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겨웠던 폭염이 서서히 물러가고 있다. 여전히 한낮에는 뜨거운 날도 있지만, 대체로 아침과 저녁으로는 선선함이 느껴진다. 이렇게 일교차가 크게 나타나는 시기에는 특히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 몸 바깥의 환경이 짧은 시간 내에 급격하게 변한다는 것은, 몸의 항상성 시스템이 혼란을 겪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특히 급격한 기온 변화는 자율신경계 균형에 영향을 미치고, 혈관의 수축과 이완에 변화를 줘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실제로 심혈관계 질환은 10월부터 1월 사이에 많이 발생하는 경향을 보인다.
위험에 노출되기 쉬운 ‘관상동맥’
심장은 24시간 펌프를 반복하며 몸 전체에 혈액을 공급한다. 뿜어낸 혈액이 동맥을 타고 순환할 때, 그중 일부는 ‘관상동맥’을 통해 다시 심장으로 돌아간다. 스스로 뿜어낸 혈액의 일부를 자신에게 공급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관상동맥은 구조적으로 봤을 때 그리 넓은 편은 아니다. 혈액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대동맥에서 뻗어나오는 가지로서, 오로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기 위한 혈관이기 때문이다. 24시간 일하는 심장을 위해 존재하므로, 관상동맥은 혈액 흐름이 가장 활발한 혈관 중 하나로 꼽힌다. 즉, 그만큼 노폐물 등으로 인해 좁아지거나 막힐 위험을 안고 있다는 뜻이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변재호 교수는 “심혈관계 질환은 전 세계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한다. 국내에서는 암에 이어 2위다.”라며 “심혈관은 평소에 괜찮다가도 갑자기 악화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별다른 건강 문제가 없던 사람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협심증과 심근경색은 다르다
협심증과 심근경색은 심혈관계 질환의 대표적인 유형으로 꼽힌다. 이 둘을 혼동하는 경우도 있지만, 명확히 다른 질환이다. 협심증은 관상동맥이 점진적으로 좁아지면서, 심장의 혈액 공급이 저하돼 가슴 통증이 발생하는 식으로 나타난다. 보통 격한 신체 활동이나 스트레스가 원인이 돼 발생하며, 처방된 약물을 복용하고 휴식을 취하면 통증이 완화되는 특징이 있다.
반면, 심근경색은 관상동맥이 갑작스럽게 막혀 혈액 공급이 차단되고, 이로 인해 심장근육이 괴사하며 기능의 일부가 정지하는 현상이다. 원인과 결과만 놓고 보면 유사할 수 있으나, 발생 과정 면에서 는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심근경색이 더 위험도가 높은 셈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협심증 환자 수는 약 71만2천 명, 심근경색 환자 수는 약 13만9천 명이다. 협심증을 가지고 있는 환자가 장기적으로 심근경색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둬야 한다.
심근경색 골든타임, 최대 2시간
관상동맥이 막혀 심근경색이 발생하면, 극심한 가슴 통증과 함께 심장 쪽에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온다. 심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므로 누군가 목을 조르는 듯 숨이 차고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이런 통증이 몇 분 이상 계속되면 즉각 응급 조치를 받아야 한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최대 2시간 이내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심장 근육의 괴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치료를 받아야만 심장 근육의 기능을 보존할 수 있다.
변재호 교수는 “심근경색 환자의 절반 정도는 평소 별다른 증상이 없고, 건강검진을 하더라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라고 이야기했다. 전체적으로 혈관 상태가 건강하더라도 관상동맥에 이상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혈관 건강, 꾸준한 관리 외에는 왕도가 없다
혈관은 우리 몸 전체에 퍼져 있다. 생명과 직결되는 중요한 혈관이든,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덜한 말초 혈관이든 따로 나눠서 관리할 수는 없다. 오직 ‘전체 혈관 건강’을 고려한 관리 외에는 별다른 왕도(王道)가 없다는 뜻이다.
