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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세포 성장과 비만의 연결고리, 호르몬 아닌 ‘지방산 산화’

    암세포 성장과 비만의 연결고리, 호르몬 아닌 ‘지방산 산화’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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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식습관은 비만의 주요 원인이다. 또한, 이러한 식습관이 암세포의 성장을 촉진한다는 것도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즉, 비만과 암 발생 위험은 서로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 국립암센터 연구팀이 암세포가 직접 지방산을 산화시키며 폭발적으로 성장한다는 점을 세계 최초로 증명해냈다.

     

    지방과 비만, 그리고 만성 염증

    비만은 다양한 이유로 발생한다. 하지만 기본적인 원리는 섭취하는 에너지가 소비하는 에너지보다 많은 상태가 장기간 유지되는 것이다. 여기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것이 바로 ‘고지방 식단’이다. 비만인 사람들은 포화지방 함량이 높은 붉은 고기류나 기름진 음식, 또는 트랜스지방 함량이 높은 각종 가공식품을 즐겨먹는 경우가 많다.

    에너지원으로서 지방이 갖는 특징을 두 가지 꼽을 수 있다. 하나는 다른 영양소에 비해 에너지 발생량(칼로리)이 2배 이상 높다는 것, 다른 하나는 탄수화물에 비해 대사가 오래 걸리기 때문에 에너지원으로서 우선순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고지방 식단을 자주 섭취하면서 체내 대사가 원활하지 않고 움직임이 적은 사람들은 잉여 에너지가 체내 곳곳에 축적되면서 비만이 되는 것이다.

    몸 속에 축적된 지방은 기본적으로 ‘에너지 저장소’ 역할을 한다. 일정 시간 이상 에너지가 공급되지 않으면서 소모가 가속화될 때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기능을 할 수 있다. 다만, 염증 물질을 비롯한 각종 신호 물질을 분비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만성 염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비만으로 인해 유발된 저강도의 만성 염증은 암세포 성장과 증식을 비정상적으로 촉진할 수 있다. 면역세포 기능을 약화시킨다거나, 염증으로 인해 세포 DNA에 손상을 입히는 것 등이 그 예다. 이러한 이유로 비만은 암 발생 위험의 대표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식이 문제로 인해 유도된 비만은 '저강도 만성염증' 상태를 만든다. 그리고 암 발생 위험의 대표적 요인이 된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식이 문제로 인해 유도된 비만은 '저강도 만성염증' 상태를 만든다. 그리고 암 발생 위험의 대표적 요인이 된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암세포, 지방을 연료로 쓴다

    비만으로 인해 암세포 성장에 유리한 조건이 만들어지는 데는 여러 메커니즘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기존에는 비만으로 인해 호르몬 변화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암세포 성장이 촉진된다는 견해가 제기됐다. 그러나 최근 국립암센터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암세포가 직접 지방을 연료로 사용해 급격하게 성장할 수 있다.

    국립암센터 암분자생물학연구과 김수열 박사 연구팀은 고지방 식단으로 비만이 됐을 경우, 암세포가 지방산을 직접 산화시켜 에너지 대사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기 때문이라는 것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 호르몬 변화가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면, 암세포의 에너지 대사는 직접적인 요인에 해당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테라노스틱스(Theranostics, IF 12.4)> 2025년 5월호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Loss of SLC25A20 in pancreatic adenocarcinoma reversed the tumor-promoting effects of a high-fat diet (췌장 선암에서 SLC25A20 지방산산화 유전자의 제거는 고지방 식이의 종양 촉진 효과를 완전히 뒤집었다.)”로, 암세포의 지방산 산화 유전자를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항암치료 전략을 제시했다.

     

    암세포 성장 메커니즘과 치료 전략

    그동안 비만으로 인한 종양의 성장은 염증성 호르몬에 의한 간접적 영향 때문이라는 이론이 지배적이었다. 간 또는 지방세포에서 렙틴(Leptin), 또는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1(IGF-1)와 같은 염증성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암세포가 빠르게 성장한다는 이론이다. 

    그러나 국립암센터 연구팀은 ‘종양의 에너지 대사가 지방산에 의존한다는 이론(Kim Effect)’을 토대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암세포가 직접적으로 지방산 산화(Fatty Acid Oxidation, FAO)를 통해 세포 에너지원인 아데노신 삼인산(ATP)을 생산하고, 이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한다는 점을 증명했다. 

    기존의 ‘와버그 효과(Warburg Effect)’에 따르면, 암세포는 산소가 충분한 상황에서도 포도당을 분해해 젖산을 생성함으로써, 주변을 산성화시키고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든다. 김수열 박사 연구팀이 제기한 이론은 이와 상보적인 이론이라 할 수 있다. 연구팀은 고탄수화물 식이가 고지방 식이에 비해 암세포 성장을 최대 80%까지 억제할 수 있음을 함께 확인했다.

    기존 '와버그 효과'에서는 암세포가 포도당을 분해해 에너지원을 생산하면서, 주위를 산성화시키는 것으로 봤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기존 '와버그 효과'에서는 암세포가 포도당을 분해해 에너지원을 생산하면서, 주위를 산성화시키는 것으로 봤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연구팀은 췌장암에 걸린 마우스 모델에게 23주간 고지방 식이를 제공한 다음, 동일한 열량을 탄수화물로 제공받은 마우스 모델과 비교했다. 확인 결과, 고지방 식이를 섭취한 쥐는 체중이 두 배로 증가했으며, 종양 크기도 두 배 이상 커지는 현상을 관찰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지방산 산화를 유도하는 핵심 유전자인 ‘SLC25A20’을 유전적으로 억제했을 때, 암세포의 성장이 고지방 식이에서도 정상식이와 유사한 수준으로 억제되는 것을 확인했다. 일부에서는 종양성장이 완전히 사라지는 완전관해(Complete Remission)가 관찰되기도 했다. 즉, 고지방 식이에 의한 종양 성장 효과가 이 유전자를 조절함으로써 완전히 역전되는 것을 증명했다. 

