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는 도중 소리를 지른다거나 발길질을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이것과는 다르더라도, 보통 ‘잠버릇이 고약하다’라고 여겨지는 사람을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혹은 같이 살고 있는 사람이 그런 경우일 수도 있다.
이는 단순히 ‘잠버릇’이라는 말로 넘어가기에는 다소 꺼림칙하다. ‘렘 수면 행동장애(REM Sleep Behavior Disorder)’라 부르는 증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렘 수면 중 꾸게 되는 꿈의 내용을 현실의 행동으로 나타내는 증상이다.
렘 수면 중 과격한 움직임, 단순 잠꼬대 아냐
사람은 자면서 렘(REM) 수면, 그리고 비렘(Non-REM) 수면의 두 가지 패턴을 반복한다. 보통 렘 수면은 주로 꿈을 꾸는 단계로, 뇌 활동이 활발해지고 신경계의 회복이 이루어지는 과정이다. 반면 비렘 수면은 다시 3단계로 나뉘며, 비교적 깊게 잠들면서 신체적 회복 및 성장 호르몬 분비가 이루어지는 과정이다.
이때 렘 수면 단계에서 꿈을 꾸는 동안, 신체가 과격하게 반응하는 경우를 ‘렘 수면 행동장애’라 한다. 팔을 크게 휘두르거나 발길질을 하거나 침대에서 굴러떨어지거나 욕설을 하는 등 비정상으로 여겨지는 모든 행동을 포함한다.
이는 단순한 잠꼬대와 다르다. 특히 렘 수면에서 나타나는 행동이 폭력적인 성향을 띠는 경우, 본인 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렘 수면 행동장애, 뇌의 신경퇴행과 연관
이는 단순히 수면 중 나타나는 이상 행동이 아니다.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변선정 교수는 “렘 수면 행동장애는 뇌의 신경 퇴행과 관련이 깊다”라고 이야기힌다.
캐나다에서 실시된 한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렘 수면 행동장애 환자 중 50%~80%가 10년 내 파킨슨병, 루이소체 치매 등의 신경퇴행성 질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렘 수면 행동장애가 뇌의 신경 퇴행과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신경계의 퇴행적 변화가 시작됐을 때, 수면 중 비정상적인 움직임으로 징후를 나타낼 수 있다는 의미다. 즉, 렘 수면 중 이상 행동이 지속적으로 관찰될 경우, 뇌 질환에 초점을 맞춘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렘 수면 행동장애, 왜 생기나?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수면 부족 등은 수면 패턴의 변화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다. 수면을 하나의 영양소처럼 생각해봤을 때, 규칙적으로 공급되지 않으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할 수 있다. 렘 수면의 안정성이 떨어지면 제대로 수면을 취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밖에 항우울제, 신경안정제와 같은 약물은 렘 수면 행동장애를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사례가 많은 지금, 이러한 약물들은 사람들 사이에서 드물지 않게 사용되곤 한다. 이들은 세로토닌 등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므로, 수면 중 근육 이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수면다원검사를 통한 진단 권고
변선정 교수는 렘 수면 행동장애의 진단을 위해, 정확한 병력 청취와 함께 수면다원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수면 중 근육의 비정상적인 움직임, 뇌파의 변화 등을 측정해 행동장애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렘 수면 단계에서는 근육이 일시적으로 마비되는 것이 정상이다. ‘마비’라고 표현하니 뉘앙스가 좀 부정적이지만, 이는 ‘근육 이완’이라고 하는 정상적인 과정이다. 이 마비 반응이 없어지거나 근육의 움직임이 발생할 경우 렘 수면 행동장애를 진단할 수 있다. 즉, ‘꿈 속에서의 행동’이 실제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취침 전 안정제 복용으로 관리 가능
렘 수면 행동장애는 약물치료 및 ‘안전한’ 수면 환경을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둔다. 적절한 처방을 받아 취침 전 안정제를 복용하면 과격한 움직임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다. 또한, 과격한 움직임이 발생할 경우 상해를 일으킬 수 있는 요소를 미리 제거해, 편안한 잠자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변선정 교수는 “렘 수면 행동장애가 치매 또는 파킨슨병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만큼, 가족들의 세심한 관찰이 중요하다”라며 “걸음걸이가 불안정하거나 손 떨림, 기억력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지를 꾸준히 살펴봐야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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