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 환자의 체내에서 혈류를 타고 순환하는 세포(순환 종양 세포, CTC)를 감지하는 새로운 방법이 제기됐다. 이를 통해 암의 조기 발견율을 개선하고, 췌장암과 폐암을 비롯해 조기 발견율이 높지 않은 암종, 그리고 조기 발견을 놓친 경우 등에 대한 치료 성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암 세포가 방출하는 ‘순환 종양 세포’
암 세포는 성장함에 따라 세포를 방출한다. 이들 CTC는 혈류를 타고 전신을 돌며 다른 부위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한 부위에서 발생한 암이 다른 조직이나 장기에 전이될 수 있는 잠재적 원인이다.
따라서 CTC를 조기에 발견하는 것은 암의 진행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 평가하고, 치료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조기 발견을 통해 전이가 발생하기 전 치료하게 되면 생존율을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적절한 발견 시기를 놓치게 되면 예후가 좋지 않을 위험이 높아진다.
또한, 치료 후 재발하는 경우 역시 CTC의 존재와 관련이 있다. 치료 중에도 CTC가 여전히 혈류에 남아있을 수 있으며, 이들이 치료를 마친 뒤 재발을 일으킬 수 있다. CTC 모니터링은 치료 뿐만 아니라 재발 위험을 인지하고 예방하는 데 있어서도 중요할 수밖에 없다.
바이오 레이저를 통한 검출법
CTC를 검출해내는 방법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다. 혈액 샘플을 통해 직접 검출하는 방법, 암 세포 표면의 특정 단백질을 형광 염색 등의 방법으로 검출해내는 방법 등이다. 미국 미시간 대학의 화학공학과 수니타 나그라스 교수는 기존의 CTC 검출 기술에 몇 가지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종양 세포는 표면의 특정 단백질이 없기 때문에 검출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해당 세포의 내부에서 어떤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 알 수가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미시간 대학 연구팀은 ‘바이오 레이저’를 선택했다.
바이오 레이저는 특정 세포를 정밀하게 검출하고 분석하기 위한 기술이다. 레이저를 사용해 세포의 특성을 탐지하고, 그 내부 구조 및 상태를 분석할 수 있다. 특히 세포의 미세한 구조를 높은 해상도로 볼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세포의 기능적 상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연구팀이 활용한 바이오 레이저 기술은 기존의 세포 염색 과정을 포함한다. 단, 표면의 단백질이 아닌 ‘세포핵’을 염색하는 방식이다. 표면 단백질은 개별 세포에 따라 없는 경우도 있지만, 세포핵은 모든 세포에 반드시 존재할 수밖에 없다. 즉, 이 기술을 활용하면 특정한 단백질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세포 유형을 검출할 수 있다. 또한, 세포를 죽이지 않기 때문에 지속적인 추가 연구가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췌장암 세포 99% 정확도로 식별
연구팀은 췌장암 환자에게서 혈액 샘플을 채취한 다음, 원형 미로 기법(Labyrinth)을 활용해 CTC를 분리했다. 일반적으로 CTC가 백혈구보다 약간 크기 때문에, 이러한 물리적 방법으로 분리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분리된 CTC에 바이오 레이저를 비추면 ‘세포 레이저’라는 빛이 방출된다. 이는 기존의 형광염색 기술에 비해 더 강한 빛으로, 세포의 형태는 물론 내부 DNA 구조까지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연구팀은 이렇게 확보한 데이터를 토대로 머신 러닝을 적용해, ‘Deep Cell-Laser Classifier’ 모델을 구축했다.
미시간 대학 연구팀은 이 모델을 사용해 췌장암 세포를 99% 정확도를 식별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별도의 학습을 추가로 하지 않고도 폐암 세포까지 식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여기에 이어 추가적인 연구 계획을 밝혔다. 먼저, 감지된 암 세포를 분리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것, 그리고 세포 레이저의 빛 패턴을 토대로 어떤 종양이 더 공격적이거나 치료에 저항성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 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