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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육류·유제품 대체재, ‘콩류 식품’이 최적? 글쎄…

    육류·유제품 대체재, ‘콩류 식품’이 최적?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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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류와 유제품은 건강한 식단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단백질, 칼슘, 비타민B12 등 중요한 영양소를 공급하기 위해 반드시 포함돼야 할 식품들이다. 다만, 이들 식품군에는 건강과 관련된 단점과 함께 생산 과정에서의 환경 오염 문제, 동물 복지 문제가 따라다닌다.

    이에 따라 육류와 유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노력이 전 세계적으로 지속되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무엇일까? 현재 상황에서는 영양, 건강, 환경, 생산비용 등 모든 측면에서 콩과 완두콩이 가장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육류와 유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방안과 부족한 점을 짚어본다.

     

    육류·유제품 대안, 왜 필요한가

    육류와 유제품은 이른바 ‘동물성 식품’으로 불린다. 이들은 필수 아미노산을 모두 포함한 완전 단백질을 비롯해, 뼈 건강에 중요한 칼슘, 그리고 각종 대사 및 신경계에 중요한 비타민 B12 등 인간에게 필수적인 영양소를 공급해준다.

    하지만 동물성 식품은 그 유용성만큼이나 여러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 개인 차원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영양 관련 문제다. 동물성 식품들은 보통 포화지방의 함량이 높다. 이 때문에 육류나 유제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경우 고지혈이나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 등 건강 문제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한편, 동물성 식품은 생산 과정에서 사회적인 문제를 동반한다. 축산업이나 낙농업은 대량의 탄소를 배출하는 원천으로, 환경 오염의 주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동물성 식품을 얻는 과정에 대한 동물 복지 관련 비판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기존 육류와 유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오래 전부터 꾸준히 연구되고 있다. 

    물론 영양이나 환경, 동물복지 등의 문제를 해결한다 하더라도 개인의 취향에 따른 수요는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대체육 제품이 실제 고기의 식감을 따라갈 수 없는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육류와 유제품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다만, 환경 측면에서는 적어도 지금보다 더 나아질 거라 기대해볼 수 있다.

    육류와 유제품은 보통 포화지방 함량이 높다 /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육류와 유제품은 보통 포화지방 함량이 높다 /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육류·유제품 대안에 대한 검토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NAS)에서 발행하는 과학 저널 「PNAS」에 최근 게재된 연구에서는 기존의 육류와 유제품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식품들에 대해 구체적인 평가를 실시했다. UCL 글로벌 건강 연구소에서 실시한 이 연구에서는 ① 두부, 템페 등 전통 식품 ② 채식 버거, 두유 등 가공 대체품 ③ 세포 배양육 ④ 대두, 완두콩 등 신선식품까지 총 4가지 식품군을 평가 대상으로 삼았다. 

    평가 항목 역시 영양소, 건강 영향, 환경 영향, 생산비용으로 총 4가지로 설정했다. 이 4가지 평가 항목에 따르면 가장 우수한 점수를 받은 것은 대두, 완두콩 등의 콩류 신선식품이었다. 연구팀에 따르면 육류와 유제품 대신 콩류 식품을 선택할 경우, 영양 및 식이 관련 불균형 및 질환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영국과 미국을 비롯해 유럽의 고소득 국가에서 발생하고 있는 영양 불균형 문제를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으며, 불균형한 식단으로 인해 질병을 얻어 사망하는 비율이 현재의 10%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다양한 콩류 식품을 통해 단백질, 칼슘, 비타민 B12 등 기존 육류와 유제품에 의존도가 높은 영양소를 모두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콩류 식품은 과도한 지방이나 유당과 같은 문제가 없기 때문에 식단으로 인한 문제의 발생 위험도 낮다.

    또한, 콩류 식품은 환경과 비용 문제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온실가스 배출, 토지와 물 이용 등 축산업과 낙농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 영향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 것이며, 생산 비용 역시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결과다.

    육류와 유제품 대체재에 대한 비교 평가 결과. 왼쪽부터 영양, 건강 영향, 환경 영향, 생산비용에 대한 평가로 이어진다 / 출처 : PNAS
    육류와 유제품 대체재에 대한 비교 평가 결과. 왼쪽부터 영양, 건강 영향, 환경 영향, 생산비용에 대한 평가로 이어진다 / 출처 : PNAS

     

    가공 없이는 유제품 대체 어려워

    사실 콩류 식품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채식주의나 비건이 확산되면서 식물성 식품으로 단백질과 칼슘 등 영양소를 얻는 방법도 알려졌다. 필수 아미노산 공급 문제 역시 대두가 모든 종류의 아미노산을 공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식물성 완전 단백질’도 공급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첫째는 비타민 B12다. 현재까지 비타민 B12는 식물성 신선식품으로 얻을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채식주의나 비건의 경우, 식물성 제품에 비타민 B12를 강화한 제품을 이용하거나 별도의 보충제를 섭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기존의 유제품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두유나 아몬드유 등 식물성 식품을 가공한 대체품이 필요하다. 순수한 콩류 식품으로 육류의 영양소를 대체할 수는 있지만, 유제품의 특성과 영양소를 공급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즉, 위 평가 대상을 분류한 기준으로 보자면 ② 채식 버거, 두유 등 가공 대체품이 함께 다뤄져야 한다. 연구팀이 내놓은 결과에 따르면 2위는 인도네시아 전통 발효식품인 템페였으며, 식물성 식품을 가공한 대체품 역시 콩류 신선식품에 버금가는 대안으로 나왔다.

     

    육류 대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또 하나의 산은 바로 육류다. 영양과 건강 측면에서 콩류 식품이 육류를 대체할 수 있다는 건 별로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콩류 신선식품이 육류의 영양소를 대체할 수 있고, 건강에도 더 좋다는 사실을 잘 알지만, 여전히 육류를 대체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실제 콩으로 만든 대체육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육은 동물성 육류를 대체하지 못한다. 맛과 식감이라는 영역에서 여전히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을 먹느냐는 건강의 근본과 같지만, 그 과정에서 느끼는 맛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요인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동물 세포를 활용한 배양육이 연구되고 있다. 기존의 영양과 건강상 장점을 유지하면서 맛과 식감을 살리기 위한 대안이다. 하지만 현재 기술로는 경쟁력이 없다. 연구팀에 따르면 현재의 세포 배양육은 기존 육류 못지 않은 탄소 배출량이 발생하며, 생산 비용은 오히려 기존 축산업에 비해 최대 4만 배까지 높을 수 있다.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이런 단점들은 어느 정도 보완될 수 있겠지만, 여전히 머나먼 일로 보인다. 애당초 그만한 투자를 할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을 극복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에서 다뤄진 영양, 건강, 환경, 비용의 4박자는 분명 타당한 평가 기준이다. 하지만 여기에 더해, 소비자 입장에서 느끼는 맛과 식감의 영역까지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그런 대안이 나올 때, 비로소 인류는 육류와 유제품의 완전한 대체를 논할 수 있지 않을까.

