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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는 가족력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질병이다. 부모 또는 형제자매 중 당뇨 환자가 있을 경우, 유전적 요인에 의한 당뇨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여기에 비만이나 혈압, 고지혈 등 대사 관련 이상이 있을 경우 그 위험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당뇨는 제2형 당뇨에 해당한다. 인슐린 분비능력이 떨어지거나 인슐린 저항성 증가로 기능이 감소함으로써 혈당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환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며, 2023년 환자 수는 약 380만 명이다. 국내 사망원인 중에도 10위 안에 들어온 만큼 보다 면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다유전자 위험점수에 따른 당뇨 위험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곽수헌 교수와 서울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 이현석 연구원은 지역사회 당뇨병 코호트에 등록된 6,311명의 추적 관찰 결과 및 DNA 정보를 바탕으로 분석 연구를 진행했다. 

‘다유전자 위험점수(Polygenic Risk Score, PRS)’는 개인의 유전 정보를 기반으로 특정 질병이나 증상에 대한 위험을 평가하는 지표다. 각각의 질병이나 증상에 대해 관여하는 유전자 변이를 기반으로 점수를 계산한다. 

연구팀은 당뇨병의 유전적 위험을 계산한 다유전자 위험점수와 2001년부터 2016년까지 장기간에 걸친 인슐린 분비능력 변화를 대조해 그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당뇨병이 없는 30세 이상 성인들을 대상으로 유전체 분석을 실시, 다유전자 위험점수를 계산한 다음, 점수에 따라 상위 20%는 고위험군, 하위 20%는 저위험군, 나머지 60%는 중간위험군으로 구분했다.

먼저 전체 대상자의 ‘당 부하 검사’ 결과를 비교했다. 당 부하 검사는 공복 상태에서 75g의 포도당을 섭취한 다음, 2시간 후 혈당 농도를 측정해 평가하는 당뇨 진단 검사 방법이다. 일정 시간이 지난 뒤 혈당 농도가 높으면, 인슐린 분비량이 충분하지 않거나 인슐린 저항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비교 결과,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20%에서 인슐린 분비능력이 더 낮게 나타났다. 저위험군의 인슐린 분비능력을 기준으로 했을 때, 중간위험군은 14%, 고위험군은 25% 더 낮은 수치를 보였다.

당뇨병 고위험군은 저위험군보다 1.83배 빠른 속도로 인슐린 분비능력이 감소 / 출처 : 서울대병원
당뇨병 고위험군은 저위험군보다 1.83배 빠른 속도로 인슐린 분비능력이 감소 / 출처 : 서울대병원

 

고위험군, 인슐린 기능 감소폭 더 커

모든 신체기능이 그렇듯, 노화가 진행되며 인슐린 분비능력도 줄어든다. 사람에 따라 감소하는 속도에 차이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노화에 따라 줄어든다는 원칙은 같다. 하지만 다유전자 위험점수 기반으로 분류된 고위험군은 그보다 가파른 감소폭을 보이게 된다. 

이는 노화에 따른 근육량 감소에 비유할 수 있다. 누구나 나이가 들며 근육량이 감소하고 대사 효율이 떨어지지만, 근육 성장과 회복에 관여하는 유전적 요인이 적으면 대사 효율이 더 큰 폭으로 떨어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물론 ‘개인차’라는 것에 유전적 요인만 관여하는 것은 아니다. 생활습관이나 현재 건강 상태 등 환경적 요인도 함께 영향을 미친다. 즉, 유전적 요인을 근거로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사람일지라도, 실질적인 감소폭은 달라질 수 있다.

핵심은 당뇨와 관련된 유전적 요인이 있을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같은 조건에서 더 큰 감소폭을 보인다는 것이다. 곽수헌 교수 연구팀의 결과에 따르면 고위험군의 인슐린 분비능력은 저위험군에 비해 1.83배 빠르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십수 년에 걸친 장기 추적관찰을 토대로 나온 결론이다.

 

당뇨 고위험군, 생활습관 개선이 핵심

이번 연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당뇨병에 대한 다유전자 위험점수를 산출함으로써 당뇨 고위험군을 선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 입장에서는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유전자 검사를 실시함으로써 다유전자 위험점수를 확인할 수 있다.

확인 결과 고위험군 또는 중간위험군으로 나온다 해도 좌절할 필요는 없다. 인슐린 분비능력은 건강한 생활습관을 실천함으로써 감소 속도를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건강한 식단 △운동 △금연 △체중 관리 △충분한 수면 5가지를 짚었다. 

유전적 고위험군의 경우 건강한 생활습관 한 가지를 실천할 때마다, 향후 10년이 지났을 때 인슐린 분비능력은 4.4%씩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분석 결과다. 곽수헌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당뇨 발병 후 심각한 인슐린 결핍이 예상되는 환자를 유전정보에 따라 선별하고, 조기 개입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당뇨병 관리(Diabetes Care, IF=14.8)’에 게재됐다.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곽수헌 교수(좌)와 서울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 이현석 연구원(우)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곽수헌 교수(좌)와 서울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 이현석 연구원(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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