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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지구의 온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으며, 이에 따라 생태계의 변화 및 파괴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한편, 지구 온난화로 인한 대기 건조가 인간의 공중보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제기됐다. 공기가 건조해지면 기관지 염증과 같은 문제를 더욱 자주 겪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지구 온난화와 공기 건조

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를 주축으로 한 다기관 연구팀은 17일(월) 학술지 「커뮤니케이션즈 지구와 환경(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인간의 기도 및 기관지가 건조한 공기에 노출되면서 탈수 및 염증 위험이 높아진다고 이야기했다. 

심화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향후 기관지 염증 사례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는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만성 기침과 같은 증상부터, 천식과 같은 만성 호흡기 질환 환자도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는 경고다.

대기의 온도에 따라 습도가 달라지는 것을 가리켜 ‘상대 습도’라 한다. 기온이 높아질수록 공기가 머금을 수 있는 수분의 함량이 많아지기 때문에, 공기는 주위에서 더 많은 수분을 가져가려 한다. 이에 따라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는 공기 중에 더 많은 수분을 빼앗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연구팀은 보고서를 통해 지구의 대기가 뜨거워지면서도 상대 습도는 대체로 동일하게 유지된다고 지적했다. 공기 온도가 높아졌는데 상대 습도가 유지된다는 것은, 그만큼 공기가 주변으로부터 수분을 빨아들인다는 의미가 된다. 

이를 ‘증기압 적자(Vapor Pressure Deficit, VPD)’라 하여, 공기가 얼마나 급격하게 수분을 빨아들이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로 쓰인다. VPD가 높을수록 물의 증발 속도가 빨라지며, 그 결과로 인간은 물론 생태계 전반에 걸쳐 탈수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온도가 높아지면 공기는 그만큼 주위에서 수분을 더 빨아들이려 한다 / Designed by Freepik
온도가 높아지면 공기는 그만큼 주위에서 수분을 더 빨아들이려 한다 / Designed by Freepik

 

공기 건조와 기관지 염증

VPD가 높아진다는 것은, 인간이 보유하고 있는 수분을 빼앗길 우려가 높아진다는 의미다. 온도가 높아진 만큼 공기는 더 많은 수분을 머금으려 하고, 인간의 피부에서, 그리고 호흡을 통해 드나드는 호흡기에서도 수분을 빼앗아간다. 

인간의 건강에 ‘적정 습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여러 차례 강조된 바 있다. 적정 습도 이하의 환경은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상태가 되므로, 신체의 염증 및 면역 반응이 더 많이 일어날 수 있게 된다. 여름철 냉방이나 제습, 또는 겨울철 난방으로 인해 실내 공기가 건조해지는 경우, 그리고 구강호흡을 통해 입속이 건조해지는 경우 세균 증식에 유리한 환경이 돼 체내 염증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겸임교수인 데이비드 에드워즈는 “건조한 공기는 오염된 공기 만큼이나 ‘공기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라며 “호흡기의 수분을 관리하는 것은 청결을 관리하는 것 못지 않게 필수적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공기 중의 오염된 물질이 체내 염증을 일으키는 것과 같이, 건조한 공기도 같은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체내에서 발생하는 증산 작용

연구팀은 호흡기 점막이 건조한 공기에 노출될 경우 ‘증산 작용’이 일어나는지를 살펴보았다. 증산 작용은 본래 식물의 잎에 있는 기공을 통해 수분이 손실되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말한다. 다만, 증산율이 너무 높을 경우, 식물은 너무 빠르게 수분을 잃게 된다. 이렇게 되면 잎을 구성하는 세포에 손상이 발생할 수 있고, 나아가 식물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

연구팀은 기관지 상피 세포를 배양한 인간 기도 조직을 확보한 다음, 이를 건조한 공기에 노출시켜 점막의 두께 변화 및 염증 반응 정도를 평가했다. VPD가 높은 건조한 공기에 노출된 세포는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점액층이 얇아졌으며 염증 물질인 사이토카인 농도도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이 사전에 예측한 것과 일치하는 결과다. 

연구팀은 보다 명확한 검증을 위해 동물 모델을 활용한 실험도 진행했다. 건강한 쥐와 기도 건조증이 있는 쥐를 일주일 동안 간헐적으로 건조한 공기에 노출시켰다. 기도 건조증이 있는 쥐의 경우, 간헐적 노출만으로도 폐에서 면역 세포가 발견됐다. 호흡기에 염증 반응이 나타났다는 증거다. 반면, 습한 공기에만 노출된 쥐들에게서는 기도 건조증 여부와 무관하게 아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다. 건조한 공기가 염증 반응을 촉진한다는 근거다.

연구팀은 이 모든 결과를 종합해, 지구 온난화와 함께 대기 온도가 높아지고 공기가 건조해짐에 따라 기관지 염증 사례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가 비단 기관지 염증에만 해당하지 않을 거라고 보았다. 특히 눈 건조증 및 관련된 질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건조한 공기가 보편화되면서, 호흡기 건조로 인한 기관지 염증을 더 자주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 Designed by Freepik
건조한 공기가 보편화되면서, 호흡기 건조로 인한 기관지 염증을 더 자주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 Designed by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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