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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추 신경 영향 없이 말초 부위 통증 완화 성공

    중추 신경 영향 없이 말초 부위 통증 완화 성공

    말초 신경 특이적 화학유전학(HCAD) 플랫폼 설계와 이를 활용한 말초 신경 조절 및 동물 모델 통증 억제 연구 / 출처 : 연세대학교
    말초 신경 특이적 화학유전학(HCAD) 플랫폼 설계와 이를 활용한 말초 신경 조절 및 동물 모델 통증 억제 연구 / 출처 : 연세대학교

    연세대학교 생명공학과 강혜진 교수 연구팀이 ‘특정 말초 신경계만을 독립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화학유전학 기술을 개발했다. 중추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특정 부위의 말초 신경만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론이다.

     

    중추 신경계 영향 없는 치료법 필요성

    말초 신경계는 뇌와 척수로 이어지는 중추 신경계를 제외한 모든 신경 구조를 포함한다. 우리 몸 거의 모든 곳에 분포하며, 감각 정보를 수집해 중추 신경계로 전달하고, 상황에 따른 반응 등 운동 신호를 전달받는 역할을 한다. 즉, 뜨겁거나 차갑다고 느끼는 감각, 가려움증이나 통증 등 일상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감각의 문제는 모두 말초 신경계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특히 통증의 경우, 사소한 상처부터 중대한 질병까지 말초 신경계와 연관되지 않는 경우가 거의 없다. 중증 질환이라면 근본적인 원인에 집중해야 하는 게 맞지만, 손가락이나 발가락 등 말초 부위에 발생한 국소 부위 상처는 말초 신경계에 관한 문제만 해결해도 무방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초 신경계와 관련된 증상을 치료하거나 연구하는 데는 여러 면에서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일반적으로 통증을 완화시키는 약물들을 중추 신경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졸음과 같은 일상적 부작용이 따라오며, 때로는 신경학적으로 중요한 부작용을 일으키는 사례도 없지 않다. 

    예를 들어, 의료 현장에서 진통제로 흔히 사용되는 모르핀의 경우, 통증을 효과적으로 경감시킬 수 있는 약물이다. 하지만 중추 신경계에 작용함으로써 졸음을 유발하거나 혼란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심각한 경우 호흡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 마약성 진통제의 경우는 약물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내성이 생기거나 중독 증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추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말초 신경계에서만 작용할 수 있는, 가벼운 수준의 말초 부위 증상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방법론이 필요하다. 

     

    혈뇌장벽 통과하지 않는 시스템

    이에 대해 강혜진 교수 연구팀은 뇌에서의 발현이 낮은 HCA2 수용체를 활용해 ‘HCA2 DREADD(HCAD)’라는 이름의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DREADD(Designer Receptors Exclusively Activated by Designer Drugs)라는 화학유전학 기술을 기반으로 했다. 이는 ‘특정한 약물에 의해 선택적으로 활성화되는 수용체’를 의미하는 말로, 연구자들로 하여금 특정한 신경세포의 활동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HCAD는 기존의 DREADD 기술 중 주로 억제성 신호를 전달하는 Gi-DREADD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Gi-DREADD를 기반으로 말초 신경에 특화시킨 형태가 HCAD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HCA2 수용체는 뇌에서 낮은 농도로 존재하며, 말초 신경계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발현을 보인다. 즉, 말초 신경에 특화된 수용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말초 신경계에서 발생하는 특정 기능을 조절하기에 유리하다. 

    또한, HCAD는 혈뇌장벽(BBB)을 통과하지 않는다. 즉, 뇌로 유입되지 않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중추 신경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는 기존의 DREADD 기술과 HCAD 사이의 가장 핵심적인 차이점이다. 기존 DREADD는 중추 신경계에도 작용하지만, HCAD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약물로 인한 중추 신경계 부작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다.

     

    중추 신경 영향 없이 통증 완화 성공

    한편, 연구팀은 HCAD의 활성화를 위한 특수한 리간드(ligand)도 설계했다. 리간드는 생화학 분야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수용체와 결합해 그 기능을 유도하는 분자를 의미한다. 즉, HCAD 수용체와 결합해 그 활성화를 촉진하는 특수한 분자를 직접 설계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HCAD는 필요할 때만 선택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다. 혈뇌장벽을 통과하지 않으므로 오로지 말초 신경계에서만 효과를 발휘한다. 

    연구팀은 이 부분을 검증하기 위해 동물 모델 실험을 진행했다. 먼저 말초 신경 중 하나로 척수 뒤편에 위치한 배근신경절(Dorsal Root Ganglion, DRG) 뉴런에 HCAD를 발현시켰다. 그런 다음 리간드를 처리해 수용체를 활성화하자, 급성 및 염증성 통증이 효과적으로 완화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추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말초 부위 통증을 조절할 수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새롭게 개발된 HCAD 시스템이 말초 신경계에서의 기능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는 향후 전신 곳곳에 발생하는 통증이나 염증 관련 질환의 치료법을 발전시키는 데 있어 다방면으로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강혜진 교수는 “기존 중추 신경계에 국한돼 있던 기술을 말초 조직까지 확장해 적용할 수 있는 방식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학술적으로 높은 의의를 갖는다”라며 “앞으로 말초 신경과 관련된 신경병증, 통증, 염증, 가려움증 뿐만 아니라, 대사, 암, 면역 등 말초 분야의 기초 및 중개 연구에서도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이야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생물학 분야 학술지인 「Cell」에 이달 초 게재됐다.

  • 대사이상 지방간질환, ‘간 특정 유형’과 ‘전신 유형’으로 구분

    대사이상 지방간질환, ‘간 특정 유형’과 ‘전신 유형’으로 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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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사이상 지방간질환(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Fatty Liver Disease, MAFLD)’을 유형에 따라 나누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간에 집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유형과 다른 장기 및 조직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유형으로 나누는 것이다. 증상의 진행 및 예후에 따라 환자의 진단과 치료를 최적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알코올성’ 명칭의 부적합성

    흔히 ‘지방간’이라 줄여서 부르곤 하는 지방간질환은 크게 ‘알코올성 지방간질환’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NAFLD)’으로 구분해서 불러왔다. 하지만 올해 6월 대한간학회에서는 국제 흐름에 맞춰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이라는 한글 명칭을 ‘대사이상 지방간질환(MAFLD)’으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비알코올성’이라는 명칭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정확한 발병 원인을 파악하는 데 있어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비알코올성이라는 단어에는 술 이외의 발병 원인을 모두 하나로 묶어서 취급하는 뉘앙스가 담겨 있지만, 실제로 지방간질환은 비만, 당뇨, 고지혈 등 각기 주된 원인이 다른 대사이상 문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알코올’이라는 단어가 사용되면서 환자에게 불필요한 낙인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이다. ‘비알코올’이라고 명시하긴 했지만, 알코올이라는 단어가 인지되는 순간 사람들은 자연스레 술을 떠올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7월 다국적 간학회에서는 공식적으로 용어 변경을 선정·공시했으며, 국내에서도 올해 6월 한글 명칭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추세에서는 오히려 알코올성 지방간질환보다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의 발생 비율이 더 높아지고 있다. 비만을 비롯한 각종 대사증후군의 유병률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비알코올성 → 대사이상 → 2가지 유형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와 예테보리 대학은 각각 두 가지 유형의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간에 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돼 발생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발병한 다음의 예후는 최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눠진다는 것이다.

