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높은 강도의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젖산(lactate)’은 익숙한 개념이다. 보통은 근육에 쌓이는 ‘피로물질’로만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로 젖산은 포도당을 대사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부산물이다.
우리 몸은 기본적으로 포도당을 주된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즉, 근육뿐만 아니라 몸 어디서든 젖산이 생성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젖산은 근육 피로물질이라는 이미지로 보아 마냥 해로울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적당한 선까지는 필요한 작용을 하게 되며, 과도할 경우에 문제가 된다. 젖산이 몸 어느 곳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어떤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지를 알아본다.
젖산은 어떻게 생성되는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젖산은 강도 높은 운동을 할 때 생성된다. 근력 강화를 위해 고중량을 들어올리거나, 하나의 동작을 한계치까지 반복할 때를 생각해보자. 근육 세포는 급격하게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게 되고, 이를 공급하기 위해 ‘혐기성 대사(anaerobic metabolism)’, 즉 무산소 호흡을 하게 된다.
무산소 호흡이 이루어지는 상태에서는 이때 근육 내 글리코겐을 분해해 포도당을 만든 다음 에너지원으로 쓰게 되는데, 산소가 부족한 상태에서 에너지 대사가 이루어지며 부산물로 젖산이 생성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젖산은 ‘근육 피로물질’로 그리 좋지 않은 인식을 받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 젖산은 신경세포(뉴런)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수 있고, 에너지 대사 과정을 조절하는 기능도 한다. 특히 에너지원이 될 수 있는 성분을 일부 갖고 있기 때문에, 운동 후 회복 과정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근육에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또한, 젖산은 근육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포도당이 산소 부족 상태에서 대사될 때 생겨나는 것이므로, 이론적으로는 체내 어디서든 생겨날 수 있다. 그 중에서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을 꼽자면, 뇌 그리고 장이다. 뇌는 포도당을 주원료로 사용하며, 장은 음식물의 소화·흡수부터 최종 처리까지 하는 곳이기 때문에 젖산이 활발하게 만들어진다.
뇌에서는 일반적으로 젖산이 생기지 않지만, 산소가 부족할 때는 만들어질 수 있다. 산소 공급 자체가 부족한 경우, 혹은 신체 다른 곳에서 급격히 많은 산소를 필요로 할 경우 등이다. 이때 생겨난 젖산은 재차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간으로 이동해 다시 포도당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
건강한 장을 유지하는 역할
한편, 장에서의 젖산은 주로 장내 미생물에 의한 발효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장내 미생물은 보통 섬유질을 먹이로 삼는다. 섬유질도 큰 카테고리로 보면 탄수화물의 일종이기에, 이들을 섭취하고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젖산을 생성할 수 있다.
젖산은 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젖산은 기본적으로 ‘산성’을 띤다. 장내 환경은 약산성으로 유지될 경우, 해로운 박테리아가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이 돼 가장 최적화된 상태라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유익균으로 꼽히는 ‘비피도 박테리아’, 즉 비피더스균은 젖산을 생성하는 주요 경로다. 비피더스균을 섭취하는 것이 장 건강에 기여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과도한 산성화는 주의해야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장 환경이 ‘약한 산성’일 때의 이야기다. 대사 이상이나 산소 부족으로 인해 젖산의 생성이 계속 늘어나면 장내 환경이 산성에 가깝게 변하면서 ‘젖산산증(lactic acidosis)’을 초래할 수 있다. 장이 산성화 되면 유익균이 살 수 없는 환경이 되며, 그로 인해 유해균이 증가하게 된다. 유해균 중 일부가 젖산을 만들어내면 장내 산성도가 더 높아지며 악순환 궤도에 오른다.
