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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지 기능이란? 세상살이에 필요한 ‘정신능력’의 총합

    인지 기능이란? 세상살이에 필요한 ‘정신능력’의 총합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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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흔히 나오는 말이 있다. 바로 ‘인지 기능’이라는 말이다. 사실 객관적으로 보면 이해하기에 그리 쉬운 표현은 아니다. 다만, 이미 널리 쓰이고 있기도 하고, 잘 몰랐더라도 자주 보다보면 대략 어떤 의미인지 이해할 수 있기에 크게 문제삼지 않을 뿐이다. 인지 기능이란 무엇인지, 어떤 요인에 영향을 받는지 등을 정리해보려 한다.

     

    인지 기능이란 무엇인가

    뇌 기능이라는 표현을 쓰면 좀 더 직관적이지 않을까? 하지만 뇌 기능은 실제로 인지 기능을 포함해 더 넓은 범위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렇다면 기억력이나 학습 능력이라고 하면 어떨까? 이 또한 적절치 않다. 이들은 인지 기능 중에서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인지 기능이란 세상을 인식하고, 이해하고,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정신 능력의 총합을 가리킨다. 그러니까, 오감을 통해 받아들이는 감각부터, 앞서 말한 기억력과 학습 능력, 이를 응용한 문제 해결력, 의사 결정 능력,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 능력까지 포함한다. 일일이 거론하기에는 너무 많기 때문에 ‘인지 기능’이라는 한 단어로 압축해놓은 것이다.

    인지 기능에 해당하는 주요 영역은 주의 및 집중력, 기억 능력, 사고 및 문제 해결 능력, 계획 및 실행 능력, 언어 능력, 시공간 능력 등이 있다. 이밖에도 인지 기능에 포함되는 여러 영역이 있지만, 사실 해당 분야 전문가가 아닌 이상 일일이 기억할 필요는 없다. 뇌는 이들 각각을 단일한 능력으로 사용하기보다, 복합적으로 섞어서 활용하는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뇌는 영역별로 주 담당 기능이 나눠져 있고,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이들을 복합적으로 활용한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뇌는 영역별로 주 담당 기능이 나눠져 있고,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이들을 복합적으로 활용한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인지 기능의 영향 요인들

    인지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굵직하게 셋으로 압축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나이’다. 인간은 성인이 되기까지 점진적인 발달을 거친 후, 자연스럽게 노화의 과정을 거친다. 노화와 함께 대부분의 신체 장기들이 서서히 퇴화하는데, 가장 눈에 띄는 영향을 받는 것이 뇌, 그중에서도 인지 기능이다.

    기억력이 감퇴하거나 감각이 둔해지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다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모든 인지 기능이 무조건 퇴화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인지 기능은 매우 폭이 넓기 때문이기도 하고, 인간의 뇌는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꾸준히 변화하는 기관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흔히 말하는 ‘뇌 가소성’ 또는 ‘신경 가소성’이 여기서 등장하는 개념이다.

    즉, 노화에 따라 일부 인지 능력이 저하될 수는 있지만, 이는 개인차가 크게 나타나는 영역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특정 인지 기능이 더욱 발달하는 경우도 있다.

    이 대목에서 인지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나머지 두 요인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바로 ‘신체적 건강’, 그리고 ‘정신적 건강’이다. 고혈압, 당뇨, 비만, 심혈관 질환과 같은 대사 및 순환 계통의 만성 질환은 뇌에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뇌는 충분한 자원을 공급받지 못하게 되므로 노화로 인한 타격을 더 크게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신적 건강 역시 마찬가지다. 정신적 건강에 이상이 생기는 출발점은 ‘스트레스’다.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불안, 우울과 같은 정신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집중력이나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 기능 저하를 일으키거나 가속화시킬 수 있다. 즉, 인지 기능이란 신체건강과 정신건강을 두 축으로 하는 노화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고 정리할 수 있겠다.

     

    건강한 인지 기능을 유지하려면

    인지 기능 저하에서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이라면 뭐니뭐니해도 ‘치매(Dementia)’다. 유전적 요인에 따른 개인차는 어찌할 수 없더라도, 생활습관 등 환경적 요인에 따른 개인차는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100% 예방은 불가하더라도 위험을 최대한 낮출 수 있다.

    먼저, 꾸준히 몸을 움직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몸을 움직이면 신체 혈액순환이 활발해진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뇌로 가는 혈류가 개선된다. 이는 뇌를 이루고 있는 신경세포의 성장과 네트워크 구성(시냅스)을 촉진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인지 기능을 개선하거나 저하 속도를 늦춘다. 인지 기능을 위한 에너지원이자 연료를 꾸준히 공급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뇌를 활발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인지 기능이란 수많은 영역과 기능을 포함한다. 이들 중 어떤 것이라도 인지 기능 발달에 도움이 된다. 흔히 치매 예방에 좋은 활동으로 알려진 것들의 상당수는 분명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한 가지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무의식적으로 할 수 있는 익숙한 것들은 지양하고, 의식적으로 집중해야 하는 낯선 것들 위주로 하는 것이 좋다. 기존에 늘 해오던 것들은 인지적 자원을 많이 쓰지 않고도 할 수 있는 것들이므로, 기능 발달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지 기능이란 폭이 넓은 만큼 활발하게 쓸 때 더 효과적으로 지킬 수 있다.

    마지막으로, 스트레스 관리에 늘 관심을 갖고, 적당한 수준의 외부 교류를 유지하도록 한다. 활발한 뇌 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과 노폐물을 청소하기 위해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도 잊지 말도록 한다.

    뇌를 활발하게 사용하는 것이 인지 기능 발달을 위한 기본이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뇌를 활발하게 사용하는 것이 인지 기능 발달을 위한 기본이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 식단과 뇌 기능, 당분·지방 섭취 많으면 공간 기억력 떨어져

    식단과 뇌 기능, 당분·지방 섭취 많으면 공간 기억력 떨어져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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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분과 지방 함량이 많은 식단과 뇌 기능 저하 사이에 뚜렷한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기됐다. 당분과 지방 섭취량은 당뇨와 비만 등 대사 관련 질환에도 주요 요인이 되며, 과도한 섭취로 인해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증거가 지속적으로 늘어가고 있다. 이번 연구 또한 그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식단과 해마 건강

    지난 4월 17일 <국제 비만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Obesity)>에 발표된 호주 시드니 대학의 연구에서는 ‘고지방 고당분(High Fat High Sugar, HFHS)’ 식단을 섭취했을 때 1인칭 공간 탐색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검증했다. 

