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사회는 때때로, 아니 꽤 자주 피로감을 준다. 다른 생각과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은 분명 흥미로울 때도 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거슬릴 때도 많다. 인간사회의 어쩔 수 없는 양면성이다.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지친 사람들은 때때로 인적이 없는 곳으로 떠나기도 한다. 사람으로 인해 쌓인 스트레스는 사람을 멀리함으로써 풀 수 있다는 생각일 것이다. 실제로 꽤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는 방법이지만, 여기 참고할 만한 연구 결과가 하나 있다. ‘완전한 고립’보다는 ‘덜 완전한 고립’이 정신건강 측면에서 더 나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덜 완전한 고립’의 의미
혼자 있고 싶을 때, 당신은 어떤 방법을 선택하는가? 물론 방문을 꼭 닫고 이불 속에 틀어박혀 잠을 자거나 쉬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밖으로 나가고 싶어질 때도 있다. 나가고는 싶지만 다른 사람과 엮이고 싶지 않다면, 인적이 많지 않은 산을 찾거나 관광지와 거리가 먼 호숫가나 바닷가 같은 곳을 찾게 마련이다. 혹은 지방의 한적한 도로를 홀로 드라이브하거나.
이런 것들은 ‘완전한 고립’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덜 완전한 고립’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어느 정도 감이 잡힐 것이다. 예를 들면, 사람들이 어느 정도 있는 카페에 혼자 자리를 잡고 앉는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주위에 사람은 있지만 나와 별다른 상호작용을 하지는 않는다. 그 사이에서 이어폰을 끼고 동영상에 심취하거나 노이즈 캔슬 기능을 켜놓고 책 읽기에 몰두할 수도 있다.
즉, ‘덜 완전한 고립’이란, 기본적으로 고립 상태지만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의 상호작용은 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미국 오리건 주립대학에서는 이런 ‘덜 완전한 고립’ 상태의 활동이 완전한 고립 상태에 비해 정신건강 측면에서 좀 더 이점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두 가지 형태의 ‘덜 완전한 고립’
두 대학의 공동연구팀은 현대사회의 특징을 고려하여 고립을 두 가지 형태로 나누어 접근했다. 하나는 실제 사람과의 접촉 및 소통이 전혀 없는 물리적 고립, 다른 하나는 SNS 등 온라인 미디어 사용을 차단하는 네트워크적 고립이다.
그런 다음 이 두 가지 형태를 조합한 ‘고독 매트릭스’를 만들었다. 두 가지 형태의 고립을 모두 적용한 경우, 물리적 고립만 적용한 경우, 네트워크 고립만 적용한 경우, 두 가지 모두 적용하지 않은 경우다. 첫 번째 경우는 ‘완전한 고립’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으며, 각각 한 종류씩의 고립만 적용한 두 번째와 세 번째 경우는 ‘덜 완전한 고립’이라 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900명의 미국 성인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한 종류씩의 고립을 적용한 ‘덜 완전한 고립’이 에너지 회복 및 사회적 연결감을 유지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완전한 고립 상태에서는 오히려 우울증이나 불안, 스트레스 징후가 더 심화될 수 있는 위험이 높았다.
에너지 회복 위한 ‘덜 완전한 고립’
오리건 주립대학 커뮤니케이션 조교수인 모건 퀸 로스는 “우리 연구는 사회적 상호작용의 반대편이 완전한 고립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라며 “활발한 사회적 상호작용은 사람 사이의 연결을 만들어내는 대신 에너지를 고갈시키지만, 완전한 고립은 연결과 에너지 모두를 고갈시킨다”라고 이야기했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사회적 상호작용 관련 이론에 따르면, 타인과의 상호작용은 사회적 에너지를 소모하는 대신 인간관계를 구축·강화한다. 반대로 고립은 인간관계를 희생하는 대신 사회적 에너지를 회복하는 수단이다. 따라서 이 둘을 균형 있게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로스 조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활발한 상호작용의 반대편에는 ‘덜 완전한 고립’이 있어야 양쪽의 균형이 들어맞는다. 기존의 이론대로 상호작용과 완전한 고립을 활용할 경우, 오히려 에너지는 회복되지 않고 고갈되기만 하므로 균형을 되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자신만의 최적화된 회복 방법 생각해보기
흔히 ‘외향적인 사람’은 에너지 회복조차 사람 사이에서 이루어진다고 이야기한다. 일이나 공식적인 관계에서 에너지를 소모한다면, 친구 등 편안한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에너지를 회복한다는 것이다. 반면, ‘내향적인 사람’은 모든 종류의 인간관계에서 에너지를 소모한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에너지 회복을 위해 철저한 고립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로스 조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연구 결과는 외향적·내향적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에게 적용된다. 내향적인 사람일지라도 완전한 고립보다는 적당한 수준의 ‘덜 완전한 고립’이 에너지 회복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방 안에서 홀로 고독을 씹는 것보다는, 소수의 친구들을 만나거나 아는 사람이 없는 공간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는 편이 더 낫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번 연구의 대상이 된 사람은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또한, 미국 성인들만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보편적이라 말하기에도 한계가 있다. 연구 결과와 관계 없이 그냥 방에서 혼자 쉬는 게 더 좋은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연구 결과가 내놓은 메시지만큼은 충분히 생각해볼 가치가 있다. 이번 연구의 결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내키지 않은 사람들에게 ‘문을 열고 나와라’라는 의미가 아니다. 사회적 에너지를 회복하기 위한 자신만의 최적화된 방법이, 어쩌면 굳게 닫힌 방문 밖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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