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식재료 중 하나다. 국내 연구팀이 쑥의 효능 중 치매나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 예방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중앙대학교, 가천대학교, 그리고 농촌진흥청의 공동 연구 결과다.
뇌세포 보호하는 쑥의 효능
쑥의 효능은 꽤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오래 전부터 다양한 질병 치료 및 건강 증진을 위해 약재로 사용돼 왔기 때문이다. 쑥은 기존에도 염증을 가라앉히고 열을 내리며 해독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대해 뇌 건강과 관련된 효능이 있다는 점, 이를 현대 과학을 통해 객관적으로 검증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의미가 크다.
중앙대학교 식물생명공학과 이상현 교수, 가천대학교 한의예과 강기성 교수, 농촌진흥청 이윤지 박사는 공동 연구팀을 꾸려 쑥의 효능을 연구했다. 연구팀은 총 12가지 종류의 쑥 추출물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일부 추출물이 글루타메이트로 유도된 신경세포 손상을 억제하고, 뇌세포의 항산화 방어체계를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음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먼저 실험용 신경세포주(HT22)에 글루타메이트를 처리함으로써 인위적인 산화 스트레스를 유도했다. 글루타메이트는 과도하게 활성화될 경우 신경세포를 사멸시킬 수 있는 물질로, 퇴행성 뇌질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다음, 12가지 종류 쑥 추출물이 어떤 작용을 일으키는지를 살펴, 그 보호 효과를 비교·분석했다.
실험 결과, ▲넓은잎외잎쑥(A. stolonifera) ▲덤불쑥(A. rubripes) ▲산흰쑥(A. sieversiana) ▲맑은대쑥(A. keiskeana) ▲비쑥(A. scoparia) ▲개똥쑥(A. annua) 등의 추출물이 글루타메이트로 인한 신경세포 사멸을 유의미하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쑥의 효능 핵심 성분 ‘루틴’
쑥 추출물이 뇌세포를 보호하는 것은 어떤 메커니즘일까? 연구팀은 쑥의 효능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그 안에 포함된 9가지 주요 생리활성 물질을 분석했다. 그중 ‘루틴(Rutin)’이라는 성분이 가장 뛰어난 효과를 보인다는 것을 밝혀냈다.
루틴은 우리 몸의 자연적인 방어 시스템인 ‘Nrf2/HO-1 신호전달 경로’를 활성화한다. 이를 통해 세포를 산화 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할 수 있게 돕는다. 마치 뇌세포에게 튼튼한 방패를 만들어주는 것과 같다. 항산화 방어 메커니즘은 현대 의학에서도 중요하게 다루는 요소 중 하나다.
이번 연구는 쑥이 갖고 있는 퇴행성 뇌질환 예방 효과를 분자 수준에서 명확히 규명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중앙대학교 이상현 교수는 “향후 동물실험 및 인체 적용 연구를 통해 기능성 식품 또는 천연물 기반의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인 <민족 약리학 저널(Journal of Ethnopharmacology)>에 게재됐다. 이상현 교수가 설립한 법인인 ‘한국천연물과학기술연구소(NIST)’를 통해 연구 지원을 받아 수행했다. 향후 복합 천연물의 시너지 효과, 약물전달체를 활용한 뇌조직 흡수율 개선, 행동학적 실험을 통한 효능 입증 등의 후속 연구를 예정 중이다.
(왼쪽부터) 중앙대학교 이상현 교수, 가천대학교 강기성 교수, 농촌진흥청 이윤지 박사 / 출처 : BRIC Bio통신원
‘균류’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인가? 아마 꽤 많은 사람들이 세균이라는 단어를 연상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뇌와 척수 등 신경계 질환 치료에 식용 및 약용 균류가 효과가 있다’라는 말이 상당히 낯설게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일상에서 무수히 많은 진균류(Fungi)를 섭취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버섯류가 있고, 식품 발효에 쓰이는 효모와 곰팡이도 균류에 속한다. 그러므로, 섣부른 오해가 있었다면 접어두고 균류의 치료 효능에 대한 아래 내용을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대표적 난치병, 중추신경계 질환
중국 산둥 중의약대학 연구팀이 지난 4월 말 <푸드 사이언스 저널(Journal of Food Science)>에 발표한 논문이 있다. 핵심 내용은 ‘식용 및 약용 균류’에는 중추신경계 질환 치료 효과가 있는 성분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중추신경계 질환(Central Nervous System Disease, CNS)이란 뇌와 척수 구조 및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을 통칭하는 말이다. 치매, 파킨슨, 루게릭과 같은 신경 퇴행성 질환부터, 다발성 경화증과 뇌전증(간질), 더 나아가 뇌와 척수에 생기는 종양(암)과 뇌졸중도 포함된다.
즉, 위 논문의 핵심 내용을 보다 자주 듣는 표현 위주로 바꾸면, “버섯과 발효식품이 치매, 뇌졸중 등 질환에 효능이 있다”라는 의미가 된다.
세계적으로 인구 고령화가 이루어졌거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국가들이 많다. 일상적 스트레스 요인이 증가하면서 각종 중추신경계 질환의 발병률도 과거에 비해 늘어났다.
중추신경계 질환들은 그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여전히 연구 중인 것들이 많다. 또한, 증상이 점진적으로 나타나는 데다가, 치료를 시도해도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 치료법도 병의 진행을 멈추거나 회복하는 것이 아닌, 증상 완화나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
상당수의 중추신경계 질환은 여전히 '정복하지 못한 질환'으로 남아있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버섯 등 균류의 치료 효능과 잠재력
이런 가운데, 식용이나 약용으로 쓰이는 균류의 치료 효능 확인 소식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들은 전통 중의학에서 수백 년에 걸쳐 폭넓게 활용돼 왔다. 특정 균류에는 다당류, 플라보노이드, 스테로이드, 알칼로이드, 테르페노이드 등의 화합물이 포함돼 있다. 이들을 약용으로 사용될 경우, 항산화와 항염증, 신경계 보호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둥 중의약대학 연구팀은 이러한 균류의 성분이 의료적 잠재력이 있는지를 알아보고 위해 포괄적인 문헌 검토 연구를 실시했다. 영지버섯, 밀리타리스 동충하초, 노루궁뎅이버섯과 같이 비교적 인지도가 있는 균류의 치료 효능을 주로 탐색했다. 이들이 약용으로 쓰일 때의 효과는 물론, 장-뇌 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평가했다.