    공간 탐색 능력은 어떤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경로(길)를 익히고 기억하는 능력을 말한다. 뇌의 여러 영역 중 해마(hippocampus)의 건강 상태를 가늠할 수 있는 능력이기도 하다. 이 연구 주제는 기존에도 있었던 것이지만, 시드니 대학의 연구는 ‘인간을 대상으로 검증’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연구팀은 18세~38세 사이의 참가자 55명을 모집했다. 각각의 참가자는 식단에 관한 설문지를 먼저 작성했고, 체질량 지수(BMI)를 측정했으며, 숫자를 기억하고 떠올리는 연습을 통해 ‘작업 기억(Working memory)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검사했다. 이를 바탕으로 식단과 뇌 기능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분석하고자 했다.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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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분, 지방 섭취량과 공간 기억력

    실험 방식은 참가자들로 하여금 가상 현실로 구현한 미로를 탐색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미로 속에  배치된 보물상자를 총 6번 찾으면 되는 과제였다.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참가자들의 출발점과 보물상자 위치는 매 회차마다 동일하게 유지했고, 회차가 끝나면 위치를 바꾸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참가자들이 미로 안에서 과도하게 헤매는 일이 없도록, 미로 곳곳에 경로 기억에 참조할 수 있는 랜드마크를 배치했다. 만약 4분 안에 보물상자를 찾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4분을 초과할 경우 보물상자가 있는 곳으로 이동시켜 10초 동안 주변 배경에 익숙해지도록 하고 재시도했다.

    여섯 번의 실험을 마친 다음, 일곱 번째 실험에서는 조금 다른 방식을 진행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미로 속에서 보물상자를 찾도록 한 다음, 이전 회차에 보물상자가 어느 위치에 있었는지를 표시하도록 했다. 

    이는 즉, ‘공간 인식’과 ‘경로 기억’ 등 공간 기억력 또는 길찾기 능력 전반을 측정하고자 한 것이다. 테스트 결과, 당분과 지방 섭취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사람일수록 보물상자의 위치를 정확히 찾아내는 경향이 나타났다. 식단과 뇌 기능 사이에 분명한 연관이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젊을 때부터 식단 중요해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를 통해 식단과 뇌 기능 사이에 중요한 연관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실제로 정제된 단순당과 포화지방을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비만과 대사 질환, 심혈관 질환, 그리고 특정 암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또한, 랜싯 위원회 등 권위 있는 기관에서 치매와 같은 인지 기능 저하 문제의 원인으로 ‘비만’을 꼽고 있기도 하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의 대상이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이었다는 것도 의의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연령이 많지 않음으로 불구하고, 어떤 음식을 주로 섭취하는지에 따라 뇌 기능 차이가 두드러졌다는 지적이다. 

    이번 실험은 표본 수가 많지 않았으므로 전반적인 신뢰성이 높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연구팀은 이번 실험의 참가자들이 일반 대중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건강한 편이었다고 이야기하며, 표본을 확대하더라도 식단과 뇌 기능에 관해서는 비슷한 결과가 나타날 거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식단과 뇌 기능의 관계는 젊을 때부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식단과 뇌 기능의 관계는 젊을 때부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 좌뇌와 우뇌, ‘타인에 대한 공감’은 우뇌에 있다

    좌뇌와 우뇌, ‘타인에 대한 공감’은 우뇌에 있다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좌뇌와 우뇌가 각기 다른 기능을 주로 담당한다는 이야기는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뇌의 기능적 편측화를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국내 연구팀에 의해 제기됐다.

     

    좌뇌와 우뇌의 서로 다른 기능

    흔히 좌뇌는 논리적 사고, 우뇌는 감정 처리에 관여한다는 이야기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었다. 여기에 더해, 오른손을 주로 사용하는지, 왼손을 주로 사용하는지에 따라 좌뇌와 우뇌의 발달이 어느 한쪽으로 두드러지기 때문에 양손잡이가 유리하다는 이야기도 함께였다. 엄밀히 따지자면 이는 사실과 그렇지 않은 것이 섞인 내용이다. 인간의 뇌는 복잡한 메커니즘으로 돼 있어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위 내용에서 좌뇌와 우뇌가 논리와 감정에서 각각 중점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알려져 있다. 실제로 뇌의 ‘기능적 편측화’를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제기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팀이 진행한 실험 결과로,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IF=16.6)>에 게재된 내용이다.

    좌뇌와 우뇌는 '차가운 이성'과 '불 같은 감성'이라는 대립되는 이미지로 표현되기도 한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좌뇌와 우뇌는 '차가운 이성'과 '불 같은 감성'이라는 대립되는 이미지로 표현되기도 한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직접 공포와 간접 공포의 처리

    인간은 타인의 고통이나 위협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공포를 느낀다. 마치 자신이 그 상황에 처한 것처럼 이입하는 것이다. 이는 관찰 학습의 결과로, 공감 능력과 사회적 행동의 기초가 된다. 하지만 실제로 자신이 경험한 ‘직접 공포’와 타인의 고통을 관찰하면서 생기는 ‘간접 공포’가 뇌에서 어떻게 구분돼 처리되는지는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산하의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신희섭 명예연구위원 연구팀은 타인이 고통 받는 모습을 지켜볼 때 공포를 느끼는 이른바 ‘간접적 공감 상황’에 처했을 때, 우뇌의 특정 신경회로가 선택적으로 활성화되는 현상을 실험으로 확인했다.

    연구팀은 뇌의 각성과 정서 조절에 관여하는 청색반점(Locus Coeruleus, LC)과 전대상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 ACC)을 잇는 ‘LC-ACC 회로’가 간접 공포 반응을 조절하는 핵심 신경회로임을 규명했다. 특히, 이 회로는 본래 좌뇌와 우뇌에 대칭으로 연결돼 있지만, 간접적 공감 상황에 공포를 느끼게 되면 우측 경로의 회로만 선택적으로 활성화됐다.

     

    간접 공포, 우뇌에서만 활성화

    연구팀은 쥐 모델을 이용해 간접 공포 반응과 직접 공포 반응을 유도하는 실험을 설계했다. 그런 다음 광유전학 및 칼슘 이미징 기법을 활용해 LC-ACC 회로가 공포 반응 상황에 따라 어떻게 활성화되는지를 정밀하게 비교·분석했다.

    간접 공포를 유도한 관찰 공포 실험에서는 생쥐에게 전기 자극을 가하고, 다른 생쥐가 그 모습을 지켜보도록 했다. 관찰자 생쥐는 자극을 직접 받지 않았음에도, 다른 생쥐의 고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공포를 느껴 동작을 멈추는 동결 반응을 보였다. 

