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병원장 김한수) 산부인과 김영주 교수팀이 자궁경부 질액의 분석을 통해 '조산을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바이오마커'를 발굴했다.
김영주 교수팀의 이번 연구 논문은 SCI급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인터넷판 4월호에 게재됐다. 논문은 ‘자궁경부 질액의 폴리-시알릴화 글리칸은 조산의 잠재적 바이오마커가 될 수 있다(Poly-sialylated glycan of cervicovaginal fluid can be a potential marker of preterm birth)’라는 제목이다.
김영주 교수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만삭과 조산 임산부의 자궁경부 질액 내 N-글리코실화 분석으로 조산 예측도가 높은 3개의 폴리-시알릴 글리칸을 발견했다.
김영주 교수팀은 조산 예측 바이오마커로서 자궁경부 질액 내 단백질의 부위별 N-결합 글리코실화가 만삭과 조산 그룹에서 다르게 나타날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비교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총 6,595개의 N-결합 글리코펩타이드가 분석됐고 이 중 조산 그룹에서 173개의 글리칸이 만삭 그룹과 비교해 유의미하게 증가됐으며 낮은 수준의 푸코실화와 높은 수준의 시알리화 글리칸의 특징이 나타났다.
그 중 질액 내 마이크로바이옴 구성에 상관없이 모든 샘플에서 발현되는 3개의 폴리 시알릴화 글리칸을 발견했으며 높은 조산 예측값(AUC = 0.802, p<0.017)을 보여줬다. 또한, 체질량지수 또는 산모 나이와 같은 임상지표와 함께 사용했을 때 조산 예측 정확도가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자궁경부 질액은 기능성 단백질들이 다양한 글리칸 구조로 혼합되어 있으며, 이 당단백질의 당화 발현은 숙주-병원체 인식, 면역 방응, 세포 신호 및 임신 상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산 예측 가능성에 대한 명확한 연구 결과는 거의 없었다.
김영주 교수는 “자궁경부 질액의 폴리-시알릴화 글리칸이 임신 중 조산을 예측하는 새로운 임상 마커로서 잠재적 가치가 있다”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 조산을 미리 감지하기 위해 자궁경부 질 글리칸을 이용한 새로운 예측 바이오마커 개발 전략을 제시했다.
한편, 김영주 교수는 2023년부터 보건산업진흥원의 한국-영국 글로벌연구협력지원사업으로부터 과제를 수주 받아 다인종 임상 샘플에서 AI를 활용한 멀티오믹스 분석 기반의 조산 예측 마커 발굴을 진행하고 있으며, 다수의 국내 특허 등록과 논문을 발표했다.
장내 미생물군은 건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독일 연구팀이 발표한 또 하나의 연구에 따르면, 장내 미생물과 노화 사이에도 밀접한 관련이 있음이 확인됐다. 장내 미생물의 대사가 감소하면서 노화와 관련된 변화가 나타난다는 것이 연구의 골자다. 해당 연구는 이러한 내용과 함께, 노화 속도를 조절하기 위한 치료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장내 미생물과 노화의 관계
독일 킬 대학교와 예나 대학병원 연구팀은 동물 실험을 통해 노화 과정에서 장내 미생물군의 대사 활동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장내 미생물과 노화 사이에 연관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연구팀은 나이가 든 쥐에게서 미생물 군집을 채집해 젊거나 어린 쥐에게 이식하자, 염증 반응이 증가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반대로 젊은 쥐에게서 채집한 미생물 군집을 나이든 쥐에게 이식하자 활력을 되찾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장내 미생물 군집의 대사 활동이 전체 대사 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다.
연구팀은 다양한 연령대의 쥐 모델로부터 장, 뇌, 간 조직 및 대변 샘플을 확보해 분석한 다음, 이를 토대로 미생물들과 체내 장기 및 조직 사이에 이루어지는 분자 교환을 규명하기 위한 컴퓨터 모델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이 컴퓨터 모델을 활용해 미생물 군집이 체내 대사에 필요한 물질을 어떻게 생성하는지를 이해했으며, 나이가 들면서 이 과정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체내 미생물과 체내 장기와 조직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분자 단위 교환을 규명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됐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대변 이식으로 노화 영향 개선
또한, 연구팀은 앞선 테스트를 통해 대변 이식이 노화 속도를 늦추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는 쥐 모델을 대상으로 한 대변 이식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나이가 든 쥐에게 2년에 걸쳐 약 8주마다 젊은 쥐의 대변을 이식했다.
그러자 대변을 이식받은 나이든 쥐는 운동 기능 조절 능력이 개선됐으며, 장벽 투과성도 낮아지는 효과를 보였다. 염증 반응도 뚜렷하게 감소했다. 노화 과정에서 가벼운 수준의 염증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또한 훌륭한 근거다.