영지버섯의 경우, 뇌의 미세아교세포 및 성상교세포 활성화를 조절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밀리타리스 동충하초는 전임상 연구를 통해 염증 조절 및 산화 스트레스 조절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루궁뎅이버섯은 우울증 관련 연구에서 항염증 효과를 확인한 연구가 있었다. 이밖에 ‘안트로디아 캄포라타 알코올 추출물’은 허혈성 뇌졸중(뇌경색)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중의학, 의료적 잠재력 집중
이러한 균류들에서 발견되는 생리활성 성분들은 향후 중추신경계 질환과 관련된 의약품이나 기능성 식품 개발을 위한 후보 물질로 주목받는다. 신경계 보호, 항산화와 항염증 효과 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신경계 질환을 다루는 데 있어 균류의 치료 효능이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확인한 균류의 치료 효능과 그 성분들에 대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존 문헌에 언급됐던 효능들을 명확하게 재검증하고, 효과를 보기 위해 최적화된 용량은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의학 분야는 현재 국가 차원의 지원을 받아 건강 분야로 영향력을 넓히려 하고 있다. 각종 질환 및 다양한 건강 문제에 대한 보조 치료법으로서, 기존 의료 체계와 융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연구팀은 식용 및 약용 균류의 의료적 효과를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버섯 외에도 다양한 발효식품을 통해 유익한 균류를 섭취할 수 있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경희대학교병원 신경과 안태범·유달라 교수팀[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지능·인터랙션연구센터 정다운·문경률 박사]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파킨슨병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고 진행 단계까지 분류할 수 있는 새로운 기법을 개발했다. 연구결과는 HEALTH CARE SCIENCES & SERVICES 분야 상위 1% 학술지인 <NPJ 디지털 메디신(NPJ Digital Medicine, IF=12.4)>에 게재됐다.
파킨슨병은 환자의 증상 관찰과 병력 청취, 약물 반응 평가를 통해 진단하지만,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되어 객관성과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질환 진행 정도에 따라 5단계로 구분된 파킨슨병 환자군 188명과 건강한 대조군 22명, 총 210명을 대상으로 보행분석장비를 이용해 10초 정적 균형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압력중심(Cop) 데이터를 통해 총 37개의 움직임 특성을 관찰했으며, 특히 ▲몸의 중심 안정성 ▲균형 유지 패턴의 일관성 ▲미세한 떨림 빈도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산출됐다. 이후, 모든 데이터를 머신러닝 알고리즘에 학습시켜 진단 모델을 완성했다.
경희대병원 신경과 안태범 교수는 “단 10초간의 정적 균형 테스트만으로도 파킨슨병의 존재 여부와 진행 단계를 정확하게 분류할 수 있다는 점은 기존 걷기나 움직임 기반 진단법 대비 간편하면서도 객관성이 높아 예측을 통한 조기 진단까지 가능하다”며 “최첨단 IT 기술을 적극 활용한 후속연구를 바탕으로 파킨슨병 진단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효과적인 치료 전략 수립에 기여하고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논문 제목은 ‘정적 서기 자세를 활용한 파킨슨병 및 그 진행 단계의 식별’ (Identifying Parkinson’s disease and its stages using static standing balance)이다.
뇌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뇌에 전극을 이식해 유전자 활동을 관찰·분석할 수 있는 방법론이 제기됐다. 이 방법을 통해 난치성 뇌 질환을 비롯한 신경학적 질환을 이해하고 치료하는 데 있어 새로운 진전이 있을 것인지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유전자 활동 모니터링, 왜 중요한가?
특정 뇌 질환에서는 유전자 차원에서 다른 발현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 등에서는 신경세포(뉴런)의 사멸과 관련된 유전자 발현이 정상일 때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를 사전에 확인할 경우, 질환을 조기에 진단하고 본격적인 진행이 시작되기 전 치료를 시작할 수도 있다.
뇌 질환이 발병한 후에도 유전자 활동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것은 충분한 의미가 있다. 유전자 활동을 기반으로 특정 지표를 개발해서, 질환의 진행 상황은 어떤지, 치료법을 적용했을 때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 활동에 관한 연구가 꾸준히 축적될 경우, 특정 유전자가 어떤 질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환자 개인의 증상을 통해 원인을 발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에 적합한 맞춤형 치료를 적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뇌 질환에 대해서는 다방면으로 심도 있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뇌’라는 장기는 여전히 알려지지 않은 영역이 많다. 유전자 활동을 중심으로 연구하는 것 또한 그 일환이며, 뇌 질환에 대한 ‘정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라 할 수 있다.
뇌 유전자 활동 연구 방법
뇌의 유전자 활동을 관찰하고 연구하는 방법은 몇 가지로 나뉜다.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수술을 통해 뇌 조직 샘플을 채취하는 방법이다. 위험성이 높고 얻을 수 있는 샘플이 많지 않다는 한계가 있는 방법이다. 뇌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동의를 받아 진행하거나 사후 기증을 통해 진행한다.
