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HL트렌드

  • 수술 전 위험도, 인공지능으로 평가한다

    수술 전 위험도, 인공지능으로 평가한다

    ※ 상기 이미지는 기사 내용과 직접적 연관이 없음 /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 상기 이미지는 기사 내용과 직접적 연관이 없음 /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수술 전 위험을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서울대병원은 수술 전 중증도를 분류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반 모델을 자체 개발하고, 그 성능을 검증한 결과를 28일(월) 발표했다. 이를 통해 향후 보다 객관적인 수술 위험 평가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ASA-PS 등급에 따라 수술 계획 달라져

    수술 전 마취 위험을 평가하는 과정은 환자의 안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국내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상태를 1등급(건강한 환자)부터 6등급(뇌사 상태)으로 구분한다. 이는 ‘미국마취과학회 신체상태 분류(American Society of Anesthesiologists Physical Status, 이하 ASA-PS)’에 따른 것으로, 이를 통해 마취 위험을 비롯한 전반적인 수술 위험을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ASA-PS 체계는 ‘중증도’를 분류하는 기준이 주관적이다. 이 때문에 ASA-PS 등급을 분류하는 데 있어 의료진 간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문제가 종종 발생했다. 예를 들어, 만성 천식이 있는 환자에 대해 등급을 분류할 때, 한 의사는 천식이 잘 조절되고 있으며 일상에 큰 지장이 없다고 판단해 ASA-PS 2로 분류할 수 있다. 반면, 다른 의사는 천식이 언제든 발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고려해 ASA-PS 3으로 분류할 수 있다.

    ASA-PS 등급은 마취 방법부터 수술 중 환자 상태 모니터링, 수술 참여 인원 구성, 수술 시간 등 전체적인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등급 분류에서 의료진 간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수술 계획 단계부터 문제가 생긴다. 즉, 효율적인 의료 서비스 제공을 위해 중증도 마취 위험을 객관적이고 일관되게 파악할 수 있는 수술 전 평가 도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ASA-PS 등급 분류 기준 / 출처 : 서울대병원 홈페이지
    ASA-PS 등급 분류 기준 / 출처 : 서울대병원 홈페이지

     

    ASA-PS 등급 자동 분류 모델 개발

    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이형철·윤수빈 교수는 국가전략기술 특화연구소 이현훈 교수와의 공동연구팀을 구성하여 수술 전 마취 위험을 예측하는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했다. 공동연구팀은 2004년부터 2023년까지 서울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던 환자 71만여 명의 수술 데이터를 학습시켜, ASA-PS 등급을 자동으로 분류하는 ‘거대 언어모델(LLM)’을 자체 개발했다. 

    이 모델은 챗GPT와 마찬가지로 ‘자연어 처리(NLP)’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또한, 매우 민감한 개인 정보에 해당하는 의료 기록을 다루는 모델이므로, 암호화와 접근 제한, 데이터 익명화 등의 기술을 적용해 보안에도 만전을 기했다.

    이 거대 언어모델은 환자의 건강상태와 기저질환 등을 서술한 ‘마취 전 평가 요약문’을 토대로 ASA-PS 등급을 신속하고 객관적으로 부여한다. 인공지능 모델에 의한 평가 결과를 기준으로 한다면, 의료진 간 의견 불일치를 예방할 수 있으며 임상 현장에서의 의사소통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이는 결국 환자의 안전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전문의 등급 분류보다 우수한 성능

    공동연구팀은 환자 460명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ASA-PS 등급 분류 성능을 평가했다. 그 결과, 이 모델의 평균 예측 정확도(AUROC)는 0.915로 매우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AUROC는 모델의 전반적인 성능을 평가하기 위한 도구로, 수치가 1에 가까울수록 완벽에 가까운 예측을 했음을 의미한다.

    단, AUROC 값이 높다고 해서 그 성능이 항상 좋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실제 상황에서는 여러 지표들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밀도(모델 양성 예측 → 실제 양성)와 재현율(실제 양성 → 모델 양성 예측)이 중요하다. 이에 연구팀은 특이도, 정밀도, F1-점수에 대해서도 평가를 진행했다. F1-점수는 정밀도 및 재현율의 조화평균을 나타낸 값이다.

    거대 언어모델의 등급 분류와 마취과 전문의에 의한 등급 분류를 비교한 결과, 특이도는 0.901 vs 0.897, 정밀도는 0.732 vs 0.715, F1-점수는 0.716 vs 0.713으로 나타났다. 세 가지 지표 모두 거대 언어모델이 조금씩 더 높게 나타났다.

    한편, ASA-PS 1~2등급과 3등급을 분류하는 것은 임상적 의사결정에 있어 특히 중요하다. 1~2등급은 건강하거나 상대적으로 경미한 수준을 나타내며, 3등급은 비교적 심각한 상황일 때 부여되는 등급이기 때문이다. 1~2등급의 환자가 특정 상황이나 질병에 따라 3등급으로 분류될 수도 있고, 1~2등급으로 평가되는 질환과 3등급으로 평가되는 질환이 동시에 존재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한 오류율을 평가한 결과, 거대 언어모델 11.74%, 마취과 전문의 13.48%로 나타났다. 이 역시 거대 언어모델이 보다 낮은 오류율을 보임으로써 신뢰성이 높다는 점을 입증했다.

     

    환자 안전 및 의료 질 향상에 기여

    마취통증의학과 이형철, 윤수빈 교수는 “인공지능 기술이 임상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성과”라며 “환자의 안전 및 의료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후속 연구 및 기술 개발에 노력하겠다”라고 이야기했다. 국가전략기술 특화연구소 이현훈 교수는 “인공지능을 통한 수술 전 평가 모델이 세계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글로벌 기술사업화를 추진해나가겠다”라는 계획을 밝혔다. 

    이번 연구는 「네이처」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파트너 저널인 「디지털 메디신(NPJ Digital Medicine, IF=12.4)」에 게재됐다.

    왼쪽부터 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이형철·윤수빈 교수 및 국가전략기술 특화연구소 이현훈 교수 / 출처 : 서울대병원 홈페이지
    왼쪽부터 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이형철·윤수빈 교수 및 국가전략기술 특화연구소 이현훈 교수 / 출처 : 서울대병원 홈페이지

     

  • 남성성 때문에 심혈관 건강이 나쁠 수 있을까?

    남성성 때문에 심혈관 건강이 나쁠 수 있을까?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남자다움’을 강조하는 것이 심혈관 질환의 위험과 연관이 있을까? 글쎄, 얼핏 생각해도 그다지 연결고리가 없어보인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아무런 상관이 없는 개념이 아닌가 싶다. 사회적인 분위기와 실제 건강 관련 요인 사이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 수 있을까? 또, 있다 해도 그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여기에 도전장을 내민 연구 사례가 공개됐다.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게재된 시카고 대학의 연구에는 남성성과 심혈관 질환 위험이라는 두 키워드를 묶어 분석한 결과가 담겨있다.

     

    사회적으로 형성된 ‘남성성’

    시카고 대학 연구팀은 ‘고정관념적인 성별 규범’에 주목했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성 역할’이나 ‘성 정체성’과 같은 개념이다.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예를 들자면, “남자가 되서 아프다고 징징거리냐”, “남자답게 울음을 꾹 참아라”라는 말과 같은 것들이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말들 중에는 이런 종류의 것은 얼마든지 더 있을 것이다. 누군가 정해준 것도 아니고, 정답이라고 규정한 것도 아니지만, 오랜 시간 사회적 분위기에 의해 형성돼 온 일종의 ‘고정관념’ 말이다.