한 마디로, 장내 미생물군을 ‘회춘’시킴으로써, 노화 시계를 되돌렸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미생물 군집을 기반으로 한 치료법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는 노화 속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대사회에 유의미한 메시지를 던지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미생물군에 기반한 노화 치료법 연구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장내 미생물군이 인간의 생물학적 연령이 변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장내 미생물과 노화 사이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증명한 연구라고도 볼 수 있다. 현재 연구팀은 기존에 유통되고 있는 식품이나 영양제 등을 통해 미생물군의 노화를 막거나 늦추거나 되돌리는 방법이 있는지를 알아보고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두 건의 논문을 발표했다. 미생물군의 체내 대사 과정 모델링과 이를 활용한 대사 효율 변화를 확인한 연구는 지난 3월 26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미생물학(Nature Microbiology)>에 게재됐다.
한편, 쥐 모델을 대상으로 대변 이식 실험을 하고 실제로 노화가 개선되는 모습을 확인한 연구는 지난 4월 2일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저널에 게재됐다.
장내미생물과 노화 사이에 분명한 연결고리가 있다는 증거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부산대학교 연구진이 ‘먹는 약’으로 부작용 없이 대장암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 항암제는 몸 전체로 퍼져 정상 세포에도 영향을 미치는 부작용이 있었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약물이 대장암 부위에만 선택적으로 전달되도록 설계됐다.
sol-gel-sol 전환 기술
부산대학교(총장 최재원) 제약학과 유진욱 교수 연구팀은 최근 경구투여 경로를 이용해 전신 분포 없이 대장암 조직에 직접적·선택적으로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효과적인 국소 정밀 대장암 치료 플랫폼 기술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대장암 치료에 있어 항암화학요법이 주된 치료 방법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으나, 현행 치료법은 대부분의 약물이 암 조직이 아닌 정상 조직으로 분포돼 극심한 부작용을 일으키고 암 조직에는 매우 적은 약물만이 축적돼 치료 효과가 제한되는 큰 한계점이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를 해결하고자 ‘sol-gel-sol 전환 기술’과 암세포 특이적 나노복합체를 결합한 새로운 약물 전달체를 개발했으며, 암 조직으로의 선택적인 약물 분포 및 향상된 종양 성장 억제 효과를 대장암 동물 모델을 대상으로 검증했다.
* sol-gel-sol : 특정 환경에서 약물이 고체(gel) 상태와 액체(sol) 상태를 오가는 방식. 이번 연구에서는 약물이 섭취 후 고체 상태로 보호됐다가, 대장에서 다시 액체 상태로 변해 약물이 방출되는 방식으로 활용됐다. 이를 통해 약물이 대장암 부위까지 안전하게 도달하고, 효과적으로 작용하도록 했다.
경구투여된 약물 전달체는 위에서 산성 환경에 의해 고체(gel) 상태로 변환돼 내부에 봉입(封入)된 약물 나노복합체가 흡수 또는 분해되지 않도록 보호한다. 이후 대장에 도달하면 pH 변화에 따라 gel 구조가 해체돼 나노복합체가 암 조직에 선택적으로 분포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한, 암 조직에 분포된 후 나노복합체는 암세포 내 특정 효소 활성에 반응해 약물 방출이 촉발돼 건강한 조직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강력한 항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했다.
다른 대장 질환 치료에 응용 가능
연구팀이 제안한 약물 전달 메커니즘은 항암 치료에 있어 기존 전신 투여 방식의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염증성 장 질환과 같은 대장 질환 및 마이크로바이옴(인체미생물 유전정보) 치료제 개발에도 적용 가능성이 매우 높아 다양한 대장 질환 치료를 위한 국소 정밀 치료제 개발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유진욱 부산대 제약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순히 대장암 치료를 넘어, 국소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이라며 “앞으로 이 기술이 환자들의 삶의 질을 크게 개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 및 세종과학펠로우십 지원을 받아 부산대 제약학과 유진욱 교수가 교신저자, 이주호 박사가 제1저자로 수행했으며, 국제 학술지 <화학공학 저널(Chemical Engineering Journal)>에 지난 2월 1일자로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위장관 내 sol-gel-sol 변환 및 암세포 특이적 나노복합체를 응용한 경구용 국소 대장암 표적 치료(On-site sol-gel-sol transition of alginate enables reversible shielding/deshielding of tumor cell-activated nanoconjugates for precise local colorectal cancer therapy)’다.