또한, 뇌는 영역에 따라 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어느 한 영역의 샘플만 채취해서는 충분한 연구가 어렵고, 여러 영역의 샘플을 채취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환자에게 가해지는 위험성이 크다. 사후 기증을 통해 확보하는 샘플의 경우,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비침습적인 방법으로는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이나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T)과 같은 기술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물리적 위험이 없이 뇌의 기능적 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세부적인 수준의 정보를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출처 : 학술저널 'JCI Insight'에 게재된 연구결과
‘전극 이식’을 통한 기존 방법들의 절충안
아일랜드의 뇌 과학 연구 센터인 ‘퓨처뉴로(FutureNeuro)’는 국제적 협력을 통해 기존의 방법들을 절충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이들은 간질을 앓고 있는 환자의 뇌에 전극을 이식해, RNA와 DNA의 활동 흔적을 수집·분석하고, 이를 뇌의 전기적 활동 기록과 연결짓는 작업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살아있는 뇌의 유전자 활동을 기존보다 깊이 있게 관찰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퓨처뉴로의 이사이자 아일랜드 왕립외과대학(Royal College of Surgeons in Ireland)’의 신경과학 교수인 데이비드 헨셜은 “이 기술은 뇌의 전기적 활동을 측정하는 전통적 뇌 영상 촬영 및 뇌파 검사(EEG)를 보완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뇌에 전극을 이식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수술적 방법을 필요로 하는 만큼, 어느 정도의 위험성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기존에 뇌 조직 샘플을 채취하는 방법에 비하면 손상이 적기 때문에 합병증이나 뇌 기능 영향 등의 부담이 덜하다.
한 번 이식된 전극은 실시간으로 뇌의 유전자 활동을 깊이 있게 모니터링할 수 있게 돕는다. 환자의 안전과 유용한 데이터의 확보 사이에서 찾은 절충안인 셈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수술이 필요한 방법이므로 환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만약 난치성 뇌 질환으로 인해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된 환자라면, 어느 정도 위험성이 있음에도 고려해볼 수 있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난치성 뇌 질환에 대한 적용 가능성
퓨처뉴로의 연구는 간질(의학적 공식 표현은 ‘뇌전증’) 환자를 염두에 두고 진행됐다. 간질은 발작을 예측하는 것이 핵심인 질환으로, 발작 예측을 위한 방법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뇌에 전극을 이식하는 방법이 고안된 것이다.
아일랜드에서 간질 환자는 약 4만 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약 0.8% 정도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간질 환자는 약물 치료를 통해 발작을 관리한다. 하지만 연구에서 언급된 바에 따르면 이들 중 약 3분의 1은 약물로 발작을 통제할 수 없을 정도의 중증도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3년 기준으로 집계된 간질 환자는 약 15만5천 명으로, 전체 인구를 놓고 보면 0.3% 수준이다. 다만 일반적으로 전 세계 간질 유병률은 100명 중 1~2명으로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가에 상관 없이 퓨처뉴로가 제시한 연구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꼭 간질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퓨처뉴로가 제시한 방법론은 간질 외의 뇌 질환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시간 유전자 활동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은 알츠하이머나 파킨슨, 조현병과 같은 질환에서도 유의미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 대해 “다양한 뇌 질환에 대한 연구를 포함하여 살아있는 뇌의 분자 수준 과정을 이해함으로써 보다 넓은 범위에 응용할 수 있는 기초가 될 것”이라는 의의를 두었다.
무선으로 뇌신경 신호를 기록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이를 통해 뇌질환을 조기에 진단하거나, 질환의 발생 원인 및 진행 과정 규명, 또는 개인별 맞춤형 치료법 개발에서 진척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뇌질환 극복을 위한 뇌신경 신호 기록
치매와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뇌질환은 인류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건강 문제 중 하나로 꼽힌다. 명확한 발생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여전히 완전한 합의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정복했다’라고 말할 수 없는 질병이기도 하다.
다양한 방면으로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들의 복잡한 병리학적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뇌질환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뇌신경 신호 기록과 분석을 빼놓을 수 없다.
뇌의 신경 세포(뉴런)가 발생시키는 신호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다면, 질환의 발생 징후와 조기 진단, 진행 메커니즘을 보다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효과적인 치료, 더 나아가 예방까지도 가능하게 될 수 있다. 즉, 신경의학 및 과학 분야에서 뇌신경 신호를 기록하는 기술은 몹시 중요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다.
유선 연결·배터리 기반이라는 한계
기존까지의 뇌신경 신호 기록은 유선 연결이 기반이었기 때문에 실험을 할 때도 공간적인 제약이 있었다. 유선 연결 방식은 움직임에 제약을 주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행동에 한계가 있다. 공간과 행동의 제약으로 인해, 기록되는 뇌신경 신호의 품질에도 당연히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또한, 배터리로 작동하는 방식이어서 방전될 경우 배터리 교체를 위해 재수술이 필요했다. 뇌에 기기를 이식하는 수술은 한 번으로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하물며 배터리 교체가 필요할 때마다 수술을 해야 한다는 건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반복적인 수술에 따른 당사자의 심리적 부담 및 비용 문제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배터리 필요 없는 무선 뇌신경 신호 기록기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로봇 및 기계전자공학과 장경인 교수팀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이영전 책임연구원팀과 공동으로 ‘완전 매립형 무선 뇌신경 신호 기록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무선으로 전력을 전송해 작동 및 통신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뇌신경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기록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기기를 비인간 영장류인 실험용 원숭이의 뇌에 이식했다. 수술 후 회복기간을 거친 다음, 한 달 동안 원숭이를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두었다. 그 상태에서 사료나 간식을 먹는 행동 등을 통해 발생하는 뇌신경 신호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통제를 받지 않는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본능적으로 이루어지는 행동의 뇌신경 신호를 측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뇌신경 기록기는 3차원 다공성 전극과 유연성 높은 신경 탐침을 적용했다. 이로써 뇌 깊숙한 영역에서 발생하는 신경 신호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이식 과정 및 이후의 안전성을 위해 생분해성 삽입 셔틀도 활용했다.
한 번의 이식으로 지속 사용 가능
무선 뇌신경 기록기는 미국의 ‘뉴럴링크’와 스위스 ‘로잔 연방공대’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독자적으로 개발된 신기술이다. 뉴럴링크는 생각만으로 게임 조작을 할 수 있게 하는 기술로, 로잔 연방공대는 하반신이 마비된 영장류를 걷게 하는 기술로 주목을 받았다. 무선으로 뇌신경을 기록하는 기술은 뇌와 행동의 관계를 분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는 무선 방식이므로, 단 한 번의 뇌신경 전극 삽입 수술만 거치면 지속적으로 신경 신호를 기록할 수 있다. 기록된 신호는 인공지능 기반의 기술을 접목해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해낼 수 있다.
