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감정 및 스트레스 반응은 뇌 기능의 산물로서, ‘측중격(Lateral Septum)’을 포함한 다양한 뇌 영역과 신경회로에 의해 조절된다. 일반적으로 뇌 기능은 신경세포(뉴런)와 신경세포 간에 이루어지는 신호전달 체계(시냅스)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뇌에는 신경세포 외에도 다양한 신경교세포가 공존한다. 다만, 신경교세포가 감정 및 스트레스 조절에 참여할 수 있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최세영 교수팀은 쥐 모델을 활용한 실험을 통해 뇌 측중격에 있는 성상교세포가 감정 및 스트레스 조절에 참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측중격 성상교세포는 ‘혐오 감정’과 ‘사회적 스트레스’ 상황에서 세포 내 칼슘 이온(Ca2+) 농도의 증가를 보이며 활성화됐다. 이는 측중격 신경세포에서 나타나는 현상과 같다.
연구팀은 측중격 뇌절편을 이용해 전기생리학적 신경 활성을 측정했다. 그 결과 성상교세포가 측중격 뇌 영역별로 다르게 작동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측중격 전반에 걸친 성상교세포의 활성화는 ‘아데노신’의 분비와 ‘A1 수용체’의 도움을 받아 측중격 신경세포의 흥분성 시냅스 전달을 감소시켰다. 즉, 성상교세포가 신경계의 과도한 활성화를 억제하도록 돕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측중격의 중간영역에서는 분비된 아데노신이 A2A 수용체(A2AR) 신호 전달을 통해 억제성 시냅스 전달을 강화했다. 동시에 측중격 성상교세포는 먼 거리에 있는 측중격 신경세포에 대한 억제성 신호를 감소시켜, 신경회로의 활성을 증가시켰다.
이러한 결과는 측중격 성상교세포가 억제성 신경세포로만 구성된 영역에서 ‘억제해제(disinhibition)’를 유도하여, 측중격 신경세포를 조절하고 이들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이 스트레스 경험에 대한 생리적 및 행동적 반응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혐오 감정’과 ‘스트레스 행동’의 뇌 기전을 신경회로 수준까지 이해하는 데 기여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 : 측좌 시상하부 뉴런의 성상세포 억제가 다양한 스트레스 반응을 촉진한다 Astrocytic inhibition of lateral septal neurons promotes diverse stress responses)
억제성 Fc 감마 수용체(FcγRIIB) 결손에 따른 항 PD-1 치료제 효과가 교모세포종 뇌종양 면역반응 향상에 대한 개괄적 연구개요 / 출처 : 카이스트 연구뉴스
‘교모세포종(glioblastoma)’은 뇌 조직의 신경교세포로부터 발생하는 1차적 종양으로, 극복이 어려운 난치성·악성 종양으로 꼽힌다. 치료가 어려우면서도 전체 뇌종양 환자의 15% 정도를 차지할 만큼 흔한 유형이기도 하다.
그동안 교모세포종은 면역항암제를 통한 치료가 잘 듣지 않았던 문제가 있었다. 이에 대해 카이스트 연구팀이 면역항암제의 치료 효능을 높이는 원리를 밝혀내, 교모세포종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암 세포만 공격하는 치료법, 면역항암제
면역항암제는 최근 가장 주목받는 항암치료 요법이라 할 수 있다. 면역 체계의 핵심 구성 요소인 T세포의 활성화를 촉진해, 항암 면역작용을 강화함으로써 암 세포를 제거하도록 하는 원리다. 기존 항암치료법인 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치료의 경우 정상 세포까지 손상시킬 우려가 있지만, 면역항암제는 암 세포를 특정하여 공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더욱 진보된 치료법으로 주목을 받는다.
면역항암제의 구체적인 유형으로는 ‘면역관문억제제’, ‘CAR-T 세포 요법’, ‘면역증강제’ 등이 있다. 면역관문억제제는 T세포의 활성화를 억제하는 단백질과의 상호작용을 차단해, T세포가 암 세포를 더 효과적으로 공격할 수 있게 하는 원리다.