    이때 우측 청색반점에서 전대상피질로 이어지는 우뇌 회로를 억제하자 동결 반응이 현저히 줄었다. 반면, 좌뇌 회로를 억제했을 때는 반응에 뚜렷한 변화가 없었다. 이 결과는 타인의 고통을 관찰하며 나타나는 공감적 공포 반응을 일으킬 때, 좌뇌와 우뇌 중 우뇌의 회로만이 선택적으로 관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후 직접 공포 반응과의 비교를 위해, 포식자의 그림자를 이용해 생쥐를 위협하거나 생쥐에게 직접 전기 자극을 가하는 실험도 진행했다. 그 결과, 직접 자극에 의해 공포를 느낀 생쥐는 마찬가지로 동결 반응을 보였지만, LC-ACC 회로를 억제해도 공포 반응은 유지됐다. 

    이는 LC-ACC 회로가 직접 겪는 위협 상황이나 이미 학습된 공포 반응에는 관여하지 않으며, 오직 타인의 고통을 관찰할 때 느끼는 공감적 공포에만 특화된 정서 회로임을 의미한다.

    공포 외의 감정에 있어서도 뇌가 '간접 경험(공감)'을 처리하는 것은 우뇌에 치중된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공포 외의 감정에 있어서도 뇌가 '간접 경험(공감)'을 처리하는 것은 우뇌에 치중된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공포 반응의 상위 회로

    나아가 연구진은 공포 반응을 조절하는 상위 수준의 회로도 밝혀냈다. 이를 위해 특정 뇌 부위에서 시작된 신경이 청색반점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확인하는 역행성 회로 추적 실험을 수행했다. 실험 결과, 중격선조체핵(Bed nucleus of the stria terminalis)과 중심편도체(Central amygdala)라는 두 영역이 각각 청색반점과 연결돼, 서로 다른 방식으로 공포 반응에 관여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중격선조체핵은 타인의 고통을 관찰하는 간접 공포 상황에서 LC-ACC 회로를 활성화해 공감적 반응을 조절하는 데 관여했고, 중심편도체는 시각적 위협이나 전기 자극과 같은 직접적인 공포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회로로 작동했다. 

    제1저자인 김종현 선임연구원은 “중격선조체핵과 중심편도체가 각각 공포 자극의 특성에 따라 선택적으로 회로를 조절함으로써, 뇌가 다양한 정서적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라고 설명했다.

    신희섭 명예연구위원은 "이번 연구는 공감의 신경회로가 뇌의 우측에 기능적으로 편재돼 있으며, 공감적 공포 반응을 조절하는 데 선택적으로 관여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힌 것”이라며, “공감의 신경생물학적 원리를 이해하는 데 기여할 뿐 아니라, 반사회성 인격장애나 자폐 스펙트럼 장애처럼 공감 기능에 이상이 나타나는 다양한 정신질환의 치료 전략을 마련하는 데도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복잡한 뇌 기능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또 하나의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복잡한 뇌 기능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또 하나의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 성상교세포, ‘스트레스 조절 인자’로 작용한다

    성상교세포, ‘스트레스 조절 인자’로 작용한다

    측중격 성상교세포에 의한 측중격 신경회로 활성 조절 기전 / 출처 : 서울대학교 보도자료
    측중격 성상교세포에 의한 측중격 신경회로 활성 조절 기전 / 출처 : 서울대학교 보도자료

    인간의 감정 및 스트레스 반응은 뇌 기능의 산물로서, ‘측중격(Lateral Septum)’을 포함한 다양한 뇌 영역과 신경회로에 의해 조절된다. 일반적으로 뇌 기능은 신경세포(뉴런)와 신경세포 간에 이루어지는 신호전달 체계(시냅스)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뇌에는 신경세포 외에도 다양한 신경교세포가 공존한다. 다만, 신경교세포가 감정 및 스트레스 조절에 참여할 수 있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최세영 교수팀은 쥐 모델을 활용한 실험을 통해 뇌 측중격에 있는 성상교세포가 감정 및 스트레스 조절에 참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측중격 성상교세포는 ‘혐오 감정’과 ‘사회적 스트레스’ 상황에서 세포 내 칼슘 이온(Ca2+) 농도의 증가를 보이며 활성화됐다. 이는 측중격 신경세포에서 나타나는 현상과 같다.

    연구팀은 측중격 뇌절편을 이용해 전기생리학적 신경 활성을 측정했다. 그 결과 성상교세포가 측중격 뇌 영역별로 다르게 작동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측중격 전반에 걸친 성상교세포의 활성화는 ‘아데노신’의 분비와 ‘A1 수용체’의 도움을 받아 측중격 신경세포의 흥분성 시냅스 전달을 감소시켰다. 즉, 성상교세포가 신경계의 과도한 활성화를 억제하도록 돕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측중격의 중간영역에서는 분비된 아데노신이 A2A 수용체(A2AR) 신호 전달을 통해 억제성 시냅스 전달을 강화했다. 동시에 측중격 성상교세포는 먼 거리에 있는 측중격 신경세포에 대한 억제성 신호를 감소시켜, 신경회로의 활성을 증가시켰다.

    이러한 결과는 측중격 성상교세포가 억제성 신경세포로만 구성된 영역에서 ‘억제해제(disinhibition)’를 유도하여, 측중격 신경세포를 조절하고 이들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이 스트레스 경험에 대한 생리적 및 행동적 반응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혐오 감정’과 ‘스트레스 행동’의 뇌 기전을 신경회로 수준까지 이해하는 데 기여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 : 측좌 시상하부 뉴런의 성상세포 억제가 다양한 스트레스 반응을 촉진한다 Astrocytic inhibition of lateral septal neurons promotes diverse stress responses)

  • 남녀 뇌 구조, 태어날 때부터 차이 있다

    남녀 뇌 구조, 태어날 때부터 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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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별에 따른 차이’는 많은 부분에서 나타난다. 신체적인 영역은 물론 성격과 같은 심리적인 영역까지 말이다. 여기에 ‘출생 시 뇌 구조’에서도 성별이 따른 차이가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어떤 부분에서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도록 한다.

     

    뇌 크기는 남아가 더 큰 경향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자폐증 연구 센터에서는 많은 신생아들 중 출생 후 뇌를 MRI로 스캔할 필요가 있었던 아이들의 데이터를 다수 확보하여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약 500명 이상의 표본 데이터를 확보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성별에 따른 뇌 구조의 차이’를 정리했다.

    기본적으로 부피, 즉 뇌의 크기는 남자 아기가 더 큰 경향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남아가 여아에 비해 체중이 많이 나가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는 가설이 제기됐으나, 확인 결과 체중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남아의 뇌 용적이 더 크게 나타났다. 달리 말하자면 체중 대비 뇌의 무게 비율이 더 크다는 것이다.