본래 젖산산증은 소, 양, 염소, 말 등 동물에게서 주로 나타나며 인간에게서는 드문 현상이다. 하지만 ‘짧은 장 증후군’을 가진 환자일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
수술 등으로 인해 소장이나 대장 일부가 절제된 경우, 정상보다 장 길이가 짧아지게 된다. 이 때문에 영양소 흡수에 장애가 생기고, 미생물 균형이 변하며 젖산 생성이 늘어날 수 있다. 짧은 장 증후군 상태일 때는 소화 과정에서 혈류가 부족해질 수 있고, 장내 저산소 상태가 발생하며 젖산 생성이 증가할 수 있다.
젖산 생성, 적절히 하기 위해서는
보통 고강도 운동은 매일 하지 말고 충분한 휴식을 둘 것을 권장한다. 이는 근육에 쌓인 젖산이 자연스러운 대사 과정을 통해 정리될 시간을 주는 것과 같다. 만약 젖산이 생성되는 강도 높은 운동을 계속하게 된다면, 젖산 생성이 과도해지면서 몸 곳곳에 젖산으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생긴다. 근육 통증, 피로감, 운동능력 저하 등이 대표적인 초기 부작용이다.
한편, 과도한 젖산 생성으로 인해 장 건강이 악화되면 몸 곳곳에 염증을 초래하는 원인이 된다. 체내 환경의 산성도가 높아지면 세포 및 조직에 스트레스를 주게 되고, 이로 인해 면역 세포로 하여금 염증 물질을 내보내도록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예방하기 위해, 몇 가지 되돌아봐야 할 습관들이 있다. 첫째, 운동은 ‘적당히’ 해야 한다. 너무 강도 높은 운동을 쉬지 않고 반복할 경우, 젖산이 계속 축적돼 몸을 산성화시킬 수 있다. ‘운동은 적당할 때 운동이지, 과도하면 노동이다’라는 말을 기억하기 바란다. 고강도 운동을 마친 뒤에는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섭취해 회복을 촉진하는 것도 필요하다.
스트레칭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운동 후의 스트레칭은 근육의 긴장을 풀고 젖산 축적을 줄이는 기능을 한다. 보통 운동 전 스트레칭은 챙기면서 운동 후 스트레칭은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회복을 촉진하기 위해서라도, 운동 후에는 스트레칭을 잊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밖에 체내 수분이 충분할 경우 젖산을 비롯해 기타 부산물을 원활하게 배출할 수 있도록 돕는다. 평상시에도, 운동을 할 때도 수분 섭취를 게을리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탄수화물 소모? 지방 소모? 운동 방법에 따라 달라
전반적인 건강 관리를 위해 운동을 한다면, 사실 별도로 가이드를 하고 말 것도 딱히 없다. 하루 30~40분, 주 3~4회 정도 걷기나 조깅, 그리고 주 2~3회 정도 스쿼트, 푸쉬업, 플랭크 정도만 꾸준히 소화할 수 있다면 별도의 터치 없이도 선순환 궤도에 오를 테니까.하지만, 특정 목적이나 목표를 두고 운동을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를 테면 덩치를 좀 키우고 싶다든가, 근지구력을 늘리고 싶다든가, 체지방률을 바짝 줄이고 싶다든가 하는 것들 말이다. ‘거의 모든 사람의 평생 목표’라 할 수 있는 체중 감량도 여기서 말하는 ‘ -
무산소 운동 = 근력 운동? 흔한 오해 바로잡기
유산소 운동이라는 말은 익숙하다. 한 가지라도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이라면 일상적으로도 사용하는 말이니까. 하지만 ‘무산소 운동’은 좀 낯설다. 유산소의 반대말이니 무슨 의미인지는 알지만, 운동을 본격적으로 하지 않는 이상 잘 쓰지 않는 말이기도 하다. ‘근력 운동’이라는 말이 있기에 더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좀 더 깊이 생각하면 ‘무산소’라는 말도 아리송하게 다가올 수 있다. 어떤 운동이든 숨을 안 쉬면서 할 수는 없는 법이다. 숨을 쉬면 당연히 온몸에 산소가 공급된다. 근육도 마찬가지다. 그럼 무산소 운동은 산소를 쓰지 않고도 -
애프터번, 칼로리는 계속해서 불탄다, 운동을 마친 후에도 쭉!
