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몸 질환을 일으키는 세균이 심장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기됐다. 심장 구조를 변형시키고 전기적 신호를 방해해 심방세동 발생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내용이다. 심방세동으로 인해 혈전(피떡)이 잘 생길 수 있고, 이로 인해 혈관이 막혀 뇌경색과 같은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잇몸 건강과 심장 건강의 연관성을 알아본다.
잇몸 건강과 심장 건강
일본 히로시마 대학 연구팀이 최근 <서큘레이션(Circulation)> 저널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포르피로모나스 진지발리스(P. Gingivalis)’라는 세균의 잠재적 위험성을 경고했다. 일반적으로 ‘진지발리스 균’으로도 알려져 있는 이 세균은, 치석이나 플라그에서 발견되며 매우 강한 독성을 지녀 치아 염증 및 치주염과 같은 심각한 잇몸 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잇몸 건강과 심장 건강 사이에는 분명한 연관성이 있다. 치주염 환자들이 상대적으로 심혈관 질환에 더 취약하다는 근거가 꽤 오랫동안 축적돼 왔다. 이 데이터를 메타 분석한 결과, 치주염 환자들의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30%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방세동은 뇌졸중, 심부전 등 기타 치명적인 합병증 위험을 높이는 질환으로 꼽힌다.
치주염이 있는 환자는 상대적으로 심혈관 질환에 더 취약하다는 데이터가 많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진지발리스 균의 영향
장내에 다양한 미생물이 존재하듯, 구강에도 여러 종류의 미생물이 서식한다. 그중에서 특히 주목받는 것이 바로 ‘진지발리스 균’이다. 지난 9월 치과 전문의이자 대한시니어치과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장혁진 원장이 SBS 프로그램 ‘빅 퀘스천’에서 언급했던 바에 따르면, 진지발리스 균은 혈관을 타고 몸속을 배회하며 뇌혈관 질환이나 퇴행성 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히로시마 대학의 이번 연구 또한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혈관을 타고 배회할 수 있다는 것은, 몸속 어디서든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심장 근육, 판막, 그리고 동맥에 축적된 플라크 등을 분석했으며, 그로부터 구강 미생물의 DNA를 검출해냈다. 진지발리스 균이 심장 근육과 판막에도 유입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치아 건강 관리의 중요성
진지발리스 균은 뇌, 간 등 다른 장기에서도 발견된 바 있다. 이번 연구의 제 1저자인 슌스케 미야우치 박사는 “치주염과 심방세동이라는 질환 사이에 명확한 인과관계가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입속 세균이 혈류를 타고 확산된다는 근거는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이는 잇몸 건강과 심장 건강을 함께 관리할 필요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양치질과 함께 치실, 치간칫솔, 구강세정기 등을 사용해 보다 세밀한 관리를 하고, 정기적인 치과 검진을 받을 것을 권고했다.
실제로 연구팀이 쥐 모델을 활용해 테스트한 결과, 진지발리스 균에 감염된 쥐에게서 잇몸 부식 및 농양이 발견됐다. 심장 건강에 관해서는 약 12주차까지 감염 여부에 따른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으나, 18주가 지났을 때 진지발리스 균에 감염된 쥐들은 비정상적인 심장 박동을 보일 가능성이 6배 더 높게 나타났다. 심장 손상 가능성은 물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악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연구팀의 설명에 따르면, 진지발리스 균은 잇몸에 생긴 병변을 통해 체내 순환계로 침범한다. 이때 심장 좌심방으로도 이동하게 되며, ‘심방 섬유화’를 유발해 심방세동 유발 가능성을 높인다. 연구팀은 진지발리스 균으로 인한 심혈관 문제 치료를 위해, 관련 분야 전문가들 간의 다학제 협력을 추진 중이다.
진지발리스 균이 혈관을 타고 심장 좌심방으로 유입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심호흡은 일상에서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스트레스 관리법으로 꼽힌다. 호흡을 깊게 유지함으로써 폐 아래쪽까지 활용해 호흡하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신체 이완을 담당하는 부교감 신경계를 활성화시켜 몸과 마음을 안정시키는 원리다.
이처럼 호흡은 그 자체로 신체 회복을 촉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호흡법의 일종인 ‘순환 호흡법(Circular Breathing)’을 통해 약물을 쓰지 않고도 의식 상태를 변화시키고 정신건강을 개선할 수 있다.
순환 호흡법과 정신건강
‘순환 호흡법’은 입으로 공기를 내보내는 동시에, 코로 짧게 공기를 들이마시는 호흡법을 말한다. 일반적인 호흡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데, 들숨과 날숨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고 동시에 일어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호흡 자체에 고도의 집중력과 조절력을 함께 한다는 측면에서, 요가에서 호흡에 집중하는 수련법인 ‘프라나야마(Pranayama)’와 비유되기도 한다.
순환 호흡법은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자연적 호흡과 다른 방법인 만큼, 별도의 연습과 숙련이 필요한 호흡법에 속한다. 다만, 그렇게 드물거나 특별한 방법은 아니다. 전문 악기 연주자들 사이에서는 비교적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유튜브에서도 순환 호흡의 원리를 활용한 호흡법 영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독일 에른스트 스트링만 신경과학 연구소(ESI)와 독일 베를린의 MIND 재단 연구팀은 순환 호흡법과 정신건강 사이에 유의미한 관계가 있음을 발견했다. 순환 호흡법을 통해 각종 정신건강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순환 호흡법이 기존 정신건강 문제 치료법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정신건강 문제를 겪을 경우, 먼저 전문의 진단에 따라 약물을 처방하고, 그 효과에 따라 약물을 바꾸거나 투여량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증상에 따라 다소 부작용이 따를 수 있는 약물이 사용되기도 한다. 일부 약물은 승인이 나지 않아 사용할 수 없는 경우도 있고, 표준 치료법으로 인정받지 않은 경우는 경제적 부담이 커질 수도 있다.