    기존 육류의 맛은 물론 식감도 잡을 수 있어야 비로소 '대체'를 논할 수 있을 것이다 /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기존 육류의 맛은 물론 식감도 잡을 수 있어야 비로소 '대체'를 논할 수 있을 것이다 /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 e-타투, 두피에 직접 인쇄하는 뇌파 측정 전극

    e-타투, 두피에 직접 인쇄하는 뇌파 측정 전극

    e-타투 적용 방식 / 출처 : 'Cell Biomaterials'
    e-타투 적용 방식 / 출처 : 'Cell Biomaterials'

    두피 문신처럼 전극을 인쇄해 뇌파를 측정할 수 있는 e-타투 기술이 등장했다. 뇌와 신경계에 발생하는 질환을 진단하기 위한 뇌파 측정 기술이 한결 더 간소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타투에 관한 내용은 국제 저널 「Cell Biomaterials」에 현지 시각 2일(월) 게재됐다.

     

    기존 뇌파 측정의 한계 : 번거로움

    뇌파(Electroencephalography, EEG)는 뇌의 전기적 활동을 파동 형태로 기록하는 방법이다. 뇌의 전기 신호를 측정해 뇌 기능과 상태를 알 수 있는 척도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뇌파는 신경계에 발생하는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법을 찾는 데 매우 중요하다. 

    뇌파 측정은 뇌와 신경계에 발생하는 거의 모든 종류의 질환을 진단하는 데 널리 활용된다. 여기에는 간질(뇌전증) 등 발작성 질환부터 뇌에 발생한 물리적 손상은 물론, 뇌졸중이나 뇌종양, 알츠하이머와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이 해당한다. 또한, 정신건강과 수면 관련 문제도 포함된다.

    뇌파 측정의 유용성은 다른 무엇보다 ‘비침습성’에 있다. 두피에 전극을 부착해 뇌의 전기적 활동을 모니터링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환자에게 통증이 가해지거나 신체적 부담을 주지 않는다. 뇌의 활동을 실시간으로 살펴볼 수 있기 때문에, 비정상적인 패턴이 나타날 경우 즉각 확인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비교적 간단하고 빠르게 실시할 수 있고, 고가의 장비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다는 것 또한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준비 과정이 다소 번거롭다는 것이 단점이다. 환자의 두피에 여러 개의 전극을 부착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도 상당히 걸린다. 명확한 검사 결과를 위해 머리카락과 두피를 깨끗하게 해야 하므로, 자칫 실제 검사 시간에 비해 준비하는 과정의 시간이 더 걸리는 경우도 있다. 

    뇌파 검사는 ‘편안한 상태’에서 진행돼야 하는데, 시간이 지체됨에 따라 환자 입장에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검사 결과에 영향을 줄 우려도 있다. 특히 긴장하거나 불안한 상태가 되면 뇌파에 변화가 생길 수 있으며, 이를 비정상적인 패턴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e-타투, 피부 표면의 신호를 추적

    미국 텍사스 대학 오스틴 캠퍼스의 난슈 루(Nanshu Lu) 박사 연구팀은 ‘전자 문신’ 또는 ‘e-타투’라고 알려진 기술로 이 분야에 해결책을 제시했다. e-타투는 인간의 피부 표면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추적하는 소형 센서를 말한다.

    루 박사와 그 연구팀은 e-타투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신체 다양한 부위에 적용해 성능을 테스트해왔다. 가슴 부위에서 심전도를 측정하기도 하고, 근육에 적용해 근육의 피로도를 측정하기도 했다. 심지어 겨드랑이 아래쪽에 e-타투를 적용해 땀 성분을 측정하려는 시도도 했다.

    기존의 e-타투는 얇은 접착성 재료에 인쇄된 다음 피부로 옮겨지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는 털이 없는 부위에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루 박사에 따르면, “털이 있든 없든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이 분야의 발전 과제였다.

    루 박사 연구팀은 전도성 폴리머 기반의 액체 잉크를 고안했다. 머리카락이 있어도 그것을 통과해 두피에 닿을 수 있고, 액체 성분이 건조된 뒤에는 얇은 필름 형태의 센서로 작동한다. 즉, 기존의 뇌파 측정 방식을 개선할 수 있는 기술이 된다.

    원리는 간단하다. 컴퓨터 알고리즘을 사용해 뇌파 측정용 전극을 어디에 부착할 것인지를 정한 다음, 디지털로 제어되는 프린터를 사용해 해당 지점에 액체 잉크를 분사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기존 EEG 측정 방식에 비해 빠르고, 전극을 피부에 접촉시킬 필요도 없기 때문에 환자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4배 이상의 연결 안정성 유지

    연구팀은 실제로 짧은 머리를 가진 참가자 5명을 모집해 두피에 e-타투 방식으로 전극을 인쇄했다. 정확한 비교 측정을 위해 e-타투가 적용된 곳 옆에 기존의 EEG 측정용 전극을 부착했다. 비교 결과, e-타투는 약간의 노이즈가 발생하긴 했지만 비교적 잘 작동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6시간이 지나자, 기존 EEG 측정용 전극에 발랐던 젤이 마르면서 피부와 접촉이 줄어들었다. 신호 감지 정확도가 떨어지며 약 3분의 1 이상의 신호 불량이 발생했다. 반면, e-타투로 인쇄한 전극은 최소 24시간 동안 안정적으로 연결돼 지속적으로 신호를 보내왔다.

    또한, 연구팀은 전극 인쇄 지점에서 목 부위까지 이어지는 ‘e-타투 케이블’을 인쇄했다. 이를 통해 기존 EEG 측정 검사에서 사용하던 전선을 간소화했다. 전극 부착 지점까지 이어져야 하는 전선을 목 부위까지만 연결하면 되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는 훨씬 부담이 덜어지는 것이다.

    연구팀은 머리에 인쇄된 e-타투 사이에 짧은 전선을 연결해, 뇌파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소형 장치에 연결했다. 연구팀은 향후 무선 데이터 전송기를 내장하는 방식으로, 완전한 무선 방식으로 뇌파 측정을 가능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같은 음식 먹어도 ‘효과’가 다를 수 있는 이유

    같은 음식 먹어도 ‘효과’가 다를 수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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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음식이 건강에 좋다’라는 정보는 많고도 복잡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음식이 몸의 어떤 곳에 이로운 작용을 한다고 말하는 경우도 흔하다. 하지만 실제로 그것을 먹었을 때는 어떤가? 누군가는 뚜렷한 효과를 보는 반면, 누군가는 별다른 효과를 얻지 못하기도 한다.

