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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인식하기를, ‘뇌는 손상되면 회복할 수 없다’라고 이야기한다. 이는 보다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는 명제다. 뇌졸중이나 머리 쪽 외상으로 인한 뇌 조직 손상의 경우, 시간이 다소 오래 걸릴 수는 있지만 분명히 회복이 가능하다. 단, 손상을 넘어 완전히 파괴된 경우는 회복할 수 없다.

즉, 정리하자면 뇌는 손상되더라도 어느 정도까지는 회복할 수 있다. 여기에 관여하는 개념이 바로 ‘뇌 가소성(Brain Plasticity)’ 또는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다. ‘가소성’이란 본래 물리학적 개념이다. 특정 물체를 일시적으로 변화시키는 힘보다는 크고, 완전히 깨뜨리는 힘보다는 작은 ‘중간 정도’의 힘이 가해졌을 때, 그 물체의 형태가 영구적으로 변하는 성질을 말한다.

이런 개념을 어떻게 뇌에 적용할 수 있을까? 핵심은 이렇다. 뇌의 특정 부위가 손상돼 그 기능을 상실했을 때, ‘뇌 가소성’이 일어나 신경세포의 구조와 기능을 변화시킴으로써 잃어버린 기능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가? ‘가소성’이라는 개념과 빗대어보면 이해할 수 있겠는가?

사실 이해하지 못해도 상관은 없다. 일반인 입장에서는 중요한 사실만 알면 되니까. 바로 ‘손상된 뇌 기능을 되찾을 수 있다’라는 것. 뇌 가소성은 어떤 과정을 통해 일어나며, 어떤 한계를 가지고 있을까?

 

뇌 가소성의 시작과 진행 과정

머리 부분에 부상을 당하거나 뇌종양, 뇌졸중 등의 질병은 뇌의 특정 부위에 손상을 일으킨다. 이로 인해 해당 부위에서는 신경세포 사멸이 진행된다. 즉, 해당 부위에서 담당하고 있던 기능을 잃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무언가를 지각하거나 특정 부위를 움직이는 능력, 말하고 듣는 언어능력 등이다.

하지만 우리의 뇌는 몹시 유능한 기관이다. 손상된 부위의 세포 사멸이 끝나면, 해당 부위를 중심으로 신경세포와 신경회로의 변화가 시작된다. 세포들끼리의 연결이 보다 강해지고, 그 과정에서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신경회로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손상된 부위가 맡았던 기능을, 다른 부위가 개입해 보완하려는 작용이 일어나는 것이다.

구체적인 진행 과정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뇌 가소성이 제대로 진행되면, 손상됐던 기능이 조금씩 회복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잃어버렸던 기능이 미약한 수준에서 시작해 점점 발달하는 것이다. 손상 정도에 따라 회복 가능한 수준에도 분명 한계는 있지만, 중요한 건 ‘회복 가능성이 있다’라는 사실 그 자체다.

일정 부위가 손상을 입더라도 회복이 가능할 수 있다 /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일정 부위가 손상을 입더라도 회복이 가능할 수 있다 /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뇌 가소성, 어떻게 가능한가?

뇌 가소성을 가능하게 하는 원리는 매우 복잡하지만, 크게 ‘신경세포 변화’와 ‘신경회로 변화’로 구분할 수 있다. 신경세포는 ‘뉴런(neuron)’이라 하며, 뇌를 비롯한 신경계를 구성하는 기본단위다. 이 역시 세포의 일종이기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존의 노화된 것이 소멸되고 새로운 것이 만들어진다. 

뉴런은 담당하고 있는 기능에 따른 특정 신호를 발생시키는 것을 주 역할로 하는데, 이 신호를 목표 지점으로 전달하는 역할은  ‘시냅스(Synapse)’가 맡는다. 시냅스 역시 필요에 따라 새롭게 생성되기도 하고, 필요 없어지면 제거되기도 한다. 즉, 소멸된 뉴런이 맡고 있던 기능을, 새롭게 만들어진 뉴런이 이어받게 되고, 새로운 시냅스가 그들을 연결하며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신경세포’ 단위에서의 뇌 가소성 원리다.

