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를 활용한 비침습적 뇌 자극술로 우울, 불안, 트라우마 등 정신건강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낮은 강도의 초음파를 활용해 편도체 영역에 있는 신경세포들의 과잉 활동을 조절하는 원리다.
저강도 경두개 집속 초음파 활용
미국 텍사스 대학교 오스틴 캠퍼스의 델 의과대학에서는 현지시각 24일(목) 네이처 그룹에서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분자 정신의학(Molecular Psychiatry)>에 저강도 초음파 기반의 신경 치료법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약물이나 수술 없이 비침습적 뇌 자극술로 뇌 깊숙히 위치한 영역의 활동까지 조절할 수 있을지를 명확하게 확인하는 것이 핵심 과제였다.
연구팀은 기분 및 불안 장애 등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를 가지고 있는 환자 29명을 모집해 저강도 경두개 집속 초음파(transcranial Focused UltraSound, tFUS)를 활용한 비침습적 뇌 자극술의 실질적인 효과를 측정하고자 했다. 두개골을 통과하는 초음파를 발생시켜, 뇌의 편도체(Amygdala) 영역에 집중시킴으로써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를 확인한 것이다.
연구팀은 결과에 대한 객관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이중맹검(Double-blind) 방식을 채택했다. 어떤 환자가 진짜 치료군이고, 어떤 환자가 대조군(가짜 치료군)인지를 연구자와 환자 모두 모르게 함으로써 편견과 위약 효과(Placebo Effect)가 나타날 가능성을 최소화했다.
부작용 없는 비침습적 뇌 자극술
1차 시술 직후부터 편도체 활동이 즉각적으로 감소하는 결과를 보였다. 3주에 걸쳐 매일 같은 치료를 반복한 결과, 환자들은 우울, 불안, PTSD와 같은 증상은 물론, 부정적인 정서에서의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다.
델 의과대학의 정신의학 및 행동과학과 조교수이자 연구의 제1저자인 그레고리 폰조 박사는 “편도체의 역할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관심이 집중돼 왔지만, 이 깊숙한 영역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뇌 수술 또는 대뇌 피질 자극을 통한 간접적 접근뿐이었다”라며 “tFUS를 활용하는 기술은 정신건강 문제를 치료하는 데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tFUS를 활용한 비침습적 뇌 자극술은 외부에서 초음파를 전달하는 방식이므로 피부나 두개골을 절개할 필요가 없다. 뇌 표면의 피질은 물론 편도체처럼 깊숙한 곳에 위치한 영역에도 초음파를 전달할 수 있으며, 초음파 자체의 에너지 또는 미미한 수준의 열을 활용해 신경세포를 조절할 수 있다.
게다가 mm 단위의 작은 영역에만 선택적으로 집중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공간적으로 매우 정밀한 시술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 실험에서는 별다른 부작용 사례가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대규모 임상시험을 설계할 수 있을 거라는 입장이다.
뇌 깊숙한 곳의 영역에까지 초음파를 전달해, 신경세포 기능을 조절할 수 있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음성 가이드를 통해 5분 동안 방법을 안내하고, 10분짜리 명상 세션을 진행하도록 했다 / 출처 :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과대학
명상은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심신을 편안하게 만드는 기법으로 잘 알려져 있다. 미국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과대학 연구팀이 뇌 편도체와 해마의 뇌파(EEG)를 직접 측정해, 명상이 감정 조절과 기억 형성 등 주요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명상을 통한 뇌파 변화 측정
「미국 국립 과학 아카데미 저널(PNAS)」에 최근 게재된 연구에서는 뇌파 측정 기법을 통해 확인한 결과, 명상 기법의 일종인 ‘자비 명상(Metta Meditation)’이 편도체와 해마의 활동에 변화를 가져온다고 밝혔다. 자비 명상은 불교 계통에서 유래한 것으로, ‘개인의 내면 평화와 타인에 대한 긍정적 감정’을 증진하는 데 초점을 맞춘 명상 기법이다.