    사실 이 주제에 대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기존에 진행됐던 연구에서는 남성으로서의 성 정체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사회문화적 압박’이 존재하며, 이로 인해 남성들에게서 약물을 사용하거나 치료를 받는 것을 거부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점을 밝힌 바 있었다.

     

    병원 잘 안 가는 남성, 왜 그럴까?

    시카고 대학 의료센터(UChicago Medicine)의 일반 내과의이자 소아과 의사인 나다니엘 글래서 박사는 이번 연구의 주 저자로서 기존에 진행됐던 연구의 한계를 언급했다. ‘남성들이 병원을 잘 가지 않는 경향이 있다’라는 것은 밝혀냈지만, 왜 그런 경향이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연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글래서 박사는 “남성 혹은 남성성이 강한 사람들이 정신건강 및 1차 진료가 필요한 시점에 병원을 찾는 빈도가 낮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는 사실”이라고 말하며, “이전 연구에서는 ‘남성성’이 형성되는 사회적 과정을 자세히 조사하지 않았다”라고 이야기했다.

    즉, 시카고 대학 연구팀이 이번 연구에서 먼저 초점을 맞춘 것은 ‘남성성’이 형성되는 배경이다. 그 다음으로 선택한 키워드가 ‘심혈관 질환’이다. 오랜 기간에 걸쳐 위험 요인을 축적해오는 질환이자, 주된 사망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즉, 사회적으로 형성된 남성성과 만성 질환 예방을 위한 활동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 것이다. 

    이를 위해 글래서 박사와 연구팀은 1994년부터 2018년까지 24년에 걸쳐 12,300명 이상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는 미국의 전국 단위 종단 연구인 Add Health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로, 개인의 사회적 성향을 비롯해 건강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다.

     

    고정관념적 남성, 건강 응답 잘 하지 않아

    연구팀은 참가자들이 응답한 성별을 기준으로 하여, ‘가장 다르게 답변한’ 설문 항목을 추려냈다. 여성들의 답변과 남성들의 답변 사이에 뚜렷한 차이가 두드러지는 질문을 추려낸 것이다. 그런 다음, 해당 질문 항목에 대해 남성 참가자들이 답변한 내용들만을 취합하여 비교·분석했다. 

    남성들 사이에서도 성향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나타낸다. 누군가는 고정관념이 드러나는 보수적인 표현을 많이 하고, 누군가는 시대적 트렌드를 고려한 개방적인 표현을 쓰는 경우도 있었다. 연구팀은 분석 결과를 통해 ‘남성들의 표현법’에 대한 정량화된 데이터를 얻고자 했다.

    글래서 박사는 “Y염색체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생리적인 것은 배제했다”라며 “자기 보고 행동, 선호도, 신념 등 사회적 요인에 주목했으며, 이것이 같은 성별을 가진 다른 사람들과 얼마나 다른지, 얼마나 유사하게 나타나는지에 집중했다”라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연구팀은 ‘심혈관 질환’에 초점을 맞춘 분석을 진행했다. Add Health에 포함된 건강 지표 측정 결과와 참가자들이 작성한 건강 관련 설문 응답을 대조했다. 이를 통해 고혈압 등 심혈관 질환의 위험 요인을 가진 남성들이, 그에 대한 진단 또는 치료를 받았는지를 살폈다.

    연구 결과, ‘보다 고정관념적·보수적으로 응답한 남성’들의 경우, 진단이나 치료에 관한 응답을 잘 하지 않는 경향이 나타났다. 심혈관 질환 위험 요인에 관한 진단이나 치료를 받은 적 있다고 응답한 사례도 적었고, 치료를 받거나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고 응답한 건수도 마찬가지였다.

    단, 이 결과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 심혈관 질환 위험 요인에 응답하지 않은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 응답하지 않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단순히 검진 자체를 받지 않은 것일 수도 있고, 검진을 받았지만 그 결과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혹은 진단 내용을 잘 알거나 치료를 받고 있지만, 다른 이유로 그것을 숨기는 것일 수도 있다.

     

    ‘사회적 성향’에 따라 건강 행동 달라져

    이유가 무엇이든, 겉으로 드러난 사실은 정리해볼 수 있다. 고정관념에 가까운 성향을 가진 남성들의 경우, 자신의 건강 상태에 관해 명확히 응답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사회적으로 부여된 남성성’으로 인해, 자신의 건강 상태에 깊은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결론을 내렸다.

    글래서 박사는 “우리의 가설은 ‘사회적 정체성’ 또는 ‘사회적 압력’이 실제 행동의 차이로 이어진다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심혈관 위험 요인을 가지고 있다면 이를 완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이번 연구결과는 실제로 그렇게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보다 사실에 가까운 결론을 얻기 위해서는 ‘건강 상태에 관한 응답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추가 연구 및 분석이 필요하다. 단순히 관심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충분히 관심을 갖고 관리하고 있지만 단지 이야기를 하지 않을 뿐인지가 밝혀진다면 보다 정확한 추정이 가능해질 것이다.

    연구팀은 더 넓게 봤을 때, 이번 연구가 단순히 ‘전통적 남성성’이라는 주제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남성성을 타깃으로 놓고 분석을 진행했을 뿐, 다른 특성을 중점에 놓고 본다면 발견할 수 있는 시사점이 더 있을 것이다. 

    글래서 박사는 “우리는 성별, 인종, 성적 정체성 또는 다른 요소에 근거한 사회적 성향이 강요되는 상황일 때, 건강과 관련된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주목하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 연구는 미국 사회를 대상으로 진행된 것이지만, 사실 우리나라에도 상당한 시사점을 던진다. 이번 연구의 대상이 된 남성성과 같이 ‘사회적 성향’ 또는 ‘사회적으로 주어진 정체성’은 우리 사회에도 빈번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그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사회가 부여한 것들로 인해 건강과 같은 나 자신을 위한 중요한 것들이 영향을 받고 있지 않은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 장-뇌 직접 연결고리, 치매 연구의 전환점 될까?

    장-뇌 직접 연결고리, 치매 연구의 전환점 될까?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고대 그리스의 의사 히포크라테스는 ‘모든 질병은 장에서 비롯된다’라는 관점을 강조했다. 그만큼 히포크라테스는 장이 신체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봤으며, 장내 환경이 전체적인 건강 상태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장’이라는 장기는 생명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음식을 소화시키는 곳이다. 즉, 몸에서 필요로 하는 대부분의 성분을 받아들이는 출발점이다. 질병이 꼭 영양소와 관련된 문제만으로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높은 중요성과 비중을 갖는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현대 의료계에도 이러한 견해에 동의하고 공유하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최근, 장에서 발생한 문제가 뇌에도 영향을 준다는 관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장과 뇌는 다른 장기들에 비해 거리가 멀다. 그러니 이 둘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이야기가 다소 엉뚱하게 들릴 수 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모든 장기는 혈액, 즉 혈관계를 통해 연결된다. 하지만 단지 그 관점이라면, ‘장 건강이 뇌에 영향을 준다’는 관점이 특별히 주목받을 이유가 없다. 어차피 거의 모든 조직과 장기는 혈관으로 연결돼 있고, 혈액을 통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니까. 

