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은 우리 몸의 화학공장이라 불리는 기관이다. 섭취한 음식물로부터 흡수한 각종 영양소를 저장하거나 적절한 형태로 처리해 몸 곳곳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흔히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당분(포도당)과 지방 역시 일정 부분이 간에 저장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간이 에너지를 어떤 형태로 저장할 것인지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발견됐다. 대표적 대사 질환으로 꼽히는 당뇨와 비만을 관리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줄 것으로 기대되며, 개인 맞춤형 영양 관리법을 발전시키는 데도 기틀을 마련해줄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저장 관리 유전자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교의 간호대학 연구팀이 지난 16일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PPP1R3B’라는 유전자가 간에서 에너지를 어떻게 저장하는지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즉, 섭취된 에너지원을 당분의 형태인 ‘글리코겐’으로 저장할 것인지, 아니면 지방 형태인 ‘트리글리세리드’로 저장할 것인지를 정하는 ‘스위치’인 셈이다.
글리코겐의 경우 간과 근육에 저장된다. 당 분자가 결합된 형태를 띠고 있어 빠른 속도로 분해해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반면, 트리글리세리드는 장기적으로 저장되는 에너지 형태다. 글리코겐에 비해 에너지원으로서의 우선순위는 떨어지지만, 같은 양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낼 수 있는 효율적인 수단이다.
연구팀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PPP1R3B 유전자가 ‘활발하게’ 작용할 경우, 간은 에너지를 글리코겐 형태로 저장하는 비중이 늘어난다. 반대로, 유전자가 비교적 덜 활성화될 경우, 간은 에너지를 트리글리세리드 형태로 저장하는 경향이 생긴다.
단순한 차이 같지만, 이로 인해 신체의 에너지 균형 및 대사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한편, 개인 맞춤형 영양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입장이라면, 이는 논리적으로 중요한 근거이자 단서가 될 것이다.
PPP1R3B 유전자는 당분과 지방 중 어떤 형태로 에너지를 저장할지를 결정해주는 스위치와 같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대사 질환과의 연관성
당분과 지방은 대표적인 대사 질환들과 연관이 있다. 당뇨, 그리고 지방간질환 및 비만이다. 앞서 이야기한 유전자의 활성화 정도에 의해 간의 에너지 저장 방식이 달라지면, 대사 질환의 유형이나 발생 등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바꿔 말하면 그에 따라 혈당 조절, 지방 수치 조절도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PPP1R3B 유전자가 비정상적으로 둔하게 작동할 경우, 간이 지방을 과도하게 저장하게 되므로 지방간질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반대로 해당 유전자가 비정상적으로 과활성화될 경우, 당분 저장 비중이 높아져 혈당 조절에 이상이 생길 우려가 높아진다.
따라서 연구팀은 이 유전자의 기능을 올바르게 이해함으로써 대사 질환의 발병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대사 질환을 미리 예방하거나 발병 시 치료하는 데 있어 유의미한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다.
개인 맞춤형 영양 관리 가능성
효과적이라는 온갖 다이어트 방법을 시도해봐도, 도무지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올바른 방법으로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비만과 체중 관리에 유전적 요인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최근 연구를 통해 지속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의료 트렌드가 ‘개인 맞춤형 정밀 의료’로 가고 있는 것 역시 그와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 PPP1R3B 유전자의 역할을 발견함으로써, 대사 질환 관리를 위한 ‘개인 맞춤형 영양 접근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개인마다 유전자에 따라 에너지 저장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화된 방식으로 동일한 효과를 거둘 수는 없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개인의 유전자 정보를 활용한 개인 맞춤형 영양 및 식단은 앞으로도 무궁한 잠재력을 가진 분야라 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그 단초를 마련한 사례이며, 앞으로도 보다 심층적인 연구의 참고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보편적으로 건강한 식단'은 분명 의미가 있지만, 거기에 개인 맞춤형 영양을 고려해야만 최적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간(Liver)은 인체의 화학공장이라 불리는 기관이다. 소화 과정에서 흡수된 영양소들을 저장하는 역할, 대사 과정에서 필요한 성분이나 화합물의 상당수를 만들어내는 역할, 체내에 유입된 해로운 물질에 대한 해독 역할 등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간의 기능을 떨어뜨리는 간암, 그중에서도 대부분을 차지하는 ‘간세포암’은 매년 많은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주요 질환으로 꼽힌다. 최근 포스텍(POSTECH, 포항공과대학교) 연구팀이 간암을 더 정확하게 진단하고 제거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선보였다.
