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과 몇십 년 사이에 ‘기대 수명’이 크게 늘었다. 2023년 기준 평균 기대 수명은 남성 80세, 여성 86세, 남녀 평균 약 83세다. 하지만 오래 사는 것과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노화로 약해진 상태에서 단순히 생명만 연장되는 것은 어찌 보면 오히려 두려운 일일 수 있다. ‘건강 수명’을 따로 챙겨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떠오르고 있는 키워드가 바로 ‘저속노화’, 그리고 ‘항노화’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연구팀이 그 일환으로 ‘장내 미생물이 노화를 늦추고 건강에 긍정적 효과를 미친다’는 점을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미토콘드리아 항상성 강화하는 물질
GIST 의생명공학과 류동렬 교수 연구팀은 충남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 이현승 교수팀, 고려대학교 생명공학부 최동욱 교수팀, 에이치이엠파마, 아모레퍼시픽 연구진과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공동연구팀은 유산균 생균이 만들어내는 ‘대사체’에 주목했다. 장내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대사산물 중 ‘3-페닐락틱산(PLA)’이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의 항상성을 강화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생성하는 세포 내 소기관이다. 세포가 생존하고 기능을 수행하는 것, 성장하고 분열하는 일련의 과정에는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미토콘드리아의 중요성은 그만큼 높을 수밖에 없다.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그 부산물로 ‘활성산소(ROS)’를 함께 만들어낸다.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바로 그것이다. 적당한 수준이 발생하면 항산화 시스템에 의해 상쇄되지만, 세포의 노화 및 손상 등으로 인해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 약해지면 이 균형이 깨져 활성산소가 과도해질 수 있다. ‘미토콘드리아 항상성’이 중요한 이유다.
노화 관련된 증상에 효과적 대응
공동연구팀이 발견한 PLA는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개선한다. 세포 노화에 따라 저하되는 에너지 생산 능력을 보강함으로써, 세포가 본연의 기능을 유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활성산소의 생성을 조절하고, 미토콘드리아가 더 오랫동안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이는 전체적인 세포에 고르게 영향을 미친다. 전체 대사는 물론 심혈관계, 신경계 등도 영향을 받게 되므로, 노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다양한 질환의 발생 위험이 줄어든다. 전신의 세포들이 본연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면, 자연스레 기능 저하도 늦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화와 깊은 관련이 있는 근육 세포에서 두드러진다. 근육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가 항상성을 유지하게 되면, 노화에 따른 근육량 감소가 늦춰질 수 있다. 덧붙여 근력 운동에 더 잘 반응해 근육의 질과 기능을 개선하는 데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즉, PLA를 섭취하면 근감소 예방을 비롯해 전반적인 노화에 대항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토콘드리아 항상성 최대 80% 회복
연구팀은 건강 수명을 객관적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건강 노화 인덱스(Healthy Aging Index, HAI)’를 개발했다. 자발적 움직임으로 측정하는 ‘활력’,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통해 측정하는 ‘산소 소비량’, 모든 세포의 에너지원인 ‘ATP 생성량’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단순히 수명이 연장되는 것인지, ‘건강 수명’이 연장되는 것인지 구분하고자 했다.
연구팀은 HAI에 근거해 PLA가 꾸준히 공급됐을 때의 효과를 검증했다. 통상적으로 노화 과정에서 미토콘드리아의 항상성은 적게는 20%, 많게는 80%까지 감소한다. 하지만 식사를 통해 PLA를 공급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비교했을 때, 산소 소비량은 약 1.5배, ATP 생성량은 약 1.8배 증가한 수치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PLA 공급이 미토콘드리아 항상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분석을 통해 수치로 나타낸 결과, 젊은 개체에 비해 ‘최대 80%’까지 회복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PLA가 노화 관련 질환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포인트다.
이밖에도 PLA를 투여한 경우, 투여하지 않은 경우에 비해 ‘스트레스 저항성’이 약 1.5배~2배 증가, 수명은 6.6%~21.2%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체적인 HAI로 산출한 결과, 약 150%의 향상된 값을 보였다.
GIST 류동렬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장내 공생미생물이 만들어내는 대사 산물이 노화 관련 질환을 개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최초로 보여준 사례”라고 말하며, “건강 노화 인덱스(HAI)는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약물’을 개발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지표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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