당뇨로 인해 영향을 받는 다른 장기나 조직의 세포에도 그 영향이 있을 거라고 보았다. 체중 증가(지방 세포), 간 기능(간 세포), 근육 손실(근육 세포) 등이 대표적이다.

    쥐 모델을 사용해 간 세포와 지방 세포에서 실험한 결과, 이들 세포에도 동일한 스트레스 반응이 발생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미시간 당뇨 연구센터 소장인 스콧 A. 솔레이만푸르 박사는 “모든 세포 유형을 테스트하지는 못했지만, 간과 지방 세포에서 볼 수 있듯 당뇨 영향을 받는 모든 조직에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당뇨 치료, 미토콘드리아 손상 되돌리기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당뇨를 치료하기 위한 접근법으로도 의미가 있다. 미토콘드리아의 손상이 원인이라는 것을 확인했으니, 미토콘드리아 손상을 역전시키면 당뇨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토콘드리아가 손상됐다고 해서 세포 사멸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즉, 손상된 미토콘드리아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되돌릴 기회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세포의 스트레스 반응을 차단하는 ISRIB라는 약물을 사용했다. 앞서 실험에 사용했던 쥐에게 약물을 투여하고 4주가 지나자, 포도당 수치를 조절하는 능력이 회복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솔레이만푸르 박사는 “베타 세포를 잃는 것은 2형 당뇨가 발생하는 가장 직접적인 경로”라며 “이 연구를 통해 2형 당뇨가 왜 발생하는지, 근본적 해결을 위해 어떻게 개입하면 되는지를 설명할 수 있게 됐다”라고 이야기했다. 

    연구팀은 이후로 추가 연구를 계획 중이다.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베타 세포가 손상되는 경로를 더욱 자세하게 분석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실제 당뇨 환자의 세포 샘플을 확보해, 이번 연구 결과가 동일하게 나타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 당뇨, 불과 100여 년 전까지 불치병이었다?

    당뇨, 불과 100여 년 전까지 불치병이었다?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인슐린(insulin)은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단어다. 하지만 인슐린이 발견된 것은 이제 100년을 조금 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1920년이 넘어서야 실험이 시작됐고, 인간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치료 성공 사례는 1922년이었다. 즉, 실제로 ‘인슐린’이라는 이름이 역사에 등장한 것은 이제 겨우 100년을 조금 넘은 셈이다. 이후 1923년 10월, 인슐린을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아, 프레드릭 벤팅과 존 맥클라우드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인슐린이 발견됨으로 인해, 치명적인 불치병으로 여겨졌던 당뇨의 정복이 시작됐다. 아울러, 인슐린은 당뇨 치료를 위한 역할 외에도 지방 대사 조절, 단백질 합성 촉진 등 다양한 역할로 주목받고 있다. 사실상 체내 대사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호르몬으로 꼽힌다.

    이토록 중요한 기능을 하는 인슐린은 과연 어떻게 발견된 것일까? 연세대학교 생물학과 교수이자 미생물학자인 김응빈 교수가 본인의 유튜브 채널 ‘응 생물학’을 통해 인슐린 발견에 대한 스토리를 풀어놓았다. 김응빈 교수의 이야기를 재구성하여 전한다.

     

    췌장의 새로운 역할 발견

    인슐린에 관해 이야기하려면, 가장 먼저 인슐린 분비를 담당하는 췌장의 ‘베타 세포’ 이야기부터 해야한다.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약 150여 년 전인 186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 베를린 대학에서 ‘파울 랑게르한스’라는 이름의 의대생이 ‘췌장’에 관한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는 췌장의 조직 구조를 자세히 관찰하다가, 조직 한쪽에서 소화 효소를 분비하지 않는 세포들이 ‘섬처럼 모여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당시 파울 랑게르한스는 이를 가리켜 ‘췌장 섬’이라 불렀다.

    이전까지 췌장은 주로 소화를 돕는 기관으로 알려져 있었다. 내분비 기능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는 있었지만, 정확한 메커니즘은 밝혀진 바가 없었다. 

    이때 파울 랑게르한스에 의해 소화 효소를 분비하지 않는 세포들의 집합(췌장 섬)이 발견되면서, 췌장이 소화 외에 내분비계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등장했다. 이후 췌장 섬은 발견자의 이름을 따 ‘랑게르한스 섬(Langerhans islets)’이라 이름 붙여졌다.

    출처 : 유튜브 채널 '김응빈의 응 생물학'
    출처 : 유튜브 채널 '김응빈의 응 생물학'

     

    당뇨, 20세기 초반까지 불치병

    지금은 ‘평생 관리가 필요한 만성 질환’ 정도로 여겨지고 있지만, 당뇨는 본래 치명적인 불치병이었다. 세포가 포도당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므로 체내 축적된 지방과 단백질을 분해하게 되고, 이 과정이 반복되며 체중이 비정상적으로 감소하고 야위어갈 수밖에 없었다. 

