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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만과 유전자,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이유

    비만과 유전자,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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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사람은 적게 먹고 운동해도 살이 잘 찌는 반면, 어떤 사람은 비교적 자유롭게 먹어도 체중을 유지한다. 이에 대해, 체중 문제는 환경도 문제지만 유전에 의한 영향도 적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쌓여가고 있다. 유전과 환경, 이 두 요인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비만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는 계속 진행 중이다. 최근 일란성 쌍둥이를 대상으로 진행된 비만과 유전자에 관한 연구가 이 복잡한 문제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비만과 유전자, 체중이 다른 쌍둥이 연구

    일란성 쌍둥이는 유전적으로 100% 동일하다. 그렇기 때문에 주제를 막론하고 유전과 환경의 영향을 분리해서 연구하고자 할 때 종종 동원되곤 한다. 체중과 비만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한 쌍의 일란성 쌍둥이가 서로 다른 체중을 가지고 있다면 어떨까? 둘은 유전적으로 동일하므로 타고난 유전자에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식습관, 활동량, 스트레스 등 '후천적 환경 요인'의 영향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핀란드 헬싱키 대학교와 미네르바 재단 의학연구소는 비만과 유전자라는 주제를 보다 심층적으로 파고들었다. 연구팀은 체중 차이가 나는 일란성 쌍둥이 약 90쌍을 모집해 비교 분석을 실시했다. 이들은 유전적으로 동일하므로, 이들의 체중 차이는 환경 요인의 차이에 의해 발생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환경 요인이 체중 차이를 만들어내는 메커니즘은 무엇일까? 연구팀이 찾아낸 비만과 유전자 사이를 연결하는 열쇠는 ‘미토콘드리아의 차이’였다. 이 연구 결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12일 발표됐다.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와 비만

    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들은 에너지원을 받아들여 필요한 에너지를 만든다. 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바로 세포 속 에너지 공장이라 불리는 소기관 '미토콘드리아'다. 섭취한 음식에 포함된 영양분을 에너지로 바꾸는 발전소 역할이라 생각하면 된다. 

    체중 증가와 비만의 주 원인이 되는 것은 지방 세포다. 잉여 에너지를 저장하거나, 필요할 때 저장된 에너지를 꺼내 태움으로써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지방 세포의 역할이다. 세포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미토콘드리아는 지방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한다. 에너지 대사 과정에 깊이 관여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 원활하지 않으면 어떨까? 지방 세포의 기능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므로 전반적인 에너지 대사의 효율이 떨어질 것이고, 이로 인해 체중 증가나 비만이 나타날 수 있다.

    에너지를 저장하는 '백색 지방'과 에너지를 소모하는 '갈색 지방'의 미토콘드리아 수가 다르다는 것은 잘 알려진 내용이다 / Designed by Freepik
    에너지를 저장하는 '백색 지방'과 에너지를 소모하는 '갈색 지방'의 미토콘드리아 수가 다르다는 것은 잘 알려진 내용이다 / Designed by Freepik

     

    미토콘드리아와 체중 차이의 원인

    연구팀은 모집한 일란성 쌍둥이들의 지방 조직을 채취해 분석했다. 그 결과, 명확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쌍둥이 중 체중이 더 많이 나가는 쪽의 지방 조직에서, 미토콘드리아와 관련된 특정 유전자 발현이 다르게 나타나는 공통점이 확인됐다. 즉, 타고난 유전자는 같지만, 그 유전자가 얼마나 활발하게 작동하는지에 차이가 있었고, 이 차이가 체중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헬싱키 대학교 산하 핀란드 분자의학 연구소(FIMM)의 설명에 따르면, 칼로리 과잉으로 미토콘드리아 대사가 떨어질 경우, 비만을 촉진하는 프로세스가 작동해 유전자 활성도가 변할 수 있다.

    이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핵심 정보는, 후천적 환경이 유전자 활성화에 영향을 미쳐 비만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유전자는 선천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 맞지만, 어떤 환경에서 성장하고 살아가는지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후성유전학적 관점과도 일치한다.

     

    미토콘드리아 건강을 위한 방법

    비만을 유발하는 요인은 다양하며, 그 메커니즘도 저마다 차이가 있다. 하지만 거슬러 올라가보면 미토콘드리아의 양과 유전자 조절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연구팀의 설명에 따르면, 단순히 체중이 증가하는 현상 뿐만 아니라, 인슐린 민감성 저하와 체지방량 증가 역시 미토콘드리아와 유전자로 설명할 수 있다.