    두 기관의 연구팀은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핀란드 등 여러 국가의 코호트에서 대사이상 지방간질환 환자들의 데이터를 확보해, 증상이 어떤 경로로 진행되는지를 분석했다. 다양하게 나타나는 양상을 분석한 결과, 연구팀은 ‘보다 공격적이면서 주로 간에 영향을 미치는 유형(간 특정 유형)’, 그리고 ‘심장과 신장을 비롯한 전신 대사와 관련이 있는 유형(전신 유형)’으로 분류했다.

    간 특정 유형은 매우 공격적인 진행 양상을 보이며 간에 심각한 손상을 일으킨다. 이로 인해 간경변 또는 간암과 같은 증상을 유발할 수 있지만, 다른 심혈관계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반면, 전신 유형은 간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대신 당뇨, 신부전, 심혈관 질환 등을 일으킬 위험이 더 높게 나타났다.

     

    ‘간 특정 유형’과 ‘전신 유형’으로 구분

    이는 똑같이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이 발병하더라도 유형에 따라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스테파노 로메오 교수는 프랑스 릴 대학의 연구팀과 함께 또 다른 방향의 연구를 진행했다. 데이터 분석 방법론인 ‘비지도 클러스터링’을 통해, 확보한 환자들의 데이터에서 패턴 또는 구조를 찾아내고자 한 연구다.

    로메오 교수는 이 방법으로 데이터를 분석했을 때, 기존에 간 특정 유형과 전신 유형으로 분류했던 것과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비교적 간단한 임상 변수만 가지고도 두 가지 유형을 구별할 수 있다는 것이 로메오 교수의 설명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에 모두 27개의 유전적 변이가 발견됐다. 질환의 세부적인 유형을 두 가지로 나눌 수 있게 한 핵심적인 요소다. 연구팀은 이 내용이 유전학 연구에서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 편도·아데노이드 절제, 정신질환 위험 43% 더 높인다

    편도·아데노이드 절제, 정신질환 위험 43% 더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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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도 또는 아데노이드 절제 수술을 받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정신질환을 앓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면역 기능’에 관여하는 중요한 조직

    편도(Tonsil)와 아데노이드(Adenoids)는 호흡기 상부에 위치한 림프 조직이다. 외부에서 바이러스 등 감염원이 침투했을 때 가장 먼저 영향을 받게 되는 부위이기 때문에 감염이 자주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자주 재발하는 편도선염, 편도 주위의 농양 등의 원인이다. 

    또, 편도와 아데노이드의 크기가 커질 경우 기도를 좁혀 폐쇄성 수면 호흡 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편도 및 아데노이드 절제술은 과거 꽤 흔히 행해지던 수술이다. 떼어내도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조직이며, 오히려 자주 발생하는 염증으로 고생할 필요가 없도록 절제하는 편이 낫다는 인식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지난 9월경 국제 학술지 「Nature」를 통해 편도와 아데노이드가 인체 면역력에 관여하는 중요한 기관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편도와 아데노이드를 절제할 경우, 호흡기 질환이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 연구에 참여했던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김현직 교수는 같은 병원 감염내과 박완범 교수와 협력하여 이를 검증한 바 있다. 코로나19의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환자들로부터 채취한 샘플을 연구함으로써 편도와 아데노이드가 면역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편도 절제술, 정신질환에도 영향 미친다

    여기에 더해, 편도 절제가 정신질환 위험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오픈 액세스 저널 「JAMA 네트워크 오픈」에 게재된 중국 광시 의과대학의 논문 내용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하게 된 배경에 대해 “편도선 절제술을 받은 사람들에게서 과민성 대장 증후군, 자가면역 질환, 호흡기 질환, 알레르기 및 감염성 질환, 조기 심근경색, 일부 유형의 암 발병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적었다. 이러한 현상들이 감염원에 대한 1차 방어선을 제거한 것과 연관이 있다고 본 것이다.

    여기에 이어 연구팀은 “정신질환이 오늘날 다양한 질병의 원인으로 가장 흔하게 지목되는 것 중 하나”라며 “일반적으로 어린 시절, 청소년기, 성인 초기에 흔하게 나타난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전의 연구들을 검토해 편도 절제술을 받은 사람들 사이에서 여러 가지 정신질환 위험이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으며, 이를 토대로 림프 조직 내 만성 염증이 근본 원인일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연구팀은 기존 연구 검토 결과를 통해 비강염과 중이염을 포함한 두경부(머리와 목 부위)의 만성 염증이 우울증, 불안 및 스트레스 관련 장애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토대로 편도선이나 아데노이드를 수술적으로 제거했을 때, 스트레스 관련 장애의 위험이 증가하는지를 알아보고자 했다.

     

    절제술 받으면 스트레스 장애, PTSD 위험 높아

    연구팀은 스웨덴에서 1981년 1월 1일부터 2016년 12월 31일 사이에 태어난 모든 개인의 건강 등록 데이터를 확보했다. 먼저 전체 인원을 대상으로 편도선 또는 아데노이드 절제술을 받은 사람들을 ‘노출 그룹’, 수술을 받지 않은 사람들을 ‘비노출 그룹’으로 분류했다. 노출 그룹은 약 8만4천명, 비노출 그룹은 약 84만 명이었다.

    그런 다음 이들 중 친형제자매 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별도로 분류해 다시 그 안에서 노출 그룹과 비노출 그룹을 분류했다. 형제자매 노출 그룹은 약 5만1천 명, 형제자매 비노출 그룹은 약 7만5천 명으로 집계됐다.

    그런 다음 연구팀은 모든 데이터로부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급성 스트레스 반응, 적응 장애 등을 포함한 스트레스 관련 장애에 대한 추적 조사를 실시했다. 연구 결과, 전체 인원을 대상으로 했을 때와 형제자매 인원들을 대상으로 했을 때 모두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는 점을 확인했다.

    노출 그룹, 즉 편도선 또는 아데노이드 절제술을 받은 사람들은 스트레스 관련 장애의 위험이 43% 더 높았다. 특히 PTSD 발생 위험은 55% 더 높게 나타났다. 형제자매 그룹에서도 노출 그룹의 스트레스 관련 장애 위험은 34% 더 높았으며, PTSD 발생 위험은 41% 더 높게 나타났다.