연구팀은 순환 호흡법과 정신건강을 주제로 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호흡을 통해 스트레스와 불안, 우울, PTSD와 같은 증상을 완화하는 동시에, 자기 인식과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실험 연구를 진행한 결과, 집중적인 호흡을 통해 체내 이산화탄소 수치가 감소하면, 마치 환각성 약물을 복용한 것처럼 의식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해 근거로 삼은 것이다.
순환 호흡법 원리를 활용한 호흡 훈련으로, 정신건강 관련 증상을 완화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약물 치료 못지 않은 효과
연구팀은 순환 호흡법과 정신건강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 먼저 다양한 호흡법 커뮤니티를 통해 호흡법 숙련자 61명을 모집했다. 참가자들의 연령대는 18세~60세까지 다양하게 분포돼 있었으며, 평균 연령은 약 33세였다. 참가자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었다.
43명으로 이루어진 그룹은 순환 호흡법의 원리를 활용한 ‘홀로트로픽 호흡법(Holotropic Breathwork)’ 또는 ‘의식적 연결 호흡법(Conscious-Connected Breathing)’을, 나머지 18명은 대조군으로서 평상시 호흡을 실시했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각 참가자들의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 개인의 주관적 느낌, 그리고 심리적 상태 변화를 표적으로 삼았다. 측정 결과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정신건강 상태 측정에는 공인된 평가 도구인 ‘우울증 증상 목록(QIDS)’과 ‘워릭-에든버러 정신건강 척도(WEMWBS)’를 사용했다. 심리상태 평가는 호흡 훈련을 시작하기 1주일 전, 그리고 훈련을 마친 후 1주일 후에 시행했다.
연구 결과, 순환 호흡법 원리에 따라 호흡 훈련을 한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우울 증상이 감소하고, 심리적 안정감이 증가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개인의 주관적인 느낌 또한, 약물 치료 효과를 연구한 내용과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즉, 약물을 쓰지 않고도 긍정적인 의식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의미이며, 순환 호흡법과 정신건강 사이에 유의미한 연관성이 있다는 근거로 볼 수 있다.
아이디어를 찾기 위한 탐색 연구
한편, 체내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한 결과도 인상적이었다. 순환 호흡법을 실시한 그룹의 사람들은 일반 호흡을 했던 대조군에 비해, 숨을 내쉴 때 폐 속 이산화탄소 농도(etCO2)가 훨씬 낮게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날숨 시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으면, 혈중 이산화탄소 농도 또한 낮은 것으로 본다. 즉, 순환 호흡법이 체내 이산화탄소를 더 효과적으로 배출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일반적으로 평균적인 etCO2 수치는 34.3mmHg 정도인데, 순환 호흡을 실시한 사람들은 최대 16.6mmHg까지 낮게 나타났다.
그 외 지표들을 측정 및 분석한 결과, 순환 호흡 그룹은 교감신경계 활동이 줄어들었으며, 염증 반응이 일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 주관적 느낌상 더 큰 변화를 경험했다고 답한 사람들은 염증 수치 증가가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방향을 가리킨다. 기존에 심호흡으로 스트레스 완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어느 정도 알려졌지만, 의도적인 호흡 훈련을 통해 정신건강 측면에서 유익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순환 호흡법이 정신건강 분야에서 약물 치료의 대안으로서 잠재력이 있다고 보았다.
다만, 이번 연구에는 몇 가지 한계점이 있다. 네이처 계열의 국제 학술지인 <커뮤니케이션 심리학(Communications Psychology)>에 연구 결과가 등재돼 있긴 하지만, 임상시험 등록기관에 사전 등록하지 않은 탐색 연구(Exploratory Study)라는 점이다. 또한, 참가자 수도 적고 장기적인 결과에 대한 조사도 완료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번 연구는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탐색 연구에 불과하지만, 정신건강 분야에서 호흡 훈련의 잠재력은 어느 정도 인정받을 만하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건강에 관한 정보는 넘쳐난다. ‘교차 검증’의 차원에서 보면 정보가 많은 것이 좋지만, 너무 많으면 오히려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적지 않아, 전반적인 건강 정보 신뢰성을 해친다는 문제도 있다.
이에 관해 글로벌 미디어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게재된 글 하나를 소개한다. 호주 디킨 대학의 역학 부교수 하산 밸리 박사가 기고한 <건강 정보에 관해서라면 누구를 믿어야 할까? 의심스러운 ‘전문가’를 알아차리기 위한 4가지 방법>이라는 글이다.
서론
건강 정보 신뢰성에 관한 경고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무엇을 믿을 것인지는 결국 ‘누구를 신뢰하느냐’에 달려 있다. 여기에는 ‘어떤 전문가’를 믿느냐도 포함된다.
문제는 스스로 전문가라고 주장하는 모든 사람이 실제로는 전문가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특정 분야의 전문가라고 해서 모든 분야의 전문가인 것도 아니다.
건강 정보 신뢰성을 따질 때, 사람들은 종종 피상적인 단서에만 의존한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얼마나 자신있게 말하는지, 해당 분야에서 권위가 있다고 여겨지는지, 또는 그들의 이야기가 얼마나 설득력 있게 들리는지에 종종 영향을 받는다.
