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모티콘은 온라인 기반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어떤 사람은 이모티콘을 매우 활발하게 사용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이를 두고 보통은 ‘개인 성격차’라고 이야기한다.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것이 아닌 만큼, 굳이 심오하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새로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모티콘의 사용 빈도가 ‘감성 지능(Emotional Intelligence)’ 및 ‘심리적 애착 스타일’과 연관이 있다. 감성 지능이 높고 안정적인 애착을 가진 사람일수록 이모티콘을 더 자주 사용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감성 지능이란 무엇인가?
감성 지능이란, 한 개인이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이해하며 조절하는 능력을 기본으로 한다. 여기에 더해 타인의 감정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능력까지 포함된다. 이 때문에 감성 지능은 대인 관계를 긍정적으로 끌어갈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인간은 생각보다 자기자신의 감정을 올바르게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감정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은 타인의 감정을 인식하는 데도 어려움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식의 ‘감정적 불통’으로 인해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기도 하며, 좋게 형성될 수 있었던 인간관계가 부정적으로 매듭지어지는 경우도 있다.
반면, 감성 지능이 높은 사람은 자신의 현재 감정 상태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표현할 수 있다. 따라서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도 뛰어난 편이다. 따라서 대인 관계에서 감정을 묵혀두거나 놓치는 일이 상대적으로 적고, 보다 원활한 대인 관계를 이끌어가는 경향을 보인다.
연구에 따르면 감성 지능이 낮은 사람들은 우울이나 불안 장애 등 정신건강 문제에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감정을 적시에 파악하지 못해 혼란을 겪다가 뒤늦게 후회하거나, 순간적인 감정을 적절히 다스리지 못해 대인 관계에서 낭패를 겪는 경우가 많다. 이런 문제들이 쌓여서 심리적·정신적으로 스스로를 옭아매는 경우가 있다.
감성 지능과 이모티콘의 관계
감성 지능은 후천적으로 발달시킬 수 있는 능력이며, 감성 지능이 낮음으로 인해 발생한 정신건강 문제 역시 해결 가능하다. 일기 쓰기와 같은 자기 인식 향상, 마음챙김 명상과 같은 감정 조절 기술,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 개발 등의 실천적 방법론을 통해 감성 지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가장 일상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이모티콘’의 사용이다. 자신의 감정과 상대방의 감정을 정확하게 인식한 사람들에게 있어, 이모티콘은 원만하고 부드러운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주고받을 수 있는 수단이다.
말에는 어조, 소리의 높낮이, 리듬 등이 존재하기 때문에 의사소통에 있어 감정의 전달이 비교적 명확하다. 하지만 텍스트 기반의 소통에서는 감정의 전달이 제한적이다. 이모티콘은 이러한 텍스트 기반 의사소통을 보완해 감정적 교류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텍스트로만 이야기를 주고받다보면 분위기가 사무적이고 다소 딱딱한 느낌이 들 수 있다. 이때 적절한 수준으로 이모티콘을 사용하면 보다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낯설고 어색한 관계에서 보다 부드러운 접근과 아이스 브레이킹이 가능해지는 경우도 있다.

감성 지능 높을수록 이모티콘 자주 사용
실제로 감성 지능이 높을수록 이모티콘을 더 자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국제 오픈 액세스 저널인 「플로스 원(PLOS ONE)」에 게재됐다.
미국 인디애나 대학 킨지 연구소의 시몬 뒤베 박사는 32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주요 포인트는 성별, 관계 유형에 따른 이모티콘 사용 빈도, 애착 스타일, 감성 지능이었으며, 각 요인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조사했다.
연구팀의 결과에 따르면, 감성 지능이 높은 사람, 그리고 안정적인 애착 유형을 가진 사람일수록 이모티콘을 더 자주 사용하는 경향이 있었다. 성별에 관계 없이 회피 애착 수준이 높을수록 연인 또는 이성 친구에게 이모티콘을 덜 사용하는 경향을 보였다. 여성은 회피 애착 수준이 높을 경우 친구에게도 이모티콘을 덜 사용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뒤베 박사의 연구 결과는 대부분 교육 수준이 높은 백인이라는 점, 기혼자이며 영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모집단 보편성의 한계가 있다. 즉, 인종과 교육 수준, 결혼 여부, 사용하는 언어 등에 따라 다른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뒤베 박사는 이 연구가 심리학은 물론 온라인 기반 커뮤니케이션, 감성 지능과 심리적 애착 등에 관한 연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보고 있다.
감정, 감추는 게 능사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감정 표현을 잘 하지 않는, 혹은 하지 못하는 경우를 흔히 본다. 물론 세계적으로도 ‘전통적 남성성’이라는 이념에 근거해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문화적으로 개인의 감정을 내면화하는 경향이 좀 더 흔하게 드러나 있다.
