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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MI 신뢰도, “98.4%는 믿을만한 결과”

    BMI 신뢰도, “98.4%는 믿을만한 결과”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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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질량 지수(Body Mass Index, BMI)는 비만 진단 방법으로서의 신뢰성이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다. BMI의 본질은 키와 몸무게를 이용하는 것인데, 몸무게란 다양한 건강 요인이 반영된 최종 지표이기 때문에 비만 여부를 측정하는 기준으로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시 이에 대한 반대 의견이 나왔다. 지난 17일 미국 의사협회 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인 <JAMA>에는 BMI 신뢰도를 재평가하는 연구가 게재됐다. BMI가 여전히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한 것이다.

     

    새로운 비만 진단 기준 제시

    본래 유럽에서는 BMI가 30을 초과할 경우 비만으로 간주해왔다. 이를 두고 BMI 신뢰도에 대해 분야별 전문가들 사이에 논쟁이 이어져왔다. 특히 BMI는 비만의 핵심 지표라 할 수 있는 ‘체지방량과 분포’를 측정할 수 없다는 점이 주된 포인트로 지적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랜싯 임상 비만의 정의 및 진단 위원회(이하 랜싯 위원회)’에서는 개인에 따라 허리나 근육, 또는 체내 장기 주변에 과도한 지방을 저장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BMI는 체지방량 측정에도 한계가 있지만, ‘체지방 분포’에서도 신뢰할 만한 결과를 얻기 힘들다는 것이다.

    랜싯 위원회는 이를 바탕으로 지난 1월 비만 측정 방법에 대한 새로운 가이드를 제시했다. ‘체지방량을 직접 측정하거나, BMI와 더불어 ‘허리 둘레’, ‘허리-엉덩이 비율’, ‘허리-키 비율’ 세 가지 지표 중 한 가지 이상을 함께 활용하라’는 권고를 공식화했다.

    랜싯 위원회는 올해 1월 허리 둘레, 허리-엉덩이 비율, 허리-키 비율 중 한 가지를 함께 측정해 BMI 결과를 보완하라고 권고했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랜싯 위원회는 올해 1월 허리 둘레, 허리-엉덩이 비율, 허리-키 비율 중 한 가지를 함께 측정해 BMI 결과를 보완하라고 권고했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BMI 신뢰도는 어느 정도일까?

    그렇다면 BMI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일까? 그렇게 단정할 수는 없다. 일단 편의성 면에서 BMI는 뚜렷한 장점을 가진다. 랜싯 위원회가 권고한 측정법에도 간편한 방법들이 있지만, 단순히 체중계에 올라가기만 하면 되는 몸무게 측정에 비하면 아무래도 좀 더 번거로운 것이 사실이니까.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 연구팀은 BMI 신뢰도를 재차 평가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먼저 2017년~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NHANES)에 참여한 20세~59세 성인 2,225명의 데이터를 확보했다. 데이터에는 키, 몸무게, 허리둘레 등 건강검진상 표준화된 측정 결과가 포함돼 있었다.

    연구팀은 이들을 대상으로 ‘이중 에너지 X선 흡수 측정법(DEXA)’을 적용해 정확한 체지방률을 측정했다. DEXA는 체지방, 근육량, 골밀도 등 체성분을 측정·분석하고 비만 여부를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데 있어 가장 정확성이 높다고 인정받는 방법이다.

     

    DEXA 측정 결과와 큰 차이 없어

    연구팀은 BMI를 기준으로 진단한 결과와 DEXA 측정값으로 진단한 결과를 비교했다. BMI 기준은 각 인종 및 민족마다 활용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대상자의 인종과 민족에 따라 차등 적용했다. 건강검진 데이터로 산출한 BMI 기준에 따르면 약 39.7%가 비만인 것으로 진단됐다. 