과학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더라도, 소위 ‘전문가’들이 하는 모든 주장을 검증할 만큼 시간과 능력이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와 그렇지 않은 전문가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호주 디킨 대학의 역학 부교수인 하산 밸리 박사가 전문가 신뢰성, 건강 정보 신뢰성에 관해 중요한 네 가지 기준을 짚었다.
모든 건강 정보를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1. 불확실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와 그렇지 않은 전문가를 구분하기 위한 요소 중 하나는 ‘겸손함’이다. 그들은 과학의 한계, 증거의 빈틈, 심지어는 자신의 전문 지식에도 한계가 있다는 점을 존중한다. 중요한 점은 그들이 이러한 한계가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밝힌다는 것이다.
반면, 의심스러운 전문가들의 가장 흔한 특징 중 하나는 ‘지나친 확신’이다. 그들은 종종 지나치게 단순한 흑백논리로 문제를 제기한다. 그리고 잘못된 확신을 앞세워 결론을 내린다.
물론, 이것이 그들의 매력이 될 수 있다. 불확실성, 복잡성, 그리고 미묘한 차이를 축소하고, 깔끔하고 명확한 메시지를 던지면 확실히 설득력을 가지기 쉽다. 사실적으로 정확하더라도 복잡한 메시지에 비해 강한 힘을 갖는 것이다.
밸리 박사는 ‘근거 없는 확신’의 가장 분명한 예 중 하나로, 팬데믹 초기에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을 제시했다. 당시 일부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코로나19가 독감보다 덜 위험하다”라고 자신 있게 주장했던 것이다. 이는 새롭게 업데이트되고 있는 데이터를 무시한 성급한 결론이었다.
2. ‘객관적’이려 노력하지 않는다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들은 과학적 지식을 전달할 때 체계적이고 규칙적인 접근 방식을 따른다. 그들은 자신이 이해한 바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그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며, 감정과 편견을 배제하려 애쓴다.
과학적 사고의 핵심 원칙은 객관성을 추구하는 것이며, 이는 사용하는 언어를 통해 드러난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대중을 움직여 특정 결론에 도달하려 하지 않는다. 대중이 스스로 정보에 입각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집중한다.
‘수상한 전문가’들은 종종 감정적인 언어를 사용한다. 또한, 정치적 의도를 담아내거나, 비판하는 의견에 대해 인신공격을 함으로써 감정적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충분한 증거가 갖춰져 있지 않을 때, 여론을 움직이기 위한 방법이다.
건강 정보 신뢰성을 따져보고자 할 때 가장 유의해야 할 사례 중 하나는, “자연적으로 암을 이겨냈다”와 같이 감정을 자극하는 증언을 앞세우는 것이다. 지극히 드문 사례를 앞세워 거짓된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환자로부터 객관적으로 입증된 치료를 받을 기회를 빼앗아갈 수도 있다.
연구 결과를 볼 때도, 충분한 객관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따져봐야 마땅하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3. 증거를 ‘골라낸다’
과학적 접근을 중시하는 전문가들은 많은 양의 ‘고품질 증거’가 같은 방향을 가리킬 때에야 그에 합의하거나 동의한다. 따라서, 진짜 전문가로서 갖춰야 할 중요한 능력 중 하나는 ‘증거를 비판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다. 증거의 강점과 약점, 신뢰성, 시사하는 바를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전문 분야를 깊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반면, ‘수상한 전문가’들은 다르게 행동한다. 그들은 자신이 주장하는 바와 대립하는 ‘불편한 증거’를 묵살한다. 또는 결함이 있거나 신빙성이 충분하지 않은 연구를 쉽게 수용한다. 간단히 말해, 자신의 입장에 맞는 증거만을 ‘골라낸다’.
이 부분이 안타까운 점인데, 증거에 대한 전체적인 기반을 이해하지 못하면, 수상한 전문가들이 종종 사용하는 이런 ‘증거 골라내기’ 전략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수상한 전문가들이 더 즐겨 쓰는 전략이기도 하다. 그리 품질이 좋지 않은 단일 연구만을 가지고 펼치는 주장을 보았다면, 수상한 전문가에게 속을 수 있다는 경고 신호다.
4. 증거가 바뀌어도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
연구는 계속되고, 매번 새로운 증거가 나온다. 기존에 알고 있던 것들을 부정하는 새로운 증거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의심스러운 전문가들은 자신의 신념을 꺾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라면, 새로운 증거를 환영하고 그에 따라 자신의 견해를 기꺼이 조정한다. 이른바 ‘개방성’은 종종 약점인 것처럼 묘사되지만, 실제로는 ‘진실’을 정확하게 이해하고자 하는 태도로 봐야 옳다.
밸리 박사는 ‘위 궤양에 대한 이해의 변화’를 예로 들었다. 오랫동안 위 궤양은 스트레스와 매운 음식을 즐겨먹는 탓에 생기는 것으로 여겨져왔다. 하지만 호주의 병리학자 로빈 워런과 내과의사 배리 마셜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의 잠재적 역할을 입증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연구자 본인이 균을 직접 삼키는 극단적인 방법이긴 했지만, 이를 통해 궤양의 주요 원인이 생활습관이 아닌 박테리아라는 것을 증명하는 첫걸음을 열었다. 이후 광범위한 연구가 이루어지며 일반적인 관점이 바뀌었고, 결국 노벨상의 영예로까지 이어졌다.
이후 과학자들과 임상 의료인들은 위 궤양의 근본적 원인을 잘못 파악했음을 인정했다. 이후 임상 지침이 개선돼, 위 궤양의 표준 치료법으로 항생제가 처방되기 시작했다. 과학은 이런 식으로 실무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며, 지속적으로 건강 문제를 개선해갈 수 있도록 돕는다.
