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이 다가온다. 그와 함께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면 아마 ‘크리스마스’와 ‘송년회’가 아닐까 한다. 특히 송년회는 대개 술자리를 동반한다. 과거에 비하면 술자리 문화가 많이 간소화된 경향이 있지만, 여전히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편이다.
송년회 술자리에는 대개 고기를 비롯해 기름진 음식들이 함께 한다. 여기에 술이 더해졌을 때, 불현듯 떠오르는 건강 문제가 있다. 바로 ‘통풍’이다. 우리 사회에는 현재 비만, 고혈압, 당뇨와 같은 만성 대사성 질환도 분명 문제지만, 통풍과 같이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는 질환에 대해서도 경계가 필요하다.
혈액 속 요산 농도가 문제
‘통풍(gout)’에는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바람이 스치는 정도의 작은 자극에도 극심한 통증이 느껴질 정도로 예민한 상태라는 것이다. 통풍을 뜻하는 영어 단어 ‘gout’는 라틴어의 ‘침(gutta)’이라는 단어에서 유래했다. 한의원에서 보는 뾰족한 그 침이 맞다. 13세기경 ‘악마의 침’이 관절에 스며들어 생긴 병이라는 믿음에서 유래한 말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혈액 내 요산(uric acid)의 농도가 높아지면 그것들이 뭉쳐 결정을 이루게 되고, 이 결정이 관절의 연골, 근육의 힘줄 등에 엉겨붙는다. 이들 결정은 날카로운 모양을 띠고 있어, 아주 작은 자극에도 신경을 심하게 자극하게 된다. 요산 결정이 달라붙으면서 면역 세포가 반응해 염증을 유발하는 것도 심한 통증을 부르는 원인이다.
즉, 핵심은 ‘요산’이다. 요산은 음식에 포함된 ‘퓨린(purine)’이라는 성분이 대사되면서 생기는 최종 부산물이다. 요산은 보통 신장을 통해 필터링돼 배출되지만, 신장 기능이 저하돼 있거나 퓨린 섭취가 과도할 경우 필터링 한계를 초과해 체내에 쌓이게 된다. 이를 통해 혈액 내 요산 농도가 높은 ‘고요산혈증’이 유발되고, 이중 일부가 통풍이라는 증상으로 이어진다.
단백질, 과도해도 문제
요산 생성의 원인이 되는 퓨린은 주로 육류, 해산물, 콩류 등에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공통점을 눈치챘는가? 바로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이다. 이외에 시금치, 버섯, 브로콜리 등 일부 식물성 식품에도 퓨린이 포함돼 있다.
퓨린은 두 개의 질소 원자를 포함한 이중 고리 구조의 유기 화합물이다. DNA와 RNA를 구성하는 핵산 염기 중 아데닌(A)과 구아닌(G)이 퓨린 계열 염기에 속한다. 이들의 대사 과정에서 단백질을 구성하는 일부 아미노산이 관여한다.
즉, 단백질 섭취량이 많을 경우 그만큼 퓨린 대사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대사 부산물인 요산의 생성량도 많아지게 된다. 단백질은 언제나 충분한 섭취를 강조하는 영양소다. 에너지원이 되는 3대 영양소 중 유일하게 체내 축적이 되지 않고, 아미노산으로 분해돼 체내에서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백질은 항상 ‘체중 kg당 0.8g~1.5g 범위’ 내에서 적정 섭취량을 함께 제시한다. 그 말은 그 이상의 섭취를 경계하라는 의미도 된다. 매일 적정량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며, 어느 하루에 과도하게 섭취하는 일이 반복되면 ‘퓨린 과다 섭취’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혈중 요산 농도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통풍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발병 위험군’에 해당하게 되므로 단백질 섭취량도 조절이 필요하다.
모든 술 예외 없어, 맥주는 특히 위험
이와 함께 주의해야 할 것은 ‘알코올’이다. 송년회의 술자리에는 단백질과 알코올이 모두 갖춰져 있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흔히 ‘맥주 많이 마시면 통풍 걸린다’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알코올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즉, 맥주 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술이 문제가 된다.
다만, 맥주는 보리와 효모 등 퓨린 함량이 높은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좀 더 위험도가 높다. 게다가 보통 맥주는 알코올 도수가 낮기 때문에 한 자리에서 비교적 많은 양을 마시는 경우가 흔하다. 통풍의 위험성은 음주량과 비례한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음주 문화가 바뀌면서 위스키나 보드카 등 증류식의 고도수 술을 즐기는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맥주에 비해 퓨린 함량은 낮지만, 알코올 도수가 높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알코올은 탈수를 유발하기 때문에 요산 배출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술을 마실 때는 충분한 수분을 함께 섭취하는 것에 신경을 써야 한다.
또한, 안주를 함께 먹는 것이 중요하다. 알코올을 음식과 함께 섭취할 경우 혈중 알코올 농도가 비교적 천천히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는 특히 이미 통풍 증상으로 진료를 받은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중요한 조언이다. 물론 음주 간격을 길게 하거나 가급적 마시지 않는 편이 가장 좋다는 것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 생활습관 점검 필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3년 국내에서 통풍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인원은 53만5천여 명이다. 2019년 46만2천여 명 이후로 해마다 증가세를 보여왔다. 특히 2022년 대비 3만 명 가까이 환자가 증가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백질과 알코올을 강조한 대목에서 짐작할 수 있겠지만, 통풍은 남자 환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편이다. 게다가 남성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신장의 요산 배출 능력이 감소하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단백질과 알코올 섭취가 적은 편이며, 완경기 이전까지는 여성 호르몬의 영향으로 요산 제거 능력이 유지되기 때문에 비교적 위험이 덜하다.
과체중이나 비만은 체내 요산 생성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라는 점도 명심해두어야 한다. 이는 젊은 남성들에게서도 통풍이 종종 발생하는 주된 원인이다.
통풍은 꾸준한 약물치료와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치료할 수 있다. 주로 항염증제를 복용해 통증을 완화하고, 요산 배설을 촉진하는 약을 복용하게 된다. 평소 식사를 많이 하는 편이라면 식사량을 조금씩 줄여가면서 뇌가 포만감을 느끼는 정도로만 섭취할 수 있도록 하고, 메뉴도 가급적 퓨린 함량이 낮아지게끔 바꿔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규칙적인 운동은 권장할 만한 사항이지만, 너무 장시간 운동을 반복할 경우 요산이 더 많이 생성되는 데다 몸 속에 젖산이 축적돼 요산 배설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점에 주의가 필요하다. 통풍 발작이 나타날 경우, 통증 부위를 높은 곳으로 올리고 얼음찜질을 통해 응급조치가 가능하다. 어느 정도 통증이 가라앉은 뒤 빠른 시간 내에 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한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전상현 교수는 “보통 통증이 있을 때만 치료하고 꾸준히 치료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되면 통풍 결절이 울퉁불퉁 튀어나와 신발을 제대로 신지 못할 수도 있고, 신장 기능 저하와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도 초래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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