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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성 통증과 우울증의 관계, 오랜 통증 부위 많을수록 우울

    만성 통증과 우울증의 관계, 오랜 통증 부위 많을수록 우울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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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 4월호에 발표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통증을 겪는 부위가 많을 수록 우울증 위험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연구에서는 C-반응성 단백질과 같은 염증 지표와 우울증 사이의 연관성을 설명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만성 통증과 우울증의 관계

    미국 예일 대학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로부터 약 14년에 걸친 장기 연구 데이터를 확보했다. 40만 명 이상의 개인으로부터 건강과 관련된 광범위한 정보를 수집한 데이터다. 

    이 자료에 포함된 개인들은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통증을 경험하고 있는지, 통증이 있다면 어느 부위인지, 얼마나 오래 통증을 겪었는지 등을 보고했다. 데이터에는 이와 함께 각 개인이 우울증 진단을 받은 적이 있는지, 받았다면 언제였는지도 포함돼 있었다.

    예일 대학 연구팀은 통증 지속 기간이 3개월 이상인지 미만인지에 따라 만성 통증과 급성 통증으로 분류했다. 그 과정에서 만성 통증과 급성 통증을 모두 경험한 참가자들이 많다는 것을 발견해, 그들의 데이터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통증 발생 부위를 가릴 것 없이 모든 부위에서 나타나는 만성 통증과 급성 통증이 모두 우울증과 관련이 있었다. 특히 만성 통증과 우울증은 보다 뚜렷한 연관성을 보였다. 만성 통증을 경험하는 부위가 많은 사람은 우울증 위험도 더 높게 나타났다.

    통증 부위가 많을수록, 통증 기간이 길수록 우울증 위험도 높았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통증 부위가 많을수록, 통증 기간이 길수록 우울증 위험도 높았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염증성 지표로 우울증과의 관계 설명

    다음으로 연구팀은 위 자료를 토대로 참가자들의 혈액 샘플 분석 자료도 확인했다. 특히 C-반응성 단백질, 혈소판, 백혈구 등 염증과 관련된 지표들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염증 표지 중 몇 가지를 토대로 만성 통증과 우울증의 관계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특히 가장 연관성이 뚜렷하게 드러난 것은 C-반응성 단백질이었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신체 건강과 정신 건강’이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이는 자칫 받아들이기에 따라 두 가지가 서로 별개라는 뉘앙스를 드러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건강은 결국 연결돼 있으며 어떤 식으로든 서로 영향을 미친다. 이번 통증과 우울증에 관한 연구 결과는 그 사실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키는 계기라 할 수 있다.

    연구팀은 만성 통증과 우울증의 관계를 토대로 신체적 통증과 정신 건강 문제의 근본적인 연관성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이번 조사 대상은 영국 바이오뱅크에서 수집한 유럽계 사람이 대부분이었으므로, 향후 다른 인종과 민족들에 대해서도 같은 내용의 연구를 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전했다.

    신체 건강과 정신 건강은 별개의 개념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미치는 관계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신체 건강과 정신 건강은 별개의 개념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미치는 관계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 꿀의 효능, 피부에 발라도 치료 효능 있어

    꿀의 효능, 피부에 발라도 치료 효능 있어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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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꿀의 효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보통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거라 생각한다. 실제로 꿀은 건강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진 자연식품으로 여겨진다. 다만, 꿀의 효능은 보통 ‘먹었을 때’를 기준으로 한다. 먹는 것이니 당연한 게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바르는 형태’로도 강력한 효능을 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꿀과 의료용 꿀의 차이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의 연구팀은 최근 생명과학 및 의약 분야 저널인 <어드밴스드 테라퓨틱스(Advanced Therapeutics)>에 꿀의 효능에 대한 연구를 발표했다. 살균, 항염증, 염증 회복 촉진 등에 관한 여러 연구를 검토한 결과다.

    연구팀이 밝힌 연구의 계기는 ‘항생제 내성의 증가’다. 슈퍼 박테리아를 비롯한 항생제 내성 사례가 증가하면서, 기존의 항생제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더 나은 치료 대안을 찾기 위한 연구를 거듭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꿀의 효능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꿀이라고 하면 마트에 진열된 아카시아꿀이 보편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내 자생하는 꽃으로부터 수집하나 토종꿀을 최상품으로 간주한다. 다만, 연구팀에 따르면 의료용으로 사용하는 꿀은 이런 식용 꿀과는 다르다.

    의료용 꿀은 인증받은 유기농 원료에서 채취해야 하고, 어떠한 오염 물질도 포함돼 있지 않아야 하며, 잠재적으로 유해한 미생물을 제거하기 위한 살균 처리를 거쳐야 한다. 물론 일반적인 꿀도 이러한 기준을 충족할 수 있지만, 반드시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꿀은 어디에서 채취했는지에 따라 다른 색을 띤다. 단, 의료용 꿀은 여러 모로 엄격한 기준을 갖춰야 한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꿀은 어디에서 채취했는지에 따라 다른 색을 띤다. 단, 의료용 꿀은 여러 모로 엄격한 기준을 갖춰야 한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꿀의 효능, 피부 상처 회복에도 도움

    몬트리올 대학 연구팀이 검토한 연구에 따르면, 꿀은 상처에 직접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천연 산성도(pH)와 높은 당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박테리아에 적대적인 환경을 만들 수 있다. 또한, 상처의 상태에 따라 다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염증이 심한 상처에서는 항염증제로서 작용할 수 있고, 활동성이 낮아진 만성 상처에서는 치유를 촉진하는 유익한 염증 반응을 촉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현재 임상 연구에서 다양한 유형의 상처 치료에서 꿀의 효능이 입증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당뇨병으로 인해 발생한 발 궤양과 다리 궤양부터, 1도~2도 화상, 욕창, 각종 외상, 수술 부위 상처 등의 치료 및 회복에서 꿀의 효능이 입증된 바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연구팀의 사이먼 마투리 박사는 이러한 연구 결과들이 때때로 모순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연구 방법이 표준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꿀의 효능을 마냥 긍정적인 방향으로 믿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는 꿀에 포함된 ‘메틸글리옥살’이 뛰어난 항균 효과를 가지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와 함께 꿀의 어떤 성분이 어떤 식으로 치료 효과를 나타내는지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연구팀의 향후 목표다. 또한, 항생제 내성에 대응하기 위한 장기적 과제로, 동물을 대상으로 한 꿀의 효능까지 연구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 위 이미지는 실제 의료용 꿀의 사용방법과 무관함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 위 이미지는 실제 의료용 꿀의 사용방법과 무관함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 기관지 염증 증가, “지구 온난화로 더 심해질 것”

    기관지 염증 증가, “지구 온난화로 더 심해질 것”

    Designed by Freepik
    Designed by Freepik

    지구 온난화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지구의 온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으며, 이에 따라 생태계의 변화 및 파괴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한편, 지구 온난화로 인한 대기 건조가 인간의 공중보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제기됐다. 공기가 건조해지면 기관지 염증과 같은 문제를 더욱 자주 겪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지구 온난화와 공기 건조

    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를 주축으로 한 다기관 연구팀은 17일(월) 학술지 「커뮤니케이션즈 지구와 환경(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인간의 기도 및 기관지가 건조한 공기에 노출되면서 탈수 및 염증 위험이 높아진다고 이야기했다. 