    또한, 면역세포가 살아있는 자연 발생 마우스 췌장암(KPC 모델)에서도 SLC25A20 유전자가 결손된 마우스와 교배할 경우, 전체 생존율이 23주에서 30주로 평균 7주 연장되며 항암 효과를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지방산 산화를 차단하는 것이 암세포 성장을 직접적으로 억제할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입증한 사례다. 연구팀은 “SLC25A20은 암세포에 지방을 공급하는 핵심 통로로, 이를 차단하면 암이 에너지를 제대로 만들지 못하게 된다”며 “부작용이 거의 없어 새로운 항암 치료법의 최적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립암센터는 현재 자회사 NCC-Bio(대표 김수열)와 함께 SLC25A20 유전자를 표적으로 한 항암 신약 개발 및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립암센터 암분자생물학연구과 김수열 박사 / 출처 : 국립암센터
    국립암센터 암분자생물학연구과 김수열 박사 / 출처 : 국립암센터

     

  • 면역 회피 단백질 제거하는 ‘자기조립 복합체’ 기술

    면역 회피 단백질 제거하는 ‘자기조립 복합체’ 기술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암세포에는 면역을 회피하는 데 쓰이는 단백질이 있다. 이들은 이른바 ‘면역 회피 단백질’이라 불린다. 이 면역 회피 단백질을 분해하는 방식으로 암세포를 죽이는 기술이 개발됐다. 이를 바탕으로 면역계가 암세포를 인식하고 제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암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면역 회피 돕는 PD-L1 단백질

    암세포는 PD-L1이라는 단백질을 정상 세포보다 많이 만들어낸다. PD-L1은 이른바 ‘억제성 면역관문 단백질’ 또는 ‘면역 회피 단백질’로 불리며, 암세포가 면역 작용을 회피할 때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지난 1월 인하대 의과대학 연구팀의 발표에 따르면, 면역 회피 단백질인 PD-L1이 암세포의 성장과 전이를 촉진하는 역할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PD-L1은 암세포의 표면에 나서서, 면역 세포를 향해 ‘공격 금지’ 신호를 보낸다. 즉, PD-L1 단백질이 많아질 경우, 면역 세포는 암세포를 정상이라고 인식하게 돼 공격하지 않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암세포는 면역계의 인식 및 공격을 피해 빠르게 증식할 수 있게 된다.

     

    면역 회피 단백질 선택적 분해

    유니스트(UNIST, 울산과학기술원) 화학과 유자형 교수 연구팀은 ‘아세타졸아마이드’를 기반으로 PD-L1을 선택적으로 분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아세타졸아마이드는 탄산탈수효소 억제제로, 암세포 표면에 분포하는 CAIX 효소에 달라붙어 단백질 나노 복합체를 형성하고, PD-L1과 같은 면역 회피 단백질을 세포 안으로 끌고 들어간다.

    세포 안으로 들어간 나노 복합체는 ‘비정상 단백질’로 인식돼, 세포 내 청소 역할을 담당하는 리소좀에서 분해된다. 이러한 작용은 암세포에서만 일어난다. 반응의 출발점이 되는 CAIX 효소가 정상 세포에는 거의 없는 단백질이기 때문이다.

    면역 세포에 ‘공격 금지’ 신호를 보내던 면역 회피 단백질이 사라지면 암세포는 면역계의 공격 대상이 된다. 연구팀은 쥐 모델을 활용한 실험으로 이를 검증했다. 실험 결과 암 크기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으며, PD-L1 단백질도 눈에 띄게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면역계가 직접 암을 공격하는 경로를 추가로 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암 특이적 CAIX를 표적으로 하는 나노복합체인(Supra-LYTAC) 형성 과정 및 단백질 분해 메커니즘 / 출처 : UNIST
    암 특이적 CAIX를 표적으로 하는 나노복합체인(Supra-LYTAC) 형성 과정 및 단백질 분해 메커니즘 / 출처 : UNIST

     

    기존 기술과의 차별점

    특정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분해하는 표적 단백질 분해 기술(Targeted Protein Degradation, TPD)은 2001년 처음 제시돼 주목을 받아왔다. 연구팀은 PROTAC과 LYTAC이라는 ‘키메라 분자 기술’과 이번에 개발한 아세타졸아마이드 기반 나노 복합체 기술을 비교했다. 

    키메라 분자는 여러 기능을 가진 분자들이 결합하는 것을 기본 원리로 한다. 예를 들어, PROTAC의 경우 표적 단백질을 찾아 결합하는 역할의 분자와, 단백질 분해를 유도하는 분자를 결합하는 식이다.

    다만 이와 같은 키메라 분자의 경우, 서로 다른 기능을 갖춘 여러 분자가 결합하다보니 분자의 크기가 너무 커진다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세포막을 통과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생긴다. 또한, 서로 다른 기능을 갖춘 분자들을 정확한 위치에 결합시키는 것이 어렵다는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제작 과정, 제작 비용, 제작 후 안정성 등의 문제가 뒤따른다.