이로 인해 사회적으로 감성 지능이 낮아보이는 현상이 발생했다. 자신의 감정을 감추고 타인의 감정에 관심을 갖지 않는 ‘감정적 불통’은 없어도 될 오해를 낳고, 인간관계를 소원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의도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어떤 사람은 감정을 드러내는 방법을 몰라서 종종 오해를 사기도 한다. 인간관계에서의 오해와 잘못된 소통은 원치 않는 외로움으로 이어질 수 있고,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일상에서의 이모티콘 사용은 감정 표현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비교적 접근성이 좋은 실천방법이 될 수 있다. 얼굴을 대면하고 말로 하는 소통에 비해 문자로 주고받는 소통은 보다 편할 수 있으며, 여기에 이모티콘을 통한 감정 표현 보조를 받는다면 한결 수월하게 감정적 교류를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약점을 드러내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그것이 자신의 정신건강을 담보로 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인간 대 인간의 관계에서 표현하지 않는데 알아준다는 것은 없다. 자신을 돌보며 살아가기도 바쁜 게 사람이기 때문에, 표현하지 않는 타인까지 챙겨줄 여력이 없는 탓이다.
보다 풍요로운 대인 관계와 유의미한 사회적 상호작용을 누리며 살아가기 위해, 감성 지능을 높이는 노력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방법은 어렵지 않다. 이모티콘부터 시작하면 된다.

-
‘전통적 남성성’에 공감하면 자살 위험 높다?
‘전통적인 성 역할’은 대개 고리타분한 것으로 인식된다. 살아가는 모습이 달라졌음에도, 여전히 전통사회에서나 통용되던 이념이나 관습이 강조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사람들의 뇌리에 깊숙이 박혀서 종종 무의식적인 행동이나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현실과 맞지 않는 생각은 대개 폐해를 낳는다. ‘전통적 성 역할’로 인해 남성의 자살 위험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 또한 그 맥락이라 할 수 있겠다. 엘스비어(Elsevier)가 발행하는 오픈 액세스 다학제 저널 「헬리온(Heliyon)」에 게재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전통적인 남성의 이 -
'심리적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은?
인간의 몸은 다쳤을 때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어느 정도 수준까지의 상처는 자연스레 아무는 것이 일반적이며, 너무 크거나 깊은 상처가 아니라면 흔적도 남지 않는다. 이는 신체에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는 ‘정상’으로 규정된 상태로 다시 돌아가려는 성질이므로, 항상성(Homeostasis)의 한 형태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이런 회복탄력성은 신체 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적용된다.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등 마음이 불편한 상황에서는 다시 편안함을 되찾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실, 요 -
건강한 정신, ‘나만의 세계’를 벗어나야 한다
사람들은 아주 가까운 곳에 ‘정보의 바다’를 두고 살아간다. 항상 손 안에 있거나, 혹은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것, 바로 스마트폰이다. 조그만 기기 하나로 우리는 세상의 대부분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다. 직접 발로 뛰어야만 얻을 수 있는 일부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정보가 온라인 네트워크에 흘러다닌다.원하는 정보가 있다면 검색을 통해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는 세상. 이젠 그것이 자연스러운 일로 여겨진다. 이런 흐름 속에서 놓치게 된 것이 하나 있다. 자신의 관심사와 성향에 따른 정보만 주로 접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당 -
의사소통 원활하지 않다면? 정신건강 문제일 수도
의사소통이란, 단지 언어를 통해 대화를 주고받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비언어적 수단을 통해 표현되는 것들을 캐치하는 것, 다른 사람의 감정을 해석하는 것, 주변의 의도와 기대를 이해하는 능력까지도 모두 의사소통에 포함된다.이런 넓은 의미에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종종 보았을 것이다. 특히 요즘 들어 사람간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 모습은 더 흔히 발견되는 듯하다. 원인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흔히 말하는 세대간 갈등, 혹은 개인 이기주의 등이 지목된다. 하지만 이것이 ‘정신건강 문제’와 관련돼 있다고 한다면 어떻게 반 -
사회적 에너지 회복, ‘덜 완전한 고립’이 더 낫다
인간사회는 때때로, 아니 꽤 자주 피로감을 준다. 다른 생각과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은 분명 흥미로울 때도 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거슬릴 때도 많다. 인간사회의 어쩔 수 없는 양면성이다.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지친 사람들은 때때로 인적이 없는 곳으로 떠나기도 한다. 사람으로 인해 쌓인 스트레스는 사람을 멀리함으로써 풀 수 있다는 생각일 것이다. 실제로 꽤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는 방법이지만, 여기 참고할 만한 연구 결과가 하나 있다. ‘완전한 고립’보다는 ‘덜 완전한 고립’이 정신건강 측면에서 더 나을 -
좋은 삶을 누리기 위한 ‘심리적 풍요’의 전략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 좋은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마음챙김' 전략이 필요하다. -
발렌타인 척도, 7가지 질문으로 ‘바람직한 관계’ 평가
지금 당신의 연인 또는 부부 관계는 충분히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가? 여기 단 7가지 질문으로 관계의 건강 여부를 측정해볼 수 있는 심리학 도구가 있다. -
좌뇌와 우뇌, ‘타인에 대한 공감’은 우뇌에 있다
좌뇌와 우뇌가 각기 다른 기능을 주로 담당한다는 이야기는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뇌의 기능적 편측화를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국내 연구팀에 의해 제기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