    심화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향후 기관지 염증 사례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는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만성 기침과 같은 증상부터, 천식과 같은 만성 호흡기 질환 환자도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는 경고다.

    대기의 온도에 따라 습도가 달라지는 것을 가리켜 ‘상대 습도’라 한다. 기온이 높아질수록 공기가 머금을 수 있는 수분의 함량이 많아지기 때문에, 공기는 주위에서 더 많은 수분을 가져가려 한다. 이에 따라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는 공기 중에 더 많은 수분을 빼앗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연구팀은 보고서를 통해 지구의 대기가 뜨거워지면서도 상대 습도는 대체로 동일하게 유지된다고 지적했다. 공기 온도가 높아졌는데 상대 습도가 유지된다는 것은, 그만큼 공기가 주변으로부터 수분을 빨아들인다는 의미가 된다. 

    이를 ‘증기압 적자(Vapor Pressure Deficit, VPD)’라 하여, 공기가 얼마나 급격하게 수분을 빨아들이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로 쓰인다. VPD가 높을수록 물의 증발 속도가 빨라지며, 그 결과로 인간은 물론 생태계 전반에 걸쳐 탈수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온도가 높아지면 공기는 그만큼 주위에서 수분을 더 빨아들이려 한다 / Designed by Freepik
    온도가 높아지면 공기는 그만큼 주위에서 수분을 더 빨아들이려 한다 / Designed by Freepik

     

    공기 건조와 기관지 염증

    VPD가 높아진다는 것은, 인간이 보유하고 있는 수분을 빼앗길 우려가 높아진다는 의미다. 온도가 높아진 만큼 공기는 더 많은 수분을 머금으려 하고, 인간의 피부에서, 그리고 호흡을 통해 드나드는 호흡기에서도 수분을 빼앗아간다. 

    인간의 건강에 ‘적정 습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여러 차례 강조된 바 있다. 적정 습도 이하의 환경은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상태가 되므로, 신체의 염증 및 면역 반응이 더 많이 일어날 수 있게 된다. 여름철 냉방이나 제습, 또는 겨울철 난방으로 인해 실내 공기가 건조해지는 경우, 그리고 구강호흡을 통해 입속이 건조해지는 경우 세균 증식에 유리한 환경이 돼 체내 염증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겸임교수인 데이비드 에드워즈는 “건조한 공기는 오염된 공기 만큼이나 ‘공기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라며 “호흡기의 수분을 관리하는 것은 청결을 관리하는 것 못지 않게 필수적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공기 중의 오염된 물질이 체내 염증을 일으키는 것과 같이, 건조한 공기도 같은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체내에서 발생하는 증산 작용

    연구팀은 호흡기 점막이 건조한 공기에 노출될 경우 ‘증산 작용’이 일어나는지를 살펴보았다. 증산 작용은 본래 식물의 잎에 있는 기공을 통해 수분이 손실되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말한다. 다만, 증산율이 너무 높을 경우, 식물은 너무 빠르게 수분을 잃게 된다. 이렇게 되면 잎을 구성하는 세포에 손상이 발생할 수 있고, 나아가 식물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

    연구팀은 기관지 상피 세포를 배양한 인간 기도 조직을 확보한 다음, 이를 건조한 공기에 노출시켜 점막의 두께 변화 및 염증 반응 정도를 평가했다. VPD가 높은 건조한 공기에 노출된 세포는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점액층이 얇아졌으며 염증 물질인 사이토카인 농도도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이 사전에 예측한 것과 일치하는 결과다. 

    연구팀은 보다 명확한 검증을 위해 동물 모델을 활용한 실험도 진행했다. 건강한 쥐와 기도 건조증이 있는 쥐를 일주일 동안 간헐적으로 건조한 공기에 노출시켰다. 기도 건조증이 있는 쥐의 경우, 간헐적 노출만으로도 폐에서 면역 세포가 발견됐다. 호흡기에 염증 반응이 나타났다는 증거다. 반면, 습한 공기에만 노출된 쥐들에게서는 기도 건조증 여부와 무관하게 아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다. 건조한 공기가 염증 반응을 촉진한다는 근거다.

    연구팀은 이 모든 결과를 종합해, 지구 온난화와 함께 대기 온도가 높아지고 공기가 건조해짐에 따라 기관지 염증 사례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가 비단 기관지 염증에만 해당하지 않을 거라고 보았다. 특히 눈 건조증 및 관련된 질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건조한 공기가 보편화되면서, 호흡기 건조로 인한 기관지 염증을 더 자주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 Designed by Freepik
    건조한 공기가 보편화되면서, 호흡기 건조로 인한 기관지 염증을 더 자주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 Designed by Freepik

     

  • 만성 염증과 급성 염증, ‘지속 시간’만의 차이 아냐

    만성 염증과 급성 염증, ‘지속 시간’만의 차이 아냐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염증이란 본래 신체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방어 기전이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를 신고하고 해결하는 과정에 비유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염증에 대한 인식은 매우 부정적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염증을 주제로 건강 관련 담론을 펼칠 때 다뤄지는 ‘만성 염증’ 때문이다. 급성 염증과 만성 염증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 차이를 명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

     

    만성 염증과 급성 염증의 차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오염 물질로 가득하다. 언제든지 다치게 할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병원체도 널려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크게 아프지 않고 살아가는 날들이 많다. 면역계가 적극적으로 작동하면서 자잘한 수준의 손상은 티내지 않고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손상을 처리하는 과정을 가리켜 ‘급성 염증’이라 한다. 의학적 정의상 급성 염증은 신체가 외부로부터의 자극, 감염, 손상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과정을 말한다. 면역 체계는 평상시 온몸을 모니터링하면서, 감염이나 손상이 발생한 곳에 염증 물질이 몰리는 것을 포착하게 된다. 

