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농증에 ‘이 파인애플 효소’를 먹어도 될까, 근거를 살펴봤습니다

감기가 지나갔는데도 코가 시원하게 뚫리지 않아 며칠째 아침마다 얼굴이 묵직한 분들이 있습니다. 이럴 때 ‘파인애플 성분이 코에 좋다더라’는 이야기를 듣고 보충제를 장바구니에 담아 본 적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성분인 브로멜라인이 축농증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미국 국립보완통합건강센터(NCCIH)와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를 바탕으로 확인된 범위만 살펴봅니다.

축농증에 '이 파인애플 효소'를 먹어도 될까, 근거를 살펴봤습니다
AI로 생성한 이미지

브로멜라인은 어떤 성분일까

브로멜라인은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들을 묶어 부르는 이름입니다. 파인애플의 줄기와 열매에 들어 있습니다. 파인애플은 남미와 중미에서 오래전부터 약용으로 쓰여 온 과일이기도 합니다.

오늘날에는 건강기능식품 형태로 판매되며, 여러 목적을 내세워 홍보됩니다. 대표적인 것이 사랑니를 뽑은 뒤의 통증, 부비동염(코 주변 빈 공간에 염증이 생기는 병, 흔히 축농증이라 부릅니다), 퇴행성 관절염, 운동 뒤의 근육통입니다. 다만 ‘홍보된다’는 것과 ‘효과가 확인됐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먹는 브로멜라인과 축농증, 연구는 얼마나 있을까

NCCIH 자료에 따르면 입으로 먹는 브로멜라인을 축농증 증상 완화에 써 본 연구는 많지 않습니다. 사랑니 발치 뒤의 통증과 부기를 줄이는 용도도 마찬가지로 소수의 연구가 있을 뿐입니다.

그 밖의 질환은 사정이 더 부족합니다. 연구가 거의 없거나, 있더라도 브로멜라인에 다른 성분을 섞은 제품을 대상으로 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여러 성분이 함께 들어 있으면 어떤 효과가 브로멜라인 덕분인지 가려낼 수 없으므로, 브로멜라인 단독의 효과는 분명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래서 축농증에 대한 결론은 신중합니다. 자료는 먹는 브로멜라인을 축농증에 권할지 말지 판단할 만큼 질 높은 연구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정리합니다. 효과가 없다고 확인된 것이 아니라 ‘있는지 없는지 말하기에는 근거가 모자란다’는 뜻입니다.

사랑니 수술과 화상에서는 사정이 다릅니다

같은 성분이라도 용도에 따라 근거 수준이 다릅니다. 사랑니 수술과 관련해서는 먹는 브로멜라인이 수술 뒤 증상 일부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시사하는 연구가 일부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시사한다’는 수준이며 확정적인 결론은 아닙니다.

화상 치료는 한 걸음 더 나아간 사례입니다. 202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브로멜라인이 든 의약품을 성인의 심한 화상 부위에 바르는 용도로 승인했습니다. 죽은 조직이나 오염 물질을 떼어 내는 ‘변연절제’를 위한 것으로, 유럽연합에서도 같은 목적으로 승인됐습니다. 의료진이 이 외용제로 수술 대신 변연절제를 시행해 성공한 보고도 있습니다.

여기서 짚을 점이 있습니다. 화상에 바르는 처방 의약품이 승인됐다고 해서 먹는 보충제가 축농증에 효과가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사용 부위도, 제품의 성격도 완전히 다릅니다.

보충제는 의약품과 규제가 다릅니다

브로멜라인 같은 식물 유래 제품은 성분, 사용 목적, 사용 방식(먹는지 바르는지)에 따라 여러 방식으로 관리됩니다. 입으로 먹도록 만든 제품 상당수는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되는데, 이를 만들고 유통하는 규정은 의약품보다 느슨합니다.

미국 자료 기준으로 의약품과 달리 건강기능식품은 판매 전에 FDA의 승인을 받지 않습니다.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면 FDA가 소비자 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판매 전에 안전성과 표시 사항이 규정에 맞는지 평가할 책임은 제조사와 유통업체에 있습니다. 같은 자료의 안내에서 알 수 있듯, 보충제를 쓰고 있다면 그 사실을 의료진에게 알려 함께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축농증 자체는 어떤 병일까

보충제를 고민하기 전에 병의 기본을 짚어 보겠습니다. 축농증은 얼굴의 공기 찬 공간인 부비동에 액체가 고여 세균 같은 병원체가 자라기 쉬워지면서 생깁니다. 콧물, 코막힘, 얼굴 통증이나 압박감, 두통, 콧물이 목 뒤로 넘어가는 증상, 인후통, 기침, 입 냄새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원인은 대부분 바이러스이고, 일부만 세균이 일으킵니다. 이전에 감기를 앓았거나, 계절성 알레르기가 있거나, 흡연 또는 간접흡연에 노출되거나, 코나 부비동 안쪽에 비강 용종 같은 구조적 문제가 있거나, 면역이 약한 경우(면역을 떨어뜨리는 약을 쓰는 경우 포함)가 위험 요인으로 꼽힙니다. 감기와 비슷한 병으로 꼽히며, 진단은 의료진이 증상을 묻고 직접 살펴보아 내립니다.

한국 기준으로도 축농증은 바이러스성 감기 뒤에 오는 경우가 많아 항생제가 필요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제 필요 여부는 의료진이 판단합니다. 항생제가 필요 없는데 쓰면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부작용만 남을 수 있고, 부작용은 발진 같은 가벼운 반응부터 심한 알레르기 반응, 항생제 내성 감염, 클로스트리디오이데스 디피실(C. diff) 감염까지 다양합니다. 이 감염은 설사를 일으키고 심하면 대장에 큰 손상을 줄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항생제가 필요한 경우도 있으니 스스로 정하지 말고 상의해야 합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일, 병원에 가야 할 때

집에서는 코와 이마 위에 따뜻한 찜질을 얹어 부비동의 압박감을 덜어 볼 수 있습니다. 예방을 위해서는 손을 깨끗이 씻고, 독감과 폐렴구균 같은 권장 예방접종을 챙기고, 감기 같은 상기도 감염 환자와의 밀접 접촉을 피하며, 담배와 간접흡연을 멀리하고, 집 안 공기가 건조하면 깨끗한 가습기를 쓰는 방법이 있습니다.
다음에 해당하면 보충제를 알아보기보다 의료진을 먼저 만나야 합니다.

신호 내용
심한 증상 심한 두통이나 얼굴 통증
악화 나아지는 듯하다가 다시 심해짐
장기화 호전 없이 10일을 넘기는 증상
발열 열이 며칠째 이어짐
재발 최근 한 해 동안 축농증을 여러 번 앓음

이 목록이 전부는 아니므로, 심하거나 걱정되는 증상이 있으면 어느 경우든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정리

브로멜라인은 파인애플에 든 단백질 분해 효소로, 사랑니 수술 뒤 증상에는 도움 가능성을 시사하는 연구가 일부 있고 화상 부위에 바르는 의약품은 2022년 승인됐습니다. 그러나 먹는 브로멜라인이 축농증에 도움이 되는지는 질 높은 연구가 부족해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보충제는 판매 전 승인 절차가 의약품과 다르다는 점도 기억해 두십시오. 증상이 10일 넘게 이어지거나 심해진다면 보충제로 버티기보다 진료를 받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이며, 개인의 증상과 치료는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NCCIH(영양제·보완요법), CDC(감염병·피부감염·만성질환) 자료 참고 (링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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