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해간다는 것을 느낀다. 2000년대 이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추세를 보면 전체적으로 음주량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 특히 20대~30대의 음주량, 음주 빈도 등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물론 여전히 일부 연령대나 계층에서는 높은 음주량을 보이고 있지만, 세세하게 들여다보면 음주 문화 자체가 과거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는 걸 느낄 수 있다. ‘혼술’이나 ‘홈술’ 문화, 다양한 주종을 적당량만 즐기는 문화가 확산됐다. 모임에서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도 자연스럽다. 혹은 아예 술 자체를 마시지 않는 모임도 종종 볼 수 있다.
공중보건 차원에서 보면 좋은 현상이다. 술을 줄이거나 끊으면 개인의 삶의 질 역시 개선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술을 줄이거나 끊었을 때 구체적으로 어떤 이점이 있을까?
간의 과로를 덜어주는 효과
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기가 바로 간이다. 이는 간이 외부에서 들어오는 독소는 물론 체내에서 생성되는 독소를 처리하는 해독 기관이기 때문이며, 알코올이 대표적인 독성 물질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알코올은 세포에 해로운 영향을 끼치는 독성 물질이다. 알코올이 대사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아세트알데히드’는 간 세포를 손상시킨다. ‘폭음’을 하거나 그에 가까운 수준의 음주를 할수록 손상 정도는 커진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제시하는 폭음의 기준은 남성의 경우 일주일 내 15잔 이상, 여성의 경우 일주일 내 8잔 이상이다.
다행히 간은 손상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스스로 재생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는 늘 과중한 역할에 시달리면서도 묵묵히 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근본 동력이 된다. 술을 마시지 않거나 적당한 양만 마실 경우, 간은 능히 손상에 대응하며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다이어트 효과 향상 및 효율 개선
무엇보다 가장 근본적인 장점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알코올은 그 자체로 1g당 7kcal를 발생시키는 에너지원이다. 하지만 이는 흔히 ‘빈 칼로리(empty calories)’라 불린다. 이것은 무슨 의미일까?
칼로리를 발생시키는 다른 에너지원, 즉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경우를 보자. 이들은 보통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서로 복합적으로 포함돼 있거나 비타민, 무기질, 섬유질 등 다른 유용한 영양소와 함께 존재한다.
이에 비해 알코올은 단독으로 존재한다. 대사에 도움을 주거나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 없이 오직 칼로리만 제공하는 것이다. 영양소가 결핍된 데다가 상대적으로 높은 칼로리를 제공하는 특성으로 인해 ‘빈 칼로리’라 불리는 것이다.
게다가 알코올이 체내에 들어오면 신체는 이를 우선적으로 처리하게 된다. 간이 주도하는 에너지 대사에서 최우선순위로 처리되며, 그동안 다른 영양소 대사 등 ‘기초 대사’에 해당하는 는 일시적으로 중단되거나 느려진다. 처리해야 할 알코올의 양이 많을수록 다른 영양소 대사 등 기초 대사에 해당하는 작용은 뒤로 미뤄진다.
기초 대사는 우리가 하루에 섭취하는 영양소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신체 조건과 일일 섭취량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어림잡아 적게는 40~50%, 많게는 60~70%까지 기초 대사로 소비된다. 이 거대한 작용이 알코올을 분해해서 처리하는 동안 멈춘다는 것은 체중 관리 측면에서 몹시 불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식욕 증가를 예방해준다
한편, 술은 ‘식욕’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된다. 알코올이 뇌의 신경전달물질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술을 마시면서 안주를 먹게 되면 평소보다 많이 먹는 경향이 있지 않던가? 음식을 씹고 삼키면서 포만감을 느껴야 하는데, 관련된 신호의 전달과 수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더 많은 음식을 먹게 되는 것이다.
또한, 알코올은 정상적인 사고 및 판단 능력을 저하시킨다. 어떤 음식이 영양 균형이 맞는지, 어떤 음식이 상대적으로 칼로리가 적은지, 어느 정도를 먹는 것이 자신에게 적당한지는 멀쩡한 상태에서도 상당한 이성적 판단을 요구하는 일이다. 술에 취하면 이러한 능력이 제대로 발휘되기 어려우므로 ‘그냥’ 먹게 된다.
‘충동 조절’ 역시 마찬가지다. 이성적인 상태에서는 무언가를 먹고자 하는 충동을 억누르고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알코올이 뇌에 조금이나마 영향을 미치게 되면 조절 능력이 약해진다. 즉흥적이고 충동적으로 ‘그냥 먹자’라고 결정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술을 마시면 기존에 자연스레 이루어지던 기초 대사조차 후순위로 밀린다. 이 상황에서 높은 칼로리의 음식이 대량으로 들어온다면 어떨까? 소화 및 흡수도 원활하지 않을 것이고, 대사가 이루어진다 해도 후순위로 밀리게 되므로 그만큼 잉여 칼로리가 많이 발생하게 된다.
술을 먹는 빈도가 줄어들수록 기초 대사는 정상적인 패턴을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적당량의 칼로리만 섭취하게 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끊을 수 있다면 끊는 것이 최선이며, 1회 음주량 및 일주일 음주 횟수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2025년 새해를 맞이한 기념으로 음주 습관을 새롭게 정립해보는 것은 어떨까?
202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중 약 30%가 ‘마른 비만’에 해당한다. 마른 비만이란 BMI 상으로는 정상이지만, 체성분 구성상 비만에 해당하는 상태다. 즉, BMI에 의해 분류한 비만 인구와는 교집합이 없는 별개의 집단인 셈이다.
이는 바꿔 말하면 ‘비만이 아닌 줄 알았던’ 사람들 또한 비만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경고 신호다. 겉으로 보기에는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일반적인 비만 못지 않게 마른 비만 또한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마른 비만이 많은 원인과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서 알아본다.
마른 비만, 왜 많은가?
마른 비만은 보통 젊은 연령층에서 유병률이 높다. 이유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잘못된 다이어트 방법’ 그리고 ‘체중에 대한 과도한 압박’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 두 가지가 서로 맞물려 마른 비만을 양산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유달리 체중을 기준으로 한 편향된 시각이 팽배해 있는 편이다. 건강보다 외적인 아름다움을 중요시하는 인식이 사회적 분위기 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을 눈대중으로 “몇 kg 정도 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 그것을 기반으로 소위 ‘핏’이나 몸매를 평가하는 것, 비만인지 아닌지를 이야기하는 것도 흔히 있는 일이다. 눈대중으로 보는 체중이 과연 정확할 것인지는 둘째로 치더라도, 체중이라는 숫자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익숙하다고 할까.