    염증 부위를 발견하면 해당 지점의 혈류를 증가시키고 면역 세포를 동원해 손상된 조직을 회복시킨다. 손상이 발생한 부위의 조직가 정상적으로 회복되면 염증 반응은 종료된다. 이것이 급성 염증 반응의 메커니즘이며, 인간이 체감하는 기준 시간으로는 매우 짧은 사이에 이루어진다.

    반면, 만성 염증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염증 반응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빠르게 회복이 이루어진 다음 끝나야 한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인해 염증 상태가 계속 이어질 수 있다. 사건이 종결 처리되지 않고 계속 지지부진한 상태로 미뤄지는 모습에 비유할 수 있다.

    염증 반응이 끝나지 않는다는 것은, 면역계 입장에서는 계속 신경 쓰고 관리하며 자원을 할당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사례가 많아지면 어떻게 될까? 면역계를 사람으로 의인화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끝나지 않은 일거리를 계속 쌓아둔 채로 다른 일을 처리하는데, 그 일도 끝나지 않고 계속 쌓이는 것이다. 사람이었다면 스트레스로 과민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만성 염증 상태는 면역 세포로 하여금 과도한 업무에 짓눌리게 하는 것과 같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만성 염증 상태는 면역 세포로 하여금 과도한 업무에 짓눌리게 하는 것과 같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만성 염증이 문제가 되는 이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은 완전무결하지도, 철저하게 안전하지도 않다. 즉, 염증이 전혀 발생하지 않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어딘가 병에 걸리지 않고 아프지 않다면 그것은 염증 반응이 빠르게 일어났다가 사라지기 때문이지, 염증 반응이 아예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여러 가지 일이 밀려들더라도 차근차근 처리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만성 염증은 하나의 일을 제대로 매듭짓지도 못한 상태에서 계속 새로운 일이 벌어지는 상황과 같다. 이로 인해 신체의 면역 체계를 약화시킨다. 면역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계속 활성화돼 있도록 만들기 때문에 피로가 누적되고, 그 결과 필요한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염증 상태가 지속된다는 것은 그 자체가 해당 부위의 손상이 계속 이루어진다는 의미와 같다. 면역 세포들이 염증 부위에 계속 작용한다는 것은 해당 부위의 병원체나 손상 세포를 처리하기 위해 활성산소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알다시피 활성산소가 과도하게 만들어지면 정상적인 조직 세포들도 영향을 받게 되므로,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염증 반응이 끝나지 않고 계속 활성화돼 있을 경우, 해당 부위 기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만성 염증이 대사성 질환, 심혈관 질환, 자가면역 질환, 암과 같은 진행성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는 이유다.

    만성 염증은 몸에도 영향을 미친다. 염증이 지속되면서 해당 부위에서 손상이 계속 발생하면, 이로 인한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통증은 스트레스의 요인이 되므로 지속되면 개인의 삶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으며, 대인관계 등 사회적 상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무릎 관절염도 만성 염증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결과 중 하나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무릎 관절염도 만성 염증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결과 중 하나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만성 염증 극복&예방하려면

    현재 사람들의 건강 관련 통계들을 두루 살펴보면, 만성 염증을 예방하기보다 ‘극복’해야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보인다. 물론, 예방이든 극복이든 만성 염증에 대응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법 자체는 다르지 않다.

    기본적으로는 식습관이다. 만성 염증의 주된 원인은 높은 체지방률이다. 염증 물질 분비에 있어 지방 세포가 차지하는 비중 자체는 크지 않지만, 체지방률이 높아지면 거의 항상 염증 물질을 만들어내므로 만성 염증의 주요 원인이 된다. 

    따라서 지방 섭취량을 조절하도록 하고, 신체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지방은 가급적 불포화 지방산 위주로 섭취하도록 한다. 불포화 지방산 중에서도 염증 완화에 도움이 되는 종류는 오메가 3 지방산으로 알려져 있다. 염증 수치는 보통 혈액 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항산화 물질을 제공하는 식품들을 꾸준히 섭취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항산화 물질들이 염증 부위에서 생성되는 활성산소를 좀 더 잘 견딜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또한, 항산화 작용을 하는 성분들 중에는 보통 항염 효과를 함께 제공하는 것들이 많아, 염증을 직접적으로 완화시켜주기도 한다.

    전신의 근육을 자극할 수 있는 다양한 운동도 중요하다. 중강도 이상으로 몸을 움직이게 되면 근육에서 항염증 물질이 분비되며, 이들이 염증 반응을 조절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운동으로 체내 순환과 대사가 활성화되면 면역 세포가 좀 더 원활하게 기능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음식으로 섭취한 항산화 물질들이 더욱 활발하게 작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도 한다.

  • 염증 발생한 곳 추적, 염증 정도 진단까지 가능해질까

    염증 발생한 곳 추적, 염증 정도 진단까지 가능해질까

    각 장기나 조직마다 산화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인지를 판별할 수 있다 / 출처 : PNAS
    각 장기나 조직마다 산화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인지를 판별할 수 있다 / 출처 : PNAS

    염증은 면역 반응 과정에서 나타난다. 즉, 우리 몸에서 무척 흔하게 발생하며, 때때로 만성이 되는 경우도 있다. 보통 혈액검사를 통해 염증 수치를 확인할 수 있지만, ‘어느 부위, 어느 조직에 염증이 있는지’를 찾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항체를 이용해 체내 어느 곳에 염증이 있는지를 알아낼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산화 스트레스로 생성되는 화합물

    미국 클리블랜드에 위치한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 연구팀은 ‘항체를 사용해 염증을 감지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연구팀이 설명한 핵심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염증이 일어나면 면역 세포가 해당 부위로 이동해 활성산소종(ROS)을 내뿜는다. 이때 발생하는 화합물의 종류 및 농도를 감지함으로써 어떤 조직, 어떤 장기에 이상이 생겼는지를 알아볼 수 있다.

    ROS는 세포의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다. 조직과 장기 세포의 노화 및 손상을 일으키는 원인이기에 보통 해로운 것으로 인식되지만, 한편으로 보면 병원균이나 미생물을 사멸시킬 때도 똑같은 작용을 한다. 면역 세포가 염증 부위를 회복할 때 ROS를 사용하는 이유다.