기본적으로 건강한 식습관과 생활습관 외에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 등 혈액 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지표들을 정상 범위 내에서 유지하도록 관리하는 것이 최선이다. 심근경색의 경우 가족력의 영향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족 중 심근경색으로 인한 사망 사례가 있는 경우, 급성 심근경색 위험이 3~4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변재호 교수는 “암 등 다른 중증질환과 달리, 심근경색은 신속하게 치료하면 대부분 회복할 수 있다”라며 “하지만 초기 대응이 미흡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심하다 싶은 가슴 통증이 발생하면 즉시 병원에 방문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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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트 시술 후 비심장 수술 시, 아스피린 복용 중단 가능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경우, 스텐트(stent, 내관)를 삽입해 좁아진 혈관을 넓히는 관상동맥 중재시술이 많이 시행되고 있다. 이때 스텐트를 삽입한 부위에 혈전이 생기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항혈소판제인 아스피린을 복용한다.아스피린은 혈액을 묽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치아 발치, 용종 제거를 위한 내시경 치료, 암 수술 등 다른 질환으로 인해 수술을 받을 때 출혈이 멎지 않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이에 다른 수술 전후 아스피린 복용 여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실정이었다 -
지질저하제,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 있지만 높은 당뇨 발생 연관 있어
고대구로병원 심혈관센터 연구팀이 ‘지질저하제(스타틴)’ 복용 강도가 높을수록 주요 심혈관계 질환 예방 효과가 높으며, 당뇨 발생률과 연관이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지질저하제 스타틴은 흔히 ‘나쁜 콜레스테롤’이라 알려져 있는 LDL(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약이다. 혈관 건강을 개선해 협심증, 심근경색, 뇌경색과 같은 심뇌혈관 질환의 위험성을 낮춰준다. 심근경색 및 협심증 환자에게 중요한 약물이지만, ‘당뇨 발생 위험성이 높아진다’라는 우려가 함께 제기돼 왔다. 스타틴이 간에서의 지질 대사에 영향을 주는 과정에서 포도당 -
협심증-심방세동 동시 발생, 최적의 약물치료법 찾았다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문제가 생기는 질환이다. 전 세계 사망원인 1위로 거론될 만큼 흔하면서 생명과 직결되는 위험한 질환이기도 하다. 또한, 심장박동이 불규칙해지는 ‘심방세동’은 부정맥 중 가장 유병률이 높은 질환이다. 관상동맥 질환과 심방세동은 동시에 나타나기도 한다. 서울아산병원 자료에 따르면 통상 관상동맥 질환 환자 10명 중 1명이 심방세동을 함께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런 환자 수가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두 질환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치료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두 -
심근경색전조증상, ‘여름철 돌연사’를 부르는 재앙을 막아라
심장은 뇌와 함께 우리 몸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장기라 할 수 있다. 아니, 좀 더 근본적으로 보자면 뇌 역시 심장으로부터 혈액을 공급받아야 모든 기능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자면 심장이 좀 더 우위에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심혈관계 질환은 암, 뇌혈관 질환과 함께 주요 사망원인으로 꼽힌다.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봐도 늘 상위권에 거론된다. 심혈관계 질환 중에서도 급성으로 나타나는 심근경색은 늘 1, 2위를 차지하는 데다가 초기 사망률도 높다.심근경색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질환이지만, 전체적인 통계 -
20~30대 10명 중 1명, 다른 사람보다 심정지 위험 55% 높아
대사이상 지방간질환(舊 비알콜성 지방간, MASLD)이 있을 경우 급성 심정지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최종일 교수 연구팀은 대사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지방간질환이 있을 경우, 심혈관계 질환 및 사망과 이어질 수 있음을 입증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연구팀에 따르면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은 인구 약 25%에서 발생할 정도로 흔하다. 특히 20~30대 젊은 성인에게 지방간이 있을 경우, 급성 심정지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 국가검진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2009년부 -
내 동맥 상태, 이미지로 볼 수 있게 된다면?
동맥경화는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정상 혈압을 넘어서는 사람들이 절반을 넘어서는 시대에, 이는 생명을 위협하는 잠재적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동맥경화는 동맥 내에 쌓이는 플라크로 인해 생기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본인이 인지하지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최근 미국 심장학회에 발표된 논평에는, ‘환자 본인이 자신의 동맥 상태를 이미지로 볼 수 있어야 한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동맥 상태를 직접 볼 수 있는 것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그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 -
대동맥 판막 자가이식 수술, 20여 년만에 성공적 시행
환자 본인의 폐동맥 판막으로 손상된 대동맥 판막을 대체하는 ‘로스(ROSS) 수술’이 약 20여 년만에 시행돼 성공적으로 끝났다.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김호진 교수가 최근 ROSS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대동맥 판막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했다. 대동맥 판막 손상, 어떤 문제가 있는가대동맥 판막은 심장과 대동맥 사이의 혈액 흐름을 조절한다. 심장에서 대동맥으로 혈액이 나갈 때 열렸다가 닫힘으로써 혈액이 심장으로 역류하지 않도록 한다. 판막이 제대로 닫히지 않으면 혈액이 역류하게 되고, 이때 심장은 -
뇌졸중? 심근경색? “조기증상과 대처 요령 기억하세요”
뇌졸중과 심근경색은 조기증상과 대처 요령을 명확히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골든타임 내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생명을 지키고 후유장애를 겪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
남성 호르몬이 심장마비 후 심근 손상 증가시켜
심장마비가 발생했을 때 심장 근육 손상은 남성에게서 더 흔하고 심각하게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염증 반응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