이는 극단적 칼로리 제한, 단기간의 급격한 감량 등 잘못된 다이어트 방법이 성행하게 만드는 이유다. 정확한 원리보다 ‘체중계의 숫자’를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춘 다이어트 보조식품이 여럿 등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른 비만이 늘어나는 단 하나의 원인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상당히 큰 지분을 차지하는 원인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마른 비만, 실제보다 더 많을 수도
체질량 지수(Body Mass Index, BMI)나 허리둘레는 일상에서 일반인들도 쉽게 해볼 수 있는 측정법이다. 체중계에 올라가는 것에 비해 몇 가지 일을 더 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긴 하지만, 그리 어려운 편은 아니다. 체중계의 숫자와 BMI, 허리둘레를 측정한 값을 가지고 누군가는 만족하고 누군가는 좌절한다.
하지만 진짜 건강은 체성분 구조까지 봐야 알 수 있다. 지금 당장이라도 확인할 수 있는 체중에서 근육량은 얼마고 지방량은 얼마인지를 확인하고, 그것이 건강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하지만 체성분 측정은 일상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인근 병원이나 클리닉, 피트니스 센터에서 보유한 체성분 측정 장비가 그나마 접근성이 좋은 방법이다.
체중이나 BMI가 정상으로 나왔다면 굳이 체성분 측정을 해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 체중이 정상 범위 밖에 있거나, 정상이라 해도 본인이 불만족을 느껴야만 마른 비만을 발견할 가능성이라도 생긴다. 이런 현실로 인해 마른 비만의 유병률은 실제보다도 축소돼 있을 우려가 있다.
마른 비만이 위험한 이유
BMI가 18.9~24.9 범위에 있고, ‘신장 기반 체중 계산법’에 따라 계산했을 때 정상 범위에 있다면 일단 수치상으로는 문제가 없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별다른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 상태에서 체지방률이 일정 기준 이상으로 나온다면 마른 비만으로 분류될 수 있다. 연령에 따라 구체적인 기준에는 차이가 있지만, 보통 남성 기준 20% 이상, 여성 기준 30% 이상이라면 마른 비만으로 본다.
마른 비만은 근육량이 부족하고 지방량이 많은 상태이므로, 비만인 사람과 비슷한 건강상 위험을 갖는다. 고혈압이나 고지혈 등 대사증후군이나 심혈관 질환이 대표적이다. 과도하게 축적된 지방으로 인해 전신 대사 및 혈관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또한, 근육량이 부족하다는 점은 장기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정상 체중에서 지방량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근육량이 더 적다는 의미가 된다. 이로 인해 기초 대사량이 부족해지므로, 근육량이 충분한 사람에 비해 체중 관리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식습관이 조금만 흐트러져도 체중이 늘어나기 쉽고, 이를 관리하기 위해 다시 극단적인 방법을 쓸 가능성이 높다.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순환 구조이며, 이로 인해 정신건강 문제가 발생하거나 악화될 위험도 커진다.
지금 바로, 점검이 필요하다
체중은 정상이지만 일상적인 활동을 하거나 운동을 했을 때 금방 지친다면, 혹은 조금만 격한 운동을 해도 심한 근육통이 회복되지 않은 채 며칠씩 겪는다면 이는 마른 비만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잠을 충분히 자도 피로감이 지속되는 것 역시 의심해볼만한 신호다.
체중에 딱히 변화가 없는데도 체형이 변한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허리둘레를 정기적으로 측정하는 방법으로 체크해봐도 좋다. 이 또한 마른 비만인지를 확인해볼 수 있는 간편한 방법이다. 체중 변화 없이 허리둘레가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면 이는 높은 확률로 마른 비만이 되고 있거나 심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정기적인 건강 검진을 받았을 때, 체중과 관련된 지적이 없음에도 콜레스테롤 수치나 혈당 수치가 높은 편으로 나온다면 이 역시도 마른 비만임을 의심해볼 수 있다. 체지방이 많아 대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마른 비만은 특히 우리나라에서 흔히 나타나는 만큼, 유의해야 할 현상이다. 외적인 아름다움은 자신감과 자존감을 지켜주는 훌륭한 수단이지만, 근본적으로 내적인 건강이 먼저 탄탄하게 갖춰져 있어야 함을 잊지 않도록 한다.
최근 들어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추세와 함께 ADHD 진단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 비하면 많은 사람들이 ‘ADHD가 무엇인지 안다’라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정말 알고 있을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ADHD라는 단어를 알고, 그것이 ‘주의력 결핍 과다행동장애’라는 질환의 약자라는 것을 아는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단지 단어를 아는 것만으로 그 질환을 안다고 할 수는 없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미성년자 ADHD 환자 수는 약 11만8천 명이며, 성인 ADHD 환자 수는 약 8만8천 명이다. 전체 인구 중 대략 20만 명이 ADHD 환자라는 의미다. 2019년 7만여 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세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이 정도면 주위에 한두 명쯤 ADHD 환자가 있을 수도 있다. 아직도 정확히 모르고 있다면, 이제는 알아둘 필요가 있다. ADHD는 정확히 무엇이며, 어떤 증상을 보이는 것일까? 왜 최근 들어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을까?
ADHD는 무엇인가?
주의력 결핍, 그리고 과다행동. ADHD의 질환명에 명시돼 있다. 주의력 결핍이란 흔히 ‘집중력 부족’이라는 말로 풀이된다. 여기에 더해, 어떤 일을 계획하거나 차근차근 정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증상이 나타난다. 세부적인 사항을 무시하거나 기억하지 못해, 흔히 말하는 ‘디테일’에서 약한 경향을 보인다.
과다행동은 비교적 잘 드러난다. 한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지 못한다거나, 말이 지나치게 많다거나 다른 사람의 대화에 끼어드는 등의 모습이 대표적이다. 다소 정숙해야 하는 분위기에서도 과도한 활발함을 보이는 경우도 포함된다. 즉각적으로 반응하거나 행동으로 옮기는 충동성도 여기에 해당한다.
