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이 잦고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는데 감기나 나이 탓으로 넘기는 사람이 많다.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최천웅 교수는 이런 증상이 오래 이어진다면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을 의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11월 18일 세계 COPD의 날을 맞아 이 질환의 원인과 특징, 올해 국가검진에 들어간 폐기능검사를 정리했다.

흡연이 최대 원인, 비흡연자도 안심할 수 없다
COPD는 기도와 폐에 생긴 만성 염증으로 호흡 기능이 서서히 떨어지는 질환이다. 가장 큰 원인은 흡연이다. 담배 연기로 염증이 쌓이면 기관지가 좁아지고,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하는 폐포까지 파괴되어 쉽게 숨이 찬다. 염증이 오래 쌓여 생기는 만큼 대부분 40대 이후에 발병하며, 흡연 기간이 길고 양이 많을수록 위험이 커진다.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예외는 아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COPD 환자의 약 4분의 1은 흡연 경험이 없다. 간접흡연, 대기오염, 요리와 난방 중 생기는 연기, 직업적으로 접하는 먼지와 화학물질도 원인이 된다. 조산이나 저체중으로 태어나 폐가 충분히 자라지 못한 경우, 어릴 때 결핵이나 백일해를 앓은 경우도 위험이 높아진다.
환자는 늘었는데 아는 사람은 적다
진료를 받은 COPD 환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집계상 2021년 19만 2,636명이었다가 2025년 21만 8,171명이 되어 13.3% 불어났다. 환자는 나이 든 층에 치우쳐 있다. 작년에는 70대가 38.4%(8만 3,677명)로 가장 큰 몫을 차지했고, 60대 27.0%, 80세 이상 26.5% 순이었다.
202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질병관리청)를 보면 40세 이상 열 명 가운데 한 명꼴인 10.4%가 COPD였으며, 70세 이상만 놓으면 25.3%까지 올라 4명 중 1명에 해당했다. 반면 질병 인지도는 보건복지부 자료로 2.3%뿐이다. 흔한 병인데도 환자 대부분이 자신이 COPD인 줄 모르고 지낸다는 뜻이다.
초기 증상은 가볍고 천식과 헷갈린다
대표 증상은 계단이나 비탈길에서 숨이 차고, 기침과 함께 끈적한 가래가 나오는 것이다. 기도가 절반 넘게 손상되기 전까지는 가벼운 기침과 가래, 약간의 숨참에 그쳐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다. 병이 상당히 진행되면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촛불을 끌 힘조차 모자랄 만큼 호흡량이 줄어든다.
기침, 숨참, 쌕쌕거리는 숨소리가 함께 나타나 천식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있다. 천식은 비교적 이른 나이에 시작하고 알레르기와 관련이 깊으며, 밤이나 원인 물질에 노출됐을 때 증상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반면 COPD는 주로 40세 이후 흡연자에게 생기고, 이른 아침에 기침과 호흡곤란이 심하며 좋아지지 않은 채 서서히 나빠진다.
감염이 겹치면 급성악화, 폐렴이 특히 위험
환자에게 가장 조심할 일은 갑작스러운 급성악화다. 숨이 갑자기 더 차고 가래가 늘거나 짙어지며, 쓰던 약이 잘 듣지 않는다면 급성악화를 의심해야 한다. 질병관리청은 바이러스·세균 같은 호흡기 감염을 제일 흔한 계기로 꼽는다. 손상된 기도는 병원체를 내보내는 기능이 떨어져 감염에 취약하고, 폐렴이 생기면 입원으로 이어지기 쉽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사망원인통계상 폐렴은 우리나라 사망원인 3위이고, 80세 이상으로 좁히면 암 다음인 2위다. 질병관리청은 COPD를 폐렴구균 감염 위험이 높은 기저질환으로 분류한다.
진단은 폐기능검사로, 치료는 꾸준한 흡입제
증상이 심해지기 전에는 가슴 X선이 정상에 가깝게 나오는 일이 많아 영상검사만으로는 진단하기 어렵다. 크게 숨을 들이쉬고 세게 뱉는 검사에서 첫 1초에 나온 공기가 전체 폐활량의 70%에 못 미치면 COPD로 본다.
조기 발견을 위해 보건복지부가 올해 1월 국가건강검진 항목에 폐기능검사를 넣었고, 대상은 56세와 66세다. 이상 소견이 나오면 전문의 진료로 정확히 진단받아야 한다. 대상 나이가 아니더라도 40대부터는 주기적으로 받아 두면 좋다.
망가진 기도와 폐 조직은 다시 살아나지 않기 때문에 완치는 어렵다. 그래서 치료는 증상을 줄이고, 진행을 늦추며, 급성악화를 막는 데 목표를 둔다. 기본 치료제인 흡입형 기관지확장제는 좁아진 기도를 넓혀 주며 먹는 약보다 효과와 부작용 면에서 유리하다. 흡입기는 제품마다 사용법이 달라 처방받을 때 정확히 익혀야 하고, 좋아졌다고 임의로 끊지 말고 꾸준히 써야 한다.
금연과 예방접종이 우선
병을 막고 진행을 늦추는 데 으뜸은 담배를 끊는 것이다. 이미 손상된 폐가 되돌아오지는 않아도 폐 기능이 떨어지는 속도는 늦출 수 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외출을 삼가고, 청소할 때는 환기하고 마스크를 쓰는 것이 좋다. 손을 자주 씻고 사람이 몰리는 곳을 피하면 호흡기 감염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폐렴구균 백신이 폐렴을 전부 차단하지는 못한다. 다만 덜 걸리게 하고 증상이 무거워지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65세 이상이면 국가예방접종으로 한 차례 무료로 맞을 수 있다. COPD 환자는 65세가 안 됐어도 의료진과 상의해 접종하는 편이 낫다. 독감은 그 자체로 폐렴을 일으키거나 이차 세균감염을 거쳐 폐렴으로 번질 수 있어 해마다 접종해야 한다.
최천웅 교수는 “한번 좁아진 기도는 되돌릴 수 없는 만큼 흡연 경험이 있다면 40세부터는 폐기능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리
COPD는 흔한데도 잘 알려지지 않았고, 초기 증상이 가벼워 놓치기 쉽다. 오래가는 기침과 숨참을 나이 탓으로 넘기지 말고 폐기능검사로 확인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금연과 폐렴구균·독감 접종으로 감염에 의한 급성악화를 막는 일도 중요하다.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이며, 개인의 증상과 치료는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강동경희대병원 보도자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