    그런 다음, DEXA로 측정한 결과에서는 약 39.1%가 비만인 것으로 진단됐다. 연구팀은 이것이 그리 큰 차이가 아니라고 보았다. 최종적으로 다시 정리한 결과, BMI 기준으로 비만 진단한 사람들 중 98.4%가 DEXA 측정에서도 비만으로 진단됐다. 연구팀은 연령, 성별, 인종 및 민족을 기준으로 집단을 나눠도 일관된 결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BMI 신뢰도, 여전히 의미 있다

    연구팀은 기존 BMI가 정확성을 지적받은 근본적 원인에 대해 수긍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직 BMI만을 기준으로 비만을 진단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은 인정한 것이다. 특히 운동선수 등 근육량이 표준보다 많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BMI 신뢰도가 낮을 수 있으며, 이런 경우는 개별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다만 핵심은, 이런 사람들은 전체 인구 집단에서 보면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상황에 따라 보다 정밀한 검사를 해봐야 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다. 하지만 BMI가 비만 진단 기준치보다 높게 나왔다고 해서, 그 모든 사람들이 ‘실제로 비만이 맞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DEXA 검사를 해볼 필요는 없다. 즉, ‘BMI는 여전히 어느 정도 믿을 만하다’라는 것이 연구팀이 내린 결론이다.

    체지방 분포를 측정할 수 없다는 BMI의 한계는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지만, '기초 검사'로서는 여전히 높은 신뢰도를 갖고 있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체지방 분포를 측정할 수 없다는 BMI의 한계는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지만, '기초 검사'로서는 여전히 높은 신뢰도를 갖고 있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 PHD와 지중해 식단, 건강과 환경 두 마리 토끼를 잡다

    PHD와 지중해 식단, 건강과 환경 두 마리 토끼를 잡다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지난 주말, 유럽심장학회(European Society of Cardiology, ESC)가 주최하는 심혈관 예방 학술대회(Preventive Cardiology 2025)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렸다. 이 행사에서 발표된 한 세션에서 건강 식단으로 익히 알려진 ‘지중해 식단’과 함께 ‘PHD(Planetary Health Diet)’라는 이름의 식단을 비교했다. 

    PHD를 대략적으로 번역해보면 ‘지구 건강 식단’이라는 의미다. 즉,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낮은 식단’이라 볼 수 있겠다. 건강상 이롭고 환경친화적인 식단이라는 점에서 PHD와 지중해 식단을 비교한 것이다.

     

    PHD와 지중해 식단의 비교

    PHD는 하루 약 2,500kcal의 에너지를 섭취한다. 주로 과일, 채소, 통곡물, 콩류, 견과류, 불포화 지방산으로 에너지 섭취량을 채우는 것이 핵심이다. 유제품과 전분이 많은 채소, 가금류 고기와 생선을 일정량 섭취하고, 포화 지방과 붉은 고기, 당분 첨가물은 가급적 배제한다.

    한편, 지중해 식단은 에너지 섭취량을 특정하기보다 메뉴 구성에 좀 더 집중한다. 제철에 맞는 과일과 채소, 콩류, 통곡물, 견과류를 풍부하게 섭취하고, 지방 공급원은 올리브 오일을 중심으로 한다. 백색육, 그 중에서도 살코기 위주로 섭취하고, 유제품과 생선, 달걀 등을 적정량 섭취한다. 

    식단 구성으로만 보면 PHD와 지중해 식단은 전반적으로 비슷한 형태를 띠고, 구체적인 부분에서 몇 가지 차이점이 있는 정도다. 결정적인 차이는 ‘목적성’에 있다. PHD의 경우 환경 지속 가능성과 인간의 건강을 동시에 고려하는 목적이 분명하다. 반면, 지중해 식단은 어떤 목적이 있다기보다는 전통적으로 지켜온 식문화를 바탕으로 특정 식품군에 중점을 두는 것이 특징이다.

    PHD와 달리, 지중해 식단은 전통적 식습관이 대물림되며 자연스럽게 형성된 식단이라 할 수 있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PHD와 달리, 지중해 식단은 전통적 식습관이 대물림되며 자연스럽게 형성된 식단이라 할 수 있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환경과 건강 목적의 PHD

    발표자에 따르면 PHD는 2019년 랜싯 위원회가 주도하여 개발한 식단이다. 전 지구적 기후 위기를 고려해 식량 생산에 있어서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면서, 건강에 도움이 되는 고품질 식단을 목표로 개발되었다. 하지만 지중해 식단은 이미 더 오랫동안 건강과 환경 측면 모두에서 강점을 인정받아온 식단이다.