    또한, 혈당이 높은 상태에서 포도당이 체내 분해를 거듭하며 산화 스트레스를 발생시킨다. 이로 인해 장기와 조직이 손상되거나 퇴행을 겪는다. 같은 원리로 혈관계, 신경계 등의 손상을 겪으며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한다. 

    20세기 초반, 그러니까 1900년대에 들어설 때까지 당뇨는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었다. 선천적으로 혈당 조절이 전혀 불가능하거나 현저하게 떨어지는 제1형 당뇨, 후천적으로 혈당 조절 능력이 약화되는 제2형 당뇨 모두 마찬가지였다. ‘랑게르한스 섬’에서 분비되는 물질이 당뇨와 관련이 있다는 것도 추측일 뿐,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은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당뇨에 걸리면 몸 곳곳에 손상이 발생하며 합병증을 유발하게 되고, 결국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는 것이 당시의 현실이었다.

     

    인슐린의 발견과 임상시험

    1920년의 어느 날, 캐나다의 의사 프레드릭 벤팅은 토론토 대학의 생리학 교수인 존 맥클라우드를 찾아갔다. 벤팅은 맥클라우드의 실험실에서 의대생이었던 찰스 베스트와 함께 한 가지 실험을 진행하게 된다.

    벤팅은 랑게르한스 섬에서 분비되는 물질이 당뇨와 관련이 있을 거라는 아이디어를 확인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개의 췌장관을 며칠 동안 묶음으로써, 췌장의 외분비 기능을 억제하고 내분비 기능을 연구하고자 했다. 

    이를 통해 췌장 내 랑게르한스 섬에서 분비되는 물질을 추출한 다음, 이 물질을 당뇨에 걸린 개에게 주사하는 실험을 반복했다. 그 결과, 개의 혈당이 눈에 띄게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벤팅과 베스트는 이 물질의 이름을 ‘인슐린’이라 지었다. 섬이라는 뜻의 라틴어 ‘insula’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랑게르한스 ‘섬’에서 분비되는 물질이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1922년 또 한 번의 실험이 진행됐고, 그 결과는 임상의학 학술지에 발표됐다. 

    이후 벤팅과 베스트는 생화학자인 제임스 콜립과 공동 연구를 통해 인슐린을 정제하는 데 성공했다. 콜립은 인슐린을 일정한 농도로 정제해, 혈당 조절에 효과적인 형태로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 덕분에 인슐린을 임상시험에서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한편, 그는 인슐린의 생리적 작용 및 그 효과에 대한 연구에 참여해 당뇨 치료의 저변을 넓히는 데도 기여했다.

    출처 : 유튜브 채널 '김응빈의 응 생물학'
    출처 : 유튜브 채널 '김응빈의 응 생물학'

     

    불치병이었던 당뇨, 정복 가능성 열리다

    정제된 인슐린은 같은 해 14세의 당뇨 환자 레오나르도 톰슨에게 주사됐다. 당시 톰슨은 당뇨가 상당히 진행되어, 지방과 근육 조직이 거의 다 분해된 상태였다. 그야말로 ‘피골이 상접한’ 정도로 매우 중증이었다. 아이가 혼수상태에 빠지자 부모는 인슐린 치료에 동의했다. 인슐린 발견 후 치료 목적으로 시행된 최초의 사례였다.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지만, 톰슨의 부모는 그야말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치료에 동의했다.

    인슐린 주사의 효과를 이미 알고 있는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톰슨은 인슐린을 주사받은 뒤 하루가 지나고 혈당이 정상 수치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1922년 1월, 불치병으로 여겨졌던 당뇨의 치료 가능성이 입증되던 순간이다.

     

    “인슐린은 전 세계의 것입니다”

    1923년 1월, 프레드릭 벤팅과 찰스 베스트, 제임스 콜립은 인슐린 제조법에 관해 미국에서 특허를 획득했다. 하지만 세 사람은 이 발견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용되기를 원했고, 이에 토론토 대학에 1달러만 받고 넘기기로 한다.

    이때 벤팅은 “인슐린은 제 것이 아닙니다. 전 세계의 것입니다.(Insulin does not belong to me, it belongs to the world.)”라는 말을 남겨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았다. 현재 캐나다 100달러 지폐의 뒷면에 초기 인슐린 병이 그려져 있다고 한다.

    1923년 10월, 벤팅은 처음 실험실을 제공해주었던 존 맥클라우드를 찾아가 인슐린 발견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고, 이로 인해 두 사람이 함께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그러나 벤팅은 실제 연구를 같이 했던 베스트와 콜립이 함께 수상자로 오르지 못한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함으로써 다시 한 번 ‘대인배’의 면모를 보였다. 결국 벤팅 자신의 상금은 베스트와 나누고, 맥클라우드의 상금은 콜립과 나눔으로써 아름답게 마무리되었다.