이쯤 되면 ‘어?’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누구나 주위에서 한 번쯤은 겪어봤을 법한 모습들이기 때문이다. 혹은 자신에게서 발견하는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너무 흔한 증상이라서 모르고 지나쳤던 건 아닐까 싶을 수도 있다.
일단 과도한 걱정은 접어두자. ADHD의 증상들은 일반인에게서도 나타날 수 있는 것들이다. 보통 정신질환의 대표 증상들은 일반인에게서도 조금씩은 나타나는 증상들인 경우가 많다. 편집증이나 강박증이 대표적이며, 우울이나 불안 또한 자연스러운 감정의 한 종류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런 증상들이 과도하게 심각한 경우에만 질환으로 진단한다. ADHD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국제 표준으로 사용되고 있는 DSM-5(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매뉴얼 제5판)에 명시된 진단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ADHD에 해당한다.
주의력 결핍, 과도하고 충동적인 행동들을 표상하는 항목들 중 일정 기준 이상을 충족해야 ADHD로 진단한다 /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색안경 감소’로 환자 수 급증?
201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ADHD 유병률은 대략 5~7% 수준을 유지해왔다. 성인 ADHD 유병률 또한 3~5% 수준이다. 미국은 2022년 기준 11.4%로 알려졌으며, 스웨덴의 경우는 남자 어린이 10.5%, 여자 어린이 6%라는 통계를 제시했다. 널리 알려진 선진국의 추세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그렇다고 해도 20만 명이라는 환자 수는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수준이다. 5년 전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었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증가 추세는 세계 각국에서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가장 흔한 이유로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들 수 있겠다. 다른 정신질환들이 으레 그렇듯, ADHD 역시 ‘사회적 낙인’의 대상이었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사람들은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향이 있다. 여전히 그런 편견과 선입견은 남아있지만, 과거에 비하면 훨씬 덜해진 것이 사실이다. 증상이 있는 사람들이 정식 진단을 받고 치료를 결심하게 하는 배경이다.
이런 이유라면 차라리 다행이라 할 것이다. ADHD 진단을 받지 않는다고 해도 DSM-5의 기준에 해당하는 사람이라면 환자다. 통계에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있는 증상이 없는 일이 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꽁꽁 숨겨서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드는 것보다, 드러내서 치료를 받는 편이 장기적 관점에서 사회에 더 이득이다.
학습 환경의 빠른 변화, 과부하 유발
ADHD는 본래 어린이나 학생들에게서 흔히 나타난다. 그들의 관점에서 본다면, ‘교육 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ADHD의 원인일 수 있다. 중년 이상의 성인들은 물론, 현재 청년에 해당하는 성인들 관점에서 보더라도 어린이들의 학습 환경은 낯설다. 한 반의 학생 수, 디지털 기기의 보편화 같은 물리적 환경 뿐만 아니라 교수법과 학습법, 교육에 사용되는 콘텐츠 등이 과거와는 다르다.
이러한 변화는 ‘학습 환경’이라는 개념 자체를 바꿔놓았다. 어린이와 학생들은 단순히 책과 노트, 필기도구를 주로 사용했던 과거와는 달리, 넓은 범위에서 다양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ADHD의 특성들은 일반적인 사람들에게서도 어느 정도는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만약 그런 특성을 몇 가지 가지고 있는 학생이라면? 환경 적응이 훨씬 더 어려울 수 있다.
게다가 이런 학습 환경은 지속적으로 변한다. ‘기술의 변화 속도는 날이 갈수록 빨라진다’라는 말이 있듯, 실제 생활양식 자체가 더욱 빠르게 바뀌어가고 있다. 학습 환경도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어린이와 학생들 사이에서 ADHD가 늘어나는 이유는,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과부하를 일으킨 결과일 수 있다.
다양화된 학습환경도 아동 ADHD의 원인일 수 있다 /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심화된 다양성, ‘성과 압박’에 대한 스트레스
성인들의 경우는 어떨까? 사회생활 전선에 뛰어든 성인들은 스스로의 선택과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는 입장이 된다. 가장 보편적인 ‘사회적 기준선’이라 하면, 직장에서의 ‘성과’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과거에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익숙하고, 한 직장에서 연공서열에 따라 대우를 받는 사례가 비교적 흔했다. 현재는 어떤가? 평생직장이라는 말은 흐릿해졌고, 스스로 더 나은 기회를 찾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시대다. 이 과정에서 ‘성과’는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수단이다.
게다가 현대사회는 ‘다양성’이 심화되고 있다.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무척 많기 때문에, 때로는 무언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무수한 선택지 사이에서 수많은 기회비용을 감수해가며 스스로 ‘성과’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압박과 스트레스. 이 또한 ADHD를 유발하는 한 원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복잡한 현대사회에 동반되는 여러 문제 중 지극히 일부일 뿐이다. 정신건강이 사회 전체에 걸친 문제로 대두되는 현실과도 연결돼 있다. 실제로 ADHD는 우울증, 불안장애, 강박장애, 학습장애 등 여러 정신건강 문제와 동반되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 또한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왜 ADHD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모든 정신질환이 그렇듯, ADHD 역시 치료되지 않으면 점점 심각해질 수 있다. 주의력이 부족하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잃어간다. 충동적인 행동은 지나고 난 뒤 후회를 남길 가능성을 높인다. 과도한 활동성은 사회생활 및 대인관계에서 트러블을 일으킬 우려를 낳는다.
이들 모두는 개인의 삶의 질 문제와 직결된다. 자신의 삶에서 성취감을 느끼기 어렵고, 후회할 일이 많으며, 사람들과 다투고 감정 소모할 일이 많아진다면 누구라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사회적으로 보아도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개인 간의 원활한 소통과 협력이 중요하다. 하지만 트러블이 잦아진다면 당사자 외에 주변 사람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부정적인 상황을 목격하면서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이다.
ADHD는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이는 나이에 상관없이 공통된 사항이다. 다만, 아동의 경우 학업 성취도와 교우 관계, 정서적 안정을 위해서도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또한, 어린 시절의 ADHD가 치료되지 않으면 성인이 돼 가는 과정에서 더욱 심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좀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ADHD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 개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맞지만, 결과적으로 사람 사이의 관계에도 영향을 준다. 이는 더 나아가 사회 전체의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ADHD에 대한 정확히 이해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사회적으로 올바른 인식이 확립될 수 있기를 바란다.