간암 진단 기술, 정상 조직 구분이 관건
간암은 주요 암종 10위권 내에 거의 항상 위치하는 종류다. 국가암정보센터 자료를 보면 2023년 사망률 11.9%, 2018~2022년 5년 상대생존율이 39.4%로 나오는 악명 높은 암종이다. 여느 암이나 마찬가지겠지만, 간암은 특히 초기에 발견해 수술로 제거하는 것이 환자 생존율을 높이는 중요한 열쇠다.
그동안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 단층촬영(CT)과 같은 영상 검사와 혈액 검사 등이 간암 진단 기술로 활용돼 왔으나 한계는 있었다. 또한, 수술할 때 암 조직과 정상 조직의 경계를 정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것도 문제였다. 경계가 모호할 경우, 암 조직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할 수도 있고, 반대로 필요 이상의 건강한 조직까지 제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형광 물질 활용한 간암 진단 기술
POSTECH 연구팀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색깔에 기반한 간암 진단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8,000개 이상의 형광 물질을 조사한 결과, 간암 세포에만 달라붙어 초록색 빛을 내는 물질 ‘cLG(cancerous Liver Green)’와 건강한 간세포에서만 빨간색 빛을 내는 물질 ‘hLR(healthy Liver Red)’을 찾아냈다.
이 두 형광 물질을 함께 사용할 경우, 간암 조직과 정상 조직이 서로 다른 색상으로 표시되므로 조직 경계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 지도에서 국가별로 색을 다르게 칠함으로써 국경이나 지형 경계 등을 보여주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 할 수 있다.
FATP2 표적 cLG(녹색)와 SMPD1 결합 hLR(붉은색)로 간암 세포와 정상 간 세포를 선택적으로 구별할 수 있는 형광 염색 기술 / 출처 : POSTECH
간암 진단 기술의 혁신
이 기술의 핵심은 각각의 형광 물질이 특정 표적을 찾아 달라붙도록 설계했다는 데 있다. 연구팀은 최신 유전자 기술과 열 분석을 통해 cLG는 간암 세포에 풍부한 ’FATP2‘라는 지방산 운반 단백질과 결합하며, hLR은 건강한 간세포에 많은 ’SMPD1‘이라는 효소를 결합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실험 결과, 두 형광 물질을 함께 활용하자 간암 조직과 정상 조직의 경계가 뚜렷하게 나타났으며, 특히 기존 MRI나 CT로 발견하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었던 작은 크기의 초기 암도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로써 조기 발견 및 조치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돼, 간암 진단 기술에 획기적인 발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POSTECH 장영태 교수는 “이 기술은 간암 진단의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뿐만 아니라, 수술 중 빛(형광)을 따라가며 암 조직만 정밀하게 제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혁신적 기술”이라며 이번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이번 연구는 POSTECH 화학과·융합대학원 장영태 교수, 중국 린이대학(Linyi University) 밍 가오(Min Gao) 교수, 중국 난방과기대(Southern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크리스 순 헝 탄(Chris Soon Heng Tan) 교수, 순천대 약대 하형호 교수 연구팀이 공동으로 진행했다.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 및 중국 국가 자연과학기금(NSFC)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최근 <ACS 센트럴 사이언스(ACS Central Science)>에 게재됐다.
녹색과 붉은색으로 혼동 우려 없이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는 점 또한 획기적이라 할 수 있다 / 출처 : 'ACS Central Science'
인간의 몸은 그야말로 정교한 시스템과 같다. 저마다 부여받은 역할을 수행하며, 그것들이 맞물려 사람을 움직이게 하고 생각하게 한다. 어느 한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면 어떤 식으로든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이 정밀 시스템을 구성하는 부분들은 모두가 중요하다. 하지만 모두가 똑같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아니다. 어떤 것은 생명에 곧장 직결되는 역할을 한다. 그런가하면 어떤 것은 문제가 생기더라도 당장 생명을 좌우하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 시스템 이상을 초래한다.
간은 후자로 분류되는 장기의 대표 격이 아닐까 한다. ‘침묵의 장기’라 불리는 몇 가지 장기들 중 가장 먼저 떠오르기 쉬운 것.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것.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간이 중요하다’라는 명제만 기억할 뿐, 구체적으로 간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 충성스러운 장기 간, 그에 대해 알고 있을 수도, 혹은 잘 몰랐을 수도 있는 이야기들을 좀 더 디테일하게 알아본다.