한편, 신경회로란 일종의 뉴런 집합체다. 개별적으로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뉴런들이 모여 집단을 이룸으로써 특정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집적회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기능을 담당하던 신경회로가 손상된다는 것은, 그 안에 포함된 뉴런들이 대거 손상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그 주위의 다른 영역에서 잃어버린 기능을 대체하려는 현상이 일어난다. 다른 신경회로가 추가적인 기능을 맡아 강화된 형태가 되기도 하고, 평소 잘 사용되지 않던 잠재적 신경회로가 활성화되기도 한다. 이것이 ‘신경회로’ 단위에서의 뇌 가소성 원리다.

 

뇌 가소성은 자연스러운 본능?

보통 뇌 가소성을 주제로 이야기할 때는, 후천적 원인으로 인해 손상된 경우에 초점을 맞춘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원리로 가능한 것인지 이해하는데 막연함이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생각해보자. 인간의 뇌는 태어나서 성인이 될 때까지 물리적으로 발달한다. 크기가 커지고 구조가 확립되는 ‘성장’의 과정인 셈이다. 성장을 마친 뇌는 무엇을 보고 듣고 기억하는지에 따라 기능적이고 논리적으로 발달해간다. 끊임없이 신경회로가 재구성되고 개인의 특성에 맞게 최적화되는 것이다.

물론 뇌 역시 생체기관이기 때문에 뉴런(세포)이 수명에 따라 소멸한다. 나이가 들어가며 기능이 저하되는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하지만 이는 생체로서의 현상이며, 기능적인 변화와 발달과는 별개라고 봐야 한다. 

어떤 사회에서 인구가 줄어들더라도 그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특정 역할을 맡은 사람들은 여전히 남는다. 그 역할을 하던 사람이 사라지면 다른 누군가가 그 역할을 대신하거나 겸하게 된다. 인간사회의 원리는 뇌의 신경회로가 변해가는 원리를 이해하는데 잘 들어맞는다.

따라서 뇌 가소성은 어떤 특별한 조건이나 기발한 원리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뇌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기능이라고 보는 편이 더 적합하다 할 것이다.

뉴런은 뇌 신경을 구성하는 기본단위로, 생성과 소멸을 반복한다 /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뉴런은 뇌 신경을 구성하는 기본단위로, 생성과 소멸을 반복한다 /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뇌 가소성, 한계 그리고 촉진 방법

당연히, 한계는 있다. 피부에 생겼던 상처가 그 정도에 따라 흉터가 남는 것처럼, 뇌 가소성을 통한 기능 회복도 완전무결하지는 않다. 애당초 서론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완전한 파괴와 같이 심각한 정도의 손상은 회복이 불가할 수도 있다.

또한, 성장 단계의 뇌는 뛰어난 가소성을 발휘하지만, 완성된 후에는 가소성이 감소한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결론만 보자면 ‘회복이 가능하다’가 맞지만, 그 사이에는 정말 무의미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과 끊임없이 싸워야 하는 재활의 과정이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 뇌의 영역에 따라 가소성이 달라질 수도 있다. 구체적으로 구분하자면, 기본적인 감각이나 움직임의 영역은 상대적으로 낮은 가소성을 갖는다. 즉, 뇌 손상으로 감각이나 운동 능력을 잃었다면, 그것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큰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의미다.

물론, 한계가 있다고 해도 ‘뇌 손상 회복, 가능성이 있다’라는 사실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우리는 성인기 이후 감소해가는 뇌 가소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끊임없이 새로운 경험을 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는 이른바 ‘지적 활동’을 강조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뇌 가소성을 촉진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활동이나 모임에 참여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기존의 지인들과 매번 새로운 주제로 대화하려는 노력도 같은 맥락이다. 운동을 통한 뇌 혈액순환 관리, 스트레스 조절을 통한 뇌 부담 감소 등도 마찬가지다.

이런 모든 활동들은 결국 현대인들이 가장 두려워 하는 퇴행성 뇌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특히 인지 기능을 퇴화시키는 알츠하이머병이나 운동 능력을 사라지게 하는 파킨슨병은 모두 서서히 진행되는 퇴행성 질환이기에, 뇌 가소성이 감소하지 않도록 하는 모든 노력이 예방책이 된다. 손상을 일으키는 원인과 손상에 대응하는 회복 능력, 그리고 그 손상을 근본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노력. 서로 맞물리는 이들의 관계를 통제하는 것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뇌를 자극할 수 있는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최선 /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뇌를 자극할 수 있는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최선 /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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