CAR-T 세포 요법은 환자의 T세포를 채취한 다음, 유전자 조작을 통해 암 세포를 더 잘 인식하고 공격하도록 만든 뒤, 이를 다시 환자에게 주입하는 방식이다.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과 같은 혈액암 계통에서 높은 효과를 보이는 면역항암치료법이다.
면역증강제의 경우, 면역 체계의 전반적인 기능을 강화해 암 세포에 대한 면역 반응을 높이는 약물이다. 면역 세포의 활성화, 증식, 기능 강화의 작용을 한다.
이러한 면역항암제들은 기존 항암치료에 비해 더 지속적이면서 강력한 효과를 갖는다. 하지만 모든 종류의 암에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특히 난치성 뇌종양에 해당하는 ‘교모세포종’이 그 대표적인 예다.
공격적이며 까다로운 교모세포종
교모세포종은 뇌에서 1차적으로 발생하는 종양이면서 가장 악성이라 할 수 있는 신경교종이다. 매우 공격적이고 빠르게 성장하며 전이되는 경향이 있어, 재발이 잦고 그로 인해 생존율이 낮은 것으로 악명을 갖고 있다. 기존 항암치료법은 물론, 면역항암제의 치료 효과도 잘 듣지 않는다는 점에서 난치성 종양으로 꼽힌다.
교모세포종은 면역 세포의 기능을 억제하는 물질을 생성해 면역 반응을 피하는 것은 물론, T세포 활성화를 억제하는 단백질을 직접 발현하는 작용을 하기도 한다. 즉, 면역관문억제제의 효과를 상쇄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게다가 뇌에 위치하는 종양은 ‘혈뇌장벽’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약물이 뇌에 도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근본적 문제도 있다. 어렵게 약물이 뇌에 도달하더라도, 교모세포종은 면역 항원(세포 표면의 단백질)이 다양하기 때문에 항암제가 종양 전체를 인식해 공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로 인해 그동안 교모세포종의 치료를 위해 면역항암제의 일종인 ‘면역관문억제제’를 활용해 수차례에 걸친 임상시험을 진행했음에도,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로는 제한적인 효과만 확인한 바 있다.
면역 억제 수용체를 차단하는 접근법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이흥규 교수 연구팀은 한국화학연구원 감염병예방진단기술연구센터와 협력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교모세포종과 같은 난치성 암에서 T세포가 기능을 잃거나 약해진 원인을 분석해, 치료 효능을 높일 수 있는 원리를 밝혀낸 것이다.
연구팀은 교모세포종이 유도된 실험쥐 모델을 활용해 연구를 진행했다. 교모세포종 암 세포는 면역 세포의 활성화를 억제하는 단백질(PD-1)을 발현시켜 약물의 효과를 상쇄시킨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억제성 Fc 감마수용체(FcyRIIB)’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면역관문억제제가 본래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실험쥐의 생존율이 개선되었음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FcyRIIB가 차단됐을 때, 암 세포의 정보를 기억하는 T세포가 크게 증가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늘어난 T세포는 지속적으로 종양 조직 내 침투를 이끌어, 면역관문억제제가 제대로 작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연구는 면역관문억제제를 투여했을 때 제한된 효과를 보일 경우, 새로운 치료 접근법을 제시했다. 특히 교모세포종과 같은 종양의 경우, FcyRIIB 억제를 병행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접근법이 면역관문억제제의 효능을 높이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생명과학과 이흥규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에 대해 “면역관문 치료제를 이용한 뇌종양 치료 임상 실패를 극복할 가능성, 그리고 다른 난치성 종양에 대한 범용적 적용 가능성을 제시한 결과”라며 “추후 세포독성 T세포의 종양 세포치료 활용과 접근 가능성도 확인한 결과”라고 소개했다.