    UNIST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몸속에서 분자를 스스로 조립하도록 하는 접근법’을 채택했다. 처음부터 완성된 형태의 키메라 분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작은 단위의 분자들이 체내에서 만나 자연스럽게 키메라 분자를 형성하는 셈이다. 이를 통해 세포 내 침투율도 높아지는 것은 물론, 안정성을 유지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유자형 교수는 “기존 고분자 기반 키메라 기술의 한계를 넘는 새로운 형태의 표적 단백질 분해 기술(TPD)”이라며, “면역항암제와 함께 사용하거나 다양한 난치성 고형암 치료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3일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게재됐다.

    기존 기술은 '분자를 결합시켜 투입'시키는 방식인데 반해, 새롭게 개발된 기술은 '체내에서 분자가 자연스레 결합되도록 하는 방식'이라는 차이가 있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기존 기술은 '분자를 결합시켜 투입'시키는 방식인데 반해, 새롭게 개발된 기술은 '체내에서 분자가 자연스레 결합되도록 하는 방식'이라는 차이가 있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 면역항암제 효능 확대, 혈액암 넘어 고형암까지

    면역항암제 효능 확대, 혈액암 넘어 고형암까지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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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암치료를 방해하는 ‘나쁜 세포’만 정밀하게 제거할 수 있는 약물이 개발됐다. 이로써 고형암 치료에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면역항암제 개발 가능성이 생겼다.

     

    면역항암제 효능과 고형암 치료 한계

    경희대학교 생리학교실 배현수 교수와 응용화학과 강성호 교수 연구팀은 종양의 성장을 돕는 대식세포를 선택적으로 표적해 사멸하도록 하는 펩타이드 치료제 후보물질을 개발했다. 본래 대식세포는 종양을 죽이는 것(M1형)과 성장을 촉진하는 것(M2형)로 나뉘며, 이중 M2형을 표적으로 삼아 사멸시키는 메커니즘이다.

    면역항암제 효능은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강화시켜, 스스로 암세포를 공격하게 하는 방식이다. 면역항암제 효능은 일반적으로 특정 혈액암에는 뛰어나다. 하지만 장기에 발생하는 고형암에는 치료 효과가 제한적으로 나타난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에 따르면 그 이유 중 하나는 고형암 주위의 ‘종양미세환경’ 때문이다. 암세포 증식을 돕는 주위 환경을 총체적으로 이르는 말로, 이들로 인해 면역 세포와 약물이 암세포 안으로 침투하기 어려워진다. 그중에서도 항염증 및 조직 회복 기능을 하는 M2형 대식세포가 종양미세환경에 있을 경우, 암세포 성장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암세포 제거에 한계가 생긴다.

     

    종양 살리는 면역세포 표적

    경희대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지 않으면서도 종양 크기를 줄여줄 수 있는 자연계 ‘독 성분 물질’에 주목했다. 테스트해본 결과, 이 물질이 암세포를 돕는 M2형 대식세포를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M2형 대식세포의 결합 분자인 ‘활성형 CD18 단백질’을 표적으로 정했다. 본래 CD18 단백질은 세포 접착 및 신호 전달, 면역 반응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다. 이 단백질이 M2형 대식세포에서 활성화되면, 종양의 성장 및 전이를 촉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사실을 토대로 독 성분 물질이 갖고 있는 독성을 낮추는 방향으로 분자 구조를 재설계했다. 그 다음 M2형 대식세포 내 활성형 CD18 단백질을 인식할 수 있는 펩타이드-약물 접합체 ‘TB511’을 개발했다.

     

    ‘정밀 면역항암제’ 임상시험 예정

    TB511을 동물 모델에 투여한 결과, 정상적인 대식세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종양 내 M2형 대식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제거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대장암, 폐암, 췌장암 등이 유발된 동물 모델에서 종양 성장을 효과적으로 억제한다는 것도 함께 확인됐다. 이는 TB511이 정상 면역 세포를 손상시키지 않는 ‘정밀 면역항암제’로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지난 2024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TB511의 임상 1/2a상 승인을 얻었다. 올해부터 TB511이 면역항암제 효능을 충분히 발휘하는지를 재차 확인하기 위해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배현수 교수는 “이번 연구로 개발한 약물은 종양 내에서만 활성화된 CD18을 표적으로 M2형 대식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며 “향후 범용 면역항암제 개발 및 정밀 면역치료 기술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 지원사업으로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암 면역치료 저널(Journal of ImmunoTherapy of Cancer)> 4월호에 게재됐다.

     

  • 면역항암치료 한계 극복, 반응성 높일 핵심인자 찾았다

    면역항암치료 한계 극복, 반응성 높일 핵심인자 찾았다

    이정은 바이오및뇌공학과 석사(좌)_조광현교수(중앙)_공정렬 바이오및뇌공학과 박사(우) / 출처 : 카이스트 연구뉴스
    이정은 바이오및뇌공학과 석사(좌)_조광현교수(중앙)_공정렬 바이오및뇌공학과 박사(우) / 출처 : 카이스트 연구뉴스

    국내 연구진이 면역관문억제제에 반응하지 않는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새로운 치료 방안을 제시했다. 면역항암치료를 방해하는 핵심 인자를 발굴해, 여기에 사용할 수 있는 동반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면역관문억제제의 기존 한계

    ‘면역관문억제제’는 체내 면역 세포가 암세포를 더 잘 공격할 수 있도록 돕는 약물이다. 이를 통한 면역항암치료(Immunotherapy)는 암을 치료하는 데 있어 획기적인 진전을 불러왔다. 하지만 전체 암 환자 중 20% 미만만이 면역항암치료에 반응하는 것이 현실이어서, 실제로 이 기술에 의한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환자 수는 많지 않았다. 