음식은 어떻게 소화되는가?
입으로 들어온 음식은 치아에 의해 분쇄되고 침과 섞여 식도를 거쳐 위로 넘어간다. 위는 강력한 산 성분을 분비해 음식물을 부드럽게 만듦과 동시에 그 안에 섞여 있는 유해한 균을 죽이는 역할을 한다. 펩신을 분비해 단백질을 분해하는 등, 대부분의 음식물이 보다 쉽게 소화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사전작업을 수행한다.
위를 지나 소장으로 넘어가면 대부분의 소화 및 영양소 흡수가 이루어진다. 소장 벽에는 융털이 빽빽하게 배치돼 있어, 보다 넓은 면적으로 영양소를 흡수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다. 이를 통해 음식물에 포함된 영양소들은 혈액으로 흡수돼 혈관을 타고 몸 곳곳으로 전달될 준비를 마친다. 여기까지 마치고 난 다음, 나머지 잔여물들은 대장으로 넘어가 대변으로 배출된다.
이 과정에서 간의 역할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간은 ‘소화기계’로 분류된다. 그것도 소화기계에서 매우 중요한 포지션을 차지한다. 1차적으로 간에서 생성된 담즙은 지방이 원활하게 소화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며, 더 나아가서는 소화된 영양분과 관련된 대사 전반을 총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출처 : 대웅제약 뉴스룸
‘화학 공장’ 간의 주된 역할
대부분의 장기들은 동맥과 정맥, 두 가지 혈관과 연결된다. 동맥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고, 정맥을 통해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을 돌려보낸다. 하지만 간의 경우는 좀 다르다. 소화된 영양소가 포함된 정맥혈이 먼저 간으로 들어갔다가, 영양소 처리, 변형 등을 마친 다음 심장으로 돌아간다. 심장은 이렇게 받아들인 영양소와 호흡기를 통해 받아들인 산소를 포함해 동맥혈을 몸 곳곳으로 보낸다.
즉, 간은 원초 상태의 영양소가 들어오는 혈관(간문맥), 처리 후 결과물을 내보내는 혈관(간정맥),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받는 혈관(간동맥)의 세 가지 혈관을 갖고 있는 것이다.
위와 소장 등을 통해 혈액으로 흡수된 영양소들은 ‘간문맥’을 통해 간으로 운반된다. 간으로 들어오는 혈액의 대략 75%가 간문맥을 통해 들어가는 ‘영양분이 가득한 혈액’이다. 나머지 25%는 간 세포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동맥을 통해 공급되는 혈액이다.
혈액을 타고 들어온 원초적 상태의 영양소들은 간에서 처리 과정을 거친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 3대 에너지원은 물론, 대부분의 비타민과 철분 등 무기질이 모두 간을 통해 합성되고 처리된다. 알코올 등 독성을 갖고 있는 물질이나, 대사를 거친 후 남게 되는 산물들을 해독하고 후처리하는 것, 면역과 호르몬 균형을 유지하는 것 역시 간의 중요한 역할이다. 사실상 간을 가리켜 ‘우리 몸의 화학공장’이라 불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간이 처리하는 영양소들
탄수화물은 먼저 포도당의 형태로 몸에 들어오며, 간은 이를 글리코겐으로 변환해 저장함으로써 혈당 수치가 너무 높아지지 않도록 조절한다. 물론 저장된 글리코겐을 다시 포도당으로 분해해 내보내는 것도 간의 역할이다.
단백질은 무수히 많은 종류가 있는데, 이중 간에서 처리하는 단백질은 대표적으로 체내 삼투압을 유지하고 다른 물질을 운반하는 ‘알부민’, 혈액 응고 작용을 하는 ‘프로트롬빈’과 ‘피브리노겐’ 등이 있다. 단백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통상 암모니아가 생성되는데, 간은 이를 독성이 없는 ‘요소’로 바꿔 몸밖으로 배출할 수 있도록 한다.
지방의 경우 흔히 알려진 콜레스테롤, 지방산, 그리고 세포막을 구성하는 주요 성분인 ‘인지질’ 등이 간에서 합성된다. 비타민 중에서는 A, D, E, K가 대표적이고, 철분과 구리, 아연, 마그네슘 등 다양한 무기질도 모두 간을 거쳐 처리된다.