세포의 자가포식(Autophagy) 작용을 활용하는 알츠하이머 치매의 새로운 치료 메커니즘이 나왔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질환극복연구단 류훈 박사 연구팀은 기초과학연구원(IBS) 이창준 단장 연구팀, 보스턴 의과대학 이정희 교수 연구팀과 함께 뇌 속 비신경세포 ‘별세포(Astrocyte)’를 활용하는 알츠하이머 치료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별세포의 자가포식 작용을 통해 퇴행성 뇌질환을 유발하는 아밀로이드 베타(Aβ) 올리고머 단백질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별세포’의 개념과 역할
별세포(아교세포라고도 불림)는 중추신경계에서 발견되는 신경교세포의 한 종류다. 신경교세포는 비신경세포의 하위 그룹 중 하나로, 여러 종류로 세분화된다. 이들은 신경세포(뉴런)에 영양을 공급하고 신경신호(시냅스) 전달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돕는 등 보조적인 역할을 한다. 혈뇌장벽(BBB)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일, 뇌 가소성에 의한 신경세포의 성장과 연결을 촉진하는 것 역시 신경교세포들의 역할이다.
알츠하이머는 퇴행성 치매의 종류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형이다. 아밀로이드 베타 독성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모여 축적되면서, 뇌내 염증 반응 및 신경세포 손상을 유발하는 것이 퇴행성 치매의 발생 원인이다.
지금껏 학계에서는 별세포가 신경세포 주위의 독성 단백질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 것에 주목해왔다. 하지만 그 과정이 정확히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는 규명되지 않았다.
자가포식, 세포들의 자정작용
오토파지, 즉 자가포식은 세포들이 자발적으로(Auto) 잡아먹는(Phagy) 과정을 말한다. 세포 내 손상된 단백질이나 소기관 등의 구성요소를 제거하는 작업으로, 쾌적하고 건강한 환경 유지를 위한 자정작용이다.
자가포식은 영양 공급이 부족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면역 기능이 활성화될 때 등 필요에 따라 자연적으로 발생한다. 가장 일상적인 예로, 다이어트에서 사용되는 간헐적 단식 역시 세포의 자가포식 작용을 의도적으로 유발해 활용하는 사례 중 하나다.
별세포의 자가포식 관련 유전자 조절은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뇌에서 아밀로이드 베타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데 중요한 기전이다 / 출처 :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손상 뉴런 회복하는 별세포의 자가포식
뇌 속 별세포의 자가포식 역시 신경세포들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발생하는 자정작용이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별세포가 자가포식 조절 유전자를 유도해 독성 단백질 축적이나 염증 반응에 대응한다는 점을 관찰했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별세포에서만 발현하는 자가포식 조절 유전자를 수집한 다음, 알츠하이머가 유도된 쥐의 뇌에 주입했다. 그 결과 손상된 신경세포가 회복되는 과정을 확인했다. 별세포의 자가포식 작용이 독성 단백질 덩어리를 줄이며, 뇌 인지기능을 개선할 수 있음을 밝혀낸 것이다.
특히, 뇌에서 기억을 저장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해마’ 부위의 경우, 자가포식 조절 유전자의 발현이 증가함에 따라 조직 내 병리 현상이 줄어든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는 기존까지 신경세포 중심의 알츠하이머 치료에서 벗어나, 비신경세포의 일종인 별세포를 통해 접근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치매 정복 가능성 열리나
알츠하이머를 비롯한 치매 및 퇴행성 뇌질환은 한 번 발병하면 속도를 늦출 수 있을 뿐 완치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통설이다. 하지만 별세포의 자가포식 작용을 통해 축적된 독성 단백질을 제거할 수 있다면, 완전한 치료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섣부른 희망을 말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치매라는 증상은 이밖에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독성 단백질을 제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치매의 완전한 회복이 가능하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이번 연구는 기존과는 다른 메커니즘으로 치료법 연구 및 치료제 개발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연구팀은 별세포의 자가포식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치매 증상을 예방하거나 완화할 수 있는 약물을 탐색하고 이에 대한 연구를 계속 진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장관 조규홍) 치매극복과제의 일환으로 수행됐으며,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분자 신경퇴화(Molecular Neurodegeneration, IF=14.9)’에 게재됐다.
치매 환자 뇌 조직에서 별세포 특이적으로 자가포식 유전자 발현이 증가한다는 점을 확인 / 출처 :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