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장은 뇌와 함께 우리 몸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장기라 할 수 있다. 아니, 좀 더 근본적으로 보자면 뇌 역시 심장으로부터 혈액을 공급받아야 모든 기능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자면 심장이 좀 더 우위에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심혈관계 질환은 암, 뇌혈관 질환과 함께 주요 사망원인으로 꼽힌다.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봐도 늘 상위권에 거론된다. 심혈관계 질환 중에서도 급성으로 나타나는 심근경색은 늘 1, 2위를 차지하는 데다가 초기 사망률도 높다.
심근경색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질환이지만, 전체적인 통계를 보면 여름에 좀 더 많이 발생하는 경향을 보인다. 수분 손실이 많은 계절인 만큼 전체 혈액량이 감소하거나 혈액 농도가 높아져 혈전이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해 여름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순환기내과 최연직 교수는 “더위 뿐만 아니라 습도, 기압 등이 심근경색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됐으며, 우리나라가 갈수록 아열대화되고 있기 때문에 여름철 급성 심근경색에 경각심이 필요하다”라고 이야기 한 바 있다.
갑작스레 나타나 생명을 앗아가는 심근경색. 대응할 여유도 충분치 않은 병이므로 사전에 정보를 충분히 알아두는 편이 좋다. 심근경색은 왜 발생하는 것이며, 심근경색전조증상은 무엇인지, 발병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심근경색, 왜 발생할까?
우리의 심장은 온몸에서 필요로 하는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 쉬지 않고 일하는 핵심 기관이다. 24시간 스스로 작동하는 지능형 펌프와 같다고 할까. 심장은 주먹만한 크기의 근육 조직이며, 자발적으로 자극을 만들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한다.
심근경색이라는 말을 풀어보면, ‘심장 근육에 발생한 혈관 막힘’이다. 심장은 스스로 펌프질해서 내보낸 혈액의 일부를 다시 공급받는다. 심장이 짜낸 혈액은 대동맥을 통해 출발하며, 이때 대동맥에서 뻗어나온 ‘관상동맥’이라는 작은 혈관이 다시 심장으로 혈액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심근경색은 이 관상동맥이 막혀 혈액을 공급받지 못하는 상황을 가리킨다. 혈관 문제로 발생하는 질환들이 대부분 그렇듯, 원인은 혈전 또는 콜레스테롤이다. 관상동맥은 약 2~4mm 정도의 혈관이기 때문에 내벽에 혈전이나 기름이 끼면 급격하게 좁아질 수 있고, 어느 순간 혈관 전체를 막아버릴 수 있다.
우리 몸의 모든 장기가 그렇듯, 혈액 공급이 중단되면 산소와 영양분 공급 중단으로 이어지며 곧장 손상이 시작된다. 심장의 근육이 손상되면 펌프 기능이 약해져 혈압이 떨어질 수 있고, 심해지면 아예 멈춰버릴 수 있다. 그 어떤 질환보다도 ‘시간과의 싸움’이 중요하다 할 수 있다.

여름에 더 치명적일 수 있는 심근경색
일반적인 상식을 기반으로 하면 심근경색도 겨울에 더 자주 발생할 거라 생각할 수 있다. 기온이 내려가면 혈관이 즉각적으로 수축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혈압과 심박수가 높아지며 혈액 내 노폐물이 쌓일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자. 심근경색의 주된 원인은 대부분 ‘혈전’이다. 이는 혈액이 끈적끈적해져 발생하는 경우가 흔하다. 여름과 같이 높은 기온에 노출되면 우리 몸은 체온을 낮추기 위해 땀을 내보내는데, 이 과정에서 체내 수분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혈액이 끈적끈적해지기 쉽다. 즉, 평소에 별 문제가 없다가도 급작스럽게 혈전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추운 날씨로 인해 혈관이 수축함으로써 심근경색이 발생하면 보통 전조증상을 동반한다. 가슴 부위 통증이 지속된다면 보통 불안하기 쉬우므로, 환자 입장에서는 진단을 받으러 오는 경우가 흔하고 이를 통해 심근경색 징후를 조기에 발견해 조치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여름철 수분 손실로 인해 생기는 혈전은 흉통 외에 현기증과 같은 다른 증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가슴에 직접적으로 발생하는 통증이 아니기 때문에 심근경색과 연관짓지 못하는 경우다. ‘좀 쉬면 낫겠지’하고 가볍게 여길 수 있는 증상이 사실상 심근경색전조증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심장학회의 통계치에 따르면 기온이 32도 이상으로 올라갔을 때 심근경색 환자가 약 20%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근경색전조증상, 무엇으로 알 수 있나?