    ‘개인차 때문’이라는 말은 다소 무책임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하다. 같은 음식을 먹었음에도 사람마다 다른 반응이 나타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소화 시간부터 장내 환경까지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 연구팀은 2021년 50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동일한 메뉴로 아침식사를 하게 하고, 그 사이에 소화 과정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작은 캡슐을 함께 삼키도록 했다. 캡슐은 위와 소장, 대장을 통과하면서 산성도(pH)와 온도, 압력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삼킨 캡슐은 짧게는 12시간, 길게는 72시간 후에 대변으로 나왔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가장 기본적으로 ‘음식물이 장을 통과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물론 기존에도 이미 알려져 있던 사실이지만, 이번 실험을 통해 한 차례 더 명확한 근거를 확보한 셈이다.

    연구를 주도한 코펜하겐 대학의 영양학, 운동 및 스포츠학과 헨릭 로거 부교수는 “식사와 함께 삼킨 캡슐을 통해, 우리는 소화와 영양소 흡수, 배변 패턴의 개인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라며 “이는 식습관과 대변 샘플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에 비해 훨씬 풍부하다”라고 설명했다.

     

    pH 변화로 소화 과정 추적

    음식을 섭취하면 식도를 지나 가장 먼저 위에 도달한다. 함께 삼킨 캡슐은 이 지점에서 매우 낮은 pH값을 기록했다. 위산으로 인해 산성도가 높아진 것이다. 그런 다음 캡슐은 대부분의 영양소를 흡수하는 소장으로 이동하면서 pH값이 높아졌다. 소장 세포가 위산을 중화하는 알칼리성 물질을 방출하기 때문이다.

    소장에서 소화되지 않은 나머지 음식은 다시 대장으로 이동한다. 장내 미생물에 의해 발효가 진행되는 영역이다. 장내 미생물들은 지방산을 만들어낸다. 중성으로 갔던 pH값이 다시 산성에 가깝게 낮아지는 이유다. 하지만 대장을 따라 이동하는 과정에서 지방산은 점차 장 벽을 통해 흡수된다. 이 과정에서 pH값은 다시 증가하게 된다.

    pH값의 변화 추이는 연구팀으로 하여금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각 장기를 넘어갈 때마다 pH값의 변화가 발생하기 때문에, 소화 과정의 한 지점에서 다음 과정으로 넘어가기까지 얼마나 걸렸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즉, 음식물이 위와 소장에 얼마나 머물렀는지, 대장으로 넘어가 최종 배출되기까지 얼마나 걸렸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개인에 따라 전체 소화 과정이 얼마나 걸리는지를 아는 것은 물론,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렸는지도 알아낼 수 있다. 만약 실험 진행 중 누군가 소화 과정에 문제가 생겼다면, 음식물이 머무는 시간과 측정된 pH값 등을 통해 어떤 곳에서 문제가 생겼는지도 추적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저마다 다르다

    로거 부교수는 “우리는 pH가 미생물 성장과 활동에 중요한 환경 변수라는 것을 알고 있다”라며 “장내 온도와 압력, pH 등에서 나타난 차이로부터, 사람마다 장내 미생물의 구성과 활동에 차이가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이야기했다.

    로거 부교수는 이번 연구가 향후 누군가를 대상으로 한 ‘맞춤형 영양 지침’을 제공할 때 의미 있는 기초 자료이자 중요한 지식이 돼 줄 거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연구 결과는 ‘개인이 모두 다르다’라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정리했다. 

    개인마다 장의 길이, 장내 미생물 구성과 그 활동은 다를 수 있다. 즉, 같은 음식을 같은 방식으로 섭취하더라도, 소화와 흡수는 모두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확인한 셈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개인의 건강 상태와 기존 식사습관 등을 토대로 하는 기존의 영양 지침에 더해, 보다 더 개인화 된 맞춤 영양 관리를 제공할 수 있는 길잡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코로나19 스파이크 단백질, 최대 4년까지 뇌에 남아

    코로나19 스파이크 단백질, 최대 4년까지 뇌에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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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팬데믹이 공식적으로 물러간 시점을 꼽자면 2023년 5월 코로나19 위기단계가 ‘심각’ 에서 ‘경계’로 하향 발표된 때일 것이다. 그리고 올해 5월부터 다시 ‘경계’에서 ‘관심’ 단계로 하향 조정되면서 사실상 엔데믹도 끝을 고하나 싶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에 대한 연구는 지속돼 왔다.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여전히 이 바이러스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했다.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입하기 위한 ‘스파이크 단백질’이 감염 후 최대 4년 동안 뇌수막과 두개골 골수에 남아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다.

     

    완치 후에도 남는 스파이크 단백질

    헬름홀츠 뮌헨 지능형 생명공학 연구소장 알리 에르튀르크 교수 연구팀은 새로운 인공지능 기반 영상 기술을 개발했다. 장기나 조직 샘플을 투명하게 만들어, 세포 구조와 대사 산물 등을 3차원 시각화할 수 있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통해 코로나19에 감염된 인간 환자와 감염된 실험용 쥐의 조직 샘플에 SARS-CoV-2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게다가 이 단백질은 감염 후 몇 년이 지나도 두개골의 골수 및 수막에서 농도가 증가한다는 것도 밝혀냈다.

    스파이크 단백질은 바이러스의 침투를 위한 선봉대와 같다. 면역 체계의 관점에서는 여전히 침입자이고 이물질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이 골수와 수막에 오랫동안 존재함으로써 만성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체내 어디서든 만성 염증이 발생할 경우, 염증 물질이 혈류를 타고 온몸으로 퍼져 갖가지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을 높인다. 염증 물질이 뇌로 유입될 경우, 신경퇴행성 질환이 발생할 우려도 높다. 즉, 뇌에서 직접적으로 발생한 만성 염증은 여러 신경퇴행성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핵심 요인이 된다.

    에르튀르크 교수는 “우리가 확보한 데이터와 연구결과는 스파이크 단백질이 장기적으로 신경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라며 “여기에 뇌 노화가 빨라지는 요인이 더해진다면 개인에 따라 5년~10년 가량의 ‘건강한 뇌 수명’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골수와 수막에 존재할 수 있는 스파이크 단백질 / 출처 : 'Cell Host & Microbe'
    골수와 수막에 존재할 수 있는 스파이크 단백질 / 출처 : 'Cell Host & Microbe'

     

    백신 접종을 권장하는 이유

    한편, 연구팀은 mRNA 코로나19 백신이 이러한 스파이크 단백질의 축적을 상당히 줄여준다는 사실도 함께 발견했다. 연구팀이 사용한 백신은 바이오엔테크(BioNTech)와 화이자(Pfizer)의 협력으로 개발된 ‘코미나티(Comirnaty)’ 백신이다. 아스트라제네카나 얀센, 노바백스 등 다른 백신들은 이번 연구에서 사용되지 않았다.

    mRNA 백신을 접종한 쥐는 대조군에 비해 뇌 조직 및 두개골 골수에서 스파이크 단백질 수치가 낮아지는 결과를 보였다. 약 50%의 감소율이다. 백신을 맞으면 축적된 스파이크 단백질이 감소하지만, 여전히 절반 가량의 단백질이 잔류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에르튀르크 교수는 이 대목을 “중요한 단계다”라고 말했다. 그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장기적 영향을 완전히 해결하기 위한 ‘추가 개입’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라고 이야기했다. 백신을 접종해 50%의 감소율을 보였다는 결과도 물론 의미가 있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후속 요법이 필요하다’라는 사실 자체라는 것이다.