ADHD가 사회적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회적 인식과 관심이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인간의 몸은 다쳤을 때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어느 정도 수준까지의 상처는 자연스레 아무는 것이 일반적이며, 너무 크거나 깊은 상처가 아니라면 흔적도 남지 않는다. 이는 신체에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는 ‘정상’으로 규정된 상태로 다시 돌아가려는 성질이므로, 항상성(Homeostasis)의 한 형태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회복탄력성은 신체 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적용된다.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등 마음이 불편한 상황에서는 다시 편안함을 되찾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실, 요즘처럼 정신건강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분위기에서는 이러한 ‘심리적 회복탄력성(Psychological Resilience)’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옳다.
실제로 심리적 회복탄력성이 높을수록 자살, 자살시도 및 계획에 덜 노출된다는 점이 확인됐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승훈·한창훈 교수 연구팀은 약 5,500여 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뒤 이와 같은 결과를 내놓았다.
스트레스 만연의 시대, ‘수용’과 ‘회복’이 중요
‘회복탄력성(Resilience)’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살펴보자. 이는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극복하고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능력을 의미한다. 본래 회복탄력성은 무척 포괄적인 개념이다. 신체적, 심리적 문제부터 사회적, 환경적 요소까지 포함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감기와 같은 일상적 질환에 걸렸을 때를 생각해보자. 어떤 이는 하루이틀 사이에 곧장 회복하는가 하면, 어떤 이는 며칠씩 앓고 나서 한동안 잔기침을 달고 사는 경우도 있다. 이를 두고 면역력이라는 관점에서 보기도 하지만, 회복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의 관점에서 보면 회복탄력성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
같은 원리로, 심리적 회복탄력성이란 심리적 요인에 대한 회복탄력성을 특정하는 말이다. 현대사회는 변화속도가 몹시 빠르고 세대간에 서로 다른 점들이 촘촘하게 얽혀있다. 이는 인간관계 뿐만 아니라 업무나 도전과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관계, 업무, 목표에 있어서의 스트레스, 실패, 정신적 충격 등이 흔히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심리적 문제를 경험했을 때, 회복탄력성이 우수한 사람은 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오래지 않아 털어낸다. 회복하고 적응하거나 성장의 기회로 삼는 것이다. 흔히 쓰이는 말처럼 ‘꺾이지 않는 마음가짐’이라 볼 수 있다. 반대로 회복탄력성이 낮은 사람은 결과를 확대해석하거나 필요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며 괴로워한다. 쉽게 잊지도 못하고 오랫동안 곱씹는다. 제대로 치유하거나 소화하지 못해, 마음 속 상처로 남거나 응어리가 되기도 한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심리적 회복탄력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현대사회는 스트레스 요인이 지금도 많고,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감내해야 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신건강 및 관련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된 바 있다. 심리적 회복탄력성이 높을수록 우울, 불안, 스트레스 등을 적게 경험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여러 차례 입증된 바 있다.
회복탄력성, 자살 성향과 반비례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승훈·한창훈 교수 연구팀은 2021년 한국 국가정신건강조사(NMHSK)를 통해 확보된 5,511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대상 데이터의 연령대는 18세부터 79세까지 다양하게 포함됐으며, 연구팀은 이들을 대상으로 심리적 회복탄력성과 자살 성향 사이의 관계를 분석했다.
여기서 ‘자살 성향’이란 실제 자살부터 계획과 시도까지를 포함한다. 평생, 1년, 1개월 단위의 발생률과 회복탄력성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분석해, 심리적 회복탄력성이 자살 성향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자 했다.
연구 결과, 대체로 ‘심리적 회복탄력성이 낮은 사람들에게서 자살 성향이 높게’ 나타났다. 자살을 생각하거나 계획하거나 시도한 적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심리적 회복탄력성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의미다. 반대로 심리적 회복탄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사람들은 자살 관련 위험이 낮았다. 즉, 심리적 회복탄력성과 자살 성향은 반비례 관계라 볼 수 있다.
데이터 통계 분석 결과, 회복탄력성이 낮을수록 자살 성향이 높게 나타났다 /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긍정적 성향이 극단적 생각을 완화시켜
지난 8월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의 96.6%는 사전에 ‘경고 신호’를 보낸다. 더 이상 견딜 수 없다거나, 도움이 필요하다는 식의 신호를 보낸다는 것이다.
즉, 대체로 극단적 선택에 이르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여러 가지 문제에 관한 스트레스, 충격, 절망 등이 수차례에 걸쳐 누적되면서, 이를 도저히 회복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없을 때 견디다 못한 선택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회복탄력성이 낮다는 것은 이러한 심리 문제를 스스로 극복할 능력이 부족한 상태임을 의미한다. 만약 주위에서 이를 이해하거나 지지해주는 등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나아질 여지는 있다. 하지만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고 신호를 포착하지 못한다면, 개인은 철저한 고립감을 느끼며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마저 잃게 된다.
심리적 회복탄력성에 관한 연구 결과는 대개 한결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성향이 극단적 선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다만, 정신적으로 바닥까지 가라앉은 사람이 스스로 긍정적인 마음을 품기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심리적 회복탄력성을 높여주기 위한 외부의 도움이 필요하다.
사회적 인식 변화는 계속돼야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성향은 선천적인 ‘기질’과도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 성장 환경에 따라 습관처럼 자리잡기도 하며, 본래 그렇지 않다가도 특정한 사건이나 경험 등을 통해 갑작스레 성향이 변할 수도 있다. 누군가 회복탄력성이 낮다고 해서 그것을 오로지 개인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는 이유다.
과거에 비하면 나아졌다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심리적 문제에 대해 인색하다.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부정적인 경험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을 오로지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변화의 노력이 곳곳에서 보이지만, 아직 한참 부족하다. 타인의 스트레스까지 나누기에는 자신의 것을 소화하기에도 너무 버거운 사회적 분위기 탓일지도 모르겠다.
다행인 것은, 심리적 문제 또는 정신건강 문제를 도울 수 있는 전문 인프라가 분명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 사회적 분위기는 점진적으로 변해갈 것이고, 개인 입장에서는 주위를 둘러보려는 노력 정도면 좋겠다.
꼭 직접적으로 도움을 줘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심리적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볼 때, 눈을 가린 색안경을 벗으려는 시도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런 작은 노력이 모여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더욱 빠르게 이끌어낼 테니 말이다.