    ROS는 세포막에 존재하는 지질과 반응해 ‘에폭시케토옥타데칸산(EKODE)’이라는 화합물을 형성한다. EKODE는 DNA, RNA에 있는 ‘시스테인’이라는 아미노산과 반응해 안정적으로 결합하게 된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렇게 만들어진 EKODE는 뇌, 심장, 간과 같이 산화 스트레스를 받는 체내 전체 장기에 축적된다. 이때 축적되는 조직이나 장기에 따라 EKODE의 구체적인 형태나 농도가 달라진다. 즉, 혈액검사를 통해 EKODE를 분석하면 각 장기의 산화 스트레스 수준이나 대사 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정 장기의 염증 정도 예측 가능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각 장기와 조직마다 축적되는 EKODE를 식별할 수 있는 항체를 개발했다. 이 항체는 종류에 따라 염증 부위에서 생성된 특정 단백질이나 화합물에 결합한다. 즉, 어떤 종류의 항체가 반응하는지에 따라 염증이 발생한 부위를 식별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EKODE 검사를 통해 특정 장기의 산화 스트레스 정도가 정상적인 수준인지 아닌지도 확인할 수 있다. 산화 스트레스 정도가 높을 경우 염증이 새롭게 발생하거나 만성 염증 상태가 될 위험도 예측할 수 있다. 이는 당뇨병의 진행 정도를 판단하거나 혈당 조절 수준을 모니터링하는 데 쓰이는 A1C 검사와 유사한 원리다.

    연구팀은 다음 단계로, 특정 부위에 발생한 염증의 정도에 따라 어떤 질병을 의심할 수 있는지를 매칭시키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연구팀은 특히 노화로 인한 황반변성이나 당뇨성 망막증으로 인해 생성되는 EKODE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편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새로운 약물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정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약물을 개발하려면 해당 질병 부위에 작용하는 ‘반응성 시스테인’을 식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연구를 통해 발견한 반응성 시스테인들이 향후 개발될 수 있는 새로운 약물의 후보로 활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남성 호르몬이 심장마비 후 심근 손상 증가시켜

    남성 호르몬이 심장마비 후 심근 손상 증가시켜

    출처 :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출처 :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심장마비(심근경색)가 발생했을 때 심장근육 손상은 남성에게서 더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심장마비로 인한 심근 손상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제기됐다. 

     

    심장마비와 심장근육 손상

    심장마비는 심장으로 가는 혈액 공급이 차단되면서 발생한다. 심장에서 뿜어진 혈액은 대동맥을 통해 출발하는데, 이때 혈액 일부가 관상동맥을 통해 다시 심장에 공급된다. 만약 관상동맥이 혈전 등에 의해 막히게 되면 심장근육이 필요로 하는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받을 수 없다. 이로 인해 심장근육이 손상되면서 심장 기능이 마비된다. 

    심장근육이 손상되면 신체는 이를 감지하고 강한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손상된 조직을 치유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이때 백혈구의 일종인 호중구가 손상된 부위로 이동하며, 손상된 조직의 치유를 돕게 된다. 

    하지만 이 호중구로 인해 손상이 더 심각해질 수도 있다. 호중구는 기본적으로 활성산소종(ROS)과 프로테아제를 방출해 세포를 공격하고 염증 물질을 분비한다. 즉, 호중구가 지나치게 활성화될 경우 심장근육은 염증이 심화되며 오히려 추가적인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문제가 빠르게 해결되지 않고 반복될 경우, 심장에 만성 염증 상태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심장 기능이 저하되고 심장 조직이 굳어질 수 있으며, 심부전 등의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테스토스테론으로 인한 부작용

    문제의 핵심은 ‘호중구의 과활성화’다.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쥐를 대상으로 심장마비를 유발하고 그 경과를 관찰했다. 며칠 동안 지켜본 결과, 혈액 내 호중구 수치가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을 발견했다. 같은 심장마비 증상에서도 수컷 쥐가 암컷 쥐보다 호중구 수치가 더 높았다.

    연구팀은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추적했다. 조사 결과 수컷에게 높은 수준으로 존재하는 테스토스테론이 골수에서의 호중구 방출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테스토스테론으로 인해 필요 이상으로 많은 호중구가 분비되고, 이로 인해 염증 반응이 강해지며 심장근육 손상이 더 크게 발생한다는 이야기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 호르몬이지만 여성에게도 존재한다. 또한, 같은 남성이라도 그 수치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더 높기 때문에 남성의 심장근육 손상이 더 크게 나타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보다 정확히는 성별보다는 테스토스테론 수치에 따라 예후가 달라진다고 봐야 할 것이다.

     

    염증 완화에 있어 호르몬 중요성

    예테보리 대학 연구팀은 항염제인 ‘토실리주맙’을 심장마비 직후 환자에게 투여한 임상시험 데이터를 분석했다. 항염제가 호중구 수치를 낮추고 심장 손상을 줄인다는 것을 확인했으며,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큰 효과가 나타나는 것까지 확인했다.

    연구팀은 테스토스테론이 호중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 메커니즘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또한, 심장마비 증상을 치료하는 데 있어 성별 차이를 중요한 요인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던진다. 이 발견이 향후 심장마비 및 이후 증상을 치료하는 것은 물론, 심장마비 치료를 위한 항염증제 개발 연구 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기본 메커니즘은 테스토스테론이 호중구 방출을 촉진하는 것, 그로 인해 염증 반응이 심해지는 것이다. 이는 심장근육 손상 뿐만 아니라 다른 원인으로 발생하는 염증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볼 수 있는 근거다. 따라서 전반적인 염증 완화에 있어 테스토스테론의 역할에 초점을 두는 것도 필요하다.

  • 스트레스는 왜 면역력을 낮추는가?

    스트레스는 왜 면역력을 낮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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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에 관심을 갖기 전에는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저 비유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모든 병은 저마다의 원인이 있으며, 단 하나의 요인이 모든 병의 원인이 된다는 건 현실적으로 말이 되지 않으니까.

    이제는 다르다. 스트레스는 분명 모든 병의 근원이 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원인’이 아니라 ‘근원’이라는 점이다. 스트레스 자체가 모든 병으로 이어지는 직접적 원인은 아니다. 다만, 병의 원인이 나타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는 있다. 바로 ‘면역력’이다. 스트레스가 어떻게 면역력을 낮추는지를 알아보도록 한다.

     

    적응할 것인가, 벗어날 것인가

    우선, 스트레스를 느끼게 되는 일상적 상황을 예로 들어보자. 마감 시한이 정해져 있는 어떤 일에 쫓기고 있을 때, 시간은 점점 다가오는데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는 상황을 들 수 있겠다. 혹은 가족 중 누군가가 다쳐서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당황해서 어떻게 해야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 상황일 수도 있다. 

