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킨슨병'은 몸의 운동 기능에 장애가 발생하는 질환으로, 치매와 함께 대표적인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꼽힌다. 알파-시누클레인(α-synuclein) 단백질이 뇌세포 내에서 비정상적으로 응집돼 신경세포를 손상시키는 것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카이스트(KAIST) 연구진이 파킨슨병의 핵심 병리 중 하나인 신경염증 조절에 있어 RNA 편집(RNA Editing)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이는 파킨슨병 치료에 있어서도 새로운 전략을 제시하는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교세포 염증 반응 분석
카이스트 뇌인지과학과 최민이 교수 연구팀은 영국 UCL 국립신경전문병원 연구소 및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와의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대상은 ‘교세포(Astrocyte)’다. 이들은 뇌에 손상이 발생하거나 이상이 생겼을 때, 이를 보호하고자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이 염증 반응에서 RNA 편집 효소인 '에이다원(ADAR1)'이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또한, ADAR1이 파킨슨병의 병리 진행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입증했다.
최민이 교수 연구팀은 뇌 면역세포의 염증반응을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 먼저 파킨슨 환자에게서 유래한 줄기세포를 이용해, 뇌의 신경세포를 돕는 교세포와 신경세포로 구성된 세포 모델을 만들었다. 그런 다음, 파킨슨병의 원인으로 알려진 알파-시누클레인(α-synuclein) 응집체를 처리하고, 뇌 면역세포의 염증 반응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분석했다.

ADAR1의 RNA 편집 활동
그 결과, 알파-시누클레인 응집체 초기 병리형태인 알파시뉴클레인 단량체(oligomer)가 교세포 내 세포가 위험을 감지하는 센서처럼 작동하는 통로(Toll-like receptor, TLR) 경로와 ‘인터페론 반응 경로’를 활성화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TRL 경로가 위험을 감지하고, 인터페론을 방출해 바이러스나 병원균과 싸우도록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RNA 편집 효소인 ADAR1이 발현한다는 것, 그리고 기능과 구조 등 단백질 성질이 바뀌는 아이소폼으로 변형되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ADAR1은 바이러스 감염시 면역 반응 조절 기능을 한다. 이때 RNA의 편집 활동을 통해 ‘A(아데노신)’를 ‘I(이노신)’으로 바꾸는, 일종의 유전자 명령 수정 작업인 ‘A-to-I RNA 편집’이 일어난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정상적인 상황과 달리 RNA 편집 활동이 염증을 일으키는 유전자들에 비정상적으로 집중되어 있다는 걸 발견했다. 이 현상은 환자 유래 줄기세포 분화 신경세포에서뿐만 아니라 실제 파킨슨병 환자 뇌의 부검 조직에서도 동일하게 관찰되었다.

파킨슨병 치료의 전환점 제시
이는 RNA 편집의 이상 조절이 교세포의 만성 염증 반응을 유도하고, 결과적으로 신경세포 독성과 병리 진행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직접적으로 입증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신경 면역 세포인 교세포 내 RNA 편집 조절이 신경염증 반응의 핵심 기전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밝혔다는 데 의의가 크다. 특히 ADAR1이 파킨슨병 치료의 새로운 타깃 유전자로 작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을 만하다.
또한, 환자 맞춤형 유도 줄기세포 기반의 정밀의학적 뇌 질환 모델을 통해 실제 환자의 병리 특성을 반영한 점도 포인트다.
최민이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백질 응집으로 인한 염증 반응의 조절자가 RNA 편집이라는 새로운 층위에서 작동함을 입증한 것으로, 기존의 파킨슨병 치료 접근과는 전혀 다른 치료 전략을 제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이어 RNA 편집 기술을 통해 파킨슨병 치료제를 비롯한 신경염증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거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에는 최민이 교수가 제1 저자로 참여했으며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에 4월 11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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