    즉, 이번 쌍둥이 연구는 유전적 요인으로 비만이 될 수 있지만,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한다. 비만과 유전자의 연관성은 분명 다른 사람에 비해 체중이 쉽게 늘고 감량이 어려운 체질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지방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주목하면 체중 관리가 마냥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균형 잡힌 식단,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 관리 등 건강한 생활 습관은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최적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결국 개인의 상황에 맞춰진 솔루션이 필요하므로, 다른 사람이 제시한 방법을 따라가며 동일한 효과를 기대할 필요는 없다. 작은 부분에서 생활습관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꿔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자신만의 건강한 습관을 만들어가는 것이 자연스레 미토콘드리아 기능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다 / Designed by Freepik
    자신만의 건강한 습관을 만들어가는 것이 자연스레 미토콘드리아 기능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다 / Designed by Freepik

     

  • 편도·아데노이드 절제, 정신질환 위험 43% 더 높인다

    편도·아데노이드 절제, 정신질환 위험 43% 더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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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도 또는 아데노이드 절제 수술을 받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정신질환을 앓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면역 기능’에 관여하는 중요한 조직

    편도(Tonsil)와 아데노이드(Adenoids)는 호흡기 상부에 위치한 림프 조직이다. 외부에서 바이러스 등 감염원이 침투했을 때 가장 먼저 영향을 받게 되는 부위이기 때문에 감염이 자주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자주 재발하는 편도선염, 편도 주위의 농양 등의 원인이다. 

    또, 편도와 아데노이드의 크기가 커질 경우 기도를 좁혀 폐쇄성 수면 호흡 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편도 및 아데노이드 절제술은 과거 꽤 흔히 행해지던 수술이다. 떼어내도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조직이며, 오히려 자주 발생하는 염증으로 고생할 필요가 없도록 절제하는 편이 낫다는 인식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지난 9월경 국제 학술지 「Nature」를 통해 편도와 아데노이드가 인체 면역력에 관여하는 중요한 기관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편도와 아데노이드를 절제할 경우, 호흡기 질환이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 연구에 참여했던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김현직 교수는 같은 병원 감염내과 박완범 교수와 협력하여 이를 검증한 바 있다. 코로나19의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환자들로부터 채취한 샘플을 연구함으로써 편도와 아데노이드가 면역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편도 절제술, 정신질환에도 영향 미친다

    여기에 더해, 편도 절제가 정신질환 위험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오픈 액세스 저널 「JAMA 네트워크 오픈」에 게재된 중국 광시 의과대학의 논문 내용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하게 된 배경에 대해 “편도선 절제술을 받은 사람들에게서 과민성 대장 증후군, 자가면역 질환, 호흡기 질환, 알레르기 및 감염성 질환, 조기 심근경색, 일부 유형의 암 발병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적었다. 이러한 현상들이 감염원에 대한 1차 방어선을 제거한 것과 연관이 있다고 본 것이다.

    여기에 이어 연구팀은 “정신질환이 오늘날 다양한 질병의 원인으로 가장 흔하게 지목되는 것 중 하나”라며 “일반적으로 어린 시절, 청소년기, 성인 초기에 흔하게 나타난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전의 연구들을 검토해 편도 절제술을 받은 사람들 사이에서 여러 가지 정신질환 위험이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으며, 이를 토대로 림프 조직 내 만성 염증이 근본 원인일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연구팀은 기존 연구 검토 결과를 통해 비강염과 중이염을 포함한 두경부(머리와 목 부위)의 만성 염증이 우울증, 불안 및 스트레스 관련 장애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토대로 편도선이나 아데노이드를 수술적으로 제거했을 때, 스트레스 관련 장애의 위험이 증가하는지를 알아보고자 했다.

     

    절제술 받으면 스트레스 장애, PTSD 위험 높아

    연구팀은 스웨덴에서 1981년 1월 1일부터 2016년 12월 31일 사이에 태어난 모든 개인의 건강 등록 데이터를 확보했다. 먼저 전체 인원을 대상으로 편도선 또는 아데노이드 절제술을 받은 사람들을 ‘노출 그룹’, 수술을 받지 않은 사람들을 ‘비노출 그룹’으로 분류했다. 노출 그룹은 약 8만4천명, 비노출 그룹은 약 84만 명이었다.