    스트레스의 씨앗은 외부 위협이나 심리적 압박, 또는 스스로 떠올리는 어떤 생각이나 감정이다. 자극적인 소음이라든가, 요즘 같은 계절이라면 짜증날 정도의 추위나 세찬 바람도 한 예가 된다. 이처럼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유가 있는가 하면, 비교적 드문 이유, 혹은 개인만의 특별한 이유로 인해 스트레스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핵심은 ‘낯선 정보를 받아들이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느꼈을 때’다. 인간의 본능은 이러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익숙하지 않은 상황을 이해하고 적응할 것인가? 아니면 그로부터 벗어나 익숙함을 되찾을 것인가? 흔히 스트레스 상황에 ‘투쟁-도피 반응(fight or flight reaction)’이 활성화된다고 이야기하는 이유다.

    어떤 경우든 스트레스가 유발되면, 뇌의 ‘편도체(amygdala)’가 활성화된다. 위협 인식과 감정 처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역이다. 편도체가 발산하는 신호는 시상하부(hypothalamus)로 전달되며, 코르티코트로핀 방출 호르몬(CRH)을 분비시켜  뇌하수체(pituitary gland)를 자극하게 된다. 뇌하수체는 다시 부신피질 자극 호르몬(ACTH)으로 부신(adrenal glands)을 자극한다.

     

    코르티솔 활성화의 부작용

    어쩌면 낯선 용어들로 인해 읽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됐을지도 모르겠다. 여기까지 오면 비로소 익숙한 이름이 등장한다. 바로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이다. 

    아드레날린은 심장을 자극해 심박수를 높이고, 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상승시킨다. 또한, 간에서 포도당 방출을 늘리고 근육이 에너지를 빠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전체적으로 혈류를 증가시키고 에너지를 동원해 어떤 상황에든 즉각 반응이 가능한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코르티솔은 조금 다르다. 간에서 포도당 방출을 증가시킨다는 점은 아드레날린과 같다. 여기에 지방산과 아미노산 분해를 촉진해,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포도당으로 단기 에너지 공급 체계를, 지방산과 아미노산으로 장기 에너지 공급 체계를 만들어 ‘보급선’을 구축하는 셈이다.

    코르티솔은 한 가지 역할을 더한다. 바로 면역 반응을 억제하고 염증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은 코르티솔의 작용과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

    염증을 줄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작용으로 볼 수 있지만, 이는 단편적으로 볼 때만 그렇다. 본래 염증 반응은 몸 안에 생긴 이상이나 손상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반응이다. 일종의 ‘경보 발령’으로, ‘여기에 이상이 생겼으니 면역 세포들은 이쪽으로 와라’라는 신호인 것이다.

    이 작용이 억제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면역 세포들을 ‘예비군’으로 동원하는 것이다. 스트레스로 인해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 모르니, 다른 곳에 힘을 쏟지 말고 비상 대기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비유로 보면 그럴 듯하지만, 현실에서 보면 일시적으로 면역력이 약해지는 결과가 된다.

     

    장기적 스트레스, 면역 약화로 이어져

    바로 앞에서 이야기했듯, 단편적으로 봤을 때 스트레스는 긍정적인 작용을 하기도 한다. 일시적으로 면역 시스템을 자극하고 염증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신체가 즉각적인 위협이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발현시키는 과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스트레스는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명사다. 왜 그렇게 됐을까? 대부분의 스트레스가 중장기적으로 지속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지속적으로 분비되면, 면역 세포는 계속 비상 소집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내부 순찰 및 외부 침입 방어 등의 본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도록 억제되는 것이다. 쉽게 말해, 감염이 발생해도 이에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면역력이 약화된다는 것은 단순히 외부 감염에 취약해진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체내에서 발생하는 손상이나 이상에 대해서도 적용되는 개념이다. 특히 염증 반응이 억제되는 것은 내부 면역력이 약해졌다는 것을 알려주는 대표적 현상이다.

    염증 반응이 유발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상이 생기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상이 생겨도 정상화 과정이 시작되지 않고 방치된다는 의미다. 이러한 문제가 신체 내에 누적되면 피로감부터 장기 기능 저하가 발생할 수 있으며, 신경계에 누적되면 우울, 불안과 같은 정신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신체·정신의 건강 문제는 다시 스트레스 요인이 돼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게 된다.

     

    스스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

    정리하자면, 스트레스로 인해 면역 체계가 취약해짐으로써 외부 감염은 물론 내부 이상에 대한 대응 능력이 약해진다. 스트레스 상태가 지속될 경우, 자연스럽게 신체는 ‘치안 및 자정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각종 질환 발병의 원인이 활개칠 수 있는 환경이 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된다.

    따라서 건강과 관련된 주제에는 식단이나 운동 못지 않게 ‘스트레스 관리’가 단골처럼 거론된다. 특히 현대사회에서는 정신건강의 중요성이 거듭 강조되곤 한다. 문제가 되는 스트레스란 대부분 정신적인 요인, 특히 ‘감정의 영역’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어떤 상황에서 느껴지는 자신의 감정을 바르게 이해하고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느끼는지, 그것이 얼마나 오랫동안 영향을 미치는지를 제대로 아는 것이야말로 스트레스 관리의 출발점이다. 널리 공유되는 구체적인 스트레스 관리 기법들은 그 다음의 일이다.

  • 수면의 중요성, 낮 동안 쌓인 몸 속 노폐물 청소 시간

    수면의 중요성, 낮 동안 쌓인 몸 속 노폐물 청소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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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잠을 줄이는 것이 ‘근면과 성실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사당오락’이라는 말을 듣는 일이 종종 있었다. ‘4시간 자면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라는 의미로, 수험생들이 잠을 줄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던 시절이었다. 늦게 잠들거나 일찍 일어나는 방식으로 잠자는 시간을 줄이는 것을 본받아야 할 자세로 여기기도 했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더니, 2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인식이 바뀌었다. 과거에 비하면 ‘잠을 줄여야 한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드물어졌다. 수면이 신체와 정신의 회복, 나아가 건강 유지에 필수라는 것을 많은 사람이 알게 된 덕분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잠을 줄이고자 하는 사람들은 있다. 개인의 선택으로 그렇게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누군가는 수면의 중요성을 잘 알면서도 삶의 여건상 어쩔 수 없이 잠을 줄여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잘 모르는 사람들을 하나라도 더 줄이기 위해, 수면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본다.