인프라 개선, 사회적 인식 변화는 분명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아직은 부족하다 /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회복탄력성 높이기, 어떻게 하면 될까
회복탄력성은 누구에게나 내재된 능력이다. 다만 높고 낮음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또한, 높았다가도 낮을 수 있고, 반대로 낮았다가도 높아질 수 있다.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회복탄력성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인지하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감정 표현, 목표 설정과 문제 해결능력, 자기관리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을 유달리 어려워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어쩌면 이것이 한 개인의 마음을 바닥까지 끌어내리는 근본적 원인일지도 모른다. 이 때문에 주위에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을 두는 것이 몹시 중요해진다.
평소 느껴지는 작은 감정을 묻어두지 말고 표현하는 습관은, 부정적인 감정이 쌓이는 것을 예방하는 길이다. 감정이 아직 작을 때 표현할 수 있게 되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지는 일도 그만큼 줄일 수 있다.
또한, 스스로 해야할 목표를 정하는 것, 이를 달성하기 위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마주치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약한 경우도 많다. 수동적으로 주어진 길을 따라가는 것이 습관화됐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문제다. 실제로 우리 현실에서는 그런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해냈을 때의 성취감과 자아효능감은 회복탄력성을 구성하는 훌륭한 요소다. 이는 시간을 들여 쌓을수록 더 큰 성과를 이뤄낼 수 있는 성질이다.
이것이 익숙하지 않다면, 아주 사소한 것부터 시작할 것을 권한다. ‘내가 직접 정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결정해보는 연습이 도움이 된다. 이를테면 이번 달까지 영화 3편 보고 소감 적어보기, 1주일 동안 저녁 6시 이후로 간헐적 단식 실천해보기 등이 있겠다.
여기에 건강을 위한 기본적인 습관들이 더해지면 좋다. 식단, 운동, 수면 등 기초 체력을 갖춰주는 요인들은 회복탄력성을 길러가는 과정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회복탄력성의 본질은 역경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것이다 /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늘어가는 우울증, ‘내 문제’가 될 수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우울증 환자 수는 계속 늘어왔다. 5년 전에 비해 약 33%가 증가해, 100만 명 가까이가 됐다. 하지만 이게 전부일까? 아마 아닐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우울증과 그 치료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를 생각해보면, 이미 증상을 겪고 있으면서 병원을 찾지 않은 환자 수도 적지 않을 테니까.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건강 문제를 인지한 후 3개월 이내에 전문가에 의한 치료를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실은? 약 31%만 3개월 내 치료를 받는다. 즉, 환자 3명 중 2명이 제 시기를 놓쳐 증상이 훨씬 심각해진 채로 병원을 찾거나, 아예 병원을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이렇게 답답한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 ‘내 옆 사람이 우울증이라고 했을 때, 나는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혹은 ‘내가 우울증이라고 한다면 내 옆 사람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해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실제 보건복지부의 조사에 따르면, ‘치료를 고민하는 이유’의 1위가 ‘주변의 부정적 시선 때문’이었다.
연일 쏟아지는 뉴스를 보면 알겠지만, 살기에 참으로 팍팍한 세상이다. 앞으로도 마음을 다치는 사람은 늘어갈 가능성이 높고, 어쩌면 그게 나 자신의 이야기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 사회의 심리적 회복탄력성은 여전히 부족해보인다.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사회는 덩치가 크거나 뚱뚱한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표현은 달라도 아마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로 덩치가 크거나 뚱뚱한 사람들은 자신이 원치 않는, 달갑지 않은 참견이나 조언을 많이 받을 것이다. 그 말들에 깔려있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건강을 위해 체중을 줄여라.”
언제부터 그렇게 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우리 사회는 특히 체중에 필요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는 경향이 생겼다. ‘몸무게 몇 kg’이라고 하면 그에 맞춰 대략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경우도 있다. 물론, 그 대략적인 이미지에 맞는 모습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것도 한몫을 하지만, 그것이 타인에게 참견이나 비난을 당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현실적으로 체성분 구조나 건강상태에 따라 체중과 실제 겉모습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상적인 몸무게’를 유지하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한다. 그 과정에서 장기적으로 건강에 해로울 수 있는 행동을 하는 경우도 흔하다.
‘비만’, 그리고 ‘과체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여러 모로 바뀔 필요가 있다. 물론 비만이나 과체중은 건강 관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인 것은 맞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 잘못돼 있는 요소가 있다면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체중 관리, 개인의 책임으로만 볼 수 없어
비만이나 과체중인 사람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보통은 ‘절제 없이 음식을 먹는다’, ‘운동을 하지 않는다’, ‘게으르다’ 같은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철저하게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사회경제적인 요인, 유전적인 요인, 환경적인 요인 등이 비만과 과체중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비만 인구가 점점 늘어나는 현상을 보며 진행된 여러 연구들이, 체중 문제가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 가벼운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소득 문제’를 들 수 있다. 빈부 격차의 심화로 인해 누군가는 매우 낮은 소득으로 생계를 꾸려가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는 소위 말하는 ‘신선 식품’에의 접근 장벽이 된다. 식재료를 직접 구매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신선 식품은 대체로 가공된 식품에 비해 값이 비싸기 때문이다. 또한, 신체 활동량이 적은 사무직의 경우 상대적으로 비만 위험이 높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소위 말하는 ‘살이 잘 찌는 체질’인 경우도 있다. 식욕 조절 호르몬이나 신진대사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요인이 있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실제로 평균적인 수준의 식사를 하더라도, 예를 들어 몸이 에너지를 더 많이 저장하는 성향을 띤다면 보다 쉽게 비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비만이나 각종 대사 질환에 가족력이 있다는 것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요인이다.
‘초점’을 옮겨라 – 체중에서 건강으로
비만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위한 선결 조건은, ‘체중’이 아닌 ‘건강’ 중심의 접근으로 초점을 바꾸는 것이다. 단순히 체중계의 숫자를 줄이는 것이 목표 아니라, ‘건강한 상태’를 만드는 것에 목표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당연한 소리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당장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져보라. 다이어트의 목표가 ‘체중 몇 kg를 빼는 것’이라고 답하는 사람이 더 많을까? 아니면 ‘체중은 크게 상관 없고, 건강한 몸을 만드는 것’이라고 답하는 사람이 더 많을까? 굳이 해보지 않아도 답을 알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될 것이다.
