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학교병원(병원장 오주형)은 5월 21일(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발표한 ‘의료급여 정신과 적정성 평가’ 및 ‘정신건강 입원영역 적정성 평가’ 에서 모두 1등급을 획득했다.
2009년부터 시행 중인 ‘의료급여 정신과 적정성 평가’는 정액수가에 따른 의료서비스 과소 제공을 방지하고, 의료 서비스 질 적정성 확보를 목표로 한다. 이번 평가는 2023년 8월부터 2024년 1월까지, 총 6개월 간 의료급여 정신과 입원진료비를 청구한 의원급 이상 380곳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평가 대상 380곳 중 상급종합병원은 총 34곳이다. 그 중 1등급을 획득한 상급종합병원은 경희대학교병원을 포함해 단 12곳에 불과해 이번 성과에 큰 의미가 있다.
또한, 경희대학교병원은 건강보험 환자 대상 정신건강 서비스의 표준화와 의료 질을 평가하는 ‘정신건강 입원영역 적정성 평가’에서도 1등급을 획득하며 3년 연속 영예를 안게 됐다. 해당 평가는 2023년 8월부터 2024년 1월까지, 총 6개월 간 의원급 이상 총 415곳의 정신 및 행동장애로 입원 진료 내역이 있는 건강보험 환자 입원진료분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오주형 병원장은 “정신건강 분야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인정받기까지 힘써온 모든 교직원의 헌신과 노력에 감사의 말을 전한다”며 “앞으로도 철저한 치료계획 수립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원활한 지역사회 적응 및 효율적인 후속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더욱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과거 우스갯소리로 “음악은 나라에서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라는 말이 나돈 적이 있었다. 워낙 유명세를 타는 바람에 다른 곳에서도 패러디하는 일도 꽤 있었다. 비유적인 표현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다들 웃고 넘겼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음악이 마약과 유사한 작용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면 어떨까?
음악 들으면 오피오이드 분비
이는 핀란드 투르쿠 대학의 산하기관 중 하나인 PET 센터에서 이달 초 발표한 연구의 내용이다. <유럽 핵의학 및 분자 영상 저널(European Journal of Nuclear Medicine and Molecular Imaging)>에 게재된 이 연구에서는,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것이 뇌 속 ‘오피오이드 수용체’를 활성화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피오이드 수용체(Opioid receptor)는 모르핀, 헤로인, 펜타닐과 같은 마약성 물질과 결합해 쾌감 및 진통 효과를 일으키는 수용체다. 즉, 음악을 듣는 행위로 인해 오피오이드 수용체가 활성화된다는 것은 음악이 마약성 물질과 유사한 작용을 한다는 의미가 된다. 이는 음악과 통증 완화 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로도 볼 수 있다.
투르쿠 PET 센터 연구팀은 참가자들이 각자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동안 양전자단층촬영(PET)으로 뇌에서 오피오이드의 분비를 측정했다. 또한, 기능적 자기공명 영상(fMRI) 촬영으로 오피오이드 수용체 밀도가 뇌 활성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모니터링했다.
좋아하는 음악이 오피오이드 분비에 영향을 미치는 뇌 영역 / 출처 : 투르쿠 PET 센터
‘기분 좋은 전율’의 이유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행위는 ‘쾌락’을 느끼게 한다. 이와 동시에 쾌락과 관련된 여러 뇌 영역에서 오피오이드 분비에 영향을 미친다.
흔히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들을 때 강렬한 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멋진 가창력을 뽐내는 가수의 라이브 무대를 직접 관람할 때면 ‘소름이 돋는다’라고 표현할 정도의 전율을 느끼는 경우도 흔하다. 이는 그만큼 많은 오피오이드 분비가 일어났다는 근거일 수 있다.