     

    수면의 중요성, ‘폐기물 처리’

    우리 몸에서 자기자신도 모르게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일들을 가리켜 ‘신진대사’라 부른다. 몸을 움직이고, 뇌가 정보를 받아들이고 처리하는 의식적인 활동은 물론이고,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호흡, 소화, 에너지 공급, 물질 교환, 배출 등의 작용이 모두 포함된다.

    신진대사의 ‘대사(代謝, metabolism)’라는 말에는 ‘변환’과 ‘교환’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어떤 물질이나 성분을 합치거나 분해하거나 서로 교환함으로써 성질을 바꾸고, 그 결과로 몸이라는 기관이자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다.

    인간이 하는 모든 활동에는 ‘폐기물’이 나온다. 인간의 몸에서도 마찬가지다. 산업 현장이나 사무실에서 ‘버려야 할 것’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듯, 인간의 몸에서도 이런저런 활동을 하면서 무수한 노폐물과 독소가 발생한다. 어떤 것들은 땀이나 배변 등을 통해 일정 간격으로 배출되지만, 또 어떤 것들은 그런 식으로 배출되지 않고 체내에 쌓이기도 한다.

    배출되지 않은 노폐물과 독소 등은 깨어있는 동안에는 제대로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 폐기물이 계속 생기는 것도 문제지만, 그것들을 치우고 비워내는 데도 에너지를 할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까지는 노폐물이 쌓여도 버틸 수 있지만, 상한선을 초과하면 여러 문제가 생긴다. 수면의 중요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

    잠자는 시간은 '뇌를 청소하는 시간'과 같다 / Designed by Freepik
    잠자는 시간은 '뇌를 청소하는 시간'과 같다 / Designed by Freepik

     

    수면 시간 = ‘집중 청소 시간’

    깨어있는 동안 우리는 음식을 먹고 몸을 움직이며 에너지를 소모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것이 바로 이산화탄소와 질소 노폐물이다. 이산화탄소는 호흡을 통해 배출되며, 이는 잠을 자는 동안에도 계속되는 작업이므로 우선 배제하기로 한다. 질소 노폐물의 경우, 단백질을 대사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며, 간에서 처리된 후 신장을 통해 한 번 더 여과된 다음 배출된다.

    이밖에 체내 곳곳의 세포들이 대사 과정에서 다양한 화학 성분들을 만들어낸다. 이들 중 어떤 것들은 양이 적을 때 별 문제가 되지 않다가, 많은 양이 쌓이면 해로운 영향을 끼치는 것들이 있다. 고강도 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젖산이나 알츠하이머의 원인이 되는 아밀로이드 베타가 대표적이다.

    한편, 뇌가 작동하는 데는 다양한 신경전달물질이 사용된다. 이들 중 일부는 분해 과정에서 독소를 만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아데노신’의 경우, 세포의 에너지원인 ‘아데노신 삼인산(ATP)’의 최종 산물로 생겨난다. 이는 뇌의 신경 세포(뉴런)들에 작용해 활동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지만, 농도가 높아지면 피로를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노폐물과 독성 유발 물질들은 수면을 취하는 과정에서 처리된다. 특히 뇌는 무수히 많은 작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므로 그만큼 다양한 노폐물이 많이 쌓인다. 하지만 뇌가 제 기능을 수행하는 동안에는 청소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사람이 북적거리며 돌아다니는 시간대에 건물 청소를 제대로 하기 어려운 것과 비슷한 이치다.

    잠을 자는 동안에는 뇌의 신경 세포들이 바쁘게 일할 필요가 없어지므로 수축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뇌 척수액이 더 여유로워진 공간을 돌아다니며 노폐물을 원활하게 청소할 수 있다. 수거된 노폐물은 혈액을 통해 배출된다. 아밀로이드 베타와 같은 단백질 역시 이 과정을 통해 제거된다.

    이와 비슷한 작용이 몸 곳곳에서 이루어진다. 혈액을 걸러내는 신장, 그리고 해독 작용을 하는 간이 대표적이다. 면역 시스템의 일부인 림프계 역시 비슷한 역할을 수행한다. 제약이 걸렸던 낮 시간대의 활동과 달리, 수면 중에는 활발하게 움직이며 노폐물을 집중적으로 청소하는 것이다.

     

    수면 시간, 수면의 질 모두 중요

    수면 부족은 크게 두 가지 양상으로 나타난다. 하나는 ‘수면 시간 자체의 부족’이다. 깨어있는 시간에는 어떤 활동을 하든 뇌가 지속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연히 잠들어 있을 때에 비해 에너지 소모량이 크며, 그만큼 많은 노폐물이 만들어진다. 

    또한, 깨어있는 동안에는 뇌 척수액이 돌아다닐 공간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청소 작용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노폐물 제거보다 축적이 빠르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뇌 기능이 저하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 아데노신과 같은 물질의 농도가 높아지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계속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한편, 축적된 노폐물은 몸 곳곳에 염증 반응을 일으키기 쉽다. 염증 발생 부위를 처리하기 위해 면역 시스템이 지속적으로 작동하게 되므로, 전반적인 면역력이 약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잠 부족이 병원균이나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의 대응 능력까지 약화시키는 것이다.

    수면 부족의 다른 한 형태는 ‘수면의 질 저하’다. 시간 측면에서는 충분히 잠을 자더라도, 수면의 질이 좋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깊게 잠드는 시간이 부족하거나, 렘(REM) 수면이 부족한 경우는 흔히 있는 일이다.

    깊은 수면의 중요성은 또 있다. 깊은 수면 단계에서는 성장 호르몬(GH)이 분비돼 세포의 재생과 회복을 촉진한다. 즉, 깊게 잠든 시간이 부족할 경우 세포의 재생 및 회복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한편, 렘 수면이 부족한 경우는 뇌 척수액의 순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현상을 초래한다. 

    수면 부족이 만성이 되면 일상 생활의 지장부터 시작해 다양한 건강 문제를 초래한다 / Designed by Freepik
    수면 부족이 만성이 되면 일상 생활의 지장부터 시작해 다양한 건강 문제를 초래한다 / Designed by Freepik

     

    많이 자도 피곤하다면? 단계별 점검 필요

    수면 시간의 부족은 어느 정도 의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수면의 질은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면 해결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잠자리의 환경이 깊게 잠드는 데 부족함이 없는지 점검해보는 것이다. 

    침실에서는 색온도가 높은 백색등이나 주광색 전등 대신 전구색 전등을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따뜻한 느낌의 전구색 불빛은 멜라토닌 분비를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잠들기로 정한 시간 10분 전에는 전등을 끄고 잠을 청하는 편이 좋다. 개인적 이유로 너무 어두운 것이 꺼려진다면 밝기를 조절할 수 있는 조명을 사용해 불빛을 약하게 조절할 수 있도록 한다.