간의 위치 /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간에 이상이 생기면?
간은 해부학적으로 우간엽(우엽), 좌간엽(좌엽), 미상엽(꼬리엽), 방형엽(네모엽)이라 불리는 4개의 엽(lobe)으로 나눠진다.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우간엽이 대부분의 대사 활동과 해독을 담당하고, 그보다 작은 좌간엽이 그 역할을 보조한다. 미상엽은 혈액순환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담낭과 가까이 있는 방형엽은 지방 소화를 돕는 담즙 분비에 관여한다.
각기 조금씩 다른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간 손상이 왔다고 해도 어느 부위의 손상이냐에 따라 기능 저하도 조금씩 다를 수 있다. 다만, 간은 본래 우수한 재생능력을 가지고 있어, 손상이 발생하더라도 초기에 발견해 치료할 수 있다면 정상 기능을 되찾을 수 있다.
간 기능이 저하되면 대표적으로 피로감이 평소보다 심하게 느껴지고, 피부 및 눈이 누렇게 변하는 황달이 나타날 수 있다. 간의 위치가 복부의 오른쪽 위편이므로, 이 부위에 통증이 발생하면 간의 이상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이밖에 소화불량 문제가 자주 나타나거나 갑작스럽게 체중이 감소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영양소를 받아들여 처리하는 간의 역할을 생각해볼 때, 간이 영양소를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처리하지 못하면 나타날 수 있는 증상들이다.
소변이 짙은 색으로 나오거나, 전신에 가려움이 반복되거나, 다리 또는 발목이 붓는 증상이 보이면 이 또한 간에 문제가 생겼다는 징조일 수 있다.
간 질환 예방을 위해 할 수 있는 것들
간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다양한 질환의 가능성에도 직면해 있다. 바이러스성 간염(A형, B형, C형)을 비롯해 간 조직이 섬유화되는 ‘간 경변’, 지방이 과다 축적되는 ‘지방간’, 간 기능이 급격하게 저하되는 ‘간 부전’, 간 세포나 담관에 발생하는 ‘간암’이 대표적이다.
간은 내구성도 높고 재생능력이 있는 데다가 어지간해서는 침묵을 지키며 민감하게 반응하지도 않는다. 차라리 요란하게 호들갑이라도 떨어주면 조기에 발견할 수 있을 텐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위험에 처하는 케이스인 셈이다.
보통 질환 예방을 위해 권장되는 일들은 엇비슷하다. 식습관, 운동, 위생관리, 스트레스 관리, 정기검진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간 질환 예방과 관련해서는 좀 더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있다.
대표적으로는 바이러스성 간염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 접종이 있다. 보통 A형 간염과 B형 간염에 대한 백신이 있으며, 전염성이 있기 때문에 가급적 미리미리 접종을 챙겨두면 좋다. 단, C형 간염의 경우 백신이 없고 만성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높아 보다 심각한 질환으로 번질 우려가 있으므로 감염경로에 노출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감염자의 혈액을 통해 주로 전염되므로, 의료계 종사자가 아닌 일반인은 감염원 노출 위험이 적다는 것이다.
이밖에 내과 등에서 혈액 검사를 통해 간 기능 검사를 해볼 수 있다. 간의 손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며, 건강보험공단의 정기 검진을 통해서도 기본적인 간 기능 검사 결과는 받아볼 수 있으므로 참고로 알아두기 바란다.