    백신을 접종한다고 해도 감염을 완전히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백신을 접종한다고 해도 기존에 축적된 스파이크 단백질의 50% 가량은 남는다. 다만, 이는 개인적인 선택의 문제다. 어떤 사람에게는 이 50%의 감소율 또한 충분히 의미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코로나19의 기세가 꺾인 지금도 여전히 백신 접종을 권장하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코로나19,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23년 10월 기준으로 전 세계적으로 약 7억 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통계가 있다. 하지만 이는 공식 통계에 기반한 수치다.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감염자가 발생했을 거라는 추정이 합리적이다. 우리나라 역시 공식 통계상으로는 2천만 명 이상으로 집계됐지만, 실제 감염됐던 사람은 더 많을 것이라 보는 것이 타당하다.

    즉,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머릿속에 여전히 SARS-CoV-2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축적돼 있을 거라는 의미다. 이는 분명한 공중보건 차원의 문제다. 에르튀르크 교수 역시 “이는 개인의 건강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라고 언급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신경계 질환의 발생 위험을 인식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스파이크 단백질을 통해 이와 관련된 바이오마커를 제시할 수도, 축적된 단백질을 제거하기 위한 표적 요법을 개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엔데믹 선언 후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코로나19는 사람들의 인식에서 멀어지지 않았다. 이 바이러스가 남기고 간 유산을 청산하기 위해서도 앞으로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 HIV 예방요법, 연 2회 주사로 대체 가능해진다

    HIV 예방요법, 연 2회 주사로 대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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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Human Immunodeficiency Virus, HIV) 예방을 위한 새로운 방법의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6개월에 한 번 주사를 맞으면 감염 위험을 96%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결과다. 매일 복용해야 하는 약물에 비해 훨씬 편의성이 높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에이즈 유발하는 바이러스

    HIV는 인간의 면역 체계를 손상시키는 바이러스다. 감염 후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며 면역 체계를 심각한 수준으로 손상시킨다. 이 경우 일반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는 미생물이나 병원체에 의해서도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증상이 진행됨에 따라 에이즈(AIDS, 후천성 면역결핍 증후군)를 유발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HIV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높은 경우는 사전에 ‘노출 전 예방 요법(PrEP)’을 실시한다. 일반적으로 전문의 처방에 따른 약물을 매일 복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감염 현황을 검사하고 진단을 받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PrEP는 HIV 감염 위험을 99%까지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효과적이다. 하지만 매일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빠뜨리거나 임의로 불규칙하게 복용하는 경우 효과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 에모리 대학과 그레이디 헬스 시스템(Grady Health System)에서 주도한 임상시험 결과, 6개월에 한 번 주사하는 방식으로 96%의 예방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 나왔다. 이는 「NEJM(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저널에 게재됐다.

     

    6개월에 한 번, 예방률은 더 높아

    연구팀은 HIV가 유행하는 지역을 포함해 다양한 인종과 성별의 참가자 약 3천여 명을 모집해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이들 중 약 1천 명에게는 기존에 매일 경구 복용하게끔 돼 있는 항레트로바이러스제 ‘트루바다(Truvada)’를 복용하게 했으며, 2천 명에게는 새롭게 개발된 주사제 ‘레나카파비르(Lenacapavir)’를 투여하도록 했다.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시험은 무작위 이중맹검 방식으로 진행했다.

    임상시험 결과, 트루바다를 복용한 그룹에서는 9건의 HIV 감염이 발생했다. 1천여 명 중 9건이니 대략 0.9%에 해당한다. 한편, 레나카파비르를 주사한 그룹에서는 2건의 감염만 발생했다. 2천여 명 중 2건은 0.1% 수준에 해당하는 수치다. 

    감염률 수치만으로 보면 두 가지 방법 모두 충분히 효과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트루바다는 매일 복용해야 하고, 레나카파비르는 한 번 주사 후 6개월 뒤에 다시 주사하면 된다는 점에서 대상자의 편의성, 삶의 질 면에서는 큰 차이가 난다.

    에모리 의과대학의 콜린 켈리 박사는 “6개월에 한 번씩만 주사하면 되는 약물에서 거의 100%에 달하는 높은 효능을 보였다는 것은 놀라운 결과다”라고 이야기했다. 

     

    의료 접근성 낮은 곳에 혜택 가능

    이번 연구는 HIV의 PrEP 분야에서 편의성을 대폭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기존 요법으로도 이미 효과는 충분히 입증돼 있었지만, 매일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번거로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 주기를 대폭 늘렸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각광받을 만하다.

    켈리 박사는 “매일 경구로 약을 복용하는 데는 때때로 한계가 있을 수 있다”라며 “HIV에 비례적으로 영향을 받는 인구 집단에게 있어서는 상당히 큰 진전이라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HIV는 특정 인구 집단에서 불균형적으로 유행하는 경향을 보인다. 연구에 따르면 남성 간 성행위자 그룹과 아프리카 지역 여성 그룹에서 HIV 감염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특정 소수민족 집단에서도 평균 이상의 HIV 감염률을 보였다는 보고도 있다. 대체로 사회적 불평등, 빈약한 의료 인프라 또는 의료 서비스 접근성 등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취약 집단에게 충분한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살아있는 뇌 유전자 활동’ 모니터링 방법 제시

    ‘살아있는 뇌 유전자 활동’ 모니터링 방법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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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뇌에 전극을 이식해 유전자 활동을 관찰·분석할 수 있는 방법론이 제기됐다. 이 방법을 통해 난치성 뇌 질환을 비롯한 신경학적 질환을 이해하고 치료하는 데 있어 새로운 진전이 있을 것인지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유전자 활동 모니터링, 왜 중요한가?

    특정 뇌 질환에서는 유전자 차원에서 다른 발현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 등에서는 신경세포(뉴런)의 사멸과 관련된 유전자 발현이 정상일 때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를 사전에 확인할 경우, 질환을 조기에 진단하고 본격적인 진행이 시작되기 전 치료를 시작할 수도 있다.