    그런 다음 이들 중 친형제자매 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별도로 분류해 다시 그 안에서 노출 그룹과 비노출 그룹을 분류했다. 형제자매 노출 그룹은 약 5만1천 명, 형제자매 비노출 그룹은 약 7만5천 명으로 집계됐다.

    그런 다음 연구팀은 모든 데이터로부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급성 스트레스 반응, 적응 장애 등을 포함한 스트레스 관련 장애에 대한 추적 조사를 실시했다. 연구 결과, 전체 인원을 대상으로 했을 때와 형제자매 인원들을 대상으로 했을 때 모두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는 점을 확인했다.

    노출 그룹, 즉 편도선 또는 아데노이드 절제술을 받은 사람들은 스트레스 관련 장애의 위험이 43% 더 높았다. 특히 PTSD 발생 위험은 55% 더 높게 나타났다. 형제자매 그룹에서도 노출 그룹의 스트레스 관련 장애 위험은 34% 더 높았으며, PTSD 발생 위험은 41% 더 높게 나타났다.

     

    정신질환 발생 가능성 염두에 두어야

    이번 연구 결과는 편향을 줄이고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환경적인 요인도 함께 고려했다. 가장 대표적으로 개인의 성별, 수술 당시 연령, 수술 후 경과 시간 등 개인적 요인을 검토했다. 여기에 대상자들 부모의 교육 수준, 부모의 스트레스 관련 장애 병력 등 사회·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도 검토했다. 

    모든 요인을 종합해 분석하더라도 편도선 또는 아데노이드 절제술을 받은 사람들의 정신질환 발생 위험이 더 높게 나타났다. 다만, ‘절제 수술을 받은 목적’을 기준으로 재분류했을 때, 수면 및 호흡 문제로 수술한 사람들에게서 상대적으로 높은 위험 가능성이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편도선 및 아데노이드와 관련된 건강 문제가 스트레스 장애를 비롯한 정신질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 인간의 체취, 불안 및 우울 증상 완화에 효과

    인간의 체취, 불안 및 우울 증상 완화에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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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 상태에 따라 몸에서 나는 체취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또한, 자신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의 체취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체취에는 화학적으로 다양한 성분이 포함돼 있으며, 이를 통해 제각기 다른 정보를 전달한다. 체취는 무의식적으로 타인에게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거나 특정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체취 자체가 사회적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는 의미다.

    한 소규모 연구에서 ‘감정이 담긴 체취’가 깨끗한 공기보다도 더 사람들의 불안감을 낮춰준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마음챙김 세션과 함께 시도됐으며, 우울증 및 불안 수치 평가, 심박수와 피부 전도성 측정과 함께 진행됐다.

     

    체취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체취란 피부와 땀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화학 물질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냄새다. 쉽게 말해 ‘몸에서 나는 냄새’를 가리킨다. 사람의 몸에서는 자연스럽게 다양한 화학 물질이 분비된다. 땀샘부터 피부 조직, 기름샘 등 분비 경로 또한 다양하지만, 보통은 땀샘에서 분비되는 물질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땀샘은 보통 두 가지로 나뉜다. 전신에 분포하는 ‘에크린 땀샘’은 주로 체온 조절을 위해 수분과 염분을 배출하는 통로다. 에크린 땀샘에서 나오는 땀은 일반적으로 냄새가 나지 않거나 가벼운 염분 냄새만 난다. 격하게 운동을 할 때 흘리는 땀의 양에 비해 냄새가 심하지 않은 것이 대표적이다.

    반면 겨드랑이나 생식기 주위에 위치하는 ‘아포크린 땀샘’은 지방질과 단백질이 포함된 땀을 내보낸다. 이때 피부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박테리아에 의해 땀에 포함된 성분들이 분해되면서 강한 냄새를 만드는데, 보통 체취는 여기서 비롯된다.

     

    사람마다 고유한 체취

    알다시피 체취는 사람마다 다르다. 옷이나 소지품에 밴 체취로 인해 주인을 알아보는 경우도 있는 것이 좋은 예다. 체취는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고유한 특성을 갖는다. 유전적 차이로 인해 땀의 성분 중 일부나 피부에 존재하는 박테리아의 종류 및 조성에 따라 체취가 달라질 수 있다. 이것이 기초를 형성하고, 그 위에 후천적 요인들이 더해지면서 체취를 변화시킨다.