    서울대-고려대 공동연구팀이 장과 뇌를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미주 신경’ 세포 모델을 구현해, 둘 사이에 주고받는 영향을 밝혀냈다.

     

    장과 뇌, 어떻게 연결될까?

    ‘장-뇌 축’이라는 개념이 있다. 장과 뇌가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으며, 이 축이 신경과 호르몬, 면역 체계 모두에 걸쳐 작용한다는 것이다. 식단과 정신 건강의 상관관계에 주목하는 ‘정신 영양학(Psychiatric Nutrition)’이라는 분야에서는 우리가 먹는 음식이 신체 뿐만 아니라 뇌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한다. 따라서 장-뇌 축은 정신 영양학에 있어 핵심적인 개념이다.

    장-뇌 축은 최근 신경계통 질환의 발병이나 악화를 설명하기 위해 종종 활용돼 왔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유의미한 성과가 나온다면, 신경계 질환을 치료하는 데 있어 장-뇌 축을 활용하는 관점 역시 주요 트렌드 중 하나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장-뇌 축에 주목하는 시도에서는 ‘혈류’를 통해 장과 뇌가 연결되는 것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당연한 이야기다. 혈관은 몸 전체에 걸쳐 존재하고 조직과 장기들을 서로 연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뇌는 조금 다르게 봐야 한다. ‘혈뇌장벽(Blood Brain Barrier, BBB)’의 존재 때문이다. 

    혈뇌장벽에는 특정 수용체가 존재해, 혈액을 타고 들어온 성분을 선택적으로 통과시킨다. 즉, 이물질로 판단되는 것이 뇌로 들어갈 수 없도록 하는 일종의 ‘문지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혈액 속 성분이 뇌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다.

    혈뇌장벽은 혈액을 통해 들어오는 성분을 선택적으로 통과시키는 '문지기' 역할을 한다 /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혈뇌장벽은 혈액을 통해 들어오는 성분을 선택적으로 통과시키는 '문지기' 역할을 한다 /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장과 뇌의 ‘직접적인’ 연결고리

    장과 뇌 사이에는 ‘미주 신경(Vagus nerve)’이라는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있다. 미주 신경은 다시 두 개의 신경으로 나뉜다. 장에서 발생한 신호를 뇌로 전달하는 ‘내장 감각 신경(Visceral Sensory Neuron, VSN)’, 그리고 뇌에서 출발한 명령을 장에 전달하는 ‘내장 운동 신경(Visceral Motor Neuron, VMN)’이다. 

    최근 동물실험 연구 중 미주 신경의 역할에 주목한 사례가 있다. 파킨슨, 알츠하이머 같은 퇴행성 신경질환을 유발하는 아밀로이드 베타, 알파 시누클레인 같은 물질들이 ‘장에서 발생해 미주 신경을 타고 뇌로 전달될 수 있다’라는 점을 밝혀낸 것이다.

    매우 중요하고 의미있는 연구지만, 언제나 그렇듯 동물실험 연구에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종의 차이다. 특정 동물들이 인간과 유사한 생리적 특성, 유전적 구조 등을 가졌다는 이유로 흔히 실험에 사용되곤 한다. 하지만 아무리 유사성이 높다고 해도 인간과 동물이 100% 같을 수 없다. 

    또 한 가지, 생물체에는 혈액이 존재하기 때문에, ‘혈뇌장벽’을 통한 전달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혈뇌장벽은 기본적으로 혈액을 통해 뇌로 들어가는 이물질을 차단하는 보호 작용을 하지만, 항상 완벽하게 작동하지는 않는다. 염증, 질환이나 외상, 노화 등의 원인으로 그 기능(투과성)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연구들이 ‘미주 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됐다’라는 결론을 내고 있지만, 실제로는 혈뇌장벽을 넘어서 전달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장-뇌 축, 세포 모델로 재현

    이에 대한 정확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장-신경-뇌 축을 재현한 ‘인간 세포 유래 실험 모델(in vitro model)’이 필요하다. 장과 뇌 사이의 신경 경로 외에 다른 영향을 주는 요인이 없도록 설계된 모델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장과 뇌를 이어주는 ‘미주 신경’을 재현해야 하는데, 현재까지는 내장 감각 신경을 세포 상태로 재현하는 방법이 밝혀지지 않았다.

    서울대학교 묵인희 교수, 김종일 교수와 고려대학교 정석 교수는 공동 연구팀을 꾸려 세포 단위 실험을 위해 장과 뇌를 이어줄 수 있는 미주 신경을 제작하고자 했다. 공동 연구팀은 사람의 역분화줄기세포(hiPSC)를 활용해, 내장 감각 신경을 구현한 세포 집합체(오가노이드)를 유도하는 방법을 최초로 개발했다. 

    연구팀은 구현된 내장 감각 신경 오가노이드(VSGO)를 생체 칩에 이식했다. 그런 다음 이를 사람의 대장 오가노이드(Human Colon Organoid, HCO)와 연결함으로써 장-신경 축 모델을 구현했다. 그리고 이를 활용한 연구를 통해 알츠하이머의 원인으로 알려진 아밀로이드/타우 단백질이 VSGO를 통해 장에서 뇌로 전파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연구의 개요에 대한 설명. 역분화 줄기세포에서 기존 발생학 기전을 따라 내장감각신경오가노이드 (VSGO)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장-신경 축 재현 생체 칩 모델 / 출처 : 서울대학교 보도자료
    연구의 개요에 대한 설명. 역분화 줄기세포에서 기존 발생학 기전을 따라 내장감각신경오가노이드 (VSGO)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장-신경 축 재현 생체 칩 모델 / 출처 : 서울대학교 보도자료

     

    치매 위험 유전자 보유 시 위험

    또한, 공동 연구팀은 VSGO를 통한 전파 과정을 확인하는 연구를 통해 또 다른 포인트를 발견했다. 알츠하이머 치매의 위험 유전자로 알려진 ‘APOE4’ 유전자형을 가지고 있을 경우, VSGO 경로로 병적 단백질이 더 많이 전달되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APOE는 지질 대사와 관련된 단백질 생산을 담당한다. 이 유전자의 주요 변형으로는 APOE2부터 APOE4까지 세 가지가 있는데, 각각 단백질 구조 및 기능이 조금씩 다르다. 이들 중 APOE4는 환경적 요인 또는 진화 압력에 의해 나타날 수 있는 변이로, 알츠하이머 치매의 발병 가능성을 높이는 위험 인자로 꼽힌다. 유전적으로 부모로부터 물려받을 가능성도 있다.

    또한, 아밀로이드/타우 단백질이 전파되는 과정을 매개하는 것은 LRP1이라는 단백질이었다. 이는 세포막에서 세포 안으로 다양한 분자를 운반하는 수용체 단백질이다.