    뇌 질환이 발병한 후에도 유전자 활동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것은 충분한 의미가 있다. 유전자 활동을 기반으로 특정 지표를 개발해서, 질환의 진행 상황은 어떤지, 치료법을 적용했을 때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 활동에 관한 연구가 꾸준히 축적될 경우, 특정 유전자가 어떤 질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환자 개인의 증상을 통해 원인을 발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에 적합한 맞춤형 치료를 적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뇌 질환에 대해서는 다방면으로 심도 있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뇌’라는 장기는 여전히 알려지지 않은 영역이 많다. 유전자 활동을 중심으로 연구하는 것 또한 그 일환이며, 뇌 질환에 대한 ‘정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라 할 수 있다.

     

    뇌 유전자 활동 연구 방법

    뇌의 유전자 활동을 관찰하고 연구하는 방법은 몇 가지로 나뉜다.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수술을 통해 뇌 조직 샘플을 채취하는 방법이다. 위험성이 높고 얻을 수 있는 샘플이 많지 않다는 한계가 있는 방법이다. 뇌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동의를 받아 진행하거나 사후 기증을 통해 진행한다.

    또한, 뇌는 영역에 따라 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어느 한 영역의 샘플만 채취해서는 충분한 연구가 어렵고, 여러 영역의 샘플을 채취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환자에게 가해지는 위험성이 크다. 사후 기증을 통해 확보하는 샘플의 경우,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비침습적인 방법으로는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이나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T)과 같은 기술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물리적 위험이 없이 뇌의 기능적 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세부적인 수준의 정보를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출처 : 학술저널 'JCI Insight'에 게재된 연구결과
    출처 : 학술저널 'JCI Insight'에 게재된 연구결과

     

    ‘전극 이식’을 통한 기존 방법들의 절충안

    아일랜드의 뇌 과학 연구 센터인 ‘퓨처뉴로(FutureNeuro)’는 국제적 협력을 통해 기존의 방법들을 절충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이들은 간질을 앓고 있는 환자의 뇌에 전극을 이식해, RNA와 DNA의 활동 흔적을 수집·분석하고, 이를 뇌의 전기적 활동 기록과 연결짓는 작업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살아있는 뇌의 유전자 활동을 기존보다 깊이 있게 관찰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퓨처뉴로의 이사이자 아일랜드 왕립외과대학(Royal College of Surgeons in Ireland)’의 신경과학 교수인 데이비드 헨셜은 “이 기술은 뇌의 전기적 활동을 측정하는 전통적 뇌 영상 촬영 및 뇌파 검사(EEG)를 보완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뇌에 전극을 이식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수술적 방법을 필요로 하는 만큼, 어느 정도의 위험성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기존에 뇌 조직 샘플을 채취하는 방법에 비하면 손상이 적기 때문에 합병증이나 뇌 기능 영향 등의 부담이 덜하다.

    한 번 이식된 전극은 실시간으로 뇌의 유전자 활동을 깊이 있게 모니터링할 수 있게 돕는다. 환자의 안전과 유용한 데이터의 확보 사이에서 찾은 절충안인 셈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수술이 필요한 방법이므로 환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만약 난치성 뇌 질환으로 인해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된 환자라면, 어느 정도 위험성이 있음에도 고려해볼 수 있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난치성 뇌 질환에 대한 적용 가능성

    퓨처뉴로의 연구는 간질(의학적 공식 표현은 ‘뇌전증’) 환자를 염두에 두고 진행됐다. 간질은 발작을 예측하는 것이 핵심인 질환으로, 발작 예측을 위한 방법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뇌에 전극을 이식하는 방법이 고안된 것이다. 

    아일랜드에서 간질 환자는 약 4만 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약 0.8% 정도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간질 환자는 약물 치료를 통해 발작을 관리한다. 하지만 연구에서 언급된 바에 따르면 이들 중 약 3분의 1은 약물로 발작을 통제할 수 없을 정도의 중증도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3년 기준으로 집계된 간질 환자는 약 15만5천 명으로, 전체 인구를 놓고 보면 0.3% 수준이다. 다만 일반적으로 전 세계 간질 유병률은 100명 중 1~2명으로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가에 상관 없이 퓨처뉴로가 제시한 연구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꼭 간질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퓨처뉴로가 제시한 방법론은 간질 외의 뇌 질환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시간 유전자 활동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은 알츠하이머나 파킨슨, 조현병과 같은 질환에서도 유의미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 대해 “다양한 뇌 질환에 대한 연구를 포함하여 살아있는 뇌의 분자 수준 과정을 이해함으로써 보다 넓은 범위에 응용할 수 있는 기초가 될 것”이라는 의의를 두었다.

  • 머신러닝 행동 분석으로 알츠하이머 초기 징후 발견

    머신러닝 행동 분석으로 알츠하이머 초기 징후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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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보는 것으로는 알아차리기 힘든 미세한 행동 패턴으로부터 알츠하이머 초기 징후를 발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육안 관찰로는 감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인공지능 머신 러닝 모델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성과를 거뒀다. 여기에 더해, 초기 증상이 발견됐을 때 적용할 수 있는 잠재적인 치료법이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테스트도 이루어졌다.

     

    프레임 단위 미세한 행동 변화 분석

    미국의 생명과학 분야 비영리 연구기관인 글래드스톤 연구소는 영상 기반의 머신 러닝 모델을 사용해 쥐 모델의 행동 패턴을 관찰했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의 주요 증상을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눈 다음, 각각 다른 쥐 모델에게서 나타나도록 했다. 그런 다음 특정 공간을 탐색하도록 하고, 그 모습을 전체 촬영했다. 

    촬영한 동영상은 VAME(Variational Animal Motion Embedding)이라는 동물 행동 분석에 특화된 머신 러닝 모델을 활용해 세부적으로 분석했다. VAME은 입력된 영상을 프레임 단위로 분할하고, 각 프레임에서 대상의 자세, 움직임, 속도 등의 특징을 잡아내 ‘중요한 행동 패턴’을 추출한다.

    이를 통해 눈으로 관찰하는 것으로는 확인할 수 없거나 놓칠 수도 있는 미세한 행동 변화를 감지해낼 수 있다. 연구팀은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신경퇴행성 질환의 징후를 보다 일찍 발견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글래드스톤 연구팀은 두 종류의 쥐 모델 모두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무질서한 행동’이 상당히 증가했다는 점을 확인했다. 어떤 행동을 하다가도 맥락에 맞지 않는 전혀 다른 행동을 하는 경우가 종종 보였고, 한 가지 행동을 하다가 다른 행동으로 바꾸는 경우도  많았다. 연구팀은 이를 기억력 저하, 주의력 결핍과 관련이 있다고 보았다.