    후천적인 요인은 크게 외적인 요인과 내적인 요인으로 나눠볼 수 있다. 외적인 요인은 환경에 관련된 것이다. 생활환경과 개인 위생 상태 등이 대표적이다. 쉽게 말해 잘 씻지 않는 경우 냄새가 달라지거나 더 심해질 수 있다. 주로 생활하는 장소의 환경에 따라 화학 물질의 성분이 달라지기도 한다. 

    내적인 요인은 건강과 관련된 것들이다. 어떤 음식을 즐겨 먹는지에 따라 대사 부산물이 달라지기 때문에 체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질병 등 건강상 문제로 인해서도 체취가 달라질 수 있다. 이밖에 특정 시기에 발생하는 호르몬 변화에 의해서도 체취가 일시적으로 달라지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청소년 사춘기와 여성의 생리주기다.

     

    행복 체취와 두려움 체취

    한편, 체취는 감정 상태에도 영향을 받는다. 감정 상태에 따라 호르몬 분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처럼 감정에 따라 체취가 변하는 것은 감정 상태와 신체생리적 반응이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증거라 할 수 있다.

    ‘행복 체취(Happiness Body Odor)’란 글자 그대로 인간이 행복감을 느낄 때 분비되는 체취다. 자신감, 편안함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사람에게서 땀에서 발생할 수 있다. 이때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낮아지고, 세로토닌이나 도파민 등 기분 개선에 기여하는 물질의 분비량이 많아진다. 이때의 체취는 일반적으로 더 상쾌하고 긍정적인 느낌을 주게 된다.

    ‘두려움 체취(Fear Body Odor)’는 그 반대다. 스트레스와 불안 등 부정적인 감정 상태에서 나오는 화학 물질을 포함한다. 코르티솔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 또는 아드레날린 같은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강한 체취를 만들어낸다. 긴장감을 느끼거나 주위를 경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이로써 주변 사람들에게 경고의 의미를 전달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제공할 수 있다.

    이밖에도 감정 상태에 따라 체취는 조금씩 달라진다. 슬픔 체취, 분노 체취, 스트레스 체취 등이 대표적이다. 슬픈 상태에서는 무겁고 무기력한 느낌으로 체취가 변할 수 있고, 분노 체취는 위협적인 신호를 전달할 수 있다. 스트레스 체취는 불쾌감을 형성한다.

     

    감정적 체취, 심리적 치료 효과 높여 

    최근 스웨덴의 국립 자살 예방 및 연구 센터(NASP)에서 수행한 파일럿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감정 체취가 심리적 치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마음챙김 기반의 치료를 수행하면서 동시에 여러 종류의 체취를 맡게 한 결과, 깨끗한 공기에 노출됐을 때보다 효과가 좋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연구팀은 불안 장애 증상을 갖고 있는 여성 48명과 우울 증상을 보이는 여성 30명을 모집해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은 무작위로 세 그룹으로 나뉘어, 각각 행복 체취와 두려움 체취, 그리고 깨끗한 공기에 노출시킨 다음, 심호흡과 명상, 이완 운동 등이 포함된 2일 동안의 마음챙김 프로그램을 진행하도록 했다.

    모든 세션이 끝난 다음 증상에 대한 평가를 진행했다. 그 결과, 깨끗한 공기에 노출됐던 그룹보다 행복 체취와 두려움 체취에 노출된 그룹의 참여자들이 더 큰 증상 완화 효과를 보였다.

     

    ‘감정 상태’가 핵심은 아니라는 추정

    단, 이 연구 결과에서 주목할 포인트가 있다. 예상하기로는 행복 체취에 노출된 그룹이 좀 더 양호한 결과를 보였을 거라 생각하기 쉽다. 행복 체취는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두려움 체취는 그 반대 효과를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행복 체취와 두려움 체취 양쪽 그룹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저 두 그룹의 참여자들이 깨끗한 공기에 노출된 그룹보다 증상 완화 정도가 크게 나타났을 뿐이다. NASP의 박사 후 연구원인 엠마 엘리아슨은 “특정한 감정 자체가 개선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 존재감’에서 오는 화학 신호로 인해 개선 효과를 보이는 것”이라고 보았다.

    다만, 엘리아슨은 이 연구가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하기 전 예비 목적으로 실시된 것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보다 더 크고 엄격하게 통제된 요건 하에서 시험을 진행해야만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온다는 입장이다.

