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멍하니 TV를 보던 중, 한 영양제 광고에서 ‘생체 이용률(bioavailability)’이라는 말을 들었다. 곰곰이 들여다보면 말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다. 어떤 영양소를 섭취했을 때, 그것이 체내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흡수되고 활용되는지를 나타내는 말이다.
그렇다. 어떤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말 주목해야 할 핵심은 따로 있었다. 아무리 잘 챙겨먹더라도 생체 이용률이 낮다면 별 의미없이 배출될 테니 말이다. 생체 이용률이란 정확히 무엇인지, 어떤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지 등을 알아보도록 한다.
생체 이용률의 정의와 중요성
우리가 어떤 음식을 먹게 되면 소화를 통해 해당 음식에 함유된 영양소를 흡수하게 된다. 그렇게 흡수된 영양소는 대사 과정에 쓰인다. 이때 음식에 함유된 모든 영양소가 100% 그대로 쓰이지 않는다. 일정량의 손실이 발생한다. 이때 손실되지 않고 흡수 및 대사되는 비율을 가리켜 ‘생체 이용률’이라 한다.
생체 이용률은 왜 중요할까? 각각의 영양소에는 전문가들이 책정한 하루 권장 섭취량이 있다. 그리고 ‘식품 영양정보’를 보면 각각의 식품에 어떤 영양소가 100g당 어느 정도씩 들어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중요한 영양소들이 결핍되는 일이 없도록 식단을 구성할 수 있다.
한편으로, 몸에 이상이 생겼을 때 전문가 상담을 통해 특정 영양소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해보자. 해당 영양소를 보충하기 위해 어떤 음식을 얼마나 먹으면 되는지도 대략적으로 산출이 가능하다. 음식을 섭취할 때 칼로리를 계산하며 먹어본 사람, 자신의 체중에 적합한 단백질 섭취량을 계산하며 먹어본 사람이라면 좀 더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먹는 양’으로 끝이 아니다. 보통 생체 이용률은 100%가 아니기 때문이다. 즉, 권장 섭취량을 기준으로 하여 딱 맞게 먹으면 영양 결핍이 될 가능성이 높다. 생체 이용률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면, ‘충분히 먹고 있는데 영양 결핍이 발생하는 상황’을 마주할 수 있는 것이다.

생체 이용률, 어떻게 달라지나
그렇다면 생체 이용률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생식, 가공 과정, 구매 후 조리 방법 등 식재료로서 시장에서, 식탁에서 만나게 되기까지 거치게 되는 모든 과정이 생체 이용률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토마토의 경우 생으로 먹는 것보다 조리해서 먹을 때 주요 성분인 ‘라이코펜’의 생체 이용률이 증가하기도 한다.
‘신선 상태 그대로 먹을 때 가장 생체 이용률이 높다’라거나 ‘어떤 조리 방법을 사용할 때 가장 높다’라는 식으로 단순하다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그건 재료마다 다르다. 물론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서 생체 이용률이 가장 높은 재료도 있다. 하지만 어떤 식재료는 자연 그대로의 상태로 섭취할 수 없는 경우도 있으며, 조리법에 따라 생체 이용률이 크게 달라지기도 한다.
한편, 영양소 간의 상호작용도 중요하다. 특정 영양소는 서로 더 잘 흡수되도록 도움으로써, 생체 이용률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가장 널리 알려진 사례로는 철분과 비타민 C, 칼슘과 비타민 D의 관계다. 이런 식으로 서로 흡수가 잘 되도록 돕는 조합이 존재하는 경우는 반드시 함께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생체 이용률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영양소 흡수를 주도하는 기관인 장의 건강 상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이밖에 대사상 이상 증상이나 질환 보유 여부, 연령이나 성별, 유전적 요인에 따른 개인차 등이 영양소의 흡수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대표적인 생체 이용률 변화 사례
일상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식재료의 사례로는 ‘당근’을 들 수 있다. 당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대표적인 영양소는 ‘베타카로틴’이다. 항산화 물질인 카로티노이드의 일종이며, 비타민 A의 전구체이기도 하다. 당근은 생으로 먹기도 하지만 조리해서 먹을 때 생체 이용률이 더 높아진다. 특히 기름을 사용해 조리할 때 세포벽이 파괴돼 베타카로틴을 더 쉽게 흡수할 수 있다.
여러 면에서 건강에 좋은 식품을 거론할 때 단골처럼 등장하는 식재료로 ‘시금치’와 ‘브로콜리’가 있다. 시금치의 경우 생으로 섭취하게 되면 ‘옥살산’이라는 성분이 철분의 흡수를 방해하게 된다. 식물성 식품에 포함된 철분은 본래도 흡수율이 높지 않은 편이기 때문에, 시금치는 반드시 조리해서 먹을 것이 권장된다.
브로콜리도 마찬가지다. 브로콜리는 항산화 기능이 강력한 ‘설포라판’이라는 성분을 제공하는데, 생으로 먹을 때보다 조리해서 먹을 때 생체 이용률이 증가한다. 특히 브로콜리는 찌거나 데쳐먹는 방식이 가장 영양소 파괴가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음식 재료로도 사용하고, 그 자체로도 즐겨 먹는 ‘감자’의 경우, 조리 방법에 따라 주요 성분인 전분의 생체 이용률이 달라진다. 삶거나 구우면 전분의 소화 및 흡수율이 더 높아지는 것이다. 특히 감자는 조리한 다음 식혀서 먹으면 ‘저항성 전분’이 생성돼 장 건강에도 유익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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