    깊은 수면을 위해서는 소음 차단과 빛 차단도 중요하다. 만약 방 위치나 주거 구조, 주변 환경 등의 문제로 소음을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 가장 간단하게 귀마개를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날씨가 추워지는 계절이니 귀를 통째로 덮는 형태의 제품을 사용해도 무방할 것이다. 외부 빛 차단은 블라인드나 암막 커튼을 사용하면 된다.

    수면 환경 개선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다른 문제들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잠들고 일어나는 시간이 불규칙하지는 않은지, 잠자리에 누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저녁 시간에 카페인 음료나 알코올을 섭취하는 습관이 있지는 않은지 등을 점검해본다. 

    스트레스도 중요하다. 어떤 사건으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은 날에는 일시적으로 잠을 이루기 어려울 수도 있다. 또한, 지속적인 스트레스로 만성 불안 등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면 보다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다. 수면 무호흡증 등의 문제라면 수면 클리닉을 방문해보는 것도 좋다.

    깊은 수면을 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는 차일피일 미루다 눈덩이처럼 커지기 쉽다. 만약 침대에서 충분히 시간을 보내고 있음에도 늘 피곤함을 느끼고 있다면, 위 내용에 따라 단계적으로 꼼꼼한 점검을 해보길 바란다. 수면의 중요성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다.

    잠자리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수면의 질을 낮추는 주요 요인이다 / Designed by Freepik
    잠자리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수면의 질을 낮추는 주요 요인이다 / Designed by Freepik

     

  • 유령의 집 체험, 염증 반응 완화시킬 수 있어

    유령의 집 체험, 염증 반응 완화시킬 수 있어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오락적 공포’를 경험하는 것이 가벼운 수준의 염증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덴마크 오르후스 연구팀은 ‘유령의 집’과 같은 놀이기구를 즐김으로써, 일시적인 급성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키고 이를 통해 면역 체계에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짧은 스트레스 반응은 긍정적 효과

    스트레스 반응은 우리 몸의 아드레날린 시스템을 활성화시킨다. 이때 우리 몸은 ‘투쟁-도피 반응(fight or flight)’을 유발하게 되는데, 이는 인체가 가진 본능적 생존 메커니즘 중 하나다. 본래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 이야기할 정도로 해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활성화되는 수준의 스트레스 반응은 면역 체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스트레스를 느끼는 상황이 발생하면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서 심박수가 증가하고 혈압이 상승한다. 이때 몸은 에너지를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게 된다. 예민한 상태가 되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이 가능해진다.

    짧은 시간 동안의 스트레스는 면역 세포의 활동을 증가시킨다. 이 상태에서는 감염원이 침투하는 등의 문제가 생겨도 높은 저항력을 갖는다. 이밖에도 에너지 공급 속도가 빨라지고, 이로 인해 집중력과 반응 속도가 향상된다. 일시적으로 통증 감각이 둔화되는 것 또한 긍정적인 효과라 할 수 있다.

     

    ‘유령의 집’ 체험, 혈액 구성 변화 측정

    오르후스 대학 연구팀은 ‘두려움’을 느낄 때도 이와 같은 급성 스트레스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들은 ‘유흥적 공포가 염증에 미치는 영향 규명’이라는 제목으로 연구를 기획하고 수행했다. 연구팀은 평균 연령은 29.7세의 성인 113명을 모집했다. 남성이 44명, 여성이 69명이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혈액 샘플을 먼저 채취한 다음, 덴마크 바일레(Vejle)에 있는 유령의 집 명소를 방문하게 했다. 유령의 집을 체험하는 동안 심박수 모니터링을 진행했으며, 평균적으로 51분 동안 체험이 진행됐다. 

    체험이 종료된 후에는 마찬가지로 혈액 샘플을 채취하고, ‘리커트 척도(Likert Scale)’를 활용해 1점부터 9점 범위 내에서 자신이 어느 정도의 공포를 느꼈는지를 자가 기록하도록 했다. 리커트 척도는 특정 질문이나 진술에 대해 자신의 의견이나 느낌을 표현할 수 있도록 설계된 심리 측정 도구다.

    마지막으로 참가했던 사람들은 체험이 종료된 후 3일 뒤에 다시 혈액 샘플을 채취했다. 참가자 개인별로 유령의 집 체험 전, 체험 직후, 3일 후까지 각 3개씩의 혈액 샘플이 확보됐다.

     

    공포 체험 후 미세 염증 지표 감소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혈액 샘플을 가지고 ‘고감도 C-반응성 단백질(hs-CRP)’ 수치와 면역 세포의 수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측정했다. CRP는 간에서 생성되는 단백질로, 염증이 발생했을 때 활발하게 만들어지기 때문에 염증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그 중에서도 hs-CRP는 더욱 미세한 염증 상태를 감지할 수 있는 지표다. 일반적으로 hs-CRP 수치가 1mg/L 이하일 경우는 정상, 1~3mg/L 범위에 있을 경우 경미한 염증, 3~10mg/L 범위에 있을 경우 중간 정도의 염증, 그 이상일 경우 심각한 염증으로 본다. 

    113명 중 22명의 참가자는 유령의 집 체험 전 중간 정도의 염증 수준을 보였다. 이들 중 82%에 해당하는 18명은 체험 3일 후에 hs-CRP 수치가 감소하여 평균 5.7mg/L에서 3.7mg/L로 떨어졌다. 체험 전과 3일 후의 수치를 비교했을 때, 총 백혈구와 림프구는 감소했지만 평균적으로 정상 범위 안에 있었다.

    염증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가 감소했다는 것은, 일부 사람에게는 유령의 집 체험을 통한 오락적 공포가 면역 반응에 영향을 끼쳤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급성 스트레스가 면역 체계를 활성화시켜 감염에 대비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전 동물 실험으로도 같은 결과가 도출된 바 있다.

     

    ‘보편적 효과’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다만,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염증 지표의 뚜렷한 감소를 보인 것은 연구 참가자 113명 중 22명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나머지 91명 중 84명은 체험 전에도 정상수치였고, 이후에도 hs-CRP 수치에 변화가 없었다. 또한, 참가자 중 7명은 체험 전 정상수치였다가 3일 후 오히려 경미한 염증 수준을 보였다. 