     

    정신질환 발생 가능성 염두에 두어야

    이번 연구 결과는 편향을 줄이고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환경적인 요인도 함께 고려했다. 가장 대표적으로 개인의 성별, 수술 당시 연령, 수술 후 경과 시간 등 개인적 요인을 검토했다. 여기에 대상자들 부모의 교육 수준, 부모의 스트레스 관련 장애 병력 등 사회·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도 검토했다. 

    모든 요인을 종합해 분석하더라도 편도선 또는 아데노이드 절제술을 받은 사람들의 정신질환 발생 위험이 더 높게 나타났다. 다만, ‘절제 수술을 받은 목적’을 기준으로 재분류했을 때, 수면 및 호흡 문제로 수술한 사람들에게서 상대적으로 높은 위험 가능성이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편도선 및 아데노이드와 관련된 건강 문제가 스트레스 장애를 비롯한 정신질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 백신 없던 C형 간염, 정복 가능성 생기나

    백신 없던 C형 간염, 정복 가능성 생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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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염은 A형부터 E형까지 다섯 종류로 나뉜다. 간염 바이러스(Hepatitis Virus)의 약자인 HV 사이에 A부터 E까지를 넣어서, HAV(A형 간염 바이러스)부터 HEV(E형 간염 바이러스)까지 약어로 부르기도 한다. 

    이들 중 가장 심각하게 우려되는 것은 C형 간염이다. 예방 백신이 없고, 치료를 하더라도 완치율이 100%는 아니기 때문에 다소 위험이 남는다. 게다가 치료를 하더라도 이미 손상된 간이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이유로 C형 간염 백신은 의료계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였다. 최근 C형 간염 백신에 대한 긍정적인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변이 빠른 C형 간염 바이러스

    다섯 종류의 간염 중 사람들 사이에 익히 알려진 종류는 보통 A형, B형, C형 세 가지다. A형과 B형은 백신이 개발돼 있어 예방이 가능하고, D형 간염은 B형 백신으로 함께 잡을 수 있기 때문에 별도로 주목을 받지는 않는다. E형의 경우 백신은 존재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도입되지 않았다. 다만, 음식과 물을 통해 감염되기 때문에 원인만 차단되면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C형이다. 1940년대에 간염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됐고, C형은 비교적 최근인 1989년에 확인됐다. 이후 현재까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간염 바이러스 중 유일하게 예방 백신이 존재하지 않는 종류다. 항바이러스 치료법이 있고 실제로 완치율이 높은 편이긴 하지만, 100%가 아니라는 점, 만성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불안 요소가 남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만성적인 C형 간염으로 인해 간경변, 간암 등 합병증이 발생하는 사례가 많다. 이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여전히 수십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2030 백신 관련 아젠다’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우선시해야 할 병원체’ 중 하나로 HCV를 선정할 정도다.

    HCV의 백신 개발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이미 다양한 유전자형이 존재하는 데다가 변이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HCV의 세부적인 유전자형만 100종 이상이 발견돼 있으며, 여기에 변이 속도가 빨라 새로운 유전자형이 빠르게 생겨난다. 게다가 면역 반응 회피 메커니즘까지 다양하다. 백신 개발 절차가 따라가기 어려운 모든 요건을 갖춘 셈이다.

    현재까지 HCV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여러 방법이 시도돼 왔다. 바이러스 내 특정 단백질을 이용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방법, HCV 유전자를 포함한 DNA를 주입하는 방법, 코로나 바이러스 등에서 효과를 거뒀던 mRNA를 이용한 백신 개발법 등 다양한 접근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HCV 정복은 달성하지 못한 도전 과제로 남아있다.

     

    ‘감염 능력’ 자체를 직접 차단하는 접근법

    이 문제에 관해 독일 뤼베크 대학의 연구팀이 새로운 접근 방법을 제시했다. 바이러스의 ‘중화 에피토프’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이다. 중화 에피토프는 바이러스의 ‘감염 능력’을 관장하는 부위다. 감염이 발생해 바이러스가 체내에 침투하면 면역 시스템이 바이러스의 중화 에피토프를 인식한 다음 그에 대항하는 항체를 만들어낸다. 이것이 백신의 기본적인 원리다.

    연구팀에 따르면 기존의 백신 개발은 바이러스 전체 또는 일부 단백질을 활용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왔다. 이에 비해 뤼베크 대학 연구팀은 바이러스의 ‘중화 에피토프’를 모방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기존 방법으로도 면역 반응을 유도한다는 점은 같지만, 바이러스의 감염 능력을 떨어뜨리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중화 에피토프에 직접적으로 항체가 결합할 수 있다면 감염 능력을 매우 높은 확률로 차단할 수 있다. 바이러스의 힘을 깎아내리는 것이 아닌, 감염의 핵심이 되는 부분을 정밀하게 공격하는 방식이다.

    뤼베크 대학 연구팀은 HCV의 단백질을 활용해 중화 에피토프를 모방한 다음, 이를 합성 단백질 운반체에 결합시켰다. 쉽게 말하면 덩치를 키워 면역 시스템이 공격할 타깃을 더 잘 인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인간

    연구팀은 이 합성 단백질 운반체를 나노 입자에 담아 주입함으로써, 면역 시스템을 강화하게끔 했다. 나노 입자는 크기가 매우 작기 때문에 면역 세포에 의해 이물질로 인식되는 대신, 원활한 상호작용을 하며 항체를 만들어내도록 돕는다.

     

    인간과 같은 항체 대상으로 검증 완료

    뤼베크 대학이 제시한 이번 방법은 쥐 모델에서도 검증을 마쳤다. 보통 동물 모델을 대상으로 실험할 경우, 인간과 100%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이에 연구팀은 ‘인간 항체 레퍼토리’를 가진 쥐 모델을 사용했다. 인간의 면역 체계를 모방하도록 목적을 갖고 특별 설계된 모델이다.

    인간과 같은 항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쥐 모델을 통해 실험한 결과, 다양한 유전자형을 가진 HCV를 성공적으로 중화해냈다. 현재까지 발견된 모든 유전자형에 효과가 있는지, 빠른 변이 속도에도 대응할 수 있는지까지 검증하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매우 고무적인 성과라 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 접근 방식을 통해 HCV 백신 개발 성공에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는 입장이다. 또한, HCV 뿐만 아니라 유사한 특성을 지닌 다른 바이러스가 있을 때 그에 대한 백신 개발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 땀, 호흡까지 분석하는 웨어러블 기기 등장할 것

    땀, 호흡까지 분석하는 웨어러블 기기 등장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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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어러블 형태의 스마트 기기는 일상에서 매우 유용하게 쓰인다. 기존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건강 관리 앱의 경우, 여러 가지 편리한 기능을 제공하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사용자가 직접 데이터를 등록해야 하는 방식이었다. 

    이에 비해 스마트워치, 스마트링 등은 심박수와 피부 온도를 측정할 수 있고, 달리기 등 운동을 할 때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도 알려준다. 엄격한 정확성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대략적인 칼로리 소모량도 알려준다. 스마트폰과 연동할 경우 혈압이나 체성분 측정 기능을 제공하기도 한다. 