    면역항암치료 반응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선별하기 위해,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종양돌연변이부담(TMB)’을 주요 바이오마커로 승인하기도 했다. 유전자 돌연변이가 많이 생긴 암일수록 면역항암치료에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TMB가 높더라도, 면역세포 침투가 극도로 제한된 이른바 ‘면역사막(Immune-desert)’ 형태의 암 조직에서는 치료 반응이 매우 낮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 형태의 암 조직이 여전히 많다는 것도 밝혀졌으며, 이로 인해 면역항암치료의 반응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면역항암치료의 반응성을 높이고 적용 가능 대상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이 꾸준히 모색돼 왔다. 

     

    면역항암치료 반응 조절하는 인자 발견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조광현 교수 연구팀은 폐암 세포의 면역회피 능력을 결정하는 핵심 인자 DDX54를 발굴했다. 이를 억제하면 암 조직으로 면역 세포가 더 원활하게 침투할 수 있어, 면역항암치료 효과가 크게 개선된다는 연구 결과다.

    조광현 교수 연구팀은 면역회피가 발생한 폐암 환자에게서 얻은 전사체 및 유전체 데이터를 토대로 시스템생물학 연구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를 추론하고 분석해, 폐암 세포가 면역회피능력을 얻도록 하는 핵심 조절인자를 찾아냈다.

    그런 다음, 쥐 모델에서 이 핵심 인자를 억제한 뒤 면역항암치료를 적용해 그 반응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T세포, NK세포 등 항암 면역세포들의 암 조직 침윤이 크게 증가하고, 동시에 면역항암치료 반응성도 눈에 띄게 높아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동종(Syngeneic) 폐암 마우스 모델에서 DDX54 억제할 경우 암세포의 면역회피능을 되돌림으로써 면역항암치료 민감성이 강화됨을 확인 / 출처 : 카이스트 연구뉴스
    동종(Syngeneic) 폐암 마우스 모델에서 DDX54 억제할 경우 암세포의 면역회피능을 되돌림으로써 면역항암치료 민감성이 강화됨을 확인 / 출처 : 카이스트 연구뉴스

     

    면역항암치료 반응성 높일 치료 전략

    한편, 세포 수준에서의 유전자 발현을 분석한 결과, DDX54를 제어하는 동반치료를 시행할 경우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결과도 확인했다. 동반치료를 시행하면 암 억제 효과를 가진 T세포의 분화를 촉진하고, 암세포 성장을 돕는 T세포의 침투를 억제하는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이는 DDX54를 억제함으로써 폐암 세포의 신호 전달 경로를 불활성화해, 면역회피를 돕는 단백질들의 발현을 억제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들 분자를 억제함으로써 암 조직의 발달이 억제되고 항암 기능을 수행하는 대식세포의 분화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조광현 교수는 “폐암 세포가 면역회피능력을 획득하도록 하는 핵심조절인자를 처음으로 찾아내, 이를 제어함으로써 면역항암치료의 반응을 유도해 낼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전략을 개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지난 4월 2일자로 게재됐다.

    이 기술은 교원창업기업인 바이오리버트(주)로 기술이전돼, 면역항암치료제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동반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오는 2028년 임상 진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단일세포 전사체 및 공간전사체 분석을 통해 DDX54 억제시 면역세포의 암조직내 침윤이 증가됨을 확인함 / 출처 : 카이스트 연구뉴스
    단일세포 전사체 및 공간전사체 분석을 통해 DDX54 억제시 면역세포의 암조직내 침윤이 증가됨을 확인함 / 출처 : 카이스트 연구뉴스

     

  • 3D 바이오프린팅 위암 모델, 환자 맞춤형 항암치료 방향 제시

    3D 바이오프린팅 위암 모델, 환자 맞춤형 항암치료 방향 제시

    이미지 출처 : POSTECH 홈페이지
    이미지 출처 : POSTECH 홈페이지

    포스텍(POSTECH) 연구팀이 암 환자의 약물 반응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3D 위암 모델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환자의 개별 특성을 유지하면서, 환자별 약물 반응을 평가하고 예측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이번 연구 개발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최근 게재됐다.

     

    환자마다 다른 종양의 특성

    암 치료에서 가장 큰 난제라 하면 ‘종양의 이질성’을 빼놓을 수 없다. 같은 암을 앓고 있는 환자라도, 저마다 종양의 특성이 달라 약물에 대한 반응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암 조직을 동물 모델에 이식해 약물 반응을 관찰하는 ‘PDX 모델’, 또는 암 세포 유전자를 분석해 약물의 효과를 예측하는 방법이 주로 사용됐다. 하지만 이 방법들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모든 환자에게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POSTECH 기계공학과·생명과학과·IT융합공학과·융합대학원 장진아 교수 연구팀은 미국 잭슨랩 유전체의학연구소의 찰스 리 교수 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3D 바이오프린팅 기술’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다.

    공동 연구팀은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토대로 환자의 위암 조직 조각, 그리고 위에서 유래한 탈세포화 세포외기질(ECM) 하이드로젤을 사용해 바이오 잉크를 만든 다음, 암 세포와 주변 조직(간질세포) 사이의 상호작용을 재현했다. 여기에 위 섬유아세포를 함께 배양해, 종양을 둘러싼 미세환경을 더욱 정교하게 구현하고자 했다.