     

    혈뇌장벽을 우회하는 치료제 개발 가능성

    서울대학교 묵인희 교수는 수십년 동안 알츠하이머 연구에 매진해온 바 있다. 최근 몇 년 동안은 장-뇌 축이 알츠하이머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해왔다. 묵 교수는 그동안의 장-뇌 축 관련 연구들이 혈액 및 면역체계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면역체계가 약해질 경우 혈뇌장벽 투과성이 높아지는 경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에 묵인희 교수는 장과 뇌를 이어주는 미주 신경으로 초점을 돌려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묵 교수는 “최초로 내장 감각 신경(VSN)을 시험관 내에서 유도하는 방법을 확립한 것, 그리고 VSN이 알츠하이머 발병의 단초가 될 수 있음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의 큰 의의가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묵 교수는 또한, “VSN을 통해 혈뇌장벽을 우회하여 치료 약물을 전달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보건복지부, 교육부, 삼성전자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소드(Nature Methods)」(IF=36.1)에 게재됐다.

  • 고무처럼 유연하면서 ‘자동차 무게’까지 견디는 인공근육 개발

    고무처럼 유연하면서 ‘자동차 무게’까지 견디는 인공근육 개발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고무와 같은 유연성을 가지면서도 자동차 수준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인공근육이 개발됐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기계공학과 정훈의 교수 연구팀은 기존 대비 강성 변화율을 최대 2,700배 확대한 새로운 ‘자성 복합 인공근육’을 개발했다.

     

    인공근육의 구성과 활용

    일반적으로 인공근육은 고분자(pollymer), 실리콘 등 유연성을 가진 재료로 만들어진다. 자연근육처럼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신축성이 좋고 가벼운 소재가 주력이 되는 것이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전기 변형 고분자(EPDM)와 같이 전기적, 온도적 자극에 반응할 수 있는 ‘스마트 소재’가 사용되기도 한다.

    인간의 근육은 수축과 이완 메커니즘을 통해 움직임이 가능하도록 한다. 이를 위해 인공근육은 내부에서의 압력 변화 또는 전기 신호 등을 통해 수축, 이완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다. 또한, 피부를 통해 느껴지는 감각을 구현하기 위해 센서와 피드백 시스템을 접목하기도 한다. 주위 환경과 상호작용하여, 실시간으로 정교한 반응과 움직임 조절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인공근육은 재활이 필요한 환자의 치료에 널리 사용된다. 이를 통해 신체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전기 자극 장치로 통증을 관리하며 특정 부위의 운동 범위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 예다. 이밖에 신체 기능을 대체하는 보조기구, 외과 수술 보조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 

     

    튼튼하면서도 유연함 필요

    부드러운 고분자 소재 등으로 제작된 인공근육은 별다른 제어 없이도 유연한 동작이 가능하다. 그 유연성은 자연근육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강성이 낮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로 인해 힘이 가해졌을 때 형태가 변형될 수 있다는 단점을 갖는다. 

    자연근육은 무게에 따라 필요한 만큼 근섬유를 동원해 꽤 넓은 범위에서 하중을 지탱할 수 있다. 게다가 단련을 통해 강도와 내구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인공근육은 다르다. 기본적으로 ‘소재 내구성’이 버틸 수 있는 한계를 초과하면 변형되거나 파손된다. 구조적 손상으로 인공근육 자체가 못 쓰게 돼 버리는 것이다. 

    또한, 불필요한 진동이 발생하는 경우도 문제가 된다. 재료 탄성, 온도나 습도 변화, 제어 신호 불안정 등의 문제로 진동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원하는 동작을 올바르게 수행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특히 정밀한 작업을 담당해야 하는 의료 기구 등에서는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딱딱한 상태에서 부드러운 상태로 ‘강성 변화’가 가능한 소재를 사용하기도 한다. 외부 신호를 통해 경도와 유연성을 조절할 수 있는 특수 물질이다. 하지만 강성 변화 범위가 넓지 않고, 환경 조건에 따라 필요한 강성이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전통적인 재료들에 비해 내구성이나 마모 저항성 등 기계적 성능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고무처럼 늘어나는 소프트 근육의 개발 원리 / 출처 : UNIST 뉴스센터
    고무처럼 늘어나는 소프트 근육의 개발 원리 / 출처 : UNIST 뉴스센터

     

    최대 2,700배 강성 변화 가능한 소재

    정훈의 교수 연구팀은 기존에 사용되던 강성 변화 가능 소재인 ‘형상 기억 고분자’를 활용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다. 자성을 띠면서 강한 힘을 낼 수 있는 ‘강자성 입자’를 결합해 ‘소프트 자성 복합 인공근육’을 개발한 것이다. 이로 인해 무게를 지탱하는 능력과 신축성이 크게 개선됐다.

    특수 표면 처리를 거친 강자성 입자는 형상 기억 고분자와 ‘물리적 얽힘’을 형성한다. 이를 통해 만들어진 복합 소재는 기계적 성능을 대폭 향상시켰다. 또한, 강자성 입자가 본래 자성을 띠고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가해지는 자기장에 대해서도 반응할 수 있다.

    이렇게 개발된 소프트 인공근육은 최대 2,700배까지 강성을 변화시킬 수 있다. 부드러운 상태에서는 8배까지 늘어나는 유연성을 갖췄다. 자연근육이 필요에 따라 길이가 늘어날 수 있는 것처럼, 높은 유연성은 보다 다양한 움직임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반이 된다. 

    한편, 딱딱한 상태에서의 견고함도 대폭 상향됐다. 인장 응력(늘어나는 힘에 대한 저항력)은 자기 무게 대비 최대 1,000배까지 견딜 수 있고, 압축 응력(누르는 힘에 대한 저항력)은 최대 3,690배까지 견딜 수 있다.

    또한, 연구팀은 기존 소재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진동을 잡는 것에도 주목했다. 이를 위해 하이드로젤 소재를 덧붙인 이중층 구조를 제작하여, 빠른 작동 중에도 근육 움직임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분야의 폭넓은 진보 기대

    정훈의 교수는 이번 연구성과에 대해 “기존 인공근육의 한계를 극복한 우수한 기계적 특성과 구동 성능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이야기했다. 의수, 의족과 같은 기존 의료 및 재활 목적의 활용부터 더욱 자연스럽고 유연하게 움직이는 로봇 제작까지 폭넓은 활용이 이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정 교수는 “다중 자극 방식인 레이저 가열과 자기장 제어를 통해, 신장과 수축, 굽힘과 비틀림 등 기본적인 동작부터 물건을 집어 원하는 위치에 놓는 복잡한 동작까지 원격으로 구현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온라인 게재된 바 있다.

  • ‘스스로 걸어오는 웨어러블 로봇’ 개발

    ‘스스로 걸어오는 웨어러블 로봇’ 개발

    '워크온슈트 F1' 생김새와 주요 제원 / 출처 : 카이스트 연구뉴스
    '워크온슈트 F1' 생김새와 주요 제원 / 출처 : 카이스트 연구뉴스

    카이스트 연구팀이 타인의 도움 없이도 착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했다. 로봇이 직접 걸어오기 때문에, 하반신 완전마비 장애인이 휠체어에서 내리지 않고도 착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공경철 교수 연구팀은 하반신마비 장애인을 위한 웨어러블 로봇 ‘워크온슈트 F1(WalkON Suit F1)을 24일(목) 공개했다. 워크온슈트는 공경철 교수 연구팀이 2015년부터 지속적으로 연구해 온 웨어러블 로봇이다. 

     

    비장애인 보행속도에 못지 않은 속도 달성

    공경철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16년 ‘워크온슈트 1’을 처음 발표했으며, 2020년 발표한 ‘워크온슈트 4’의 경우 꾸준히 개선이 이루어져 보행속도를 시속 3.2km까지 끌어올렸다. 비장애인의 보행속도는 통상적으로 시속 4km를 기준으로 한다. 즉 워크온슈트를 통해 비장애인의 보행속도를 거의 따라잡았다는 뜻이다. 

