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가공식품은 건강에 해롭다’라는 말은 옳은가? 아마 대부분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편견일 수도 있다. 초가공식품이라 불리는 음식의 종류는 무척 많다. 모두 같은 재료를 쓰는 것도 아니고, 동일한 첨가물을 넣는 것도 아니다. 만드는 방법도 제각각이다.
세상에 ‘절대적인 규칙’이라는 건 없다. 신념과 가치관을 갖는 건 어느 정도 권장되는 사항이지만, 어느 한쪽으로 극단적인 믿음을 갖는 것도 그리 바람직하지는 않다.
글로벌 학술지인 「더 란셋(The Lancet)」의 지역 건강 저널에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초가공식품 중 일부는 오히려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을 낮추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다소 엉뚱하게 들릴 수 있는 이 이야기를 좀 더 자세하게 들여다보기로 한다.
낙인 찍고 무조건 배제하는 건 좋지 않아
심장 분야 전문의인 다리우쉬 모자파리안 박사는 “그저 ‘초가공식품’이라는 카테고리 하나만으로 더 볼 것 없이 배제하는 건 그리 실용적이지 않다”라며 “가공식품 중 어떤 것이 더 해롭고 어떤 것이 덜 해로운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의 연구팀은 미국 성인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집단을 모집하고, 세 개 그룹으로 나누어 식품 관련 설문을 진행한 뒤 그 결과를 분석했다. 설탕이 들어간 음료, 인공 감미료가 들어간 음료, 가공육 의 경우, 예상했던 대로 심혈관 질환 및 관상동맥 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결론이 나왔다.
반면, 시리얼이나 빵, 짭짤한 스낵, 요거트 및 유제품을 활용한 간식류는 이런 질환의 위험을 낮추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모자파리안 박사는 “당분이 첨가된 음료는 그 외에도 인공 색소나 기타 첨가물 함량이 높고, 영양 성분 측면에서는 유익한 것이 거의 없다”라며 “게다가 상대적으로 자주, 많이 먹게 된다”라고 이야기했다.
한편, 모자파리안 박사는 “가공육의 경우 생고기에 비해 염분이 4배 가량 높으며, 고농도의 질산염이 포함돼 있어 심장과 혈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라고 이야기했다. 베이컨과 같은 일부 초가공식품은 매우 높은 온도에서 조리하게 되므로, 염증성 화합물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기도 했다.
초가공식품 중에도 유익한 부분 있을 수 있다
반면, 모자파리안 박사는 “시리얼의 경우, 초가공식품으로 분류됨에도 불구하고 심장병 위험을 낮추는 것과 관련이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시리얼은 미국인들이 아침식사로 종종 먹게 되는 메뉴로서, 탄수화물의 주요 공급원인 것과 연관이 있다는 설명이다.
흔히 ‘시리얼’이라는 명칭으로 묶어서 부르지만, 알다시피 그 종류는 다양하다. 가공 방식에 따라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저마다 다르다. 어떤 것은 통곡물을 원료로 하는 것도 있고, 밀기울(밀의 껍질 및 씨앗 부분 등의 부산물)이나 섬유질을 포함한 종류도 있다. 물론 설탕 및 각종 첨가물이 잔뜩 들어간 경우도 많다.
하지만 모자파리안 박사는 “모든 것을 종합했을 때, 시리얼은 평균적으로 유익한 편에 속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설탕이나 첨가물이 다소 들어가 있더라도, 통곡물을 원료로 썼다면 유익할 수 있다는 것이 그가 말하는 핵심이다.
요거트 역시 마찬가지다. 제조 과정을 고려하면 초가공식품에 해당하지만, 장내 환경에 유익한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대사 질환을 예방하는데 효과적으로 알려져 있다.
의외인 부분은 ‘짭짤한 스낵’이다. 모자파리안 박사는 “짭짤한 스낵에 사용되는 지방의 종류는 심장 건강에 중립적이거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며 “다른 초가공식품에서 발견되는 지방이나 첨가물과는 차이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가공’은 영양소 손실이 기본, 하지만…
모자파리안 박사는 “특정 식품을 가공한다는 것은, 그 식품의 자연적인 구조를 분해하는 과정이며 그로 인해 자연적인 영양소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초가공’이라 하면 여기에 각종 첨가물을 넣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이야기했다.
흔히 정제된 전분과 설탕은 혈당 수치를 빠르게 높인다고 알려져 있다. 소화가 빨리 이루어지기 때문에 위와 소장에서 영양소를 충분히 흡수할 수 없는 경우도 있고, 대장의 미생물들을 굶주리게 만드는 것이다.
뉴욕 소재의 레녹스 힐 병원에서 중재 심장 전문의로 일하는 조셉 A. 다이비스 박사는 “임상적으로 볼 때, 초가공식품과 영양 불균형 식품을 더 많이 섭취하는 환자들의 건강 징후가 더 나쁘다는 건 명확하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공식품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을 ‘자연 그대로의 상태’로 먹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는 가공이 필요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요소가 얼마나 들어갔는지에 주목하는 것이 핵심이다.
초가공식품,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모자파리안 박사가 제시한 연구결과는 어떻게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할까? 초가공식품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흑백논리처럼 ‘좋다’고 받아들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먼저 ‘초가공식품’이 무엇인지에 대한 기준을 머릿속으로 명확하게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트에 진열된 상품들을 기준으로 할 때, 자연에서 그대로 가져온 것인지, 가공을 거친 것인지를 구분해보자. 여기까지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런 다음 가공 과정을 생각해본다. 공장을 통해 이루어지는 가공 과정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겠지만, 대략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 것인지는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필요하다면 인터넷 곳곳에 관련 자료가 흔하게 있을 테니 참고해도 좋다.
이 과정에서 ‘자연적이지 않은 첨가물’이 들어가는 과정이 있다면 그것은 ‘초가공식품’으로 봐야 한다. 이를 테면 흰 우유는 ‘가공식품’으로, 그것을 활용한 초코우유나 딸기우유는 ‘초가공식품’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초가공식품으로 분류된 것을 ‘절대적으로’ 멀리하는 것은 너무 극단적인 방법이다. 현실적으로 쉽지도 않은 일이다. 모자파리안 박사의 설명을 활용하자면, 그 식품이 가진 본연의 영양소가 살아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어느 정도 첨가물이 들어가더라도, 본연의 영양소를 보존하는 방식으로 가공됐다면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있을 것이다. 그 이점이 충분히 존재한다면, 초가공식품이라 해도 어느 정도는 섭취해도 무방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첨가물 섭취로 인해 뒤따라오는 해로움은, 다른 방법으로 상쇄시킬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물론 초가공식품보다 ‘더 나은 대안’이 있다면 그쪽을 선택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원칙’은 기억해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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