    연구의 제 1저자인 스테파니 밀러 박사는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수준의 영상만 있어도 VAME을 활용해 충분히 행동을 분석할 수 있다”라며 “이를 통해 잠재적으로 신경퇴행성 질환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과제나 조건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행동 분석

    알츠하이머와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의 징후를 포착하는 데는 보통 ‘행동 테스트’를 활용한다. 기존의 행동 테스트는 일반적으로 쥐에게 특정 과제를 수행하도록 유도하거나, 사전에 설정된 환경에서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관찰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미로 통과 실험이나 자극 반응 테스트가 대표적이다.

    즉, 조건을 어떻게 설정하는지에 따라 다양한 실험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런 행동 테스트는 ‘자연스러운 행동 패턴’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 또한, 연구자가 모델의 행동을 관찰하고 결과를 해석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객관성 면에서 신뢰도가 다소 부족할 수 있다.

    이에 비해 VAME은 촬영된 영상을 인공지능 기술로 분석하는 기법이다. 주어진 특정 과제가 아닌, 보다 넓은 공간을 자발적으로 탐색하도록 함으로써 행동의 자연스러움을 높였다. 시간을 특정하지 않고 오랫동안 탐색하게 두더라도, 촬영한 영상을 인공지능이 분석하기 때문에 객관성과 신뢰성도 보장된다. 연구자가 관찰을 위해 불필요하게 오랫동안 집중할 필요도 없다.

    이를 응용할 경우, 일상 속에서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영상으로 저장하여 인공지능에게 분석을 맡길 수 있다. 당사자도 의식하지 못하는 미세한 변화나 거듭해서 나타나는 패턴을 포착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증상이 발생하기 한참 전부터 미리 위험을 확인할 수도 있다.

     

    잠재적 치료법 검증에도 활용 가능

    글래드스톤 연구팀은 증상에 대한 잠재적 치료를 시도하는 과정에 VAME을 활용할 수 있는지도 테스트했다. 팀의 일원 중 하나인 카테리나 아카소글루 박사는 과거 혈액 응고 단백질인 피브린이 뇌로 누출될 경우, 연쇄적으로 독성 반응을 일으킨다는 점을 발견해 연구 논문을 제출한 바 있다.

    연구팀은 아카소글루 박사의 연구 결과를 활용해, 피브린에 의한 독성 반응을 차단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를 확인하고자 했다. 유전자 편집을 통해 피브린이 뇌에서 염증을 유발하는 것을 차단한 다음, 마찬가지로 VAME을 통해 행동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기존에 관찰됐던 무질서한 행동이 확연하게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카소글루 박사는 “피브린에 의해 발생하는 신경 염증이 알츠하이머를 일으킬 수 있는 주요 원인이라는 점을 재차 확인했다”라며 “머신 러닝은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평가하기 위한 신뢰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할 수 있으며, 임상 도구로서도 중요한 가치를 지닐 수 있다고 본다”라고 이야기했다.

  • 동물 판막에 인간 세포 보충, ‘이식 수술’의 새로운 가능성

    동물 판막에 인간 세포 보충, ‘이식 수술’의 새로운 가능성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연관이 없음 /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연관이 없음 /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대동맥 판막 손상은 심혈관계 질환의 주요 요인 중 하나다. 대동맥 판막은 심장과 대동맥 사이의 혈액 흐름을 조절하는 역할로, 심장에서 뿜어진 혈액이 다시 역류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 판막이 손상되거나 협착을 일으키거나 제대로 닫히지 않는 등의 문제가 생기면 피가 역류하게 되고, 심부전을 비롯한 심혈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대동맥 판막 문제를 치료하기 위한 방법들은 몇 가지가 있으나, 모두 나름의 한계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중 ‘동물 조직판막 이식’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이 제기됐다. 

     

    동물 조직판막 이식의 한계

    대동맥 판막이 손상될 경우, 보통 세 가지의 옵션이 제시된다. 본인의 폐동맥 판막을 이식하는 ROSS 수술, 인공적으로 만든 기계판막 이식, 소나 돼지 등 동물 조직판막 이식이다. 최근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기계판막이나 동물 조직판막 이식이 주로 행해졌으며, 최근 들어 ROSS 수술도 다시 활성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ROSS 수술의 경우, 본인의 폐동맥 판막을 떼어 대동맥에 이식하고, 폐동맥 판막을 기증 받은 동종 판막 또는 인공 기계판막으로 대체하는 방법이다. 동종 판막 이식이 가장 좋은 방법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재 이를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한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기계판막 이식의 경우,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재수술 부담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기계판막의 소재 특성상 생체 판막에 비해 기능이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혈전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평생 항혈전제를 복용하며 주기적으로 혈액 상태를 모니터링해야 하는 등 삶의 질 측면에서 부담이 생긴다.

    동물 조직판막 이식의 경우, 기본적으로 생체 판막이므로 안정성은 높다. 하지만 보통 10~15년 주기로 재수술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대동맥 판막에 가해지는 기계적 스트레스로 인해 내구성이 저하될 수 있기 때문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판막 조직이 경화돼 정상적으로 열리고 닫히는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인간이 아닌 동물의 조직이라서 인체가 외부 물질로 인식해 면역 반응을 일으킬 우려도 있다.

     

    동물 조직판막에 인간 세포 이식

    미국 노스이스턴 대학의 생체공학 분야 닝 왕 교수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돼지의 조직판막에 인간의 세포를 이식하는 방법을 시도했다. 동물의 세포는 근본적으로 인간과 다르기 때문에, 이로 인해 체내에서 발생하는 호환성 문제와 면역 반응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다.

    연구팀은 먼저 인간의 피부에서 세포를 채취한 다음, 유전자 재프로그래밍 방법을 사용해 ‘대동맥 판막 세포’로 변환했다. 그런 다음 돼지의 심장 판막에 효소를 사용해 세포를 제거하고, 재프로그래밍한 인간 판막 세포를 보충했다. 즉, 돼지의 판막 조직을 뼈대로 했지만, 내부는 인간의 세포로 채워진 판막을 만들어낸 것이다.

    연구팀은 이 판막을 면역 체계가 손상된 쥐 모델에 이식했다. 쥐는 약 2개월 동안 아무런 문제 없이 생존했다. 닝 왕 교수에 따르면 이 기간을 인간의 수명으로 환산할 경우 5년에 해당하는 시간이다. 세포 채취 및 재프로그래밍부터 이식까지 걸린 전체 과정은 20일이었다.

    무엇보다도, 닝 왕 교수는 세포 재프로그래밍 과정에서 다른 숙주 세포를 사용하지 않았으며, 줄기 세포를 거치지 않고 바로 대동맥 판막 세포로 변환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세포 재프로그래밍에서는 특정 유전자를 주입해 줄기 세포와 같은 상태로 변환시킨 다음, 여기서 필요한 세포로 변환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유전자 주입의 매개체로 바이러스 등 다른 숙주 세포를 사용하기도 한다.