    게다가 워크온슈트를 착용한 채로 좁은 통로, 문, 계단 등 일상에서 언제든지 마주할 수 있는 장애물을 통과할 수도 있다. 이는 하반신마비 또는 기타 이유로 보행이 어려운 사람들의 활동성을 대폭 개선하는 데 기여했다.

     

    ‘전면 착용 방식’으로 타인 도움 없이 착용 가능

    하지만 이런 획기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워크온슈트에는 한계점이 있었다. 바로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하기 위해 타인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이는 워크온슈트 뿐만 아니라 모든 웨어러블 로봇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였다.

    공경철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본질적 문제에 대해 기술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기존의 ‘후면 착용 방식’ 대신, ‘전면 착용 방식’을 적용함으로써 휠체어에서 내리지 않고도 착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번에 개발해 공개한 F1 버전은 바로 이 지점에서 근본적인 차이를 보인다.

    이번에 공개된 F1 버전은 중증도가 가장 높은 ASIA-A(완전마비) 레벨을 대상으로 한다. 공경철 교수가 의장으로 있는 재활 로봇 및 보조기기 기업 (주)엔젤로보틱스(Angel Robotics)에서 재활치료 및 근력 보조 웨어러블 로봇을 전국적으로 보급하고 있지만, 이번 F1 버전은 ‘완전마비’ 레벨의 장애인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 포인트가 뚜렷하다.

    왼쪽부터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공경철 교수, 김승환 연구원(로봇 착용자), 박정수 박사과정(Team KAIST 주장) / 출처 : 카이스트 연구뉴스
    왼쪽부터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공경철 교수, 김승환 연구원(로봇 착용자), 박정수 박사과정(Team KAIST 주장) / 출처 : 카이스트 연구뉴스

     

    착용자에게 스스로 다가오는 로봇

    또한, 워크온슈트 F1은 착용 전 스스로 걸어서 착용자에게 다가올 수 있다. 마치 ‘휴머노이드’와 같은 기능이다. 무게 중심을 스스로 제어하는 기능을 적용했기 때문에, 혹여 실수로 착용자가 로봇을 밀거나 하더라도 균형을 잃거나 넘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디자인은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박현준 교수가 맡았다.

    워크온슈트 F1은 똑바로 선 상태에서 두 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지팡이 없이도 몇 걸음을 걸을 수 있도록 밸런스를 제어하는 성능도 개선됐다.

    (주)엔젤로보틱스와의 협업을 통해, 로봇의 핵심 부품이라 할 수 있는 메인 회로, 모터와 모터드라이버, 감속기 등을 모두 국산으로 바꿨다. 단지 국산으로 바꾼 것이 아니라, 성능 면에서도 더 우수하다. 모터와 감속기 모듈의 출력은 연구팀의 기존 기술에 비해 약 2배 향상됐다. 모터드라이버의 제어 성능 역시 주파수 응답속도 기준 약 3배 향상됐다.

    공경철 교수는 “워크온슈트는 장애인을 위한 웨어러블 로봇 기술의 결정체”라고 말했다. 워크온슈트에서 파생된 부품, 제어 기술, 모듈 기술 등이 웨어러블 로봇 산업 전체의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 공 교수의 설명이다.

     

    사이배슬론 금메달 전적, “기술적 격차 보여줄 것”

    공경철 교수 연구팀은 ‘Team KAIST’라는 이름으로 올해 열리는 제 3회 사이배슬론(Cybathlon) 대회에 출전한다. 사이배슬론은 스위스에서 4년마다 개최되는 ‘장애 극복 사이보그 올림픽’이다. 2020년 제 2회 사이배슬론에서 ‘웨어러블 로봇’ 종목 금메달을 획득한 후 4년 만의 출전이다. 

    이번 대회는 오는 27일(일) 열리며, 일부 참가자는 스위스 현지에서, 일부 참가자는 각국에 마련된 경기장에서 생중계 방식으로 참가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적용했다. Team KAIST는 엔젤로보틱스의 선행연구소(플래닛대전) 안에 설치된 경기장에서 온라인으로 참가할 예정이다.

    지난 대회에 비해 미션 난이도가 높아졌으며, 미션 수도 6개에서 10개로 늘어났다. 연구팀의 주장을 맡은 박정수 박사과정은 “이미 지난 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던 만큼, 이번 대회에서는 순위 경쟁보다 ‘기술적 초격차’를 보여주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워크온슈트 F1' 시연 모습 / 출처 : 카이스트 연구뉴스
    '워크온슈트 F1' 시연 모습 / 출처 : 카이스트 연구뉴스

     

  • 지방 공급 줄여 ‘암 세포 사멸 유도’할 수 있다?

    지방 공급 줄여 ‘암 세포 사멸 유도’할 수 있다?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미국 반 안델 연구소(Van Andel Institute, 이하 VAI)의 연구진들이 ‘암 세포의 지방 접근을 차단하면 특정 유형의 암 치료가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라는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Cell Chemical Biology」에 발표된 내용이다.

    VAI 조교수이자 연구를 주도한 에반 리엔 박사는 “암 치료를 더욱 효과적으로 만들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암 세포가 어떻게 퍼지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지방, 암 세포 성장 요인

    암 세포는 정상적인 세포 주기에서 벗어나, 무제한으로 성장하고 분열하는 세포다. 쉽게 말해 ‘자연적으로 죽지 않는 세포’라 할 수 있다.

    단순히 죽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주위 세포의 정상적인 생성 및 사멸(Apoptosis)을 방해한다. 인근 세포들의 신호 전달 시스템을 교란시키거나, 세포들의 상호작용을 방해함으로써 자신의 생존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것이 암 세포 성장 및 전이의 기본 원리다. 

    한편, 암 세포는 교란된 신호 전달 체계를 활용해 주위의 정상 세포와 상호작용하며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아 성장한다. 

    지방산의 산화는 암 세포의 주요 에너지원 중 하나다. 이 과정에서 암 세포는 지방을 분해하여, 세포의 에너지로 사용되는 아데노신 삼인산(ATP)을 생성한다. 또한, 암 세포는 지방 세포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지방산 공급을 증가시킨다. 비만 등 지방 조직이 증가한 상태라면 암 세포에 더 많은 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방산 과산화로 인한 세포 사멸 유도

    VAI의 연구는 암 세포의 지방 분자가 손상을 입었을 때 발생하는 세포 사멸 유형, ‘페로프토시스(Ferroptosis)’에 초점을 맞췄다. 페로프토시스는 일반적인 세포 사멸 과정인 아폽토시스(Apoptosis)와는 다른 메커니즘으로 이루어진다. 세포 내 철(Fe)의 축적 및 지방산의 과도한 산화가 주 원인이 된다. 

    페로프토시스는 세포막에 있는 불포화 지방산이 과도하게 산화되면서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과산화지질’이 생성되며, 이로 인해 세포막 구조가 손상돼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때 철분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철분 농도가 높을수록 활성산소종(ROS)의 생성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과산화 상태가 유발되고, 결국 페로프토시스가 촉진되는 원리다. 