    이에 스페인 마드리드 자치대학교 연구팀은 PHD와 지중해 식단, 두 가지를 비교해 객관적 평가를 내리는 연구를 진행했다. 스페인에서 2008년부터 2010년 사이에 진행된 코호트 집단 약 1만1천여 명으로부터 식단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으로 하고, 추적 조사를 실시했다.

    해당 집단에 대한 추적 조사는 PHD가 개발되기 전부터 시작된 것이다. 따라서 먼저 식단 데이터로부터 두 식단 중 어느 쪽에 가까운지, 각 식단의 준수 여부는 어느 정도인지를 판별하기 위해 ‘PHD 지수’와 ‘MEDAS 점수’를 산출했다. 이를 통해 PHD와 지중해 식단의 핵심 이점으로 꼽히는 부분을 비교하고자 했다. 비교 항목은 사망률, 그리고 환경적 영향이다.

    * PHD 지수

     : PHD 식단 준수 여부를 판별하는 지표. 총 15가지 식품군의 섭취 여부와 정도를 기준으로 0~140점으로 산출.

    * MEDAS 점수

     : 지중해 식단 준수 여부를 판별하는 지표. 14개 항목으로 구성해 총 0~14점으로 산출.

     

    PHD와 지중해 식단, 우열 비슷해

    연구에 데이터를 제공한 사람들은 18세~96세였으며, 평균 연령은 47.5세였다. 전체 인원 중 여성의 비중이 52.5%로 좀 더 높았다. 평균 14.4년에 걸친 추적 조사가 이루어졌으며, 이 기간 동안 전체 참여자 중 1,157건의 사망이 발생했다.

    PHD 지수를 기준으로 상위 1/3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하위 1/3에 해당하는 사람들에 비해 사망률이 22% 낮게 나타났다. MEDAS 점수도 마찬가지로, 상위 1/3에 속하는 사람들이 하위 1/3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비해 사망률이 21% 더 낮게 나타났다.

    각 요소별 독립적 분석에서는 PHD의 경우 과일, 유제품, 불포화 지방산을 규칙적으로 섭취하는 사람들의 사망률이 더 낮게 나타났다. 지중해 식단의 경우 견과류와 탄산음료, 페이스트리 소비량이 적은 사람들이 사망률이 더 낮게 나타났다.

    환경 영향 측면에서도 두 식단 모두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PHD의 경우 일일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이 4.15kg, 토지 이용 평균 수준은 일일 섭취량당 5.54㎡였다. 지중해 식단의 경우 일일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은 4.36kg, 토지 이용 평균 수준은 일일 섭취량당 5.43㎡였다. 이는 비건 식단과 일부 채식주의 식단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연구팀을 이끈 소토스 프리에토 박사는 “두 식단을 준수하는 점수가 높을수록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률이 낮았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더 적었다”라며 “건강, 그리고 지구 환경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PHD와 지중해 식단 둘 중 하나를 채택할 것을 권장한다”라고 이야기했다.

    PHD와 지중해 식단 둘 중 어느 쪽이 특별하게 우월하지는 않으며, 둘 모두 건강과 환경 모두에 이롭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PHD와 지중해 식단 둘 중 어느 쪽이 특별하게 우월하지는 않으며, 둘 모두 건강과 환경 모두에 이롭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 ‘생활습관 온라인 코칭’으로 노인 인지기능 향상 확인

    ‘생활습관 온라인 코칭’으로 노인 인지기능 향상 확인

    개인 생활패턴에 따른 맞춤형 온라인 코칭 제공 / 출처 : 뉴사우스웨일즈 대학
    개인 생활패턴에 따른 맞춤형 온라인 코칭 제공 / 출처 : 뉴사우스웨일즈 대학

    인터넷을 활용한 생활방식 개선 코칭(온라인 코칭)으로 노인들의 인지 능력이 유의미하게 향상됐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치매 예방, 온라인 코칭 효과 테스트

    호주 뉴사우스웨일즈 대학 산하의 건강한 뇌 노화센터 연구팀은 ‘Maintain Your Brain(당신의 뇌를 유지하세요)’라는 제목의 실험을 통해 인터넷 기반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로는 55세~77세 범위의 참가자 6천여 명을 모집했다. 다양한 인구집단을 반영하기 위해 도시, 농촌, 외딴 섬 지역 등 여러 환경에서 참가자들을 선별했다.