이 기술을 활용해 치매나 파킨슨 같은 퇴행성 뇌질환에도 새로운 관점을 부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뇌질환 치료에 있어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전자약(electronic drug) 기술을 시험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DGIST 장경인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전임상 시험과 임상시험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발전시켜, 현재 기술로는 치료가 어려운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등 다양한 난치성 뇌질환 치료 연구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바이오메디컬 분야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Nature Biomedical Engineering)」 11월호에 게재됐다. 장경인 교수는 교원 창업기업인 ‘엔사이드’를 통해 신규 브레인 칩의 기술 사업화를 추진 중이다. 하버드 및 MIT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기술의 국제화도 진행하고 있다.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고대 그리스의 의사 히포크라테스는 ‘모든 질병은 장에서 비롯된다’라는 관점을 강조했다. 그만큼 히포크라테스는 장이 신체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봤으며, 장내 환경이 전체적인 건강 상태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장’이라는 장기는 생명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음식을 소화시키는 곳이다. 즉, 몸에서 필요로 하는 대부분의 성분을 받아들이는 출발점이다. 질병이 꼭 영양소와 관련된 문제만으로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높은 중요성과 비중을 갖는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현대 의료계에도 이러한 견해에 동의하고 공유하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최근, 장에서 발생한 문제가 뇌에도 영향을 준다는 관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장과 뇌는 다른 장기들에 비해 거리가 멀다. 그러니 이 둘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이야기가 다소 엉뚱하게 들릴 수 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모든 장기는 혈액, 즉 혈관계를 통해 연결된다. 하지만 단지 그 관점이라면, ‘장 건강이 뇌에 영향을 준다’는 관점이 특별히 주목받을 이유가 없다. 어차피 거의 모든 조직과 장기는 혈관으로 연결돼 있고, 혈액을 통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니까.
서울대-고려대 공동연구팀이 장과 뇌를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미주 신경’ 세포 모델을 구현해, 둘 사이에 주고받는 영향을 밝혀냈다.
장과 뇌, 어떻게 연결될까?
‘장-뇌 축’이라는 개념이 있다. 장과 뇌가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으며, 이 축이 신경과 호르몬, 면역 체계 모두에 걸쳐 작용한다는 것이다. 식단과 정신 건강의 상관관계에 주목하는 ‘정신 영양학(Psychiatric Nutrition)’이라는 분야에서는 우리가 먹는 음식이 신체 뿐만 아니라 뇌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한다. 따라서 장-뇌 축은 정신 영양학에 있어 핵심적인 개념이다.
장-뇌 축은 최근 신경계통 질환의 발병이나 악화를 설명하기 위해 종종 활용돼 왔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유의미한 성과가 나온다면, 신경계 질환을 치료하는 데 있어 장-뇌 축을 활용하는 관점 역시 주요 트렌드 중 하나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장-뇌 축에 주목하는 시도에서는 ‘혈류’를 통해 장과 뇌가 연결되는 것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당연한 이야기다. 혈관은 몸 전체에 걸쳐 존재하고 조직과 장기들을 서로 연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뇌는 조금 다르게 봐야 한다. ‘혈뇌장벽(Blood Brain Barrier, BBB)’의 존재 때문이다.
혈뇌장벽에는 특정 수용체가 존재해, 혈액을 타고 들어온 성분을 선택적으로 통과시킨다. 즉, 이물질로 판단되는 것이 뇌로 들어갈 수 없도록 하는 일종의 ‘문지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혈액 속 성분이 뇌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다.
혈뇌장벽은 혈액을 통해 들어오는 성분을 선택적으로 통과시키는 '문지기' 역할을 한다 /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장과 뇌의 ‘직접적인’ 연결고리
장과 뇌 사이에는 ‘미주 신경(Vagus nerve)’이라는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있다. 미주 신경은 다시 두 개의 신경으로 나뉜다. 장에서 발생한 신호를 뇌로 전달하는 ‘내장 감각 신경(Visceral Sensory Neuron, VSN)’, 그리고 뇌에서 출발한 명령을 장에 전달하는 ‘내장 운동 신경(Visceral Motor Neuron, VMN)’이다.
최근 동물실험 연구 중 미주 신경의 역할에 주목한 사례가 있다. 파킨슨, 알츠하이머 같은 퇴행성 신경질환을 유발하는 아밀로이드 베타, 알파 시누클레인 같은 물질들이 ‘장에서 발생해 미주 신경을 타고 뇌로 전달될 수 있다’라는 점을 밝혀낸 것이다.
매우 중요하고 의미있는 연구지만, 언제나 그렇듯 동물실험 연구에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종의 차이다. 특정 동물들이 인간과 유사한 생리적 특성, 유전적 구조 등을 가졌다는 이유로 흔히 실험에 사용되곤 한다. 하지만 아무리 유사성이 높다고 해도 인간과 동물이 100% 같을 수 없다.
또 한 가지, 생물체에는 혈액이 존재하기 때문에, ‘혈뇌장벽’을 통한 전달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혈뇌장벽은 기본적으로 혈액을 통해 뇌로 들어가는 이물질을 차단하는 보호 작용을 하지만, 항상 완벽하게 작동하지는 않는다. 염증, 질환이나 외상, 노화 등의 원인으로 그 기능(투과성)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연구들이 ‘미주 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됐다’라는 결론을 내고 있지만, 실제로는 혈뇌장벽을 넘어서 전달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장-뇌 축, 세포 모델로 재현
이에 대한 정확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장-신경-뇌 축을 재현한 ‘인간 세포 유래 실험 모델(in vitro model)’이 필요하다. 장과 뇌 사이의 신경 경로 외에 다른 영향을 주는 요인이 없도록 설계된 모델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장과 뇌를 이어주는 ‘미주 신경’을 재현해야 하는데, 현재까지는 내장 감각 신경을 세포 상태로 재현하는 방법이 밝혀지지 않았다.