일반적으로 뇌파를 측정할 때는 두피에 전극을 부착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비침습적이고 비교적 간단하며, 실시간으로 뇌 전반의 전기적 활동을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 널리 쓰이는 방법이다. 하지만 두피를 통해 간접적으로 측정하다보니, 뇌 깊숙한 곳의 영역별 활동을 상세하게 모니터링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뇌의 전기적 활동 조절을 위해 뇌에 전극을 이식한 간질 환자 8명을 대상으로 뇌파 데이터를 수집하고자 했다. 해당 영역에 이식된 전극으로부터 발생하는 신호를 수집해, 명상을 수행하는 동안 특정 영역에 나타나는 변화를 정확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자비 명상, 베타파와 감마파 증가
뇌 속 전극을 이식한 8명의 환자들은 기존에 명상 경험이 전혀 없거나 거의 없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5분 동안 음성을 통해 안내되는 가이드를 청취한 다음, 음성 안내에 따라 10분 간 자비 명상을 수행했다.
그리고 나서 참가자들은 스스로 느낀 ‘명상의 깊이’를 1점~10점 척도로 평가하도록 했다. 점수가 높을수록 더 깊은 명상을 느꼈음을 의미한다. 참가자들이 직접 평가한 명상의 깊이는 평균 7.43점으로 나왔다. 명상 초보자임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연구팀은 자비 명상이 진행되는 동안, 편도체와 해마에서 베타파(β)와 감마파(γ)의 강도와 지속시간에 변화가 나타났다는 점에 주목했다. 베타파는 지속시간이 증가했으며, 감마파는 강도와 지속시간 모두 증가했다.
베타파와 감마파는 주로 ‘각성 상태’, 즉 깨어있는 상태에서 나타나는 파형이다. 베타파는 집중력과 주의력이 필요한 상태에서 활성화되며, 감마파는 의식적 사고, 기억, 인식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자비 명상 중 베타파와 감마파가 더욱 활성화됐다는 것은, 명상을 통해 기억을 형성하거나 감정을 처리하는 등의 고차원적 인지 능력이 촉진됐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명상의 잠재적 가능성 확인
연구팀에 따르면, 편도체와 해마, 그리고 베타파와 감마파는 우울증 및 불안장애와 같은 정신건강 문제와 관련이 있다. 편도체와 해마의 활성화 정도, 베타파와 감마파의 변화는 무조건 향상되거나 안정되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적정 수준에서 유지되는 것이 최선이며, 연구팀은 명상을 통해 이를 ‘의도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는 뇌 영역에 직접 삽입한 전극으로 뇌파 측정을 시도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두피를 통해 뇌파를 측정하는 것에 비해 훨씬 자세하고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전극 삽입’이라는 여건 특성으로 인해 표본이 매우 적었다는 점은 연구팀 스스로 인정하는 한계점이다. 또한, 명상으로 인한 효과가 얼마나 지속되는지를 관찰하지 않은 점, 명상을 반복적으로 수행했을 때 어떤 효과가 있는지를 살피지 않은 점 또한 아쉬운 부분이다.
이번 연구는 명상을 통해 특정 뇌 영역의 활동을 직접적으로 조절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명상은 비침습적이고 별도의 장비가 없어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응용해, 기억력과 감정 조절 능력 개선을 위한 ‘명상 기반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건강에 관심을 갖기 전에는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저 비유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모든 병은 저마다의 원인이 있으며, 단 하나의 요인이 모든 병의 원인이 된다는 건 현실적으로 말이 되지 않으니까.
이제는 다르다. 스트레스는 분명 모든 병의 근원이 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원인’이 아니라 ‘근원’이라는 점이다. 스트레스 자체가 모든 병으로 이어지는 직접적 원인은 아니다. 다만, 병의 원인이 나타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는 있다. 바로 ‘면역력’이다. 스트레스가 어떻게 면역력을 낮추는지를 알아보도록 한다.
적응할 것인가, 벗어날 것인가
우선, 스트레스를 느끼게 되는 일상적 상황을 예로 들어보자. 마감 시한이 정해져 있는 어떤 일에 쫓기고 있을 때, 시간은 점점 다가오는데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는 상황을 들 수 있겠다. 혹은 가족 중 누군가가 다쳐서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당황해서 어떻게 해야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 상황일 수도 있다.