    뇌 용적이 더 크다는 것은 그 자체로 별다른 의미는 없다. 뇌 용적이 크다고 해서 인지 능력을 비롯한 특정 뇌 기능이 더 뛰어나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뇌 기능은 뇌 자체의 크기보다는 뇌의 구조, 신경 회로(시냅스)의 연결 방식, 특정 영역의 발달 여부 등에 의해 결정된다.

     

    회백질과 백질의 비중

    전체적인 뇌의 부피를 고려했을 때, 여아의 경우 평균적으로 ‘회백질(Gray matter)’이 더 많았고, 남아의 경우 평균적으로 ‘백질(White matter)’이 더 많은 경향이 나타났다. 회백질은 뇌의 표면에 있는 ‘대뇌피질’에서 주로 발견되는 경향이 있으며, 감각 정보의 처리, 운동 조절, 기억 및 학습, 언어와 같은 고차원적 인지 기능을 담당한다.

    한편, 백질은 주로 대뇌피질 아래 뇌의 깊은 영역에 위치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척수에서는 중심부에 회백질이 위치해 있고 백질이 이를 둘러싸고 있는 형태로 존재한다. 백질은 뇌의 영역 간 신호 전달을 담당한다. 각 영역에서 생성한 정보가 뇌 전체에 빠르고 효율적으로 전파되도록 함으로써, 전체 신경 회로가 연결·통합되는 데 기여한다고 할 수 있다.

    대략 정리하자면, 회백질은 정보의 ‘처리’ 기능에 주력하고 백질은 정보의 ‘전달 및 공유’에 주력한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성별에 따른 회백질과 백질의 비중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수치다. 뇌의 전체 부피를 고려했을 때 각각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의미일 뿐이며, 양측 모두 회백질과 백질을 고루 가지고 있다.

     

    뇌 발달, 삶의 초기부터 차이 있어

    연구팀은 고차원적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회백질의 세부적인 구성 차이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여아의 경우 기억과 정서 조절과 관련된 회백질 영역이 평균적으로 더 부피가 컸다. 한편, 남아의 경우 감각 처리와 운동 제어와 관련된 회백질 영역이 평균적으로 더 큰 부피를 보였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뇌의 차이는 삶의 초기부터 존재한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뇌 발달은 출생 직후부터 차이를 가지고 시작한다는 것, 뇌 발달이 진행되면서 생물학적인 성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살아가면서 얻게 되는 환경적 경험이 더해져 개인차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다름’을 품고 시작해 각기 다른 방향으로 발달해나간다는 ‘신경 다양성’의 논리다.

    자폐증 연구 센터 소장인 사이먼 바론-코헨 교수는 “남성과 여성 중 어느 쪽의 뇌가 더 좋다거나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며, 단지 ‘신경 다양성’을 보여주는 사례일 뿐이다”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그는 “이 연구는 추후 자폐증 진단을 받는 어린이의 뇌처럼, ‘다른 종류의 뇌 구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연구팀은 성별에 따른 선천적 뇌 구조 차이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탐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별에 따른 태아기의 발달 환경을 분석해 면밀하게 구현하고, 뇌의 세포 모델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예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임신 중 호르몬, 태반 등 변수가 될 수 있는 생물학적 요인이 뇌 구조 형성에 기여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계획이다.

  • 요가, 노화 속도 늦춰주는 과학적 이유

    요가, 노화 속도 늦춰주는 과학적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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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화를 늦추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다. 그만큼 여러 가지 방법들이 공유되고 있으며, 효과를 뒷받침하는 근거에도 관심이 모인다. 노화가 진행되는 원리부터 탐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피부 노화 예방과 같은 실질적인 주제에 관심을 갖는 사람도 많다. 생체 시계를 늦추기 위한 식단과 운동 등 근본적인 시각에서 접근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 가운데서 끊임없이 거론되는 것 중 하나는 ‘요가’다. 유연성을 기를 수 있고, 스트레스를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각광받는다. 집에서 혼자 영상을 보며 따라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 요소가 되기도 한다. 요가의 실질적 효능은 과연 얼마나 검증된 것일까? 글로벌 미디어 ‘더 컨버세이션’에 게재된 ‘요가의 효과’에 관한 기사를 재구성하여 전한다.

     

    세포 수명 늘리는 데 기여

    노화는 결국 세포의 수명과 직결되는 현상이다. 세포는 주기적으로 분열과 복제를 거듭하며, 그 과정에서 염색체 말단에 위치한 ‘텔로미어’라 불리는 DNA가 점점 짧아진다. 텔로미어가 한계에 달하면 세포는 분열을 멈추게 되고, 점차 기능이 저하되면 사멸 대상이 된다. 이것이 세포 단위에서 일어나는 노화의 기본 원리다.

    이러한 세포의 노화에 있어 요가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2013년 「국제 노인 정신의학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Geriatric Psychiatry)」에 게재됐던 논문에 따르면, 요가 수련에는 ‘텔로머라제(telomerase)’ 효소를 활성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텔로머라제는 앞서 이야기한 텔로미어를 유지하고 연장하는 역할을 한다. 세포 분열 시 유전정보가 손실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세포가 더 오랫동안 살아남아 분열을 거듭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요가 수련에 꾸준히 참가한 사람은 텔로머라제 활성도가 43%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련을 하지 않고 쉰 사람의 활성도가 4% 미만으로 향상된 것과 대조적이다.

     

    신진대사의 최적화

    요가를 꾸준히 하면서 숙련도가 높아지면 ‘신진대사의 최적화’ 효과가 발생한다. 신체의 깊은 이완 상태를 유도함으로써, 호흡과 심박수가 감소하고 에너지 소비가 줄어드는 휴식 상태를 유도한다. 낮은 강도의 운동 상태를 지속하면서 에너지 균형 상태로 이끄는 것이다. 

    이는 동물의 겨울잠 상태에 비유할 수 있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은 깊은 휴식 단계를 거치며 오히려 수명을 늘린다는 사실이 동물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이것이 인간에게도 비슷하게 적용될 수 있다. 인간이 동물처럼 겨울잠을 자는 것은 아니지만, 신체의 활성도를 낮게 만듦으로써 장기적인 에너지 균형을 유지하도록 돕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신진대사가 줄어든다고 하면 ‘에너지 소모가 감소해 살이 더 찌게 된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요가는 스트레스를 줄여 식욕을 조절하고, 몸의 감각을 향상시켜 과식을 예방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전반적으로 섭취량을 줄이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또한, 강도가 낮다고 하지만 실제로 요가를 입문해보면 상당히 힘이 든다. 이는 평소 잘 사용하지 않던 근육을 쓰는 동작이 많기 때문이다. 즉, 평소 잘 사용하지 않던 다양한 근육을 활용함으로써 전반적인 근육량을 늘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런 효과들을 고려한다면, 궁극적으로 봤을 때 요가는 신진대사의 ‘감소’가 아닌 ‘최적화’에 가깝게 만들어주는 활동이다.

