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연구팀이 삼중음성유방암에서 암세포의 성장과 전이를 늦추고, 암세포를 돕던 면역세포의 기능까지 바꾸는 유전자치료 전략을 내놓았다. 의생명연구원 김효수 교수와 의생명과학과 이은주 교수(박효민 박사) 연구팀은 체내에 원래 존재하는 TIF1γ(티프원 감마) 유전자를 개량해 전임상 모델에 투입했고, 8일 그 성과를 공개했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신호 전달 및 표적 치료(Signal Transduction and Targeted Therapy)’ 최신호에 게재됐다.

표적치료가 막힌 암, 삼중음성유방암
삼중음성유방암은 에스트로젠 수용체, 프로제스테론 수용체, HER2가 모두 나타나지 않는 유방암이다. 유방암 환자 중 약 20%가 이 유형이며, 다시 생기는 속도가 빠르고 다른 장기로 잘 번진다. 선택지가 좁은 표적치료제 대신 항암화학요법이 치료의 중심이다.
연구팀은 기존 표적치료의 한계도 짚었다. 한 가지 신호만 차단하면 암세포가 다른 신호 경로를 가동해 약효를 비켜 간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여러 경로를 한꺼번에 겨냥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연구의 출발점이다.
환자 조직과 마우스에서 확인한 효과
TIF1γ 단백질은 세포 속 여러 신호를 조율하는데, 암 조직에서는 이 유전자가 덜 작동하는 일이 많다. 연구팀은 단백질이 세포 안에서 더 많이 만들어지게 염기서열을 손본 ‘코돈 최적화’ 유전자를 사용했다.
첫 실험 대상은 서울대병원 삼중음성유방암 환자 7명의 종양 조직이었다. 조직을 배양하며 유전자를 전달하자 비멘틴(전이 능력과 연관된 단백질)과 증식 지표 Ki67 수치가 확연히 낮아졌고, 세포사멸은 늘었다. 마우스 종양 조직으로 같은 방식의 실험을 했을 때는 바깥으로 이탈하는 암세포가 약 70% 줄었다.
살아 있는 마우스 실험도 이어졌다. 사람 삼중음성유방암 세포를 이식한 지 14일 뒤 유전자를 담은 지질 캡슐(리포좀)을 종양 주변에 주사했더니, 대조군 종양이 300㎣를 넘게 커진 반면 치료군 종양은 훨씬 작거나 거의 보이지 않았다. 증식 중인 암세포 면적도 대조군의 10% 미만이었다.
전이 쪽 결과도 갈렸다. 주입한 암세포는 대조군 림프절에서만 검출됐다. 폐를 보면 대조군은 병변 때문에 폐포가 심하게 망가졌고, 치료군은 정상적인 구조가 그대로였다. 젖샘관에 암세포를 곧바로 넣는 별도의 전이 모델에서 유전자를 먼저 넣어 둔 암세포는 폐에 뚜렷한 전이 병변을 남기지 않았다.
세 가지 신호를 동시에, 면역세포도 함께
배양한 암세포에서 TIF1γ는 세 가지 핵심 경로에 작용했다. 첫째는 성장과 이동에 관여하는 β-catenin 단백질로, 분해가 유도됐다. 둘째는 전이를 밀어주는 TGFβ 신호로, 약해졌다. 셋째는 암세포의 생존과 면역회피에 쓰이는 STAT3 단백질로, 역시 분해됐다.
면역 환경도 달라졌다. 환자에게서 얻은 암세포에 유전자를 넣었더니 대식세포의 공격을 피하는 데 쓰이는 CD47, 그리고 암을 돕는 대식세포를 불러들이는 CXCL5가 나란히 감소했다. 연구팀은 이 변화에 STAT3 억제가 작용했을 것으로 해석한다.
이런 암세포와 함께 배양한 대식세포에서는 포식을 촉진하는 수용체 SLAMF7이 증가했다. 암세포주와 대식세포를 같이 키운 실험에서 유전자가 들어간 암세포는 대식세포에게 먹히거나 죽었다. 환자 조직을 배양한 실험에서도 대식세포 내부에서 암세포 파편이 보였다. 연구팀은 포식 능력을 회복한 이 대식세포에 ‘종양표적 대식세포’라는 이름을 붙였다.
한계와 앞으로의 계획
이번 결과는 전임상 단계의 것으로, 사람 환자에게 적용된 사례가 아니다. 연구팀은 온몸에 퍼진 암까지 겨냥할 수 있는 전달 기술 개발 등 후속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앞서 간섬유화와 폐섬유화에서 같은 유전자의 효과를 다뤘고, 이번에 암으로 범위를 넓혔다.
김효수 교수는 “암세포 자체와 종양 미세환경을 함께 겨냥하는 다중표적 유전자치료의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정리
서울대병원 연구팀은 TIF1γ 유전자 하나로 암세포의 증식·전이 신호를 누르고 대식세포의 포식 기능까지 되살릴 수 있음을 배양세포·환자 조직·마우스 실험에서 확인했다. 다만 아직 전임상 단계이며, 실제 환자 적용을 위해서는 전달 기술 등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이며, 개인의 증상과 치료는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서울대병원 보도자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