한편, 같은 음악을 들어도 사람마다 반응은 다르다. 이는 단순히 개인이 그 음악을 좋아하는지에 따른 이른바 ‘취향 차이’일 수도 있지만, 개인마다 오피오이드 수용체 수가 다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오피오이드 수용체가 더 많은 사람은 음악을 감상하는 동안 뇌가 더욱 활성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음악과 통증 완화의 연관성
물론 이는 ‘작용 메커니즘’에 국한한 이야기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실제로 음악이 마약성 물질과 비슷한 작용을 일으키는 것은 맞지만, 그 ‘강도와 효과’ 면에서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음악에 의한 수용체 활성화는 자연스럽고 상대적으로 약한 자극이므로, 중독이나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연구팀은 뇌의 오피오이드 시스템이 쾌락 뿐만 아니라 통증 완화에도 관여한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즉, 음악과 통증 완화 사이의 연관성을 다룬 기존의 연구 결과는, 음악을 들음으로써 뇌에서 오피오이드 반응이 나타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향후 통증 관리 및 정신건강 질환 치료 전략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라이브 공연에서 생생한 전율을 느낀다면, 뇌의 오피오이드 수용체가 더 많기 때문일 수 있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JAMA 정신의학(JAMA Psychiatry)」에 5일 게재된 최신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정신건강 장애 및 약물 사용 장애가 있는 사람 중 효과적인 치료를 받는 비율이 약 6.9%에 불과하다.
정신건강 장애 치료의 문제점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과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연구팀은 약 5만7천여 명의 정신건강 장애 및 약물 사용 장애에 관한 설문조사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 데이터는 1994년부터 2013년까지 19년에 걸쳐 21개국에서 수집한 것이다. 당시에는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매뉴얼 최신 버전인 제5판(DSM-5)이 발표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DSM-4를 적용해 설문조사 대상을 선발했다.
연구팀은 확보한 설문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신건강 장애 및 약물 사용 장애에 대한 치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지점을 명확하게 파악하고자 했다. 설문조사 데이터 분석 결과, 치료에 있어 가장 큰 장벽은 ‘환자가 치료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여기에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의료기관을 찾더라도 종종 제대로 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치료 필요성 인식율, 의료기관 방문율 낮아
하버드 의대 연구팀은 정신건강 장애 및 약물 사용 장애를 인식하고 치료하는 과정을 4가지 핵심 단계로 구분했다. ▲1단계 : 치료 필요성 인식 ▲2단계 : 의료 시스템 접촉 ▲3단계 : 최소한의 치료 ▲4단계 : 효과적(적극적) 치료다.
그리고 각각의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간 사람들의 비율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분석했다. 장애 진단 기준을 충족하는 사람들 중 1단계로 넘어간 사람은 46.5%였다.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증상이 있음에도 절반 이상이 스스로 치료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치료 필요성을 인식한 다음 의료기관을 찾은 사람의 비율은 34.1%였다. 앞선 단계의 비율과 함께 계산해보면, 장애 진단 기준을 충족하는 사람들 중 실제 의료기관 방문까지 가는 사람은 약 15.8%, 즉 10명 중 1~2명에 불과하다는 의미가 된다.
한편, 의료기관을 찾더라도 최소한의 치료만 받는 사람은 82.9%였으며, 이들 중 47% 정도만 효과적(적극적) 치료를 받았다. 이를 종합하면 장애 진단 기준을 충족하는 사람 중 약 6.9%만이 효과적인 치료를 받는다는 결과가 나온다.
사회적 인식 개선 지속 필요성
이 연구에서 제시한 모든 단계에서 문제가 있지만, 연구팀은 실제 의료기관에 방문한 이후의 감소율에 초점을 맞췄다. 적극적으로 문제를 치료하고자 나섰음에도, 충분히 효과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는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정신건강 분야 1차 의료기관에서 최신 정보를 토대로 적절한 교육을 받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1차 의료기관의 전문의 및 상담사 등이 지속적으로 교육을 받도록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는 의료기관의 역량 강화보다 1~2단계에 해당하는 ‘당사자 인식 및 치료 의지’ 문제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치료가 필요한 정도의 증상을 겪고 있음에도, 그것이 치료 대상이라는 인식을 하지 못하는 경우, 그리고 인식하더라도 용기와 의지를 발휘해 의료기관을 찾아야겠다는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최근 정신건강 관련 진료비 지원 등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제도적 지원은 조금씩 개선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회적 인식도 조금씩 나아지는 추세라고 하지만, 아직 가시적으로 뚜렷한 성과를 확인하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당사자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치료 의지를 다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신건강 관련 교육 및 홍보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사회적 인식을 높이기 위한 캠페인 등을 지속해야 한다.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국은 가장 효과적인 길이 될 것이다.