간단히 말해서
밸리 박사는 지적인 겸손, 고품질 증거를 믿는 태도, 미묘한 차이와 불확실성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자세, 유연성, 그리고 서로 다른 의견을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능력이야말로 ‘진정한 전문성’의 특징이라고 이야기한다.
반면, 의심스러운 전문가들은 자신이 모든 답을 알고 있다고 주장하며, 불확실성을 인정하지 않고, 입맛에 맞는 연구 결과만을 골라내며, 증거보다는 감정과 이념에 더 의존하는 경향을 보인다.
진정한 전문가라면, 언제라도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과 증거가 뒤바뀔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청력이 약해지면 인지 기능 저하 위험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최근 <알츠하이머병 저널(Journal of Alzheimer’s Disease)>에는 청력 손실과 치매 사이에 연관성이 발견됐다는 내용의 논문이 게재됐다. 이는 평상시 청력 저하 위험이 있는지 살펴보고, 청력 건강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청력 손실과 치매의 관계
랜싯 치매 위원회(Lancet Commission on dementia)에서 제시하는 치매 위험요소(보통 ‘근거 기반, 개선 가능한 위험요소’로 알려져 있음)는 인지 기능 관련 장애에서 꽤 자주 언급되는 항목들이다. 과거 12개 항목이 제시된 바 있으며, 2024년 최신 보고서에서는 2개 항목을 추가해 현재 14개 항목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 ‘청력 손실’은 기존부터 존재하던 12개 항목 중 하나다. 인간의 오감 중 정보를 받아들이는 비중이 가장 큰 것은 시각이다. 그 다음으로 중요성을 다투는 감각이 바로 청각이다. 언어를 이해하고 그를 바탕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위험 요소를 감지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도 한다.
이처럼 청각은 인지 기능에 있어 중요한 정보 전달 경로다. 따라서 청력에 손실이 발생한다는 것은 뇌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던 정보 전달 경로가 자극을 덜 받거나 아예 받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청각을 담당하던 피질의 활동이 줄어들면 해당 영역의 부피가 감소하게 될 수 있다.
한편, 청력 건강이 나빠져 소리가 잘 들리지 않게 되면, 소리를 이해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할 수도 있다. 청각 정보를 처리하는 데 평소보다 과도한 자원을 쓰게 되면 다른 인지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자원이 부족해질 우려도 있다. 이러한 원리로 청력 손실과 치매 사이의 연결고리가 만들어진다.
눈으로 보이지 않더라도, 소리를 통해 상황을 파악하거나 위험을 감지할 수도 있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청력 건강의 중요성
브라질 상파울루 대학 의과대학 연구팀은 805명의 50대 참가자들을 모집해 약 8년에 걸친 연구를 수행했다. 그 사이에 청력 건강을 측정하기 위한 정밀 검사를 3회 진행했다. 청력 손실과 치매의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전반적인 인지 기능 검사, 그리고 기억력, 언어 능력, 실행 능력에 대한 개별 검사도 실시했다.
805명 중 청력 손실 증상을 보인 사람은 62명(7.7%)이었다. 연구팀이 8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청력 손실 증상을 보인 사람들은 전반적인 인지 기능 저하가 더 빠르게 나타났다. 기억력, 언어 능력, 실행 능력 개별 검사에서도 저하가 드러났지만, 전체적인 인지 기능에 비해 두드러지지는 않았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정기적인 청력 건강 검사가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약간의 청력 저하는 잘 인지하기 어려운 데다가, 오래지 않아 적응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이 과정이 몇 차례 반복되면, 어느 순간 ‘과거에 비해 확실히 잘 안 들린다’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따라서 중년 이후에는 청력 손실 여부에 관심을 갖고 정기적으로 검사하며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일상생활 속 과도한 소음 주의
연구팀은 중년기의 청력 손실을 부르는 주요 원인으로 ‘직업적 환경’을 꼽았다. 큰 소음이 자주 발생하는 직장에서 일하는 경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웬만한 수준의 소음에 무뎌지는 경향이 있다. 이를 ‘적응’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청력 손실이 진행되는 과정일 수 있다. 따라서 청력을 보호하기 위한 적정 장비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헤드폰, 또는 노이즈 캔슬링이 적용된 이어폰으로 음악을 너무 크게 듣는 것도 문제가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청력 손실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비교적 젊은 시절부터 과도한 소음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지면, 그만큼 청력 건강이 나빠질 우려가 크다. 과도한 소음을 듣는 기간이 긴 만큼, 그에 적응해버릴 가능성도 높다. 이런 경우 중년 이후의 청력 손실과 치매 위험이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청력 손실이 발견된다면, 일찌감치 치료 또는 교정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직업에 따라 과도한 소음에 노출될 수 있으니, 적절한 보호장비를 사용해야 한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최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직접적인 사인은 뇌졸중과 그에 따른 심부전이었다. 하지만 알려진 바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랜 기간 폐렴 치료를 받아왔다. 심각한 폐렴으로 입원했다가 회복해 교황청으로 돌아간 적도 있다.