위장관 내 sol-gel-sol 변환 및 암세포 특이적 나노복합체를 응용한 경구용 국소 대장암 표적 치료제 개발 개요 / 사진 출처 : 부산대학교
장내 미생물의 세계는 복잡미묘하다. 인간에게 유익한 균과 박테리아가 있는가 하면, 유해한 것들도 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장내에 유익균만 있는 편이 좋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유해균도 어느 정도 존재하는 상태를 건강한 것으로 본다. 장내 유해균에 의해 면역 체계를 훈련시킬 수 있기도 하고, 일부 유해균은 대사에 필요한 물질을 생성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핵심은 장내 유해균이 과도해지지 않도록 통제하는 것이다. 의료과학계에서는 이를 통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이른바 ‘미생물 백신’에 대한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유해균을 통제하는 백신
장내 유해균도 종류가 다양하다. 어떤 것은 단순히 설사를 일으키는 정도에 그치는 것도 있지만, 어떤 것은 조용히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약해지거나 장벽이 손상되는 등 혈류로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노린다. 이는 패혈증이나 장기 염증과 같은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심지어 이들 중에는 항생제에 내성을 갖고 있어 통제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ETH 취리히)와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병리학 교수로 있는 에마 슬랙의 연구팀은 국제적 협력을 통해 장내 병원균(유해균)에 대한 백신 연구를 진행 중이다. 특히 항생제가 듣지 않는 미생물들에 대한 백신에 주목하고 있다.
이 국제 연구팀은 최근 기존과는 다른 방식의 백신 적용을 시도했다. 인체에는 무해하면서 장내 유해균과 같은 먹이를 공유하는 미생물을 먹는 약 형태로 투여함과 동시에 백신 접종을 병행한 것이다. 유해균의 힘을 약하게 만든 다음, ‘먹이 경쟁에서 밀려 굶어죽게 만든다’라는 접근법이다.
연구팀은 쥐를 대상으로 이 방법을 테스트하고, 그 결과를 현지시각 3일 <사이언스(Science)> 저널에 발표했다.
장내 유해균은 종류에 따라 심각한 염증성 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 Designed by Freepik
유해균과 경쟁하는 무해균
연구팀은 이 방법으로 살모넬라균의 과도한 증식을 예방했다. 또한, 이미 과하게 증식한 병원성 대장균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었다. 백신 접종과 박테리아 투여를 각각 따로 진행한 결과와 비교했을 때, 두 가지 방법을 함께 적용한 쪽이 훨씬 효과적이었다.
이 방법의 핵심은 장내 유해균과 경쟁할 수 있는 이른바 ‘무해한 미생물(무해균)’을 확보하는 것이다. 장의 같은 부위에 살면서, 동일한 pH 및 산소 수준을 견딜 수 있어야 하며, 동일한 영양소를 먹이로 삼아야 한다. 그러면서도 인체에는 해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
꽤나 까다로운 조건이지만 연구팀은 그에 적합한 경쟁 미생물을 확보할 수 있었다.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유전공학적 접근법을 활용해 살모넬라균과 경쟁할 수 있는 무해한 균주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정원 가꾸기’와 비슷하다
기존의 방법은 백신을 써서 장내 유해균을 제거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유해한 균들이 차지한 자리를 무해한 균으로 ‘대체’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슬랙 박사는 이 작업을 원예, 즉 ‘정원 가꾸기’에 비유했다. “정원의 한 구역에 잡초가 자라는 것을 막으려면, 잡초를 제거한 다음 다른 식물을 심어야 한다. 비워두면 다시 잡초가 자랄 테니까.”라는 것이 슬랙 박사의 설명이다.
장내 미생물 생태계는 사람마다 세세한 차이를 보인다. 과거의 연구 사례들을 살펴보면, 어떤 사람들의 장내에는 유해균을 견제할 수 있는 미생물들이 자연스럽게 포함돼 있다. 이런 사람들은 기존의 백신 접종 방법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장내 유해균의 비중이 너무 높거나 유해균을 견제할 무해균이 없다. 연구팀은 새로운 복합 투여 방식이 이런 사람들에게 유의미한 효과를 줄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이 방법은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항생제로 인한 부작용을 걱정할 필요도, 항생제 내성균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는 설명이다.
슬랙 박사는 “예를 들면, 장기 이식을 위해 면역 억제제를 복용해야 하는 환자에게 특히 유용할 수 있다”라며 “이 방법이 진척되면 임상에서 항생제 사용을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 접근법이 더 진척되면 임상 현장에서 항생제로 인한 문제를 크게 줄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두경부암은 뇌 아래부터 가슴 윗부분 사이에서 발생하는 모든 암을 통틀어 부르는 말이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아주대학교병원(이하 아주대병원) 연구팀이 두경부암(Head and Neck Cancer, HNC)에서 암세포의 생존 및 항암치료 저항의 핵심이 되는 단백질을 규명했음을 발표했다.