서울대학교 묵인희 교수, 김종일 교수와 고려대학교 정석 교수는 공동 연구팀을 꾸려 세포 단위 실험을 위해 장과 뇌를 이어줄 수 있는 미주 신경을 제작하고자 했다. 공동 연구팀은 사람의 역분화줄기세포(hiPSC)를 활용해, 내장 감각 신경을 구현한 세포 집합체(오가노이드)를 유도하는 방법을 최초로 개발했다.
연구팀은 구현된 내장 감각 신경 오가노이드(VSGO)를 생체 칩에 이식했다. 그런 다음 이를 사람의 대장 오가노이드(Human Colon Organoid, HCO)와 연결함으로써 장-신경 축 모델을 구현했다. 그리고 이를 활용한 연구를 통해 알츠하이머의 원인으로 알려진 아밀로이드/타우 단백질이 VSGO를 통해 장에서 뇌로 전파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연구의 개요에 대한 설명. 역분화 줄기세포에서 기존 발생학 기전을 따라 내장감각신경오가노이드 (VSGO)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장-신경 축 재현 생체 칩 모델 / 출처 : 서울대학교 보도자료
치매 위험 유전자 보유 시 위험
또한, 공동 연구팀은 VSGO를 통한 전파 과정을 확인하는 연구를 통해 또 다른 포인트를 발견했다. 알츠하이머 치매의 위험 유전자로 알려진 ‘APOE4’ 유전자형을 가지고 있을 경우, VSGO 경로로 병적 단백질이 더 많이 전달되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APOE는 지질 대사와 관련된 단백질 생산을 담당한다. 이 유전자의 주요 변형으로는 APOE2부터 APOE4까지 세 가지가 있는데, 각각 단백질 구조 및 기능이 조금씩 다르다. 이들 중 APOE4는 환경적 요인 또는 진화 압력에 의해 나타날 수 있는 변이로, 알츠하이머 치매의 발병 가능성을 높이는 위험 인자로 꼽힌다. 유전적으로 부모로부터 물려받을 가능성도 있다.
또한, 아밀로이드/타우 단백질이 전파되는 과정을 매개하는 것은 LRP1이라는 단백질이었다. 이는 세포막에서 세포 안으로 다양한 분자를 운반하는 수용체 단백질이다.
혈뇌장벽을 우회하는 치료제 개발 가능성
서울대학교 묵인희 교수는 수십년 동안 알츠하이머 연구에 매진해온 바 있다. 최근 몇 년 동안은 장-뇌 축이 알츠하이머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해왔다. 묵 교수는 그동안의 장-뇌 축 관련 연구들이 혈액 및 면역체계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면역체계가 약해질 경우 혈뇌장벽 투과성이 높아지는 경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에 묵인희 교수는 장과 뇌를 이어주는 미주 신경으로 초점을 돌려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묵 교수는 “최초로 내장 감각 신경(VSN)을 시험관 내에서 유도하는 방법을 확립한 것, 그리고 VSN이 알츠하이머 발병의 단초가 될 수 있음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의 큰 의의가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묵 교수는 또한, “VSN을 통해 혈뇌장벽을 우회하여 치료 약물을 전달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보건복지부, 교육부, 삼성전자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소드(Nature Methods)」(IF=36.1)에 게재됐다.
자는 도중 소리를 지른다거나 발길질을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이것과는 다르더라도, 보통 ‘잠버릇이 고약하다’라고 여겨지는 사람을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혹은 같이 살고 있는 사람이 그런 경우일 수도 있다.
이는 단순히 ‘잠버릇’이라는 말로 넘어가기에는 다소 꺼림칙하다. ‘렘 수면 행동장애(REM Sleep Behavior Disorder)’라 부르는 증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렘 수면 중 꾸게 되는 꿈의 내용을 현실의 행동으로 나타내는 증상이다.
렘 수면 중 과격한 움직임, 단순 잠꼬대 아냐
사람은 자면서 렘(REM) 수면, 그리고 비렘(Non-REM) 수면의 두 가지 패턴을 반복한다. 보통 렘 수면은 주로 꿈을 꾸는 단계로, 뇌 활동이 활발해지고 신경계의 회복이 이루어지는 과정이다. 반면 비렘 수면은 다시 3단계로 나뉘며, 비교적 깊게 잠들면서 신체적 회복 및 성장 호르몬 분비가 이루어지는 과정이다.
이때 렘 수면 단계에서 꿈을 꾸는 동안, 신체가 과격하게 반응하는 경우를 ‘렘 수면 행동장애’라 한다. 팔을 크게 휘두르거나 발길질을 하거나 침대에서 굴러떨어지거나 욕설을 하는 등 비정상으로 여겨지는 모든 행동을 포함한다.
이는 단순한 잠꼬대와 다르다. 특히 렘 수면에서 나타나는 행동이 폭력적인 성향을 띠는 경우, 본인 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렘 수면 행동장애, 뇌의 신경퇴행과 연관
이는 단순히 수면 중 나타나는 이상 행동이 아니다.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변선정 교수는 “렘 수면 행동장애는 뇌의 신경 퇴행과 관련이 깊다”라고 이야기힌다.