    모집된 참가자들은 랜싯 위원회에서 보고한 ‘14가지 치매 위험 요인’ 중 2가지 이상을 가지고 있었다. 이 14가지 위험 요인은 모두 ‘개선 가능한 위험 요소’라는 공통점이 있다. 연구팀은 이에 기반해 참가자들이 가지고 있는 위험 요인을 얼마나 개선할 수 있는지를 목표로 삼았다.

    참가자는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개입 그룹에게는 신체 활동, 뇌 훈련, 영양, 정신건강 등에 대한 개인맞춤형 코칭을 제공했으며, 대조군에게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관리 정보를 제공했다. 개입 그룹의 코칭은 3년에 걸쳐 인터넷을 통해 제공됐으며, 매년 말 중간 평가와 함께 후속 조치를 적용했다. 대조군 역시 같은 기간 동안 관리하도록 했다.

     

    치매 예방, ‘개인 맞춤형’이 중요

    연구의 핵심 포인트는 두 가지였다. 개인화된 생활습관 개선으로 인지 기능의 저하를 얼마나 늦출 수 있는지, 그리고 생활습관 개선 코칭을 인터넷으로 제공해도 효과적인지를 살피는 것이었다. 연구팀은 최종 결과에 대해 ‘확실히 그렇다’라고 답했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생활습관 개선을 적용한 결과 인지 능력이 확연하게 개선됐다는 의미다.

    개입 그룹과 대조군 모두 전반적으로 개선된 결과를 보였다. 단, 인지 저하를 예방하기 위한 무작위 대조 시험을 수행한 결과, 온라인 코칭을 받은 개입 그룹은 훨씬 더 뚜렷한 향상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개인화된 예방 노력’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랜싯 위원회가 제시한 14가지 위험 요인 중 한두 가지 이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몇 가지 요인을 가지고 있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2~3가지만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는 더 많은 요인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연구팀은 ‘한 가지 위험 요소만 개선하는 것으로는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라고 이야기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전까지의 연구 결과를 검토했을 때, 대부분 한 가지 요인을 개선하고 그 효과를 검증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개인화된 맞춤형 코칭’이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이번 연구의 주된 목표였다는 설명이다.

     

    인터넷을 통한 구체적 가이드 제시

    한편, 연구팀은 참가자 그룹 내에서도 연령에 따른 차이가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55세~65세에 해당하는 참가자들이 66세~77세에 해당하는 참가자들에 비해 더 두드러지는 효과를 보였다. 이는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가급적 일찍 시작하는 편이 더 유리하다는 근거라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시험은 표본 크기와 함께 방법론 측면에서도 유의미한 메시지를 던진다. 특히 생활습관의 어떤 점을 어떻게 개선하면 될지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를 인터넷으로 간편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포인트다. 

    다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 인터넷 서비스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역량, 제공된 가이드를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는 능력 등에 따른 보완은 필요할 것이다. 연구팀은 또한, 이번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이 대개 ‘스스로 평가한 삶의 질’이 좋은 편에 속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자가 평가 결과가 낮게 나온 사람들은 대개 개선 의욕도 약한 경우가 많다는 한계점도 고려해야 한다.

    연구팀은 향후 인종 및 민족 다양성을 고려한 추가 실험을 고려하고 있다. 또한, 사회경제적 배경을 다양하게 확대해, 교육 및 경제 수준이 높은 그룹부터 낮은 그룹까지 폭넓게 반영해 재차 실험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비만 진단 기준, ‘치료 필요’와 ‘관리 필요’로 나눠야

    비만 진단 기준, ‘치료 필요’와 ‘관리 필요’로 나눠야

    Designed by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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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상의료 현장에서 비만을 진단하기 위한 구체적인 접근 방식이 「랜싯 당뇨병&내분비학(The Lancet Diabetes & Endocrinology)」을 통해 제안됐다. 체질량 지수(BMI) 외에 과도한 체지방을 측정하고, 개인별 객관적인 징후와 증상을 토대로 비만을 진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도다.