음성 가이드를 통해 5분 동안 방법을 안내하고, 10분짜리 명상 세션을 진행하도록 했다 / 출처 :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과대학
명상은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심신을 편안하게 만드는 기법으로 잘 알려져 있다. 미국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과대학 연구팀이 뇌 편도체와 해마의 뇌파(EEG)를 직접 측정해, 명상이 감정 조절과 기억 형성 등 주요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명상을 통한 뇌파 변화 측정
「미국 국립 과학 아카데미 저널(PNAS)」에 최근 게재된 연구에서는 뇌파 측정 기법을 통해 확인한 결과, 명상 기법의 일종인 ‘자비 명상(Metta Meditation)’이 편도체와 해마의 활동에 변화를 가져온다고 밝혔다. 자비 명상은 불교 계통에서 유래한 것으로, ‘개인의 내면 평화와 타인에 대한 긍정적 감정’을 증진하는 데 초점을 맞춘 명상 기법이다.
일반적으로 뇌파를 측정할 때는 두피에 전극을 부착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비침습적이고 비교적 간단하며, 실시간으로 뇌 전반의 전기적 활동을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 널리 쓰이는 방법이다. 하지만 두피를 통해 간접적으로 측정하다보니, 뇌 깊숙한 곳의 영역별 활동을 상세하게 모니터링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뇌의 전기적 활동 조절을 위해 뇌에 전극을 이식한 간질 환자 8명을 대상으로 뇌파 데이터를 수집하고자 했다. 해당 영역에 이식된 전극으로부터 발생하는 신호를 수집해, 명상을 수행하는 동안 특정 영역에 나타나는 변화를 정확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자비 명상, 베타파와 감마파 증가
뇌 속 전극을 이식한 8명의 환자들은 기존에 명상 경험이 전혀 없거나 거의 없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5분 동안 음성을 통해 안내되는 가이드를 청취한 다음, 음성 안내에 따라 10분 간 자비 명상을 수행했다.
그리고 나서 참가자들은 스스로 느낀 ‘명상의 깊이’를 1점~10점 척도로 평가하도록 했다. 점수가 높을수록 더 깊은 명상을 느꼈음을 의미한다. 참가자들이 직접 평가한 명상의 깊이는 평균 7.43점으로 나왔다. 명상 초보자임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연구팀은 자비 명상이 진행되는 동안, 편도체와 해마에서 베타파(β)와 감마파(γ)의 강도와 지속시간에 변화가 나타났다는 점에 주목했다. 베타파는 지속시간이 증가했으며, 감마파는 강도와 지속시간 모두 증가했다.
베타파와 감마파는 주로 ‘각성 상태’, 즉 깨어있는 상태에서 나타나는 파형이다. 베타파는 집중력과 주의력이 필요한 상태에서 활성화되며, 감마파는 의식적 사고, 기억, 인식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자비 명상 중 베타파와 감마파가 더욱 활성화됐다는 것은, 명상을 통해 기억을 형성하거나 감정을 처리하는 등의 고차원적 인지 능력이 촉진됐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명상의 잠재적 가능성 확인
연구팀에 따르면, 편도체와 해마, 그리고 베타파와 감마파는 우울증 및 불안장애와 같은 정신건강 문제와 관련이 있다. 편도체와 해마의 활성화 정도, 베타파와 감마파의 변화는 무조건 향상되거나 안정되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적정 수준에서 유지되는 것이 최선이며, 연구팀은 명상을 통해 이를 ‘의도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는 뇌 영역에 직접 삽입한 전극으로 뇌파 측정을 시도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두피를 통해 뇌파를 측정하는 것에 비해 훨씬 자세하고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전극 삽입’이라는 여건 특성으로 인해 표본이 매우 적었다는 점은 연구팀 스스로 인정하는 한계점이다. 또한, 명상으로 인한 효과가 얼마나 지속되는지를 관찰하지 않은 점, 명상을 반복적으로 수행했을 때 어떤 효과가 있는지를 살피지 않은 점 또한 아쉬운 부분이다.
이번 연구는 명상을 통해 특정 뇌 영역의 활동을 직접적으로 조절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명상은 비침습적이고 별도의 장비가 없어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응용해, 기억력과 감정 조절 능력 개선을 위한 ‘명상 기반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세계 우울장애 치료 비율. 우리나라는 25.3~28.9% 구간에 해당한다 / 출처 : The Lancet Psychiatry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건강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낙인을 찍기 쉬운 기존의 사회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다방면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당사자에 대한 치료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치료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우울장애, 치료받는 비율 단 9%
호주 퀸즐랜드 대학 연구팀은 2021년을 기준으로 ‘정신건강 문제를 관리하기 위한 글로벌 접근성’을 평가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퀸즐랜드 대학을 중심으로 워싱턴 대학, 하버드 대학, 세계보건기구(WHO) 소속의 연구자들이 참여해 204개 국가 및 지역별 데이터를 수집·분석했다.
