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오락적 공포’를 경험하는 것이 가벼운 수준의 염증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덴마크 오르후스 연구팀은 ‘유령의 집’과 같은 놀이기구를 즐김으로써, 일시적인 급성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키고 이를 통해 면역 체계에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짧은 스트레스 반응은 긍정적 효과

스트레스 반응은 우리 몸의 아드레날린 시스템을 활성화시킨다. 이때 우리 몸은 ‘투쟁-도피 반응(fight or flight)’을 유발하게 되는데, 이는 인체가 가진 본능적 생존 메커니즘 중 하나다. 본래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 이야기할 정도로 해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활성화되는 수준의 스트레스 반응은 면역 체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스트레스를 느끼는 상황이 발생하면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서 심박수가 증가하고 혈압이 상승한다. 이때 몸은 에너지를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게 된다. 예민한 상태가 되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이 가능해진다.

짧은 시간 동안의 스트레스는 면역 세포의 활동을 증가시킨다. 이 상태에서는 감염원이 침투하는 등의 문제가 생겨도 높은 저항력을 갖는다. 이밖에도 에너지 공급 속도가 빨라지고, 이로 인해 집중력과 반응 속도가 향상된다. 일시적으로 통증 감각이 둔화되는 것 또한 긍정적인 효과라 할 수 있다.

 

‘유령의 집’ 체험, 혈액 구성 변화 측정

오르후스 대학 연구팀은 ‘두려움’을 느낄 때도 이와 같은 급성 스트레스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들은 ‘유흥적 공포가 염증에 미치는 영향 규명’이라는 제목으로 연구를 기획하고 수행했다. 연구팀은 평균 연령은 29.7세의 성인 113명을 모집했다. 남성이 44명, 여성이 69명이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혈액 샘플을 먼저 채취한 다음, 덴마크 바일레(Vejle)에 있는 유령의 집 명소를 방문하게 했다. 유령의 집을 체험하는 동안 심박수 모니터링을 진행했으며, 평균적으로 51분 동안 체험이 진행됐다. 

체험이 종료된 후에는 마찬가지로 혈액 샘플을 채취하고, ‘리커트 척도(Likert Scale)’를 활용해 1점부터 9점 범위 내에서 자신이 어느 정도의 공포를 느꼈는지를 자가 기록하도록 했다. 리커트 척도는 특정 질문이나 진술에 대해 자신의 의견이나 느낌을 표현할 수 있도록 설계된 심리 측정 도구다.

마지막으로 참가했던 사람들은 체험이 종료된 후 3일 뒤에 다시 혈액 샘플을 채취했다. 참가자 개인별로 유령의 집 체험 전, 체험 직후, 3일 후까지 각 3개씩의 혈액 샘플이 확보됐다.

 

공포 체험 후 미세 염증 지표 감소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혈액 샘플을 가지고 ‘고감도 C-반응성 단백질(hs-CRP)’ 수치와 면역 세포의 수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측정했다. CRP는 간에서 생성되는 단백질로, 염증이 발생했을 때 활발하게 만들어지기 때문에 염증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그 중에서도 hs-CRP는 더욱 미세한 염증 상태를 감지할 수 있는 지표다. 일반적으로 hs-CRP 수치가 1mg/L 이하일 경우는 정상, 1~3mg/L 범위에 있을 경우 경미한 염증, 3~10mg/L 범위에 있을 경우 중간 정도의 염증, 그 이상일 경우 심각한 염증으로 본다. 

113명 중 22명의 참가자는 유령의 집 체험 전 중간 정도의 염증 수준을 보였다. 이들 중 82%에 해당하는 18명은 체험 3일 후에 hs-CRP 수치가 감소하여 평균 5.7mg/L에서 3.7mg/L로 떨어졌다. 체험 전과 3일 후의 수치를 비교했을 때, 총 백혈구와 림프구는 감소했지만 평균적으로 정상 범위 안에 있었다.

염증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가 감소했다는 것은, 일부 사람에게는 유령의 집 체험을 통한 오락적 공포가 면역 반응에 영향을 끼쳤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급성 스트레스가 면역 체계를 활성화시켜 감염에 대비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전 동물 실험으로도 같은 결과가 도출된 바 있다.

 

‘보편적 효과’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다만,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염증 지표의 뚜렷한 감소를 보인 것은 연구 참가자 113명 중 22명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나머지 91명 중 84명은 체험 전에도 정상수치였고, 이후에도 hs-CRP 수치에 변화가 없었다. 또한, 참가자 중 7명은 체험 전 정상수치였다가 3일 후 오히려 경미한 염증 수준을 보였다. 

어떤 이들에게는 유령의 집 체험이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는 의미이며, 또 어떤 사람에게는 오히려 염증이 소폭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다만, 체험 후 염증 수치가 증가한 사람들이 유령의 집 체험으로 인해 그런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즉, 핵심은 유령의 집과 같은 유희적 공포 체험이 ‘일부 사람들에게는’ 염증이 줄어들 정도의 적당한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효과가 아니기 때문에, 본래 공포 테마를 꺼리는 사람이라면 권장하지 않는다.

한편, 이는 유령의 집 외에도 공포 테마의 소설이나 영화, 방송, 게임 등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 연구에서는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경미한 수준의 공포 반응을 일으킨다는 점에서는 동일하기 때문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