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의 몸은 성장 발달을 마치는 시점부터 노화가 시작된다. 빠르게는 30대부터 골격근이 감소하기 시작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노화는 골격근의 근육량 감소 및 기능 저하를 초래하며, 이로 인해 대사 건강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국내 연구팀이 골격근 노화에 관여하는 핵심 단백질과 그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골격근 노화 메커니즘
골격근은 신체의 운동 기능을 담당하며, 그 양과 밀도 등에 따라 대사 건강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노화가 시작되고 진행되면 골격근 내의 근육 세포와 조직 구조가 변화하게 된다.
이 시점에 적절하게 근육을 사용하고 단련해주지 않으면 ‘근감소증’이 올 수 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근력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 ‘근육 1kg당 수백, 수천만 원의 가치가 있다’라고 이야기하는 이유다.
골격근은 여러 개의 핵을 가진 ‘다핵세포’로 구성돼 있으며, 여러 개의 위성줄기세포(satellite stem cell)가 합쳐지는 구조로 형성된다. 근육이 스트레스를 받거나 손상이 발생했을 때, 위성줄기세포가 분열해 새로운 근육 세포를 생성하면서 기존의 다핵세포 구조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노화로 인한 골격근 변화에서 눈여겨 봐야 하는 부분은 바로 이 위성줄기세포의 기능이 저하된다는 것이다. 근육의 재생과 회복 과정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위성줄기세포가 약화되면서 근육의 재생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이는 나이가 들수록 강도 높은 운동을 했을 때 회복이 더뎌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 근본적 원인이다.

골격근 노화를 방지하는 단백질
전북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김상현 교수 연구팀과 생리활성소재과학과 국성호 교수 연구팀은 ‘PrPC 당단백질(이하 PrPC)’이 골격근 조직의 노화 방지에 결정적 기능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PrPC는 세포의 생존 및 기능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다. 정상적인 상태에서 PrPC는 세포 간 신호 전달 및 스트레스 반응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한편, PrPC는 흔히 광우병이나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을 일으키는 프리온(Prion) 단백질로도 알려져 있다. 광우병은 비정상적인 프리온 단백질이 뇌에 축적돼 발생하는 질병으로, 인간에게도 전염될 수 있어 한때 큼직한 이슈가 되기도 했다. 한편 CJD 역시 PrPC의 비정상적인 축적으로 신경세포가 손상되는 질환이다.
이렇게 보면 PrPC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전북대 연구팀이 내놓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PrPC의 결핍이 오히려 위성줄기세포의 기능을 저하시켜 골격근 노화가 더 빨리 이루어지도록 하는 원인이 된다.
본래 위성줄기세포는 골격근 내에 위치해 있다가 근육의 손상이 발생했을 때 근육 세포로 분화해야 한다. 하지만 PrPC가 결핍될 경우, 위성줄기세포들이 지방 세포로 비정상 분화하는 현상을 일으킨다. 이는 ‘근육 내 지방 침윤(MFI)’과 같은 현상을 일으키며, 이로 인해 전체적인 대사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즉, PrPC가 골격근 노화를 예방하는 핵심 단백질인 셈이다.

PrPC의 중요한 역할
연구팀은 또한, PrPC가 골격근의 운동 기능 및 포도당 대사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쥐 모델로부터 PrPC 결핍을 유도한 다음 변화를 관찰한 결과, 나이가 들수록 지구력을 필요로 하는 운동 능력과 악력이 현저하게 줄어든다는 것을 발견했다.
동시에 포도당 내성이 악화되고, 에너지 대사와 관련된 효소들의 발현이 감소하는 등 골격근의 대사 기능이 확연하게 감소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김상현 교수와 국성현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PrPC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근감소증 치료제 개발 및 노화성 대사질환 예방 전략 수립의 중요한 단초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 지원사업 및 4단계 BK21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종양학 및 근감소증 분야 국제 학술지인 <카케시아, 근감소증 및 근육 저널(Journal of Cachexia, Sarcopenia and Muscle, IF=9.4)>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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