연구팀은 주요 우울장애에 대한 최소한의 치료 기준을 정신건강 분야 전문의 방문 4회 또는 전문 상담사 방문 8회와 최소 1개월 간의 약물 복용으로 정의했다. 이를 기준으로 했을 때, 전 세계적으로 약 9% 정도만이 최소한의 치료를 받고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연구팀은 자국인 호주에서 주요 우울장애 진단을 받은 인구의 치료 동향을 확인했다. 그 결과 진단 환자 중 70%가 필요한 최소한의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것조차도 상당히 높은 비율에 속한다.
퀸즐랜드 대학 공중보건대학원의 데미안 산토마우로 박사는 “호주의 경우 고소득 지역에서의 정신건강 치료율이 가장 높았지만, 수치상으로는 27%로 매우 낮았다”라며 “전 세계적으로 30%를 넘는 치료율을 보인 국가는 204개 중 7개 국가에 불과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산토마우로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약 90개국에서는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있는 사례가 5% 미만이었다.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지역이 2%로 가장 낮은 치료율을 보였다. 산토마우로 박사는 “전 세계적으로 주요 우울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 중 단 9%만이 필요한 최소한의 치료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정신건강 문제, 방치하면 ‘중병’된다
모든 질환은 조기 발견과 진단이 중요하다. 심각하다고 알려진 중대 질환이라도 조기에 발견할 경우 훨씬 예후가 좋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 정신건강 문제 역시 마찬가지지만, 의외로 이 문제에 대해서는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특히 당사자가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우울증은 생각보다 쉽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초기에 인식하고 치료를 받을 경우 효과가 좋고 회복 속도도 빠르다. 주변에서 우울증을 겪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를 만큼 빠르게 호전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적절한 시기를 놓치고 방치하게 되면 증상이 심해진다.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당사자 스스로 치료 과정을 불신하거나 저항하게 될 수 있어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
우울증이 악화될수록 당사자는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실제와 다른 모습을 ‘연기’해야 한다. 그마저도 어느 정도를 넘어서면 연기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정신건강 문제가 만성화되면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흔한 상황에서도 스트레스를 느끼기 쉬워지므로 신체적인 문제로도 번질 수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2022년 8월 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한 국민 정신건강 관련 실태조사에 따르면 정신건강 문제로 초기에 치료를 받는 사람은 약 30% 정도에 불과하다. 여기서 말하는 ‘초기’는 WHO가 권고한 ‘정신건강 문제 인지 후 3개월 이내’를 말한다.
치료를 고민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사회적 인식이 크다. ‘주위의 부정적 시선’, ‘치료 기록으로 인한 불이익 우려’ 등이 대표적이다. ‘정신건강 문제는 개인의 정신력으로 인해 생기는 것이며, 스스로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잘못된 인식이 여전히 팽배해 있다는 증거다.
WHO, 2030년까지 정신건강 서비스 범위 50% 확대 목표
위 연구팀의 일원이자 현직 정신과 의사인 하비 화이트포드 교수는 “치료를 받지 않으면 고통과 장애가 장기화, 만성화될 수 있으며, 이는 인간관계부터 직장 문제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며, “정신건강 문제에 효과적인 치료법이 있으며,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완치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WHO에서는 ‘포괄적 정신건강 행동계획 2013-2030’이라는 타이틀로, 2030년까지 정신건강 서비스의 적용 범위를 최소 50%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산토마우로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가 WHO의 계획을 확고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근거라고 이야기했다.
이 연구는 2021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그렇다 해도 신뢰성은 결코 낮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연구에 제시된 도표에 따르면 중국과 동남아시아, 중남부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서부 지역 등이 특히 낮은 치료율을 보였다.
그는 “가장 낮은 치료율을 보이는 지역에 대한 정보와 인구사회학적 통계를 바탕으로 하면 자원 할당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의학 저널 란셋의 정신건강 분야 연구를 다루는 「The Lancet Psychiatry」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