    이 때문에 페로프토시스는 최근 새로운 항암 전략 개발에 있어 유망한 방향으로 평가받고 있다. 암 세포는 비정상적인 경로를 사용하며 끊임없이 성장한다. 따라서 지방 분자를 손상시킴으로써 페로프토시스를 의도적으로 유발하는 것은 특정 유형의 암에 대해서는 새로운 접근법이 될 수 있다. 다만, 암 세포 역시 다양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아직은 가능성의 단계라고 봐야 한다.

     

    지방 접근 차단으로 항암 효과 높여

    암 세포는 지방산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정상 세포에 비해 더 많은 지방산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지방 접근을 차단한 암 세포는 지방산 공급이 줄어들기 때문에 에너지원이 부족하게 되고, 대사 스트레스 상태에 놓여 페로프토시스에 더 민감해진다. 

    연구진은 암 세포의 지방 접근을 차단했을 때, 페로프토시스를 유도하는 약물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지방 접근을 차단하면 해당 약물이 더 효과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암 치료를 보다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러한 내용에 따르면, ‘지방의 공급을 줄이는 식단을 유지할 경우, 항암제가 더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다만, 아직 신뢰성이 부족한 결론이기 때문에 여러 면에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단지 ‘가능성’의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지방’에 초점을 맞춘 추가 연구

    실제로 지방은 세부적으로 다양한 종류로 나뉜다. 이에 연구팀은 지방 종류 및 그 양에 따라 페로프토시스에 다른 영향을 미치는지를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 이에 대한 결과가 의도한 대로 순조롭게 나온다면, ‘암 유형에 따른 맞춤형 식이 설계’가 가능해질 수 있다.

    물론 이에 대한 결론이 나온다고 해도 보다 폭넓은 임상 연구가 필요하다. 특히 암 유형 및 진행단계, 환자의 구체적인 현재 상태 등이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방은 신체 곳곳에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영양소인 만큼, 무조건적으로 차단할 수 없다. 영양 균형에 따른 조절 역시 이번 연구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 생체전기 측정을 통한 체액량 관리, 수술 후 중환자 회복에 효과

    생체전기 측정을 통한 체액량 관리, 수술 후 중환자 회복에 효과

    체액량 모니터링 및 관리 기준 / 출처 : 서울성모병원
    체액량 모니터링 및 관리 기준 / 출처 : 서울성모병원

    생체전기 측정을 통해 체내 적정 수분을 관리하는 치료 방식이 중증 수술 후 합병증 및 사망 발생을 개선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생체전기 임피던스 분석(Bioelectrical Impedance Analysis, 이하 BIA)을 통해 환자의 회복을 체계화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전반적인 회복 속도를 높이고, 합병증 발생 위험과 환자 생존율 면에서 긍정적인 성과가 있었다. 기존까지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었던 ‘수술 후 체액량 관리’에 대해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전류를 사용한 체성분 측정 분석법

    BIA는 신체에 약한 전류를 흘려보낸 다음, 발생하는 임피던스(저항값)를 측정해, 체성분 구성을 파악하는 검사법이다. 비만클리닉 또는 피트니스 센터 등에서 만나볼 수 있는 체성분 측정에서도 사용되는 원리다. 수분, 지방, 근육 등 성분에 따라 저항값이 다르게 발생한다는 점을 활용해, 체성분 구성비율을 분석하는 방법이다.

    물론, 의료 현장에서 사용되는 BIA 장비는 일반 클리닉 등에서 사용되는 것에 비해 더 높은 정밀도를 가지고 있다. 보다 정확한 측정과 분석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더 많은 전극을 사용하게 되며, 측정에 쓰이는 알고리즘 역시 정확성과 신뢰성이 높다. 측정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결과에 대한 해석도 더욱 구체적이고 개인 맞춤형으로 진행된다.

     

    체내 수분량 분석, 왜 중요한가

    별다른 질환이 없는 경우에도 체내 수분 균형은 중요하다. 부족할 경우 탈수 증상이 생기게 되고, 과다할 경우는 부종이 발생한다. 인체의 대부분이 수분으로 구성돼 있는 만큼, 수분 불균형은 신체 기능 및 대사, 체온 조절 등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건강에 별다른 이상이 없을 경우는 수분 균형을 조절하는 기능이 활발하지만, 중환자 또는 수술을 마친 직후의 환자들은 자체적인 조절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회복 과정에서 수분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관리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수술 과정에서는 혈압을 유지하기 위해 상당량의 수액을 투여하게 된다. 또한, 수술 중에는 신체 면역 반응이 활성화돼, 전신의 넓은 범위에 염증 반응이 발생하게 된다. 손상된 조직을 치유하고 감염을 방지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혈관 투과성이 높아지고 체내 수분이 빠져나갈 수 있어, 수분 불균형이 발생하기 쉬운 상태가 된다. 

     

    수술 후 환자 수분 관리, 보편적 기준 부재

    과도한 출혈이나 탈수 등 급박한 상황에서 시행되는 초기 소생술의 경우, 혈압 및 조직 기능 회복을 위해 수액이 투여된다. 이때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수액 요법에 대해서는 수액 유형, 용량, 투여 속도 등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왔고 그 결과 구체적인 지침이 존재한다. 

    하지만 수술 후 수분 관리에 대해서는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지침이 존재하지 않는다. 수술 후 환자는 염증 반응, 출혈이나 배액 등으로 인한 수분 손실, 수술 중 투여된 수액량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수분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수술 종류, 환자 상태 및 특성 등 변수가 되는 사항이 많아,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이 세워지기 어려웠다.

    이에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중환자외상외과 김은영 교수팀은 BIA를 활용해 환자의 체액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임상 결과를 개선하고자 했다.

     

    체액량 관리 치료법, 명확한 효과 있어

    김은영 교수 연구팀은 2021년 1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수술 후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 200명을 두 그룹으로 무작위 배정해 연구를 진행했다. 대조군으로 분류된 한 그룹은 전통적인 방식의 치료를 진행했다. 

    중재군으로 분류된 한 그룹은 생체전기 측정 데이터를 토대로 ‘세포외수분’ 비율을 기준으로 삼아 체액량을 조절했다. 탈수 상태 환자에게는 결정질 용액을, 체액량이 과다한 환자에게는 이뇨제를 투여해 체액량이 정상 범위 내에 있도록 조절하는 방식이다.

    연구 결과, 체액량 관리를 받은 그룹은 합병증 발생률이 31.4%, 전통적인 방식의 치료를 받은 그룹은 합병증 발생률이 46.0%로 나타났다. 사망률에 있어서도 관리 그룹은 1.4%, 전통 치료 그룹은 14.4%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이번 연구는 정확도 높은 모니터링을 통해 체액 상태를 적절하게 관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회복 속도 향상, 합병증 감소, 생존율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이번 연구는 임상 영양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Clinical Nutrition」 9월호에 게재됐다.

    서울성모병원 중환자외상외과 김은영 교수 / 출처 : 서울성모병원
    서울성모병원 중환자외상외과 김은영 교수 / 출처 : 서울성모병원

     

  • 치매 정복 가까워질까? ‘먹는 치매 치료제’ 후보물질 기술수출 계약

    치매 정복 가까워질까? ‘먹는 치매 치료제’ 후보물질 기술수출 계약

    ※ 상기 이미지는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음 /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 상기 이미지는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음 /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한국과학기술연구원(원장 오상록, 이하 KIST) 창업기업인 (주)큐어버스(대표 조성진)가 이탈리아 제약사 ‘안젤리니파마’와 총 3억7천만 달러(한화 5,037억 원)의 기술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대상이 된 기술은 ‘CV-01(씨브이-공일)’로, ‘치매 치료를 위한 신약 후보물질’이다.