체중계의 숫자, 옷 사이즈 등이 건강의 간접적 지표가 될 수는 있다. 아무래도 건강한 몸을 지향하다 보면 자연스레 특정 범위 내의 숫자로 맞춰지는 경향이 있으니까. 하지만 그런 숫자에 상관 없이, ‘건강’을 우선적인 목표로 설정한다면 장담하건대 분명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다.
요약하자면, 보기에 좋고 건강에 문제만 없으면 되는 것이지, ‘남자는 몇 kg, 여자는 몇 kg’라는 인위적 공식에 사람을 끼워맞추려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갖춰진 ‘기준 체중’에 부합하는 사람이라도 건강하지 않은 경우는 분명 있다.
당장 나 자신의 관점도 바뀌어야
옳은 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여전히 자신의 다이어트는 체중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사실 어느 정도는 불가항력이라는 생각도 든다. 다이어트를 장기적으로 지속하기 위해서는 ‘성취감’이 필요하다. 즉,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성과’가 있으면 좀 더 수월하게 다이어트를 지속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가장 간편한 예가 바로 체중계의 숫자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는 강요할 수 없는 문제다. 전체적인 대중의 관점이 바뀔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담론을 제시하면서 바꿔가는 수밖에 없다.
다만, 타인의 관점을 바꾸기 전에 나 자신의 관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 오늘 당장 체중계의 숫자에 관심을 두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매일 같이 아침 저녁으로 체중계에 올라가는 습관이 있었다면, 하루씩 걸러서 올라간다든가, 일주일에 두 번만 올라간다든가 하는 식으로 서서히 바꿔보라는 것이다.
체중계 숫자 대신 줄자로 허리둘레를 재면서 성취감을 느껴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운동을 하면서 조금씩 강도를 높여도 힘이 덜 든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면 매우 바람직한 변화라 할 것이다.
아울러, 과체중이나 비만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대한 인식을 바꾸려 애써보자. 그들이 ‘게을러서’, 혹은 ‘절제를 할 줄 몰라서’라고 생각하는 건 분명 편견이다. 현실을 알기 전에는 함부로 판단하지 말고, 존중하고 포용하는 태도를 가져야 마땅하다.
설령 그 사람이 게으르거나 과식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한들, 그것이 원치 않는 참견과 비판을 들어야 할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는 것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평생의 숙제와도 같은 다이어트. 워낙 방법이 많아 자신에게 맞는 다이어트 방법을 찾는데도 한세월이 걸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게 방법을 찾더라도 끝이 아니다. 다이어트는 신경쓰면서 유지하는 것 자체가 일이니까.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은 많다. 그 중 어떤 사람들은 평소에는 무신경하게 지내다가 어떤 계기가 있을 때, 단기간 내에 바짝 조이듯 다이어트를 한다. 사람에 따라 짧은 기간 동안 식이조절을 하면 몇 2~3kg 정도는 어렵지 않게 조절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모든 사람이 이런 방식을 따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이어트는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지만, 목표가 무엇인지에 따라 철저히 개인화된 전략을 필요로 한다. 만약 상당한 수준의 감량을 필요로 한다면, 그만큼 넉넉한 기간에 걸친 단계적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하지만 마음이 급하다. 먹는 것보다 운동을 많이 하면 살이 빠진다는 단순한 원리에 따라, 먹는 것을 더 줄이고 운동을 더 하면 보다 빨리 목표를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유혹이 찾아온다. 그렇게 ‘섭식장애’의 위험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무리한 다이어트의 복병, 섭식장애
사실, 감량의 원리는 단순하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면 된다. 물론 체질 등 개인 특성에 따라 그 효율은 다르게 나타나겠지만, 원리 자체가 변하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단순하게 생각하기 쉽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면 된다고 했으니, ‘최대한’ 적게 먹으면 귀찮고 힘든 운동을 덜 하더라도 다이어트를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이것이 거식증(신경성 식욕부진), 폭식증(신경성 과식)과 같은 ‘섭식장애’의 출발점이 된다. 음식을 먹는 것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본질적 수단인데, 음식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장애가 나타나는 것이다.
거식증은 체중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극심한 스트레스에서 출발해, ‘음식 = 체중 증가’라는 극단적 인식이 더해져 발생한다. 지속적으로 식사를 줄이거나 거부하는 증상을 보이며, 자연스레 저체중이 지속돼 체온이 떨어지고 혈압이 낮아지며, 부종이 나타나기도 한다. 여성의 경우 무월경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폭식증은 스트레스 등 부정적인 감정이 폭발해 갑작스레 평소의 배 이상 먹어치우는 증상이다. 음식을 먹는 행동 자체를 통제하지 못해 급하게, 또 많이 먹게 된다. 폭식 이후 죄책감 등 부정적인 감정에 시달리며 억지로 구토를 유발하는 등의 행위를 하게 된다.
거식증과 폭식증은 서로 상반된 형태로 나타나지만, 둘 사이는 스위치 같은 관계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거식증 환자 중에는 초기에 폭식증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고, 폭식증을 보이던 환자가 나중에 거식증으로 바뀌는 경우도 있다.
섭식장애의 본질은 정신건강
섭식장애의 배경에는 낮은 자존감과 자신감, 스스로에 대한 의심 등이 존재한다. 내부에 존재하는 문제임에도 이를 외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다 보니 그릇된 결론을 도출한 것이다.
이 때문에 섭식장애를 치료할 때는 정신건강 측면의 치료가 함께 진행된다. 나타나는 증상 뿐만 아니라 그 원인이 되는 인식까지도 개선해야만 재발 우려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물론, 대부분의 정신건강 문제들이 그렇듯 치료가 되더라도 재발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원인을 스스로 인지하고 하지 못하고의 차이는 크다.
어떤 인식으로부터 출발했는지, 무엇이 스트레스의 원인이고 그 정도는 얼마나 심한지 등을 명확히 알아야 하며, 치료 과정에는 주변의 도움이 병행돼야 한다. 정신건강 문제는 당사자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을 모두가 명확히 알아야 한다. 본인도, 주변인도.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하여
섭식장애는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흔하게 나타난다. 체중을 무리하게 줄이려는 것은 스스로 생각한 거라 여기기 쉽지만, 본질적으로 파고 들어가면 사회적 요인이다. 날씬한 몸매를 선호하는 사회적 인식, 비만인 사람에 대한 편견 등에 기반한 것이다.