     

    뇌 질량을 유지해주는 요가와 명상

    2015년 오픈 액세스 저널인 「Frontiers in Human Neuroscience」에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요가를 꾸준히 하는 사람들의 뇌를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같은 연령의 요가를 하지 않는 사람과 비교했을 때, 이들은 뇌의 질량이 더 큰 경향을 보였으며 요가를 오래 한 사람일수록 뇌 질량이 더 크게 나타났다. 특히 기억 형성 및 회상에 관여하는 해마의 크기 차이가 컸다.

    특히 요가의 단짝이라 할 수 있는 명상은 뇌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로 가는 혈류를 증가시키고, 이를 통해 산소와 영양소 공급을 활발하게 만들어 뇌를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신경 세포 생성과 시냅스 형성을 촉진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40~50대의 정기적인 명상 수행자들의 평균 뇌 질량이 20~30대 명상을 하지 않는 사람들과 비슷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뇌의 질량이 크게 유지된다는 것은 그만큼 뇌 기능이 활발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지 능력을 비롯한 인간의 뇌 기능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유전적으로 타고난 선천적 특성부터 오랫동안 이어진 생활습관까지 다양하다. 인지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언급하며 건강한 방향으로 개선할 것을 권장하지만, 그것이 완벽하지는 않다.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조금이라도 더 완벽에 가깝게 해야 한다면, 요가와 명상을 해야 할 이유로는 충분하지 않을까. 

  • 뇌 기능 활발하게 쓰는 실내활동, 장점과 주의할 점은?

    뇌 기능 활발하게 쓰는 실내활동, 장점과 주의할 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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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매 예방을 위해서는 뇌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활동이 중요하다. 익히 알려져 있는 것처럼, 사회적 또는 정신적으로 자극을 줄 수 있는 활동은 기억력과 사고 능력에 도움이 된다. 보통은 몸을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이 더 좋을 거라는 인식이 있다. 물론 몸을 움직이는 활동은 뇌를 자극하는 데 있어 매우 좋은 활동이다. 

    하지만 자리에 앉아서 하는 활동 역시도 인지 기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게다가, 인간의 삶에 존재하는 활동들을 살펴보면, 운동과 같은 신체 활동보다는 자리에 앉거나 편안한 자세로 하는 활동이 더욱 다양하다. 독서부터 OTT 시청, 게임, 대화 등의 활동은 실제로 더 보편적이고 일상적 비중도 높다. 

    이들 중 어떤 것들은 인지 기능에 도움이 되고, 어떤 것들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 기준은 무엇일까? 추운 날씨에 밖에 나가기가 어렵다면, 집에서라도 인지 기능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는 편이 좋을 테니까.

     

    수동적 받아들임에 대한 경계

    우선, 우리나라 사람들이 주로 영위하는 실내활동으로는 TV 및 OTT 콘텐츠 시청, 독서, 게임이 가장 흔하다. 이외에 요리나 홈 베이킹, 혹은 위빙(weaving)과 같이 뭔가를 만드는 활동도 다양하게 확산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TV 및 OTT 콘텐츠 시청은 본래 정보 습득, 그리고 상상력과 창의력 자극이라는 측면에서 인지 기능에 긍정적 효과를 미친다. 높은 시청률을 갖고 있거나 사람들 사이에 화제가 되는 콘텐츠인 경우, 그 자체로 대화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대화 역시 인지 기능을 활발하게 사용하도록 해주는 좋은 활동이다.

    하지만 현실을 생각해보자. TV와 OTT 콘텐츠 시청이 정말 ‘정보 습득’과 ‘상상력 자극’이라는 긍정적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는가? 누군가는 그 본연의 기능을 십분 활용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별다른 생각 없이 콘텐츠에 몰입해 즐기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이는 비유하자면 똑같은 수업을 듣더라도 학생마다 성적이 다르게 나오는 것과 유사하다.

    아주 오래 전에 TV를 가리켜 지칭하던 ‘바보상자’라는 말이 있었다. TV에서 보여주는 시간표대로 몰입하다보면 뇌가 수동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기만 하는 상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붙은 말이다. 요즘은 그리 잘 쓰이지 않는 말이지만, 그 말에 담긴 본질만큼은 여전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 그 당시에는 TV였지만 이제는 각종 동영상 플랫폼이나 OTT 서비스로 옮겨갔을 뿐이다.

     

    독서는 좋은 것? 맹신은 금물

    독서는 인지 기능 발달 면에서 더할나위 없이 좋은 활동이다. 본래 책은 텍스트 위주로 구성된 미디어이므로,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저자가 말하는 맥락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앞에서 했던 내용들을 기억해둘 필요도 있으므로 기억력도 활발하게 사용된다. 또한, 저자의 의견에 해당하는 내용의 경우는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비판적 사고능력도 길러질 수 있다.

    하지만 마냥 좋은 영향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독서 역시 상황에 따라서는 인지 기능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거나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대표적인 현상 한 가지로, ‘권수에 대한 집착’이 있다. 단순히 ‘책을 많이 읽었다’라는 자아성취감이나 주위의 인정에 목마른 경우, 책의 내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보다 그냥 ‘읽고 넘기는’ 형태가 될 우려가 있다. 

    또는 생각을 깊이 하지 않고 그냥 슥슥 넘기는 방식으로 읽는 경우도 있다. 이는 TV 프로그램이나 동영상을 멍하니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수동적인 뇌 상태를 만들 우려가 있다. 그냥 읽고 넘기는 것과 깊은 생각 없이 읽기만 하는 행위를 반복하면 독서의 긍정적인 효과를 얻기 어려운 것은 물론, 오히려 인지 기능의 역행을 초래할 수도 있다.

    한편으로, 책이라는 미디어가 본질적으로 ‘느리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전자책이 활성화된 요즘은 좀 나아졌다지만, 기본적으로 책은 사회의 트렌드를 빠르게 따라가는 데 있어서는 다른 미디어에 비해 느린 편이다. 즉, 책을 통해 모든 것을 배우고 이해하려는 태도는 자칫 타인과의 상호작용에서 도태되거나 사회 변화를 제대로 캐치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

     

    찬반 의견이 대립하는 게임

    게임은 그야말로 많은 논란을 몰고 다니는 미디어다. 만약 누군가 ‘게임이 인지 기능에 도움이 되는가?’라고 묻는다면 질문을 보다 구체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답할 것이다. 흔히 게임이라고 부르는 울타리 안에는 수많은 세부 카테고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하는 게임은 일반적으로 컴퓨터나 스마트폰, 혹은 가정용 콘솔 기기를 기반으로 하는 비디오 게임을 가리킨다. 그러니 이 글에서는 비디오 게임을 염두에 두고 그 인지 기능 영향을 이야기하기로 한다.