캐나다에서 실시된 한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렘 수면 행동장애 환자 중 50%~80%가 10년 내 파킨슨병, 루이소체 치매 등의 신경퇴행성 질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렘 수면 행동장애가 뇌의 신경 퇴행과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신경계의 퇴행적 변화가 시작됐을 때, 수면 중 비정상적인 움직임으로 징후를 나타낼 수 있다는 의미다. 즉, 렘 수면 중 이상 행동이 지속적으로 관찰될 경우, 뇌 질환에 초점을 맞춘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렘 수면 행동장애, 왜 생기나?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수면 부족 등은 수면 패턴의 변화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다. 수면을 하나의 영양소처럼 생각해봤을 때, 규칙적으로 공급되지 않으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할 수 있다. 렘 수면의 안정성이 떨어지면 제대로 수면을 취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밖에 항우울제, 신경안정제와 같은 약물은 렘 수면 행동장애를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사례가 많은 지금, 이러한 약물들은 사람들 사이에서 드물지 않게 사용되곤 한다. 이들은 세로토닌 등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므로, 수면 중 근육 이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수면다원검사를 통한 진단 권고
변선정 교수는 렘 수면 행동장애의 진단을 위해, 정확한 병력 청취와 함께 수면다원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수면 중 근육의 비정상적인 움직임, 뇌파의 변화 등을 측정해 행동장애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렘 수면 단계에서는 근육이 일시적으로 마비되는 것이 정상이다. ‘마비’라고 표현하니 뉘앙스가 좀 부정적이지만, 이는 ‘근육 이완’이라고 하는 정상적인 과정이다. 이 마비 반응이 없어지거나 근육의 움직임이 발생할 경우 렘 수면 행동장애를 진단할 수 있다. 즉, ‘꿈 속에서의 행동’이 실제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취침 전 안정제 복용으로 관리 가능
렘 수면 행동장애는 약물치료 및 ‘안전한’ 수면 환경을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둔다. 적절한 처방을 받아 취침 전 안정제를 복용하면 과격한 움직임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다. 또한, 과격한 움직임이 발생할 경우 상해를 일으킬 수 있는 요소를 미리 제거해, 편안한 잠자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변선정 교수는 “렘 수면 행동장애가 치매 또는 파킨슨병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만큼, 가족들의 세심한 관찰이 중요하다”라며 “걸음걸이가 불안정하거나 손 떨림, 기억력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지를 꾸준히 살펴봐야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미토콘드리아’는 대부분의 세포 안에 존재하는 소기관으로, 세포마다 여러 개가 존재한다. 이들은 세포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 생성을 비롯해 세포의 호흡, 대사 조절 등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뇌 신경세포(뉴런)의 경우, 다른 세포에 회복이 까다롭기 때문에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 저하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뇌 신경세포의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는 곧 세포 손상을 의미한다. 이는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의 기본 메커니즘이다.
파킨슨병은 운동기능을 조절하는 뇌 신경세포가 퇴행하는 질환이다. 여타의 신경퇴행성 질환이 그렇듯, 파킨슨병 역시 발병 후 진행되는 퇴행을 멈출 수는 없다. 따라서 뇌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유지를 중요하게 봐야 한다.
플로리다 인터내셔널 대학의 연구진은 십수 년간 파킨슨병을 연구해왔다. 이들은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미토콘드리아의 역할에 중점을 두고 연구 및 조사를 진행해왔다. 글로벌 미디어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게재된 이들의 연구 내용을 재구성하여 전한다.
미토콘드리아의 역동성과 신경퇴행
미토콘드리아는 기본적으로 매우 역동적이다. 크기와 수, 위치를 지속적으로 변화시키며, 세포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충족시키기 위해 움직인다. 미토콘드리아가 얼마나 활발하게 움직이는지에 따라 해당 세포의 건강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몸 속의 세포는 일종의 ‘공장’과 같다. 원활하게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서로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세포들은 저마다의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따라서 어느 한 세포의 미토콘드리아 손상은 자칫 전체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도미노 효과’를 일으킬 수도 있다.
소수의 미토콘드리아에서 발생한 문제가 집합적 기능 장애를 일으킬 수 있고, 나아가 세포 사멸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연구 결과, 미토콘드리아 단위에서 발생한 문제가 파킨슨병을 포함한 신경퇴행성 질환과 연관돼 있음이 알려졌다. 신경퇴행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독성 단백질 등이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수행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미토콘드리아의 역동성이 저하되면 세포 내 청소 및 노폐물 재활용 과정에 문제가 생긴다. 이 과정이 지속되면 세포 내부에는 유해한 덩어리가 형성되며, 독성 단백질이 축적되는 결과를 낳는다.
미토콘드리아의 ‘과도한 분열’도 문제
플로리다 인터내셔널 대학 연구팀은 미토콘드리아의 역동성을 회복할 수 있다면, 신경세포의 기능 장애를 막을 수 있고, 나아가 세포 사멸을 예방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즉, ‘미토콘드리아의 손상된 역동성을 회복할 수 있느냐’가 중점이다.
연구팀은 미토콘드리아 역동성 조절의 핵심인 ‘다이나민 관련 단백질 1(Dynamin-related protein 1, 이하 Drp 1)’에 주목했다. Drp 1은 세포 내에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풍부한 단백질이다. 이들은 미토콘드리아가 활발한 이동성과 기능 수행을 위해 더 작은 크기로 분열할 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토콘드리아는 기본적으로 스스로 분열하며 역동성과 기능성을 유지한다. 하지만 연구팀은 Drp 1의 활동이 지나치게 많을 경우, 미토콘드리아의 과도한 분열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과도한 분열로 인해 ‘조각난(불완전한) 미토콘드리아’가 만들어지고, 오히려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Drp 1 단백질에 주목하다
연구팀은 쥐 실험 등을 통해 파킨슨병 관련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파킨슨병을 유발하는 독성 물질들이 필요 이상의 분열을 유도해 ‘조각난 미토콘드리아’를 만든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독성 단백질이 축적되는 것과 같은 상황을 초래한다.