    여전히 발전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도 중요한 신체 기능 중 일부를 상당히 높은 정확도로 추적하고 있다.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측정의 정확도를 높이는 영역은 이미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으려면 ‘보다 획기적인 무언가’를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생화학적 데이터’는 어떨까? 땀이나 침, 눈물 등 체액은 물론 호흡을 통해 드나드는 성분들까지 웨어러블 기기로 분석할 수 있을까?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그것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실현될 것 같다는 전망이다.

     

    웨어러블 기기의 최대 강점, ‘비침습성’

    웨어러블 기기는 보통 전문적인 장비의 도움을 받아야 알 수 있었던 다양한 건강 지표를 보다 손쉽게 알 수 있게 해줬다는 점에서 획기적이었다. 물론 정확도 면에서는 전문적인 장비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은 어쩔 수 없는 한계다. 

    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현재 상용화된 모델도 과거에 비하면 정확도가 상당히 개선된 편이다. 특히 심박수나 운동량에 관한 부분은 매우 유용하며, 실제로 이를 활용해 수월하게 건강관리를 하고 있는 사람도 무척 많다.

    어쨌거나 일반인 입장에서는 ‘제대로 알 방법이 없었던’ 것들도 ‘어느 정도 알 수 있게 된 셈이다. 그것만으로도 크나큰 진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정확도 문제는 결국 시간 문제일 거라고 본다. 좀 더 지나면 한층 더 높아질 것임이 분명하다.

    웨어러블 기기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하면 ‘비침습적’이라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건강 상태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방법들 중에는 침습적인 방법이 많다. 혈액 검사나 조직 생검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높은 정확도를 보여주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통증을 감내해야 하고 시술이나 수술에 대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여러 모로 한계가 발생한다.

    웨어러블 기반의 비침습적인 방법은 이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고 여전히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환자에게 통증이나 불편함을 주지 않고 건강 지표를 관리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웨어러블 기기의 발전에서 핵심적으로 고려하는 특성 중 하나일 것이다.

     

    웨어러블로 생화학 성분 데이터 분석?

    기술의 발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웨어러블 기기는 비침습적 방법이라는 특성을 유지하면서 다음 단계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스위스의 한 연구팀이 웨어러블 분야의 연구 현황을 메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최근 센서 기술의 발전과 함께 땀 속의 생화학적 성분을 실시간 측정할 수 있는 기기가 개발되고 있다. ‘생화학적 지표의 변화’를 감지하는 웨어러블 기기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스위스의 연구기관 콜레기움 헬베티쿰(Collegium Helveticum)의 펠로우인 노에 브라지에 박사와 스위스의 공과대학 ETH 취리히의 요르크 골트한 교수는 웨어러블 센서 분야의 현황에 대한 메타 연구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네이처(Nature)」에 게재했다.

    노에 브라지에 박사는 ‘땀’ 때문에 웨어러블 기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브라지에 박사는 “우리는 상황에 따라 신체의 ‘다른 부위’에서 ‘다른 성분의 땀’을 흘린다”라고 말하며, “그 외에도 땀에는 엄청난 양의 정보가 들어있다”라고 이야기했다. 땀이 흐르는 부위와 그 성분만 가지고도 사람의 건강 상태에 대해 비교적 정확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땀 속의 전해질 농도 변화는 탈수 상태를 알려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 혹은 땀에 포함된 특정 대사물질의 농도를 통해 현재 그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어느 정도의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지 등을 확인할 수도 있다.

    이는 땀 뿐만 아니라 인체에서 발산되는 모든 종류의 체액에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다. 브라지에 박사는 “개인적으로는 피부 표면에 착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에 가장 관심이 많지만, 기기는 의료적 목적에 따라 다양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즉, 목적에 따라 다른 형태의 데이터가 필요할 수 있고 그에 따라 기기의 형태나 착용 부위 등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폐렴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자 한다면 환자의 호흡을 분석할 수 있는 기기가 가장 적합할 것이다.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

    연구팀이 내놓은 결론은 명확하다. 생화학적 분석이 가능한 웨어러블 기기는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 다만, 소소한 기술적 걸림돌에 대한 연구들이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센서는 얼마나 오랫동안 측정을 계속할 수 있는지’, 혹은 ‘어느 정도의 동력을 필요로 하며, 그 동력은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 등이다. ‘사용 후 오염된 기기의 세척 및 보관은 어떻게 해야 편리할 것인지’와 같은 부수적 문제도 마찬가지다.

    또한,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측정한 데이터를 어떻게 처리하고 해석하고 보여줄 것인지에 대한 문제도 있다. 데이터를 보는 사람이 의료 전문가인지, 일반인인지에 따라 그 방법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작업들은 인공지능 기술과의 접목을 통해 점점 해결책을 찾아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 기기가 개발됐을 때 정식 출시가 결정되거나 임상에 적용되려면 다양한 조건에서의 검증이 필요하다. 이를 테면 안전성이나 효과에 대한 검증, 적절한 가격 설정 등에 관한 문제가 있다. 물론 윤리적인 문제도 고려해야 하며, 사회적으로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과정도 필요하다. 

    하지만, ‘획기적’ 혹은 ‘혁명적’이라 꼽혔던 역사상 모든 기술들도 모두 상상력으로부터 출발했다. 이미 상상의 결과는 현실로 다가왔고, 남은 문제는 상상과 실현 과정에 비하면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닐 것이다.

  • 단기 기억 없이 장기 기억 만들어질 수 있다

    단기 기억 없이 장기 기억 만들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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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우리가 알고 있기로, 기억이란 먼저 ‘단기 기억’으로 형성된 다음, 그것을 반복해서 학습하거나 특정한 감정적 경험이 더해짐에 따라 장기 기억으로 넘어간다. 단기 기억은 약 20~30초 정도 짧은 시간 동안만 유지되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기억’이라 부를 만한 대부분의 정보들은 장기 기억으로 저장된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단기 기억을 거치지 않고 장기 기억이 형성되는 경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치매와 같이 기억이 소실되는 퇴행성 질환을 이해하는 일, 뇌 손상에 대한 재활을 다른 관점으로 접근하는 일에 있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준다.

     

    기억의 형성과 재활용

    일반적으로 기억이 형성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특정한 정보를 받아들이고, 이를 자신이 기억할 수 있는 형태로 바꿔서 저장하는 ‘인코딩(Encoding)’ 과정을 거친다. 이때 주의력과 집중력이 중요하다. 아무렇지 않게 흘려보낸 정보는 대개 기억에 남지 않으며, 제대로 이해하고 다른 기억과 연결할 수 있는 정보가 더 오래 기억에 남기 때문이다.

