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위에 한 명쯤, ‘타고난 동안’인 사람이 있지 않은가? 건강한 피부를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기본적인 수준의 관리만 하는데도 그야말로 ‘꿀피부’를 유지하는 사람, 더 어리거나 젊어보이는 사람을 한 번쯤은 보았을 것이다.
실제로, 나이에 비해 젊어보이는 외모를 가진 사람들은 ‘신체 나이’도 상대적으로 더 어릴 가능성이 있다. 물론 100% 다 그렇다는 건 아니다. 다만 실제 나이보다 젊어보이는 외모를 지닌 경우, 피부 탄력이나 주름 등 노화 관련 증상에 대한 ‘저항력’이 더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수명은 세포의 노화 한계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노화에 대한 저항력은 곧 수명을 늘리는 것과 같다. 이런 ‘노화 저항력’은 후천적으로도 가질 수 있다. ‘건강한 생활습관’을 계속 강조하는 이유다.
최근 「네이처(Nature)」에 다소 난해하지만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게재됐다. ‘유전자’와 ‘생활습관’ 중 수명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인지에 대한 것이다. 이른바 ‘선천적 요인 vs 후천적 요인’의 대결이라 할 수 있겠다. 과연 둘 중 무엇이 더 큰 영향력을 가질까?
타고난 장수 유전자 vs 해로운 생활습관
인간의 노화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들은 말한다. ‘장수하는 사람들’을 연구해보면 그 부모와 조부모 역시 오래 살았거나 현재 장수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는 20세기 초 유전학 연구에서 ‘장수와 관련된 유전적 요인 연구’가 진행되면서부터 익히 알려져 있던 사실이다. 이후로 진행된 연구에서도 ‘장수의 경향은 유전적 요인과 관련이 있다’라는 사실이 더욱 명확해져 왔다.
최근의 동향을 보자. 우리는 종종 건강에 관한 ‘비관적인 통계’를 접한다. 젊은 연령대에서 대사이상 질환의 발병률이 증가하는 등 건강에 부정적인 시그널이 흔히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통계들은 보통, 발병률이나 환자 수가 해마다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는 젊은 연령대의 사람들 중 건강하지 않은 생활습관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유전자’와 ‘생활습관’의 대립이 발생한다. 그렇다면 ‘장수 유전자’를 타고난 사람, 즉 대대로 장수하는 경향이 있는 집안의 사람이라면 어떨까? 건강하지 못한 생활습관은 그의 장수 유전자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보통 선천적인 요인과 후천적인 요인이 맞붙게 되면, 후천적 요인 쪽에 힘이 실리는 경우가 많다. 타고난 것은 ‘고정돼 있는’ 것이지만, 후천적인 것은 계속 바꿔갈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수명에서도 그럴까?
유전적 요인과 식이 제한, 더 효과적인 쪽은?
1930년대 수행된 연구에서는 ‘칼로리를 제한한 쥐가 마음껏 먹은 쥐보다 더 오래 산다’라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또한, 1990년 연구에서는 인간의 유전자와 유사성을 갖고 있는 미세 선충(C.elegans)을 대상으로 수명에 관한 실험을 진행했다. 이때 유전자에 작은 변화를 줬을 때, 선충의 수명이 두 배로 늘어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오늘날 노화를 이해하고 그 속도를 늦추기 위한 연구의 기초가 되었다. 유전자에 가해진 후천적인 개입, 즉 ‘식습관이나 생활습관의 변화’가 유전적 수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네이처에 게재된 최근 연구에서는 ‘특정 유전자가 긴 수명과 연관이 있는지’를 확인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유전적으로 다양한 조건을 지닌 960마리의 쥐를 확보했다. 생활습관의 대표적 요소라 할 수 있는 ‘식단’, 그리고 쥐들이 가지고 있는 유전적 요인을 변수로 두고,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고자 한 것이다.
쥐들에게는 각각 여러 형태의 식이 제한 방법을 적용했다. 자유롭게 먹는 그룹, 20% 적은 칼로리를 섭취하는 그룹, 40% 적은 칼로리를 섭취하는 그룹, 그리고 1일 간헐적 단식을 실시하는 그룹, 2일 간헐적 단식을 실시하는 그룹 등 다양한 식단 조건으로 세분화했다.
적게 먹으면 수명 늘지만, ‘유전적 요인’이 더 강해
결과는 어땠을까? 어차피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니 맞춘 사람도 꽤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확률로 따지면 50%니까. 연구 결과, ‘유전적 요인에 의한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유전적으로 수명이 짧았던 쥐들은 식이 제한을 적용함으로써 어느 정도 더 오래 살았지만, 애당초 수명이 긴 쥐들과 격차를 좁히지는 못했다.
물론, 1930년대부터 밝혀진 전통적 연구 결과대로, 칼로리 제한의 수명 연장 효과는 뚜렷했다. 40% 적은 칼로리를 섭취한 그룹은 20% 적은 섭취 그룹에 비해 평균 수명, 최대 수명 모두 더 높게 나타났다. 20% 적게 섭취한 그룹 역시 자유롭게 먹은 그룹보다는 더 나은 결과를 보였다.
다만, 유전적 요인의 영향력이 더 컸다. 유전적으로 수명이 긴 쥐들은 상대적으로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했지만, 더 적게 먹고 수명이 더 짧은 쥐보다 오래 사는 경향을 보였다.
칼로리 제한, 적당한 선을 지켜야
가장 극단적인 그룹, 즉 섭취 칼로리를 40% 적게 제한한 그룹은 평균적으로 수명 연장 성과는 가장 두드러졌다. 다만 이들 그룹에서는 면역 기능이 떨어지거나 근육량이 감소하는 등의 부작용도 나타났다.
실험실에서는 유전 조건과 식이 제한 외의 모든 환경이 통제돼 있다. 하지만 실험실 밖에서는 감염, 낙상 등의 현실적인 문제가 존재할 수 있다. 즉, 너무 극단적인 칼로리 제한은 면역력을 떨어뜨려 질병 위험을 높이거나, 근육량 감소로 운동기능 관련 사고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자연적인 수명이 늘어나더라도, 질병이나 사고를 당할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대체로 적게 먹는 편이 수명을 늘리는 데는 유리하지만, 어느 정도 지켜야 할 적정선이 있다’라는 것이 최종 결론인 셈이다.
‘유전적 수명의 중요성’만 확인한 계기로 삼아야
물론, 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인간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고는 보장할 수 없다. 무엇보다 ‘자유롭게 식사하도록 한 그룹’의 경우, 현실에 비유하면 ‘무제한 뷔페식 식사’와 같다. 언제든 원할 때 원하는 만큼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환경은 우리네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다.
또한, 쥐들의 운동량이 통제되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같은 양을 먹더라도 적당한 운동을 하는 쪽이 더 건강하다는 사실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그렇다면 좀 더 많은 양을 먹더라도 어느 정도 운동을 하는 경우가 수명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즉, 이번 연구결과에서 우리가 캐치해야 할 부분은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다. 하나는 수명을 결정하는 요인 중에서는 ‘유전적 요인’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 그리고 식사량 조절이나 운동 등의 생활습관 개입으로, 타고난 기대 수명을 어느 정도 늘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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