두경부암 종류와 현황
두경부암은 두경부, 즉 뇌 아래부터 혀, 인두, 후두 등 가슴 윗부분 부위에 생긴 암을 통틀어서 일컫는 말이다. 가장 흔한 유형으로는 입 속, 목 부위 등에서 발생하는 ‘편평세포암’이 꼽히며, 그밖에 널리 알려진 종류로는 후두암, 구강암, 갑상선암, 비인두암 등이 있다.
국내에서는 매년 수천 명, 많게는 1만 명 이상의 신규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게다가 두경부암은 약물 저항성이 높아 치료가 어렵고, 치료하더라도 재발율이 높은 악성 종양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두경부암의 핵심 단백질
아주대병원 이비인후과 김철호 교수 연구팀은 두경부암의 약물 저항성과 재발율의 근본적 메커니즘을 밝혀내기 위한 연구를 이어왔다. 그 결과 ‘TBK1(TANK-binding kinase 1)’이라는 단백질이 암세포의 생존과 항암제 저항성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TBK1은 주로 면역 반응, 염증 반응, 그리고 세포 생존과 관련된 과정에 관여하는 단백질이다.
연구팀은 암세포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TBK1 단백질이 '자가포식(autophagy)' 작용과 '스트레스 과립(stress granule, SG)'의 형성을 유도함으로써, 암세포의 생존력을 높이고 시스플라틴과 같은 항암제에 저항력을 키운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 자가포식(autophagy) : 세포가 손상된 부분을 스스로 제거하는 과정.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해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 기능을 최적화함으로써 세포의 생존력을 높이는 데 기여함.
* 스트레스 과립(stress granule) : 세포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세포 내에 형성되는 구조물. 중요한 유전 정보를 보호하는 방어막 역할과 단백질 합성을 조절하는 역할을 함.
암세포 생존 돕는 자가포식
연구팀의 성과 중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TBK1’이 자가포식과 스트레스 과립 형성을 각각 독립적으로 활성화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연구팀은 자가포식 후반부에 '오토파고좀-리소좀 융합 (autophagosome-lysosome fusion)'이라는 과정이 이루어지는데, TBK1이 이를 촉진함으로써 스트레스 과립 형성에 적합한 환경을 만든다는 점을 규명했다.
또한 두경부암 환자의 종양 조직에서 TBK1의 과활성화가 환자의 불량한 예후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음을 확인했다. TBK1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서, 암세포는 항암제 투여와 같은 스트레스 환경에서 더욱 잘 생존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자가포식은 세포 건강을 개선하고 생존력을 높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작용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 경우는 암세포의 생존과 재발에 기여하는 경우이므로 부정적인 기능을 하는 셈이다.
TBK1 억제로 치료 가능성 발견
연구팀은 또한 암세포에서 ‘TBK1’의 활성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는 이유도 밝혀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MUL1’이라 불리는 E3 유비퀴틴 리가아제가 ‘TBK1’을 분해해 그 양을 조절하게 된다. 하지만 암세포에서는 ‘MUL1’이 부족해지면서 ‘TBK1’이 과도하게 축적된다. 이로 인해 암세포는 손상된 물질을 빨리 제거하고, 항암제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생존한다는 것이다.
아주대 연구팀은 이번 연구의 임상적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동물 모델 실험을 진행했다. ‘TBK1’만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물질(GSK8612)을 동물모델에 투여한 결과, 종양의 성장이 현저히 억제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시스플라틴과 같은 기존 항암제와 GSK8612를 함께 투여하자 항암 효과가 획기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항암제가 반응하지 않아 치료가 어렵던 기존 환자들에게도 TBK1을 억제함으로써 치료를 시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김철호 교수는 “TBK1은 원래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단백질이었지만, 두경부암세포가 이를 이용해 스트레스 환경에서 생존하고 약물 저항성을 획득한다는 점을 이번 연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며 “TBK1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법이 임상에 적용된다면, 항암제 저항성 극복과 함께 암 치료 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오토파지, <Autophagy>’에 ‘TBK1 is a signaling hub in coordinating stress-adaptive mechanisms in head and neck cancer progression (TBK1, 두경부암 진행에서 스트레스 적응 기전을 조율하는 신호허브로 작용)’이란 제목으로 게재되었다.
아주대병원 이비인후과 김철호 교수(좌)와 김효정 박사후연구원(우) / 제공 : 아주대학교병원
※ 위 이미지는 본문 내용과 직접적 연관이 없음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새로운 치료 플랫폼으로 여겨지는 ‘전령 리보핵산(mRNA) 백신’을 더욱 효과적이고 안정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방법이 제기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산하 RNA 연구단 단장이자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김빛내리 석좌교수 연구팀은 mRNA 백신의 세포 내 전달과 분해를 제어하는 단백질 그룹을 찾아내, 그 작동 원리를 처음으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IF=44.7)>에 금일(4일) 온라인 게재됐다.