    인코딩된 정보는 처음에 ‘단기 기억 영역’에 저장된다. 하지만 이 곳에 저장된 정보는 오래 보존되지 않는다.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계속 그 위에 덮어쓰게 되며 잊히게 된다. 새로운 정보가 없더라도 보통 몇 분 정도면 사라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기 위한 ‘저장(Storage)’ 과정이 필요하다. 이때 해당 정보를 반복해서 인코딩하거나 특정한 감정과 연결짓는 방법 등이 활용된다.

    장기 기억에 저장된 정보는 필요한 시점이 왔을 때 ‘인출(Retrieval)’하게 된다. 이때 저장된 정보를 다시 꺼내보면, 그것이 정확하게 저장됐는지, 얼마나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보통 학습의 결과를 판단할 때를 떠올리지만, 일상에서의 기억에도 적용해볼 수 있다. 누군가 했던 말을 정확하게 기억하거나, 특정 시간이나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할 수 있는 것이 좋은 예다.

    이때 충분히 많은 반복을 한 정보이거나, 개인적으로 강렬한 감정을 느꼈던 정보라면 며칠, 몇 달은 물론 몇 년 동안도 기억하게 된다.

     

    단기 기억을 건너뛴 장기 기억?

    이러한 기억 형성 과정은 ‘단기 기억 → 저장 → 장기 기억’으로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다. 무조건 단기 기억을 먼저 거친 뒤 장기 기억으로 넘어가는 직렬적, 선형적(linear) 구조다. 하지만 최근 미국 플로리다에 위치한 막스 플랑크 신경과학 연구소의 연구팀이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단기 기억을 건너뛰고 장기 기억이 형성되는 경로가 있다는 근거가 있다.

    연구팀은 ‘CaMKⅡ’라는 신경세포(뉴런)의 특정 효소에 주목했다. 이는 단기 기억을 형성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효소다. 연구팀은 과거 빛을 비춰서 CaMKⅡ 효소를 일시적으로 비활성화하는 방법을 개발한 바 있다. 이를 활용해 연구팀은 쥐 모델에서 단기 기억 형성을 차단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일반적으로 쥐는 어두운 공간을 선호한다. 만약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이 있다면, 쥐는 어두운 곳을 선택해 들어간다. 하지만 만약 쥐에게 어두운 공간과 관련해 무서운 기억을 심어주면 어떨까? 아마 어두운 공간을 선호하는 습성에 변화가 생길 것이다.

    연구팀은 빛을 이용해 CaMKⅡ 효소를 차단한 다음, 쥐로 하여금 공포스러운 경험을 하게 했다. 그런 다음 행동을 관찰하자, 아무렇지 않은 듯 어두운 공간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면 연구팀이 부여한 공포스러운 경험이 쥐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 것일까? 그렇지 않았다. 하루, 일주일, 한 달 후까지 지속적으로 관찰한 결과, 해당 쥐는 어두운 장소를 피하는 행동 패턴을 보였다. 공포 경험을 했던 한 시간 뒤에는 아무렇지 않았다가 시간이 지난 다음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단기 기억을 형성하지 않았다가 장기 기억으로 넘어갔다는 것’을 보여주는 명확한 근거로 보았다.

    이번 연구의 수석 저자를 맡은 신명은 박사는 “단기 기억 없이 장기 기억을 갖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실험을 반복하고 그 결과를 여러 방법으로 검증하면서 확신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즉, 단기 기억을 거치지 않고 장기 기억을 형성하는 경로가 존재한다는 것, 기억 형성 과정이 선형적 구조가 아닌 둘 이상의 병렬 구조로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인지 장애를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

    기억의 형성과 장기 기억은 우리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인간은 받아들인 정보 중 자신에게 가치가 있다고 여기거나 중요한 것 위주로 기억하게 되고, 이를 토대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즉, 기억은 ‘한 개인을 정의하는 대부분’이라 할 수 있다. 치매와 같은 퇴행성 뇌 질환이 두려움을 사는 이유 또한 그 사람의 존재를 특정하는 데 있어 기억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의 결과는 치매 등 질환을 이해하는 데 새로운 영감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치매의 가장 대표적 유형인 알츠하이머의 경우, 뇌에 특정 단백질이 축적되면서 신경세포가 손상되는 질환이다. 이로 인해 단기 기억과 장기 기억 모두가 영향을 받지만, 특히 단기 기억의 손상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알츠하이머 환자는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고 기억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가 확대 적용된다면, 단기 기억을 거치지 않고 장기 기억이 형성될 수 있다. 그렇다면 알츠하이머 환자 역시 새로운 기억을 형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생긴다. 이 메커니즘에 주목한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되거나, 기존 치료법에 이 메커니즘이 반영된다면, 알츠하이머가 진행되면서도 새로운 경험이나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비단 알츠하이머 뿐만 아니라, 다른 인지 장애에도 적용할 수 있다. 혹은 뇌졸중이나 외상 등으로 인해 뇌에 손상을 입은 환자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뇌 손상 환자들의 경우 종종 단기 기억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있다. 장기 기억을 곧장 형성하는 경로를 활용한다면, 이들의 재활 역시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 촬영 중 움직일 수 없는 MRI, 단점 보완 모델 개발

    촬영 중 움직일 수 없는 MRI, 단점 보완 모델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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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은 체내 구조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영상 기법이다. 강력한 자기장을 이용해 수소 원자가 특정 방향으로 정렬하도록 조작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인체의 대부분은 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물은 두 개의 수소 원자와 한 개의 산소 원자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수소의 비율이 더 크다. MRI는 수소 원자를 타깃으로 하여 인체 내부 구조를 상세하게 이미지화한다. 비침습적이며 방사선을 사용하지도 않기 때문에 의료 진단에서 매우 효과적인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단점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과 촬영 시간 동안 움직임이 제한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모델이 개발됐다.

     

    MRI의 단점, ‘검사 시간’

    MRI는 전신 곳곳에서 사용할 수 있지만, 특히 뇌를 비롯한 신경계의 구조 및 병변을 살피는 데 유용하다. 침습 없이 뇌 안쪽의 세밀한 구조를 높은 해상도로 보여줄 수 있으며, 여러 방향에서 촬영해 3D 구조를 확인할 수도 있기 때문에 뇌내 염증부터 뇌졸중, 뇌종양까지 다양한 질환을 검사하는 수단이 된다. 

    하지만 MRI 역시 비용이 비싸다는 것을 포함해 몇 가지 단점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검사 방법 면에서의 한계다. 우선 검사 시간이 오래 걸린다. 고해상도 이미지를 생성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 

    여러 차례의 자기장을 방출해 체내 수소 원자의 고유한 신호를 수집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또한, 수집한 데이터를 토대로 이미지를 재구성하는 것 역시 시간이 많이 걸리게 하는 이유다.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 핵심

    단순히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문제만이라면 그리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그 시간동안 환자가 고정된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문제가 더해진다. 높은 해상도로 이미지를 구성하는 만큼, 촬영하는 동안 환자가 움직일 경우 이미지 데이터가 정확하지 않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 이 때문에 고정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촬영 중 움직임이 발생하면 수소 원자가 방출하는 신호의 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미지가 흐릿해지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추가적인 촬영이 필요해지므로 전체 검사 시간이 더 길어진다.

