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정 상태에 따라 몸에서 나는 체취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또한, 자신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의 체취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체취에는 화학적으로 다양한 성분이 포함돼 있으며, 이를 통해 제각기 다른 정보를 전달한다. 체취는 무의식적으로 타인에게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거나 특정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체취 자체가 사회적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는 의미다.
한 소규모 연구에서 ‘감정이 담긴 체취’가 깨끗한 공기보다도 더 사람들의 불안감을 낮춰준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마음챙김 세션과 함께 시도됐으며, 우울증 및 불안 수치 평가, 심박수와 피부 전도성 측정과 함께 진행됐다.
체취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체취란 피부와 땀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화학 물질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냄새다. 쉽게 말해 ‘몸에서 나는 냄새’를 가리킨다. 사람의 몸에서는 자연스럽게 다양한 화학 물질이 분비된다. 땀샘부터 피부 조직, 기름샘 등 분비 경로 또한 다양하지만, 보통은 땀샘에서 분비되는 물질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땀샘은 보통 두 가지로 나뉜다. 전신에 분포하는 ‘에크린 땀샘’은 주로 체온 조절을 위해 수분과 염분을 배출하는 통로다. 에크린 땀샘에서 나오는 땀은 일반적으로 냄새가 나지 않거나 가벼운 염분 냄새만 난다. 격하게 운동을 할 때 흘리는 땀의 양에 비해 냄새가 심하지 않은 것이 대표적이다.
반면 겨드랑이나 생식기 주위에 위치하는 ‘아포크린 땀샘’은 지방질과 단백질이 포함된 땀을 내보낸다. 이때 피부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박테리아에 의해 땀에 포함된 성분들이 분해되면서 강한 냄새를 만드는데, 보통 체취는 여기서 비롯된다.
사람마다 고유한 체취
알다시피 체취는 사람마다 다르다. 옷이나 소지품에 밴 체취로 인해 주인을 알아보는 경우도 있는 것이 좋은 예다. 체취는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고유한 특성을 갖는다. 유전적 차이로 인해 땀의 성분 중 일부나 피부에 존재하는 박테리아의 종류 및 조성에 따라 체취가 달라질 수 있다. 이것이 기초를 형성하고, 그 위에 후천적 요인들이 더해지면서 체취를 변화시킨다.
후천적인 요인은 크게 외적인 요인과 내적인 요인으로 나눠볼 수 있다. 외적인 요인은 환경에 관련된 것이다. 생활환경과 개인 위생 상태 등이 대표적이다. 쉽게 말해 잘 씻지 않는 경우 냄새가 달라지거나 더 심해질 수 있다. 주로 생활하는 장소의 환경에 따라 화학 물질의 성분이 달라지기도 한다.
내적인 요인은 건강과 관련된 것들이다. 어떤 음식을 즐겨 먹는지에 따라 대사 부산물이 달라지기 때문에 체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질병 등 건강상 문제로 인해서도 체취가 달라질 수 있다. 이밖에 특정 시기에 발생하는 호르몬 변화에 의해서도 체취가 일시적으로 달라지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청소년 사춘기와 여성의 생리주기다.
행복 체취와 두려움 체취
한편, 체취는 감정 상태에도 영향을 받는다. 감정 상태에 따라 호르몬 분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처럼 감정에 따라 체취가 변하는 것은 감정 상태와 신체생리적 반응이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증거라 할 수 있다.
‘행복 체취(Happiness Body Odor)’란 글자 그대로 인간이 행복감을 느낄 때 분비되는 체취다. 자신감, 편안함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사람에게서 땀에서 발생할 수 있다. 이때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낮아지고, 세로토닌이나 도파민 등 기분 개선에 기여하는 물질의 분비량이 많아진다. 이때의 체취는 일반적으로 더 상쾌하고 긍정적인 느낌을 주게 된다.
‘두려움 체취(Fear Body Odor)’는 그 반대다. 스트레스와 불안 등 부정적인 감정 상태에서 나오는 화학 물질을 포함한다. 코르티솔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 또는 아드레날린 같은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강한 체취를 만들어낸다. 긴장감을 느끼거나 주위를 경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이로써 주변 사람들에게 경고의 의미를 전달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제공할 수 있다.
이밖에도 감정 상태에 따라 체취는 조금씩 달라진다. 슬픔 체취, 분노 체취, 스트레스 체취 등이 대표적이다. 슬픈 상태에서는 무겁고 무기력한 느낌으로 체취가 변할 수 있고, 분노 체취는 위협적인 신호를 전달할 수 있다. 스트레스 체취는 불쾌감을 형성한다.
감정적 체취, 심리적 치료 효과 높여
최근 스웨덴의 국립 자살 예방 및 연구 센터(NASP)에서 수행한 파일럿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감정 체취가 심리적 치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마음챙김 기반의 치료를 수행하면서 동시에 여러 종류의 체취를 맡게 한 결과, 깨끗한 공기에 노출됐을 때보다 효과가 좋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연구팀은 불안 장애 증상을 갖고 있는 여성 48명과 우울 증상을 보이는 여성 30명을 모집해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은 무작위로 세 그룹으로 나뉘어, 각각 행복 체취와 두려움 체취, 그리고 깨끗한 공기에 노출시킨 다음, 심호흡과 명상, 이완 운동 등이 포함된 2일 동안의 마음챙김 프로그램을 진행하도록 했다.
모든 세션이 끝난 다음 증상에 대한 평가를 진행했다. 그 결과, 깨끗한 공기에 노출됐던 그룹보다 행복 체취와 두려움 체취에 노출된 그룹의 참여자들이 더 큰 증상 완화 효과를 보였다.
‘감정 상태’가 핵심은 아니라는 추정
단, 이 연구 결과에서 주목할 포인트가 있다. 예상하기로는 행복 체취에 노출된 그룹이 좀 더 양호한 결과를 보였을 거라 생각하기 쉽다. 행복 체취는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두려움 체취는 그 반대 효과를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행복 체취와 두려움 체취 양쪽 그룹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저 두 그룹의 참여자들이 깨끗한 공기에 노출된 그룹보다 증상 완화 정도가 크게 나타났을 뿐이다. NASP의 박사 후 연구원인 엠마 엘리아슨은 “특정한 감정 자체가 개선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 존재감’에서 오는 화학 신호로 인해 개선 효과를 보이는 것”이라고 보았다.
다만, 엘리아슨은 이 연구가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하기 전 예비 목적으로 실시된 것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보다 더 크고 엄격하게 통제된 요건 하에서 시험을 진행해야만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온다는 입장이다.
단, 이번 소규모 연구로도 어느 정도 유의미한 성과는 있다. 인간의 체취가 감정 공유 및 심리적 치료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향후 계획 중인 연구에서는 이 가능성을 토대로 보다 깊이 있는 이해와 새로운 심리치료 방법 개발을 목표로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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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끝에 맴도는 그 향기, 생리적·정서적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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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체취’도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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