RNA의 작용 메커니즘 탐구
mRNA 기반 기술은 코로나19 백신에도 사용된 바 있다. 특정한 형태의 단백질을 생성하도록 하는 mRNA의 특성을 이용해, 바이러스의 단백질을 미리 만들어 면역 체계를 훈련시키는 원리로 백신을 만든다.
이 기술은 이후 감염병 대응 백신은 물론, 암 치료 백신이나 면역 및 유전자 치료에까지 활용되며 지속적인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mRNA 합성 기법’과 mRNA를 체내에 안전하게 전달해주는 ‘지질 나노입자’가 개발되며, mRNA 기술은 더욱 혁신적으로 잠재력이 큰 하나의 플랫폼으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연구팀은 치료 목적으로 사용되는 RNA가 체내에서 어떤 식으로 작용·조절되는지 그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 과정을 밝히는 글에서 “mRNA 백신을 맞을 때 ‘mRNA가 몸으로 들어오면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날까?’라는 호기심에서 시작됐다”라고 밝혔다.
mRNA 기술 기반의 치료제가 더 효과적으로 작동하면서 부작용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서는 RNA의 체내 작용 메커니즘을 명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연구팀은 mRNA를 제어하는 세포 내 인자들을 찾아내기 위한 연구를 계획하고,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녹아웃 스크리닝을 진행했다. 녹아웃 스크리닝은 특정 유전자의 기능을 연구하기 위해, 해당 유전자를 의도적으로 비활성화(녹아웃)시키는 연구 방법이다.
mRNA 백신의 세포 조절 경로를 탐구하기 위한 크리스퍼 녹아웃 스크리닝 전략 / 이미지 출처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mRNA가 세포 안으로 들어가는 경로
이를 통해 연구팀은 mRNA가 세포 내로 전달되고 유입되기 위해 필요한 핵심 단백질 인자와 그 조절 경로를 밝혀냈다.
연구팀이 발표한 구체적인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우선 ‘황산 헤파란 분자’는 mRNA를 감싸고 있는 지질 나노입자와 결합해 세포 안으로 들어가는 과정을 촉진한다. 이를 통해 지질 나노입자가 세포 내 소포체로 들어가게 된다.
그 다음 양성자 이온 펌프 ‘V-ATPase’는 소포체 내부를 산성화시키고 지질 나노입자가 양전하를 띠도록 한다. 이때 소포체의 막이 일시적으로 파열되면서 유입된 mRNA가 세포질로 방출, 단백질로 발현되는 것이다.
* 황산 헤파란(HSPG) : 세포 표면의 황산화된 당단백질. 병원체 감염, 나노입자의 세포 부착 등 외부 물질이 세포 안으로 유입되게 하는 매개체로 작용.
* V-ATPase(Vacuolar ATPase) : 수소이온 농도지수(pH)를 조절해 세포 신호 전달, 물질 수송 등 다양한 세포 과정을 지원하는 효소
mRNA 백신의 주요 세포 조절 경로와 N1-메틸수도유리딘 변형 염기 효과의 분자 기전 / 이미지 출처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부 RNA 침입 경보 장치
한편, 연구팀은 RNA 치료제에 대한 주요 억제 인자, 그리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RNA의 침입을 알려주는 양성자 이온의 역할도 최초로 발견했다.
세포질 내 ‘TRIM25’라는 단백질은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선천적 반응을 조절하는 RNA 결합 단백질이자 연결효소다. mRNA가 들어왔을 때 침입자로 인식하고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TRIM25는 소포체 막이 파열될 때 나오는 양성자 이온으로 인해 활성화되는데, 외부에서 들어온 RNA에 표적·결합해 빠르게 절단하고 분해하는 방식이다.
한편, 연구팀은 TRIM25 단백질이 ‘N1-메틸수도유리딘 변형 염기’에 대해서는 절단 및 분해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도 발견했다. 코로나19 mRNA 백신이 어떻게 그 효능과 안정성을 높일 수 있었는지를 근본적으로 이해하게 된 것이다.
김빛내리 단장은 “양성자 이온이 면역 신호 전달 물질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발견하고, 외부 침입자에 대항하는 세포의 방어 기전에 대한 이해를 한층 넓혀, RNA뿐 아니라 면역, 세포신호 분야에도 새로운 연구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이야기했다.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하면 치매 위험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미국 스탠포드 의대 연구팀이 주도한 연구에서는 웨일즈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건강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할 경우 향후 7년 동안 치매 발생 가능성이 20% 낮게 나타났다.