     

    환자별 맞춤형 암 치료법 제시

    이렇게 만들어진 3D 위암 모델은 환자 고유의 위 조직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기존 방법보다 더 나은 성과를 보였다. 기존 PDX 모델에 비해 암의 발생, 성장, 약물 반응 관련 유전자 발현 패턴이 실제 환자와 유사하게 나타났다. 또한, 항암제 효과 및 예후 예측 실험에서의 정확도도 더 높았다. 특히, 3D 위암 모델은 조직을 채취한 후 2주 이내에 신속한 평가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장진아 교수는 3D 바이오프린팅 기술로 위암 모델을 만든 이번 연구에 대해 “환자 맞춤형 치료법 개발은 물론, 새로운 항암제와 병합요법의 효과를 검증하는 전임상 플랫폼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고 전했다. 

    공동 연구를 진행한 찰스 리 교수는 “이 모델은 암 세포와 간질세포 간 상호작용을 정밀하게 재현해 약물 반응 정확성을 높이고, 효과가 없는 환자에 대한 불필요한 약물 사용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3D 바이오프린팅으로 만든 위암 모델에 관한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대학중점연구소지원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한국연구재단 STEAM 연구사업 미래유망융합기술파이오니어, 중견연구자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항암제 안 듣는 췌장암 세포, 적외선으로 잡았다

    항암제 안 듣는 췌장암 세포, 적외선으로 잡았다

    개발된 리소좀 표적 광감각제 기반 치료의 차별점 / 출처 : BRIC Bio통신원
    개발된 리소좀 표적 광감각제 기반 치료의 차별점 / 출처 : BRIC Bio통신원

    항암제 내성을 가진 췌장암 세포에 빛을 쪼여 제거하는 기술이 나왔다. 유니스트(UNIST, 울산과학기술원)와 포스텍(POSTECH) 공동 연구팀이 내놓은 성과다. 

     

    암 세포의 자가포식과 항암 내성

    암 세포는 변화무쌍한 적응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항암제를 투여해도 살아남는 경우도 있으며, 이렇게 되면 내성을 갖게 돼 더욱 끈질긴 생명력을 갖는다. 이는 항암제 개발 및 항암치료 전략 수립에 있어 난제로 꼽혀왔다.

    암 세포가 항암제나 항암치료에 내성을 갖게 되는 메커니즘도 여러 가지다. 그중 하나는 ‘자가포식(Autophagy)’이다. 본래 자가포식은 세포가 손상되거나 기능이 저하된 다른 세포나 조직, 대사 노폐물 등을 분해해 에너지를 얻는 과정을 일컫는다. 세포의 생존 및 대사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메커니즘이다.

    문제는 암 세포 역시 근본적으로는 세포이기 때문에 자가포식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암 세포 입장에서 항암제는 불필요한 성분이다. UNIST 연구팀에 따르면, 암 세포가 항암제를 배출하고 노폐물을 분해하는 자가포식 과정을 통해 부족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며 면역 체계를 회피하는 경우가 생긴다.

    연구팀은 이와 같은 내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활성산소(ROS)’를 활용해보기로 했다. 연구팀은 활성산소가 자가포식을 억제하고 췌장암의 화학요법 반응성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최근 임상 연구를 통해 확인한 바 있다.

     

    적외선으로 암 세포 사멸 유도

    연구팀은 이러한 암 세포의 자가포식을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광 반응 화합물’을 개발했다. 화합물은 세포의 리소좀만을 표적으로 하는 분자 ‘모폴린(Mopollin)’과 빛을 받아들여 산화 손상을 유발하는 금속 ‘이리듐(Iridium)’으로 구성됐다. 

    연구팀은 먼저 쥐 모델에게 약물에 내성을 가진 췌장암 세포를 이식했다. 그런 다음 개발한 광 반응 화합물을 투입하고 적외선을 쪼였다. 그러자 ‘젬시타빈’ 항암제에 약물내성을 갖고 있는 췌장암 조직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으며, 약 7일 만에 완전히 사라지는 결과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메커니즘을 분석했다. 그 결과, 연구팀이 개발한 광 반응 화합물에 빛을 조사했을 때 세포의 리소좀 막이 파괴되었으며, 동시에 리소좀이 ‘자가포식소체(autophagosome)’와 융합하는 것을 방해한다는 점이 확인됐다. 

    자가포식소체는 세포에서 발생한 노폐물이 일시적으로 격리되는 ‘처리장’ 역할을 한다. 리소좀과 융합할 경우 자가포식 작용이 발생하며 암 세포가 노폐물을 없애고 에너지를 공급하게 된다. 광 반응 화합물과 빛에 의해 이 과정이 억제되면서 암 세포가 필요한 에너지를 확보하지 못해 사멸하게 된 것이다.

     

    췌장암 등 난치암 치료에 기여할 것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광 반응 화합물이 산화손상을 일으키는 과정을 보다 면밀히 분석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산화손상 과정에 기여하는 단백질이 무엇인지 추가로 밝혀내는 것이 목적이다. 

    UNIST 화학과 권태혁 교수는 “암 세포의 자가포식으로 인해 약물내성을 갖게 된 주요 난치암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젬시타빈 이외에도 기존에 사용되는 항암제들과 병용 치료가 가능한지 그 효능을 검증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1월 13일자로 게재됐다. 