    CV-01은 올해 9월 임상 1상에 착수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유상임, 이하 과기정통부)와 KIST는 큐어버스의 연구개발부터 기술출자 창업, 기술 상용화, 임상에 이르기까지 신약 개발 전 주기에 대해 지속적인 지원을 해왔다. 안젤리니파마 측에서 신약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역대 정부출연 연구기관에서 이뤄낸 기술 수출사례 중 역대 최대 금액의 성과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뇌 염증과 스트레스, 치매 원인의 새로운 접근

    치매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뇌에 과도하게 쌓이는 것이 원인인 것으로 여겨져 왔다. 이에 제약회사들은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축적을 막거나, 쌓인 단백질을 제거하는 물질을 개발해왔다. 하지만 효능에 한계가 있었고, 환자가 사망하는 등 안전성 문제가 남아있었다.

    이에 글로벌 제약회사들은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외에 최근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 뇌 염증 및 산화성 부정적 압력(스트레스)이 치매의 근원일 가능성에 주목하며, 이와 관련된 차세대 기전 치료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KIST 박기덕 박사 등 연구진은 2014년부터 차세대 치매 치료제 개발에 착수했다. 스트레스 및 염증에 대해 발생하는 방어 기전인 ‘keap1/Nrf2 신호전달 경로’를 통해 신경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이는 신경회로의 손상을 예방하고 뇌의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연구팀은 수년간에 걸친 연구 결과, 해당 반응 경로를 표적으로 하는 CV-01을 개발했다. 만약 이 물질을 사용해 신약을 개발하고 이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하게 되면, 이러한 메커니즘의 치매 치료제는 세계 최초 사례가 된다. 메커니즘 특성상 뇌 신경 손상이 원인이 되는 파킨슨병, 뇌전증 등의 질환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반적인 치료제와 달리 ‘먹는 약’

    보통 특정 질환의 표적 치료제로 개발된 것들은 주사제가 다수를 차지한다. 항암제, 당뇨 치료제, 자가면역 질환 치료제를 비롯한 각종 바이러스 백신이 그 예다. 하지만 CV-01을 활용한 치료제는 ‘먹는 약’으로 개발된다. 처방에 따라 복용하기만 하면 되므로, 주사제보다 훨씬 간편하다.

    또한, 질병의 ‘원인 물질’에만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표적 치료제로서의 성질이 강하다. 정상 세포에 대한 손상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뇌혈관 부종과 같은 부작용도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저분자 화합물 약물로 분자 크기가 작기 때문에 생체 내 이동성이 높다. 즉, 혈뇌장벽(BBB)을 넘어 뇌에 도달하는 것이 용이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알츠하이머나 파킨슨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의 경우 신경세포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편, 신경회로의 염증성 손상을 예방하는 것이 주요 기전이므로, 발병 전 예방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는 향후 고령인구의 비율이 더욱 높아질 것에 대비해, 사회적 비용을 낮추는 데 획기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출연 연구기관 중 역대 최대 성과 전망

    이번 계약은 신약 상용화 성공 시 기술이전 조건으로 총 3억7천만 달러 규모다. 2016년 KIST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미래선도형 융합연구단’으로부터 43억5천만 원의 지원을 받아 신약 후보물질 개발에 착수한 후 약 8년여 만의 성과다. 기술출자회사인 (주)큐어버스는 2021년 ‘생명공학 인기 연구자(바이오스타) 사업’의 지원을 받아 창업했다.

    큐어버스 측은 과기정통부로부터 약 3억 원 규모의 사업화 지원을 받아 연구 개발을 진행했으며, 현재는 과기정통부·보건복지부가 공동 주관하는 ‘치매극복 연구개발사업단’의 지원을 토대로 CV-01의 임상 1상 단계를 진행 중이다.

    큐어버스 조성진 대표는 “CV-01은 치매, 뇌전증, 파킨슨병을 비롯한 뇌신경계 질환에 획기적인 잠재력을 지니고 있어, 치매 등 뇌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희소식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라며, “기술개발, 사업화, 임상 등 전체 주기에 걸친 정부 지원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KIST 오상록 원장은 “KIST 연구자가 개발한 기술이 첨단 생명공학 신생기업 창업으로 이어지고, 세계 제약시장에 진출한 훌륭한 사례가 되었다”라며 “앞으로도 게임 체인저가 될 세계적 원천기술 확보에 힘쓰겠다”라고 말했다.

  • 위험 예측·조기 진단이 중요한 치매, ‘스마트링’으로 가능할까

    위험 예측·조기 진단이 중요한 치매, ‘스마트링’으로 가능할까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 / 출처 : COLMI 제품 페이지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 / 출처 : COLMI 제품 페이지

    날이 갈수록 치매 환자는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치매의 명확한 원인을 찾는 일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치매는 한 번 발병하면 완치는 불가능에 가깝고, 진행을 늦추는 것만이 최선이다. 치료제 개발과 별개로, 발병 위험 예측과 예방, 조기 진단이 중요한 이유다.

    이에 ‘스마트링’을 활용해 치매를 조기 진단하기 위한 연구가 시작된다. 치매를 정복해가는 데 있어 뚜렷한 족적을 남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예정된 초고령사회, 복병은 치매

    우리나라는 2023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7%다. 인구 구조상 ‘고령사회’로 분류된다. 2000년대 초반부터 고령화가 시작돼, 채 20년이 되지 않은 2017년부터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향후 대략 2~3년 사이에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가 넘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그렇게 되면 ‘초고령사회’로 분류된다.

    고령인구가 많아지면서 사회적으로 가장 우려되는 질환을 꼽자면 ‘치매’다. 기술의 발달로 수많은 질병을 이해하고 해결책을 발견해왔지만, 여전히 치매는 정복하지 못한 중증 질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치매 진단을 받은 환자 중 65세 이상인 경우가 약 69만 명이다. 통계청에서 조사한 2023년 65세 이상 총 인구가 약 900만 명이니, 약 13% 정도가 치매 진단을 받은 셈이다. 인구의 고령화 속도는 빨라지고 있고, 고령 인구의 비율이 높은 상태는 한동안 유지될 것이다. 즉, 치매 발병률과 건수도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정복대상은 알츠하이머

    ‘치매’라 불리는 질환은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흔히 알츠하이머라 불리는 ‘노인성 치매’와 중풍 등으로 인해 생기는 ‘혈관성 치매’가 대표적이다. 그 외에 루이 소체 치매, 전두측두엽 치매 등으로 나뉜다. 이중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유형이 알츠하이머다. 전체 치매 환자 중 적게는 55%, 많게는 70%가 알츠하이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로서 가장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 유형인 셈이다.

    알츠하이머의 정확한 발병 원인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다방면으로 알츠하이머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며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다. 

    다만, 치료제가 나오더라도 투여할 대상을 선별할 필요가 생긴다. 환자마다 치료제의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고, 혹시 모를 부작용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치료제를 적용할 환자를 선별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한 신속·정확한 검사법이 필요하다.