간(肝, Liver)은 우리 몸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기다. 약 1.5kg 정도의 크기로, 폐와 함께 상당히 큰 축에 속한다. 주로 독소 제거, 영양소의 합성, 분해 및 저장 등을 수행하기 때문에, ‘화학공장’에 비유되기도 한다. 우리 몸에 흐르는 혈액은 때때로 유해한 독소를 포함한다. 술을 마셨을 때나 약물을 과도하게 섭취했을 때, 혹은 공기 중에 유해물질이 분포돼 있는 환경에 있을 때 등이 대표적이다. 이때 혈액에 포함된 독소를 제거하는 것이 간의 주된 역할 중 하나다. 유해한 성분을 걸러내는 역할 뿐만 아니라, 당질과 지방, 단백질을 합성하거나 분해하거나 저장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또한, 간에서 생성되는 담즙은 화학적으로 다양한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원활한 소화 작용을 돕는다. 화학공장이라는 비유가 붙게 된 배경은 대부분의 역할들이 화학적인 성분 단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독소와의 외로운 싸움, 간이 지쳐가는 이유
간이 이토록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높은 내구성을 가진 장기이기도 하다. 어지간해서는 이상을 일으키지 않으며, 문제가 생겨도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편이다. 때문에 간의 이상에 대해서는 쉬이 눈치채지 못하고 심각해질 때까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독소 제거나 영양소의 합성, 분해 역할을 수행하는 동안 간에는 다양한 독소가 축적된다. 흔히 ‘해롭다’고 말하는 알코올이나 카페인, 그밖에 음식 등에 들어있는 화학적 첨가물이 그 예다. 물론 단순히 음식을 먹고 소화하는 과정에서도 자연스레 독소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것을 걸러내 배출하는 것이 간의 주된 역할이지만, 그 과정에서 100% 완전한 청소가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집 청소를 아무리 깨끗하게 하더라도 어딘가에는 먼지가 남을 수밖에 없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한편, 한꺼번에 지나치게 많은 양의 독소가 유입될 경우,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놓치는 부분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조금씩 남게 되는 잔여 독소들은 추가적인 해소 작업이 필요하다. 적절하게 처리되지 못해 누적되면 간 기능 손상 등 보다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간 기능이 손상되면 다시 간의 처리 능력에 문제가 생기게 되고, 다시 독소가 제때 처리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평소에 간 건강에 꾸준히 신경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들이다.
디톡스, 지친 간을 응원하는 방법들
디톡시피케이션(detoxification)은 독소를 제거하는 과정을 포괄하는 말이다. 우리에게는 흔히 디톡스(Detox)라는 줄임말로 알려져 있다. 간의 주된 기능 중 하나가 독소 제거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러한 디톡스 방법론들은 대개 간 기능을 회복하거나 개선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간 해독주스는 일상에서 누구나 쉽게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이다. 간 해독주스를 만드는 데 어떤 공식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며, 각자의 식성이나 취향에 맞게 재료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은 디톡스 방법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히 알려진 간 해독주스로는 ABC주스를 꼽을 수 있다. 사과(Apple), 비트(Beet), 당근(Carrot)의 머리글자를 딴 이름으로, 위 세 가지 재료를 한꺼번에 갈아내면 완성된다. 재료도 일반적으로 만드는 방법도 간단해, 오래 전부터 널리 알려져 있으며 여전히 애용되는 간 해독주스다. 이밖에 항산화 및 다이어트 효능이 알려진 녹차, 비타민C의 보고와도 같은 레몬, 항염증 기능의 대표주자인 생강 등이 간 해독주스의 재료로 널리 사용된다. 한꺼번에 며칠치 분량의 주스를 만들어두고, 소분하여 냉장보관하면서 꾸준히 마시면 일상생활에서 유입될 수 있는 유해물질에 대한 저항력을 높일 수 있으며, 그간 몸 안에 쌓인 독소와 노폐물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배출해낼 수 있다. 지친 간을 위한 기본 디톡스로 최적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간 해독주스에만 기대지 말고 균형 잡힌 식사와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밖에도 디톡스에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특히 간 기능에 이상을 느끼고 있거나, 건강상 문제가 있다는 진단을 받은 경우는 마음이 조급해지기 마련이므로 보다 효과가 뚜렷하고 빨리 나타나는 방법을 찾기 쉽다. 이때 특정 음식이나 음료가 간에 특히 좋다거나, 간 기능 개선을 내세우는 건강기능식품 또는 영양제 등에 유혹되기 쉽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이런 것들은 기능이 명확하게 검증된 것인지를 신중하게 알아본 뒤에 섭취해야 한다. 또한, 간에 해가 된다는 말에 매달리며 특정 음식을 완전히 배제하거나 꺼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하다. 디톡스도 마찬가지다. 독소를 배출하는 일에 과도하게 집착하다보면 오히려 필수적인 영양소가 부족해 건강에 해가 될 수도 있다. 서두르면 넘어지기 십상이다. 앞서도 이야기했듯, 우리의 간은 몹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인내심이 뛰어난 장기다. 간에 무리가 되는 행위나 습관 등을 가급적 삼가고, 간 해독주스와 같이 부담이 덜 가는 방법으로 꾸준한 관리를 해준다면 독소와의 싸움으로 지친 우리 간도 다시 힘을 내 제 본분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