    닝 왕 교수는 “감염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알려진 바이러스도 언제든지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라고 이야기하며, 바이러스를 사용하지 않고 곧장 세포 재프로그래밍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재수술’이라는 단점 보완 가능성

    이 방법은 동물 조직판막을 이식함으로써 따라오는 ‘재수술’이라는 한계점을 극복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대동맥 판막 이식 수술의 크고 작음 여부를 떠나, 환자 입장에서는 재수술이라는 것 자체가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노스이스턴 대학 연구팀의 시도는 최소한 기존 재수술 간격을 더 길게 만드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만약 연구가 매우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동물 조직판막을 이식하면서도 아예 재수술이 필요하지 않게 되는 것도 기대해볼 만하다.

    물론 이번 실험 연구의 성과에서는 5년 정도의 안정성을 보였다. 이는 기존 동물 조직판막 이식이 10~15년의 안정성을 가졌던 것보다도 짧은 수준이다. 하지만 연구는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연구팀의 접근이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는 데 있다. 향후 연구가 거듭되는 과정에서 기존보다 더 장기간의 안정성을 갖출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닝 왕 교수 연구팀은 향후 양이나 돼지 등 대형 동물에게도 이 방법이 문제 없이 적용될 수 있는지를 검증하겠다는 계획이다. 당연히 궁극적으로는 인간에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한편, 이 연구의 원리 자체는 다른 조직의 대체 장기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 이식 분야에서 더욱 안전하고 호환성이 높은 대안을 제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 혈뇌장벽을 자연스럽게 통과하는 새로운 방법

    혈뇌장벽을 자연스럽게 통과하는 새로운 방법

    혈뇌장벽 내피세포의 세포막을 통해 자연스럽게 통과하는 방식 / 출처 :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과대학
    혈뇌장벽 내피세포의 세포막을 통해 자연스럽게 통과하는 방식 / 출처 :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과대학

    뇌는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이라 할 수 있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중심기관이 심장이라면, 뇌는 ‘존재’를 유지하기 위한 중심기관이라 할 수 있다. 뇌는 우리 몸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기관이자, 여전히 풀리지 않은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기관이기도 하다.

    높은 중요성으로 인해, 뇌는 스스로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여럿 가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혈뇌장벽(Blood-Brain Barrier, BBB)이다. 혈뇌장벽은 혈관과 뇌 사이에 존재하는 장벽으로, 뇌를 보호하기 위한 자연 보호막이라 할 수 있다.

    혈뇌장벽은 뇌의 보호자 역할을 하지만, 때때로 뇌에 필요한 것들조차 막아버리기도 한다. 치료 목적으로 주입된 약물이 대표적인 예다. 이를 위해 혈뇌장벽을 통과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제시됐지만, 저마다의 이유로 한계가 있었다. 여기에 미국의 한 의과대학에서 또다른 혈뇌장벽 통과 방법에 대한 연구 결과를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Nature Biotechnology)」에 게재했다.

     

    혈뇌장벽이 약물을 막는 이유

    혈관은 우리 몸의 보급선 역할을 한다. 병원균이나 해로운 물질이 침투하기 가장 쉬운 경로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뇌는 혈뇌장벽을 통해 혈관으로 운반돼 온 물질을 선택적으로 통과시킨다. 해로운 물질, 정확히는 ‘해롭다고 판단한 모든 것’이 뇌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검문하는 셈이다.

    일반적인 상태를 기준으로 본다면, 혈뇌장벽은 체내 대사를 통해 만들어진 물질은 통과시키고, 완성된 형태로 주입된 물질은 차단한다. 이 때문에 문제가 되는 부분 중 하나는, 뇌에 생긴 병증을 치료하기 위해 투여한 약물도 차단한다는 것이다.

    혈뇌장벽은 뇌의 모세혈관을 구성하는 내피세포로 구성돼 있다. 세포들이 ‘밀착 결합’ 방식으로 매우 촘촘하게 연결돼 있어 물질의 통과를 막는 방식이다. 여기에 아교세포와 미세아교세포 등에 의해 보완되면서 더욱 견고한 방어 능력을 갖게 된다.

    보통 약물들은 상대적으로 분자 구조가 크다. 이 때문에 촘촘하게 구성된 혈뇌장벽을 통과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400달톤(Da) 이상의 분자가 포함돼 있는 물질은 혈뇌장벽을 통과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는, 혈뇌장벽에 존재하는 효소로 인해 약물의 일부 성분들이 대사돼 버려, 통과하더라도 본래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혈뇌장벽 통과를 위한 시도들

    필요에 따라 혈뇌장벽을 통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 구조적 특성을 고려한 여러 우회방법이 고안됐다. 먼저 약물을 화학적으로 변형시켜 혈뇌장벽을 통과하기 쉬운 형태로 만드는 방법이 있다. 다만 이는 약물 종류에 따라 화학적 변형이 불가한 경우도 있었고, 변형된 약물이 본래 효능을 잃는 경우도 있었다.

    전기적인 자극을 가해 혈뇌장벽의 투과성을 일시적으로 높이는 방법도 있다. 한순간 투과성을 높여서 약물이 통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비침습적인 방법으로 각광받았지만, 이를 통해 혈뇌장벽에 장기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밖에도 혈뇌장벽의 세포 사이를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나노입자 크기로 약물을 만드는 방법, 혈뇌장벽 투과율이 높은 지질 구조(리포솜)를 사용해 약물을 통과시키는 방법 등도 연구되고 있는 방법론이다. 이들 모두 획기적인 방법이지만 안전성 문제 및 제조 과정의 복잡함이 한계로 남았다.

     

    ‘자연스러운 통과’ 가능성 제시

    미국 뉴욕에 위치한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과대학의 연구팀은 기존의 방법들과 다른 방향에서 치료 목적의 약물을 뇌 조직에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혈뇌장벽 교차 접합체(BBB Cross-Connecting, BCC) 시스템’이라고 이름 붙인 이 방법은 ‘투과성 세포작용’이라는 생물학적 과정을 활용한다. 치료 목적으로 만들어진 대형 분자를 정맥 주사로 주입한 다음, BBB의 내피세포로 하여금 해당 물질을 포획해 뇌로 전달하게끔 하는 방식이다.

    본래 일정 크기 이상의 분자는 혈뇌장벽의 촘촘한 틈새를 통과할 수 없다. BCC 시스템에서는 내피세포들이 결합한 틈새가 아닌, 내피세포의 세포막을 통해 반대편으로 넘어가는 방법을 사용했다. 내피세포 자체와 상호작용함으로써 정당하게 통과하게끔 만들어진 것이다.