'백신 접종 프로그램'이 준 기회
2013년 웨일즈에서는 대상포진 백신을 출시하면서 백신 접종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이때 출시된 백신은 약독화 과정을 거친 생백신이었으며, 수량이 한정돼 있었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79세를 기준으로 백신 접종 자격을 부여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백신 접종자와 비접종자를 구분하는 기준이 됐다.
스탠포드 대학 연구팀은 약 2년여 전 이 사실을 확인했으며,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단지 백신 출시 당시의 연령만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무작위 대조 시험에 가까운 표본 집단이 만들어진 셈이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건강 기록 등 이와 관련된 자료를 확보해 분석했다.
연구팀은 웨일즈 정부의 백신 접종 프로그램 당시 치매가 없었던 71세~88세 사이의 노인 약 28만 명의 건강 기록을 분석했다. 그중에서도 접종 자격 기준이었던 79세에서 약 1주일의 생일 차이로 인해 접종을 받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특히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실질적으로 1주일 간격으로 태어난 사람들을 무작위 표본으로 삼아 건강 데이터를 분석한다면 어떨까? 아마 평균적으로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 그룹에 속하는 사람들의 데이터에서 어떤 뚜렷한 차이가 발생한다면, 이는 백신 접종 여부에 따른 차이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웨일즈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 프로그램에서 출발했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대상포진 백신과 치매 위험의 관계
이후 연구팀은 백신 접종 시점으로부터 약 7년에 걸친 건강 기록 데이터를 비교했다. 그 결과, 대상포진을 접종한 그룹은 접종하지 않은 그룹에 비해 치매 발생 가능성이 약 20% 낮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익히 알려진 치매 위험 요인들을 토대로 두 집단의 건강 기록을 재차 분석했지만, 두 집단 유의미한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평균적으로 비슷했다는 의미다. 단지 대상포진 백신 접종 여부로 인해 치매 발생 건수가 달라졌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후 연구팀은 약 2년에 걸쳐 웨일즈에서 확인한 연구 결과를 다른 국가들의 사례와 비교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잉글랜드,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에서 백신 접종 여부를 기준으로 사람들의 건강 기록을 비교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결과는 동일했다. 대상포진 백신 접종을 받은 경우, 치매 발생률이 유의미하게 낮아진다는 결과를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이제 연구팀은 최종적인 확인을 위해, 다시 한 번 대규모 무작위 대조 시험을 계획하고 있다. 글자 그대로 사람들을 무작위 그룹으로 나누고, 한쪽에는 대상포진 생백신을, 다른 하나쪽에는 가짜 백신을 주사한 다음 그 결과를 추적 관찰하겠다는 것이다. 기존에 분석한 결과들을 토대로 한다면 접종 후 약 1년 반이 지나면 뚜렷한 차이를 보일 거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치매 연구 접근법 : 신경계 바이러스
그동안 치매에 관련된 연구는 가장 흔히 발생하는 유형인 알츠하이머를 중점에 두고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알츠하이머에 관한 연구는 뇌에 축적되는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의 플라크에 초점을 맞추곤 했다. 이렇다 할 진전이 나오지 않으면서, 최근에는 다른 여러 방면으로 치매 관련 연구가 확대되고 있다.
그중 한 가지는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바이러스’다. 대상포진은 어린 시절부터 보유하고 있는 수두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 VZV)로 인해 발생한다. 신경절에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가 면역력 저하로 인해 깨어나게 되고, 이때 신경계 분포를 따라 띠 모양의 수포를 발생시키는 것이 대상포진이다.
즉, 연구팀은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바이러스가 치매 발생 위험과 무관하지 않다는 이론을 강화하고자 하는 입장이다. 연구팀은 현재 계획 중인 대규모 무작위 시험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치매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의 실마리를 찾게 될 거라고 보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에 따라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바이러스와 치매의 연관성이 보다 뚜렷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경희대학교한방병원 침구과 이승훈·이수지 교수팀은 임상연구를 통해 근골격계 질환 진단장비로서 3D 카메라 동작분석 시스템 '아이밸런스(iBalance)'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해당 연구는 3D 동작분석 시스템인 아이밸런스와 전통적인 측정도구인 관절 각도계를 활용해 어깨 관절의 가동범위 측정값을 비교·분석한 것으로, 건강한 성인 30명과 오십견 환자 10명, 총 4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관절 움직임은 7가지로 구분했으며, 각 동작당 3회씩 일주일 간격으로 총 2회 측정했다. 관절가동범위 측정은 ▲관절상태 평가 ▲재활목표 설정 ▲치료효과 확인에 필수적이다.
