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고 나른해지는 오후, 서랍 속 고함량 비타민 B 영양제를 꺼내며 “이제 좀 힘이 나겠지” 하고 기대해 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그런데 몸에 필요한 양을 채우는 일과, 더 많이 먹어 힘을 더 내는 일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 글에서는 물에 녹는 비타민인 비타민 C와 B군을 무엇으로 채우고 어떻게 먹는 것이 좋은지 목록으로 풀어 보았습니다.

고함량 B군 영양제로 기운이 난다는 말, 어디까지 맞을까
- B군 비타민은 음식을 에너지로 바꾸는 과정(에너지 대사)과 성장을 돕는 데 필요합니다.
- 다만 필요한 양을 넘겨 먹는다고 에너지가 더 생기지는 않습니다. 자동차에 연료가 절반 있든 가득 있든 달리는 속도는 같고, 연료가 바닥났을 때에만 문제가 생기는 것과 비슷합니다.
- B군이 모자라면 에너지 대사에 문제가 생깁니다. 하지만 이미 충분한 상태에서 더 넣는다고 대사가 빨라지지는 않습니다.
- 고함량 제품을 먹고 기운이 난 듯한 느낌은 B군보다 함께 들어 있는 첨가당, 카페인, 각종 허브 자극 성분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됩니다.
- B군 비타민은 대부분 몸에 쌓아 두지 못해, 남는 양은 대체로 몸 밖으로 빠져나갑니다. 결국 비싼 고함량 제품을 사도 필요 이상의 양은 돈과 함께 흘러가 버리는 셈입니다.
- 정리하면 B군은 “많이 먹을수록 좋은 성분”이 아니라 “모자라지 않게 꾸준히 채워야 하는 성분”에 가깝습니다.
평소 식사에서 B군을 채우는 방법
- B군 비타민은 여러 식품에 자연스럽게 들어 있고, 비타민을 더해 만든 강화식품도 많습니다.
-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B군 결핍이 드문 편입니다. 평소 여러 가지 식품을 먹는다면 영양제부터 찾기보다 식단을 먼저 살펴보는 쪽이 순서에 맞습니다.
- 반대로 한 가지 주식에 크게 기대는 식단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과거 북미에서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정제한 옥수수가루를 주식으로 삼다가 니아신 결핍인 펠라그라로 고생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지금 미국에서는 보기 드문 병이지만, 한 가지 정제 곡물에 끼니를 기대면 어떤 일이 생길 수 있는지 보여 주는 사례입니다.
- 펠라그라는 설사, 피부염, 치매 증상을 일으키고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병이었습니다. 몸의 대사 기능을 이어 갈 니아신이 모자란 탓에 생기는 증상이 많습니다.
비타민 C는 무엇으로 채울까
- 귤·라임 같은 감귤류가 좋은 공급원이고, 채소에도 많이 들어 있습니다.
- 과거 영국 선원들은 괴혈병을 막으려고 배에 라임 자루를 실었고, 그래서 “라이미(limey)”라는 별명까지 얻었습니다.
- 동물성 식품에는 의미 있는 양이 들어 있지 않습니다. 고기나 생선 위주로 먹는 날이 이어진다면 과일과 채소를 따로 챙겨야 합니다.
비타민 C를 지키는 조리법
- 비타민 C는 물에 녹는 성질 때문에 조리, 냉동, 해동, 통조림 가공을 거치며 상당히 줄어듭니다.
- 물에 끓이면 최대 50퍼센트까지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 그래서 과일과 채소는 날로 먹거나 살짝 쪄서 먹는 편이 비타민 C를 더 남깁니다.
- 오래 삶거나 푹 끓이는 요리가 많은 식단이라면, 비타민 C를 채울 몫은 날것 반찬이나 과일로 따로 두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 냉동하거나 통조림으로 가공한 식품은 보관하기에는 편하지만, 같은 이유로 비타민 C가 어느 정도 줄어든 상태라고 생각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 정리하면 “무엇을 먹느냐”만큼 “어떻게 익히느냐”가 비타민 C 섭취량을 좌우합니다. 같은 채소라도 날로 먹을 때와 푹 끓였을 때의 차이는 생각보다 클 수 있습니다.
티아민(B1)과 흰쌀, 그리고 술
- 티아민은 포도당을 에너지로 바꾸는 효소를 돕는 성분입니다. 포도당을 주된 에너지원으로 쓰는 신경세포에서 특히 중요하고, 신경전달물질을 만드는 데에도 관여합니다.
- 이 밖에 티아민은 RNA, DNA, ATP를 만드는 데에도 필요하다고 설명됩니다.
- 티아민이 부족하면 뇌와 심장이 가장 큰 영향을 받습니다. 이 결핍증을 각기병이라 하며, 피로, 혼란, 움직임 장애, 다리 통증, 부종, 심부전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흰쌀이 주식인 지역에서 각기병이 흔했습니다. 쌀을 도정하면 겨가 벗겨지면서 대사에 꼭 필요한 성분도 함께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 1897년 네덜란드 의사 에이크만이 각기병에 걸린 닭에게 도정하지 않은 쌀겨를 먹여 낫게 했습니다. 1912년 홉킨스는 동물 실험에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무기질만으로는 성장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두 사람은 1929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습니다.
- 술을 많이 마시는 식습관도 티아민 결핍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때 나타나는 베르니케-코르사코프 증후군은 혼란, 협응 능력 상실, 시야 변화, 환각이 생기고 혼수와 사망으로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 같은 위험이 있는 사람으로 섭식장애가 있는 경우, 고령자, 위우회술을 받은 경우도 자료에서 꼽혔습니다. 이런 분이라면 식사 내용을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정리
- 고함량 B군 영양제를 먹는다고 에너지가 더 생기는 것은 아니며, 남는 양은 대부분 몸에 쌓이지 않고 빠져나갑니다.
- B군은 여러 식품으로 채울 수 있고, 한 가지 주식에만 기대는 식단은 결핍 위험을 키울 수 있습니다.
- 비타민 C는 감귤류와 채소로 채우고, 날로 먹거나 살짝 쪄서 먹으면 손실을 줄일 수 있습니다.
- 흰쌀이 주식이거나 술이 잦은 식단, 섭식장애·고령·위우회술 같은 조건이라면 티아민 부족을 한 번 점검해 볼 만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이며, 개인의 증상과 치료는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uman Nutrition 2020(하와이대 공개 영양학 교재) 참고 (링크 없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