  • 노화 암 세포가 다른 암 세포를 돕는다

    노화 암 세포가 다른 암 세포를 돕는다

    노화된 암세포가 PD-L1 수준을 조절해 항종양 면역반응을 억제하고, 잠재적으로 암 재발을 유도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모식도 / 출처 : 인하대학교
    노화된 암세포가 PD-L1 수준을 조절해 항종양 면역반응을 억제하고, 잠재적으로 암 재발을 유도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모식도 / 출처 : 인하대학교

    ‘노화된 암 세포’가 항암 면역을 막는 보호막 역할을 해, 암의 재발에 기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하대 의과대학 이재선 교수와 차종호 교수는 각각 노화 암과 항암 면역 분야를 전문으로 하고 있으며, 공동연구를 통해 이와 같은 결과를 내놓았다.

     

    노화된 암 세포, 다른 암 세포를 돕는다

    항암제와 방사선 등 암 치료에 사용되는 방법들은 대부분 암 세포에 치명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들이 모든 암 세포를 사멸시킨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치료 과정에서 일부 암 세포는 노화된 채 몸 안에 남는다.

    정상적인 세포가 노화될 경우, 더 이상의 분열을 하지 않으며 정상 세포에 비해 기능도 저하된다. 암 세포도 마찬가지다. 노화된 암 세포는 더 이상 분열하지 않기 때문에 증식은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염증성 환경을 만들고 면역 회피 기전을 활성화하는 등의 기능은 유지한다. 이러한 특성으로 노화된 암 세포는 다른 활성 암 세포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한다.

    이재선 교수와 차종호 교수 공동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노화된 암 세포가 ‘억제성 면역관문 단백질’인 PD-L1의 발현을 증가시킨다는 것을 밝혀냈다. PD-L1은 암 세포가 면역 작용을 회피할 때 사용되는 단백질로도 알려져 있다. 또한 PD-L1은 암 세포의 성장과 전이를 촉진한다는 사실도 이번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즉, 노화된 암 세포는 더 이상 증식하지는 않지만, 다른 암 세포들이 더욱 잘 살아남고 퍼져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항암 치료의 효과를 저해하거나 치료 후 암의 재발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체 안정성 요인’을 치료 타깃으로

    한편, 공동연구팀은 노화된 암 세포가 PD-L1 단백질을 보다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노화 암 세포가 PD-L1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비롯해 그 당화 과정(단백질에 당분을 결합시키는 과정)을 활성화한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단백질의 당화 과정은 그 구조적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당화가 이루어질 경우 PD-L1은 세포 표면에서 더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항암 면역을 회피하는 능력이 향상된다. 또한, PD-L1은 T세포에 결합해 그 기능을 억제하는 역할도 한다. 즉, 치료제가 잘 듣지 않거나 효과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한편, 공동연구팀은 노화 암 세포에 존재하는 ‘RPN1’이 PD-L1의 당화를 조절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는 것도 확인했다. 노화 암 세포가 어떤 식으로 안정성을 유지하며 다른 암 세포를 도울 수 있는지를 알아낸 것이다. RPN1을 표적으로 하여 노화 암 세포를 제거하는 치료를 적용할 경우, 근본적으로 면역 회피가 감소하게 되므로 암 재발을 억제할 수 있게 된다.

    이번 연구는 노화된 암 세포의 역할에 주목함으로써 암 치료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타깃을 제시했다는 데서 큰 의의를 지닌다. 이를 토대로 연구 결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됐다.

  • 암 세포를 정상화시키는 ‘가역 치료’ 원천기술 개발

    암 세포를 정상화시키는 ‘가역 치료’ 원천기술 개발

    대장암 가역치료 연구결과 모식도 / 출처 : 카이스트
    대장암 가역치료 연구결과 모식도 / 출처 : 카이스트

    카이스트 연구진이 대장에 생긴 암 세포를 정상 세포와 유사한 상태로 되돌리는 ‘암 가역 치료(cancer reversion therapy)’ 원천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대장암 세포의 상태를 변환시켜 부작용 없이 치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변이된 암 세포를 되돌린다’는 접근

    현재 시행되고 있는 항암치료는 ‘암 세포를 사멸시키는 방식’을 기본 전제로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정상 세포까지 사멸시킴으로써 부작용을 유발하거나, 암 세포가 치료에 내성을 갖게 되면서 재발을 일으키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한편 또 다른 치료 기술은 암 세포의 성장을 억제하거나 면역 체계를 활성화시켜 암 세포에 대응하게 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암 세포의 내성을 무력화하거나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이 새롭게 개발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다만, 이러한 방법들 역시 근본적으로는 암 세포를 죽이거나 무력화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런 기존의 방식과 반대로, 암 세포를 죽이거나 억제하지 않고 정상 상태에 가깝게 되돌리는 방법이 등장했다. 암 세포는 기본적으로 세포의 변이로 인해 발생하므로, 그 과정을 관찰해 원인을 찾고 변이를 되돌리는 접근법이다.

     

    비정상적 분화를 컨트롤하는 방법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조광현 교수 연구팀은 정상 세포가 암 세포로 변하는 과정에서 정상적인 세포분화 궤적을 역행한다는 관찰 결과에 주목했다. 본래 세포가 정상적인 발달 과정을 거칠 경우, 여러 단계의 분화를 통해 각자 역할을 부여받게 된다. 미분화 상태의 줄기세포에서 여러 장기 세포 또는 조직 세포로 분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암 세포의 경우, 이 과정을 역행해 비정상적으로 성장하면서 분화하지 않은 형태로 돌아가게 된다. 이로 인해 통제되지 않은 방식으로 성장하고 분열하며 크기가 커지고 다른 영역으로 전이되는 것이다.