솔직히 말해, 운동은 괴롭다. 운동을 즐기는 사람도 꽤 많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다. 이유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일단 하루 일과를 소화하느라 잔뜩 써버리고 얼마 남지 않은 에너지를 다시 긁어다가 써야 하는 일이다. 이 부분이 가장 근본적일 것이다.마음을 독하게 먹고 운동을 하려고 해도, 평소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어떤 운동을 하면 좋을지 혼란스럽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영상을 찾아 따라하다 보면 곧 알게 된다. 흔히 효과적이라 말하는 운동들은 보통 일상에서 쓰지 않은 근육들을 골고루 쓰는 동작이 많다는 것을. 안 쓰던 -
근육통이 너무 오래 간다? 근육의 손상과 회복에 관하여
큰맘 먹고 운동을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보고 들은 정보대로 스트레칭도 하고, 적당히 수준에 맞게 무게와 세트 수도 조절했다. 운동을 하다보니 근육에 힘이 들어가는 느낌도 뭔지 알 것 같고, 더워서 흘리는 땀과 달리 기분 좋게 흐르는 땀이 한층 만족스럽다. 아주 잘했다…고 생각했다. 바로 다음 날, 욱신거리는 근육통을 감지하기 전까지는.어제 운동을 마칠 때까지만 해도 아무렇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아침부터 시작된 뻐근한 통증이 하루종일 가시지 않는다. 일할 때도 간헐적으로 밀려오는 통증 덕분에 표정을 계속 찡그리게 된다. 딱 봐도 오 -
고기는 산성, 채소는 알칼리성? 어떤 차이일까?
‘산성’과 ‘알칼리성’에 대해서는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흔히 산성도를 표기하는 단위인 pH는 수소 이온 농도가 얼마나 진한지를 나타낸다. 0부터 14까지의 숫자로 표현되며, pH 값이 낮을수록 산성이 강하고, pH 값이 높을수록 알칼리성이 강하다. 대개 0부터 6까지는 산성, 7은 중성, 8~14까지는 알칼리성을 의미한다.보통 사람들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가 먹는 음식들도 모두 이 범위 안에 포함돼 있다. 일반적으로 고기, 유제품, 가공식품, 커피, 술 등이 산성 음식으로 분류된다. 반면 신선한 과일, 채소, -
걷고 또 걷고, 다이어트 효과를 높여줄 4가지 방법
‘살을 빼려면 달리기가 최고다’라는 이야기,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특히 유산소 운동 중에서 달리기는 항상 1위 자리를 다툰다. 그것도 다양한 운동법이 나온 요즘을 기준으로 하니 그런 것이다. 기구나 운동법이 다양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부동의 1위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달리기가 ‘그림의 떡’인 경우도 있다. 달리기는 효과적인 만큼 강도가 높은 편이다. 그만큼 부상 위험이 존재하기도 하고, 자칫 ‘과도한 운동’으로 인한 신체 부담을 늘릴 위험도 있다.그래서 흔히 선택하는 대안이 ‘걷기’다. 당연히 -
움직이면서 몸 풀자 ‘동적 스트레칭’
흔히 ‘스트레칭’이라고 하면 어떤 모습을 떠올리는가? 아마 10명 중 7~8명 정도는 특정한 자세를 유지하며 근육과 관절을 풀어주는 모습을 떠올릴 거라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자세를 떠올리는지는 다르겠지만, ‘자세를 유지한다’라는 본질은 같을 거라는 이야기다.하지만 스트레칭이라고 해서 반드시 자세를 유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동적 스트레칭(Dynamic Stretching)’은 글자 그대로 ‘움직이면서 근육과 관절을 풀어주는 방법’을 가리킨다. 동적 스트레칭은 어떤 효과가 있으며, 어떤 방법으로 수행할 수 있을까? 움직임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