    단, 이번 소규모 연구로도 어느 정도 유의미한 성과는 있다. 인간의 체취가 감정 공유 및 심리적 치료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향후 계획 중인 연구에서는 이 가능성을 토대로 보다 깊이 있는 이해와 새로운 심리치료 방법 개발을 목표로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과체중 이력, ‘지방 세포’가 기억한다

    과체중 이력, ‘지방 세포’가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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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체중·비만 상태가 유전자에 새겨져, 다이어트를 시도했을 때 요요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된 후성유전학 분야의 연구 내용이다.

     

    유전자의 역할, 환경 영향 받을 수 있어

    후성유전학(Epigenetics)은 유전학의 하위 분야 중 하나로,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과정을 연구한다. 여기서 유전자의 발현이란, 특정 유전자가 활성화돼 생물학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본래 한 개인의 ‘유전적 요인’이라는 것은 DNA 서열에 의해 결정된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의 구조와 기능을 포함해, 개인의 고유한 정보를 형성한다. 인간의 몸은 이 유전자의 정보에 따라 단백질을 만들고 각종 생체 기능을 활성화시킨다. 

    이 과정에서 우리 몸에서는 무수한 화학적 변화가 일어나며, 이들은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 중에는 선천적인 DNA 서열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유전자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변화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것이 바로 후성유전학이다. 

    즉, 후성유전학의 핵심은 세포 단위에서 ‘어떤 세포가 어떻게 작용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같은 유전자를 가진 세포라도 후성유전적 변화, 즉 ‘환경 변화’에 따라 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선천적으로 어떤 유전적 정보를 가지고 태어났다. 하지만 같은 유전 정보를 가지고 태어났다고 해도 살아가는 모습이 똑같지는 않다. 성장 환경, 식습관을 비롯한 일상적 패턴, 체중 변화와 같은 것도 모두 ‘평생 바꿀 수 있는 것’에 해당한다.

     

    과체중 이력, 지방 세포가 기억한다

    후성유전학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환경을 경험하게 되며 이로 인해 유전자 발현의 변화를 겪게 된다. 가장 일상적이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변화라면, 바로 ‘체중 변화’를 들 수 있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칼로리 식단과 운동 부족으로 인해 과체중·비만 상태가 될 수 있다. 이는 대표적인 후성유전적 변화를 초래하는 환경 요인이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의 후성유전학 교수 페르디난트 폰 마이엔 박사 연구팀은 체중이 줄었다가 고작 몇 주만에 다시 돌아오는, 이른바 ‘요요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들은 이것이 후성유전학에 기인한다고 보고, 세포 단위의 원인을 찾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과체중 상태에 있는 쥐, 그리고 다이어트를 통해 과도하게 체중을 줄인 쥐를 대상으로 삼아 지방 세포를 분석했다. 그 결과 과체중이나 비만이 지방 세포의 핵에서 후성유전적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연구팀은 ‘다이어트를 실시해 체중을 줄였음에도 지방 세포에 나타난 변화가 유지된다’는 사실에 집중했다. 이는 과체중으로 인한 지방 세포의 후천적 변화가 남아있기 때문에, 다시 과체중 상태가 되기 쉽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고지방 식단을 제공했을 때, 지방 세포의 변화가 남아있는 쥐가 그렇지 않은 쥐에 비해 더 빨리 체중이 늘어난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인간에게서도 이와 동일한 메커니즘이 나타난다는 증거를 찾았다. 그들은 연구소와 여러 곳의 병원으로부터 위 축소술이나 위 우회술 등의 체중 감량 수술을 받은 사람들의 지방 조직을 확보해 생체 검사를 실시했다. 유전자 발현을 분석한 결과, 연구팀은 과체중 쥐 모델을 연구한 것과 일치하는 결과를 얻었다.

     

    수명 긴 지방 세포, ‘예방’이 최선

    연구팀이 결론에 접근하는 과정은 상당히 복잡하지만, 도출한 답은 간단하다. ‘우리 몸의 지방 세포는 과체중이었던 시절을 기억한다’라는 것이다. 이는 체중 감량 목적의 운동에서 이야기하는 ‘세트 포인트’나 ‘체중 항상성’과도 어느 정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연구팀은 ‘지방 세포에 나타난 변화가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되는지를 조사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연구팀의 박사 과정생인 로라 힌테는 “지방 세포는 수명이 긴 세포”라며 “평균적으로 우리 몸이 지방 세포를 새롭게 대체하기 전까지 10년 정도 산다”라고 이야기했다. 명확하게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지방 세포의 수명 내내 유지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물론, 지방 세포가 후천적으로 변화를 겪은 것처럼, 어떤 환경 조건에 의해 다시 변화를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현재로서 분명한 것은, 약물 등을 사용해 지방 세포에 일어난 후성유전적 변화를 바꾸거나 지울 수는 없다는 것이다.