이에 연구팀은 Drp 1의 작용을 줄이면서 쥐의 움직임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Drp 1의 활동이 줄어들면 미토콘드리아가 정상 기능을 회복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은 최근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Drp 1을 표적으로 할 때의 또다른 유의미한 포인트가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파킨슨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중금속 ‘망간(Mn)’에 신경세포를 노출시켰을 때, 망간이 미토콘드리아 자체보다 세포 내 재활용 시스템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망간은 세포의 시스템을 손상시켜 독성 단백질 축적을 초래했고, 미토콘드리아가 기능 저하를 일으킬 때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Drp 1을 억제하자 손상된 재활용 시스템이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다. 망간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성 단백질을 정화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Drp 1의 작용을 억제하는 것이 신경세포 퇴행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팀은 그 결과를 국제 학술지 「분자 신경퇴화(Molecular Neurodegeneration)」에 게재했으며, Drp 1을 표적화할 수 있는 물질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일부 승인받았다. 현재는 파킨슨병 치료를 위한 잠재적 물질로 연구 및 실험을 진행 중이다.
이번에 공개된 프로그램은 의료기관에 방문하지 않고 각 가정에서 수행할 수 있는 비대면 운동 프로그램이다.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원장 박현영, 이하 국립보건연구원)과 대한 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 학회(학회장 이필휴, 이하 파킨슨병 학회)가 함께 개발했다.
파킨슨병에 대해 알려진 것들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은 뇌간 중앙(중뇌)에 위치한 도파민계 신경세포가 손실됨으로써 움직임에 장애가 나타나는 신경 퇴행성 질환이다. 안정 시 손발이 떨리거나, 몸이 굳거나, 행동이 느려지거나, 걷는 데 지장이 생기는 등의 증상이 주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는 통상적인 증상이며, 경과가 진행됨에 따라 움직임 관련 문제 외에도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중뇌의 신경세포 소실로 발생하는 질환인 만큼, 뇌 기능과 관련된 여러 증상들이 나타난다.
파킨슨병으로 인해 나타나는 비운동 증상으로는 기립성 저혈압, 다한증, 안구건조증, 변비와 배뇨장애, 성기능 장애 등 폭넓게 나타난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율신경계 이상’으로 인해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밖에도 수면 관련 문제를 겪거나 과도한 통증과 피로감, 또는 정서장애 및 인지장애를 겪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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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의 가장 큰 문제는, 뚜렷한 발병 원인을 알지 못하는 특발성 질환이라는 점이다. 원인을 특정할 수 없으니 근본적인 치료가 불가능한 셈이다. 이 때문에 파킨슨병이 발병할 경우, 약물치료 및 환자 본인의 건강 상태를 고려한 운동치료를 병행하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근원적 치료 대신 증상의 완화와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파킨슨병의 유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약 100~200명 정도로 추정된다. 보통 65세 이상 고령층의 유병률, 발병률이 높은 편이다. 현재 고령화가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 우리나라 인구 구조를 감안했을 때 경계해야 할 질병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그 이하 연령대라고 해서 발병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최근 국제 연구 사례를 통해 파킨슨병에 대해 추가적으로 알려진 내용들이 있다. 당뇨를 앓는 환자가 파킨슨병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 이 경우 증상의 진행 속도가 더 빠른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제2형 당뇨병 치료제를 활용해 파킨슨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또한, 목과 무릎, 발목 피부에서 채취한 미량의 검체를 통해 파킨슨병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출처 : 파킨슨병 운동연구소
집에서 따라할 수 있는 파킨슨병 증상 완화 프로그램
국립보건연구원과 파킨슨병 학회가 함께 개발한 이번 운동 프로그램은 증상의 진행 정도에 따라 단계별로 나누어 구성됐다. 핵심은 환자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리고 다양한 운동을 제공하는 것이다.
건강 관리를 위한 일상적인 운동이 효과를 보기까지 시간이 걸리듯, 운동치료 역시 단기간에는 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 따라서 장기간 지속할 수 있도록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하되, 지루함을 덜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운동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모든 운동은 전문가의 상세한 설명을 담아 동영상 형태로 제작됐다.
운동 프로그램은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임상 연구도 마쳤다. 연구 대상은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환자 56명, 연구 방법은 비대면 상태로 운동 프로그램을 진행하도록 한 다음 전후 증상 변화를 비교하는 방식이다.
비대면 회의 등을 위해 활용되는 줌(Zoom)을 활용해 1회 40분씩 주 2회, 총 12주간 운동을 실시하도록 했다. 총 56명의 참여자 중 83.4%가 12주 동안 총 960분의 운동 프로그램을 모두 소화했으며, 이들 중 특별한 부작용을 나타낸 사람은 없었다.
임상 연구를 통해 파킨슨병의 주된 증상인 운동 관련 증상이 감소했으며, 불안이나 우울 등 비운동 계통 증상도 호전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부작용은 없이 증상을 완화, 개선시키는 효과가 입증된 것이다. 본 연구결과는 <Journal of Movement Disorders> 학술지에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실시간 원격 운동 중재의 효과 파일럿 연구」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개발된 운동 프로그램 동영상은 ‘파킨슨병 운동연구소’라는 제목으로 구축된 홈페이지를 통해 볼 수 있으며, ‘닥터 파킨슨’ 모바일 앱을 통해서도 이용할 수 있다.
출처 : Journal of Movemetn Disorders 홈페이지 https://www.e-jmd.org/
출처 : 파킨슨병 운동연구소
파킨슨병, 어떻게 인식하고 대처해야 하는가
앞서도 말했듯, 파킨슨병이 왜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어떤 이유로 뇌간 중앙의 신경세포가 소실돼 도파민 호르몬이 감소함으로써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 그로 인해 운동 및 비운동 측면 등 뇌 기능과 관련된 여러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이 알려져 있을 뿐이다.
여전히 추정 단계지만, 바이러스 감염이나 신경독소, 머리 부분의 손상, 성격 및 유전정보 등이 파킨슨병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신경세포의 소실이라는 점에서 기인한 합리적인 추론들인 셈이다. 물론 식습관이나 생활습관과도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파킨슨병은 일단 진단을 받으면 증상의 진행을 늦추고 완화시키는 방향으로 치료가 이루어진다. 가장 기본적으로 약물치료를 진행하며 증상을 관리해왔지만, 이번 운동 프로그램 개발 및 임상 연구가 진행됨으로써 추가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관리 방법이 생겼다.