폐 깊숙한 곳에 생기는 폐렴
폐렴은 감기와 동일한 호흡기 질환이지만, 원인과 증상, 그리고 위험성은 판이하게 다르다. 감기는 여러 종류의 호흡기 바이러스에 의해 코와 목 등 상기도 부위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을 통칭한다. 특별한 치료가 없더라도 대개 1주일 안에 저절로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폐렴은 폐에 염증이 생기는 병으로, 세균과 바이러스, 곰팡이 같은 병원균이 폐에 들어와 생긴다. 쉽게 말하면 폐에 감염이 생겨 숨쉬기가 힘들고 열이 나는 병이다. 상기도 감염에 그치는 감기와 달리, 폐 깊숙한 부위까지 감염되므로 수시로 숨이 차고 높은 열이 나게 된다. 폐렴은 치료하지 않으면 악화되는 질환으로, 노인과 어린이, 기저질환자의 경우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노인들의 경우 감기처럼 보이더라도 폐렴일 가능성을 항상 의심해야 한다. 또, 기침 없는 폐렴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반적으로 노인들은 면역력이 약한 경우가 많아 폐렴 발생률이 높고, 사망률 또한 젊은 층보다 훨씬 높다. 특히 75세 이상에서는 폐렴이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높은 순위로 거론된다.
노인들은 기침을 하거나 가래를 뱉는 힘도 약해지는 일이 종종 있다. 이로 인해 균을 잘 배출하지 못하게 되고, 입이나 목에 있던 세균이 폐로 넘어가 폐렴을 일으킬 수 있다.
기침이 약해져 세균을 잘 배출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기저질환 있으면 폐렴 위험 증가
한편, 고혈압과 당뇨 등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폐렴 위험이 크게 증가하며 백혈구 기능이나 점막 방어력도 약해진다. 입원 치료 중 감염되는 병원성 폐렴은 특히 예후가 나쁘다. 노인에게 폐렴이 생기더라도 증상 인식이 늦어지는 경우도 많다. 특히 고열이나 기침 같은 전형적인 증상이 약하게 나타나거나, '기침 없는 폐렴'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세란병원 내과 장준희 부장은 “폐렴은 폐에 염증이 생기는 병으로, 노인은 면역력이 약해 쉽게 걸리고, 기운 없음이나 헛소리를 하는 등 애매한 증상으로 시작할 수 있다”며 “젊은 사람은 기침과 열이 먼저 나타나는데 노인은 식욕 떨어짐, 기운 없음, 정신혼란 같은 애매한 증상이 먼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침 없는 폐렴, 평소와 다른 변화에 주의
노인들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기침 없는 폐렴을 포착하기 위해서는, 평소와 다른 작은 변화가 있지 않은지를 살펴야 한다. 대표적으로 △기운이 없고 누워만 있으려고 함 △숨을 쉬는데 가쁜 느낌이 생김 △말이 어눌해지거나 사람, 장소를 헷갈려 함 △식욕의 급격한 감소 △미열과 오한 △입이 심하게 마르고 소변이 줄어듦 등이 있다.
만약 기침, 가래, 호흡곤란, 의식 저하, 식욕 저하와 같은 변화가 있으면 즉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그냥 감기 같다”라며 방치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노인 폐렴은 폐렴구균 백신 접종, 독감(인플루엔자) 백신 매년 접종 등을 받아야 하며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노인은 구강 세균이 폐로 넘어가면서 폐렴을 일으키는 경우도 많으므로 구강 위생 관리도 중요하다.
세란병원 내과 장준희 부장은 “65세 이상에서는 폐렴 발생률이 젊은 사람보다 5배 높고, 입원할 확률도 훨씬 많다”며 “폐렴을 절반 이상 예방할 수 있으므로 예방접종을 꼭 하고, 틀니를 매일 깨끗이 세척하는 등 입과 치아를 깨끗하게 관리해야 한다. 평소와 다른 작은 변화가 폐렴의 신호일 수 있으므로 부모님의 건강을 잘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은, 보통 나이에 비해 젊고 건강하게 사는 사람에게 쓰곤 한다. 실제로 건강 분야에서는 나이를 두 가지 관점으로 나눠서 본다. 하나는 글자 그대로 태어난 해로부터 측정하는 ‘연대기적 나이(Chronological Age)’이며, 다른 하나는 신체 장기와 조직의 건강 상태를 평가하는 ‘생물학적 나이(Biological Age)’다.
생물학적 나이는 실질적인 건강 상태를 측정할 때 유용하다. 다만, 정확한 측정 기준이 일원화돼 있지 않기 때문에 측정 주체마다 결과에 다소 차이가 난다는 단점이 있다. 미국의 한 연구진이 기존의 측정법에 비해 높은 정확도를 가진 평가 도구를 선보였다.
‘건강 엔트로피’에 기반한 건강 평가
미국 워싱턴 대학 의과대학 연구팀은 지난 5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새로운 건강 평가 도구와 그 방법론을 설명하는 논문을 게재했다. 이 평가 도구는 ‘헬스 옥토 툴(Health Octo Tool)’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연구팀은 기존의 건강 평가 방법이 ‘특정 개별 질환의 위험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다 정확한 평가를 위해서는 질병과 질병 사이의 상호작용도 고려해야 하며, 비록 사소한 질병이라도 전반적인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관점을 기반으로 특정 질환이 아닌 신체 기관 또는 전신의 노화를 표적으로 삼고자 했다.
연구팀이 사용한 접근법은 ‘건강 엔트로피(Health Entropy)’라는 개념에 뿌리를 두고 있다. ‘엔트로피(Entropy)’는 보통 ‘무질서도’ 또는 ‘불확실성’을 나타내는 물리학 개념이다. 이를 생물 현상에 적용해보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노화 또는 손상된 세포, 본래 기능을 상실한 분자가 많아지게 되고, 이에 따라 전체적인 신체 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무질서도' 또는 '불확실성'을 의미하는 '엔트로피'를 생물학적으로 해석해 활용했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장기마다 ‘생물학적 나이’ 달라
연구팀은 1958년부터 시작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볼티모어 종단 노화 연구(BLSA)’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의 질병 이력과 건강 검진 결과, 변화 추이 등을 토대로, 자신들이 개발한 ‘헬스 옥토 툴’의 타당성을 검증하고자 한 것이다.