    폰 마이엔 교수는 “지방 세포의 기억 효과로 인해, 처음부터 과체중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요요 현상을 겪지 않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의 구성원들은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그 부모를 대상으로 이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전파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구팀이 인정한 또 한 가지 맹점은 ‘후천적 변화와 기억이 지방 세포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즉, 지방 세포 외에도 요요 현상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세포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폰 마이엔 교수는 이 사실을 지적하며, 후속 연구를 통해 이를 탐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여름, 겨울에 조직 충성·권위 존중 낮아… 왜?

    여름, 겨울에 조직 충성·권위 존중 낮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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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우리나라는 4계절이 뚜렷하다’라고 이야기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뚜렷하게 구분되던 예전과는 조금 다른 의미의 계절 구분이 된 것 같지만, 어쨌거나 계절 변화가 뚜렷하다는 특징 자체는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듯하다.

    계절에 따른 변화라고 하면 우선 날씨 변화가 대표적이다. 최고 기온과 최저 기온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많은 생활양식이 달라진다. 그뿐인가. ‘생활 리듬’도 분명한 변화를 보인다. 이 때문에 기분, 즉 감정적으로도 변화를 겪을 수 있으며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심리학에서는 주의력, 기억력 등 이성적인 능력은 물론, 특정 색깔을 더 마음에 들어하거나 때로는 ‘관대함’까지도 계절적 영향이 있음을 밝혀낸 바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 심지어는 가치관까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최근 한 연구에서는 ‘인간의 도덕적 가치관이 계절의 영향을 받는지’를 주제로 조사를 진행했다.

     

    도덕성 원칙, 사람마다 견해와 우선순위 달라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의 연구팀은 웹사이트 ‘유어 모럴스(YourMorals)’를 통해 사람들이 직접 작성한 설문 데이터를 수집했다. YourMorals는 개인의 도덕적 가치와 윤리적 신념을 조사하는 연구 목적의 웹사이트다. 사람들로 하여금 다양한 ‘도덕적 원칙’에 대해 자신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지를 평가할 수 있도록 온라인 설문조사를 설계해 제공한다.

    연구팀은 총 5가지 핵심 원칙에 대한 설문 데이터를 확보했다.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는 것 ▲모든 사람을 공정하게 대하는 것 ▲자신이 속한 조직에 충성하는 것 ▲권위를 존중하는 것 ▲조직 내 전통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개인적인 도덕성과 조직 차원의 도덕성을 함께 살펴보고자 했다.

    이 다섯 가지 원칙은 비교적 흔한 항목이다. 어떤 항목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반면, 어떤 항목에 대해서는 찬반이 나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와 별개로 사람마다 각각의 원칙에 대한 우선순위가 다르다는 점이다. 이는 두 가지 이상의 원칙이 충돌할 때 무엇을 더 우선시할 것인지를 정하는 기준이 된다.

    연구팀은 여기서 ‘우선순위’가 중요한 의미를 내포한다고 보았다. 예를 들어, 개인적 도덕성을 우선시하는 사람들은 진보적 정치 성향을 가질 가능성이, 조직의 도덕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은 보수적이고 배타적인 성향이 강할 가능성이 있다.

     

    조직 도덕성, 봄과 가을에 높은 경향 뚜렷

    그렇다면 이 다섯 가지 원칙에 대한 사람들의 견해와 우선순위는 ‘계절 변화’에 따라 달라질까? 연구팀은 2011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인 약 23만 명이 응답한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개인적 도덕성 항목에서는 계절에 따른 변화가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조직 차원의 도덕성 부문에서는 ‘분명하고 일관된’ 계절적 변화가 드러났다.