    일상에서도 한 자세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편안한 자세여도 마찬가지다. 하물며 검사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불편한 자세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더 어려운 일이 된다. 특히 어린이 환자의 경우 긴 촬영 시간 동안 가만히 있는 것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어렵다.

    게다가 여기서 말하는 ‘움직임’은 단순히 자세를 바꾼다거나 몸을 트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눈을 깜빡이거나 호흡과 같이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것 역시 움직임으로 보며, 이로 인해 전체적인 촬영 결과물 품질이 달라질 수 있다. 

     

    한계점을 보완하는 새로운 MRI 모델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방사선과 조교수인 리 왕 박사는 이러한 MRI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촬영 중 움직임 보정, 노이즈 감소, 고해상도 유지, 영상 대비 향상 등을 위한 기초 모델을 만들고 이를 BME-X(Brain MRI Enhancement foundation)이라고 이름 붙였다.

    다음으로 연구팀은 다양한 환자 집단을 대상으로 13,000여 개 이상의 이미지를 촬영하며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기존 MRI의 한계점들을 극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했다. 

    가장 먼저 환자의 움직임을 보정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흐릿해지거나 왜곡되는 이미지를 보정해, 정확한 진단에 무리가 없을 수준의 선명하고 정확한 이미지를 제공할 수 있었다. 또한, 촬영 시간 단축 등을 목적으로 저해상도로 촬영한 이미지를 고해상도로 재구성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시간을 줄이면서도 풍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밖에 이미지에 포함된 거친 노이즈를 줄여주고, 병리학적으로 복잡한 구조를 띠는 병변의 이미지를 명확하게 보여줌으로써 진단 정확성을 높이는 데도 도움을 준다. 

    무엇보다도, BME-X는 여러 모델에서 촬영한 데이터를 일관된 기준으로 통합해주는 기능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기 모델에 따라 다르게 나오는 결과를 일관되게 치환해줌으로써 여러 기관의 협력이 필요한 경우에 보다 효과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새롭게 개발된 BME-X 모델이 보편화될 경우, 향후 여러 연구기관의 협력이 필요한 대규모 임상시험 등의 연구를 보다 간소화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 탄산음료로 인한 치아 부식, 간단한 예방법 규명

    탄산음료로 인한 치아 부식, 간단한 예방법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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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콜라나 사이다 같은 탄산음료는 치아 건강에 해롭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더라도, 탄산음료를 입안에 머금고 있는 것이 치아에 좋지 않다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는 사실이다. 

    국내 연구팀이 탄산음료가 치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입증한 데 이어, 탄산음료로부터 치아 손상을 예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탄산음료의 성분과 치아 영향

    탄산음료에는 탄산가스 외에도 인산, 구연산 등 다양한 산성 성분이 들어간다. 이 때문에 탄산음료는 기본적으로 높은 산성도(낮은 pH 값)를 가지고 있다. 산성 성분은 치아의 가장 바깥쪽을 덮고 있는 법랑질(에나멜, enamel)을 부식시킨다. 

    법랑질은 주로 칼슘과 인산 등의 무기질이 특정 형태(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로 결합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산성 환경이 만들어진다는 것은 pH 값이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수소 이온(H+) 농도가 증가하는데, 이로 인해 칼슘과 인산의 결합 구조가 깨진다. 즉, 치아 표면의 법랑질이 녹아내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치아 표면의 용해는 미세 균열로 이어지며, 이로 인해 치아의 구조에 손상이 발생한다. 건물 외벽에 발생한 미세한 균열이 시간이 지나면서 커지다가 붕괴를 유발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피부의 표피가 손상되면 진피층이 영향을 받듯, 치아 역시 표면의 법랑질이 손상되면 안쪽 조직에 영향이 가해진다. 이로 인해 우식증(충치)과 같은 구강 질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 홍승범 교수팀은 지난 2023년 10월 탄산음료가 치아에 미치는 영향을 시각적으로 입증한 바 있다. 당시 홍승범 교수팀은 나노기술을 활용, 탄산음료에 의해 치아가 부식되는 과정을 영상화한 바 있다.

    이번 연구의 개요도. SDF 미처리 및 처리된 치아를 콜라에 노출시킨 후 시간에 따른 표면 형상 및 기계적 특성을 원자간력 현미경으로 분석했다 / 출처 : 카이스트 연구뉴스
    이번 연구의 개요도. SDF 미처리 및 처리된 치아를 콜라에 노출시킨 후 시간에 따른 표면 형상 및 기계적 특성을 원자간력 현미경으로 분석했다 / 출처 : 카이스트 연구뉴스

     

    탄산음료로부터 치아 손상 예방하는 방법

    한편, 홍승범 교수팀은 최근 카이스트 화학과 변혜령 교수팀, 서울대 치의학대학원과 협력을 통해 ‘탄산음료를 마시면서도 치아 손상을 예방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규명했다. 치아 표면에 불소를 함유한 방어막을 형성시켜, 탄산음료에 의한 부식 작용을 막는다는 원리다. 홍 교수 연구팀은 이 메커니즘을 나노기술로 규명했다.

    연구팀은 먼저 치아 법랑질의 표면과 기계적 특성을 나노 단위에서 분석했다. 그런 다음 ‘은다이아민플로오라이드(Silver Diermine Fluoride, SDF)’를 처리함으로써 만들어진 나노피막의 화학적 특성을 분석했다. 

    SDF는 치과에서 주로 사용되는 물질로, 주로 충치 치료 및 예방 목적으로 사용된다. 은(Ag)의 항균 작용으로 세균 성장을 억제하고, 플루오라이드(F)로 치아의 법랑질을 강화해 충치 예방에 기여하는 원리다. SDF를 처리할 경우, 기존 법랑질의 무기질 구조가 ‘플루오로아파타이트’로 변환돼 치아 강도가 증가한다.

     

    SDF 처리 여부에 따라 뚜렷한 차이

    탄산음료에 1시간 동안 노출시킨 결과, 치아에 SDF 처리를 했는지 여부에 따라 표면의 조도와 탄성계수 변화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여기서 표면 조도는 치아 표면의 미세한 요철로 인해 매끄럽거나 거친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조도가 낮을수록 매끄럽고, 조도가 커지면 거칠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건강한 치아일수록 조도가 낮고 매끄러운 특성을 갖는다. 또한, 탄성 계수는 외부에서 힘을 받았을 때 변형되는 정도를 나타낸다. 보통 법랑질은 매우 단단하고 강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SDF를 도포한 치아는 부식으로 인한 표면 조도 변화가 64㎚ → 70㎚로 매우 적었다. 탄성 계수 역시 기존 215GPa → 205GPa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SDF를 처리하지 않은 치아는 표면 조도가 83㎚ → 287㎚로 급격하게 거칠어졌으며, 탄성 계수 또한 125GPa → 13GPa로 크게 약해졌다.

