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로 출장이나 여행을 다녀오면 종종 ‘시차 적응’ 문제를 겪곤 한다. 낮과 밤에 따른 신체의 자연스러운 리듬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한편, 해외를 다녀오지 않더라도 시차 문제를 겪는 경우가 있다. 교대근무를 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 또는 소위 ‘올빼미족’이라 불리는 사람들이다.
‘밤낮 바뀜’으로 인해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이야기는 낯설지 않을 것이다. 일본 규슈 대학에서 발표한 최근 연구에서는, 여기에 ‘성별에 따른 차이’도 있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밤낮이 바뀌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또, 성별에 따라서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만성 시차 장애의 영향
만성 시차 장애(Chronic Jet Lag)이란, 신체 내부의 생체 시계와 환경의 불일치로 인해 여러 생리적 문제가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밤낮 바뀜을 자주 경험하는 상황에서 흔히 나타날 수 있다.
흔히 ‘서카디언 리듬(Circadian Rhythm)’이라 불리는 인체 내부의 시계는 24시간을 주기로 작동하며 수면, 식사, 호르몬 분비, 체온 조절 등의 대사 과정을 조절한다. 주위가 밝을 때는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하고 있다가, 주위가 어두워질 때 분비를 활성화함으로써 수면을 유도하는 것 또한 그 과정 중 하나다.
하지만 교대근무가 기본인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경우, 혹은 시차가 있는 지역을 자주 가야 하는 직업의 경우는 낮과 밤의 주기가 자주 바뀌게 된다. 늦은 시간까지 야근을 자주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주 밤낮이 바뀌면 생체 시계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게 돼, 기능적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만성 시차 장애로 인해 나타나는 대표적 현상은 호르몬 불균형이다. 생체 시계의 불안정으로 인해 인슐린, 코르티솔, 성장 호르몬 등 여러 호르몬 분비가 불규칙하게 이루어질 수 있고, 이 때문에 당뇨, 만성 스트레스, 만성 피로 등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식욕 조절 역시 호르몬의 역할이므로, 과식이나 식욕 부진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이런 문제가 반복될 경우, 전반적인 신진대사 기능이 떨어진다. 과도한 수준의 체중 변화, 지방의 이상 축적을 비롯해 각종 대사 증후군의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잠들어야 할 시간에 깨어 있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평상시 수면의 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밤낮 바뀜 영향, 성별 따라 달라
한편, 밤낮 바뀜으로 인한 만성 시차 장애가 성별에 따라 상반되는 결과가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제기됐다. 일본 규슈 대학 연구팀이 지난 12월 「성 차이 생물학(Biology of Sex Differences)」 저널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쥐 모델 실험을 통해 이 같은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팀은 암컷 쥐와 수컷 쥐를 준비해 그룹을 나누고, 각 쥐들이 들어있는 방의 조명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생체 시계를 조작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정상적인 조건의 쥐들은 12시간을 주기로 조명을 껐다 켜는 규칙을 지켰다. 반면 밤낮 바뀜을 유도하려는 쥐들은 2일마다 6시간씩 조명의 켜고 끄는 시간을 앞당겼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암컷 쥐의 경우, 수컷 쥐에 비해 생체 시계가 더 쉽게 흐트러지는 경향을 보았다. 이로 인해 암컷 쥐는 심부 체온의 리듬이 불규칙해졌지만, 수컷 쥐는 심부 체온 변화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그로 인한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수컷 쥐가 잦은 밤낮 바뀜에 시달릴 경우, 포도당 내성이 생기고 체중이 증가했다. 그러나 암컷 쥐의 경우 시차 장애를 겪지 않은 다른 암컷 쥐에 비해 체중이 감소하는 결과를 보였다.
즉, 밤낮이 바뀌면 신진대사에 이상이 생긴다는 것은 같다. 하지만 구체적인 결과는 상반됐다. 연구팀은 밤낮이 바뀌면 성별에 관계 없이 점차 체중이 증가할 거라 예상했지만, 실제 결과는 다르게 나타난 것이다.

상반된 결과, 원인은 성 호르몬
연구팀은 이에 대해 ‘인슐린과 성 호르몬의 복잡한 상호작용’이 원인이라는 결론을 내놓았다. 실제로 수컷 쥐를 거세한 다음 똑같이 만성 시차를 유도하는 상황에 두자, 암컷 쥐와 유사하게 심부 체온 리듬이 불규칙해지고 체중이 감소하는 결과를 보였다. 거세된 쥐에게 다시 테스토스테론을 주사하고 같은 실험을 거듭하자, 다시 수컷 쥐들과 같은 변화를 보였다.
이는 밤낮 바뀜으로 인한 신진대사 변화에 성 호르몬의 작용이 중요한 차이를 제공한다는 근거로 볼 수 있다. 연구팀은 이제 다음 단계로 두 가지 의문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수컷 쥐에 대해서는 심부 체온 리듬에 변화가 없음에도 포도당 내성이 생기는 정확한 원인을 밝혀낼 예정이다. 암컷 쥐에 대해서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생체 시계의 회복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할 계획이다.
물론, 이 내용을 인간에게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인간의 신진대사는 단순히 밤낮 바뀜에만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유전적 요인과 같은 선천 조건은 물론, 식단, 운동량, 스트레스 정도와 같은 후천적 교란 요인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습관 등에 의한 조건이 동일하더라도 사람마다 그에 대한 반응이 다르다는 것 역시 문제를 어렵게 만드는 이유다.
다만, 연구팀은 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의의가 있다는 입장이다. 시차 문제를 일상적으로 겪는 사람들에게 건강 전략을 권장하고자 할 때, 성별에 따른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은 명확하기 때문이다. 큰 틀에서의 전략부터 상반되게 나타났기 때문에, 세부적인 실천사항을 권장할 때도 전혀 다른 방향이 될 거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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