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세포는 끊임없이 분열하고 성장한다. 세포는 분열 과정에서 자신의 DNA를 ‘복제’한다. 본래라면 복제는 기존의 것을 똑같이 가져와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 과정에서 종종 오류가 발생한다. 이를 가리켜 ‘DNA 돌연변이’라 부른다.
돌연변이는 다양한 이유로 발생한다. 부모를 통해 유전되는 경우도 있고, 본인의 체내에서 이루어지는 세포 분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밖에 DNA에 발생한 손상이 축적되면서 변이가 발생하기도 한다. 특정 화학물질 또는 자외선, 방사선 등에 노출되거나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DNA 손상이 이러한 변이를 유발할 수 있다.
DNA 돌연변이가 축적됨에 따라 한 개인에게서 서로 다른 DNA를 가진 세포가 발견된다. 일반적으로 한 사람의 DNA는 모두 동일할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DNA 돌연변이의 축적에 따라 서로 다른 DNA가 공존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모자이시즘(mosaicism)’이라고 한다.
이는 본래 세포 단위에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카이스트(KAIST) 의과학대학원을 필두로 한 국내 연구팀이 ‘미토콘드리아’ 단위에서도 DNA 돌연변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최초로 규명해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내 에너지 생산을 담당하는 소기관으로, 자체적인 DNA와 RNA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세포와 마찬가지로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는 주체가 된다.
대부분의 변이는 노화 과정에서 발생
연구팀은 총 31명의 대상자의 체내 조직 및 혈액으로부터 총 2,096개 단일 세포를 확보해 분석했다. 그 결과 세포들 간에 평균 3개 정도의 미토콘드리아 DNA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러한 변화는 대부분 노화 과정에서 생성된 것으로 밝혀졌으나, 그 중 약 6%는 모계 유전에 의해 애초에 변이된 상태로 전달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사실, 세포 하나만 해도 그 안에 미토콘드리아가 수백, 수천 개 단위로 존재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고작 3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마나한 수준이 아닌가 생각될 수 있다. 그러나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의 에너지를 생산하는 역할을 담당하기에, 특정 변이에 따라 해당 세포의 에너지 생산 효율이 감소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해당 세포의 담당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세포는 하나하나가 정밀하게 구성된 시스템과 같다. 때문에 아주 작은 차이일지라도 그것이 누적되면 노화나 질병 발생과 같은 생리학적 과정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토콘드리아 변이로 인해 에너지 생산량이 부족해지면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의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암 발생 과정에서 돌연변이 증가
암이라는 질병은 세포의 DNA 변이가 축적된 결과로 발생한다. 앞에서 설명한 DNA 변이 유발 요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DNA 손상이 꾸준히 쌓이면 암 세포가 형성될 가능성이 생기는 원리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진행하면서 ‘암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DNA 돌연변이가 크게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정상적인 세포에 비해 암 세포가 더 많은 DNA 돌연변이를 발생시키고 축적시킨다는 의미다.
또한, 암 세포에 의해 발생하는 변이는 미토콘드리아에서 단백질 합성 역할을 담당하는 RNA의 불안정을 유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토콘드리아 RNA가 불안정해지면 단백질 합성 등 세포의 대사 과정에 높은 확률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때문에 암 세포가 증식하며 병변이 진행되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노화, 질병과의 연관성을 볼 수 있는 새로운 시각
상세한 내용은 다소 복잡하지만, 결론은 좀 더 단순하게 정리할 수 있다. 기존까지 세포 핵 내에서의 DNA 돌연변이에 주로 초점을 맞췄지만, 이제는 그보다 더 작은 미토콘드리아 단위에서의 DNA 돌연변이도 접근 경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비유하자면 화학 반응에서 분자나 원자 수준에서의 분석을 넘어, 더 미세한 입자들인 소립자 수준에서의 변화와 상호작용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과 같다. 이는 노화와 질병이 어떤 원리로 발생하는지, 보다 깊은 수준에서 이해하기 위한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주영석 교수의 연구팀 안지송 박사과정에 의해 국제 과학학술지 ‘네이처 지네틱스(Nature Genetics)’의 7월 22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