    연구팀은 관찰한 내용을 토대로 ‘정상 세포의 분화 궤적’에 대한 유전자 네트워크의 디지털 트윈 모델(실제 시스템이나 프로세스의 가상 시뮬레이션 모델)을 제작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런 다음 분석을 진행해 정상적인 세포분화를 유도하는 ‘마스터 분자 스위치’를 발굴했다. 

    마스터 분자 스위치는 다른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해 세포의 분화 방향을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암 세포의 유전자 발현을 조절함으로써, 세포가 정상적인 분화 과정을 따르도록 유도하는 원리다.

     

    다른 암에도 적용할 수 있는 원천기술

    연구팀은 분자세포 실험 및 동물 실험을 통해 마스터 분자 스위치의 효과를 입증했다. 대장암 세포에 적용했을 때, 이를 정상화시킬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이는 암 세포가 어떤 원리로 생겨나는지, 그에 대한 통제력을 어떻게 되찾을 수 있는지를 분석함으로써 발견해낸 원천기술이라 할 수 있다.

    조광현 교수는 “암 세포가 정상 세포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현상”이라며 “이번 연구는 암 세포의 정상화를 체계적으로 유도해낼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조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가역 치료’의 개념을 최초로 제시했던 성과들을 바탕으로, 암 가역화 치료 타겟을 발굴하는 원천기술을 개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대장암 세포를 대상으로 검증했지만, 사실상 다른 암종에도 응용할 수 있는 원리를 포함하고 있다. 향후 응용을 통해 여러 암종에 대한 ‘암 가역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와일리(Wiley)에서 출간하는 국제 저널 「어드밴스드 사이언드(Advanced Science)」에 온라인판으로 게재됐다.

    정상 대장세포 분화궤적을 모사한 디지털 트윈 시뮬레이션 / 출처 : 카이스트
    정상 대장세포 분화궤적을 모사한 디지털 트윈 시뮬레이션 / 출처 : 카이스트
    정상 대장세포 분화를 유도하는 최상위 핵심 제어인자 발굴 / 출처 : 카이스트
    정상 대장세포 분화를 유도하는 최상위 핵심 제어인자 발굴 / 출처 : 카이스트
    실험을 통해 가역화 효과 검증 / 출처 : 카이스트
    실험을 통해 가역화 효과 검증 / 출처 : 카이스트

     

  • 강북삼성병원, 14일 유방·갑상선암 웹 심포지엄 개최

    강북삼성병원, 14일 유방·갑상선암 웹 심포지엄 개최

    출처 : 강북삼성병원
    출처 : 강북삼성병원

    강북삼성병원이 오는 14일(토) 유방암·갑상선암을 주제로 한 ‘웹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강북삼성병원 유방·갑상선 암센터 주최로 진행되는 행사로, 14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2시간에 걸쳐 웹엑스(Webex) 플랫폼에서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이번 심포지엄은 30분짜리 총 4개의 세션으로 구성된다. 본 행사 시작 전 10분간 유방·갑상선 암센터 박찬흔 센터장의 오프닝이 예정돼 있으며, 이후로 4개의 세션이 이어진다. 끝으로 약 10분에 걸쳐 Q&A 및 클로징을 진행한다.

    첫 번째 강의 세션은 외과 이관호 교수가 ‘유방암의 항암치료 및 부작용관리’를 주제로 진행한다. 두 번째는 외과 김은영 교수가 ‘유방암의 호르몬 치료’를 주제로 세션을 진행한다. 세 번째는 ‘부신 종양에 대하여’라는 주제로, 외과 윤지섭 교수가 강의를 맡는다. 마지막 네 번째는 ‘갑상선 기능 이상, 그리고 임신’이라는 주제로 내분비내과 권혜미 교수가 맡게 된다.

    이번 웹 심포지엄은 대한의사협회 평점 2점이 부여되는 행사다. 대한의사협회 2024년 연수교육 심의 기준에 의거해 1만 원의 비용을 내고 참석할 수 있다. 단, 강북삼성병원 임직원은 무료다. 

    참석을 희망할 경우, 강북삼성병원 측에서 마련한 온라인 사전등록 페이지를 통해 사전등록 후 참가비를 납입하면 된다. 사전등록 신청 후 행사 당일 1일 전까지 입금하지 않을 경우 신청은 자동 취소될 수 있다.

     

    ▶ 강북삼성병원 온라인 사전등록 페이지 URL : 

    https://main.kbsmc.co.kr/main/symposium/index.do?s_idx=5

    출처 : 강북삼성병원
    출처 : 강북삼성병원

     

  • 난치성 뇌종양, 면역항암제 효과 높일 가능성 발견

    난치성 뇌종양, 면역항암제 효과 높일 가능성 발견

    억제성 Fc 감마 수용체(FcγRIIB) 결손에 따른 항 PD-1 치료제 효과가 교모세포종 뇌종양 면역반응 향상에 대한 개괄적 연구개요 / 출처 : 카이스트 연구뉴스
    억제성 Fc 감마 수용체(FcγRIIB) 결손에 따른 항 PD-1 치료제 효과가 교모세포종 뇌종양 면역반응 향상에 대한 개괄적 연구개요 / 출처 : 카이스트 연구뉴스

    ‘교모세포종(glioblastoma)’은 뇌 조직의 신경교세포로부터 발생하는 1차적 종양으로, 극복이 어려운 난치성·악성 종양으로 꼽힌다. 치료가 어려우면서도 전체 뇌종양 환자의 15% 정도를 차지할 만큼 흔한 유형이기도 하다.