특히 운동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관리 방법은 약물에 비하면 제한도 덜하다. 꾸준히 수행하며 관리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증상 완화와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40~50대 경제활동인구에서 파킨슨병이 발생하는 비율은 치매에 비해 8배나 더 높다. 발병률 자체는 치매가 더 높지만, 한창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나이에 발병할 가능성은 파킨슨병이 더 높다는 것이다. 이는 사회 전체의 생산성 측면에서도 경계해야 할 지점이다. 진료비도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환자 본인 및 그 가족들의 고통과 부담도 가중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뚜렷한 원인을 찾을 수 없다고 해도, 뇌에 어떤 이상이 생김으로써 발생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할 수 있는 일은 정해져 있다. 원활한 뇌 기능을 위해, 나아가 전반적인 건강을 위해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꾸준히 점검하고 개선해나가는 것. 늘 반복하는 진부한 이야기지만, 가장 분명한 답이다.
<본 기사는 질병관리청에서 2024년 5월 7일 작성하여 공공누리 제1유형으로 개방한 보도자료를 활용해 작성되었습니다. 해당 보도자료 원본은 정책브리핑 www.korea.kr 브리핑룸 – 보도자료 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피부에서 채취한 샘플 검사를 통해 파킨슨병을 조기 발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는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베스 이스라엘 디코네스 메디컬센터(Beth Israel Deaconess Medical Center)의 연구팀에 의해 진행됐으며, 그 결과는 미국의사협회 공식 학술지인 JAMA(The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최신호에 게재됐다.
파킨슨병이란 무엇인가?
파킨슨병 또는 파킨슨씨병(Parkinson’s disease)이란, 뇌간 중앙에 위치한 도파민계 신경이 파괴돼 운동장애가 나타나는 질환이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정의한 바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 다음으로 흔하게 나타나는 뇌 질환이며, 뇌졸중과 함께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퇴행성 뇌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약 10만 6천 명이었던 것에 비해 2022년 약 12만 명으로 최근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유전병이라는 인식이 있기도 하지만, 실제로 전체 환자의 약 5%~10%만 유전에 의해 발생하며, 대부분 뚜렷한 발병 원인을 모르는 ‘특발성’으로 나타난다. 발생 원인으로 지적되는 요소로는 특정 중금속이나 유해 화학성분에의 노출, 그리고 머리 부분에 손상을 겪는 경우가 지적된다.
파킨슨병에 걸리면 몸이 떨리거나 근육이 뻣뻣해지고, 동작이 느려지는 등 움직임 측면의 문제가 나타나거나, 상체가 기울고 균형을 잡기 어려워하는 등 신체 밸런스상의 이상 증상을 보인다. 진행속도는 빠르지 않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점차 걸음을 걷는 것도 어려워지는 등 일상생활의 지장으로 이어진다. 또한, 파킨슨병에 걸린 환자 중 사고 능력 저하 및 치매 증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중증으로 진행되더라도 파킨슨병 자체가 사망의 원인이 되지 않지만, 다른 내과적 질환이나 신경계 질환, 순환기, 호흡기 등 신체 전반에 걸쳐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치명적인 병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2023년 발표된 신경학 분야 국제학술지 『Frontiers in Neurology』에는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해 약 10년간의 파킨슨병 진단 환자에 대한 사망률을 분석한 결과가 게재된 바 있다. 이 분석에서 파킨슨병 환자의 사망률은 47.9%, 병이 없는 대조군은 20.3%로, 파킨슨병 환자의 사망률이 27.9%p 더 높게 나타난 바 있다. 이는 파킨슨병이 전반적인 신체 활동을 방해하기 때문에 심혈관계 등 주요 체계의 기능에 장애를 일으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피부 생체검사로 조기 발견할 수 있다?
파킨슨병은 뇌세포 사이의 신경 전달을 돕는 ‘알파 시누클레인’이라는 단백질이 신경 세포에 축적됨으로써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킨슨병 외에도 다계통 위축증(MSA), 루이소체 치매(DLB) 등을 유발할 수 있는 현상으로, 이들을 포괄해 ‘알파 시누클레인 병증’이라 칭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이 왜 발생하는지에 대한 원인이 명확하지 않아 특발성 질환으로 분류되지만, 알파 시누클레인이라는 단백질의 이상적인 응집으로 인해 발생한다는 것은 밝혀진 셈이다.
이번 베스 이스라엘 디코네스 메디컬센터의 연구에서는 이러한 알파 시누클레인 병증 중 하나를 진단 받은 428명을 대상으로, 목과 무릎, 발목 등에서 3mm 피부 검체를 채취해 검사를 진행했다. 검사 결과, 진단 환자의 90% 이상으로부터 비정상적인 알파 시누클레인 단백질이 검출됐다. 파킨슨병을 진단 받은 환자 그룹의 93%, 루이소체 치매 진단을 받은 환자 그룹의 96%, 다계통 위축증을 진단 받은 환자 그룹의 98%에 해당하는 결과다. 알파 시누클레인 병증이 없는 건강한 사람의 피부 검체에서는 3%만 비정상 단백질이 발견된 것과 대조하면, 매우 높은 적중률로 병증을 발견할 수 있는 셈이다.
파킨슨병을 비롯한 알파 시누클레인 병증은 진행 속도가 매우 느린 축에 속한다. 하지만 연구팀은 진단 초기에 해당하는 환자에게서도 비정상적인 알파 시누클레인 단백질이 발견됐다는 결과를 밝혔다. 즉, 증상이 미미한 초기 환자의 경우도 피부 샘플 검사를 통해 파킨슨병을 비롯한 병증을 조기에 진단해낼 수 있게 됐음을 의미한다. 퇴행성 뇌 질환은 그 자체로 치명적인 경우도 있지만, 치료가 가능하더라도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는 비극이다. 이번 검사 결과를 토대로 주요 퇴행성 뇌 질환으로 꼽히는 파킨슨병의 조기 진단과 정복에 유의미한 한 걸음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