     

    새로운 검사방법의 필요성

    기존 선별검사로 활용되는 ‘신경심리검사’는 언어적 이해력, 기억력, 문제 해결능력 등을 평가함으로써 인지 장애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사용되는 보편적 검사법이다. 하지만 이는 동일한 인지 능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학력이나 교육수준에 따라 검사결과에 차이가 날 수 있어 객관성에 한계가 있다. 또한, 같은 검사를 여러 번 실시하면서 검사에 익숙해지면 실제 인지 능력과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뇌 MRI, PET-CT 검사는 효과적이지만 높은 비용이 드는 검사법이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검사법은 아니다. 이에 따라 혈액으로부터 특정 단백질을 검출함으로써 치매를 예측하는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스마트링’을 활용한 치매 예측 연구

    이에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강동우 교수는 스마트링을 활용하는 검사법을 연구하고 있다. 반지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인 ‘스마트링’을 통해 신체활동 기록을 수집하고, 이를 토대로 치매를 예측하는 임상연구다. 강동우 교수는 (주)브레디스헬스케어와 함께 ‘2024년 바이오 의료 기술사업화 지원사업’ 과제에 ‘혈액 바이오마커 검사용 체외진단의료기기 개발 및 사업화’로 선정됐다.

    강동우 교수팀은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조기에 예측하는 통합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이번 연구를 시작했다. 혈액 바이오마커 검출 기술에 스마트링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결합하고, 건강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계획이다. 

    스마트링은 스마트 워치와 유사하게 심박수, 체온, 호흡, 운동량, 산소포화도, 수면 패턴 등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단, 손가락에 착용할 수 있고 복잡한 조작 없이도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기 때문에 첨단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적합하다. 워치에 비해 대체로 배터리 수명이 더 길기 때문에 장시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도 유리하다.

     

    비침습적, 저비용 검사법 개발 목표

    강동우 교수팀은 연구 1차년도에 ‘혈액 바이오마커 검사용 체외진단의료기기’의 시제품을 제작하고, 그 임상 성능을 평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 기술보다 약 10,000배 높은 감도로 바이오마커를 검출할 수 있는 ‘디지털 면역분석(Digital ELISA)’ 기술을 활용해 진단 키트를 개발할 계획이다.

    연구 2차년도에는 스마트링으로 수집한 데이터와 혈액 바이오마커 데이터를 통합, 치매 위험도를 예측하고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통합 시스템 사업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강동우 교수는 “이 연구는 치매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보다 정확한 예측과 조기 진단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며, “건강 상태를 종합 평가하는 통합 시스템을 개발하여, 비침습적이고 경제적인 비용으로 치매를 진단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강동우 교수 / 출처 : 서울성모병원 홈페이지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강동우 교수 / 출처 : 서울성모병원 홈페이지

     

  • 뇌의 처리 속도로 반응하는 ‘초민감 전자피부’ 개발

    뇌의 처리 속도로 반응하는 ‘초민감 전자피부’ 개발

    ※ 위 이미지는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 위 이미지는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인간의 뇌 신경 시스템’을 본떠 만든 초민감 전자피부용 압력 센서가 개발됐다. 이 센서는 투명한 데다가 물리적 유연성까지 갖추고 있어, AI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와 같은 첨단 의료기기에 폭넓게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압력 센서 활용한 ‘전자피부’ 기술

    압력 센서(pressure sensor)는 글자 그대로 누르는 힘을 감지하는 장치다. 압력 변화에 따라 형태가 변하는 재료를 사용해 만든다. 압력이 가해지면서 센서 내부에서 발생하는 저항이나 전압의  변화를 전기 신호로 변환하는 원리다. 

    압력 센서는 정밀하게 만들어질수록 작은 변화까지 감지해 신호로 변환할 수 있다. 일부 스마트폰의 경우 터치 스크린에 가해지는 압력의 강도에 따라 다른 기능을 수행할 수도 있다. 웨어러블 기기의 경우 피부에 밀착돼 심박수나 혈압을 측정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자동차에서도 사용된다. 차량 내 계기판을 통해 타이어 공기압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그 예다. 

    압력 센서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전자피부’는 실제 인간의 피부가 그렇듯 미세한 수준의 압력을 감지할 수 있다. 이러한 민감성 덕분에 의료 모니터링 기기, 로봇의 감각 시스템 등에 다양하게 활용된다. 현재 전자피부는 ‘실용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압력을 감지하는 정밀성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더 민감한 반응성과 투명성, 유연성까지 갖추어야 한다.

    신경세포(뉴런) 시스템을 모방한 3차원 나노입자 신호전달 네트워크 / 출처 :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신경세포(뉴런) 시스템을 모방한 3차원 나노입자 신호전달 네트워크 / 출처 :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인간의 뇌처럼 신속, 정확하게 반응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에너지공학과 이윤구 교수 연구팀은 전북대학교 기계공학과 임재혁 교수팀과 협력해, 인간의 뇌에서 신호가 전달되는 방식을 본뜬 압력 센서를 개발했다. 압력을 감지했을 때 더욱 정교하고 신속하게 반응하는 것이 포인트다.

    인간의 뇌는 신경세포(뉴런)과 아교세포가 협력하면서, 복잡한 신호를 빠르게 전달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연구팀은 뇌의 신호전달 체계를 참고하여 ‘나노입자로 이루어진 네트워크’를 제작, 미세한 압력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압력 센서를 설계했다.

    이는 ‘높은 감도’를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의료 측정 및 모니터링, 로봇 개발 등이 대표적이다. 일상적인 영역에서는 웨어러블 기기의 정밀도를 높일 수 있는 기술로도 활용될 수 있다.

    손목에 위치한 요골동맥에서 미세한 심박동압력을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 출처 :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손목에 위치한 요골동맥에서 미세한 심박동압력을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 출처 :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유연성, 안정성, 내구성 모두 탁월

    공동연구팀이 개발한 압력 센서는 높은 민감성을 가진 데다가 투명하고 물리적으로도 유연하다. 심박수나 손가락 움직임과 같은 작은 변화부터 물방울 수준의 미세한 압력도 감지할 수 있다. 투명하고 유연하기 때문에 웨어러블 기기나 스마트 의류, 장신구 등에도 폭넓게 활용 가능하다.

    내구성 및 안정성도 뛰어나다. 테스트 결과 1만 번 이상 반복적으로 사용해도 안정적으로 작동했으며, 뜨거운 환경 또는 습도 높은 환경에서도 변함없는 성능을 보였다. 의료 기기 및 산업용 장비의 경우, 유지보수와 관련된 경제성도 중요하므로 높은 내구성과 안정성이 필수다. 야외에서 사용하거나 극한의 환경에서도 정확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을 것이다.

    이윤구 교수는 “센서 구동에 대한 기초 메커니즘 연구를 지속해, 인간의 피부를 모사한 인공 촉각 센서 개발 및 투명 디스플레이 상용화 기술로 확장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회사소개 ·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저작권보호정책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헬스라이프헤럴드 | (주)메이븐크리에이티브 |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 설월길 45-13 2층

대표전화 070-8890-5653 | 이메일 healthlifeheraldnews@naver.com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경기 아 53970 | 등록일 2024-02-21 | 발행인·편집인 나지홍 | 청소년보호책임자 나지홍

Copyright © 헬스라이프헤럴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