성공하고 싶다면, 행복하고 싶다면 날렵한 몸, 날씬한 몸을 갖춰야 한다는 무의식적 압박, ‘뚱뚱한 사람은 ~~할 것이다’ 라는 식의 편견과 낙인 등이 사람들로 하여금 왜곡된 인식을 형성하게 만드는 것이다.
성공과 행복은 몸매와 별다른 접점이 없다. 그건 별개의 영역이다. 뚱뚱한 몸이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이지만, 그건 개인적인 문제다. 타인이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사회문화적 현상은 절대적인 지표가 아니건만,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새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지금 당신에게 스트레스가 되는 생각은 무엇인가? 그중에 ‘자신’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시선’으로 인한 것이 있는가? 그렇다면 의심해보라. 그것이 정말 ‘절대적인 답’인지를. 거의 대부분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이는 정신건강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좋은 연습이 될 것이다.
생각해보자. 만약 주변의 누군가가 정신건강의학과 또는 신경정신과를 다니고 있다고 한다면 어떤 생각을 할 것 같은가? 똑같은 이야기를 직장 동료 정도인 사람과 친한 사람이 이야기한다면 각각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똑같을 것 같은가? 아니면 서로 다른 생각이 들 것 같은가?
우리나라에서는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고 하면 일종의 ‘낙인’을 찍는 경향이 있었다. 아니, 엄밀히 따지면 지금도 그런 경향은 남아있다. 과거에 비하면 많이 줄어든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여전히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고 하면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으면서 속으로 ‘이상한 사람’ 또는 ‘어딘가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규정하는 경향은 남아있다.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다는 이야기다.
미국이나 영국 등 우리나라 사람들이 흔히 ‘선진국’이라 인식하는 나라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정신건강을 사회적 문제의 울타리 안에 포함시켰다. 유명인사가 나서서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문제가 있을 때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을 것을 홍보한 사례도 있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울증 등 일부 정신건강 문제에 관련된 광고가 송출되고, 해당 주제를 다루는 강연이나 방송도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목소리가 대중 구석구석까지 전달되기까지는 아직도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해보인다.
현대인에게 직면한 정신건강 문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부터 보자. 2023년 우울증 내원환자는 약 100만 명이다. 같은 해 공황장애 내원환자는 약 25만 명이다. 불안장애 약 89만 명, 조울증 약 14만 명, 강박장애 약 4만 명,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약 1만5천 명이다. 물론 이밖에도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들이 있지만, 널리 알려진 것들 위주로 찾아보았다.
이러한 통계치를 보고 혹시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 ‘별로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이미 함정에 빠져있는 것이다. 통계에 반영되지 않은 ‘숨어있는 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적 편견과 낙인이 두렵고, 그로 인해 스스로에게도 솔직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대표적인 이유다. 정신건강의학과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부터 숨기고 싶어 하는 사람, 들어가도 모습을 감추거나 웅크리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건 겪어본 사람들만이 알고 있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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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에 대한 인식 변화, 어디까지 왔나
최근,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용욱 교수와 예방의학교실 조민우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공황장애를 주제로 한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해당 연구의 골자는 2004년부터 17년에 걸친 공황장애 진단율을 분석한 결과였다. 2010년 유명 연예인이 공황장애 투병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을 기점으로, 월 평균 공황장애 진단율이 약 9.4배 증가했다는 내용이다. 이후로 매년 인지도 있는 방송인들이 공황장애를 겪었다는 사실을 고백하며 사회적인 관심도가 가파르게 상승한 바 있다.
그것이 누구였는지는 부수적인 문제다. 아마 연예뉴스를 챙겨보거나, 유튜브 가십 영상을 즐겨보는 사람이라면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고백이 뚜렷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는 데 있다.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인 만큼, 사회적 인식이 어떤지에 대해 민감했을 것이다. 그걸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니까. 그런 사람들이 정신건강 문제를 공개적으로 밝힘으로써 자신에게 불이익이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없었을까? 그럼에도 그들은 ‘공개’를 선택했고, 결과적으로만 보자면 그것은 매우 바람직한 선택이었다.
조기 발견, 왜 중요한가?
서울아산병원 연구팀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연 평균 신규 공황장애 환자는 인구 10만 명당 65명 수준(0.065%)이었다. 하지만 2010년 ‘포문’이 열린 이후 신규 진단 수는 꾸준히 늘었으며, 2021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610명(0.61%)까지 증가했다.
연구팀이 발표한 자료는 공황장애를 주제로 하고 있지만, 다른 정신건강 질환도 본질은 다르지 않다. 대부분의 정신건강 관련 질환들은 조기에 발견하면 빠른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에서는 공황장애와 같기 때문이다. 증상에 따라 치료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폭도 넓어지고, 약을 쓰더라도 부작용이 없거나 적은 약을 쓸 수 있다. 하지만 쉬쉬하다가 증상이 심해진 뒤에서야 병원을 찾으면 치료의 선택 폭도 좁고 약물 치료에 대한 부작용 위험도 그만큼 높아진다.
게다가 대부분의 정신건강 문제는 초기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당사자가 말하지 않는 한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때 조기에 치료를 받으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돌아갈 수도 있다. 연구를 이끌었던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용욱 교수는 “공황장애를 포함한 많은 정신질환이 제대로 진단받고 적절히 치료받으면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비슷한 증상 때문에 고민하는 분이 있다면 하루빨리 전문의를 찾아 치료받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용욱(좌)·예방의학교실 조민우(우) 교수 / 출처 : 서울아산병원
주된 원인은 스트레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 몸은 미세한 양의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으로 인해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다양한 종류의 화학물질들이 신경계와 내분비계를 통해 신체 기능을 조절하지만, 반대로 기능 이상을 일으킬 수도 있다.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이 조화를 이루는 오케스트라’라는 말도 있을 정도다.
병원에서 흔히 듣는 ‘스트레스 관리를 잘 하라’는 말이 이 부분과 맞닿아 있다. 스트레스 자체가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의 분비를 늘리는 것은 물론, 신체 전반적으로 다양한 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관리를 스스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 실천한다면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신경계와 내분비계의 복잡한 기전을 혼자서 감당하려고 할 필요는 없다.