스트레스의 씨앗은 외부 위협이나 심리적 압박, 또는 스스로 떠올리는 어떤 생각이나 감정이다. 자극적인 소음이라든가, 요즘 같은 계절이라면 짜증날 정도의 추위나 세찬 바람도 한 예가 된다. 이처럼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유가 있는가 하면, 비교적 드문 이유, 혹은 개인만의 특별한 이유로 인해 스트레스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핵심은 ‘낯선 정보를 받아들이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느꼈을 때’다. 인간의 본능은 이러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익숙하지 않은 상황을 이해하고 적응할 것인가? 아니면 그로부터 벗어나 익숙함을 되찾을 것인가? 흔히 스트레스 상황에 ‘투쟁-도피 반응(fight or flight reaction)’이 활성화된다고 이야기하는 이유다.
어떤 경우든 스트레스가 유발되면, 뇌의 ‘편도체(amygdala)’가 활성화된다. 위협 인식과 감정 처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역이다. 편도체가 발산하는 신호는 시상하부(hypothalamus)로 전달되며, 코르티코트로핀 방출 호르몬(CRH)을 분비시켜 뇌하수체(pituitary gland)를 자극하게 된다. 뇌하수체는 다시 부신피질 자극 호르몬(ACTH)으로 부신(adrenal glands)을 자극한다.
코르티솔 활성화의 부작용
어쩌면 낯선 용어들로 인해 읽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됐을지도 모르겠다. 여기까지 오면 비로소 익숙한 이름이 등장한다. 바로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이다.
아드레날린은 심장을 자극해 심박수를 높이고, 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상승시킨다. 또한, 간에서 포도당 방출을 늘리고 근육이 에너지를 빠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전체적으로 혈류를 증가시키고 에너지를 동원해 어떤 상황에든 즉각 반응이 가능한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코르티솔은 조금 다르다. 간에서 포도당 방출을 증가시킨다는 점은 아드레날린과 같다. 여기에 지방산과 아미노산 분해를 촉진해,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포도당으로 단기 에너지 공급 체계를, 지방산과 아미노산으로 장기 에너지 공급 체계를 만들어 ‘보급선’을 구축하는 셈이다.
코르티솔은 한 가지 역할을 더한다. 바로 면역 반응을 억제하고 염증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은 코르티솔의 작용과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
염증을 줄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작용으로 볼 수 있지만, 이는 단편적으로 볼 때만 그렇다. 본래 염증 반응은 몸 안에 생긴 이상이나 손상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반응이다. 일종의 ‘경보 발령’으로, ‘여기에 이상이 생겼으니 면역 세포들은 이쪽으로 와라’라는 신호인 것이다.
이 작용이 억제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면역 세포들을 ‘예비군’으로 동원하는 것이다. 스트레스로 인해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 모르니, 다른 곳에 힘을 쏟지 말고 비상 대기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비유로 보면 그럴 듯하지만, 현실에서 보면 일시적으로 면역력이 약해지는 결과가 된다.
장기적 스트레스, 면역 약화로 이어져
바로 앞에서 이야기했듯, 단편적으로 봤을 때 스트레스는 긍정적인 작용을 하기도 한다. 일시적으로 면역 시스템을 자극하고 염증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신체가 즉각적인 위협이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발현시키는 과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스트레스는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명사다. 왜 그렇게 됐을까? 대부분의 스트레스가 중장기적으로 지속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지속적으로 분비되면, 면역 세포는 계속 비상 소집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내부 순찰 및 외부 침입 방어 등의 본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도록 억제되는 것이다. 쉽게 말해, 감염이 발생해도 이에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면역력이 약화된다는 것은 단순히 외부 감염에 취약해진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체내에서 발생하는 손상이나 이상에 대해서도 적용되는 개념이다. 특히 염증 반응이 억제되는 것은 내부 면역력이 약해졌다는 것을 알려주는 대표적 현상이다.
염증 반응이 유발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상이 생기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상이 생겨도 정상화 과정이 시작되지 않고 방치된다는 의미다. 이러한 문제가 신체 내에 누적되면 피로감부터 장기 기능 저하가 발생할 수 있으며, 신경계에 누적되면 우울, 불안과 같은 정신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신체·정신의 건강 문제는 다시 스트레스 요인이 돼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게 된다.
스스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
정리하자면, 스트레스로 인해 면역 체계가 취약해짐으로써 외부 감염은 물론 내부 이상에 대한 대응 능력이 약해진다. 스트레스 상태가 지속될 경우, 자연스럽게 신체는 ‘치안 및 자정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각종 질환 발병의 원인이 활개칠 수 있는 환경이 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된다.