    연구팀은 ‘BCC10’이라고 이름 지은 화합물을 기반으로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특정 유전자 발현을 조절 또는 억제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설계된 DNA 또는 RNA 조각)를 조합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뇌에 해로운 영향을 끼치는 유전자의 활동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알츠하이머, 근위축성 측삭 경화증(ALS)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을 유발하는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함으로써 해당 질환의 발생 위험을 줄인 것이다.

     

    주요 장기 손상 없어

    BCC 시스템은 쥐 모델 실험 결과 이 과정에서 다른 주요 장기에 손상을 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약물에 변형을 주지도, 혈뇌장벽에 자극을 주지도 않으며, 혈뇌장벽 내피세포의 대사 과정을 활용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자연스럽다. 

    이는 ‘BCC 시스템’을 하나의 플랫폼처럼 사용함으로써, 치료 목적으로 투여된 약물이 무엇이든 혈뇌장벽을 자연스럽게 통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이 방법은 향후 다양한 뇌 질환에 대한 치료법을 발전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연구팀은 향후 대형 동물 모델을 대상으로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쥐 모델을 대상으로 한 안전성과 효능은 입증됐기 때문에 단계별로 진행해가겠다는 입장이다. 뇌 질환 치료 플랫폼으로서 BCC를 반복적으로 검증하는 것이 연구팀의 최종 목표다.

  • ‘해충 관리법’을 토대로 한 새로운 암 치료 전략

    ‘해충 관리법’을 토대로 한 새로운 암 치료 전략

    ※ 위 이미지는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 /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 위 이미지는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 /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암 세포는 어떤 면에서 보면 바이러스와 같다. 치료에 노출됐을 때 세포 중 일부가 생존하고 증식하면서 저항성을 갖게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특정 약물을 회피하거나 세포 성장 경로를 비틀어 약물에 의한 영향을 회피하는 등 치료 과정을 회피하는 종류도 있지만 이 또한 암 세포의 진화 결과라 할 수 있다.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의 연구팀은 국제적 협력을 토대로 ‘새로운 암 정복 전략’을 탐구하고 있다. 이는 농업에서 해충을 관리하는 전략을 기반으로 암 세포를 관리하는 방법론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해충 관리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암 연구 및 암 치료의 새로운 길이 열리고 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미국 암 학회(AACR)에서 발행하는 학술지 「Cancer Research」에 게재된 10가지 원칙을 살펴본다.

     

    환경에 맞게 ‘진화’하는 암 세포

    우선 기본적인 목적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이 방법은 기본적으로 ‘완치 가능성이 낮은 경우, 완전한 근절이 아닌 만성질환 수준으로 암을 관리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즉, 기존의 암 치료법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다른 방향에서의 접근이다. 약물에 대한 내성을 제어함으로써 환자들의 생존율을 개선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 방법론에 대한 연구는 ‘암 세포의 약물 저항’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00년대 중반에 기존의 암 치료제에 저항성을 가진 암 세포가 발견됐다. 일부 저항성 세포가 생존하면서 다시 암이 재발하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이후 암 세포의 저항성을 초점에 둔 접근법과 치료 전략이 학계에서 중요한 화두 중 하나가 됐다. 

    암 세포의 저항성은 ‘생물의 진화 과정’과 맥락이 같다. 어떤 환경에서 살아남기에 더욱 적합한 쪽만 남고 나머지는 도태되는 것이 진화의 과정이다. 이처럼 암 세포 역시 특정 약물에 저항성을 가진 개체가 생존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저항성을 가진 암 세포가 지배적인 종류가 되며, 이에 따라 기존의 약물은 효력을 잃어가게 된다.

    연구팀은 암 세포가 약물에 내성을 갖추며 진화한다는 관점으로 접근했다. 이에 따라 농업에서 해충을 관리하기 위한 기술적 방법들을 살펴보았다. 생물학적, 화학적, 기계적 통제방법을 합쳐 ‘지속가능한 관리’를 추구하는 방식을 토대로 암 연구 및 치료법을 혁신하고자 했다.

     

    해충 관리법에서 응용한 ‘적응 치료’ 전략

    해충 관리법을 토대로 수립한 암 치료 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환자의 치료 환경을 점검하고, ‘암 세포 성장에 불리한 조건’이 되도록 함으로써 예방을 최우선으로 한다. ▲둘째. 체액이나 혈액을 채취해 검사하는 ‘액체 생검’을 적용해, 종양의 진행 상황 및 저항성 지표를 실시간 추적할 수 있도록 한다.

    ▲셋째. 특정 약물의 임계치를 엄격하게 확인하고 반드시 필요할 때만 사용하도록 한다. ▲넷째. 종양의 반응에 따라 치료법을 바꾸고 약물 용량을 조정함으로써 장기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한다.

    ▲다섯째. 환자에게 가해지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작용이 적고 독성이 낮은 치료법을 선택한다. ▲여섯째. 수술 및 면역요법 등을 총동원해 독성 약물에 대한 의존도를 최소화하는 비화학적 접근을 전제로 한다. 

    ▲일곱째. 암 세포의 저항성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 약물은 가능한 한 가장 적은 용량을 사용한다. ▲여덟째. 약물은 작용 기전에 따라 분류하고, 유사한 기전을 가진 약물은 반복 사용하지 않도록 조절한다. 

    ▲아홉째. 질병의 완전한 근절보다 ‘생존과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맞춘다. ▲열째. 예측 모델을 사용해 종양의 패턴을 예측하고, 그에 따라 치료 계획을 정교하게 조정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현재 일부 임상의들은 이 전략을 ‘적응 치료(adaptive therapy)’에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법은 단일 약물 또는 여러 종류의 약물을 주로 사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내성이나 저항성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접근법의 임상시험을 위해, 여러 가지 치료 방법이 있지만 병기가 진행될수록 경과가 좋지 않은 대장암이 적합하다고 언급했다.

     

    개인 맞춤형 의료와 발맞출 수 있을 것

    당장은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연구팀은 이러한 접근법이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기대한다. 그들은 ‘개인 맞춤형 의료’가 발전하고 있는 지금이 적기라고 이야기한다. 10가지 원칙 중 지속적인 액체 생검 및 유전자 프로파일링이 개인 맞춤형 의료와 맥락을 같이 한다는 설명이다.

    반복되는 검사 및 분석은 체액 내 암 바이오마커를 실시간에 가깝게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치료방법을 바꿀 적절한 시기를 알 수 있게 하고, 약물에 의한 독성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는 암 세포 돌연변이의 발생을 모니터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며, 암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더욱 풍부한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이 연구에는 애리조나 주립대학 외에도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 캘리포니아 대학, 스위스 로잔 대학, 튀르키예 이스탄불 대학 등이 참여하고 있다. 또한, 대학 뿐만 아니라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 암 연구소, 메이요 클리닉, 영국 로열 마스든 병원 등 연구기관 및 의료기관도 함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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