    비디오 게임이라고 해도 수많은 장르(Genre)에 따라 다른 효과를 발휘한다. 하지만 공통적인 특성을 추려낼 수는 있다. 게임만이 갖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특성이라 하면 ‘상호작용성(Interactive)’이다. 

    주어지는 정보를 받아들이기만 하는 TV, 영화, 드라마, 책과는 달리, 게임은 능동적으로 참여할 것을 요구받는다. 배경과 규칙 등을 빠르게 이해하고 각 상황에 맞는 조작을 하는 과정에서 뇌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 복잡한 상황에서 동시에 여러 가지 목표를 추구해야 하는 종류의 게임도 마찬가지다.

    성장 요소가 존재하는 게임이라면, 진행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정보를 얻고 더 좋은 기술을 습득하게 된다. 그렇다면 그에 맞춰 새롭게 배운 것들에 적응해야 하고, 그것을 포괄하는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매번 달라지는 상황에 맞춘 인지적 적응 과정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런 몇 가지 장점 덕분에 게임은 충분히 인지 기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날카로운 감각 자극, 유료 모델의 사행성 등 부정적인 요소들이 심리를 자극하는 형태로 배치된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너무 깊이 몰입하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다. 특히 심리적 요소에 취약한 계층은 부정적인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어떻게’가 중요

    기본적으로 인간의 모든 활동은 크든 작든 인지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다만 그것을 주어지는 그대로 받아들이느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생각하면서 소비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치매와 같은 퇴행성 뇌질환은 여전히 정복하지 못한 질병이다. 그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은 인지 기능을 보존하고 지키는 것에 관심이 많다. 수많은 대학이나 연구기관들이 무엇이 인지 기능에 좋다더라, 무엇은 해롭다더라 하는 식의 연구 결과를 제시하는 것도 그만큼 사람들이 인지 기능에 관심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사람’이지, 미디어(수단)가 아니다. 독서라고 해서 마냥 좋은 것은 아니며, 드라마 시청이나 게임 플레이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나쁜 것은 아니다. 저마다 즐기는 수많은 취미들 역시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즐기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즐기느냐다.

    특정 미디어나 취미 수단이 ‘대체로’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을 ‘절대적인’ 규칙처럼 받아들이는 것은 경계할 것을 권한다. 그것이야말로 주어진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이며, 인지 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길일 테니까.

  • 게임 중독, 청소년이 더 취약하다? 왜?

    게임 중독, 청소년이 더 취약하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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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 과정에서 게임을 거쳐가는 사람은 무척 많다. 현재는 성인이 된 사람들도 청소년기에 한 번쯤 게임을 즐기며 성장한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라 생각된다. 당장 매일 손에 쥐고 다니는 모바일 기기에만 해도 엄청난 수의 게임으로 연결되는 창구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게임에 대한 과몰입, 의존, 중독 등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게임을 즐기는 모든 사람들이 과몰입과 같은 정신적 건강 문제를 겪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문제를 겪는 사람이 상당수 존재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더 취약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독, 더 큰 보상을 원하는 데서 기인

    미국 로체스터 대학의 연구팀은 2015년부터 실시했던 ‘청소년 뇌 인지 발달(ABCD) 연구’에 참여했던 어린이 1만1천여 명 중 10세에서 15세 사이에 있는 청소년 6,143명을 선발해 연구를 진행했다. 해당 청소년들은 첫 해에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을 활용해 뇌 스캔을 받았으며, 이후 3년 동안 추적조사와 함께 게임 중독 증상에 관한 설문을 실시했다.

    이 연구에서 핵심으로 삼은 지점은 뇌에서 ‘의사 결정 및 보상 처리’를 관장하는 영역이다. 뇌의 보상 시스템은 보통 도파민(dopamine)과 관련이 있다. 어떤 행동을 했을 때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주어지면 활성화된다. 이 과정에서 만족감을 느끼게 되면, 다음에 같은 상황을 맞이했을 때 전두엽 등 의사 결정을 담당하는 영역에서 다시 그 행동을 할 것을 결정하는 메커니즘이다.

    게임의 경우 보상이란 ‘재미’ 또는 ‘성취감’의 영역이 가장 크다. 다른 사람과 대결하거나 경쟁하는 종류의 게임이라면, ‘내가 저 사람보다 더 잘해’와 같은 ‘자아효능감’의 형태일 수도 있다. 보통 이런 종류의 감정은 정신적인 건강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게임은 때때로 도가 지나칠 수 있다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정신적으로 건강한 상태라면, 재미나 성취감 등의 보상이 주어졌을 때 도파민이 분출되며 보상 처리 영역이 활발하게 작동한다. 하지만 중독 증상을 겪고 있는 경우, 같은 보상에 대한 역치가 높아진다. 즉, 보상이 주어졌지만 그것을 보상이라고 느끼지 못하거나,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기는 것이 당연하다’라든가, ‘더 큰 차이로 이겨야 한다’ 같은 식이다.

     

    청소년이 중독에 더 취약하다? 왜?

    청소년들의 신체적 성장을 보며 종종 간과하는 부분은, 그들의 성장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다. 키와 덩치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으며, 대개 이 시기에 최대치까지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성장이란 신체에만 국한되는 개념이 아니다. 청소년기에는 정서적, 인지적인 영역의 성장과 발달 또한 급격하게 이루어지며, 이는 성인이 된 후에도 이어지기도 한다.

    청소년기에는 특히 보상 시스템과 관련된 뇌 영역이 중대한 변화를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발달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는 안정성이 부족하다. 이는 자극에 취약하고 민감해지기 쉽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즉, 앞서 언급한 ‘보상이 되는 경험’을 했을 때 청소년은 성인에 비해 더 큰 만족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래 집단 사이에서 느끼는 우월감 역시 그 좋은 예다.

    하지만 모든 종류의 보상은 결국 한계가 있다. 같은 보상을 받았을 때 느끼는 만족감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보다 더 큰 보상’을 바라는 마음이 덜한 것은 아니다. 결국 보상 크기의 상한선으로 인해, 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만족감은 한계에 부딪친다. 충분한 만족을 얻기 위해서는 양적으로라도 더 많은 자극을 원하게 되고, 이로 인해 과몰입과 중독이 유발될 수 있다.