    조직 차원의 도덕성에 관해 나타난 계절적 주기는 ‘이중 봉우리형(biomodal)’이었다. 즉, 연간 두 번의 고점(high point)과 두 번의 저점(low point)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봄과 가을에 응답한 경우 충성, 권위, 조직 전통을 중요하게 본다고 답했으며, 여름과 겨울에 응답한 경우는 이러한 가치에 대한 지지도가 낮았다. 이러한 패턴이 매년 반복적으로 나타남으로써 데이터 신뢰성을 높였다.

    미국만 그랬을까? 연구팀의 추가 분석 결과, 캐나다와 호주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나타났다. 조직과 관련된 도덕성 항목은 봄, 가을에 높게, 여름과 겨울에 낮은 지지도를 보였다. 물론 모든 문화권 및 지역에 보편적으로 적용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함이 있다. 하지만 적어도 더 깊게 들어가볼 만한 가치는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여름과 겨울에 ‘불안감’ 증가, 왜?

    이러한 현상이 ‘정말’ 계절 때문인 걸까? 만약 그렇다면 무엇으로부터 원인을 찾을 수 있을까? 수십만 명 단위의 불특정 다수에게서 비슷한 경향이 발견됐다면, 이는 결코 변덕이나 개인차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없다. 보편적인 심리에 영향을 끼치는 어떤 요인이 있다고 봐야 한다.

    연구팀은 그중 한 가지 가능성으로 ‘감정적 불안’을 제시했다. 이를 검증해보기 위해, 연구팀은 ‘불안’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에 두고 연구를 진행했다. 구글에서 최근 10년 동안의 검색 데이터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여름과 겨울에 ‘불안’과 관련된 단어를 검색하는 사례가 뚜렷하게 많았다는 결과를 얻었다. 

    단순히 인터넷 검색만을 근거로 삼기에는 연결고리가 뚜렷하지는 않다. 다만, 이 현상에 대해 의문을 가져볼 수는 있다. 왜 여름과 겨울에 불안에 관한 검색이 많을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뾰족한 실마리가 없다. 이 지점에서 연구팀은 또 다른 경향을 발견했다. 여름철 기온 변화가 극심한 지역일수록 조직 도덕성에 대한 지지도가 낮게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즉, 기후로 인한 환경적 요인이 사람들의 심리를 평소보다 불안한 쪽으로 몰아갔다는 해석을 붙여볼 수 있다. 다만 이는 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겨울철에도 똑같이 조직 도덕성이 낮게 나타났지만, 이 시기에는 지역에 따른 특징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과관계는 찾지 못했지만…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 연구팀이 발표한 결과로부터 우리는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 미국과 캐나다, 호주에서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는 것은 꽤 흥미로운 내용이지만, 그것이 우리나라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거라고 보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 다만 ‘참고’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내용을 어떻게 응용할 수 있을까? 만약 연구팀이 세웠던 가설대로라면, 기후가 사람의 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극단적인 기후일수록 사람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여름과 겨울에 극단적인 날씨가 두드러지는 우리나라에서도 미국, 캐나다, 호주와 비슷한 패턴이 나타날 거라 볼 수 있다.

    즉, 우리나라에서도 여름과 겨울에 심리적 불안감이 높아지고, 그로 인해 조직과 관련된 도덕성이 상대적으로 흐려지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개인보다 집단에 가치를 두는 문화가 있었다는 점은 변수로 고려해야 한다.

    어찌됐건, 조직이나 집단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사회적 위기상황에 대응하는 일은 봄과 가을에 더 수월하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혹은 사법적인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서도 계절의 영향이 있을 거라 추정해볼 수도 있다.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만큼, 여전히 비어 있는 조각이 너무 많다. 다만 ‘계절에 따라 사람들의 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존재한다’라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정신건강 문제가 사회적 이슈 중 하나로 자리잡은 요즘, 쉽게 지나쳐버릴 수 없는 사실이다.

  • 우울증과 체중 문제, 함께 묶어서 다뤄야

    우울증과 체중 문제, 함께 묶어서 다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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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트레스를 받을 때,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이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먹기’를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다이어트와 건강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급격하게 가라앉는 기분을 달래기 위해 음식을 먹는 사례는 드물지 않다. 우울증과 체중 사이에 분명한 관련이 있다고 여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울증은 정신건강 문제를 대표한다. 20~30대 젊은층에서 우울증이 확산되고 있다는 경고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체중 문제 또한 수많은 대사질환으로 이어지는 출발점이 된다. 성인 비만인구의 지속적인 증가 역시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 두 가지가 함께 나타나고 있는 현실, 우리는 과연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옳을까?