따라서 건강과 관련된 주제에는 식단이나 운동 못지 않게 ‘스트레스 관리’가 단골처럼 거론된다. 특히 현대사회에서는 정신건강의 중요성이 거듭 강조되곤 한다. 문제가 되는 스트레스란 대부분 정신적인 요인, 특히 ‘감정의 영역’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어떤 상황에서 느껴지는 자신의 감정을 바르게 이해하고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느끼는지, 그것이 얼마나 오랫동안 영향을 미치는지를 제대로 아는 것이야말로 스트레스 관리의 출발점이다. 널리 공유되는 구체적인 스트레스 관리 기법들은 그 다음의 일이다.
우리는 종종 특별한 기억이 남아있는 장소를 오랫동안 잊지 않는 경향이 있다. 어떤 곳은 이름만 들어도 그 주변부터 세세한 요소까지 떠올릴 수 있는 경우도 있고, 또 어떤 곳은 평소 잊고 살다가도 그 장소 또는 근처에 가면 기억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어떤 장소는 최근에 다녀오고도 까맣게 잊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기억에 남는 장소는 대개 ‘추억’ 내지는 ‘깊은 인상’으로 인한 것이다. 깊게 보면 감정을 자극하는 사건이 있었던 장소부터, 가볍게 보면 꼭 기억해뒀다가 다시 오고 싶은 맛집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어떤 장소에 대한 기억이 오랫동안 남는 것은, 마치 그 장소와 그에 관련된 기억을 한데 묶어 ‘가치(value)’를 부여하는 것과 같다. 다른 사람에게는 그냥 ‘장소 A’일 수 있는 것이, 나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뇌는 이것을 어떻게 구분하여 기억하는 것일까?
우리 뇌는 어떤 원리로 ‘장소’를 기억할까?
우리 뇌에서 공간 기억에 관여하는 주요 영역은 ‘해마(hippocampus)’다. 해마는 새로운 장소를 기억해야 할 때 활성화되며, 그 특징을 인코딩해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이때 각 장소에는 ‘장소 세포(place cells)’가 배정돼 해당 위치나 공간에 대한 기억을 저장한다. 장소를 기억하기 위한 색감이나 형태, 소리나 냄새 등 감각 정보는 물론, 그 장소에 도달하기 위한 경로도 마찬가지다.
위치 기억을 비롯한 뇌의 공간 인식에 있어 ‘장소 세포’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2014년 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인 존 오키프 박사에 의해 규명됐다. 그는 이 공로로 노벨상을 수상한 바 있다. 또한, 기억에 단기 저장된 것들은 잠을 자는 동안 재활성화를 거치며 공고하게 다져진다는 것 역시 과학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어떤 장소에 대한 정보가 장기 기억으로 넘어간 뒤에는 어떤 원리로 다시 떠오르는 것일까? 이는 ‘그 장소가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어떤 기억과 연관돼 있는지’, ‘어떤 단서를 매개로 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정보가 함께 저장됐다가 다시 인출되는 것이라고 봐야한다. 이 과정에 뇌의 여러 영역이 관여한다는 연구는 여럿 있었지만, 정확한 원리는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던 영역이다.
해마 중간 부분, ‘기억할 만한 장소’에 집중
서울대학교 뇌인지과학과 이인아 교수 연구팀은 쥐에게 ‘서로 다른 가치를 가진 장소’를 학습하도록 한 다음, 해마의 장소 세포가 어떤 양상을 보이는지를 측정했다. 그 결과, 쥐가 잠을 자거나 멍하니 있는 동안 해마 중간 부분에 존재하는 장소 세포들이 ‘가치가 높은 장소’에 대한 기억을 선택적으로 재생한다는 것을 밝혔다.
그동안 해마에 관한 연구는 비교적 관측이 용이한 ‘배측(dorsal) 해마’에만 집중된 경향이 있었다. 해마의 모든 하위 영역이 비슷한 기능을 할 거라고 가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해마 중간 영역과 배측 영역을 함께 관측 대상으로 삼았다.