    게다가 발달 중인 뇌는 보상 시스템 외의 모든 영역에서도 서툴 가능성이 높다. 감정 조절, 충동 조절, 주위를 폭넓게 살피는 인지 능력 등이 완숙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게임 하나에만 몰입하여 다른 것을 의식하지 않는 결과로 이어질 위험을 시사한다.

    로체스터 대학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독 증상이 더 심한 것으로 확인된 참가자의 뇌를 스캔한 결과 의사 결정 및 보상 시스템 영역의 활동이 낮게 나타났다. 같은 내용으로 성인을 대상으로 하여 실시했던 이전 연구와 대조한 결과, 청소년에게서 민감성이 더 두드러진다는 것도 확인했다.

     

    게임 자체가 해롭지는 않지만

    우리의 삶에는 디지털 기기를 통해 제공되는 수많은 게임이 존재한다. 게임 자체는 해로운 것이 아니다. 게임은 시각과 청각 자극, 의도적인 조작, 상황 판단에 따른 반응과 의사 결정 등 다양한 능력을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토탈 미디어다. 

    문제 해결 능력을 비롯한 다양한 뇌 기능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도록 한다는 특성으로 인해, 인지 능력 향상을 비롯한 정신적 건강을 개선하는 데 기여한다는 연구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어떤 게임을 어떻게 즐기느냐에 있다. 이는 디지털 기기를 주로 어떤 용도로 사용하는지에 따라 해로움 여부가 달라진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똑같은 게임을 즐기더라도 그 게임의 어떤 요소에 재미를 느끼는지, 얼마나 ‘보상’을 받아야 만족감을 느끼는지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앞서 아직 뇌 발달 단계에 있는 청소년들이 특히 취약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를 근거로 ‘청소년의 게임 이용을 통제해야 한다’라는 결론을 낸다면, 그것은 잘못되도 한참 잘못된 흐름이라 할 수 있다. 특정한 집단이 아닌, 개인의 이용 행태에 주목하는 것이 옳은 접근이다. 

    청소년 중에서도 올바르게 게임을 이용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성인 중에서도 중독적으로 게임에 몰입하는 사람이 있다. 로체스터 대학 연구팀 역시 “우리 연구는 ‘일부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 비해 중독 증상에 더 취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무조건적인 통제는 더 큰 반발을 낳고, 문제의 본질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함께 존재한다는 것을 유념하고, 각 개인의 특성과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가이드라인’을 찾아가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 건강하게 즐길 수 있다면, 게임은 최적의 뇌 발달 도구가 될 수 있다.

  • 비만이 부른 염증, 뇌 기능 둔화시킬 수 있어

    비만이 부른 염증, 뇌 기능 둔화시킬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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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만은 질병’이라는 명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관점을 가진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대략 몇 개월 정도? 하지만 그 길지 않은 시간 사이에 비만으로 인해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폭넓게 접하다 보니, 이제는 비만은 반드시 치료해야 하는 질환으로 인식하게 됐다.

    사람에 따라서는 한 술 더 떠 비만을 ‘21세기 전염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물론 실제로 비만이 전염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그 정도로 확산 속도가 빠르고 비만인 인구가 많기 때문에 나온 말일 것이다.

    비만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만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중요하다. 그간 비만과 다른 대사성 질환의 관계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언급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비만이 뇌 기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알아보고자 한다.

     

    비만, 영양 섭취에 대한 뇌 반응 느려져

    미국 예일 대학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병원은 정상 체중에 해당하는 참가자 30명과 비만 기준에 해당하는 참가자 30명을 모집해 연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네이처 메타볼리즘(Nature Metabolism)」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위에 포도당과 지방을 주입하고, 동시에 자기공명영상(MRI)을 사용해 뇌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측정했다. 또한, 단일광자 방출 컴퓨터 단층촬영(SPECT) 스캔을 통해 도파민 방출량을 살펴보았다.

    연구에 따르면, 비만인 사람들은 포도당과 지방을 직접 위에 투여했을 때, 그 반응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좀 더 쉽게 말하면, ‘영양소를 섭취했다’라는 신호를 뇌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또한, 비만인 사람들은 음식 섭취와 관련해 도파민의 방출이 줄어드는 현상을 보였다.

    이후 12주에 걸친 통제로 다이어트를 진행한 다음, 다시 같은 과정을 진행했다. 체중이 약 10% 감소했음에도 비만이었던 대상자들의 뇌 반응은 여전히 회복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이는 뇌가 비만 상태에 장기적으로 적응하게 된다는 점, 그리고 체중을 감량하더라도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비만 – 염증 – 뇌 기능 변화

    이는 비만으로 인해 뇌 기능에 변화가 생겼음을 의미한다. 여기서 말하는 변화는 ‘기능적인 손상의 가능성’을 포함한다. 체지방량이 과도할 경우, 몸은 염증이 늘어나기 쉬운 상태가 된다. 지방 세포가 비대해지면서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방출하기 때문이다. 비대해진 지방 세포는 면역 세포를 끌어들이게 되고, 이들이 염증 유발 물질을 더 많이 방출하면서 염증이 악화된다.

    본래 염증은 면역계에서 보내는 경보 발령과 같다. ‘이곳에 문제가 생겼으니 원인을 찾아 제거하고 조직을 복구하라’는 신호다. 하지만 비만의 경우 체내 대사에 여러 문제를 안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염증의 복구 과정에 방해를 받게 되고, 염증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염증이 생기는 일이 반복된다. 이른바 ‘만성 염증’ 상태다.

    온몸으로 퍼져나간 염증은 신체 모든 곳에서 문제를 일으키지만, 특히 뇌에서의 문제를 눈여겨봐야 한다. 염증이 혈뇌장벽을 손상시키기 때문에, 혈류를 타고 온 유해 물질이 뇌로 침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염증 물질, 산화 부산물, 세포 잔해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신경세포의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하고 손상을 초래하는 원인이 된다. 신경세포들이 연결된 시냅스의 가소성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기억력이나 학습 능력 등 해당 시냅스가 담당하는 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다.

    신경계에 염증이 발생하게 되면 신경을 타고 퍼져나간 염증 반응이 온몸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를 들어, 비만으로 인해 당뇨 증상이 따라오는 것은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곳에 염증 반응이 전달되면서 인슐린 저항성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도파민 감소, 폭식으로 이어질 수 있어

    비만으로 인한 만성 염증이 뇌에 미칠 수 있는 영향 중에는, 도파민 수용체의 기능을 저하시키는 것도 있다. 비만으로 인해 도파민 수치가 감소하는 것은 어떤 문제로 이어질까? 