정신건강 문제의 징후를 포착하는 것은 생각만큼 어려운 것이 아니다. 신체적으로는 피로 회복이 잘 되지 않거나, 잠을 잘 못자는 일이 반복되거나, 일상적으로 뭔가에 집중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만으로도 정신건강 문제의 증상일 수 있다.
이외에 쉽게 긴장하거나 불안함을 느끼는 경우, 부정적인 생각이 일상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경우, 기존에 재미있었던 무언가가 갑작스레 시들해지는 경우, 무언가에 계속 집착하게 되는 경우도 여러 정신건강 문제로 연결될 수 있는 징후들이다.
사회적 인식의 변화도 물론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은 서두른다고 될 일이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자신의 마음을 올바르게 들여다보는 일’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를 아끼는 마음을 갖자. 오직 자신만 생각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아프면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당당함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무엇보다 건강이 최고’라고들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또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건강’이라 하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가? 혹은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는가? 아마 상당수는 ‘질병’이나 ‘부상’을 연상하며, 병에 걸리지 않고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 건강의 핵심이라 말하지 않을까 싶다.
맞다. 아프지 않는 것, 다치지 않는 것은 건강에 있어 핵심적인 부분이다. 다만,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는 범위를 신체적인 측면에만 국한하지 말고 좀 더 넓게 볼 필요가 있다. 몸의 건강만큼이나 ‘마음의 건강’도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다.
봄과 함께 찾아오는 스프링피크
봄이 찾아오며 날씨가 급격하게 따뜻해지고 있다. 따뜻해지는 날씨만큼이나 마음도 포근해지면 좋으련만, 전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스프링 피크(Spring Peak)’ 현상은 따뜻한 날씨와는 상반되게 마음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스프링 피크 현상이란 우울증 등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봄에 특히 많다는 것을 나타내는 명칭이다. 실제로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최근 3년,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자살률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각각 3월, 4월, 5월로 모두 ‘봄’이라 부르는 시기다.
출처 : 건강보험심사평가원(HIRA) 빅데이터개방포털
우울증 환자, 2030에서 상승폭 두드러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공하는 통계에 따르면, 우울증 진단을 받은 환자 수는 2014년 약 58만7천 명에서 2018년 약 75만2천 명으로, 다시 2022년 거의 100만 명 가까이로 늘었다. 증가율로 따지면 2014년부터 5년 동안 약 28%, 다시 그로부터 5년 동안 약 33%가 증가한 셈이다.
이중에서도 특히 젊은 세대의 우울증 사례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 20대 우울증 환자는 2018년 약 9만8천 명(13%)에서 2022년 약 19만5천 명(19%)으로, 30대 우울증 환자는 2018년 약 9만3천 명(12%)에서 2022년 약 16만4천 명(16%)로 증가했다.
거의 모든 연령대에서 환자 수는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40대의 경우 그 비율이 1% 가량 증가했으며, 50대 이상에서는 비율상 3~4%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출처 : 건강보험심사평가원(HIRA) 빅데이터개방포털 자료 (도표 디자인 편집)
우울증이란 우울감과 의욕 저하 등의 증상으로 인해 다양한 인지적, 정신적 증상을 일으키며 일상 기능의 저하를 가져오는 질환을 말한다. 생각의 내용, 사고 과정, 동기, 의욕, 관심, 행동, 수면, 활동 등 정신적인 측면부터 신체적인 측면까지 지속적으로 저하되거나 혹은 저하된 상태가 유지되는 상태다. 일시적으로 기분이 저하되는 것은 자연스럽고 건강한 것이지만, 이런 상태가 반복되거나 지속되면 일상생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울증은 이미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지만, 아직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병이기도 하다. 유전학적 요인, 신경 생화학적 요인, 심리사회적 요인, 신체질환 요인 등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뚜렷하게 어느 하나를 원인으로 지목하기란 쉽지 않다.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적 영역의 질환에 대한 문제 인식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있어 왔다. 최근 우울증, 공황장애 등을 겪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제 ‘정신건강’이라는 키워드가 분명한 사회적 이슈 중 하나라 말할 수 있게 됐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포인트는 두 가지다. 이에 대한 환자 본인의 인식,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비롯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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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정신건강 문제 3개월 이내 치료 권고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정신건강 문제를 인지한 후 12주, 즉 3개월 이내에 치료를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2022년 8월 보건복지부에서 발간한 <국민 정신건강 지식 및 태도 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기간 내에 치료를 받는 경우는 30.9%로 나타났다. 문제가 있음을 인지한 후 1년이 넘어서야 치료를 받는 경우도 27.6%로 나타났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가? 보건복지부의 같은 자료에는 ‘치료를 고민하는 이유’를 1위부터 3위까지 체크하도록 하고, 그 결과를 조사·분석한 내용이 실려 있다. 이에 따르면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 때문’을 1위로 체크한 비율이 14.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특히 이들은 5개 이상의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해 ‘고위험군’으로 분류됐음에도 이와 같이 답변했다는 분석이다. 1위부터 3위까지 중 ‘주위의 부정적 시선’을 체크한 비율은 32.6%, ‘정신질환은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을 체크한 비율은 34.3%, ‘치료 기록으로 인한 불이익 걱정’을 체크한 비율은 32.6%다. 정신건강 관련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간접적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 아닐까.
출처 : '국민 정신건강 지식 및 태도 조사 결과보고서' (보건복지부, 2022)
정신건강 문제,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핵심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는 말이 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사용돼 오던 말로, 이제는 꽤나 널리 알려져 있는 말이다. 조기진단과 치료로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도 익히 알려져 있다. 우울증과 같은 정신건강 관련 문제는 종류도 다양하고 여러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전문가에 의한 정확한 진단과 조치가 필요한 이유다.
여전히 주위의 시선은 두렵다. 치료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 건강보험 등 적용을 꺼리고, 정신건강 관련 병원에 출입하는 모습 자체를 감추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분명한 건, 이것을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는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병을 숨기게 하고 곪아가게끔 하는 건 결국 사회적 인식이다. 편견으로부터 숨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개인도, 사회도.
<본 기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HIRA) 빅데이터개방포털에서 공공누리 제4유형으로 개방한 통계자료를 일부 활용해 작성되었습니다. 해당 통계자료는 평가원 측 담당자의 자문을 받아 적법하게 사용되었으며, 원본 통계는 opendata.hira.or.kr/ 에서 확인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