     

    개인의 문제? 환경적 요인도 간과할 수 없어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정신의학 및 약리학 교수인 로저 매킨타이어 박사는 “체중 증가와 우울증이 사회적, 환경적, 생물학적 원인에서 비롯될 수 있다”라고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을 힘겹게 보낸 사람, 또는 현재 경제적으로 불안한 상황이 있는 사람은 우울증과 함께 비만이 될 위험이 더 높다는 것이다.

    물론, 주위 환경의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쉽게 말해, 주위에 편의점이 있으면 좀 더 멀리 있는 마트 대신 편의점을 자주 이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편의점에는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가공식품들이 많기 때문에, 건강과 거리가 먼 식사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같은 원리로, 가까운 곳에 백반집이 있는 경우와 패스트푸드점이 있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어느 쪽이 더 건강한 식사를 할 가능성이 높을지는 굳이 따져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핵심은 정신건강 문제와 체중 문제 모두 ‘개인의 책임’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우울증과 체중 문제, 단순하게 접근하면 안 돼

    우울증과 체중 증가는 서로 영향을 미친다. 즉, 우울증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비만이 될 가능성이 높고, 비만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토론토 대학 정신과 교수인 로드리고 만수르 박사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는 고전적인 질문과 같다”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우울증도 없고 체중도 정상인 사람 입장에서는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다. 이를 테면 우울증에 걸려 운동할 의욕을 잃게 되고, 또 더 많이 먹게 되므로 체중이 증가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체중이 증가한 자신의 몸을 스스로 느끼며 우울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만수르 박사는 “분명 개인적인 문제도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이는 실제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일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타난 현상만 생각하지 말고, 실제로 왜 그러한 현상이 나타났는지까지를 생각해봐야 하는 이유다.

    우울증과 체중 문제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해보자.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건강 문제가 사회적 요인에 기인한다는 내용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과체중이나 비만 등 체중에 관련된 문제도 마찬가지다. 소득 문제나 유전적인 체질 문제 등이 관여할 수 있다는 내용은, 단순히 ‘개인의 게으름’을 탓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각각의 문제가 단순화할 수 없다면, 두 가지를 엮어서 볼 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울증의 핵심 요인을 놓치지 말 것

    우울증과 체중 문제가 함께 나타난다고 했을 때, 중점을 둬야 할 것은 우울증일 가능성이 높다. 체중 문제에 비하면 우울증이 더 복잡한 기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우울증이 올바르게 다뤄지지 않는다면 체중 문제도 해결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울증의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는, ‘관심과 즐거움의 상실’이다. 어떤 활동을 하고자 하는 의욕이 없고, 애써 그것을 하더라도 재미나 성취감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다. 뇌과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보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셈이다.

    이 상태에서 음식을 먹게 되면 어떨까? 미각적 즐거움(맛)을 충분히 느낄 수 없다면, 그것을 느끼기 위해 더 많은 음식을 찾게 될 수 있다. 우울증이 체중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같은 원리로 더 강한 수준의 쾌감이나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보다 아슬아슬하거나 위험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울증과 체중 문제를 단순화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우울증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체중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어떤 사람의 경우, 자신이 스스로 ‘음식을 먹을 자격이 없다’라고 생각한 나머지 식사를 거부하는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이 경우는 급격한 수준의 체중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개인의 상황에 따른 접근이 가장 중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우울증이라는 증상이 천편일률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똑같이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받은 사람이더라도, 그 증상도, 원인도 저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치료 방법도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옳다.

    미국 메릴랜드 존스 홉킨스 대학의 정신과 의사인 엘리자베스 프린스 박사는 “우울증은 정말로 개인화된 증상이기 때문에, 환자들은 그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의사와 함께 할 필요가 있다”라고 이야기한다. 우울증과 체중 문제를 함께 안고 있는 경우, 이 둘을 한꺼번에 다룰 수 있는 포괄적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이 프린스 박사의 의견이다.

    매킨타이어 박사는 우울증 환자를 치료할 때 가장 먼저 ‘잠을 잘 자고 있는지’를 묻는다고 이야기한다. 만약 잠을 잘 못 자는 상황이라면, 그는 필요에 따라 약물을 처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울증과 체중 문제를 치료하는 데 ‘은총과 같은 해결책’은 없다”라고 이야기한다. 개인마다 양상이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 많은 연구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증거 중심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것이 매킨타이어 박사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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