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뛰어서 잡으면 몸은 무엇부터 쓸까? 탄수화물·지방·단백질 순서

버스를 놓칠 것 같아 정류장까지 전력으로 달려 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숨이 가빠지고 다리가 묵직해지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몸속에서는 연료가 차례로 바뀌며 쓰입니다. 이 글에서는 질문 몇 가지를 따라, 우리가 먹은 탄수화물·지방·단백질이 어떤 과정을 거쳐 에너지가 되는지 살펴봅니다.

버스를 뛰어서 잡으면 몸은 무엇부터 쓸까? 탄수화물·지방·단백질 순서
AI로 생성한 이미지

몸은 어떤 영양소를 연료로 쓰나요?

몸은 음식으로 들어온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과 몸에 저장해 둔 이 영양소들을 에너지원으로 씁니다. 누워서 책을 읽을 때도, 마라톤을 달릴 때도 세 영양소는 활동 강도와 상관없이 늘 필요합니다.

다만 영양소가 그대로 연료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영양소가 가진 에너지를 ATP(아데노신삼인산)라는 고에너지 분자에 옮겨 담아야 비로소 몸이 바로 쓸 수 있는 연료가 됩니다. ATP를 만드는 길은 두 가지입니다. 산소가 있을 때 진행되는 유산소 대사와, 산소 없이 진행되는 무산소 대사입니다. 활동 중 어느 쪽이 주로 쓰이는지는 산소가 얼마나 공급되는지, 그리고 세 영양소가 각각 얼마나 쓰이는지에 따라 정해집니다.

뛰기 시작한 직후에는 무엇을 쓰나요?

달리기 시작 후 처음 몇 걸음 동안에는 근육이 가장 먼저 반응합니다. 심장과 폐는 그만큼 빨리 반응하지 못해서, 이때는 산소 공급이 아직 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래서 근육은 쉬고 있을 때부터 들어 있던 소량의 ATP를 먼저 꺼내 씁니다. 이 저장분은 몇 초만 버틸 수 있습니다.

저장 ATP가 거의 바닥나면 몸은 크레아틴 인산이라는 또 다른 고에너지 분자를 써서 ADP(아데노신이인산)를 다시 ATP로 바꿉니다. 하지만 근육세포에 저장된 크레아틴 인산도 오래가지 않아 곧 소진됩니다.

이 두 가지가 다 떨어질 즈음에도 심장과 폐는 아직 늘어난 산소 수요를 따라잡지 못합니다. 그래서 근육은 산소 없이 ATP를 만드는 무산소 대사로 넘어갑니다. 무산소 대사는 ATP를 빠르게 만들어 내지만 연료로 포도당만 쓸 수 있습니다. 이 포도당은 혈액 속 포도당이나 근육에 저장된 글리코겐(포도당이 모여 저장된 형태)에서 나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무산소 경로는 최대로 가동되지만, 쓸 수 있는 포도당에 한계가 있어 오래 이어 갈 수는 없습니다.

산소가 충분해지면 무엇이 달라지나요?

운동을 이어 가 몇 분이 지나면 심박수와 호흡수가 올라 근육에 산소가 더 많이 전달됩니다. 이때부터 유산소 대사가 중심이 됩니다. 유산소 대사는 포도당 한 분자당 만드는 ATP가 무산소 대사보다 18배 많아, ATP를 만드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주된 연료는 탄수화물이지만 지방산과 단백질도 연료로 쓸 수 있습니다.

두 방식은 일어나는 장소도 다릅니다. 무산소 대사는 근육세포의 세포질에서 일어나며 소량의 ATP와 함께 피루브산, 젖산을 만듭니다. 이 피루브산은 다시 유산소 대사의 연료가 될 수 있습니다. 유산소 대사는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에서 일어나고, 속도는 무산소보다 훨씬 느리지만 전체 ATP의 대부분을 만들어 냅니다.

운동 중 심장과 폐가 근육에 산소를 얼마나 전달하는지는 운동 시간, 강도, 그리고 개인의 신체 단련 정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천천히 걸을 때와 전력으로 달릴 때 연료가 다른가요?

운동 강도에 따라 어떤 연료가 얼마나 쓰이는지가 달라집니다. 두 대사 방식은 운동 중에 함께 작동하며, 각각이 차지하는 몫이 활동 강도에 따라 바뀝니다.

활동 강도 주로 쓰이는 대사 연료
낮음 유산소 대사 지방산이 중심, 포도당도 소량 함께 사용
높음 무산소와 유산소 대사를 함께 포도당이 두 방식 모두의 주된 에너지원

낮은 강도의 활동에서는 더 효율적인 유산소 대사만으로 근육에 필요한 ATP를 충분히 댈 수 있습니다. 몸의 지방 저장량은 거의 바닥나지 않을 만큼 넉넉해서, 이런 활동은 오래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반면 포도당은 사정이 다릅니다. 글리코겐 저장량은 소진될 수 있고, 글리코겐이 줄어들면 결국 피로가 찾아옵니다. 높은 강도의 활동에서는 ATP가 더 많이 필요하므로 근육이 무산소와 유산소 대사를 모두 동원해 몸의 요구를 맞춥니다.

연료는 몸의 어디에서 오나요?

먹는 것과 가장 직접 연결되는 질문입니다. 포도당은 혈액 속 포도당에서 오거나 근육 글리코겐에서 옵니다. 혈액 속 포도당은 음식 속 탄수화물에서 오기도 하고, 간에 저장된 글리코겐이나 새로 합성한 포도당에서 오기도 합니다.

지방산은 근육 속에 중성지방 형태로도 저장되어 있지만, 몸에 저장된 에너지의 약 90%는 지방조직에 있습니다. 낮거나 중간 정도의 강도로 유산소 운동을 이어 가면 운동하는 근육의 주된 연료가 지방산으로 바뀝니다.

단백질은 연료로 쓰이나요?

단백질은 주된 에너지원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쉴 때든 활동할 때든 아미노산(단백질을 이루는 단위)은 소량 에너지로 쓰입니다. 아미노산에서 질소를 떼어 내고 남은 탄소 부분은 유산소 대사를 거쳐 ATP가 되거나 포도당을 만드는 데 쓰일 수 있습니다.

에너지로 쓰이는 아미노산의 양은 두 경우에 늘어납니다. 하나는 식사로 들어온 총 에너지가 몸이 필요로 하는 양을 채우지 못할 때입니다. 다른 하나는 오랜 시간 이어지는 지구력 운동을 할 때입니다. 운동이 여러 시간 계속되면 아미노산이 에너지원으로, 또 포도당을 만드는 재료로 쓰이는 정도가 더 커집니다.

정리

  • 몸은 영양소의 에너지를 ATP로 옮겨 담아 연료로 씁니다. 활동 중에는 저장 ATP, 크레아틴 인산, 무산소 대사, 유산소 대사 순으로 중심이 옮겨 갑니다.
  • 유산소 대사는 포도당 한 분자당 ATP를 무산소 대사의 18배 만들지만 속도는 느립니다.
  • 낮은 강도에서는 지방산이, 높은 강도에서는 무산소와 유산소가 함께 작동하며 포도당이 중요한 연료입니다. 글리코겐이 줄면 피로가 찾아옵니다.
  • 식사로 들어온 에너지가 부족하거나 운동이 매우 길어지면 아미노산을 연료로 쓰는 비중이 커집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이며, 개인의 증상과 치료는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uman Nutrition 2020(하와이대 공개 영양학 교재) (링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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