    본래 도파민은 뇌의 ‘보상 시스템’에서 핵심이 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라는 행위를 예로 들어보자. 도파민의 작용으로 인해 맛있는 음식을 원하게 되고, 그것을 먹었을 때 기쁨을 느끼게 된다. 이때 기쁨을 느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다음에 다시 그 음식을 원하게 하는 동기부여의 역할도 한다.

    하지만 도파민 수치가 감소하게 되면 이 시스템이 둔해진다. 비만에 초점을 맞춰서 살펴보면, 과식과 그로 인한 만족감이 반복되면서 도파민이 적응해버린 것이다. 이전까지는 즐거웠던 일들이 별다른 쾌감을 주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정신건강 면에서도 중요한 문제지만, 비만 상태를 지속하고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도 문제가 된다. 적은 수준의 식사로는 도파민이 충분히 방출되지 못하므로, 더 많은 음식을 원하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식 – 도파민 감소 – 폭식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비만 연구, 뇌 기능에 관한 시각도 중요

    비만을 질환으로 인식하는 시각이 강화되면서, 이를 주제로 한 연구가 속속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비만으로 인한 뇌 기능의 변화 역시 기존의 관점이라면 시도하지 못했거나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을 것이다.

    도파민 기능 저하, 쾌감을 느끼지 못하는 현상, 폭식 등 극단적 행동이 하나의 선으로 이어지면서, 비만은 신체적 대사 문제 뿐만 아니라 정신적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향후 개발&개선될 비만 치료 및 예방법에는 뇌 기능 회복을 목표로 하는 관점도 반드시 고려돼야 할 것이다. 이번 연구는 그 작업의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될 것이다.

  • 잠 부족한데 안 졸려? 더 위험한 상황일 수도

    잠 부족한데 안 졸려? 더 위험한 상황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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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흔히 엄청나게 지치고 피곤하면 기절하듯 잠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런 사람들을 종종 보기도 한다. 특히 육체적으로 고단한 하루를 보내면 그야말로 ‘옷 갈아입을 여유도 없이’ 잠드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다. 분명 엄청나게 피곤함을 느끼고 있는데, 자려고 누우면 이리저리 뒤척이며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할 때가 있다. 이는 과도한 피로가 자연스러운 수면 주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잠이 부족하기 때문에 잠을 잘 수 없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것이다. 왜 그러는 걸까? 그 이유를 알아보도록 한다.

     

    잠이 부족한데 졸리지 않다? 왜?

    2003년 실시됐던 한 연구에서는, 몇 주에 걸쳐 매일 4~6시간 정도 잠을 잔 사람들이 생각보다 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했다. 실제로 이들은 수면 부족으로 인해 나타나는 정신적 기능 저하 증상을 보였으나, 시간이 지나도 졸리다고 답하지 않았다.

    왜 그런 것일까? 쉽게 말하자면 ‘수면 리듬 기능도 저하됐기 때문’이다. 인간의 몸은 일정 정도 수면을 필요로 하게끔 돼 있다. 마치 컴퓨터 프로그램처럼 말이다. 하지만 피로감이 과도해지면 이러한 프로그램 자체가 정상적으로 기능을 하지 못한다. 즉, ‘잠이 필요하다’라는 신호를 보내는 기능마저 둔하게 만드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자. 인간의 몸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아데노신(adenosine)’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생성하게 되고, 활동하는 동안 이 물질이 뇌에 축적된다. 아데노신이 일정량 이상 축적되면 뇌는 ‘잠을 자라’는 신호를 보낸다. 잠을 통해 높아졌던 아데노신 수치를 다시 낮은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것이다.

    그러나 잠을 자라는 신호를 보냈는데도 잠을 자지 않거나, 아데노신 수치가 충분히 떨어지지 않은 상태로 깨어나 활동을 시작하게 되면 어떨까? 아데노신 축적이 거듭되면 뇌는 판단력이나 집중력이 저하될 수 있다. ‘잠을 자라’는 신호를 보낼 타이밍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돼, 수면 욕구를 느끼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잠 부족한데 졸리지 않다면, 더 위험한 상황일 수도

    ‘하루에 3~4시간만 자며 일(공부)했다’라는 식의 성공신화를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어떤 사람들은 권장 수면시간보다 턱없이 부족하게 잠을 자면서도 활기찬 모습을 보이고 뛰어난 성과를 보이기도 한다. 그런 모습은 ‘잠을 줄여가며 노력해야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라는 성급한 일반화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누군가는 정말 다른 사람보다 적은 시간을 자면서도 정상 컨디션을 유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신체적, 정신적으로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뇌가 관장하는 여러 영역에서 발생한다. 사고력, 기억력, 정보 인지 및 처리능력, 판단 및 결정능력 등 이성적인 부분은 물론, 감정 기복, 불안, 우울 등 감정적인 부분까지 문제가 생긴다. 

    앞서 이야기한 상황을 생각해보자. ‘잠을 보충해야 한다’라는 신호를 제때 보내지 못할 정도로 피로가 누적되면 어떨까? 어쩌면 본인의 정신적 기능이 저하됐다는 사실조차도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문제가 있음에도 ‘난 멀쩡해’라고 여기는 상태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과도한 피로, 악순환을 깨는 방법

    지금 졸리거나 피곤함을 느끼지 않더라도, 최근 자신의 수면 패턴을 살펴보자. 대략 몇 시간 정도를 잤는지, 규칙적으로 잠들고 일어났는지, 잠들기 전 어려움을 느낀 적은 없는지, 새벽에 자주 깨지는 않았는지, 아침에 일어나기가 유독 힘들지는 않았는지 등을 최대한 생각해보는 것이다.

    보통 정상적인 수면은 하루 7~9시간 사이, 오후 10~11시부터 오전 6~7시 사이가 일반적이다. 중간에 깨지 않고 푹 잘 수 있다면 좋겠지만, 자는 도중 깨게 되더라도 통상 2번 정도까지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본다. 

    이런 정상적인 패턴과 어긋난 부분이 많을수록, 현재 ‘과도한 피로’ 상태에 있을 가능성은 높아진다. 지금 당장 크게 피곤함을 느끼고 있지 않더라도, 신체 내부에서는 이상이 쌓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 있을수록, 일반적으로 권장되는 잠자리 습관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잠을 자는 방의 기온부터 전등의 밝기, 이부자리의 편안함 등을 점검해야 한다. 잠들기 전 2~3시간 전부터는 음식을 먹지 않도록 하고, 머리맡 스탠드는 가급적 색온도가 낮은 전구색 등을 쓰도록 한다. 자기 전에는 전자기기 사용을 피하고, 가볍게 소설이나 에세이, 잡지 등 편안한 매체를 읽거나 템포가 느린 음악을 들을 것을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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