이인아 교수 연구팀은 해마 중간 부분이 ‘특정 장소에 대해서만 활동하는 장소 세포’를 가지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편도체로부터 ‘그 장소가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갖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받아들인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즉, 어떤 장소를 오랫동안 기억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치)가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이를 토대로 연구팀은 해마 중간 영역의 장소 세포가 ‘해당 공간(장소)의 가치’를 구체적으로 나타낼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이에 따라 쥐로 하여금 가치 기반 미로학습 과제를 수행하게 한 다음, 고밀도 전기생리학을 이용해 해마 배측과 중간 부분의 신경세포들이 각각 어떻게 활동하는지를 동시 기록해 비교했다.
연구 결과, 쥐가 미로학습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해마 중간 부분에서 ‘가치가 높은 장소’와 ‘가치가 낮은 장소’를 나타내는 서로 다른 장소 세포를 발견했다. 뇌파와 함께 이들의 세포 활동을 측정한 결과, ‘가치가 높은 장소’를 나타내는 장소 세포가 훨씬 더 많이 재활성화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반면, 배측 해마에서도 장소 세포의 재활성화가 일어났지만, 이는 장소의 가치가 높은지 낮은지와는 무관하게 나타났다.
잠을 자거나 무의식 상태일 때, '맛있는 음식이 있는 장소'가 더 자주 재생된다 / 출처 : 서울대학교 보도자료
잠자는 동안 더욱 확고해지는 기억
연구팀은 미로학습 과제를 수행한 후 잠을 자는 동안, 장소 세포가 어떻게 활동하는지도 살펴보았다. 수면 중 나타나는 해마의 리플(ripple) 구간은 주로 느린 뇌파로 구성되며, 기억의 통합 및 재생에 관여한다. 또한, 빠른 신경 활동이 나타나 학습한 정보를 강화하는 작용도 한다.
이 리플 구간 동안 ‘가치가 높은 장소’를 나타내는 장소 세포는 보다 자주 재활성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즉, 기억할만한 이유가 있는 장소는 더 자주 재생되며 확고하게 기억에 남는 것이다.
연구팀은 잠자는 동안 재활성화 횟수가 많을수록, 그 다음날 쥐의 미로학습 과제 수행 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확인했다.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 장소를 보다 확고하게 기억함으로써, 해당 장소의 가치 정보가 ‘응고화(consolidation)’된 것이다. 기억의 응고화 과정은 단순히 정보를 저장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해당 정보의 의미와 가치를 강화하여 ‘장기 기억’으로 전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퇴행성 뇌질환부터 인공지능 발전까지 기여
이인아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해마 연구 이론이 배측 해마 연구에 치우쳐 있다는 것에 대한 돌파구로서 학술적 의의가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학습 후 충분한 수면을 취하거나 학습 내용을 고찰(reflection)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뇌과학적 기전을 밝혔다는 데 의미가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는 알츠하이머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으로 인한 해마의 기능 이상에 대해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는 뇌과학 원리를 제공해줄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정기적인 수면을 비롯해, 미로학습 과제와 같이 뇌를 자극하는 활동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입증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다.
이번 연구 논문의 제1저자인 진승우 박사는 “뇌에서 가치 정보가 학습과 기억을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과정을 이해하고, 이를 차세대 인공지능에 접목시킴으로써 뇌 신경망과 더욱 유사한 인공지능 개발에 원천 기술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 연구결과는 글로벌 SCI 저널인 「Science Advances」(IF=11.7)에 게재됐다.
운동에 관한 정보는 너무 많다. 어렵거나 귀찮다고 하는 사람들을 위해 온갖 방법으로 쉽고 간편한 운동 정보를 제공하는 콘텐츠도 부지기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동을 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있어, 많은 것을 양보한 조언을 건네곤 한다. ‘어떤 운동이든 한 가지라도 꾸준히 하라’고.
물론 운동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다.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게 좋고, 근력 운동은 저마다 자극하는 부위가 다르니 여러 가지를 병행해야 한다. 이런 이야기들이 운동을 시작하는 허들로 작용하기도 한다.
운동의 목적은 대개 체중 감량이나 근육 성장에 두곤 한다. 이 때문에 여러 가지 이야기들에 자꾸 관심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직 시작하지 않은 경우라면 그런 복잡한 이야기에 잠시 귀를 닫아라. 모든 일에는 순서라는 게 있는 법이니까. 걷기가 됐든 조깅이 됐든, 한 가지라도 일단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운동은 건강한 몸을 만들어주지만, 그것 못지 않게 건강한 정신을 만드는 데도 기여한다. 한 가지 운동만 하게 되면 아무래도 신체적인 효과는 덜하겠지만, 적어도 하지 않는 것에 비해 훨씬 나은 정신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운동과 정신건강의 상관관계, 지금부터 알아보도록 한다.
