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안 마셔도 지방간, 성인 4명 중 1명꼴…고위험군 간섬유화 검사 권고

10월 20일 ‘간의 날’을 맞아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이문형 교수가 지방간 관리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음주와 무관하게 나타나는 대사이상 지방간질환 환자가 성인 4명 중 1명꼴인 만큼, 건강검진에서 지방간 소견을 들었다면 간 상태를 따로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술 안 마셔도 지방간, 성인 4명 중 1명꼴…고위험군 간섬유화 검사 권고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이문형 교수 (사진 제공: 강동경희대병원)

증상이 거의 없어 늦게 알아채는 간 질환

간은 상당히 나빠진 뒤에야 증상을 드러내는 편이라 ‘침묵의 장기’로 통한다. 대한간학회 자료로는 국내 간암 환자 중 48.8%가 처음 진단받는 시점에 암이 이미 진행된 상태였다. 2022년 사망원인 통계를 보면 간암 사망률은 40대가 인구 10만 명당 5.3명, 50대가 16.9명이었고, 두 연령대에서 모두 주요 암 중 최고였다. 이 교수는 그래서 암이 되기 전, 지방간 단계에서부터 간을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원인은 술보다 대사 이상

간세포의 5% 이상에 지방이 들어차면 지방간으로 본다. 건강한 간에도 지방이 조금은 있지만 이 기준을 넘기면 진단 대상이 된다. 술이 원인이 아닌 경우가 더 많고, 과거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부르던 병은 현재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비만과 당뇨병, 고지혈증 같은 대사 문제가 밑바탕에 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 성인 유병률은 24.1%였다. 술을 입에 대지 않더라도 비만이나 당뇨병이 있다면 지방간부터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젊은 층의 생활습관과 흡연

식생활과 신체활동을 모두 건강하게 유지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지방간 위험이 약 32% 낮았다는 것이 국립보건연구원의 분석 결과다. 그런데 20·30대의 지표는 거꾸로 가고 있다. 지난해 이들 연령대의 유산소 신체활동 실천율은 전년보다 모두 하락했다. 지방 섭취 비율도 2016년 이후 처음으로 20·30대 남녀 모두에서 권고 상한 30%를 웃돌았다. 30대 남성의 비만 유병률은 59%에 달해 1년 만에 9.9%p 뛰었다.

담배도 위험을 키운다. 이 교수 연구팀은 대규모 코호트 연구 20편을 합쳐 분석했고, 흡연자의 지방간 위험이 비흡연자보다 14% 높다는 결론을 얻었다. 흡연은 인슐린 저항성을 끌어올려 간세포 안에 지방을 쌓게 한다. 니코틴이 지방 분해를 부추기면 늘어난 지방산이 간에 되돌아와 쌓이는 경로도 있다. 지난해 담배제품 사용률은 20대 남성에서 29.5%에서 33.2%로, 30대 여성에서 7.5%에서 13.9%로 올랐다. 이 교수는 “담배는 폐뿐 아니라 간에도 부담을 주는 위험 요인”이라고 말했다.

진단받고도 열 명 중 네 명은 가만히 있다

지방간 환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 79.9%는 검진 중 우연히 발견했다. 하지만 그 뒤 병원을 방문한 사람은 57.7%뿐이었고 42.3%는 후속 조치 없이 넘어갔다. 병원에 가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대수롭지 않다고 여겨서(41.6%)였다.

문제는 그사이 병이 깊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지방만 쌓인 단순 지방간이지만, 염증이 생겨 간세포가 손상되는 지방간염을 지나 간이 굳는 간경변증까지 갈 수 있다. 환자 다수는 중증으로 번지지 않으나 약 5~18%가 간경변증에 도달하고, 그중 해마다 약 2.6%가 간암으로 이어진다고 추정한다. 해로움은 간 밖으로도 번진다. 이 환자들의 가장 흔한 사망 원인은 간질환이 아닌 심혈관질환이며, 심근경색·뇌졸중·당뇨병·만성 콩팥병 위험도 함께 올라갈 수 있다.

굳은 정도는 간섬유화 스캔으로

진단은 대개 복부 초음파로 한다. 그러나 간이 얼마나 딱딱해졌는지는 초음파만으로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 굳음, 즉 섬유화가 진행될수록 간경변증과 간암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별도 확인이 요구되며, 여기에 쓰는 것이 간섬유화 스캔이다. 초음파를 이용해 간의 탄성도와 지방량을 수치로 나타내는 방식이고, 바늘을 쓰지 않아 부담이 작다.

병원 측에 따르면 소화기내과에서는 복부 초음파와 간섬유화 스캔을 병행해 지방간의 정도와 섬유화를 함께 본다. 당뇨병이나 비만이 겹친 고위험군은 정기 추적 관찰로 진행 여부를 확인하고, 간암이 의심될 때는 CT·MRI 정밀 영상검사와 다학제 협진을 거쳐 진단에서 치료까지 연결한다.

치료의 중심은 체중 감량과 기저질환 관리

환자 대부분이 과체중 또는 비만이라 식사 조절과 운동으로 몸무게를 줄이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로 꼽힌다.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체중의 3~5%만 감량해도 지방간이 호전될 수 있고, 7~10%를 줄이면 섬유화가 동반된 지방간염도 대체로 나아질 수 있다. 다만 1주일에 1kg을 넘겨 급히 빼면 지방간이 악화하고 섬유화가 빨라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 식사: 하루 세 끼를 챙기되 끼니마다 먹는 양을 조금씩 줄이고, 튀기거나 기름진 음식과 과당 음료는 멀리한다.
  • 운동: 빠르게 걷기, 자전거, 수영 같은 유산소 운동을 주 3회 이상, 회당 30분 넘게 이어 간다.
  • 기저질환: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이 있으면 그 치료도 병행한다.

이 교수는 “검진 결과지에 적힌 ‘지방간’은 간이 보내는 첫 번째 경고장”이라고 강조하며, 비만이나 당뇨병이 있는 사람은 간섬유화 검사와 생활습관 개선, 기저질환 치료를 함께 해야 간경변증·간암으로 가는 길을 늦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리

지방간은 술을 마시지 않아도 대사 이상으로 생길 수 있으며 성인 4명 중 1명꼴로 나타난다. 검진에서 발견됐다면 병원에서 섬유화 정도를 확인하고, 체중 감량과 기저질환 관리를 꾸준히 이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이며, 개인의 증상과 치료는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강동경희대병원 보도자료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