심근경색전조증상 또는 관련한 응급상황을 경험한 이들은 보통 ‘심한 흉통’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 정도로 끄덕이고 넘어가기에는 좀 불안하다. 일단 가슴이라 말하는 부위가 꽤 넓은 편인 데다가, 흉통은 일상에서 꽤나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증상이다.
흉통을 유발할 수 있는 병증은 다양하다. 심장과 폐에 관련된 염증, 해당 부위의 근육 및 신경통을 비롯해, 역류성 식도염과 같이 비교적 흔한 질환도 때때로 흉통을 유발한다. 즉, 모든 종류의 가슴 통증이 심근경색전조증상이라 볼 수도 없다.
다만 포인트는 심근경색이 가져오는 통증은 그야말로 ‘수준’이 다르다는 데 있다. ‘가슴을 쥐어짜는 듯하다’라거나 ‘짓누르는 것 같다’라는 건 그나마 온건한 표현에 속한다. 사람에 따라 느끼는 통증의 정도가 다를 수 있다지만,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거나 ‘불로 지지는 듯하다’, 혹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다’는 극단적인 표현을 하는 데는 어느 정도 통용되는 기준점이 있을 것이다. 호흡곤란이 동반되는 경우 당장 몇 번의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는 것조차 힘들다고 말하기도 한다.
핵심은 위와 같은 격심한 수준의 가슴 통증이 20분~30분 가까이, 혹은 그 이상 지속된다는 것이다. 다른 증상으로 인한 흉통에 비해 압도적으로 시간이 길고, 통증의 강도 역시 높다는 것이 심근경색전조증상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심장의 위치를 정확히 알아두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흔히 심장은 왼쪽 가슴에 있다고 아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확히는 중앙에서 약간 왼쪽으로 치우쳐 있다고 보는 편이 맞다. 흉골을 기준으로 왼쪽으로 약 ⅔ , 오른쪽으로 ⅓ 정도다. 이 부위에 심한 흉통이 발생한다면 심근경색전조증상을 의심해볼 수 있다.
가슴에서 시작된 통증이 다른 부위까지 퍼지는 방사통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 경우 왼쪽 어깨 등 심장 쪽 신경과 연결된 부위에까지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조치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예후
심장의 혈액 공급 중단은 촌각을 다투는 응급상황이다. 막혀버린 관상동맥을 얼마나 빨리 뚫어 주느냐에 따라 예후는 달라진다. 심장근육에 다시 혈액이 공급되기까지의 시간이 짧을수록 본래에 가까운 수준으로 재생될 수 있다. 반대로 제 시간 내에 조치를 받지 못하면 생명을 건지더라도 심장근육이 영구적으로 손상돼 제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단 하나, ‘시간’이다. 보편적인 심근경색의 골든타임은 2시간으로 알려져 있다. 30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할 수 있다면 생명에 지장이 없고 후유증도 거의 없는 편이다. 그 이상의 시간이 초과될 경우,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느냐에 따라 후유증이 달라질 수 있고, 경우에 따라 회복이 불가능할 수 있다.
모든 질환은 예방이 중요하다. 다만 심근경색의 경우 그것조차 쉽지 않다. 서울아산병원의 관련 자료에 따르면 심근경색 환자들의 경우 약 50% 이상이 평소 아무런 증상이 없다가 갑작스레 발생한다. 즉, 평소 습관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있더라도, 꾸준히 검진을 받으며 이상이 없다는 결과를 갖고 있더라도 전적으로 안심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 증상의 발생 자체를 의도적으로 막을 수는 없더라도, 치료 및 회복 가능성이나 후유증 등을 고려하면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건강한 생활습관이 무엇인지는 굳이 상세하게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금연, 금주, 식사, 운동 등이다. 정기적인 건강검진에서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치(130mg/dl) 이상으로 나온다면 반드시 그보다 낮게 될 수 있도록 조절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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