연구팀은 먼저 ‘신체 장기 질환 점수(Body Organ Disease Number)’를 확립했다. 심혈관계, 호흡기계, 중추신경계 등 질병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 체내 시스템을 분류하고, 개인별 암 발병 이력, 뇌졸중 경험 여부 등을 토대로 1~14점까지의 점수를 매겼다.
연구팀은 각각의 장기 및 체내 시스템은 각기 다른 속도로 노화가 진행된다는 점에 착안해, 각 장기와 시스템의 실제 생물학적 나이를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를 개발했다. 또한, 이 개념을 몸 전체로 확장해, ‘신체 시계(Body Clock)’라는 총체적인 측정값을 정의하고, 그 시계가 돌아가는 속도를 나타내기 위해 ‘신체 나이(Body Age)’라는 복합 측정값을 정의했다.
보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각 장기별 현재 상태’와 ‘노화 속도’를 따로 측정한 다음, 이들을 종합해 전체적인 생물학적 나이를 산출하는 접근법이다.
'시계'(상태)와 '나이'(속도)로 구분
여기에 한 가지 더 고려할 부분이 있다. 주민등록상 나이가 같다고 해서 신체 노화 정도가 동일하지는 않다는 점은 당연한 사실이다. 마찬가지로, 생물학적 나이가 같은 모든 사람들의 신체적 기능 저하가 동일한 수준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연구팀은 이 부분을 고려해 추가 지표를 개발했다. 나이가 들면 일반적으로 걷는 속도가 느려진다는 점에 착안해, 생물학적 나이가 보행 속도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속도 기반 신체 시계/나이(Speed-Body Clock/Age)’를 개발했다. 또한, 생물학적 노화가 신체 장애나 인지 장애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평가하는 ‘장애 기반 신체 시계/나이(Disability-Body Clock/Age)’도 만들었다.
연구팀은 이렇게 총 8개의 지표를 확립했다. ▲신체 시계 ▲신체 나이 ▲각 장기별 시계 ▲각 장기별 나이 ▲속도 기반 신체 시계 ▲속도 기반 신체 나이 ▲장애 기반 신체 시계 ▲장애 기반 신체 나이다. ‘시계’는 현재의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 ‘나이’는 변화 속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이해하면 좀 더 수월할 것이다.
연구팀은 이들 8가지 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간단한 건강 검진으로 수집한 정보만 가지고도 개인의 노화 과정과 향후 위험 요인을 높은 정확도로 파악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를 바탕으로 노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파악하고, 건강 수명을 늘릴 수 있는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몸 전체의 시계와 각 장기&시스템별 시계를 토대로 생물학적 나이와 건강 상태를 진단하는 접근법이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식단에 따라 장내 미생물 다양성과 구성 비율 등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여러 차례 언급된 사실이다. 특히 과일, 채소, 통곡물 섭취는 장내 미생물 다양성과 직접적 연관이 있다. 장내 미생물은 종류에 따라 다양한 대사산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미생물 다양성 부족은 면역 체계의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
식단에 따른 장내 미생물 다양성 차이
지난 4월 30일 미국 시카고 대학 연구팀이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흔히 ‘서구식 식단’이라 부르는 식습관은 건강한 장내 미생물군 형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면, 지중해 식단을 기초로 한 식단은 장내 미생물 다양성을 갖추는 데 효과적이었다.
연구팀은 쥐 모델에게 항생제를 투여해 장내 미생물을 없앤 다음, 서로 다른 식단을 섭취하도록 해 장내 미생물 다양성의 재건 과정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장내 미생물 구성에 따라 면역 체계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도 함께 살펴보았다.
서구식 식단을 섭취한 쥐들은 건강한 장내 미생물군을 재건하지 못했고, 살모넬라와 같은 병원균 감염에 더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과일과 채소, 통곡물 기반의 식단을 섭취한 쥐는 항생제를 투여한 후에도 장내 미생물 다양성을 빠르게 회복했다.
서구식 식단을 섭취한 쥐들은 ‘분변 미생물 이식(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 FMT)’을 통해서도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FMT를 통해 건강한 동물의 대변 미생물을 이식했음에도, 서구식 식단을 섭취한 쥐들의 장내 미생물 다양성 회복 효과는 미미했다.
많은 사람들이 즐겨먹는 서구식 식단은 장내 미생물 다양성 확보에 비효율적이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항생제 치료 이후의 대안 제시
항생제는 보통 특정 병원균에 의한 감염 치료를 위해 사용된다. 다만, 무차별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유해한 균은 물론 건강 유지에 필요한 유익균까지 제거한다는 단점이 있다. 장내 미생물들 역시 항생제로 인해 파괴될 수밖에 없다.
시카고 대학 의학 교수인 유진 B. 창 박사는 “포유류의 장내 미생물 군집은 ‘숲’과 같아서, 손상될 경우 특정 절차에 따라 원래 상태로 회복된다”라며 “하지만 서구식 식단을 섭취할 경우,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미생물이 회복되기 위한 영양분을 공급하지 못한다”라고 지적했다. 소수 미생물이 영양분을 독점해, 건강한 미생물 군집 회복을 위한 기반이 갖춰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암 치료 또는 장기 이식 수술을 받는 환자들은 강력한 항생제와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로 인해 ‘다제 내성균’에 의한 감염에 노출되기도 한다. 창 박사는 이러한 환자들에게 식단 기반의 치료 또는 회복이 가능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는 “음식이 처방이자 약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이야기했다.
