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먹는 칼로리’가 ‘소모한 칼로리’보다 적으면 살이 빠진다? 본질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칼로리’에는 실제로 보이지 않는 요소들이 포함된다. 실제 입으로 들어가는 칼로리, 소화 과정을 통해 흡수하는 칼로리까지를 포함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칼로리 계산 공식은 ‘건강상태가 정상일 때’ 의미가 있다. 특히 장내 미생물 환경이 좋지 않다면, 칼로리 섭취량부터 소모량까지 전반적인 예측이 빗나가기 쉽다.
워싱턴 의과대학 위장 분야 부교수 크리스토퍼 담만 박사는 “20년 동안 장내 미생물군이 대사 질병에 미치는 역할을 연구해왔다”라고 말한다. 담만 박사가 글로벌 미디어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을 통해 게재한 글을 재구성하여 전한다.
영양소 대신 ‘바이오 액티브’에 주목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음식 속 생리활성 요소들이 식욕과 소화, 신진대사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라고 한다. 음식 속 생리활성 요소란, 익히 알려진 영양소 외의 섬유질, 항산화 물질, 기타 부가적인 성분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담만 박사는 이들 요소를 한데 묶어 ‘바이오 액티브(bioactives)’라 칭한다. 이들은 뇌의 시상하부, 장내 미생물, 그리고 세포 속 발전소 역할을 하는 미토콘드리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흔히 통곡물은 건강에 좋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왜 그럴까? 기본적으로 통곡물은 섬유질과 기타 영양소를 온전히 보존하고 있다. 또한, 식물성 화합물이자 항산화 물질인 폴리페놀이 풍부하다. 이들은 세포를 산화 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하는 ‘포장재’ 역할을 한다.
섬유질이나 폴리페놀은 에너지원이 아니다. ‘칼로리가 없다’는 뜻이다. 덕분에 이들을 주로 먹게 되면 같은 양을 먹더라도 충분한 포만감을 제공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적은 칼로리를 섭취하게 된다.
소장에서 소화 과정이 끝나면 남은 것들은 대장으로 넘어간다. 이때 장내 미생물들은 섬유질을 비롯한 잔여 성분을 배출하기 위한 변환 작업을 한다.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대사 부산물’들이 식욕 관련 호르몬을 조절해 음식을 더 먹고 싶은 욕구를 제한한다. 이 대사 부산물은 시중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위고비, 오젬픽, 마운자로와 같은 비만 치료제 개발에 영감을 준 요소들이기도 하다.
반면 가공식품은 이러한 바이오 액티브들이 부족하고, 염분이나 당분, 각종 첨가물이 포함된다. 오로지 ‘맛’에 중점을 두고 만들어지기 때문에 사람들의 입맛을 자극하고, 더 많이, 더 자주 먹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미토콘드리아의 역할
섭취하고 소모되는 칼로리를 제대로 계산하려면 무엇을 더 알아야 할까? 몸의 움직임, 뇌의 사고, 면역 등 대사 기능에 필요한 에너지가 어떻게 공급되는지, 그 과정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이 얼마나 효율적이고 효과적인지는 미토콘드리아에 의해 조정된다.
‘건강하다’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미토콘드리아가 제대로 기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정상적인 미토콘드리아는 칼로리를 쉽게 처리해 세포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돕는다. ‘대사 질환’이 있는 경우는 어떨까? 몸의 어느 부분에서 미토콘드리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식욕이 증가하거나, 근육량이 줄어들거나, 지방 축적량이 늘어나는 것이 그 예다.
흔히 ‘갈색 지방’과 ‘베이지색 지방’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들은 바꿔 말하면 백색 지방에 비해 미토콘드리아가 풍부한 지방 세포들이다. 갈색 지방과 베이지색 지방은 칼로리를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소모하는 역할을 한다. 비만인 사람이 체온이 낮게 나타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는 갈색 지방 세포와 베이지색 지방 세포가 더 적을 때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즉, 미토콘드리아가 제 기능을 하고 있고 그 수가 더 많다면, 같은 칼로리를 섭취하더라도 소모량, 즉 기초 대사량이 더 높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미토콘드리아가 건강하지 않게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는 이미 그 답을 알고 있다. 식습관 불균형, 운동 부족, 수면 부족, 과도한 스트레스 등이다.
‘바이오 액티브’ 섭취에 관심을 가져라
영양 섭취에 관한 최신 연구는 다양한 식이 요소들이 미토콘드리아 건강에 미치는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 무기질 같은 익히 알려진 영양소 외에, 섬유질이나 폴리페놀을 비롯한 바이오 액티브, 그 외 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건강한 식단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지중해 식단의 경우, 다양한 영양소와 바이오 액티브까지 고려했을 때 충분히 유익하다는 사실이 입증돼 있다. 바이오 액티브로 분류되는 대부분은 소장에서 소화되지 않고 대장으로 넘어가며, 대장 미생물에 의해 활성 대사물로 작용한다. 이들은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의 수를 늘리고 그들이 건강하게 역할을 수행하도록 돕는다.

장내 환경을 ‘유익하게’ 하라
장내 미생물이 ‘유익균 우세’ 상태로 유지될 때, 그로부터 생성되는 대사 부산물들은 대체로 몸에 이롭게 작용한다. ‘칼로리를 소모하는’ 갈색 지방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신진대사가 보다 건강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는 식이다.
가공식품 위주의 식단은 바이오 액티브의 부족으로 이어진다. 가공된 염분이나 당분, 첨가물 등은 장내 유익균에게 악영향을 미치며, 이로운 역할을 하는 대사 부산물의 생산능력을 저하시킨다. 항생제를 과도하게 사용하거나, 높은 스트레스를 잘 다스리지 못하거나, 충분한 운동 및 수면이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되면 어떤 차이가 발생할까? 가장 대표적인 문제 한 가지만 꼽자면, 지중해 식단과 같이 ‘검증된 유익한 식단’을 섭취하더라도 효과가 덜할 수 있게 된다. 건강한 식단이라고 하기에 시도해 봤는데 생각만큼 효과가 없다면? 굳이 그 식단을 유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라면 장내 환경을 먼저 개선하려는 시도가 필요할 수 있다. 대변 검사,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장내 미생물 환경을 객관적으로 알아볼 수 있다는 점을 참조하자. 그 결과가 그리 좋지 않다면, 건강한 식단을 시도하기 전 유익균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먼저 시도해보는 편이 좋을 것이다.
돌고 돌아 결국은 ‘원리원칙’
‘지중해 식단’은 하나의 솔루션이지, 공식이나 답은 아니다. 지중해 식단을 실천할 경우 확실히 효과를 볼 수는 있겠지만, 어느 정도의 시간과 비용이 들어갈지는 장담할 수 없다. 음식에는 취향이라는 것이 있으니, 누구에게나 알맞은 방법이라 강권할 수도 없다.
이러한 이유로 대사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늘 반복되는 ‘원리원칙’으로 돌아온다.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숙면, 적절한 스트레스 관리, 영양가 있는 식습관이다. 오늘 먹기로 한 음식이 건강에 유익한지를 자문해보자. 해로운 것이라면 보다 유익한 대안은 없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여전히 먹는 칼로리의 양, 소모하는 칼로리의 양만 가지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가? 인간의 몸은 정직하지만, 그 안에는 잘 보이지 않는 변수들이 숨어있다. 계산기가 내놓는 답과 현실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그 변수를 파악해봐야 한다. 단서는 이미 충분히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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