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은 누구나 몸 안에 ‘시계’를 가지고 있다. 흔히 ‘서카디안 리듬(Circadian Rhythm)’ 또는 ‘바이오 리듬’이라고도 불리는 생체주기다. 이는 환경 조건의 변화에 적응하게 도와주는 장치지만, 안타깝게도 공짜는 아니다. 어느 정도 개인차는 있지만, 계절이 바뀔 때마다 신체적·정신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시차 적응 문제의 메커니즘
인간의 생체주기는 뇌의 시상하부에 의해 조절된다. 시상하부는 자율신경계를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역으로, 호르몬 분비나 체온, 혈압 등을 조절하는 기능을 맡고 있다. 외부 환경에 의해 생체주기가 영향을 받으면 일주기 리듬에 이상이 생기는데, 이때 이러한 자율신경계 기능들도 방해를 받는다.
낮과 밤이 정반대인 나라, 혹은 시차가 큰 나라를 다녀오면 흔히 ‘시차 적응 문제’이라 불리는 현상을 겪는다. 이는 생체주기가 주위 환경에 영향을 받는 대표적인 사례다. 생체주기는 외부 환경에서 들어오는 빛의 양을 기준으로 삼는다. 즉, 시차로 인해 밝은 상태 또는 어두운 상태가 지속되면, 일어나거나 잠들어야 하는 주기가 깨지게 되고 신체 리듬 조절에도 영향을 받는 것이다.

계절에 따른 일출, 일몰 시간
국가간 이동으로 인한 시차는 극단적인 수준이며, 모두에게 적용되는 문제도 아니다. 하지만 이런 극단적 차이가 아니라도, 사람들은 누구나 생체리듬의 혼란을 겪으며 살아간다. 계절 변화에 따라 하루동안의 일조량에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간단한 예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후 6시 또는 7시에 퇴근을 한다. 여름에는 보통 오후 7시면 아직 해가 떠 있거나 서서히 저물기 시작하는 시간대다. 반면, 겨울에는 오후 7시면 이미 해가 져서 깜깜한 경우가 많다. 일출 시간 역시 계절에 따라 차이가 생긴다.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이 달라지기 때문에 일부 국가들은 ‘서머 타임’이라 불리는 일광 절약 시간제를 실시하기도 한다.
일조량과 생체주기 변화
일출시간과 일몰시간을 통틀어서 봤을 때, 사람들은 계절에 따라 약 1~2시간 사이의 일조 시간 차이를 겪는다. 언뜻 보기에는 별 차이가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생체주기를 조절하는 시상하부 입장에서는 상당한 차이다. 인간의 몸은 생각보다 훨씬 정밀한 시스템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다. 어떤 사람은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못하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은 생체주기 변화를 느낄 때 며칠 동안 피로감, 예민함에 시달린다. 집중력이 저하되고 브레인 포그(Brain Fog) 현상을 겪는 사람들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일찍 자고 일찍 잠드는 사람들에게서 흔히 나타난다.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가진 사람들 중에는 오전 6~7시 사이에 기상하는 경우가 있다. 이 시간은 여름 기준으로는 해가 떠 있는 시간이지만, 겨울 기준으로는 막 해가 뜨는 시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항상 같은 주기에 맞춰 잠들고 일어나지만, 막상 몸이 받게 되는 일조량이 달라 이상 증상을 겪을 수 있는 셈이다.

생체주기 변화의 지속기간
2021년 7월 <네이처(Nature)>에 발표됐던 한 연구에 따르면, 서머 타임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의 사람들의 대다수는 약 3일~7일 사이의 적응 시간을 필요로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머 타임 제도를 운영하지는 않지만, 실제로는 서머 타임 제도와 마찬가지로 약 1시간 남짓의 일조 시간 차이를 겪기 때문에 생체주기 변화 측면에서는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앞서도 이야기했듯 생체주기 변화에 따른 증상을 경험하는 것은 개인차가 있다. 어떤 사람은 계절이 바뀔 때 며칠 정도 잠들고 일어나는 패턴이 깨지는 경험을 하기도 하고, 그로 인해 며칠 동안 피로에 시달리거나 몸살 등 잔병치레를 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9월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발표된 한 논문에서는 ‘고지방 식단을 섭취하는 사람들이 봄에 생체주기 변화를 더 오래 겪는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지방 함량이 높은 식단을 먹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일조량 변화에 최대 20% 더 느리게 적응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한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생체주기 변화에 ‘개인차가 있다’라는 사실을 더욱 뒷받침해주는 근거로는 충분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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