  • 파킨슨병,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증상 진행을 늦춘다?

    파킨슨병,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증상 진행을 늦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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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뇨병에 사용되는 치료제가 대표적인 퇴행성 뇌 질환 중 하나인 ‘파킨슨병’의 진행을 늦춰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프랑스 툴루즈 대학병원의 연구진은 현지시간으로 4월 3일 이와 같은 내용을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NEJM)을 통해 발표했다. 

     

    당뇨병과 파킨슨병, 서로 연관성이 있다

    툴루즈 대학병원 연구진이 실시한 임상시험은 당뇨 환자가 파킨슨병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는 선행 연구에 기반해 이루어졌다. 이 연구에 따르면 당뇨 증상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파킨슨병 발병 가능성이 약 40% 더 높게 나타났다. 또한, 당뇨병과 파킨슨병을 함께 앓는 환자는 증상 진행 속도가 더 빠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임상시험은 경증부터 중증까지 다양한 양상을 가진 파킨슨병 환자 156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당뇨 치료 목적으로 사용되는 ‘릭시세나타이드(lixisenatide)’를 사용했으며, 환자 절반은 실제로 릭시세나타이드를 복용하고, 나머지 절반은 가짜 약을 복용해 대조군으로서 결과를 도출했다. 12개월 동안의 복용 결과, 가짜 약을 복용한 환자들은 병이 더 진행됐으며 릭시세나타이드를 복용한 환자들은 파킨슨병 증상이 더 진행되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파킨슨병은 말하기, 먹기, 걷기 등 일상적인 행동에 대해 일정한 기준에 따라 행동평가 수행점수를 측정함으로써 증상의 정도를 파악한다. 점수가 높을수록 증상이 악화됐음을 의미한다. 가짜 약을 투여받은 그룹은 행동평가 수행점수가 3점 가량 증가한 반면, 릭시세나타이드를 투여받은 그룹은 점수에 변화가 없었다. 보다 정확한 결과를 얻기 위해, 임상시험 종료 후 다른 약물 치료를 중단했음에도 약 2개월간 증상이 진행되지 않는 결과가 나타남으로써 투약 효과가 분명히 있음을 보여줬다.

     

    파킨슨병, 당뇨 치료제로 진행 늦출 수 있는 이유

    본래 릭시세나타이드는 피하주사 방식으로 혈당을 낮추기 위해 사용되는 제2형 당뇨병 치료제다. 우리 몸에서 혈당 조절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 호르몬은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 그리고 GIP(Gastric inhibitory polypeptide)를 꼽을 수 있다. 이 둘을 가리켜 인크레틴(increti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GLP-1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글루카곤 분비를 억제함으로써 혈당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릭시세나타이드는 이러한 GLP-1와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약물이다. 

    파킨슨병은 소위 ‘알파 시누클레인 병증’으로 불리는 퇴행성 뇌 질환 중 하나로, 알파 시누클레인 단백질이 신경세포에 축적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래 뇌세포 사이의 신경 전달을 돕는 단백질이 제 기능을 하는 대신 세포에 축적됨으로써 이상을 일으키는 것이다.

    릭시세나타이드를 비롯한 GLP-1 수용체 작용제가 파킨슨병의 진행을 늦췄다는 건, 알파 시누클레인 단백질이 뇌 신경세포에 쌓이는 것을 늦추었다고 연결지어 볼 수 있다. 다만 이는 모든 종류의 GLP-1 수용체 작용제에 기대할 수 있는 공통된 효과는 아니다. 파킨슨병은 어디까지나 뇌의 퇴행 질환이기 때문에, 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기제의 약물들은 GLP-1 수용체 작용제에 속하더라도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확정은 아직 이르다, 신중한 접근 필요

    다만, 이번 임상시험의 결과에 대해 확정짓기는 이르다. 우선 릭시세나타이드를 복용한 환자 그룹 중 메스꺼움이나 구토 등 부작용을 겪은 사례가 있다. 이는 GLP-1 수용체 작용제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부작용에 속한다. 

    또한, 임상시험 기간으로 설정된 12개월보다 더 오랫동안 복용할 경우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파킨슨병의 증상이 다른 환자들에게도 같은 작용을 할 것인지 등에 대한 추가 연구가 남아있다. 즉, 임상시험 참가 그룹에 속한 환자들에 비해 경미하거나 확실하게 심한 파킨슨병 환자에게도 똑같이 진행속도를 늦추는 작용을 할 것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릭시세나타이드가 파킨슨병 진행을 늦추는 작용 원리는 무엇인지, 또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최적의 복용량과 복용기간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추가 연구를 이어나간다는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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