    SDF를 처리함으로써 충치를 치료할 때와 같이 플루오로아파타이트 피막이 형성돼, 보호층 역할을 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SDF 표면 처리가 되지 않은 치아(위)는 SDF 처리가 된 치아(아래)에 비해 확연하게 표면이 거칠어진 모습을 보였다 / 출처 : 카이스트 연구뉴스
    SDF 표면 처리가 되지 않은 치아(위)는 SDF 처리가 된 치아(아래)에 비해 확연하게 표면이 거칠어진 모습을 보였다 / 출처 : 카이스트 연구뉴스

    서울대 소아치과 김영재 교수는 이 기술에 대해 “어린이 및 성인의 치아 부식을 예방하고 강화하는 데 활용할 수 있으며, 비용도 효율적이고 접근성이 높은 치과 치료법”이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연구를 주도한 홍승범 교수는 “이번 연구는 초기 치아 부식을 예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을 제시한다”라며, “또한 기존의 외과적 치료가 아닌, SDF를 도포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치아 부식을 예방하고 강화할 수 있어, 통증은 물론 비용 부담도 크게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으며,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바이오 머티리얼즈 리서치(Biomaterials Research)」에 지난 11월 7일자로 게재됐다.

  • 아토피 피부염, ‘태반 주사’로 완화 효과 보여

    아토피 피부염, ‘태반 주사’로 완화 효과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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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의 태반 추출물을 활용한 이른바 ‘태반 주사’가 아토피 피부염 치료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내용이 최근 국내 연구를 통해 발표됐다. 

     

    대표적인 난치성 질환

    아토피 피부염은 만성 염증성 피부염으로 대표적인 난치성 질환에 속한다. 또한 재발률이 높아 환자들에게 오랜 시간 고통을 주는 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 아동의 약 10~20%, 성인의 약 1~3%가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아토피 피부염 환자는 100만 명 가량이다. 

    아토피 피부염은 유전적 요인으로 인해 앓는 경우가 많으며, 후천적으로 알레르기 물질이나 공기 오염,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발병하기도 한다. 후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 알레르기성 비염, 천식, 피부 감염 등의 알레르기 관련 질환과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면역 체계의 이상으로 염증이 과도하게 발생하며, 피부 장벽이 약해지고 수분 유지 능력이 떨어져 외부 자극에 민감한 상태가 된다. 이로 인해 가려움증, 발진, 건조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가려움으로 인해 해당 부위를 긁다가 출혈이 발생하는 경우도 흔하다. 보통 얼굴, 목, 팔꿈치, 오금 등의 부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대표적인 만성 질환으로 꼽힌다. 치료 여하에 따라 증상이 나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다시 재발하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은 피부 자극을 피하기 위해 음식, 옷, 주위 환경 등 삶의 여러 부분에서 제한을 받게 되며, 이로 인해 심리적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는 경우가 많다.

     

    기존 치료법과 그 한계점

    아토피 피부염은 환자마다 증상의 정도 등이 다르다. 때문에 치료법 역시 환자 상태와 증상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피부 장벽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보습제를 꾸준히 챙겨 바르는 것이다. 이를 통해 피부 건조를 예방하고 수분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알레르기성 가려움증이 발생하는 경우, 항히스타민제를 사용해 가려운 증상을 줄이기도 한다. 특히 아토피 환자는 밤에 잠을 자는 동안 무의식적으로 병변 부위를 긁는 경우도 생긴다. 항히스타민제는 이런 문제를 줄일 때 효과적으로 사용된다.

    다만, 염증이 심한 경우에는 보습제나 항히스타민제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이런 경우에는 스테로이드 연고가 사용된다. 증상이 심할수록 스테로이드 농도가 높아질 수 있다. 단, 스테로이드는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 내성이 생길 수 있고, 오래 사용하다 보면 색소 변화, 피부 위축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올해 7월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의 치료 가이드라인이 9년만에 개정되면서 염증의 주요 기전을 차단하는 새로운 치료제들이 등장했다. 여기에는 국소 요법, 전신 치료법, 생물학적 제제 치료법 등 다양한 방법들이 도입됐다.

    이에 따라 병변 부위에 한정해 국소적으로 면역억제제를 사용하거나 자외선을 활용한 광선 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면역억제제는 자칫 다른 감염 위험이 동반될 수 있다는 위험이 있으며, 광선 치료는 시간이 오래 걸리며 자주 치료해야 한다는 점에서 번거로움이 생긴다. 에너지량이 높은 짧은 파장 광선에 자주 노출됨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해야 한다.

     

    태반 주사를 활용한 치료 효과

    중앙대학교병원 피부과 김범준 교수 연구팀은 최근 동물 실험을 통해 인간 태반 추출물이 아토피 피부염 치료에 효능이 있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인간 태반 추출물(Human Placenta Hydrolysate, HPH)은 태반에서 혈액과 호르몬을 분리해 제거한 뒤, 남은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해 주사제로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른바 ‘태반 주사’라고 불린다.

    HPH는 다양한 생리활성 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데다가 상대적으로 부작용도 적다. 염증 완화, 상처 치유, 피로 개선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이를 시술받고자 하는 수요가 많았다. 

    김범준 교수 연구팀은 실험 쥐에게 아토피 피부염을 유발하고, 마찬가지로 인간 각질형성세포에도 아토피 피부염을 유도했다. 그리고 각각 기존 피부염증 치료제로 사용되던 ‘덱사메타손’과 HPH를 주사해 치료 효능을 비교·평가하고자 했다. 주사는 양쪽 모두 피하 및 복강 내 주사로 통일했다.

    연구 결과, HPH 주사는 각질형성세포의 활성산소종(ROS) 생성을 현저히 감소시켜 산화 스트레스가 억제된 것을 확인했다. 아토피 피부염의 경우 면역 체계의 과민반응으로 인해 염증이 발생한다. 따라서 산화 스트레스가 심할 경우 염증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HPH 주사가 이러한 염증 메커니즘의 완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또한, 쥐 모델에서도 HPH를 주사한 경우 아토피 피부염을 일으키는 주요 염증물질 IL-4 농도가 60% 감소, IgE의 농도가 27% 감소하는 결과를 보였다. 특히 IL-4는 아토피 피부염의 주요 염증 매개체로, 핵심 기전인 Th2 면역 세포의 활성화와 관련이 깊다. HPH가 Th2 세포의 면역 반응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유의미한 발견이라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염증 부위에 대식세포가 모여드는 현상이 감소했으며, 염증으로 인해 두꺼워졌던 표피가 다소 줄어듦으로써 병변이 개선된 것을 확인했다. HPH에 포함된 생리활성 물질이 피부 재생을 촉진하는 데 기여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기존 치료 듣지 않는 환자에게 대안 제시

    김범준 교수는 “향후 실질적으로 아토피 피부염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지 본격적인 임상연구 등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라며 “고가의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하기 어렵거나 치료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의 한 옵션으로서 HPH 주사가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미생물 생명공학 저널(Journal of Microbiology and Biotechnology)」 최신 호에 게재됐으며, ‘한국 미생물·생명공학회’의 우수 논문으로 선정됐다.