항생제 치료 이후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치료 대안이 될 가능성이 있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봄은 야외활동에 최적화된 시기다. 기온도 그렇고 생동하는 분위기도 그렇다. 다만, 황사와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꽃가루가 만연하는 시기이기도 하므로 호흡기 건강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평소 호흡기가 약하거나 자극에 민감한 경우 천식 증상이 나타나거나 악화될 수 있다. 천식 주요 증상 및 적절한 관리법을 알아본다.
천식 주요 증상
천식(Asthma)은 기관지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기관지는 호흡을 통해 유입되는 공기가 폐로 들어가기 위한 통로다. 기관지가 여러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할 경우 통로가 부어올라 좁아지게 되는데, 이로 인해 숨쉬기 힘든 증상이 나타난다.
천식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만약 가족 중 알레르기 질환을 앓고 있거나 비만인 사람이 있다면 상대적으로 천식 발생 위험이 높을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한 가지 알레르겐에 특히 취약한가 하면, 또 어떤 사람들은 여러 알레르겐에 모두 반응하는 경우도 있다. 익히 알려진 알레르기 원인 외에도 급격한 기온 변화, 담배 연기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천식 주요 증상으로는 기침과 쌕쌕거림이 있다. 기침은 특히 밤이나 새벽, 혹은 운동을 할 때 심한 마른 기침 형태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또한, 기관지가 좁아지기 때문에 숨을 내쉴 때 휘파람 소리 같은 쌕쌕거리는 소리가 나게 된다. 이밖에 숨이 차고 가슴이 답답한 기분이 종종 들며, 때로는 말을 하기 어려울 정도의 호흡곤란 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천식 주요 증상 중 일부는 감기와 혼동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계절마다 연례 행사처럼 반복된다거나, 또는 특정 조건의 환경에서 증상이 나타나거나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면 천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전염되는 질환이 아니니 불필요한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천식 주요 증상의 관리 필요성
천식 증상이 의심되면 정확한 진단을 받아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최준영 교수는 “천식 증상이 악화되면 섬유화, 기도개형 등 영구적인 폐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섬유화(Fibrosis)는 장기나 조직의 손상 또는 염증이 반복될 때, 정상 조직이 딱딱하고 두꺼운 섬유성 결합조직으로 변하는 현상이다. 상처가 났던 자리에 딱딱한 흉터가 생기는 모습을 연상하면 된다. 천식으로 인한 만성 염증은 기관지 주변 조직의 섬유화를 유발해 폐의 기체 교환 기능을 둔화시킬 수 있다.
기도개형(Airway Remodeling)은 기관지 벽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변화를 통칭한다. 쉽게 말해, 염증이 반복되면서 기관지의 모양과 구조가 영구적으로 변형되는 것이다. 천식으로 인한 기도개형의 경우, 기관지가 점점 좁아지고 단단해지는 방향으로 변형을 일으킬 수 있다.
천식 증상이 악화되면 일상생활에도 큰 지장을 주게 된다. 또한, 기관지가 좁아지는 변형이 발생할 경우, 갑작스러운 천식 발작으로 응급상황에 처하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단순 감기로 치부하고 넘어가지 말고, 정확한 진단 하에 관리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상생활 속 천식 예방 및 관리
천식은 만성 질환이다. 따라서 완전한 치료보다는 증상 조절 및 안정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말은 증상이 다소 완화되더라도 임의로 약물 사용을 중단하거나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전문의 상담이나 진단을 통해 천식 증상을 일으키는 요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노출을 최소화는 것이 기본이다. 먼지나 곰팡이 등이 원인이라면 잦은 환기와 청소 등으로 거주공간을 항상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지가 많이 날리는 이불이나 카펫을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을 찾는 것도 필요하다.
감기와 독감 같은 전염성 호흡기 질환은 천식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주범이다. 비교적 가벼운 감기도 천식 주요 증상 악화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평상시 개인위생 및 컨디션 관리에 보다 철저할 필요가 있다. 독감 등 바이러스가 유행하면 가능한 한 예방접종을 꼭 맞도록 한다.
최준영 교수는 “천식은 적절히 관리하면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한 질환”이라며 “기침이 오래가거나 특정 계절, 특정 환경에서 증상이 반복될 경우, 가볍게 넘기지 말고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스마트폰과 컴퓨터는 현대인의 필수품으로 꼽힌다. 매일 마주하는 디지털 화면은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눈의 피로’라는 장기적 과제를 안겨주기도 한다. 특히 디지털 기기 사용 시 눈 건강을 지키기 위해 다크 모드 또는 블루라이트 차단 기능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방법들이 실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인제대학교 일산 백병원 안과 이도형 교수의 이야기를 정리해보았다.