     

    비만, ‘다각적 관점’이 필요

    ‘랜싯 임상 비만의 정의 및 진단 위원회(이하 랜싯 위원회)’는 전 세계 75개 이상의 의료 기관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는 글로벌 조직이다. 이들은 비만이 현대 의료 분야에서 가장 논란이 많고 양극화된 의견이 부딪치는 증상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에 따라 비만을 둘러싼 지속적인 논쟁을 해결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이번 진단 방식을 제안했다.

    랜싯 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은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의 프란체스코 루비노 교수는 “비만이 질병인지 아닌지에 대해 ‘그렇다’ 혹은 ‘아니다’라는 식의 이분법적 논리를 전제로 했던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비만인 사람 중에는 장기적으로도 전반적인 건강을 유지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지금 당장 심각한 증상과 질병 징후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라며 다각적인 관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만은 질병? ‘이분법적 사고’ 벗어나야 

    최근 동향에서는 비만을 질병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비만은 질병인가, 아닌가?’라는 질문 자체에만 매몰될 경우, 어떤 답을 하든 문제가 된다. 만약 비만을 질병이 아닌 ‘위험 요소’로만 간주한다면, 비만으로 인해 건강이 악화된 사람들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반면, 비만을 명확하게 질병으로 정의한다면 어떨까. 비만으로 진단되는 순간 불필요한 약물 사용, 수술 권고 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이는 개인의 건강 측면에서는 불필요한 의료로 잠재적 해악이 될 수 있으며, 사회적 측면에서도 비용과 자원을 낭비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루비노 교수는 “만성 질환이 동반된 개인에게는 증상에 기반한 적절한 치료를, 비만은 맞지만 질환은 없는 사람에게는 위험 감소 전략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비만이라는 하나의 현상만 볼 것이 아니라, 비만과 함께 나타날 수 있는 여러 증상들을 반영해 ‘진단 기준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분법적 논리에 갇혀 있다면, 이를 벗어나야 한다 / Designed by Freepik
    이분법적 논리에 갇혀 있다면, 이를 벗어나야 한다 / Designed by Freepik

     

    꾸준히 지적받는 BMI의 한계

    비만에 대한 현재의 진단 기준은 모호한 부분이 있다. 보통 가장 널리 쓰이는 지표가 바로 체질량 지수(BMI)다. 유럽의 경우 BMI가 30을 초과할 경우 비만으로 간주한다. 인종과 민족의 다양성을 고려해 국가마다 기준은 다르게 사용하지만, 기본적으로 BMI를 주요 기준으로 사용한다는 점은 같다.

    이 부분에서 임상 현장의 전문가들과 정책 영역의 전문가들 사이에 대립과 논쟁이 발생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BMI가 간편하고 효과적임을 인정하면서도, 그 한계가 뚜렷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가장 흔히 거론되는 문제가 ‘체지방 분포’다. BMI는 체지방량을 직접 측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랜싯 위원회에 속한 콜로라도 대학 앤슈츠 의과대학의 로버트 에켈 교수는 “일부  사람들은 허리나 간, 심장, 근육 등 장기 주변에 과도한 지방을 저장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이는 팔, 다리 등의 피하지방이 과도한 경우보다 건강상 더 위험하지만, 기준치 이상의 체지방을 가진 모든 사람이 BMI상 비만으로 나오는 것은 아니므로 눈에 띄지 않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신체 둥글기 지수(BRI)’가 사용되기도 한다. 체중 대신 허리둘레를 사용해 복부의 지방 축적 여부를 간접적으로나마 측정하는 방법이다. 간편함은 유지하면서 BMI의 단점은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마찬가지로 전신의 지방 분포를 측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BMI를 넘어서는 방법들

    체지방량과 전신 분포를 측정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이중 에너지 X선 흡수 측정(DEXA)과 같은 정밀 측정이다. DEXA는 임상 현장에서 널리 사용되는 비침습적 검사법으로, 골밀도 측정은 물론 체성분 분석에도 활용할 수 있다.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높은 정확도를 보장한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문제는 DEXA 장비의 설치 및 유지에 매우 큰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모든 의료기관이 정확한 측정을 위한 장비를 도입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이야기다. BMI에 대한 비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임상 현장의 많은 전문가들도 그 한계를 알고 있음에도 여전히 사용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랜싯 위원회는 BMI의 한계를 벗어나 비만을 올바르게 진단하기 위해 몇 가지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안했다. 전신의 체지방량이 과도한 수준인지, 그리고 신체 전반에 걸쳐 어떻게 분포돼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들이다.