분석 결과, 동작분석 시스템상 3가지 움직임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확인됐다. 검사를 진행한 2명의 평가자가 시간 차이를 두고 반복 측정했음에도 일관된 결과로 매우 높은 신뢰도(급내상관계수 0.9 이상)를 나타냈으며, 각도계 측정값과 비교했을 때도 높은 타당도(급내상관계수 0.85 이상)를 보였다.
특히, 오십견 환자군에서는 측정값의 변동성이 정상군보다 컸으나 신뢰도와 타당도 모두 높게 나타나 기존 환자에게도 확대·적용 가능함을 확인했다.
이승훈 교수는 "한의학에서는 근골격계 질환 치료에 침, 추나요법 등이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으나 객관적으로 증상을 평가하고 진단하는데 한계가 있어 관절 운동의 3차원 움직임, 보상동작을 정밀하게 포착할 수 있는 과학적 도구가 요구되고 있다"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 검증한 3D 동작 분석시스템의 활용 가능성을 바탕으로 알고리즘 최적화와 다양한 임상 조건에서의 적용가능성을 확인하는 후속연구를 이어가며 완성도를 높여가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해당 논문 제목은 ‘건강한 성인과 오십견 환자에서 어깨 관절 가동범위 측정을 위한 단일 카메라 마커리스 동작 분석 시스템의 신뢰도 및 타당도: 단일 기관 연구’(Reliability and Validity of the Single-Camera Markerless Motion Capture System for Measuring Shoulder Range of Motion in Healthy Individuals and Patients with Adhesive Capsulitis : A Single-Center Study)로 센서 및 신호처리 분야 국제학술지인 ‘Sensors’ 4월호에 게재됐다.
알츠하이머를 비롯한 치매는 현재 인류가 정복하지 못했다고 알려진 질환 중 하나다. 현재 사용 가능한 약물은 질환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 경미한 수준에서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방면으로 치료제 개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발표된 바는 없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학의 한 연구팀이 최근 또 다른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를 개발해 발표했다.
뇌 신경계 염증에 주목
<ACS 약리학 및 전이 과학(ACS Pharmacology & Translational Science)> 저널에 지난 1월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바르셀로나 대학 연구팀이 개발한 신약은 신경세포를 보호하고 염증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를 유발하고 진행시키는 신경계 염증에 주목한 접근법으로 약 7년에 걸쳐 알츠하이머 치료제에 대한 연구 및 개발을 진행해왔다. 이는 뇌의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과 타우 단백질의 축적 및 플라크 형성에 주목해왔던 기존의 방법들과는 다른 접근법이다.
바르셀로나 연구팀이 개발한 새로운 화합물은 ‘가용성 에폭사이드 가수분해효소(sEH) 억제제’다. sEH는 염증 및 통증 반응, 지방산 대사 등에 관여하는 효소다. 연구팀은 “sEH 효소의 분비를 억제하면 내인성 항염제인 ‘에폭시에이코사트리엔산(EET)’ 수치가 증가해 신경계 염증을 줄이고 신경세포 보호를 촉진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오메가 6 지방산 계열의 EET 수치 증가가 새로운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의 핵심 메커니즘이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EET 증가를 통한 신경계 보호 효과
연구팀이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의 효능을 검증하기 위해, 두 가지 유형의 알츠하이머가 유발된 쥐 모델을 사용했다. 연구팀은 “두 모델 모두에서 신경세포 보호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으며, 공간 기억과 작업 기억이 향상되는 결과도 나타났다”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와 같은 신경계 보호 효과가 EET의 증가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ET는 오메가 6 지방산 계열의 아라키돈산(AA)에서 유래하는 에폭사이드 지방산의 일종으로, 뇌 혈류 개선 및 뇌 건강 유지에 기여한다. sEH 효소를 억제함으로써 EET 수치를 증가시키는 것이 연구팀이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 물질의 핵심 메커니즘인 셈이다.
미국 제약회사에서 연구 속행 중
바르셀로나 대학 연구팀이 개발한 신약 후보 물질은 동시에 여러 군데의 염증 경로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이를 통해 뇌의 여러 영역에 걸쳐 진행되는 알츠하이머의 증상을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졌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한편, 연구팀은 sEH 억제 방식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 물질이 질환의 진행을 막을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효과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쥐 모델을 대상으로 실험한 이후, 해당 쥐들은 약물 투여를 중단했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인지능력 향상 효과가 유지됐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신경망의 무결성과 수상돌기 숫자가 보존됐다는 것을 확인했으며, 이는 증상 완화와 함께 알츠하이머의 진행을 멈출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바르셀로나 연구팀이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는 여러 가지 면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지만,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 연구팀은 초기 연구와 전임상시험, 그리고 실제 임상시험, 마지막으로 보건 당국의 승인까지 아직 많은 관문이 남아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앞으로도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돼야 한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현재 이 신약 후보 물질의 라이선스를 미국의 한 제약회사가 가져갔다고 밝혔다. 연구팀 소속의 연구원 일부가 해당 회사에 합류해 프로젝트를 진행시키는 중이라고도 알렸다.