다크 모드 맹신하지 말아야
스마트폰을 비롯한 디지털 기기는 기본적으로 밝은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다. 사실 디지털 기기가 아닌 종이 기반 인쇄물도 대부분 마찬가지다. 과학적으로 봤을 때 하얀색은 모든 가시광선을 반사하는 것이므로, 사실상 모든 파장의 빛이 반사돼 눈으로 들어오는 셈이다. 하얀 바탕을 볼 때 다소 눈이 피곤하다고 느낄 수 있는 이유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기기 사용 시 눈 건강을 고려해 컴퓨터 바탕화면 또는 스마트폰 화면을 ‘다크 모드’로 사용한다. 바탕을 검은색으로, 글씨를 흰색으로 반전시킴으로써 눈에 가해지는 피로를 줄여주자는 취지다. 실제로 어느 정도는 효과가 있는 방법이다. 모든 파장의 빛을 반사하는 흰색의 비율이 대폭 줄어들면서 전체적인 화면 밝기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산 백병원 안과 이도형 교수는 이 부분을 지적한다. 디지털 기기 사용 시 눈 건강을 고려해 다크 모드를 사용한다고 하지만, 이로 인해 ‘가독성(Readability)’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어두운 배경에 흰색으로 된 글씨를 읽을 경우, 어떤 사람들은 글씨 주변에 빛이 번지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글씨 주변에 할로 현상(Halation)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디지털 기기 사용 시 눈 건강 문제가 오히려 심해질 수 있다. 가독성이 떨어지면 선명하게 보기 위해 눈에 더 힘을 주게 되고, 이로 인해 눈에 가해지는 부담이 커지게 되는 탓이다. 다크 모드를 사용하는 것은 분명 어떤 면에서 효과가 있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다크 모드는 사람에 따라 '가독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블루라이트에 관한 진실
디지털 기기 사용 시 눈 건강과 관련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블루라이트(청색광)’다. 블루라이트란 가시광선 중 380㎚~500㎚ 범위의 파장을 갖는 빛으로, 전체 가시광선 스펙트럼 중 인간이 인식하기로는 파란색(청색) 영역에 해당한다.
현대에 사용되는 많은 디지털 기기 화면은 ‘LED(발광 다이오드)’를 사용하는데, 이때 기본적인 광원 자체가 파란색 계열 빛을 강하게 방출하는 경향이 있다.
블루라이트가 눈을 자극하면 각막이나 수정체를 통과해 망막에 도달하게 된다. 디지털 기기 화면을 오래 바라봤을 때 눈이 아프거나 피로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실제로 장시간의 블루라이트 노출은 망막 손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다만, 이도형 교수는 “아직까지 어느 정도의 블루라이트 노출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명확한 데이터는 없다”라고 이야기한다.
이도형 교수는 또한, “생체 리듬상 블루라이트는 필수”라고 이야기한다. 일부러 블루라이트를 차단하려는 것이 자칫 생체 리듬을 깨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햇빛에 포함된 블루라이트는 뇌 시상하부의 ‘생체 시계(Circadian Clock)’에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강렬한 햇빛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것은 눈 뿐만 아니라 피부 건강 차원에서도 좋지 않으므로 적당한 수준의 노출 관리가 필요하다.
다만, 이 교수의 말은 햇빛에 포함된 블루라이트에 관한 이야기다. 디지털 기기를 통해 방출되는 블루라이트는 별개다. 기기 화면의 블루라이트는 햇빛에 비해 강도가 매우 약하지만,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블루라이트 또한 마냥 '안 좋은 것'이라 인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설탕 대체재 중 하나로 사용되는 에리스리톨(Erythritol)이 혈관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최근 열린 미국 생리학 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기존에 식품 첨가물로서의 안전성이 확인된 성분이기 때문에, 이번 대체 감미료와 혈관 건강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 내용은 여러 모로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식약처 승인 받은 대체 감미료
에리스리톨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승인을 받아 우리나라에서도 사용되고 있는 대체 감미료 중 하나다.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명시된 바에 따르면, 에리스리톨은 식약처가 승인한 대체 감미료 22종 중 하나다.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제로 칼로리 음료에 흔히 사용되는 감미료 8종 중 하나이기도 하다.
흔히 에리스리톨을 ‘인공 감미료의 한 종류’로 알고 있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는 보다 엄밀하게 분류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인공 감미료라는 표현을 익숙하게 사용하지만, 실제로는 좀 더 복잡한 분류 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에리스리톨의 경우, 과일이나 발효 식품에 자연적으로도 존재하는 ‘당 알코올(Sugar Alcohol)’이므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감미료와는 다르게 분류해야 한다.
감미료의 분류 체계와 식약처 승인 감미료 22종 / 출처 : 국가건강정보포털
식약처로부터 안전성을 인증받은 것과 별개로 에리스리톨의 다량 섭취에 따른 부작용 사례는 일찍부터 보고돼 왔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설사와 복통, 가스 발생 등 주로 소화기와 관련된 문제들이었다. 물론,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신선식품 중에도 과도하게 섭취하면 해로운 경우가 종종 있으니 그것만으로 문제가 있다고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
대체 감미료와 혈관 건강
하지만 이번 미국 생리학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연구를 보면, 에리스리톨을 비롯해 대체 감미료와 혈관 건강의 연관성을 다시 한 번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여겨진다. 에리스리톨 섭취가 혈관 세포에 영향을 미쳐 뇌졸중 및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기 때문이다.
미국 콜로라도 볼더 대학 연구팀은 인간의 뇌 미세혈관 세포에 에리스리톨을 처리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제로 칼로리 음료 한 잔 분량에 해당하는 매우 적은 양의 감미료에 노출시켰음에도, 세포의 산화 스트레스 수치가 높아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또한, 감미료를 처리했을 때 혈관 세포가 생성하는 일산화질소의 양이 줄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혈관 내피세포가 생성하는 일산화질소는 혈관 확장에 기여하는 중요한 화합물이다. 일산화질소 수치가 감소하면 혈관 확장이 감소하고 혈류 저하가 발생한다. 즉, 산화 스트레스 증가와 일산화질소 감소를 근거로 에리스리톨이 혈관 건강에 해롭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기존의 대체 감미료와 혈관 건강에 대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에리스리톨을 비롯한 인공 감미료, 대체 감미료를 얼마나 자주 섭취하고 있는지를 의식하고, 그 섭취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매우 적은 양의 대체 감미료도 혈관 세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는 여러 의미의 시사점을 던진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