정신건강의 본질은 무엇인가
‘정신건강’이라는 말은 언뜻 매우 추상적으로 들린다. 정신이라는 개념 자체가 물질적인 실체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인간의 정신은 엄밀한 물질적 작용의 결과물이다.
우리 몸에서는 다양한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 등 화학물질이 만들어진다. 그들은 정해진 조건에 맞춰 분비되고 맡은 역할을 수행한다. 그중 일부는 뇌와 중추신경에 작용하게 되며, 이것이 ‘정신’의 물리적 근본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정신건강이라는 것은 추상적으로 느끼는 감정이나 기분 같은 것이 다가 아니다. 뇌에서 일어나는 화학적 작용과 구조적 변화, 유전적이거나 환경적인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물인 것이다. 흔히 말하는 뇌 가소성(신경 가소성) 역시, 어떤 긍정적인 경험을 반복함으로써 뇌가 변화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런 맥락에서, 운동으로 얻는 효과는 정신적으로 긍정적인 경험이라 할 수 있다. 운동은 대사를 활발하게 함으로써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촉진한다. 이를 통해 스트레스를 줄이고 기분을 개선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뇌 혈류를 증가시켜 뇌가 보다 활발하게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최적의 효능, 스트레스 날리기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은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코르티솔은 신체가 스트레스 상황에 맞게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코르티솔 수치가 높은 상황이 지속되면 몸은 비상 경계상태로 대기하는 것과 같아진다.
이 상황에서는 인체 내 자원을 스트레스와 관련된 일에 우선적으로 쓰려 하며, 이 과정에서 면역 기능에 필요한 에너지와 영양소가 일부 소모될 수 있다. 때문에 지속적인 코르티솔 분비는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신체가 긴장된 상태를 유지하게 함으로써 불안정한 상태를 지속시킨다.
운동으로 몸을 움직이게 되면, 엔도르핀이나 세로토닌,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증가한다. 이들로 인해 기분이 좋아지고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잊게 되면서 코르티솔 수치가 낮아진다. 운동을 마치고 회복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운동 후 휴식 또는 수면을 취하는 과정에서, 우리 몸은 코르티솔 수치를 정상화하고 스트레스 반응을 완화할 수 있다.
운동은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이 더 많이 분비된다. 이는 신경세포(뉴런)의 생존, 성장, 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뇌의 ‘해마’에서 신경세포 생성을 촉진하는데, 해마는 기억과 학습, 감정 조절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역이다. 신경 가소성에 의해 이 부분에 새로운 뉴런이 생기고 시냅스가 형성되면 해당 기능이 개선된다.
해마는 감정과 관련된 뇌의 또 다른 영역인 ‘편도체’와 상호작용한다. 즉, 해마의 기능이 향상되면 편도체와의 상호작용도 더욱 활발해질 수 있다. 이는 감정의 평가 및 조절에도 훨씬 유리해진다.
우울로 인한 증상은 대개 해마의 기능 저하와 관련이 있다. 즉, 해마의 기능이 개선된다는 것은 우울 증상이 완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이다.
운동으로 인해 신체적 피로가 발생하면, 보다 깊게 잠들 수 있게 된다. 또한, 운동을 할 때 체온이 높아졌다가 회복 과정에서 다시 체온이 천천히 낮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심부 체온이 낮아지는 효 과가 생긴다. 이는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를 촉진하기 위한 최적의 조건이다. 불면증의 원인 중 하나로 높은 스트레스 수치가 있는데, 운동으로 코르티솔 분비량이 안정화되면 이 또한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자연스럽게 숙면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정상적인 패턴으로 깊은 수면과 얕은 수면을 반복할 수 있게 된다. 정신적인 회복은 보통 REM 수면 단계에서 이루어지는데, 수면 패턴이 안정적이면 수면 주기에 따라 REM 수면이 원활하게 이루어진다.
숙면을 취하고 나면 한결 가뿐하게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긍정적인 경험은 신경 가소성의 한 축이 돼, 점진적으로 더 나은 정신건강을 갖출 수 있도록 변해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