    BMI 외에 신체 크기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앞서 이야기한 BRI도 그 한 방법일 수 있다. 이밖에 랜싯 위원회는 ‘허리 둘레’, ‘허리-엉덩이 비율’, ‘허리-키 비율’ 세 가지의 지표를 제시했다. 이들 중 한 가지를 측정해 BMI와 함께 활용하거나, 혹은 BMI를 아예 배제하고 위의 지표 중 두 가지 이상을 교차하여 확인하는 방법이다.

    DEXA 장비는 대개 설치 및 유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보편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 Designed by Freepik
    DEXA 장비는 대개 설치 및 유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보편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 Designed by Freepik

     

    ‘비만’ 개념을 나눠서 바라보기

    사실 이런 구체적인 방법론은 부가적인 문제다. 정말 중요한 것은 일원화된 가이드라인이다. 비만과 관련된 대부분의 논쟁을 거슬러 올라가면, 단순히 ‘비만이냐, 아니냐’로 보는 관점으로부터 출발한다.

    이에 랜싯 위원회는 비만을 진단하기 위한 새로운 모델을 제안했다. 비만을 ‘임상적 비만’과 ‘임상 전 비만’으로 구분하자는 것이다. ‘임상적 비만’은 대사 이상, 장기 기능 저하 등 객관적인 건강상 이상이 나타나는 비만을 말한다. 과도한 체지방으로 인해 보통의 일상적 생활에 지장을 받는 수준으로, 이는 ‘질병’의 범주로 두고 접근해야 한다.

    반면 ‘임상 전 비만’은 지표상 비만으로 분류되지만 장기 기능을 비롯한 건강상 문제가 없는 경우를 말한다. 이들은 질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다만, 비만 자체가 잠재적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되므로, ‘예방 관리’ 차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는 늘 그렇듯 지역과 문화에 따라 조정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하나의 개념으로 바라봤던 비만을 두 가지로 나눠서 접근한다는 시도다. 향후 데이터가 누적됨에 따라 이 분류는 더욱 세분화될 수도 있다.

     

    ‘임상적 비만’을 위한 진단 기준

    랜싯 위원회가 제시한 관점이 전 세계에 일률적으로 적용될 경우, 임상적 비만은 그 자체로 별개의 만성 질환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일반 개인의 입장에서 실감할 수 있는 변화라면, 비만 진단 및 치료에 대해 건강보험이 적용되거나 의료 실비 보장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랜싯 위원회는 질병에 속하는 ‘임상적 비만’을 진단하기 위한 18가지 기준을 함께 제시했다. 예를 들어, 비만으로 인한 호흡곤란 여부, 비만으로 인한 심부전 여부, 과도한 체지방으로 인한 관절의 영향, 그 외 다른 장기에 나타나는 기능적 이상, 대사적 증상 등을 포함한다. 

    한편, 어린이 및 청소년에게 적용되는 13가지 기준도 제시했다. 어린이와 청소년은 의학적으로 성인과 다른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에, 임상적 비만의 진단 또한 적절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관점이다.

    랜싯 위원회는 무엇보다 ‘개인화된 치료’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임상적 비만으로 진단되는 경우, 체중 감량이 아닌 ‘신체 기능 이상’을 개선하거나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두어야 한다. ‘비만 해결책 = 다이어트’라는 단순화된 사고방식을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랜싯 위원회에 속한 시드니 대학 루이스 바우어 교수는 “비만에 대해 세부적, 개인적으로 접근함으로써, 필요한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 방식은 과잉 진단이나 불필요한 치료를 줄이는 데 기여하여, 의료 자원을 절약하고 더 필요한 곳에 투입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비만'이라는 일원화된 관점을 벗어나, '치료가 필요한 비만'과 '관리가 필요한 비만'으로 나눠서 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 Designed by Freepik
    '비만'이라는 일원화된 관점을 벗어나, '치료가 필요한 비만'과 '관리가 필요한 비만'으로 나눠서 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 Designed by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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