    어떤 이들에게는 유령의 집 체험이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는 의미이며, 또 어떤 사람에게는 오히려 염증이 소폭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다만, 체험 후 염증 수치가 증가한 사람들이 유령의 집 체험으로 인해 그런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즉, 핵심은 유령의 집과 같은 유희적 공포 체험이 ‘일부 사람들에게는’ 염증이 줄어들 정도의 적당한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효과가 아니기 때문에, 본래 공포 테마를 꺼리는 사람이라면 권장하지 않는다.

    한편, 이는 유령의 집 외에도 공포 테마의 소설이나 영화, 방송, 게임 등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 연구에서는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경미한 수준의 공포 반응을 일으킨다는 점에서는 동일하기 때문이다.

  • 스트레스는 어떻게 만병의 근원이 되는가?

    스트레스는 어떻게 만병의 근원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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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어떤 의료 전문가도 스트레스 관리의 중요성을 부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때는 스트레스를 단순히 예민해지고 짜증이 나게 만드는 요소로만 받아들이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어떤 식으로 우리 몸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한 뒤로는, 의사들이 공식처럼 반복하던 ‘스트레스 받지 말라’는 이야기가 왜 중요한지를 깨닫게 됐다.

    ‘스트레스 받지 말라’는 조언에 대해 ‘받고 싶지 않다고 안 받을 수 있으면 그게 어디 스트레스인가?’라는 답이 따라온다. 혹시 여전히 스트레스를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가? 엄연히 말하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관리하는 스트레스’와 ‘방치하는 스트레스’는 분명 다르다. 

    스트레스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아마 어쩔 수 없이 내 삶을 침범하던 스트레스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스트레스의 본질 = 경고

    스트레스란 본질적으로 외부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신체가 준비하는 과정이다. 스트레스 반응은 주로 신경계, 내분비계, 면역계에 영향을 미친다.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생기면, 우리 몸은 ‘급성 스트레스 단계’에 접어든다. 이른바 ‘경고’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스를 느끼는 상황은 정신적 문제인 경우가 많지만, 본래 스트레스는 생존에 위협이 되는 요소나 장애물에 대응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스트레스 반응을 가리켜 ‘투쟁-도피 반응’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즉, 이는 바뀐 환경을 인지한 다음 ‘싸우거나 도망가(fight or flight)’라고 알리는 것과 같다. 

    일종의 ‘생존 본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단순히 부정적인 경험이 아니라 위험을 알려주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다만, 그 반응이 과도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지속될 경우 오히려 몸에 해로운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무엇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그 상태가 지속되는지에 따라 면역 시스템의 반응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만병의 근원이 되는 이유

    스트레스 반응이 활성화되면 면역 시스템은 현재 몸에서 가장 취약할 수 있는 곳에 주목한다. 다친 곳이나 질환을 앓고 있는 부위가 대표적이며, 그런 곳이 없다면 피부가 꼽힌다. 피부는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가장 큰 부위이기 때문이다. 면역과 관련된 위협이 발생하면 즉시 대응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다.

    스트레스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될 경우, 면역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 야전에 배치된 병력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즉각 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야전 배치가 너무 오랫동안 이어지게 되면, 피로감으로 인해 전투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게 된다. 면역력이 약화되는 것이다.

    또한, 이 상태에서는 면역 시스템이 예민하게 활성화 돼 있는 상태이므로 염증 반응이 더 쉽게 일어난다.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인해 염증성 사이토카인 분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평상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상황에도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즉, 만성 스트레스 상황은 만성 염증 상태와 직결된다. 

    스트레스 요인이 제거되지 않으면, 신체는 항상 스트레스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는 신경계와 내분비계가 계속 활성화되어, 코르티솔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계속 분비되는 상황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언제든 염증이 발생할 수 있는 상태가 되며, 다시 그 염증에 대항해 면역이 발생하는 자체적 악순환이 생긴다. 

    이것이 바로 과도한 스트레스가 건강에 해가 되는 메커니즘이다. 흔히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말하곤 한다. 스트레스 반응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 과정을 따라가 보면, 그것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스트레스, 온몸을 공격하다

    이러한 과정에서 스트레스는 다양한 증상을 유발하며 신체의 항상성을 흔든다. 심박수와 호흡이 증가하고, 혈압이 상승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스트레스 정도가 심해짐에 따라 염증이 발생하면 머리, 가슴을 비롯한 신체 곳곳에 통증을 느끼게 된다. 짜증, 집중력 저하, 피로, 우울, 불안 등 정신건강 측면의 문제도 발생한다.

    더 나아가 몸 곳곳의 조직과 장기들의 기능 수행에도 영향이 간다. 이로 인해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식욕을 잃거나 반대로 포만감을 느끼지 못해 과식을 하게 되기도 한다. 영양소 흡수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전반적인 건강 문제가 뒤따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무엇보다도, 면역 시스템과 관련해 심각한 문제들이 생긴다. 면역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므로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이 커진다. 상처가 생겼을 때 이를 자체적으로 회복하는 기능도 약해진다. 면역과 염증이 반복되면서 만성 염증 질환이 생길 수 있으며, 그로 인해 자가면역질환이 발생할 수도 있다.

     

    스트레스 완화를 위한 기법

    보통 스트레스 완화 기법이라 하면 심호흡이나 명상 등이 꼽힌다. 하지만 조금 다른 방법을 제시해볼까 한다. ‘진행성 근육 이완(PMR)’은 심호흡과 명상 못지 않게 자주 거론되는 스트레스 관리 기법이다. 신체 각 근육 그룹을 의식적으로 긴장시켰다가 이완시키는 기법이다. 일상생활 도중에 시행하기는 어렵지만, 편안한 공간에 있을 때 시도해보기 적합하다.

    발끝부터 시작해 머리까지 각각의 근육에 집중하면서 힘을 빼도록 한다. 근육 그룹을 나누는 것은 임의대로 해도 무방하며, 한 번에 한 그룹씩 집중해서 약 5초 동안 긴장시켰다가 자연스럽게 이완시키는 과정을 거듭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심호흡을 유도하며, 신체 각 부위에 집중하도록 하면서 명상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또 한 가지 방법은 ‘저널링(Journaling)’이다. 이는 자신의 현재 감정과 생각을 기록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스트레스를 다스리고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생각정리 효과를 줄 수 있다. ‘기록’이라고 해서 지레 겁을 먹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일기처럼 편안하게 쓰는 방법, 그것도 어렵게 느껴진다면 빈 종이에 낙서처럼 적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종이에 적어도 상관 없고, 디지털 기기에 적는 것도 무방하다.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 등을 표현해보고, 그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차분하게 마음이 가라앉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쌓인 감정을 어딘가에 표현함으로써 심리적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 또한 좋은 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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