    그동안 교모세포종은 면역항암제를 통한 치료가 잘 듣지 않았던 문제가 있었다. 이에 대해 카이스트 연구팀이 면역항암제의 치료 효능을 높이는 원리를 밝혀내, 교모세포종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암 세포만 공격하는 치료법, 면역항암제

    면역항암제는 최근 가장 주목받는 항암치료 요법이라 할 수 있다. 면역 체계의 핵심 구성 요소인 T세포의 활성화를 촉진해, 항암 면역작용을 강화함으로써 암 세포를 제거하도록 하는 원리다. 기존 항암치료법인 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치료의 경우 정상 세포까지 손상시킬 우려가 있지만, 면역항암제는 암 세포를 특정하여 공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더욱 진보된 치료법으로 주목을 받는다.

    면역항암제의 구체적인 유형으로는 ‘면역관문억제제’, ‘CAR-T 세포 요법’, ‘면역증강제’ 등이 있다. 면역관문억제제는 T세포의 활성화를 억제하는 단백질과의 상호작용을 차단해, T세포가 암 세포를 더 효과적으로 공격할 수 있게 하는 원리다.

    CAR-T 세포 요법은 환자의 T세포를 채취한 다음, 유전자 조작을 통해 암 세포를 더 잘 인식하고 공격하도록 만든 뒤, 이를 다시 환자에게 주입하는 방식이다.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과 같은 혈액암 계통에서 높은 효과를 보이는 면역항암치료법이다. 

    면역증강제의 경우, 면역 체계의 전반적인 기능을 강화해 암 세포에 대한 면역 반응을 높이는 약물이다. 면역 세포의 활성화, 증식, 기능 강화의 작용을 한다.

    이러한 면역항암제들은 기존 항암치료에 비해 더 지속적이면서 강력한 효과를 갖는다. 하지만 모든 종류의 암에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특히 난치성 뇌종양에 해당하는 ‘교모세포종’이 그 대표적인 예다.

     

    공격적이며 까다로운 교모세포종

    교모세포종은 뇌에서 1차적으로 발생하는 종양이면서 가장 악성이라 할 수 있는 신경교종이다. 매우 공격적이고 빠르게 성장하며 전이되는 경향이 있어, 재발이 잦고 그로 인해 생존율이 낮은 것으로 악명을 갖고 있다. 기존 항암치료법은 물론, 면역항암제의 치료 효과도 잘 듣지 않는다는 점에서 난치성 종양으로 꼽힌다.

    교모세포종은 면역 세포의 기능을 억제하는 물질을 생성해 면역 반응을 피하는 것은 물론, T세포 활성화를 억제하는 단백질을 직접 발현하는 작용을 하기도 한다. 즉, 면역관문억제제의 효과를 상쇄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게다가 뇌에 위치하는 종양은 ‘혈뇌장벽’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약물이 뇌에 도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근본적 문제도 있다. 어렵게 약물이 뇌에 도달하더라도, 교모세포종은 면역 항원(세포 표면의 단백질)이 다양하기 때문에 항암제가 종양 전체를 인식해 공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로 인해 그동안 교모세포종의 치료를 위해 면역항암제의 일종인 ‘면역관문억제제’를 활용해 수차례에 걸친 임상시험을 진행했음에도,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로는 제한적인 효과만 확인한 바 있다. 

     

    면역 억제 수용체를 차단하는 접근법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이흥규 교수 연구팀은 한국화학연구원 감염병예방진단기술연구센터와 협력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교모세포종과 같은 난치성 암에서 T세포가 기능을 잃거나 약해진 원인을 분석해, 치료 효능을 높일 수 있는 원리를 밝혀낸 것이다.

    연구팀은 교모세포종이 유도된 실험쥐 모델을 활용해 연구를 진행했다. 교모세포종 암 세포는 면역 세포의 활성화를 억제하는 단백질(PD-1)을 발현시켜 약물의 효과를 상쇄시킨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억제성 Fc 감마수용체(FcyRIIB)’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면역관문억제제가 본래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실험쥐의 생존율이 개선되었음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FcyRIIB가 차단됐을 때, 암 세포의 정보를 기억하는 T세포가 크게 증가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늘어난 T세포는 지속적으로 종양 조직 내 침투를 이끌어, 면역관문억제제가 제대로 작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연구는 면역관문억제제를 투여했을 때 제한된 효과를 보일 경우, 새로운 치료 접근법을 제시했다. 특히 교모세포종과 같은 종양의 경우, FcyRIIB 억제를 병행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접근법이 면역관문억제제의 효능을 높이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생명과학과 이흥규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에 대해 “면역관문 치료제를 이용한 뇌종양 치료 임상 실패를 극복할 가능성, 그리고 다른 난치성 종양에 대한 범용적 적용 가능성을 제시한 결과”라며 “추후 세포독성 T세포의 종양 세포치료 활용과 접근 가능성도 확인한 결과”라고 소개했다.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이흥규 교수(좌), 구근본 박사(우) / 출처 : 카이스트 연구뉴스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이흥규 교수(좌), 구근본 박사(우) / 출처 : 카이스트 연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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