인간의 몸은 성장 발달을 마치는 시점부터 노화가 시작된다. 빠르게는 30대부터 골격근이 감소하기 시작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노화는 골격근의 근육량 감소 및 기능 저하를 초래하며, 이로 인해 대사 건강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국내 연구팀이 골격근 노화에 관여하는 핵심 단백질과 그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골격근 노화 메커니즘
골격근은 신체의 운동 기능을 담당하며, 그 양과 밀도 등에 따라 대사 건강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노화가 시작되고 진행되면 골격근 내의 근육 세포와 조직 구조가 변화하게 된다.
이 시점에 적절하게 근육을 사용하고 단련해주지 않으면 ‘근감소증’이 올 수 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근력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 ‘근육 1kg당 수백, 수천만 원의 가치가 있다’라고 이야기하는 이유다.
골격근은 여러 개의 핵을 가진 ‘다핵세포’로 구성돼 있으며, 여러 개의 위성줄기세포(satellite stem cell)가 합쳐지는 구조로 형성된다. 근육이 스트레스를 받거나 손상이 발생했을 때, 위성줄기세포가 분열해 새로운 근육 세포를 생성하면서 기존의 다핵세포 구조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노화로 인한 골격근 변화에서 눈여겨 봐야 하는 부분은 바로 이 위성줄기세포의 기능이 저하된다는 것이다. 근육의 재생과 회복 과정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위성줄기세포가 약화되면서 근육의 재생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이는 나이가 들수록 강도 높은 운동을 했을 때 회복이 더뎌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 근본적 원인이다.
골격근은 여러 개의 근육세포가 결합한 다핵세포 구조로 돼 있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골격근 노화를 방지하는 단백질
전북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김상현 교수 연구팀과 생리활성소재과학과 국성호 교수 연구팀은 ‘PrPC 당단백질(이하 PrPC)’이 골격근 조직의 노화 방지에 결정적 기능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PrPC는 세포의 생존 및 기능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다. 정상적인 상태에서 PrPC는 세포 간 신호 전달 및 스트레스 반응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한편, PrPC는 흔히 광우병이나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을 일으키는 프리온(Prion) 단백질로도 알려져 있다. 광우병은 비정상적인 프리온 단백질이 뇌에 축적돼 발생하는 질병으로, 인간에게도 전염될 수 있어 한때 큼직한 이슈가 되기도 했다. 한편 CJD 역시 PrPC의 비정상적인 축적으로 신경세포가 손상되는 질환이다.
이렇게 보면 PrPC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전북대 연구팀이 내놓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PrPC의 결핍이 오히려 위성줄기세포의 기능을 저하시켜 골격근 노화가 더 빨리 이루어지도록 하는 원인이 된다.
본래 위성줄기세포는 골격근 내에 위치해 있다가 근육의 손상이 발생했을 때 근육 세포로 분화해야 한다. 하지만 PrPC가 결핍될 경우, 위성줄기세포들이 지방 세포로 비정상 분화하는 현상을 일으킨다. 이는 ‘근육 내 지방 침윤(MFI)’과 같은 현상을 일으키며, 이로 인해 전체적인 대사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즉, PrPC가 골격근 노화를 예방하는 핵심 단백질인 셈이다.
PrPC는 위성줄기세포의 분화 능력을 지켜, 골격근 노화를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PrPC의 중요한 역할
연구팀은 또한, PrPC가 골격근의 운동 기능 및 포도당 대사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쥐 모델로부터 PrPC 결핍을 유도한 다음 변화를 관찰한 결과, 나이가 들수록 지구력을 필요로 하는 운동 능력과 악력이 현저하게 줄어든다는 것을 발견했다.
동시에 포도당 내성이 악화되고, 에너지 대사와 관련된 효소들의 발현이 감소하는 등 골격근의 대사 기능이 확연하게 감소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김상현 교수와 국성현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PrPC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근감소증 치료제 개발 및 노화성 대사질환 예방 전략 수립의 중요한 단초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 지원사업 및 4단계 BK21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종양학 및 근감소증 분야 국제 학술지인 <카케시아, 근감소증 및 근육 저널(Journal of Cachexia, Sarcopenia and Muscle, IF=9.4)>에 게재됐다.
(왼쪽부터) 스포츠과학과 김상현 교수, 공동 1저자 유문탈 박사, 생리활성소재과학과 국성호 교수, 공동 1저자 큐티투장 석박사통합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