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공동연구팀이 알츠하이머의 원인이 되는 ‘타우 단백질’ 제거 메커니즘을 발견했다.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알츠하이머 예방 및 치료를 위한 약제 개발에 또 한 번의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마이크로바이옴융합연구센터 이정수 박사 연구팀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류훈 박사 연구팀, 미국 보스턴 의과대학 이정희 교수 연구팀과 함께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는 신경병리학 분야 국제 저널 「악타 뉴로파솔로지카(Acta Neuropathologica)」 온라인 판에 지난 9월 24일자로 게재된 바 있다.
전 세계적 과제, 알츠하이머
알츠하이머는 치매에서 가장 흔한 유형으로 꼽힌다. 뇌의 신경세포가 점진적으로 파괴되며 인지 기능이 저하돼 가는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알츠하이머 환자 수는 2023년 기준 약 62만5천여 명이다. 5년 전인 2019년에 약 49만5천여 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고령화와 함께 발병 사례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알츠하이머는 진행 속도를 늦추는 방법만 알려져 있을 뿐 명확한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환자 수가 증가할수록 요양급여 비용도 빠르게 증가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향후 고령화와 함께 환자 수가 증가하는 만큼, 사회적 부담 또한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비슷한 추세를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알츠하이머 환자는 약 5천만 명 이상이다. 특히 65세 이상 인구에서 알츠하이머 유병률이 급격히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고령화 여부와 무관하게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가를 가리지 않고 치료제 개발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이유는 충분히 설명이 된다.
손상 단백질 제거하는 단백질 VCP
한-미 공동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발로신 함유 단백질(Valosin-Containing Protein, 이하 VCP)’이다. VCP는 손상된 단백질을 제거하는 자가포식(Autophagy) 과정을 통해 ‘단백질 항상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즉, VCP가 분해 대상이 되는 단백질을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VCP는 자가포식 과정을 통해 세포가 손상된 요소를 제거하고 그로부터 얻은 에너지를 재활용할 수 있게 한다. 이로써 세포의 항상성을 유지하고 세포가 제 기능을 건강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
타우 단백질은 본래 신경 세포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하지만 비정상적으로 응집될 경우 신경 세포의 기능을 방해하고 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는 등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VCP의 판단 기준에서 축적된 타우 단백질은 명백한 제거 대상이 된다.
공동연구팀은 쥐와 제브라피쉬 동물 모델 실험을 통해 알츠하이머의 원인이 되는 ‘타우 단백질’과 VCP의 발현 사이에 반비례 관계가 나타난다는 점을 확인했다. 즉, VCP 발현이 증가하면 타우 단백질 응집이 감소하고, VCP 발현이 감소하면 타우 단백질 축적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공동연구팀은 단백질 발현 조절을 통해 VCP를 증가시키면 자가포식이 활성화되며 타우 단백질이 제거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때 알츠하이머가 유도된 쥐 모델은 인지 기능 저하로 인해 나타났던 행동까지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연구팀은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 조직에서도 VCP와 타우 단백질이 반비례 관계에 있음을 임상적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뚜렷한 진전
VCP는 본래 희귀질환인 다기관 단백질 질환(MultiSystem Proteopathy)과 관련이 있었다. 여러 장기의 세포에서 비정상적인 단백질 응집이 발생해 근육 약화, 운동 기능 저하, 인지 기능 저하 등 전신다발성 기능 저하를 초래하는 질환이다. 기존 연구를 통해 이 질환이 VCP의 결핍 또는 기능 이상으로 인해 발생한다는 점이 알려져 있었다.
알츠하이머 역시 비정상적인 단백질 응집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VCP를 통해 제거할 수 있을 거라는 예상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까지는 그 구체적인 메커니즘이나 효과가 발표된 적이 없었다. 이번 연구는 VCP에 타우 단백질 응집을 제거하는 효능이 있음을 밝혀낸 것으로, 향후 VCP가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한층 뚜렷해졌다.
이번 연구의 책임자인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이정수 박사는 “아직 명확한 치료제가 없는 알츠하이머 등 타우 관련 퇴행성 뇌질환의 치료에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 연구”라며 “다양한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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