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술을 마시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술을 마시면 일시적으로 기분이 나아질 수는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장기적인 정신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강조하는 연구 결과가 「미국 정신의학 저널(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를 통해 게재됐다.
술 마시면 기분 좋은 이유
미국 시카고 대학 의대 연구팀에 따르면 술을 마셨을 때 일시적으로 높은 수준의 자극과 쾌감을 경험하게 된다. 알코올이 뇌의 보상 시스템에 영향을 미쳐, 도파민 방출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또한, 알코올은 중추신경계의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감마 아미노부티르산(GABA)’의 수용체에 작용한다. 이를 통해 긴장을 완화시키고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술에 취하면 졸음이 밀려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심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한 일이 있을 때 술을 마시며 마음을 달래는 사람들이 있다. 위와 같은 메커니즘을 알지 못하더라도, 습관처럼 그렇게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시카고 의대 정신과 및 행동신경과학 교수인 안드레아 킹 박사는 “사람들이 우울할 때 과도하게 술을 마시는 경우가 있는데, 부정적인 감정을 줄이기 위한 ‘자가치료’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카고 의대 연구팀은 음주 및 그로 인한 효과를 실시간으로 보고하도록 한 자료를 토대로 연구를 진행했다. 21세~35세 사이의 사람들 230여 명이 연구에 참여했으며, 알코올 사용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 정신건강 문제가 없는 사람들이 두루 포함돼 있었다. 결과는 모두 ‘술을 마심으로써 긍정적인 기분을 느꼈다’라는 것이었다.

술의 장기적 부작용
문제는 ‘지속성’에 있다. 술을 마셨을 때 일시적으로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상태가 오래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중요하게 봐야 한다. 시카고 의대 연구팀은 참가자들로 하여금 3시간 동안 술을 마시도록 하고, 그 사이에 기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살폈다.
그 결과 알코올 소비가 부정적인 감정을 줄이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다만, 그 감소 폭이 크지는 않았으며 우울증 및 알코올 사용 장애와 같은 증상과는 연관이 없었다. 실제로 음주와 함께 기분이 좋아졌던 사람들은 그 효과가 사라진 후 오히려 우울감이 심해지는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알코올은 근본적으로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뇌의 화학적 환경을 변화시켜 부정적 감정을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우려가 더 크다. 게다가 장기적으로 보면 알코올 의존증, 알코올 사용장애와 같은 보다 심각한 문제로 이어지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알코올 사용장애를 겪는 사람들 중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가 동반되는 사례는 꽤 흔하다.
알코올을 대신할 수 있는 방법
순수하게 즐길 목적으로 알코올을 적당량 섭취하는 것은 괜찮다. 건강상 권장할 만한 사항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접근 방향이 위험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술을 매개로 사회적 상호작용을 활성화하는 사례는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다고는 해도 여전히 많다.
하지만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를 개선할 목적으로 술을 마시고자 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말리고 싶다. 아주 잠깐의 기분 개선 효과 뒤에는 더 큰 부정적 감정이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이 흔히 사용하는 “기분 나쁠 때는 술 마시는 거 아니래.”라는 말이 정확히 옳은 셈이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이를 개선하고자 한다면 다른 방법을 고려할 것을 권한다. 뭔가를 먹거나 마심으로써 기분을 개선하고 싶다면 술보다 나은 대안이 얼마든지 있다. 조용한 카페를 찾아 생과일 주스나 허브 차를 마시며 기분을 가라앉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을 추천한다. 건강한 음료이면서 동시에 기분을 좋게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다.
혹은 세로토닌의 분비를 촉진하는 건강한 간식을 먹는 것도 좋다. 카카오 함량이 70% 이상 되는 다크 초콜릿 또는 그를 활용한 간식을 선택해 건강한 음료와 곁들이는 방법이다. 단맛이 나는 빵 종류나 케이크는 건강상 좋지 않지만, 술에 의존해 기분을 개선하려는 것보다는 나을 수 있다.
물론 가장 권장할 만한 기분 전환 방법은 ‘움직이는 것’이다. 짧은 산책이나 간단한 스트레칭을 통해 신체의 긴장을 풀어주면, 자연스럽게 기분이 나아지며 좀 더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느 정도 기분이 개선되고나면 가까운 사람들과 대화를 하거나 함께 있는 시간을 가지며 정서적 지지를 얻는 것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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