  • 손상된 말초 신경과 근육, ‘정상 회복’ 가능성 제시

    손상된 말초 신경과 근육, ‘정상 회복’ 가능성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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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대학교 보건환경융합과학부 김준선 교수 연구팀과 포항공과대학교 연구팀이 말초신경 손상 부위의 근육과 신경을 회복시킬 수 있는 신개념 신경-근육 재생 구조체를 개발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 11월 국제 학술지 「Advanced Materials」의 전면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말초신경 손상으로 인한 문제점

    말초신경은 뇌와 척수에서 시작돼 몸의 각 부분에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이다. 손과 발, 팔과 다리가 대표적이지만, 사실상 중추신경을 제외한 모든 부위에 분포한다. 

    이들 말초신경은 일상에서 다치는 일이 꽤 흔하다. 넘어짐부터 크고 작은 사고, 혹은 날카로운 것에 찔리거나 베여 상처가 생길 경우 신경이 손상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한, 감염이나 염증, 혹은 당뇨를 비롯한 기타 질병으로 인해 신경 손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렇게 말초신경에 손상이 발생할 경우, 그 말단에 신경종(neuroma)이 발생한다. 손상된 신경이 재생되는 과정에서 신경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신경종은 재생하고자 하는 신경의 경로를 방해하고, 신경이 정상적으로 재생되더라도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이로 인해 신경이 손상됐다가 재생된 경우, 근육이 위축되거나 운동 기능이 저하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혹은 감각 신경의 기능을 방해해 감각이 아예 없거나 통증이나 따끔거리는 증상이 과도하게 발생하는 등의 이상 감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신경 이식 수술, 제한이 너무 커

    신경 손상으로 인한 기능 저하나 이상이 발생할 경우 약물 치료 또는 물리치료를 통해 치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 증상이 심각한 경우,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신경 이식 수술’은 그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다. 임상적으로 손상 또는 절단된 신경을 근육에 이식함으로써 신경이 새로운 경로를 찾아 재생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현재로서 신경 이식 수술은 ‘자가 근육 이식만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제한이 매우 크다. 환자의 다른 부위에서 신경을 떼어내야 하며, 이식하고자 하는 부위의 신경이 충분히 건강해야만 높은 성공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식할 신경이 충분치 않거나 손상된 경우, 수술을 하더라도 그 효과가 충분하지 않을 우려도 있다.

     

    생체 근육 모사한 3D 근육 구조체

    고려대학교 김준선 교수 연구팀은 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먼저 포스텍 연구팀은 조직공학을 기반으로 한 3D 세포 프린팅 기술을 사용했다. 이는 세포를 정밀하게 배열해 생체 조직의 구조를 재현하는 방법이다. 그런 다음 나노 섬유 전기방사 기술을 사용해, 생체 재료를 사용한 나노미터 크기의 섬유를 만들어냈다. 이를 통해 실제 근육을 본뜬 ‘3D 근육 구조체’를 만들었다. 

    그런 다음 고려대학교 연구팀에서는 이 3D 근육 구조체가 실제 인간의 몸에 충분한 적합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점검했다. 체내에 이식됐을 때 이물질로 인식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구조체가 면역 반응을 일으키지는 않는지, 세포가 잘 생존하고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

    이어서 연구팀은 이 근육 구조체에 신경을 이식하는 방법을 개발해 적용했다. 생체 내 신경을 직접 이식하는 방법으로 ‘신경-근육 재생 구조체 (eRIPEN)’를 성공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완성된 eRIPEN은 8개월 이상의 기간동안 생체 내 안정성 및 생체 적합성을 확인했다. 조직학 및 전기생리학적으로 신경-근육 재생 및 통증 조절 효과를 갖췄다는 것 역시 확인했다. 근섬유로의 분화가 이루어지고 자체적인 혈관 형성까지 가능하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근육 구조체 내에서 만들어진 근섬유에 이식된 신경이 재생되면서 새로운 신경-근 접합부가 형성됐다. 이로 인해 근육이 신경의 자극에 반응해 수축하는 모습까지 관찰할 수 있었다. 이로써 기존 신경 이식 수술의 한계를 극복하고 재생 치료에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 셈이다. 

     

    기존의 부피 재건에 이어, 기능 회복까지 구현

    조직공학 기술을 활용한 기존의 인공 근육 구조체들은 주로 ‘근육 부피 재건’에 초점을 맞춰왔다. 손상된 근육을 물리적으로 복원하는 것에 중점을 둔 것이다. 하지만 구조적인 복원에는 성공했더라도, 실제 근육의 힘이나 수축 등 정상적인 기능은 재생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근육이 손상될 경우네느 신경 손상으로 인한 신경병증성 통증이 동반된다. 이는 매우 극심한 통증으로 실제 환자들이 겪는 중요한 문제였지만, 이에 대한 중재 및 치료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기존까지의 인공 근육 구조체들을 실제 임상에 적용할 수 없었던 이유다. 

    이번 김준선 교수 연구팀은 자가 신경 이식을 통해 기존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손상된 신경 부위에 건강한 신경을 이식함으로써, 신경병증성 통증의 발생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방법을 개발한 것이다. 

    이로써 연구팀은 신경이 재생돼 통증 신호를 비롯해 근육의 정상적인 수축을 비롯한 기능적인 부분까지 회복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 과정에서 신경이 자극하는 방식으로 근육이 반응할 수 있는 데이터도 확보했다. 이 데이터는 향후 신경병증성 통증을 앓고 있는 환자를 위한 치료법 개발에 기초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 경쟁력 확보, 치료법 발전 이끌 것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된 eRIPEN은 향후 인공 근육 구조체 시장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단순히 손상된 부위를 형태적으로 재건하는 것 뿐만 아니라, 실제 기능까지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또한, eRIPEN은 조직공학 및 의료 기술과의 융합할 수 있는 하나의 플랫폼이 될 가능성도 가지고 있다. 

    연구를 진행한 김준선 고려대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신경 손상 및 근육 손상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의 통증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운동기능의 회복까지 기대할 수 있는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통증 및 근재생의 통합적 치료 기술로써 이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한 삶과 사회 구축에 공헌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본 연구를 통해 개발된 신경-근육 재생 구조체(eRIPEN)의 제작 이미지(좌), 그리고 Advanced Materials 전면 표지 이미지(우)(Volume 36, Issue 44) / 출처 : 고려대학교
    본 연구를 통해 개발된 신경-근육 재생 구조체(eRIPEN)의 제작 이미지(좌), 그리고 Advanced Materials 전면 표지 이미지(우)(Volume 36, Issue 44) / 출처 : 고려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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