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형 당뇨 치료제를 복용한 사람들의 파킨슨병 및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이 감소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연세대 의과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SGLT2 억제제를 복용한 제2형 당뇨 환자들의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일반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 위험이 약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미국 신경학회 저널인 「Neurology」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SGLT2 억제제가 퇴행성 뇌질환의 발생 위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다른 당뇨 치료제와 비교 분석을 진행했다.
SGLT2의 치료 작용 메커니즘
연세대 의과대학 이민영 박사의 설명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제2형 당뇨 환자는 신경퇴행성 질환의 고위험군으로 간주된다. 당뇨는 기본적으로 인슐린 저항성, 고혈당을 동반하는 대사 이상 질환이며, 당뇨 환자는 만성 염증 상태에 있을 경우 신경계 손상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당뇨는 전체적인 혈관 건강을 악화시키고, ‘산화 스트레스’에 더 취약한 환경을 만든다. 뇌혈관 약화 및 손상은 혈관성 치매의 위험을 높이고, 산화 스트레스는 신경세포의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뇨는 신경퇴행성 질환과 긴밀한 연관성을 갖는다.
그렇다면 당뇨 치료제는 어떻게 뇌와 신경계 건강에 기여할까? SGLT2 억제제는 제2형 당뇨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의 한 종류다. 신장에서 당을 재흡수하는 것을 억제함으로써, 당분이 소변으로 배출되는 양을 증가시키는 방식으로 혈당을 낮추는 데 기여한다. 혈당이 낮아지면 인슐린의 필요성이 줄어들게 되므로, SGLT2 억제제 복용은 인슐린 수치를 낮추는 효과를 가져온다.
당뇨 치료제가 뇌 건강에 기여하는 원리
이번 연구의 배경이 된 가설을 요약하자면, “SGLT2 억제제 복용은 케톤체 생성을 증가시키며, 이것이 신경퇴행성 질환의 위험을 줄이는 데 유익할 것”이라는 점이다.
SGLT2 억제제 복용은 체내 케톤체 생성을 증가시킨다. 케톤체는 지방 대사 과정에서 생성되는 물질이다. 탄수화물 섭취가 적거나 인슐린 저항성이 있을 때, 지방이 분해돼 케톤체가 생성된다.
혈당이 낮아지면 몸은 에너지를 얻기 위해 지방을 더 많이 분해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케톤체 생성이 증가한다. 케톤체는 뇌와 신경계에서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수 있어, 포도당 공급이 부족할 때 뇌의 에너지 공급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 또한, 케톤체는 신경세포 생존을 촉진하고 염증을 줄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미국 건강전문 미디어 ‘메디컬뉴스 투데이’는 이와 관련해 신경과 전문의 스티브 아들러 박사의 의견을 덧붙였다. 아들러 박사에 따르면 SGLT2 억제제가 고혈당, 인슐린 저항성, 비만, 고혈압 및 심부전 등의 위험요소를 줄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신경계 보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SGLT2 억제제, 치매 위험 21% 낮춰
연세대 의대 연구팀은 이 내용을 검증하기 위해 40세 이상의 제2형 당뇨 환자 358,862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2014년부터 2019년 사이에 SGLT2 억제제를 복용하기 시작한 참가자들을 선별한 다음, 다른 경구 투여식 당뇨 치료제를 복용한 참가자들과 비교 분석을 진행했다.
연구 결과, SGLT2 억제제를 복용한 참가자들은 평균 2.06년의 추적 기간 동안 모든 원인에 의한 치매 발생 위험이 2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킨슨병 발생률은 20%, 알츠하이머 발생률은 19%, 혈관성 치매 발생 위험은 31% 낮게 나타났다.
‘예방’이 아닌 ‘발병 지연’으로 봐야
다만, 이민영 박사는 이러한 결과에 대해 “치매의 발병을 예방하기보다는 퇴행 과정을 완화하고 치매 발병을 지연시키는 개념에 더 가까울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는 의견이다. ‘예방’은 질병이 아예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개념이며, ‘발병 지연’은 발생 시점을 늦추는 것이므로 명백한 차이가 있다.
이는 표현에 대한 기대치의 문제다. 흔히 ‘발생 위험을 낮춘다’라고 하면, ‘평생 동안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사람 중에서 치매 위험이 있는 수가 줄어든다’라는 의미에 가깝다. 이민영 박사는 “개인의 관점에서 보는 ‘예방’의 의미는 인구사회학적 관점과 다를 것”이라고 짚었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당뇨 증상을 보이고 있는 경우, 건강한 일반인에 비해 퇴행성 뇌질환의 발생 가능성이 높다. 이때 SGLT2 억제제를 복용하면 그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별다른 증상이 없는 사람의 치매 위험 관리는 언제나 그렇듯 운동, 식단, 정신적 활동과 같은 건강하고 규칙적인 생활습관이 최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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